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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3PctAqmE2 2018/04/09 03:32:33 ID : AmLglzPbdDs
우리 가족을 일컫을 말을 이제야 찾았어. '사별가족'. 스레더즈에서 이야기했던 적이 있어서 어쩌면 본 사람도 있을 거야. 우리 오빤 소아암으로 오래 아팠어. 몇 번이나 재발했고, 그러다 작년 3월에 하늘나라에 갔어. 어머닌 반 년 좀 안 돼서 오빠를 따라가셨고. 오빠랑 어머닐 보내고, 아버지는 일에 매달리고 계셔. 쉬는 날엔 성당 일을 열심히 하시고. 성당은 오빠랑 어머니를 보낸 뒤에 다니기 시작하셨는데, 위안이 되시나 봐. 난 종교 같은 걸 믿지 않으니 잘 모르겠지만...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겠지 싶거든. 나는 정말 견디기 못할 만큼 고통스러웠어서. 잠도 거의 못 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해도 시작했어. 그 전까지 난 자해하는 그 심리가 어떤 건지 잘 몰랐었는데, 진짜 신기하게도 손목을 그으면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꼭 마약처럼, 중독 돼서 멈출 수 없었어. 안 그러면 너무 힘들었거든. 앞뒤 안 가리고 학교에서까지도 손목을 썰어대곤 했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정신과도 다니기 시작했고, 학교에서 이래저래 배려해 줘서 가끔 얼굴만 비치면서 학적 유지하다가, 작년 겨울방학 끝나고 그냥 자퇴했어. 우리 집은 그냥 그대로야. 유품 정리도 전혀 안 했고, 오빠한테서 나던 약 냄새까지도 집에 그대로 배어 있어. 오빠 간 지 일 년도 더 됐는데. 마지막 반 년은 쭉 병원에 있었으니, 오빠가 집에 못 온 진 일 년 반이나 됐고. 근데도 아직 약 냄새가 난다. 진짜 신기하지. 조금 희미해지긴 했지만, 오빠 숨에서, 땀에서 나던 냄새 그대로야. 오빠가 쓰던 물건들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지금 당장 오빠가 돌아오더라도 바로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물론 돌아올 리 없지만. 오빠 너무 그립다. 우리 가족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그래도 어쨌든 살아갈 테니 그냥 기록해 보려고 해. 가끔씩 와서 병원 다녀온 기록이나 일기 같은 걸 적을 것 같아.
◆io3PctAqmE2 2018/12/17 17:38:45 ID : A6nTSILhvxz
안녕.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고마워. 너도 늘 행복하길 바라. 아프지 말고.
◆io3PctAqmE2 2018/12/20 18:11:06 ID : A6nTSILhvxz
오빠가 떠나고, 더는 병원에 가지 않는데도, 안 좋은 아이들의 소식은 계속 들린다. 내가 너무 귀여워했던 M이 재발해서 항암제가 안 듣는대. 지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마음이 힘들다. 왜 그런 나쁜 병이 있는 걸까? 아버지가 M을 붙잡아 주소서, 하고 기도하셔서, 옆에서 따라했어. 난 사실 하나님을 믿진 않지만. 그런 기도라도 누군가 들어준다면 좋겠다. 넌 꼭 나을 거야.
◆io3PctAqmE2 2018/12/21 12:01:31 ID : AmLglzPbdDs
요 며칠 계속 외출을 했다. 학교 다니던 땐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제 예쁘게 하고 다닐 마음이 안 든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그래서인가, 오랜만에 만난, 내 상황을 모르는 어떤 사람이, 지금 '탈코르셋' 중이냐고 물어보더라. 조금 당황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구나. 그냥 삶을 놓아가고 체념하는 게... 그런 운동이나 투쟁으로 보일 수도 있구나. 만약 내 삶이 조각나지 않았다면, 난 어쩌면 주체적으로 '탈코르셋'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내게는 그런 운동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삶의 질을 떠나서... 나는 하루하루 숨을 쉬는 것조차 너무 버거워. 당장 살아있는 것조차 버거우니 어디에도 눈을 돌리거나, 고민하거나, 화내거나, 투쟁하지 않게 된다. 이게 사는 건가?
