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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3/21 21:34:41 ID : 2NzgryY8lvb
나는 어린아이의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탐닉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총을 쥐여주기란 어려운 일이다. 계집년처럼 굴지 말고, 나는 결심이 서지 않은 아이의 손가락을 방아쇠에 어거지로 쑤셔 넣는다. 정신이 들지 않는 어설픈 녀석의 머리를 한 대 친다. 아이는 주춤이다가 어미와 같은 얼굴로 나를 보고 다시 총을 본다. 역겹기는 둘이 같다. -할 생각은 있는 거냐. 너도 결국엔 찌질한 놈이었구만. -아뇨. 할 수 있어요. 마음먹었요. 저는... 온통 우물쭈물 거린다. 지랄, 이딴 의지도 없는 놈을 낳질 말았어야 했다. 그 어미는 참으로 불쌍한 년이다. 밤, 불은 타닥인다. 아마 이쯤이면 아이의 마음이 어느 정도 허물어졌으리라. -팔의 화상은 누가 입힌 거야. -엄마... -허리의 상처는. -저도 알아요... -어제 엄마와 잔 남자의 이름을 기억해? 얼굴이 굳는다. 그래, 이 방향으로 밀어붙이자. -필요 없어요. -아, 조쉬. 그 남자의 아들이잖아. -그만해요. -음... 조쉬, 조쉬, 조쉬, 조쉬 브라운! 니네 학교의 가장 잘 나가는 놈! 말이 없어진다. -대단한 녀석이지! 운동도 잘하고 말도 잘하고 학교에서 모르는 놈이 없을 정도였어. 아, 너도 마찬가지였구나. 음침하고 빼빼 말라서는... 하루일과가 그놈과의 대면이잖아. 물어보는데 대체 너의 몸 중에 안 맞아본 부위가 어디야. 진심으로, 궁금해서 그래. -그만해...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점은 정말 예상 밖이었어. 뭐, 동정 따위의 감정이었겠지만. 아! 생각해보니 그런 일도 있었네! -화장실 사건! 그날만큼 재밌는 경험도 없었어.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배가 아파. 나는 배를 잡고 한동안 낄낄댔다. -그만... -미안, 크크크... 언제였더라. 화장실에서, 그 어둡고 축축한 고문실에서, 온갖 옷들을 널브러트려서는 빨개벗었지. 너, 밟히는 기분은 어땠어? 어떤 신발의 너의 기호였니? 그 아래 땅은 공기가 좋아? 오줌의 맛은 어때? 따뜻했어? 십 몇 명이서 외치고 있었지. 너의 별명. 낙태! 낙태! 낙태! 낙태! 그런 별명을 들으면 무슨 느낌이야? 아니, 질문을 바꾸지. -네 여자친구의 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어? -씨발, 그만해! 좆같은 입 좀 다물어! 널 죽여버리기 전에! -그러면 지금 당장 네 염병할 창녀를 쏴!  총구를 겨눌 상대는 내가 아니라 널 낳은 너의 엄마라고 -어? 내가 도와주리? 나는 아이의 어깨를 강제로 끌어 나의 표적 앞에 위치시킨다. 이 작업은 아주 간단하다. 창녀는 수면제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잠결의 살해라니, 조금은 아쉽다. 나는 아이의 눈에 하얀 붕대를 꾹 감아 불필요한 감각을 차단한다. 당황한 아이는 아까의 맹렬한 기운이 사라져 울먹인다. 시끄럽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곡소리는 또 없다. 아이가 손을 풀지 못하도록 테이프로 칭칭 묶어놓는다. 나는 아이의 뒤에서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창녀의 머릿구멍에 남길 자국을 상상한다. 짜릿하고 흥분된다. 이것이 나의 성스러운 첫 복수가 될 것이다.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말이 늘어진다. 탈진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자, 내가 준비까지 다 해놨어. 넌 내게 고마워해야 돼. 왜 망설이는 거야? 그토록 증오하던 어머니인데. -그래도... 저는... -쏴. -쏘라고! -하지만... 쏴, 제발 너의 임무를 완수해주렴. 불쌍한 아이야. -내가 꼭 이래야겠어. 쏴. -머리에 뭐에요? -너의 시작. -치워주세요... 제발... 뭐든지 해드릴게요. -정말? 쏴. 달그락. -삼! -아... 안. 으... 아... -이! -으읍. 하아. 하아. 그래. -일! 나는 화약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으어... 어... 엄... 마? 엄마? 으으윽. 우욱. 흐으... 나는 울부짓어야 하지만 기뻐하는 아이에게 작은 칭찬을 해준다. 머리, 머리카락, 너의 엄마처럼 예쁘구나. 하지만 너의 이름은 너와 어울리지 않단다. 마리아, 죽어서 태어나야만 했던 아이, 그리고 화약은 내게 두 번 속삭인다. 그것은 그 배로부터 나온다. 어째서 아이와 내가 똑같았는지 모른다. 아이의 어머니가 내게 한 일을 그 딸이 당하다니. 이젠 대답해줄 이조차 없다. 나는 그 악업의 대를 끊은 것을 대단히 흡족하게 여긴다. 이제 거의 마무리됐다. 하나의 제물만이 남았다. 리볼버 권총의 타격은 깔끔하지 않아 죄를 논하는 데에 안성맞춤이다. 하늘은 맑고 어둡다. 나는 한 아이를 일찍 보낸 죄수를 처형해야만 한다. 이것은 나의 두 번째 복수다.
