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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g0nzPa08o1 2018/03/26 01:18:30 ID : JRzPg1vg7wF
" 욱... 웁. " 지금 새벽은 2시를 넘기고 있습니다. 저는 취기를 용케 억누르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간신히 들어오고 나서 화장실로 미끄러지듯 쓰러진 저는, 변기를 붙잡은 채로 속을 게워내기 시작했습니다.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소리를 뱉어내기를 10분. 저는 거울을 바라봤습니다. 누추한 몰골에 눈에는 우울함이 가득 베여있습니다. 눈가는 빨갛게 충혈이 되어선 눈물이 그렁거립니다. 술을 마시고 토하고서 이런 감상에 젖는 시점부터 상당히 루저적인 냄새가 납니다만, 역시 취하면서 토할 때에는 울음도 같이 토해내는구나.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대로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저는, 한동안 아무런 생각도 없었습니다. 시계가 똑딱이는 소리가 메트로놈같이 일정합니다. 저는, 저 일정한 메트로놈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jg0nzPa08o1 2018/03/26 01:30:06 ID : JRzPg1vg7wF
정신이 차츰 맑아진 후에야 저는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대로 세수를 하고 머리 위로 찬물을 내리 끼얹습니다. 입을 행군 후, 본능에 이끌리듯 걸음을 옮깁니다. 이후 저는 간신히 침대 위로 몸을 눕혔습니다. 꼴은 정확하게 누군가가 귀찮아서 침대 위로 내팽개친 야상 같습니다. 이대로 아득해진 머리를 놓아주고 잠이나 자자.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런 제 생각은 보기 좋게 깨져버렸습니다.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으니 말이죠. 전화를 들어 올리자 익숙한 목소리가 제 귀를 찔러 들어옵니다. 대학교 선배의 전화였습니다. " 이 시간에 웬일이에요. " " 그냥, 네가 좀 우울해 보여서. " " 내가 우울한지 선배가 어떻게 알아요? " " 직감이지 뭘. 혼자 술 마셨니? 추해라. " " 귀신같네요. " " 히. 내가 아직도 네 선배로 보이니. " 참 귀신같은 촉입니다. 선배는 이쪽의 사정을 어쩜 저렇게 훤히 알고 있는 걸까요. 늦은 시간에 맞이한 불한당의 소식에, 저는 반쯤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jg0nzPa08o1 2018/03/26 01:39:11 ID : JRzPg1vg7wF
" 위로해 줄 것도 아니잖아요. " " 내가 널 왜 위로하니. 네가 우울해 보여서 내가 위안을 좀 받으려고 전화한 건데. " " 진짜 고약하다. " " 나도 알아. 나보다 안쓰러운 사람 보면서 안정을 찾는 거, 무척 고약하지. " 선배는 자조적인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을까요. 저는 매번 이런 전화를 받으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대체 왜 선배 같은 사람이 제게 이런 전화를 거는 걸까. 요컨대, 선배는 그럴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선배는 교내에서 제법 유명합니다. 성격도 좋고, 자기 할 일에 충실하고. 그렇다고 일이 미루어지는 경우가 있냐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학생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주변 친구들도 많고. 거기에 단정된 외모 사이 묘하게 첨예한 분위기를 풍기는 선배입니다. 그런 사람이 그와 정반대인, 우울함이 묻어나는 데다가 학교까지 멋대로 쉬고 있는 이쪽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상당히 의문입니다. " 저기, 저번에도 제가 물었던가요. 왜 선배는 저한테 전화를 걸어요? 매번 뜬금없이. " " 내가 다른 애들한테 이런 짓을 할 수는 없거든. 그건 너무하잖아. " " 나는 안너무해요? 선배가 이러는 거, 학교에 다 까발릴 거예요. " " 아무도 네 말 안 믿을 텐데? " 저 말을 듣고서, 선배가 제게만 이런 내용으로 전화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하기야, 이쪽은 제대로 대화를 할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었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묵직한 사실입니다. 저는 괜히 기분만 더 더러워져서 그대로 다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선배가 얄밉게 울고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정말 몇 안 되는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인데, 분합니다.
◆jg0nzPa08o1 2018/03/26 01:52:09 ID : JRzPg1vg7wF
" 뭐, 아무튼. 몸 좀 챙겼으면 싶네. " " 걱정해주긴 너무 늦었어요. 이대로 죽어버려서, 유언장에 선배 이름을 써넣을래요. " " 안돼. 네가 죽으면 내가 위안받을 사람이 없어져. 일어나면 얘기해. 밥 사줄게. " 이런 상황에서도 돈이 굳을 것에 반응하는 제가 밉습니다. 저는 그런 말에 대충 대답을 하고 나서, 오늘은 이만 머리가 아프니 쉬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혼자서 주구장창 속을 알코올로 채웠습니다. 몸이 버틸 리가 없었습니다. 이 상태로 병원으로 달려가면 당장 간을 갈아 끼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을 것만 같습니다. " 아무튼, 이번 생도 힘내. 네가 죽지 않을 만큼만 응원할게. " " 감사합니다. " 저는 전화를 끄고 휴대전화를 대충 바닥에 내려뒀습니다. 이번 생도 힘내라니, 제게는 너무 어려운 얘기입니다. 사람과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누기 어려워하는 저한테는 도무지 성립되기 어려운 요구입니다. 예정대로였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분명 오늘만 바라보면서 밤을 만끽할 텐데. 주변 사람들과 적당히 지내면서 문제없이 지냈을텐데. 괜히 또 분통이 터져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물론, 그래 봤자 허약한 몸이라 소리는 크지 않습니다. 세보면 이번 인생은 6회차 입니다. 문제는 이 중 4회차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하필이면, 그 날 오지랖을 떨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jg0nzPa08o1 2018/03/26 01:54:06 ID : JRzPg1vg7wF
* 스레주야. 생각해두던 스토리는 있었지만, 경황이 없어서 이제서야 펼쳐보네. 지금 스레주는 예전보다 좀 더 바빠졌어. 그래서, 이전처럼 매일매일 정기적으로 올리기는 무리일 지도 몰라. 그래도 노력은 할게. 스토리가 조금 부실하더라도 이해해주기를.