◆io3PctAqmE2 2018/12/21 12:04:02 ID : AmLglzPbdDs
그 어떤 운동도 나와는 관계 없는 움직임이다... 나는 그냥 어떻게 해야 숨 쉬는 게 편해질지, 이 그리움과 죄책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그런 게 알고 싶어... 오빠 보고 싶다.
◆io3PctAqmE2 2018/12/22 19:02:16 ID : AmLglzPbdDs
오빠한테 다녀 왔다. 오늘 날씨 정말 좋았지. 하늘에 구름이 꼭 계단처럼 깔려 있어서, 저걸 밟고 올라가면 나도 하늘나라에 갈 수 있을까, 생각했어. 아버지는 구름을 보시더니, 저 계단 밟고 오빠가 내려왔겠다고, 지금 우리 곁에 있겠구나, 하시더라. 생각하는 게 이렇게나 다르구나. 우리 아버지는 오래오래 사실 것 같다. 나도 내가 좀 강했으면 좋겠어. 오빠...
◆io3PctAqmE2 2018/12/25 12:50:42 ID : AmLglzPbdDs
성탄절이다. 아버진 새벽부터 성당에 가셨고, 나는 그냥 집에 있어.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고, 밖에 나가지도 않으니까, 성탄절도 내겐 그냥 평범한 날일 뿐이지만... 어쩌면 하늘나라에선 축제의 날일지도. 오빠는 잘 지내고 있겠지. 어머니도 함께 계실 테고. 분명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고 있겠지. 하느님, 저희에게 죽는 날까지 견뎌낼 힘을 주세요. 무너지지 않게 살펴 주세요...
◆io3PctAqmE2 2018/12/26 16:16:34 ID : AmLglzPbdDs
누군가 힘듦을 토로하면 화부터 난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힘듦이 있단 걸 알지만... 하면 안 되는 오만한 생각인 걸 알면서도 속으로는 '네가 나만큼 힘들어?' 하게 된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있겠지, 어딘가에는. 그리고 내가 함부로 남의 힘듦을 판단할 수도 없지. 같은 일을 겪어도 못 견디게 힘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버텨내는 사람도 있고... 각자 버텨낼 힘이 다르잖아. 어쩌면 누군가는 날 보고 고작 저런 일로 저렇게 힘들어한다 생각할지도 몰라. 그래도... 삶이 꼭 이렇게까지 가혹해야 하나?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원망해도 달라지는 게 없단 거 나도 아는데... 난 지금도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려워. 나도 아버지처럼, 견뎌낼 힘을 얻을 곳을 찾게 된다면 좋겠다... 글 쓰는 것도 더는 위로가 안 돼... 너무 힘들다.
◆io3PctAqmE2 2018/12/26 16:18:51 ID : AmLglzPbdDs
이 자기혐오를 멈추려면 죽는 것밖엔 없을 것 같은데. 계속 불행하고 싶다가, 그만 불행하고 싶다가... 죽고 싶다고 속으로 생각하다 무심코 내뱉고 놀란다.
◆io3PctAqmE2 2019/01/02 06:13:27 ID : AmLglzPbdDs
스무 살이 됐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기다리던 나이. 난 내 스무 살이 근사할 줄 알았다. 근데 기다리고 있는 건 그냥 막연한 두려움 뿐이네. 내가 스무 살이 됐어, 오빠. 오빤 그때 그대론데. 오빠는 절대 될 수 없을 스무 살... 그 스무 살.
◆io3PctAqmE2 2019/01/04 04:21:04 ID : AmLglzPbdDs
오빠 보고 싶다.