이름없음 2018/03/28 22:46:45 ID : 2NzgryY8lvb
4.17.1992 -당신의 이름이 뭐든, 어떻게 생겼든, 난 관심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아둬. 내가 단지 말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야. 그것에 절대로 다가가지 마. 내 말을 명심해. 절대로, 절대로, 그것을 만지거나 보는 것도 하지 마. 그낭 신경 끄고 갈 길이나 가. 만약 안전 관념이란 게 있다면 말이지. 모든 건 당신을 위한 거야. 목숨이 중요하긴 하잖아. 그래, 이 건 목숨이 걸린 문제라고! 그러니까... 거친 파열음과 찢어지는 비명이 전화기 뒤에서 무너진다. 엉키는 음절은 하나같이 알아듣기 어렵다. 정상적인 목소리가 들리기까진 얼마 지나지 않는다. -...잠깐. 내가 무슨 말을. 저기요? 제 말 들려요? 전화를 걸었으면 말을 해봐요! 혹시 빅터에요? 정말이지, 이런 장난 재미없다구요. 알겠어요?그냥... -하아, 끊어요. 뚜-뚜-뚜- PLAGE OF SAINT ROSS 바람이 안기는 모래사장에서 현실을 잃기란 썩 달갑지 않습니다. 저 깊은 푸른색에서 올라오더랬죠. 당신만이 그렇습니다. 제가 이곳에 앉아있는 까닭은요.   -거기서 뭐 하는 겁니까? 저 경비원은 날카로워 이곳과 어우러지기엔 너무 아픕니다. 철창의 자물쇠는 견고하여 부술 때 애 좀 먹을 겁니다. 어지간히 생각해보니 제 직업은 수학 시험지의 마지막 문제와도 같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기억이다마는 캐리어는 세 번 정도 왔다 가야 적당하더군요. 꽉 차서 무거워 제 가벼운 몸은 버겁습니다. 은퇴를 기다리는 수염의 말로란 딱하기도 하면서 따분하지만, 손끝에 무수한 피가 감돌기도 합니다. 주저리주저리 늘어지고 헤픈 태양의 얼굴에 당신을 못마땅하게 여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나친 고요의 밤에 모래사장에서 당신을 목놓아 부르렵니다.  -거기 가만히 계세요! 당신을 몇 번이나 만났건만 당신을 이해하고 믿기란 어렵습니다. 안심하시길, 지겹지 않습니다. 당산에 대해선 언제나 기회가 있도록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외롭긴 하여 지평선으로 눈을 치켜뜨니 은인이 보입니다. 오늘의 물고기는 얼마나 고개를 흔들었던가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밤이 들어서 가렵니다. 등대는 제게 없는 아들에게나 물려주세요. 빛이 필요한 저는 사라지지만 우유와 빵은 가족을 행복하게 할 테니까요. 결에 척척히 바른 비늘의 우울이 얼마나 고울지 저는 고대할 겁니다. 멀리서 가만히 파도에 타도 가로등에 만나는 타인은 집에서 잡니다. 단단한 땅바닥이고, 그저 캐리어와 단란한 저뿐이지요.  -이런... 문은 또 언제 잠근 거야. 당신은 항상 최고의 방법으로 저와 떠들곤 했습니다. 저번에, '망할 짭새들!' 그분들이 우리를 사모하여 떠났다만 그곳 같이 적재적소인 곳은 없더군요. 그래도 여기는 빠르게 달리기에 부드러운 듯합니다. 언제 오시려는지요. 재촉은 아닙니다만 바닷바람은 조금 역해서 차갑습니다. 옳은 열쇠를 찾기란 이토록 한심한 짓이었던가요. 낡은 피리의 노래는 단지 늦은 시간에 모래사장을 걷는 거로 만족했던가요. 쭈글쭈글 다 자란 손은 기회를 앗아갑니다. 아, 이제 오십니까. 초침은 이제야 멈춥니다.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굽은 등을 반대로 굽힙니다. 걸어서 늙음에 분노하지 아니하고 미래의 공포는 신발 두 켤레에 희석합니다. -탕! 자물쇠는 고통스럽게 몸부림칩니다. 그리고 반으로 나눠 차디찬 모래에 몸을 뉘입니다. 