◆jg0nzPa08o1 2018/03/26 20:31:57 ID : JRzPg1vg7wF
돌이켜보면 기괴합니다. 너무도 기이해서 그런 일이 있었구나. 라고, 마치 옛날이야기인것 마냥 받아들이게 될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과거의 저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평범하게 착한 아이였습니다. 운동, 적당히 잘했지요. 공부, 역시 평균 이상이었습니다.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기가 남들보다 한걸음 빨랐던 저는 이런 일에서 남들보다는 항상 좀 더 앞서있었습니다. 최고는 되지 못했지만, 상관없었습니다. 저는 그런 저 자신에 만족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마음이 맞았던 여자아이도 있었고, 그 아이와는 고등학교가 될 때까지 교제를 이어나갔습니다. 설령, 머지않아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갈라지더라도 연락을 계속 이어나가자는 나름의 약속까지도 맺었습니다. 문제가 생긴 날은 아마 겨울쯤. 눈이 옅게 오고 있던 날이었습니다. 교제하던 아이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잠깐만 집 밖으로 나와달라는 말이었습니다. " 지금? 뭐, 가라면 가긴 하는데. " " 응, 부탁할게. 잠깐이면 되거든. 지금 직접 주고 싶은 게 있어서. " 날이 제법 어둑해지긴 했습니다만, 그 시절의 저는 혈기왕성했기에 개의치 않고 나갔습니다. 지금이 돼서 다시 되돌이켜보면, 이질적인 느낌마저 듭니다.
◆jg0nzPa08o1 2018/03/26 20:40:48 ID : JRzPg1vg7wF
아무튼, 저는 그것을 받으러 나갔습니다. 후에 자연스레 알게 되었지만, 정체는 목도리였습니다. 목도리를 받아들었을 때 목도리가 두꺼워서였는지, 손에 잡았을 때 저는 제법 묵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 전화로 만났을 때는 잠깐이면 된다고 했지만, 의외로 만나니 시간은 금방 흘렀습니다. 아무쪼록 저흰 너무 늦어지면 안 되겠다고 싶어서 그대로 헤어지고, 저는 넓은 도로변을 건너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 옆에는 한눈에 봐도 우울해 보이는 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나이는 얼추 제 또래로 보였지만 유독 시선이 어두웠습니다. 어디선가 본 것도 같은 묘한 인상. 어디에도 있지만, 그래서 두드러지지 않는 듯한 그런 이미지입니다. 몰골이 초라한 것도 있어서 저는 딱히 의식하지 않으려고 거리를 두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주변의 소리가 한순간에 꺼져버리는 느낌을 알고 계십니까. 저는 느껴보았습니다. 단 한 번 느끼고서 깨달은 것은, 이런 것은 찰나에 충격을 맞이했을 때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도로는 상당히 넓고 길었습니다. 말 그대로 대로였기에, 트럭같이 육중한 차량도 곧잘 다니고는 했습니다. 제 옆, 그러니까 우울해 보이는 아이는 빨간불이 한참일 때, 문득 도로로 달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jg0nzPa08o1 2018/03/26 20:51:08 ID : JRzPg1vg7wF
너무도 상식 밖의 일입니다. 처음 몇 초 동안은 주변 사람들도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상황을 겨우 인식한 후에야 사람들은 아우성치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경적 소리는 정적을 매정하게 깨트렸습니다. 이후 사람들의 아우성이 급격히 커진 것은 제가 따라서 달려나간 직후부터였습니다. 아직도 제가 왜 그 아이를 따라 달려갔는지는 미스터리입니다. 위험한 사람은 구해야 한다는 영웅적 발상 때문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 아이가 죽게 되었다간 뭔가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재앙이 다가올 때 도망치는 동물들의 본능과 비슷할 것입니다. 저는 손발이 미칠 듯이 차가워져 가는것을 느끼며 아이를 향해서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다행히 아이보다 달리기 속도가 훨씬 빨랐습니다. 아이가 도로를 반 정도 넘어섰을 때, 저는 아이를 제 뒤쪽으로 잡아당겼습니다. 아이는 차박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넘어졌고, 순간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믿을 수 없다는 눈입니다. 당연합니다. 누가 자신을 구해주리라는 예상을 하고 이런 짓을 벌일 리가 없으니까요. 다행히도 앞 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는 없었습니다. 저는 안심했습니다. 반대편 차선에서 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달려오는지도 저는 미처 몰랐습니다.
