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내가 뭔가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성인이 될 무렵에는 이미 대단한 일을 해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였다. 20살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상처받기 쉽고 말 잘 못하는, 내 감정을 정리하는 법조차 모르는 그냥 꼬맹이다.
여전히 게으르고 여전히 겁이 많다. 현실도피성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를 좋아한다. 여느 젊은이들과 같이 세상의 형태에 화를 내지만, 그것을 바꾸기 위해 뭘 어떻게 해야겠다고 결심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외국에 나가 일할 줄 알았다. 그리고 행복하고 멋지게 살 줄 알았다. 내가 동경했던 사람들을 보며 언젠가 저렇게 되겠노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들 역시도 결국에는 인간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와 함께 내가 결코 특별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 역시도 알게 되었다.
대학에 합격했다. 원하는 대학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서울 내 4년제, 그럭저럭 명문대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대학이다.
새로 산 옷을 입고 새로 산 가방을 매고 학교에 갔다. 그리고 이제는 뭔가 새로운 세상이 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서 알게 된 것은, 결국 그곳에서도 나는 '나'일 뿐이라는 사실이였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