◆io3PctAqmE2 2019/01/05 21:58:04 ID : AmLglzPbdDs
하루종일 글을 썼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이 프로젝트를 오빠가 어떻게 생각할까. 이게 오빠를 위한 일이 맞다면 좋겠다.
◆io3PctAqmE2 2019/01/07 01:18:36 ID : AmLglzPbdDs
첫 치료종결 땐 정말 즐겁기만 했는데, 재발하고 관해 땐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재발. 조기재발. 상상하기도 싫고, 입에 담기조차 무서운 말이어서, 가끔 말해야 할 땐 'ㅈㅂ'이라고, 초성으로만 말했었다. 부탁할 때도 '제발'이란 말은 안 썼다. 그만큼 마음이 그랬었다. 가족 모두 입에 담지도 못 했던 말.
◆io3PctAqmE2 2019/01/07 01:23:24 ID : AmLglzPbdDs
오늘은 재발에 대한 긴 얘길 했다. 그분이 읽으시더니 아 그렇냐고... 몰랐다고 하신다. 네, 세상엔 그런 병도 있어요. 그런 병과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요. 싸우다 하늘나라에 간 우리 오빠와 다른 친구들도 있어요. 다들 모른다. 안 보인다고 없는 건 아닌데. 아무도 모르고 관심조차 없는 그런 세상. 내가 그렇게 쓴다고 누가 보기나 할까? 맘 편히 모르고 살면 그만일 텐데. 어떤 일로 잠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관심을 가졌다가 또 금방 머릿속에서 지우고, 어떤 일로 잠시 응급실에 관심을 가졌다가 다시 금방 잊고... 난 사람들이 정말 싫어.
◆io3PctAqmE2 2019/01/10 04:59:02 ID : AmLglzPbdDs
한동안 괜찮더니 요즘은 또 잠들 수가 없다.
◆io3PctAqmE2 2019/01/13 05:00:31 ID : AmLglzPbdDs
R이 자꾸 생각난다. 그때 쉼터에서 너랑 나랑 수다 떨다가 갑자기 고개 까닥까닥하면서 춤추고 막 웃었던 거 생각 나. 여섯 살이나 차이 났지만 그래도 R아, 너랑 나랑은 친구였지. 그치. 우린 얘기도 정말 잘 통했는데. 오래오래 살지 그랬어. 열여섯 살과 열 살이라고 하면 나이 차이 정말 많이 나는 것 같은데, 스물한 살과 스물일곱 살이라고 하면 큰 차이는 아닌 것 같고, 예순두 살과 예순여덟 살이면 더더욱 적은 차이 같고. R아, 여섯 살 차이가 아무 것도 아니게 될 만큼 오래오래 살지. 우린 점점 더 가까워졌을 텐데. 보고 싶어. 같이 얘기하고 싶어. 너무 그립다.
◆io3PctAqmE2 2019/01/16 11:32:45 ID : AmLglzPbdDs
이런저런 꿈을 자꾸 꾼다. 글 쓰면서 되짚고 곱씹으면서 막 울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아 그냥 너무 그리워. 보고 싶은 우리 오빠. 병원 친구들. 그리고 학교 친구들도... 너무 그립다.
◆io3PctAqmE2 2019/01/20 01:19:14 ID : AmLglzPbdDs
손목을 그었다. 그었다기보단 깊게 찔렀다. 피가 안 멈춰서 조금 당황했어. 평소에 자해하던 거랑은 달라서. 누우니까 너무 어지럽고 정신이 안 들어서, 아 이대로 잠들면 죽는 걸까 생각했다. 근데 멀쩡히 깼네. 깨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피 흐른 거 언제 다 빨지'였단 게 우습다. 어떻게 해야 죽을 수 있을까. 절대로 어머니 같은 방식으로는 죽고 싶지 않은데. 모르겠어. 사실 내가 죽고 싶은지조차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해 오빠...