◆jg0nzPa08o1 2018/03/26 21:05:14 ID : JRzPg1vg7wF
누군가가 저의 머리만을 잡고 힘껏 던진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한순간 높이 떠올랐고, 이후 제 시야는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습니다. 숨만 쉬어도 죽을 것 같다는 기분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이래서야 앓는 소리도 뱉지 못하겠습니다. 누군가 제게 뜨듯한 물을 붓고 있나 시선을 굴려보니 피가 샘 솟듯 뿜어져 나왔습니다. 그대로 제 의식은 페이드 아웃 되었습니다. 이후의 기억이 본론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목소리는 분명 여자아이의 목소리입니다. 목소리는, 다짜고짜 제게 화부터 내기 시작했습니다. " 왜 그랬어? 이제 좀 결심이 서서 일을 마무리하려고 하니까... 왜 그랬냐고! 어? " 생각보다 성이 난 목소리입니다. 분한 것인지, 답답한 것인지. 혹은 그 둘 다 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순식간에 이 목소리의 주인이 제가 구해준 아이라는 것을 깨닫고, 울화통이 치밀었습니다. " 네가 그러면 안 되지. 그래도 사람을 구해줬는데, 그게 지금 이 꼴 된 나한테 할 말이야? " " 오지랖 떨면서 그런 말 좀 하지 마. 내가 구해달라 했니? 나 같은 사람들을 뭣도 모르고 구하는 게 제일 나쁜 사람들이야. 속 사정도 모르고. 너 같은 애들은 벌 좀 받아야 해. 쌤통이네. " 이럴 줄 알았으면 구해주지 않는 건데. 저와 아이는 그렇게 한동안 말싸움을 계속했습니다. 마치 핑퐁처럼, 서로에 대해서는 조금도 모르면서 험담을 한 번의 끊김 없이 계속 주고받았습니다. " ... 시발, 시발. 뭐 좋다 이거야. 네가 사람을 살리려 한 그 의도만은 좋게 사주겠어. 대신, 벌칙도 좀 받아야겠다. 너나, 나나. " 한참 성을 내고 나니 저와 아이는 이성이 본능을 억누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벌칙이란 것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jg0nzPa08o1 2018/03/27 21:07:29 ID : JRzPg1vg7wF
" 뭔데, 벌칙이. " " 일단 너를 살려줄게. 정확히는 네가 죽은 시점의 가지를 쳐내는거지만. " " 퍽이나 고마워. " " 대신, 네 소중한 사람이 짐을 좀 덜어갈 거야. 이건 나도 손 쓸 수 없는 부분이니까, 토 달지 말고. " 목소리는 처음 화를 냈을 때보다 제법 차분해졌습니다. 덩달아서 저 역시 진정이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제법 궁금해졌습니다. 저 목소리는 대체 누구고, 어떻게 저를 살리겠다는 건지 말입니다. 저는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고 목소리에 물음을 던졌습니다. " 이름이나 말해줘. 너는 누구고, 또... 그, 뭘 어떻게 살리겠다는 거야. " " 이름. 이름... 됐다, 집어치우자. 내가 과학자가 아니라서 무슨 원리로 널 살리는지도 모르고. " " 제멋대로 그러지 마. " " 다음부터는, 네 행동이 남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줘. 이제 다시는 보지 말자. " 터뜨리고 싶은 말은 목까지 타고 올라왔지만, 입술이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제 시야가 페이드 인 되었던 것은 병실 안이었습니다. 처음 제 눈에 들어왔던 것은 병실의 천장이었죠. 다만, 제 몸은 멀쩡했습니다. 입원한 사람이 제가 아니었으니까요. 입원한 사람은 제게 목도리를 주었던, 그 아이였습니다. 저는 머릿속 깊숙이 뻑, 소리를 내며 터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짐을 짊어진다니, 누구 맘대로 그런 벌칙을 내리는 겁니까.
◆jg0nzPa08o1 2018/03/27 21:19:25 ID : JRzPg1vg7wF
당시의 저는 워낙 정신이 없었습니다. 저라는 가죽 속으로 차가운 물이 타고 흐른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그 아이의 몸을 겨우 훑어보니,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곳저곳 심한 멍이 들어있는 데다가 왼팔은 깁스를 달고 있습니다. 배와 얼굴에는 잔흔이 없었지만, 그런 걸 두고 다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 이쯤에서 얘기가 끝났다면, 저 자신이 이렇게 망가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죄책감을 느끼더라도 분명 아이를 간호하며 도와줬을 테고, 그 벌칙이라는 것은 제가 조금씩 고쳐 나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때마침 일어난 아이로부터 들은 한마디가, 제 마지막 보루를 무너뜨렸습니다. " ... 저, 그러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누구세요? " 처음에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얼굴에는 다친 흔적이 없는데 기억상실증이라니, 장난이라도 치는 줄 알았습니다. 몇 분간 지난 일들을 설명해도 아이는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분명 기억상실증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 그 목소리는 제게 벌칙을 하나만 내린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증거는 제가 여러 번 겪었습니다. 아이의 앞에서 제 이름을 말하면, 이상하게 주변이 일그러지기 시작하고 정신을 차리면 바로 그 병실에 있던 시점으로 다시 돌아오던 것입니다.
◆jg0nzPa08o1 2018/03/27 21:32:09 ID : JRzPg1vg7wF
이후의 기억은 짧게 한 묶음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여러 번 저를 기억나게 하도록 시도해봤지만, 끝내 아이는 저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름을 말하면 원점. 그렇다고 이름을 빼고 말하자니 그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저는 이것을 4번 정도 더 시도한 후에, 결국 관두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시도해도 가망이 없습니다. 아이의 머릿속 저라는 존재는 지워져 버린 것입니다. 물론, 그때부터 다시 시작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서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몇 년 동안이나 사랑하던 사람과의 관계는 원점이 되고, 이름은 말할 수 없습니다. 이름에는 많은 관계와 영향이 얽혀있습니다. 그 이름을 잃고 시작하는 인간관계가 제대로 성립될 리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점점 아이와 멀어져갈 것입니다. 아이가 다른 사람과 이어지고, 그들이 가까워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합니다. 더군다나, 목소리는 제 행동 하나하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후 조바심이 난 제 행동이 아이에게 무슨 영향을 끼칠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대로 아이가 깨어나자, 한참 동안 미안하다는 말만을 남겨두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전형적인 무책임한 녀석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날 이후로 두 번 다시는 저를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아이는 무슨 사연인지 전학을 가버렸습니다. 선생님은 이에 대해서 함구하셨습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한 계단씩 밑바닥으로 떨어지게 된 결과가 지금입니다. 저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주변에만 있어도 우울함이 묻는 녀석이 되었습니다. " ... 아윽. " 앓는 소리를 내며 서랍을 열어 항우울제를 두어 알 꺼내 집어삼켰습니다. 물도 없이 씹는 약은 너무도 쓰라립니다.