아마도 죽었을 겁니다, 입을 틀어막은 정적을 보면. -멈추세요! 여긴 일반인 출입금지 지역... 저의 여권 맨 위 칸에 적는 철자는 여러 단어로 나뉘어 있고 붙여 말하면 '스미스'로 발음됩니다. 모두 저는 나타내어주는 글자라지만 제 직업은 철을 패는 대장장이가 아닙니다. 하지만 모두가 저를 '스미스'라 입을 씰룩입니다. 계속 그러면 가장자리로 들어가 저 혼자 붙인 이름 가지고 놀렵니다. 만족스럽긴 마찬가지로 그편이 더 유쾌합니다. 고심하며 지은 이름을 제대로 곱씹어가며 성대를 벌린 것은 당신이었습니다. 당신만이 그랬고 그랬었고 그럴 겁니다. 당신의 위치는 어딥니까. 당신이 건네준 '희생안내서'의 맨정신은 아직 잘 애지중지로 보관 중입니다. 참으로 지독하면서 아름답더군요. 어느새 꾸깃꾸깃한 종이에 있던 마지막 절차만이 남았습니다. 제가 감히 언급할 수 없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치가 떨리고 여러모로 가슴에 손을 얹게 됩니다. 한가운데 작은 글씨로 저를 매섭게 괴롭히던 글자도 반으로 찢어버리고 나면 심해에서 태양은 숨을 쉬러 나옵니다. 폭풍우는 이맘때에 이상한 물건을 세인트 로스의 바닷가에 부칩니다. 당신, 그것은 당신입니다. 저는 주문을 다 외웠습니다. 언제 나오십니까? -신이시여. 아, 오셨습니다. 오셨군요. 오세요. 제발 오세요. 오셨을는지, 오셨습니다. 아, 왔습니다. 당신은 실로 오셨습니다. 오시길 바랐건만 오셨습니다. 마침내 오셨습니다. 바다에서 오셨습니다. 그 깊은 마음의 언저리에서 오셨습니다. 부활하지 않으셨고 탄생하지도 않으셨으며 그저 부름에 존재함에 결국 오셨습니다. 허상적인 현실의 형태에 번복하며 오시어 차가운 도시의 면목에 답장하시었고 모래의 태초의 원형에서 오셨습니다. 그 모든 태아의 의미에, 모든 시체의 의미에, 터짐과 동시에 말라가는 천체의 시작과 끝, 일과 영, 나이자 너의 존재에 오셨습니다. 하나가 아닌 둘에, 둘이 아닌 셋에 그를 넘어선 더 많은 것에 그 이름을 외치며 오셨습니다. 당신은 무수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단 하나의 의미를 대변할 뿐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하나입니다. 당신은 죽음입니다. -여자의 목소리를 빌어 속임수를 쓴 사람은 나약한 자였습니다. 몰아내는 데는 간편하여 남자를 빼돌려서 성공했지만 언젠가 저는 쇠약해집니다. 지금도 같습니다. 마지막 절차를 해야 합니다. 여태까지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 당신은 제게 있어서 축복입니다. -대체 이것은... -아, 보셨나요? 이것은 당신이랍니다. 어떻게 여기실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을 꽤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네요. '스미스'라 전해지는 노인이자 응답자이자 연쇄살인마는 히죽이며 그것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검은색과 하얀색이 교차하는 소용돌이 속으로 캐리어 사이에 튀어나온 빅터의 팔 한 뭉텅이를 세인트 로스의 바닷가에 남기면서, 자신의 존재를 선연히 드러냈다. 경비원은 그것에게 야금야금 먹혀들어 가는 '스미스'의 모습을 못 보고 정신을 그만 먼 곳으로 떠나보냈다. 아침의 갈매기 울어대는 시간에 신문지는 여러 집 앞으로 던져졌다. 신문지의 일면에는 그것의 사진이 아직 안 올라와 있었다. 그것은 잠시 쉴 참에 축축하게 젖는 모랫바닥에 몸을 뒹굴었다. 남색의 움트는 파도에 폭풍우는 그늘졌다. 웅성거리는 소리는 온갖 방향에서 들렸다. 시끄럽지만 포식에 즐거운 그것은 일주일 후에 만날 아이의 얼굴을 상상하며 곤히 잠들었다.
