썰 풀 사람 없으면 내가 풀어볼까? 이거 엄청난 흑역사까진 아닌데 그래도 심심한 열한시 반이니까!
이름없음2017/11/07 23:32:38ID : wMjjuq0nxBh
나 여기있다! 고고!
이름없음2017/11/07 23:33:27ID : hvCrtfPimGq
예쓰 풀어주세요 나도 듣고있습니다~
이름없음2017/11/07 23:37:36ID : vvfXxQnzVhy
듣든 말든 풀어본다
내가 고삼때 일이거든?
그때 난 우리반 반장이었고 (딱히 인기가 좋아서는 아니었다. 그냥 우리반에 반장 하고 싶어하는 애가 없었어)
우리반에 무진장 조용한 애가 있었어. 얘를 A라고 할게. 학기 처음에 난 A 얼굴도 제대로 몰랐고 이름도 몰랐거든ㅋㅋㅋㅋㅋ그정도로 조용하고 존재감도 적은 아이였어.
근데 언제쯤이더라, 한 9월쯤인가 야자시간에 바닥에 거의 반 엎드려서 공부를 하는데 야자 2교시쯤 되니까 진짜 너무 공부가 하기 싫은거야. 그래서 하다가 펜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봤지. 다들 공부하더라고.
근데 내 뒤쪽에 사물함에 A가 서서 공부를 하고 있더라고. 분명 아까 1교시엔 없었는데.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서 바지 끝자락(?)을 잡고 살짝 당겼지.
말 걸어보려고.
이름없음2017/11/07 23:39:50ID : zU5cIK3XAlv
응응 ㅋㅋ 그래서>?
이름없음2017/11/07 23:40:15ID : vvfXxQnzVhy
걔가 쳐다보더라고.
그래서 입모양으로 "어디 갔다 왔어?"했지. 그랬더니 안들렸나봐.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쪽으로 몸을 숙이더라고.
한번 더 물어봤더니 근처 도서관에 딸린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왔다고 하더라.
이쯤에서 밝히지만 나는 쉽사빠에 금사빠야. 그리고 A는 반에서 나름대로 인정하는 귀여운 얼굴이었고.(존재감은 크지 않았지만 다들 A를 좋아하는 편이었어.) 그렇게 나는 그 한번의 대화와 몸짓(?)에 고삼에 1학기 내내 말도 한번도 안걸어본 남자애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름없음2017/11/07 23:40:39ID : vvfXxQnzVhy
열성적으로 들어주네!! 재미없으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이 증가했다!!
이름없음2017/11/07 23:41:36ID : wMjjuq0nxBh
흥미진진하구만ㅋㅋㅋㅋ
이름없음2017/11/07 23:41:42ID : zU5cIK3XAlv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게많은데 하기싫어서 천천히 드나들고있다..
이름없음2017/11/07 23:44:56ID : vvfXxQnzVhy
처음엔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A 너무 귀엽다!!!였어서 그날 야자가 끝나자 마자 같이 문잠그는 친구랑 교무실로 가면서 A가 너무 귀엽더라면서 자랑만 했었지. 근데 자꾸 눈길이 가는거야. 이것도 A가 귀여운 탓인가! 하고 넘겨버렸지. 그 때 친구가 부추긴게 문제였다면 문제였어. 귀여우면 가서 말이라도 걸어보라고. 마침 또 A가 숫기 없는 성격인 탓에 대화하는 여자애도 없었거든. 그게 내 성격에 불을 붙였지. A랑 대화만 트면 우리반에서 A랑 대화하는 여자애는 나밖에 없는거니까. 괜히 말거려니까 두근두근 하더라고. (그때도 좋아하는거란걸 몰랐었음. 멍청이)
이름없음2017/11/07 23:48:35ID : hvCrtfPimGq
응 ㅋㅋㅋ 그래서 ?
이름없음2017/11/07 23:48:56ID : vvfXxQnzVhy
처음으로 한 행동은 수학시간에 자리를 바꿀때 (마침 내 모둠에서 앉는 자리가 A의 자리였다) A 책상에 "안녕 A야"하고 낙서를 해놓는거였어. 생각해보면 A가 싫어했을 수도 있는데 당시엔 아무생각 없었음. ㅇㅁㅇa
그 다음날에도 낙서는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있더라고. 그래서 얘가 이걸 못본건가 뭔가 싶어서 다른 방법으로 말붙일 방법을 찾고 있었당. 가서 맨날 수학 문제를 물어보는거였지. 내가 수학을 잘 못하는 축이었거든. 물론 다른 여자친구한테도 물어볼 수 있었는데 (그리고 A한테 물어보기전에는 사실상 맨날 그 친구한테 물어봤었지) A한테 어떻게든 말을 붙여보고 싶었으니까. 한 이틀?삼일? 그렇게 문제를 물어보고 A의 귀여움에 발만 동동하다가 어느날 딱 문제를 물어보러 가려고 A쪽으로 몸을 돌렸는데 A 뒷모습을 보고 갑자기 심장이 쿵 하는거야.(부정맥인가)
그때 알았지 A를 좋아하는구나 내가
이름없음2017/11/07 23:51:11ID : hvCrtfPimGq
아직까진 설렘의 기류가...ㅎ
이름없음2017/11/07 23:56:37ID : wMjjuq0nxBh
이쯤되니 흑역사가 아니라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한다ㅋㅋ
이름없음2017/11/07 23:57:46ID : vvfXxQnzVhy
그담부터 아주 난리도 아니었던거같아. 심장이 쿵해본적이 처음이라 엄청 당황스럽고 그와중에도 A는 귀엽고.
학급 반장의 권한으로ㅋㅋㅋㅋㅋA 번호도 어떻게 알아내고 A가 논술가는 날 뛰어가서 사탕까지 사들고 와서 잘보라고 손에 쥐어주고 그랬었다. 그리고 A한테 사탕같은거 좋아하냐고 물어보고 일부러 물어볼것도 없는데 카톡하고. 내가 할수 있는건 다 한것같아. 재수없을지도 모르지만 여태 꼬리쳐본 남학생한테 관심을 못얻어본적이 없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내가 문 닫는 당번이었잖아. 빼빼로 데이 전날에 걔 책상안에 몰래 빼빼로도 넣어봤다니까. 다 인생 처음하는 짓들이었어.
근데 어느 순간부터 A가 나를 피하기 시작하더라고. 한번은 친구가 나한테 무슨 수학 문제를 물어보길래 봤는데 아무리 봐도 답이 안나오는거야. 당연히 들고 A한테 갔지. 진짜 한 10초 보고는 모르겠다 하데. 그런가보다 하고 공부 잘하는 여자친구한테 들고갔는데 걔도 안나온다 하더라고. 그래서 다른 남자애한테 들고 갔는데 한참 뒤에 걔가 부르는거야. 답이 나왔다고. 근데 옆을 지나가던 A가 하는말이 "어, 나 그거 풀었어."
????모르겠다며 이자식아.
그래서 막 등을 치면서 알았으면 나 좀 알려주지! 막 그랬지. 무슨 웃음이었는지 모르는데 약간 당황한듯한 웃음? 그렇더라고. 일단 문제 설명은 들어야 하니까 그 풀었다던 남자애한테 설명을 들으려고 하는데 걔가 A보고 "너도 풀었다며, 나 화장실가야돼. 니가 설명좀 해줘. "그러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