◆jg0nzPa08o1 2018/03/28 16:56:34 ID : JRzPg1vg7wF
꿈속입니다. 지금, 저는 분명 꿈을 꾸고 있습니다. 꿈속의 기억은 하나같이 흑백입니다. 그것도 계단 현상처럼 일그러져있습니다. 한참 옛날 비디오 중 하나인 VHS를 보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트럭에 치이기를 여러 번. 그 날의 벌칙을 받은 후로 이렇게 계속해서 악몽을 곱씹고 있습니다. 부딪히고, 끊기고. 되돌려져서 다시 반복하고. 처음에는 이런 경험이 두렵기만 했으나, 최근에는 적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꿈속에서 조금씩 사고해봅니다. 내가 구한 아이는 누구였는지, 이 꿈은 왜 계속 반복되는지. 무언가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들면, 매번 똑같은 패턴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항상, 마무리는 글리치 가득한 검은 화면뿐. 지직거리는 소리가 저를 일으켰습니다. " ... 허억. 허... 하아. "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살펴보면 온몸이 식은땀에 젖어있습니다. 허리는 욱신거리고, 머리는 쥐가 날 것 같습니다. 본능적으로 저는 잠옷을 손으로 더듬거렸습니다. 잠옷이 이상하게 엉켜선 몸을 조르고 있었습니다. 이러니 매번 잠을 잘 때마다 뒤척이지요. 대충 웃옷을 벗어던진채로 저는 찬물을 연거푸 들이켰습니다. bloc party의 signs. 적당히 울려 퍼질 만큼의 볼륨으로 노래를 틀었습니다.
◆jg0nzPa08o1 2018/03/28 17:08:10 ID : JRzPg1vg7wF
어느 정도 저 자신을 정돈한 후, 저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선배는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 좋은 아침이지. " " 네. 선배, 저번에 빌려주신 책이랑 노트, 돌려드려야 하는데. " " 원론? 뭐, 그래. 밥은 먹었어? " " 아뇨, 아직. " " 그럴 것 같더라니. 나와. " 선배는 별말 없이 전화를 끊었습니다. 딱히 할 말이 없을 때 선배의 대화법은 늘 똑같습니다. 과점퍼를 입은 후 비니를 눌러쓴 채로 저는 대학 앞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수첩을 건성으로 뒤적이고 있던 선배는 저를 보자, 수첩을 집어넣고는 이리 오라는 듯 손짓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해서라도 어느 정도 겉치레식 인사를 했지만, 지금은 누나 동생같은 사이가 된 지 오래라 저희 둘은 따로 화려한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제 눈인사가 선배에게 닿은 후, 서로는 정한 곳도 없이 무작정 걷기 시작했습니다.
◆jg0nzPa08o1 2018/03/28 17:18:01 ID : JRzPg1vg7wF
" 학교에 나올 생각은? " " 아직은 없어요. " " 복학을 너무 늦게 하면 너만 곤란할걸. 남들이랑 말 붙이는 것도 어려울 테고. " " 그거야 뭐... 지금도 그렇잖아요. " " 나랑 말하는 정도로 남들한테만 하면 참 좋을 텐데. " 선배는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저 역시도 지금처럼만 남들에게 대한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역시 그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과 대화를 하려고 하면 배가 아파집니다. 입술은 점점 말라가고, 머리는 복잡해져 갑니다. 대화가 10분을 넘어가면 마치 죄라도 추궁받는 사람이 된 것처럼 불안해집니다. 가시방석 위에 앉은 것만 같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선배처럼 익숙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저기로 가자. " 선배가 제게 가리킨 곳은 골목 구석에 숨어있는 식당이었습니다. 국물 요리를 기본 베이스로 잡은 듯한 가게 이름이 인상 깊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터미널 근처이기 때문이었을까요. 테이블에는 버스 기사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중년부터 군인, 연인들과 운동부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 여기, 빌렸던 책들이에요. " " 당장 안줘도 된다니까 그러네. " 물론 선배는 제가 돌려주려는 책들을 마지못해 받았습니다.
◆jg0nzPa08o1 2018/03/28 17:48:46 ID : JRzPg1vg7wF
한동안 저희는 서로 말이 없었습니다. 제 쪽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선배가 말문을 열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적막은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가 들릴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 참, 선배. 저번에 주셨던 카메라, 최근에야 꺼내서 써보고 있어요. " " 지금까지는 안 쓰고 있었다는 거잖아. 너무하네, 큰 맘 먹고 준건데. " " 선배도 안 쓰던걸 저한테 처분한 거잖아요. 중고로. " 하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카메라는 제게 있어서 세상을 부담 없이 바라볼 수 있는 도구였으니까요. 반쯤 과장해서 말한다면,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저는 사람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다는 안도감이 좋았습니다.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거리감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있어요. " " 세상에... 네가? 동네를 돌아다녀? 너 밖에 나가면 배 아프다고 싫어했잖아. " " 그래서 초저녁에 나가요. 밤이 되면 어두워져서, 실질적으로 찍는 사진은 몇 장 안 돼요. " " 그래도 네가 스스로 밖에 나간다는 말을 들으니 조금 안심이야. " " 선배가 왜 제 몫까지 걱정을 해요? " " 내가 너를 갖고 놀기만 하면 불공평하잖아. 너한테 저지른 장난을 생각하면 내가 너무 미안해서... " 어색한 연기를 하던 선배는 제가 반응이 없자, 뻘쭘하다며 역으로 제게 짜증을 부렸습니다. 이후, 선배는 먼저 계산을 끝낸 후, 나중에 한번 찍은 사진들을 보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먼저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저는 다시 살살 배가 아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만, 모처럼 이른 시간에 나왔기에 뭔가를 하고 돌아가자고 생각했습니다.
◆jg0nzPa08o1 2018/03/30 15:21:03 ID : JRzPg1vg7wF
될 수 있는 대로 사람이 많지 않은 곳 중에서 저는 제가 있기에 적합한 곳을 엄선했습니다. 보통 그런 곳이라면 서점이나 간이역 정도가 좋습니다. 혹은, 근처 부둣가로 나가는 것도 좋겠죠.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오늘은 대로로 크게 뻗어있는 아치형 다리로 향했습니다. 묘한 구조 덕분에 이 다리는 높은 곳에서 전반적인 도시 풍경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바로 앞으로는 터미널이 자리 잡고 있고 이 터미널을 기점으로 도로가 보기 좋게 사방으로 뻗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오고 가는 사람들과 버스를 구경하다 보면 하루는 정말 빠르게 지나갑니다. 저는 다리 위로 올라선 다음, 늘 가지고 다니던 사진기를 꺼냈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 주변의 밝고 어두움을 살핀 후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를 조절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1시를 조금 넘긴 시간대입니다. 한창 화창할할 때니까, 사진이 너무 밝아지지 않게 신경 쓰는 편이 좋습니다. 한 시간대에서는 사진을 3번 이상 찍지 않는다. 스스로 정한 규칙입니다. 머물러서 사진을 여러 번 찍으면 미련이 남아서, 아까운 시간만 버리게 됩니다. 그렇기에 한 번 찍을 때 확실하게 찍는 편이 좋습니다. " ... 허. "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하자 숨이 막히는 것만 같습니다. 저는 얼른 시야 앞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했습니다.