이름없음 2018/04/15 18:08:22 ID : a1a5Wry0ts9
.Plage of ST. Ross. DISTANCE 삼월의 다섯 시, 남파랑색으로 기울어진 모래사장의 한가운데 횅한 적막의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여라. 제인은 바닥에 둔 물건도 없기에 그저 목을 묵묵히 치켜든다. '아침이 오긴 멀었나 보다'하고 그녀는 할 일 없이 다 식은 모래를 헤집는다. 손가락에 속삭이는 감촉은 짠 내가 조금 나서 따갑다. 부드러워야 할 황색의 알갱이도 그녀에겐 마찬가지다. -잠이 좀 안 와서요. 이든, 아마 이든일 거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다. 이든은 제인의 옆에 앉으며 말을 은근히 의도한다. 모래더미 위에 무릎을 끌어안은 이든이 한껏 끌어낸 제인이 말하지 못한 질문거리였을 것이다. 제인은 이든을 한 차례 흘겨보곤 다시 모래를 긁는다. 그래도 제인은 조금 안심한다. 이든은 담요를 써서 따스하겠다, 어디서 난 건지는 모르겠다만. 제인은 조금 전까진 할 말도 또 그르칠 말도 많았는데 아직 이든의 얼굴을 마주하긴 무섭다. 이든도 당연히 알기에 말 않고 제인과 함께 짙은 파도를 눈동자에 지닌다. 파도는 철퍼덕 푹하며 부글부글 터지는 딱딱한 사면에 자신을 내던진다. 모래알은 그 장단에 맞춰 사르르르 말려 들어가다 여럿이서 툭툭 튀어나온다. 그것은 이 구름에 가벼이 타고 그 둘에게 똑같이 전해온다. 다르다만 그래도 일종의 대화방식, 서슴없이 털털한 파도와 같이 부러운 만남이다. -저기... 이든의 고개는 제인의 왼 허벅지 근처의 타다 남은 담배꽁초에 향한다. 급하게 끈 기색이 역력한 빨간 재의 상처는 거친 모래 속에 불타오른다. 이든은 발가락을 꼼지락 이다가 팔짱 낀 팔을 무릎 위에 대고 입을 가린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든은 웅얼대다가 곧 미적지근해진다. 제인도 별다른 해결방법을 찾진 못했다. 그래도 얼렁뚱땅 넘기기엔 짧은 것 같으면서도 이 정도의 대화는 크나큰 발전이다. -여긴 많이 와요? 이든은 이번 만큼에는 문이 열리길 희망한다. -가끔은. 많이 오는 편은 아니었고 하시몬드와 함께 가끔 오는 게 다였다. 할아버지 하시몬드가 엄지손가락으로 바다를 가리키면 오늘은 가려나 보다 하고 옷장에서 옷 몇 쪼가리 걸치고 작은 돗자리를 두 개 정도 챙겨 바닷가로 향했다. -별 기능은 없었건만 제인은 그 작은 돗자리를 좋다고 했다.- 하시몬드의 집에서 바닷가까진 겨우 열 걸음이었다. 바람은 세고 시끄럽게 불고 하늘은 먹구름으로 어둑어둑해졌다. 나란히 앉아 코코아 한 잔씩, 오른손잡이인 할아버진 목구멍에 조금씩 흘리고 왼손잡이인 제인은 습관으로 새끼손가락을 펴들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이맘때의 비가 내리지 않는 폭풍은 세인트 로스의 바닷가에 온갖 물건을 정박시킨다. 할아버지와 제인은 아무 말 없이 바다를 지키는 것도 즐겼지만 바다에서 몰려온 물품을 하나둘씩 분별하여 알아내는 쏠쏠한 재미도 만끽했다. 그러다 보면 감정이라거나 감성이라거나 정감이라거나 뭐 그런 감 자 붙는 것 따위들이 들어오기 마련이었다. 그걸 채우려고 오는 바다이기도 했다. 제인에겐 좋았다 라기 보다는 더 근원적인 감정이 필요했다. 좀 더 그 에이치란 알파벳에 가까운 그것이었다. 그녀에게 이 바다란 그런 장소였다. 하시몬드에게 이 바다란 그랬던 장소였었다. -그랬던 장소였네. 하고 제인은 피식 이며 말을 턴다. 그리고 웃는다. 평생에 걸쳐 몇 번 웃지 못했던 여자가 마침내 웃음이 난다. 숨이 막혀서 끅끅거리고 해가 뜨지 않아도 유쾌하다, 이 세상은. 눈물 찔끔 나오지 않고 콸콸 쏟아지는 어느 하나 예측할 수 없는 이 세상에 비밀에 대하여, 할아버지 하시몬드가 할 말은 분명했다. 하시몬드는 내 옆에 조용히 다가와 담요를 덮어주고 말한다. -울어요. -하시몬드? -아뇨. 이든이에요. 하시몬드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뭐, 괜찮을 거예요. 요 일 년 사이에 안 왔다고 바다가 이런 손님들을 보냈다. 저 매캐한 냄새가 나는 시쳇더미와 제인의 옆에 있는 그 여자의 딸까지, 바다란 제인에게 그리 편안한 존재는 아니다. 한동안 바람은 거센 재채기로 귀를 수차례 때린다. 세상의 소리를 감춰두고 단지 두명이 이 적막한 바다에서, 삼월의 여섯 시, 해는 나오지 않고 바다의 아래에 있다. --- -혹시 그거 알아? -뭔데요. -나도 방금 안 건데 그러니까 지금 네가 덮고 있는 거 사실 담요가 아니라 돗자리야. -빨리 좀 말하지... --- 이름: Jane Lee (제인 리) 나이: 만 26세 성별: 여성 모습: 검은색 포니테일. 벽안. 약간의 다크서클. 주거지역: Variand / 4 Birdfold way, St. Ross, Halloturne, KS2 8ST 이름: Eden Smith (이든 스미스) 나이: 만 12세 성별: 여성 모습: 짧고 옅은 노란 머리카락. 벽안. 쳐진 눈꼬리. 주거지역: Variand / 4 Birdfold way, St. Ross, Halloturne, KS2 8ST
