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욕 안하고 싶지만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이렇게 사람 하나를 거르는 구나 싶기도 하다.
나도 돈 없는 거 뻔히 알면서 아침 일찍부터 전화와서는 갑자기 돈 100만원을 빌려달란다.
원참. 100만원이 누구네집 개 이름인가?
갑자기 전화와서는 돈에 관련된 거 어쩌고 하길래 제대로 안 들었더니 갑자기 나한테 자기 은행 계좌번호 찍어주면 되냐고 묻는다. 얘를 상종한 것 자체가 문제였던 것 같다. 진짜 사람 사귈 때 돈이 많은지, 적은지 구별하지 않고 만나왔지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돈달라고 하는 사람은 또 처음이라 나도 많이 당황스럽다.
그래도 거절 잘한 내가 자랑스럽다. 나도 돈 없다고 똑같이 말해줬다. 그러고 이어지는 몇 분동안에 어색한 침묵속에서 서로 어색했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연락은 안 올것 같고, 나도 연락 안 할거 같다. 서로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어서 진심으로 친구가 된 줄 알았더니만 알고보니 나를 돈이나 주는 호구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염x. 나도 돈 없어서 하루에 한 끼 겨우 먹는 걸로 지내고 있는데, 그거 뻔히 알면서. 알바하라고 했더니 안해도 된다고 그러다니 잘됐다. 그러면서 클럽은 뻔질나게 다니던데, 그러면서 부잣집 남자랑 결혼할 꿈꾸고 있던데 아서라. 클럽갈 돈 아끼면 100만원 금방 채우겠더라.
어차피 본인인 줄 모를 친구야, 고맙다. 너의 예의없음이 너를 거를 수 있게 해줬다. 천천히 멀어지는 게 방법일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나를 호구로 본 네가 잘못인 것 같다. 어쩐지. 며칠전부터 이상하게 연락을 하더니만. 나 힘든 거 얘기했더니 돌아오는 게 결국 이런 것 밖에 없구나. 역시 나는 아직도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친구야, 아니, 이제는 아는 분, 이제 우리 자주 연락하지 말고 삽시다. 저는 호구가 아니라서요.
아직도 욕이 입에 맴도는 것 같네. 그냥 하소연 하고 싶어서 적어봤어. 앞으로도 사람 사귀는 것에 대해 각별히 조심해야겠다. 조심할 때로 조심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안일했나보다. 아니, 가족끼리도 돈문제는 꺼내는 게 아니라던데 걔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싶다. 생각이 없어서 그런 모양인가보다. 나도 똥밟아치고 지나가는 게 맞는거겠지. 갑자기 내가 걔한테 약점잡힐 소리한건 아닌가 싶어서 걱정스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