◆jg0nzPa08o1 2018/03/30 15:45:29 ID : JRzPg1vg7wF
카메라의 렌즈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현실보다 훨씬 보기 좋습니다. 그곳에는 부담도, 압박감이나 경쟁도 없습니다. 바쁘게 다니는 사람들도 셔터를 거쳐서 다가오면 활기로 바뀌어 보입니다. 터미널에서 2대의 버스가 동시에 빠져나올 때, 저는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기를 몇 시간. 시계를 보니 7시를 지나서 한참 어둑해져 있었습니다. 제 등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져 있었습니다. 다리는 피곤을 호소하며 당장 주저앉자고 속삭입니다. 몇 시간 동안 서있는 채로 사진만을 찍었으니 피곤할 법도 합니다. 저는 다리에서 내려오면서 제가 찍은 사진들을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터미널에서 나가는 버스. 강변. 부둣가 사진 등등. 두 빌딩 사이를 지나가는 새때를 찍은 사진은 제법 만족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아파트가 가득한 단지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건물 숲 속으로 드리운 보라색 하늘. 옛 사람들이 진작부터 이런 아름다움을 알았더라면, 아파트는 지금보다 몇백 년은 더 일찍 지어 지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저는 하늘을 담기 위해서 카메라를 들어 올렸습니다.
◆jg0nzPa08o1 2018/03/30 15:54:24 ID : JRzPg1vg7wF
사진을 찍으려던 중, 나풀거리는 것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깃발인 걸까 싶어서 초점을 옮겨 저는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입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옥상 난간의 앞에 서서 하염없이 도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넋을 놓은 채로 그녀를 카메라 속에서 응시했습니다. 짧은 산발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리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눈은 차츰 깨기 시작하는 네온사인들에 비추어져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눈매는 우울함을 머금어서 자조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따금 입가가 움직이면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저는 반사적으로 제게 벌칙을 내렸던 그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 아이와는 묘하게 다른 생김새입니다. 사진기에 의존해서 버티고 있던 저와는 다르게, 그녀는 아무런 도구도 없이 두 시간 정도를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녀의 눈은 세상을 걸러낼 수 있을 만큼 강인한 모양입니다. 저는 왠지 모를 열등감에 사로잡혔습니다. 10분쯤 지켜보려다 가려 했던 저는 어느새 다리 벤치에 앉아서는 시간을 그 자리에서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jg0nzPa08o1 2018/03/30 16:12:04 ID : JRzPg1vg7wF
카메라를 잠깐이라도 내려놓았다가 다시 바라보면 그녀가 사라져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저는 한 손으로 카메라를 쥐고 반대 손을 풀어주는 것을 반복하면서 피로를 덜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결심한 듯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알았지만, 그녀는 옥상에 맨발로 서 있었습니다. 흰색의 원버튼 블라우스에, 바지는 스키니 진입니다. 그녀는 허리 높이까지의 철창을 맨발로 밟고 넘어가려 했습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놀라 소리쳤습니다. 옆에서 개와 함께 산책하던 중년의 남성이 덩달아 놀라고, 저먼 셰펴드는 저를 향해 매섭게 짖기 시작했습니다.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 저는 급하게 사과를 하고 시선을 카메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저와 그녀는 렌즈 너머로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불쾌하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몇 초 정도 바라보다, 뭔가를 중얼거리고 그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저는 긴장의 끈이 풀림과 동시에 벤치 위로 늘어졌습니다. 근 몇 년간 이렇게 흥미로운 피사체는 처음이었습니다. 분명, 그때 그 아이는 그랬습니다. 제 행동이 앞으로 남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행동하라고. 어쩌면, 저는 또 괜한 오지랖을 부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차하면 이대로 경찰에 잡혀가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을 잠재우고도 남을 만큼, 저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다음에도 이 시간에 그녀가 나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 생각뿐입니다.
이름없음 2018/04/01 01:45:27 ID : Ve43QoGnvg7
우악 지금 뭐야
◆jg0nzPa08o1 2018/04/01 12:48:11 ID : JRzPg1vg7wF
무슨 문제 있어?
◆jg0nzPa08o1 2018/04/01 12:59:06 ID : JRzPg1vg7wF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다리의 피곤이 온몸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보다도 오래 밖에 있었으니, 몸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는 길에 들른 편의점에서 샀던 레토르트 식품에 뜨거운 물을 붓고 나서 타이머를 맞춰둡니다. 그리고 조리가 될 동안 저는 소파 위로 늘어졌습니다. 그녀는 저를 보고 입을 뭐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다른 사람을 보고 중얼거렸을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연을 제가 멋대로 해석하는 건 아닐까 의심도 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내 타이머가 울리면서 제 추리는 짧게 정리되었습니다. 확실히 남을 보고 그런 건 아닙니다. 또, 분명 뭔가를 말하기는 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제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요. 본적도 없는 사람인데 말입니다. 조금 억지를 부려보아도 닮았던 아이는 제게 벌칙을 준 아이 한 명뿐인데, 그 아이라면 저를 모른 척 할 리가 없습니다. 한다면 욕을 했겠죠. 그 눈은 처음 보는 사람을 보는 눈이었습니다. 확실하게 그 아이는 아닙니다. " ... 앗, 뜨뜨... 씁. " 레토르트 식품이 뜨거워서 혀를 데이자, 저는 혀를 내밀며 젓가락을 내려놓았습니다.