이름없음 2018/04/16 18:13:20 ID : 7ApbClyE05T
META DOME 노동 복지사가 내 등에서 칩을 뽑는다. 작은 글씨로 1543629842번이라 적혀있다.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공기에 닿은 그것의 정체는 1.06X1.59cm 규격의 복제된 나 자신이다. 나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 -생각보다 꽤 작네요. -오늘 처음 태어나셔서 그래.
이름없음 2018/04/20 23:17:29 ID : 7ApbClyE05T
•冬に降る雨• 「아,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는 잘 견뎌내고 있으니까.」 나타내지 않으니까, 지금까지 잘해왔어. 똑같이, 이전과 완전히 똑같이 하기만 하면 돼. 시뮬레이션 따위 수만 번이나 돌려왔어. 이번 하나의 실수론 만족할 수 없는 거야. 그래, 참아, 아즈사. 여태 바보같이 너와 함께 참아왔잖아. -이 목소리는 그녀의 머릿속에서 들려온 첫번째 대사였다.-
이름없음 2018/04/21 13:46:53 ID : 2NzgryY8lvb
소설가의 주위엔 망령이 떠돈다. 나태라는 이름을 가진 망령이다. 아즈사는 말했다. 나직히 자조하는 소녀는 이 몇 음절을 거리에 흩뿌렸다. 쥰은 어디선가 이 말을 들었음을 기억했다. 그는 무심코 푹 젖은 유리조각을 빼들었고, 그렇게 빗방울에 아른거리는 한 차례의 겨울이 피어났다.
이름없음 2018/04/21 16:48:43 ID : 7ApbClyE05T
Abstract Leslie 1879년 7월 5일의 여름 오전에 출생한 레슬리는 현존하는 추상화가 중에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해도 좋을 정도로 칭송받아 마땅한 자이지만 그의 명성과는 다르게 그는 자기 집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오질 않는 괴팍한 자로 전형적인 천재의 악습을 물려받았고 그에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거리에 나돌고 있는 하찮은 찌라시의 수준에 그치어 당신이 저희 신문사를 지원해준 은혜에 보답할 방도로 그동안 오랜 세월에 걸쳐 꾸준히 요구해오시던 그의 본모습에 대해 주도면밀히 확인해보고자 그의 집 앞으로 추정되는 고저택의 건너편 강가의 여관에 자리를 잡아 유럽 최고성능의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는 휄스 군의 도움을 받아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어느새 밖을 보면 낮과 밤이 다툴 정도로 모든 시간을 할애하여 정문을 관찰하였으나 그로 추정되는 남자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초인종을 누르는 남자라곤 떠도는 집시 부랑자밖에 없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던바, 필시 레슬리에겐 일반인에게 보이길 극도로 꺼리는 그의 성격 탓에 야밤에 세상으로 나가는 다른 비밀통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여 이틀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우리 신문사 최상의 능력을 갖춘 총 네 명의 기자와 함께 인근 일대를 샅샅이 뒤져보고 수소문하는 활동을 가졌고 그로 인해 일종의 수확을 가질 수 있었는데 별다른 특이사항은 아니고 그 마을의 전설에 근간을 두고 있는 소문인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리 중요한 정보는 아닐 것이라 여겨 폐기하였음을 알려드리며 이후 일주일간의 더 뛰어난 조사를 통해 결국 레슬리의 행방을 도저히 하나로 굳힐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이 기나긴 외근으로 인해 약간의 정신쇠약에 걸린 것 같은 후배 기자로 인해 이 편지는 자연스레 지연될 수밖에 없었고 이 편지의 반절 이상을 쓰게 되는 동안에 레슬리에 대해 또 다른 사실을 찾아내었단 점에 당신이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 기뻐하며 다시 수사에 임하였고 경찰과의 허위 실종신고에 의한 동조를 꿈꿔보았지만, 범죄의 경우에는 저희는 심장이 병약하여 아직 그 정도는 좀 부담스러워 저희끼리 진행하게 되었는데 인원이 부족할 거라 고민되어 아무쪼록 다른 신입 기자를 받아들여 임금 체납에 관한 건으로 이 편지를 보냅니다.