◆io3PctAqmE2 2019/01/22 03:57:12 ID : AmLglzPbdDs
아버진 정말 아무렇지 않아 보이신다... 속으로 누르고 계시단 걸 알지만, 너무 잘 지내시는 것 같아 야속하기도 하고... 모르겠다... 세상이 무너지고 조각나버린 건 나뿐인지도 모르겠다.
◆io3PctAqmE2 2019/01/24 04:28:51 ID : AmLglzPbdDs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 오빠. 난 저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
◆io3PctAqmE2 2019/01/27 02:59:47 ID : AmLglzPbdDs
보고 싶다. 오빤 지금 어디쯤 있을까.
◆io3PctAqmE2 2019/01/27 20:07:19 ID : AmLglzPbdDs
아... 너무너무 화가 난다.
◆io3PctAqmE2 2019/01/27 20:18:53 ID : AmLglzPbdDs
진짜 너무 화가 난다.
◆io3PctAqmE2 2019/01/27 20:43:33 ID : AmLglzPbdDs
너 같은 사람들 때문에 그애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각하면 난 그냥 너무너무 화가 나. 너무 화가 나서 주체가 안 된다... 머리 식히고 자야지.
◆io3PctAqmE2 2019/02/02 15:23:29 ID : AmLglzPbdDs
열심히 글을 쓴다. 너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다행이야. 사랑해.
이름없음 2019/02/02 20:03:45 ID : vclhcE3u7e1
나도 스레주 사랑해 :)
◆io3PctAqmE2 2019/02/03 17:45:08 ID : AmLglzPbdDs
귀여워 ㅎㅎㅎ 사랑 고마워. 좋은 하루 보내.
◆io3PctAqmE2 2019/02/09 03:41:17 ID : AmLglzPbdDs
저번에 사별 가족 형제 자매 또래 상담에서 만난 친구가 있어. 그애도 오빠가 아팠었고, 16년 초여름에 하늘나라에 갔대. 그애도 겨울방학 지나고 자퇴했다고 하는데, 뭔가 비슷하게 느껴져서... 금방 친해졌어. 그앤 올해 대학에 간다더라. 이야기 나누다 보니 조금 용기가 생겨서, 요 며칠은 공부하면서 지내고 있어. 명절 되면 마음이 힘들 것 같았는데, 공부하며 지내니 별 생각 안 든다. 나도 너처럼 살 수 있으면 좋겠어.
◆io3PctAqmE2 2019/02/19 06:52:32 ID : bBeY2re6pdO
그럭저럭 괜찮게 지내져서 신기했는데, 그러다가 또 죽을 것처럼 몰아쳐서 무너져내리고 그러네. 어쨌든 시간이 참 잘 가서 신기하다. 열흘이 그냥 지나버렸어. 전보다는 덜 괴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아. 그때도 공부로 도망치려 했었는데, 그땐 도무지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공부 되게 잘 돼. 시간이 약이라는 게 이런 뜻인 걸까? 오빠. 나는 요즘, 절대로 괜찮아지고 싶지 않다가, 너무 간절하게 괜찮아지고 싶다가 그래. 오빤 뭐든 이해해줄 거란 거 알아. 그래도... 이런 것 말곤 오빠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너무 슬프다. 오빠 보러 다녀 오니까 마음이 더 그래. 내가 정말로 이 글을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난 너무 무서워. 내 가장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글로 꺼내 보이는 게 두려워. 내가 할 수 있을까. 이게 정말 오빠와 다른 친구들을 위한 걸까. 내가 얼마나 약한 사람이었는지. 오빠와 우리 가족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오빠.