◆jg0nzPa08o1 2018/04/01 13:10:59 ID : JRzPg1vg7wF
이후 끼니를 간단하게 해결하고 나서, 저는 알람을 모처럼 일찍 맞춰두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 뒤 일어난 시간은 아침 8시. 평소의 일과에 비하면 굉장히 이른 시간입니다. 할 일이 생겼습니다. 사람이 붐비는 오후가 되어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평소보다 무리해서 일어났기에 눈꺼풀이 무겁습니다. 이불에서 빠져나오는 데까지 엄청난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어제같이 흥미로운 경험이 아니었다면, 저는 다시 잠들었을 것입니다. 조깅을 하듯 가볍게 차려입은 후, 비니를 눌러쓰고서 사진기를 챙겨 들고 저는 집을 나왔습니다. 아침 바람은 아직 쌀쌀하고, 주변은 환하다 못해 눈이 부십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 밤과는 다른 의미에서 참 속 편하고 좋습니다. 저는 이후 그 다리까지 걸어갔습니다. 다리에 도착하고는 어제의 상황을 카메라를 들고서 재현하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멈춰선 곳. 바로 그 건물. 저는, 그 건물을 향했습니다. 영화 속 탐정, 혹은 스토커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jg0nzPa08o1 2018/04/01 13:25:41 ID : JRzPg1vg7wF
사진기로 찍었던 것과는 다르게, 아파트는 제법 멀리 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가는 길이 복잡합니다. 이곳저곳 돌아서 가야 해서 보이는 것보다도 아파트는 멀었습니다. 제법 낙후된 아파트 단지에서 저는 얼추 거리를 가늠해서 한 아파트로 들어갔습니다. 1층 우편함은 상당히 너저분했습니다. 어떤 칸에는 전단이나 고지서가 잔뜩 들어있고, 어떤 칸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들어있었습니다. 저를 인식한 천장의 조명이 켜졌지만, 그 조명도 썩 밝지 않았습니다. 저희 집이랑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묻지도 않고 저는 발걸음이 시키는 대로 옥상을 향해서 올라갔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옥상은 잠겨있었습니다. 들어가고 싶다면 관리인에게 따로 말을 해야 하는 듯싶었습니다. 외부인인 이쪽은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좀 아쉽습니다. 옥상에서의 시야를 좀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 말입니다. 그 옥상에서는 뭐가 보이는지. 어떤 기분인지. 저는 그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제가 망연자실한 채로 문 앞에서 주저앉자, 바로 앞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관리인인 모양입니다. 관리인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름없음 2018/04/01 19:58:25 ID : Ve43QoGnvg7
아니.. 재밌게 보던 소설인데 만우절 보고 진짜 종료된 줄 알고 놀래서 온 것 뿐이야
◆jg0nzPa08o1 2018/04/02 17:54:37 ID : JRzPg1vg7wF
그랬구나. 앞으로도 재미있게 읽어줘.
◆jg0nzPa08o1 2018/04/02 18:06:27 ID : JRzPg1vg7wF
" 거기 누구십니까? " 관리인은 경계적인 태세와는 다르게 제법 신사적인 태도로 제게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저는 얼른 쓰고 있던 비니를 벗어버리고는 사진기를 들어 보여줬습니다. 비니를 쓴 채로 얘기하면 정말 수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저는 입꼬리도 올렸습니다. 당연하지만, 관리인은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 저... 저는,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니까, 이 옥상에서 꼭 한번 찍어보고 싶다. 그런... 그런 겁니다. " 초면인 사람과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은 간만입니다. 아랫배가 슬슬 아파지는 게 느껴집니다. 관리인은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송골송골 타내려가고 있습니다. 관리인이 이내 성큼성큼 제게 다가오자, 저는 지레 겁을 먹고는 벌떡 일어나버렸습니다. 하지만 관리인은 딱히 저를 밀쳐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대로 관리인은 옥상 문을 열쇠로 열었습니다. " 덱은 외부인이신 듯한데, 외부인에게는 옥상을 열어주지 않소. 정 찍고 싶으면 내가 확인하는 이 시간에 일찍 나오시든가 하면 되겠지. " 이내 관리인은 제게 자신이 있을 동안만 사진을 찍으라는 말을 당부하고, 목에 가라앉은 가래를 정리하듯 불편한 기침을 몇 번 했습니다. 저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꾸벅이고는, 옥상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jg0nzPa08o1 2018/04/02 18:19:32 ID : JRzPg1vg7wF
옥상으로 들어서자, 도시의 전경이 또 한번 제 눈으로 들어왔습니다. 다리에서와 비슷하게 주변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다리에서와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이건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특이점이었습니다. 아파트 앞에 있는 빌딩이 교묘하게 아파트로 들어올 빛을 가려버리기 때문입니다. 다리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는 주변에 빛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그 빛 때문에 눈이 부십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닿을 수 없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과 버스를 보낼 뿐입니다. 제가 서있던 다리는 외톨이 다리입니다. 반면 아파트에서는 다리 너머의 세상을 볼 수 없습니다. 그저, 다리와 주변만이 옅게 보입니다. 그 사방은 빌딩들이 짓궂게 가로막아서, 햇빛조차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이한 양지는 아침을 남색으로 칠해버립니다. 저는 그녀가 서있었던 자리에서 하염없이 다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사진기를 들어서 한 장 찍었습니다. 양지와 음지의 경계는 정확히 다리와 빌딩 부근을 기점으로 가려졌습니다. 그녀는 줄곧 이런 풍경을 보고 있었구나. 저는 차가운 펜스를 손으로 붙잡은채로 서 있었습니다. 마음만 같아서는 맨발로 펜스를 넘어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다시는 이곳에 올 수 없어질까 봐 그것만큼은 참기로 했습니다.