이름없음 2018/04/28 22:04:57 ID : 2NzgryY8lvb
각 번호는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며 까마득한 과거에 썼던 소설의 단편적인 일부분만을 쓴 것임에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1. 전날 밤에 마신 위스키가 뇌의 일부분을 흐렸다. 들어야만 하는 질문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는데 이명에 가려 머리가 울렸다. 기분은 상당히 불쾌하고 끔직했다. 헛구역질이 위장을 꼬집었기 때문이 아닌 기억 속 무언가를 감춰둔 느낌 때문이었다. 2. 미술 교과 시간에 배운 '파리의 거리, 비오는 날'이란 작품이 있었다. 만약 그 그림의 화가인 구스타브가 나와 함께 호텔을 나왔더라면, 완전히 똑같은 그림을 그려 전시회에 출품했겠다. 굳게 내리깔린 흑백의 구름 아래 여러 갈래로 뻗어있는 도로들, 중간에 나있는 거대한 석조 분수대와 광장, 빽빽히 겹친 보도블록 위에 19세기에 지어진 잿빛 고층 건물들. 창문에 노란 불을 밝힌 채로 즐비어 있었다. 여러 사람들은 건물 중간중간에 튀어나와 거리를 헤쳐나갔다.  하얀 하이에나의 눈은 야광에 번뜩였다. 밤을 뚫고 달려가는 기차란 그들을 의미하는 바였다. 3. 우박같이 큰 뭉터기로 가속되던 물방울은 보도블록에 닿자마자 산산히 나뉘어 흗뿌려졌다. 하늘은 예고 없이 비를 쏟아내리기 시작했다. 발 디딜 틈새도 주지 않는 소음더미에 건물은 차츰 뿌연 안개 뒤로 기어들어갔다. 아직까지 남아있던 끄트머리는 회색의 시멘트에서 남색으로 더 어두워지더니 하얀색 직선의 분필 자국만을 남겼다. 밤이라고 불릴 만큼 어두운 오전 열 시 사십 분의 비오는 날, 수많은 빗줄기에 잔잔히 풀어지는 가로등의 거리, 아치 모양의 유리창에 오래된 타자기 소리가 서렸다.  가장자리 가게 안의 구제자는 팔을 재빨리 돌려 빨간색 어닝을 폈다. 간신히 들어가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제서야 비가 오나 보다 깨닫곤 손을 휘휘 저어 옷마무새를 정리했다. 머리는 온통 젖어 더벅머리가 되고 턱에서는 물방울이 모여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들은 가게 주인이 주는 따뜻한 커피를 마다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거리로 뛰어들었다. 얼굴이 다들 급박함에 얼룩져서 온몸에 들러붙는 옷 따윈 신경 밖에 있었다. 웅덩이를 넘어갈 새도 없이 구두와 양말에 으직한 물이 고여갔다. 하루살이마냥 달리는 그들에 나는 참 축복받은 존재라며 스스로 비관했다. 4. 하늘은 예고 없이 비를 쏟아 내리기 시작했다. 보도블록 위에서 허둥지둥 돌아다니던 물 알갱이들은 한데 모여 커다란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여기저기에 다분히 생겨난 그들은 첨벙이며 일렁이고 지나가는 모든 것을 일그러트렸다. 파동에 반사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사람들은 이마에 가방이나 손 등, 갖가지 물건들을 대고 비를 피할 장소를 찾아 나섰다. 시도 때도 없이 눈앞을 지나가는 군중의 무리에 머리가 아려왔다. 웅덩이를 넘어갈 새도 없이 양말과 바지는 축축하게 젖어갔다. 푸르게 변해가는 건물들, 브라이언, 나는 호텔 입구에서 하늘을 한번 쳐다보곤 어색한 자세로 우산을 폈다. 여행을 온 지 이주하고도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 5. 새까만 석유같이 새까만 우산을 쓴 인파가 인도를 뒤덮었다. 우산에 갇힌 습기 때문에 은근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땀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브라이언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오른쪽 여자의 코트에서 담배와 매연이 지독한 냄새를 풍겼다. 썩어가는 나무의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모두의 어깨는 자연스레 쭈그려졌다. 독방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비좁으면서, 더운 것이 사우나에 들어온 상황이었다. 타인의 땀과 기화된 타액이 뒤섞여 기분 나쁜 몸체를 이룰 즈음에 저기 끝자락에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감쪽같이 숨겨져 있던 빈자리였다! 그는 검은색 숲 사이를 몇 분 만에 간신히 돌파해내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으로 나올 수 있었다. 무릎에 손을 대고 가쁜 숨을 몰아쉈다. 가볍게 불어오는 동풍에 땀이 마침내 마르기 시작했다. 건널목을 건너려 하자 물이 하수구로 쏜살같이 흘러가는 게 보였다. 도무지 이 강을 벗어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속에 짜증을 욱여넣었다. 이 감정은 결코 비 때문이 아녔다. 이슬처럼 미세하게 내리는 비 따위는 당연히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그는 더부룩해져 가는 속에 코를 틀어막았다. 이젠 갈 때가 된 것 같았다. 이곳을 떠나 지긋지긋한 일상 속으로 가야 할 준비를 할 것이다.