◆io3PctAqmE2 2019/02/23 06:39:59 ID : AmLglzPbdDs
수요일 오후부터 너무 아팠었다. 으슬으슬하고 이마가 뜨겁더니, 열이 40도까지 올랐었다. 병원에 가니 A형 독감이라고 했다. 기침이 멈추지 않아서 잠들 수가 없었고, 죽을 것처럼 토하고 바들바들 떨면서 며칠을 보냈다. 오빠가 하늘나라에 갔던 재작년 3월에도 A형 독감에 걸렸었다. 딱 이렇게 아팠었는데. 열 올라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때. 마지막으로 오빠를 마주하고 안아볼 수 있었던 기회를 그냥 보내버렸던. 스레더즈에 그 얘길 뭐라고 기록했더라. 누군가 찾아 줬던 저장된 페이지가 이젠 없어서, 잘 모르겠다. 독감에 걸릴 때마다 그땔 떠올릴 것 같다...
이름없음 2019/03/19 13:38:47 ID : vclhcE3u7e1
잘 지내 스레주?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io3PctAqmE2 2019/03/20 08:24:43 ID : 9eNAp83xxCn
안녕, 생각지도 못했는데... 떠올려 줘서 고마워. 난 요즘 그냥 공부하면서 지내고 있어. 또래 모임도 꾸준히 나가고, 글도 쓰고, 잘 지내려 노력하고 있어. 사실 이 스레드 몇 번씩 들락거리면서 글을 쓸까 말까 했는데, 벌써 거의 한 달이 지났네. 난 괜찮아. 잘 지내려고 애쓰고 있어. 고마워.
◆io3PctAqmE2 2019/04/03 20:25:06 ID : AmLglzPbdDs
견딜만하다가도, 어떤 작은 계기로 울컥 올라와서 무너지고 그런다. 그래도 오빠, 우리 너무 잘 지내고 있어. 이렇게 시간이 더 흐르면 G네 가족처럼, 오빠 얘길 하면서 웃을 수도 있을까. 정말 신기할 정도로 괜찮아서, 왠지 이대로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정말로 괜찮아질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너무 괜찮아지고 싶은데, 괜찮아지기 무섭기도 하고 그렇다. 오빠, 나 그냥 캐나다로 갈까? 내가 후회할까? 어떨 것 같아...? 오빤 분명 내 얘기 다 들어 줬을 텐데.
◆io3PctAqmE2 2019/04/18 14:55:15 ID : AmLglzPbdDs
소아암 가족들이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남기는 기록들을 종종 본다. 아는 아이도 있고, 모르는 아이도 있고. 치료 잘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간 아이들, 재발한 아이들, 이제 이식하는 아이들... 잠시 잊고 있다가 문득 떠올라서 둘러보는데. 좋은 소식도 나쁜 소식도 많다. 난 정말 아무도 아니지만, 종교도 없지만, 그래도 그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싶어. 치료 종결한 아이들은 그대로 재발 없이 완치 판정 받기를. 재발한 아이들은 치료 잘 마치고 완치 판정 받기를. 이식하는 아이들은 꼭 잘 생착 돼서 나오기를. 모두 힘든 시간을 잘 지나서, 건강하게 평범하게, 오래오래 잘 지냈으면 좋겠다.
◆io3PctAqmE2 2019/04/25 03:08:58 ID : AmLglzPbdDs
마음은 잠잠한데,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다. 분명히 살아있는데 죽은 것 같은 느낌. 겉은 살아있는데 속은 이미 죽어있는 것만 같다. 내 삶에서 내가 좋아했던 부분들, 내가 즐기고 사랑했던 부분들이 모두 무너져내렸는데,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공부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면서 지낸단 게 웃기다. 언제까지나 손목을 그을 수도, 슬픔과 분노에만 잠겨 살 수도 없는 건데. 그때 정말 힘들었었는데. 오빠에겐 미안하지만, 괜찮아지길 너무 바랐었는데. 그런데도, 그래도, 그때는 정말 살아있는 것 같았어. 지금은 살아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이렇게 괜찮을 수 있는 건지. 근데 사실 안 괜찮아...