◆jg0nzPa08o1 2018/04/02 18:30:03 ID : JRzPg1vg7wF
" 사진은 잘 찍으셨소? " " 네. 그, 덕분에요. 감사합니다. " " 자네는 사진 찍는 센스가 독특하구만. " 제가 사진 찍는 것을 바라보던 관리인은 제게 걸어와선 제가 사진을 찍었던 방향을 똑같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말에 무슨 뜻이냐며 관리인에게 물음을 표했습니다. " 보통은 여기서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 높기는 한데, 빌딩이 아침 빛을 다 잡아먹거든. " " 그렇지만, 저기 너머... 그러니까, 빛이 가려지는 부근이... " " 그러니까. 나는 나쁘다는 말은 하지 않았소. 독특하다고 했지. " " 아... 네. 뭐... 저, 다음번에 이 시간에 또 와도 괜찮을까요? " " 이 시간대에 일어날 수 있다면. 뭐, 부지런한 사람들은 으레 하는 일이지만. " 관리인은 그런 저를 먼저 내려보낸 후, 옥상 문을 닫았습니다. 저는 사진기 속에 있는 사진을 계단을 내려가면서 계속 바라봤습니다. 머릿속으로 찍은 사진에 어두운색의 톤을 입혀봅니다. 그리고는 가로수와 그 근처에 밝은 색을 덧칠합니다. 그녀가 밤에 봤던 풍경은 이런 느낌이겠죠. 집에 가서 컴퓨터에 연결을 시킨 후, 좀 더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jg0nzPa08o1 2018/04/04 15:32:20 ID : JRzPg1vg7wF
그대로 집에 도착한 저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물을 데워놓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마실 것이 있어야 뭔가를 할 기운이 생깁니다. 버릇 같은 것입니다. 옷을 정리하는 그 짧은 몇 분 사이 전기 주전자에는 빨간 불빛이 들어왔고, 저는 믹스 커피 가루를 녹인 컵을 들고서 컴퓨터에 앉았습니다. 오늘 찍은 사진을 컴퓨터를 통해서 바로 열었습니다. 딱히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사진을 조정한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 상태 그대로 확인을 할 뿐입니다. 그저 당장 찍었을 때에는 놓쳤을지도 모를 사소한 배경들을 살펴보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컴퓨터의 경우에는 확대도 할 수 있는 만큼, 이런 용도라면 더욱 제격입니다. " ... " 저는 답답한 기분에 몸을 이완시키며 의자를 뒤로 늘렸습니다.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녀가 이곳에서 몇 시간을 보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조금 거리를 두고 멀리서도 보고, 배경 속 건물 구석구석을 뒤져봐도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단순히 그곳에서 뭔가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단순한 추리만이 떠오릅니다. 사고를 위한 재료가 너무 부족합니다.
◆jg0nzPa08o1 2018/04/04 15:54:59 ID : JRzPg1vg7wF
그렇다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에는 성이 차지 않습니다. 그녀는 자살을 시도했고, 자살 전에 잠깐 경치나 바라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자살 시도를 내게 들킨 것이다. 이런 단순한 결론을 내리자니 이성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어떠한 결론을 내려도 확고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저는 사진을 본지 30분 만에 다른 갤러리로 넘어갔습니다. 과거에 찍었지만 언제 찍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오래된 사진들이 담긴 갤러리. 막연하게 그런 사진도 찍었지,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 갤러리입니다. 예전에 살던 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곳으로 오고 나서부터는 부쩍 건조한 사진들만을 찍고 있지만, 이때 찍은 사진들은 돌아봐도 웃음 짓게 만들 만큼 묘한 즐거움이 숨어있습니다. 사진들 속에는 벌칙을 받기 전, 그 아이와 찍은 사진들도 있습니다. 별다른 감정도 느끼지 않습니다만 애착이 가는것은 저 자신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혹은, 제가 이해하기를 거부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진을 둘러보던 중, 저는 불현듯 그 사진들을 화면에 여러 개 띄어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머리를 곰곰이 짜기 시작합니다. 제가 이 당시 있었던 지역이 어디였는지. 애써 묵혀두었던 기억들을 헤집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곳에 다시 가고 싶어졌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진을 찍고 싶어졌습니다. 밀려오는 충동 속에서 저는 서핑을 하기 시작합니다.
◆jg0nzPa08o1 2018/04/04 16:08:47 ID : JRzPg1vg7wF
물론 가고 싶다고 해서 지금 당장 갈 수는 없습니다. 저는 한참 집 안에만 박혀있던 사람입니다. 갑자기 먼 곳으로 나갈 생각을 하면 숨부터 막힙니다. 한동안은 이곳에서 어떻게 갈지, 혹시 몇 박 몇 일 묵어야 하는 거리는 아닌지 사전에 조사를 해야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제 기억속 장소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겠지요. 하필이면 그 날 벌칙을 받은 후로 이전의 기억이 필름처럼 듬성듬성 끊겨버린 게 화근이었습니다. 저는 먼저 사진 중에서 그 지역의 큰 외관을 담고 있는 사진을 복사한 후, 다른 폴더에 옮겨 넣었습니다. 그 사진들을 통해 대략적인 약도를 그려낼 것입니다. 중요해 보이는 풍경을 담고 있는 사진은 따로 그려보기도 하겠죠. 앞으로 한동안은 이 약도와 가장 비슷한 지역들을 몇 개 추려낼 예정입니다. 잘되었습니다. 집에 혼자 있을 때 할 일이 늘어났으니까요. 그렇게 사진들 정리를 끝낸 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남으로 인한 피로를 맞이한 저는 침대 위로 드러누웠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자다 깨어나니 초저녁입니다. 배가 출출하니 레토르트 식품도 사러 가야겠습니다. 저는 나가는 길에 사진기를 집어 들었습니다. 조금 멀리 돌아서 가야 하겠지만, 오늘도 그 다리를 건너서 갈 것입니다. 행여라도 있다면 사진기 렌즈를 통해서 지켜볼 생각입니다. 셔터는 누르지 않고서 말이죠.