이름없음 2018/04/29 12:49:02 ID : 2NzgryY8lvb
MONSTER : The Latter Part.1 To. Hover Williamson 안녕하세요, 호버. 여긴 13지구 격리팀의 안젤라에요. 얼마 전에 연락을 드렸는데 죄송하지만, 오늘도 비슷한 일로 부탁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다름 아닌 저희 관할구역에서 꽤 큰일이 일어나서 말이죠.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네바르 포인트'에서 대학살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소멸 사건이 일어났어요. 괴이체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그 네바르 포인트에서 대규모 소멸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하지만 저희는 곧 이해했어요. 최근에 괴이체 발견빈도가 높아지고 있었으니까요. 네바르 포인트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죠. 물론 소멸 현상의 경우에도 그동안 많이 목격해 와서 그리 놀라진 않았어요. 하지만 현장을 다녀온 저희 D등급의 조사원이 우리에게 현장 동영상을 보여줬을 때, 그렇게 엄청난 충격은 제 인생에 있어서 처음이었어요. 영상의 시작 부분은 그저 그랬어요. 평범한 소멸현장이더군요. 주인 없는 옷가지가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었죠. 그리고 그 D등급 요원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우리는 봤어요. 집의 한끝이 검은빛으로 부식되어 사라지는 것을요. 그 동영상에 찍힌 것은 바로 '부분 암화 현상' 였어요. 저희도 처음 봤을 때는 믿을 수 없었어요. 저희 눈앞에 닥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거죠. 하지만 문헌의 기록과 영상을 대조해본 결과, 우리는 깨달았어요. 세상에 지옥이 존재한다는 것을. 당신도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 거예요. 그러니 제발, 제 부탁을 들어주세요. 저희가 요구하고 단 하나에요. 정말 간단한 것이죠. kh-89-7610 괴이체의 연구결과를 보내주세요. 연구기록을 찾아보니 그 개체에게서 부분 암화 현상과 관련된 현상이 일어나더군요. 이 녀석의 연구기록이 없으면 네바르 포인트는 단숨에 사라질 거예요.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시간은 우릴 기다려주질 않아요. 추신: 중앙회의에 보고는 하지 말아주세요. 괜히 그 인간들까지 불러서 일을 소란스럽게 만들고 싶지는 않네요. 저희끼리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From. Angela Hobbs
이름없음 2018/05/01 20:30:54 ID : 2NzgryY8lvb
식별된 개체는 상위기준으로 'Gotran (G)', 'Angelad (A)', 'Traiblad (T)'; 'Blamwolre (B)', 'Utrejuar (U)', 'Ketuis (K)' 로 나뉜다. Gotran (G): 생존률 0~9%, 회귀불가능의 피해 Angelad (A): 생존률 10~14%, 매우 강한 정신적, 신체적 피해, 일상생활불가능 Traiblad (T): 생존률 15~69%, 강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 일상생활불가능 Blamwolre (B): 생존률 70~99%, 신체적 피해, 치료 후 일상생활가능 Urejuar (U): 생존률 70~99%, 정신적 피해, 치료 후 일상생활가능 Ketuis (K): 생존률 100%, 피해없음, 인간친화적, 퇴역가능 하위기준으로 'Loiture (LO)', 'Ouites (OU)', 'Boutume (BO)', 'Foscotre (FO)', 'Munflard (MU)', 'Plorlet (PL)' 로 나뉜다. Loiture (LO): 생명체의 형상(동물) Ouites (OU): 생명체의 형상(식물) Foscotre (FO): 생명체의 형상(포자생명체) Munflard (MU): 생명체의 형상(미생명체) Boutume (BO): 바이러스 Plorlet (PL): 기계적, 가공된 제품의 형상 요약 발췌