◆jg0nzPa08o1 2018/04/09 00:33:23 ID : JRzPg1vg7wF
오늘도 옥상 위 그녀를 만났을 때처럼 늦은 시간입니다. 어둑어둑해진 시간대에 다리 위로 올라가서, 저는 그 아파트가 보이는 벤치에 자리 잡기로 합니다. 차량이 다리 아래로 지나갈 때마다 타이어가 아스팔트 위로 구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제가 그곳에 자리를 잡고 옥상만을 쳐다보기를 30분. 옥상 위로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그 날과 똑같습니다. 그녀는 옥상에서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왜 도로만을 바라보고 있는 건지. 저는 알 수 없었습니다. " 뭘 그렇게 보고 있어? " " ... 헙. " 저는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시야를 카메라에서 소리가 들린 뒤쪽으로 옮겼습니다. 선배입니다. 선배는 쓰고 있던 스포츠 캡을 벗고는 긴 생머리를 한번 정리하며 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손에 들린 것은 비닐 봉투. 아마, 선배는 밤에 먹을 주전부리를 사 오던 길이었던 모양입니다. " ... 원래부터 여기로 자주 다녔어요? " " 어, 뭐 그렇지.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야. " " 선배는 귀신같네요. 제가 여기 있는 걸 용케 알았어요. "
◆jg0nzPa08o1 2018/04/09 00:39:56 ID : JRzPg1vg7wF
" 내가 귀신같긴 하지만, 그건 억측이지. " 선배는 제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 봉투에서 캔 음료를 한 캔 꺼내서는 제 이마에 적당한 힘으로 부딪혔습니다. 제 이마에는 순간 경쾌한 알루미늄 소리가 울렸고, 저는 아프다며 항변했습니다. " 엄밀히 따지자면 귀신같은 건 너잖아? 평소 저녁때는 나오지도 않던 애가 갑자기 내가 가는 길목에 나타나고. " " 저번에 얘기했잖아요. 저녁때마다 사진 찍는다고. " " 그래서, 뭘 찍고 있었는데? " " 저기, 아파트 옥상에 사람 보여요? 어제부터 보고 있었거든요. " 선배가 캔을 따자, 탄산 흘러나오는 소리가 들려 나옵니다. 제 말에 따라서 옥상을 바라보던 선배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이 반응을 처음에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중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아차 싶은 생각에 얼른 선배를 다시 바라봤습니다. 선배는 순간 복잡한 표정을 짓다 무표정으로 정색하며 저를 바라봅니다. 선배의 생각에 저는 여자를 스토킹하는 놈으로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찰나, 선배는 갑자기 헤실댔습니다. " 흐응-. 흥. 저 여자가 마음에 드는 피사체구나? " " 아뇨. 마음에 든...다는 표현이 맞긴 한데, 별다른 생각은 없어요. " " 별다른 생각이 없다면 계속 이렇게 감시할 이유가 없잖아. "
◆jg0nzPa08o1 2018/04/09 00:47:24 ID : JRzPg1vg7wF
" 그건 맞는 말인데요. 일단 정정해주세요. 감시는 아니에요. " " 글쎄. 네가 하는 행동은 일단 감시 비슷한 맥락인 것 같은데. " " 저 여자의 행동이 이상해요. 어제, 저렇게 한참을 서 있다가 난간을 타고 넘어가려 했거든요. " " 그래? 떨어지려고 그러나 봐. 떨어지면 찍을 거야? " " 불길한 소리 하지 마세요. 아무튼, 솔직히 저도 왜 이걸 계속 보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결백해요. 사심 같은 건 없어요. " 선배는 제 말을 들으면서 이따금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선배도 제가 이상한 목적으로 이러는게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후, 저는 선배가 자리를 옮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선배는 뜻밖에도 끝까지 저와 함께 앉아있었습니다. 가끔 제게서 카메라를 받고는 그녀를 멍하니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선배도 조금은 호기심이 생긴 모양입니다. 다시 카메라를 받고, 관찰하기를 또 1시간이 훌쩍 지났을 때. 어제처럼 그녀는 다시 난간을 오르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놀라서 카메라를 내려놓자, 선배는 제가 소리치기 전에 미리 손으로 입을 막았습니다. " 닥치고 카메라로 지켜나 봐. " 선배가 무슨 생각인지, 저는 알 수 없었습니다.
◆jg0nzPa08o1 2018/04/09 01:05:40 ID : JRzPg1vg7wF
저는 우선 군말 없이 선배의 말대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난간을 맨발로 타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안 되는데 싶은 생각에 저는 선배의 손을 떨어트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가 멈칫했습니다. 이윽고 그녀는 이쪽을 바라봤습니다. 두 번째로 서로 눈이 맞은 순간입니다. 그녀는 이번에는 저번보다 좀 더 오랫동안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무런 말 없이 난간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한번 흘겨보다 돌아갔습니다. 그것을 확인한 후에야 저는 선배의 손을 제 입으로부터 떨어트렸습니다. " ... 자살하지 않을 것을 어떻게 알았어요? " " 글쎄. 저 아이는 자살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데. " " 하지만 분명 넘어가려고 했잖아요. " " 나 같으면 저런 식으로는 자살하지 않을 거야. 그런 사람들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가기를 바라거든. 그런 의미에서 저건 너무 튀는 것 같네. " 선배는 그제야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났습니다. 볼거리는 다 봤다는 표정입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분명 그녀는 난간을 넘어서려고는 했지만, 자살이라고 하기에 그것은 사실 굉장히 번거로운 방법입니다. 제 억측이 깨지는 경쾌한 감각에, 저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덤으로, 저는 그녀에게 좀 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 뭐, 아무튼. 이거라도 좀 열심히 해봐.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고. " " 선배는 이런 제가 안 이상해요? " " 이상하긴 한데, 너는 딱 그 정도만 이상해서 괜찮아. 그 이상이나 이하로 이상한 사람은 싫거든. " 선배는 잘 돌아가라며 인사를 하고는 다리의 반대편으로 걸어가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 이후에도 약 20분 정도 자리에 앉아있은 후에야 일어서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옥상에 가봐야 하니까요.
이름없음 2018/04/21 18:24:15 ID : Ve43QoGnvg7
스레주 ㅠㅠ 나 덩말 재밌게 읽고 있었는데 어디 간 거야
◆jg0nzPa08o1 2018/04/24 14:06:21 ID : JRzPg1vg7wF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가 않아서 보류해버렸어. 나중에 좀 더 가다듬은 소설을 다시 써보기로 할거야.
이름없음 2018/05/09 18:00:50 ID : Ve43QoGnvg7
스레주 기다리고 있어! 언제든 돌아와줘!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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