이름없음 2018/05/01 20:56:24 ID : 2NzgryY8lvb
식별됨에 따라 완전히 격리된 후 연구대상을 지목하기 위해서 개체엔 각각의 식별번호를 준다. 이는 주로 1차 조사과정에서 담당 박사의 주도하에 면밀한 관찰을 통해 오차 없이 이루어져야 하며 개체의 기본적인 번호의 형태는 A(개체의 격리 해제 위험 등급표 참고)-BB(개체의 상태 정리 일람 참고)-0000(개체 격리 수 일람 참고)이다. 이는 메인 서버에 항시 업로드되어야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에 따라서는 제한되며 담당 박사의 요청과 중앙의회의 허가를 필요로 한다. 위의 사항을 무시하거나 왜곡하여 이해할 경우엔 강등 조칙에 따라 중앙회의에 넘겨질 수 있으며 그 사안이 중대할 경우엔 협회 최고 방침에 따라 사형에 처할 수 있다. -22차 중앙회의, 식별 방침에 대한 수정 논의 중 요약된 일부분(논의의 전체 내용의 문의에 대해서는 메인 서버에 접속 후 검색 요망)
이름없음 2018/05/01 21:21:53 ID : 2NzgryY8lvb
-54차 중앙회의, 직원 건의에 대한 논의- 3지구 개체연구 3팀의 이든 스미스 담당박사의 건의 솔직히 전부 까놓고 얘기해서 위험 등급표가 엄청나게 세분되어 있는 거 같은데 귀찮으니까 B등급과 U등급을 합치는 게 어떻습니까? 신체적이라든지 정신적이라든지 수반되는 현상인 건 똑같지 않습니까?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네요. 이외에도 여러 조칙에 대해서 수정되어야 할 사안은 많지만 급한 문제는 아닌 데다가 일년에 한 번 열리는 회의를 이런 식으로 낭비하긴 싫고 여러분들께선 경각심이 있지도 않으니 이례적으로 큰 사건이 생길 시에 맞춰서 임시 중앙회의를 여는 게 낫겠네요. 그리고 요새 제 건의에 대한 기각을 여러 번 하시던데 조금 서운합니다. 최소한의 기각사유라도 알려주시길! 만장일치로 기각. 기각 사유: 박사의 태도 문제.
이름없음 2018/05/02 13:38:08 ID : 7ApbClyE05T
햇볕은 종이에 나즈막히 누워서 부서져 오렌지에 레몬을 약간 섞은 밀크쉐이크 따뜻해지는 종이의 표면엔 아직 물길이 그림자는 아마 그것조차 반대로 숨겼어 잔잔히 바스라지는 오후의 유리 더미에 허둥지둥 내색하는 김빠진 콜라 페트병 눈길마저 가지 않는 볼펜의 손놀림에서 수많은 애틋한 연인이 녹아서 부서졌지 이곳은 색연필에 갈라지는 태양의 나락 이제 너만의 출발선을 가늠하게 될거야 너의 이름이 무엇이든 무엇으로 쓰였든 들어오지 않은 백열등의 언저리 온기에 가로선 위에서 사라지지 않고서야 그래 나는 이곳에서 또다른 이름을 그렸겠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의 카타르시스 선연한 지운 자국만이 이야기의 결말부 물탱크는 너무 흘러서 폭발하게 되어서 어쩌면 이미 쏜아져서 죽어버린 노래를 절연의 시어를 까마득한 과거의 나에게 엔딩 하나 알아내지 못한다면 불태웠어 허점투성이 되면 네 감정을 죽여서라도 그랬다면 구름 건너편의 마지막 시어를 창살 바깥으로 감상하게 되어야 할텐데 여러 집들의 유한한 공간속 내집 하나가 빨간 지붕을 드러내고 햇볕을 안고 있어 책장 속에 나앉은 책이라곤 하나 없어서 전부 프롤로그 뿐인 나의 뭉텅이 속에서 도저히 답이라곤 보이지 않는 연장선 위 가까스로 찾은 바다를 먹는 해적선 후크 갈매기 소라게 집어 씹어대는 큰 널빤지 천천히 걸어가는 나는야 소설을 쓰는 악 보이지 않는 심해의 건너편으로 내 시야 그리고 나의 발은 내몰려서 그래 내몸은 부서지고 무너지고 헤어나서 그래 서 나 결국에 맞닿은 흑남색의 하늘 속으로 나 바다 내 눈안의 그것으로 나 모두의 밖으로 나 온갖 나 나 나 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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