◆io3PctAqmE2 2019/05/09 12:52:27 ID : AmLglzPbdDs
왜 그런 병이 왔을까. 왜 재발했을까. 왜 하필 우리 오빠였을까. 남들은 알 필요조차 없는 그런 일들이 왜 우리에게. 왜. 왜 그렇게 갔어. 오빠. 나 진짜 너무 무서워. 나중에 아버지 돌아가시면, 이건 세상에서 오직 나만 아는 기억이 되겠지. 난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어. 너무 무서워.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어. 오빠. 나 어떡하지? 왜 그렇게 갔어. 왜 그렇게 갔어...
◆io3PctAqmE2 2019/05/10 17:17:20 ID : AmLglzPbdDs
우연찮게 옛 친굴 만났는데, 그애도 내게 탈코르셋했냐 물어보더라. 그앨 알던 시절의 한껏 꾸미고 다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게 맞고, 오빠 일을 굳이 설명하고 싶지가 않아서, 그냥 그렇다고 했어. 진짜 먼 얘기다. 탈코르셋은. 나는 그냥 하루하루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힘든데. 탈코르셋에 마음 쓸 여유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 눈엔 그렇게 보인단 게 웃기다... 난 내 삶이 극한에 있는 것 같은데. 멀리서 보면 나름대로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려나. 인권행동 같은 것들까지 하면서. 사실 난 하루하루 겨우 살아있는데도.
이름없음 2019/05/10 17:18:37 ID : Y6Za61A2Fcp
스레더즈에서 보고 새벽까지ㅜ레스 달았던 사람이야...
이름없음 2019/05/10 17:18:56 ID : Y6Za61A2Fcp
에이형 간염 걸렸었구나 그거 유행이라더라
이름없음 2019/05/10 17:22:42 ID : Y6Za61A2Fcp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음 좋겠어ㅠㅜㅠㅠ뭐라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io3PctAqmE2 2019/05/19 05:30:12 ID : AmLglzPbdDs
안녕, 스레더즈에서 봤었구나. 요즘은 공부도 하고 병원도 꾸준히 다니면서 잘 지내보려 노력하고 있어. 기억하고 마음 써 줘서 고마워.
◆io3PctAqmE2 2019/05/26 12:10:59 ID : AmLglzPbdDs
나는 사실은, 내 고통이 제일 크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웃기지만, 내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사별가족 자조 모임에도 나 같은 애는 없는 것 같았고. 그 애들이 자신의 상황, 감정들을 꺼내보일 때 공감하기도 했지만, 때때로 아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가 있을까? 싶기도 했어. 그래 봤자 너희는 멀쩡히 잘 지내고 있잖아, 싶기도 했고. 나는 내 고통만 보고 있었어. 그래서 더 수렁에 빠졌던 것 같아.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한편으로는 안도했어. 오빠, 여기 봐. 내가 이렇게 힘들어. 그렇게. 내가 고통 속에 있는 게 오빠를 위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젠 그냥 조금씩이라도 잘 지내 보고 싶어 제발. 그러려고 애쓰고 있어. 그게 오빠를 배신하는 일은 아니었음 좋겠다.
◆io3PctAqmE2 2019/06/09 03:46:15 ID : AmLglzPbdDs
오빠가 보고 싶은 건지, 그냥 오빠가 있던 시절의 삶이 그리운 건지. 우리 가족이 부서지지 않았던 때가 그리운 건가 봐, 아마도. 오빠만 있으면 다 괜찮았을 텐데. 왜 하필 오빠였을까. 난 지금도 이해가 안 가. 왜 내가 아니라 오빠였을까. 오빠. 왜 오빠였어.
◆io3PctAqmE2 2019/06/21 23:24:47 ID : AmLglzPbdDs
나중에 아버지 돌아가시면 진짜 어떻게 지내지. 이게 나만의 일이 되면 난 도대체 어떻게 살아, 오빠? 나 말고 아무도 오빨 기억하지 못 하고 알지도 못 하게 되면, 이게 오로지 나만의 기억이 되면, 그걸 어떻게 나 혼자 버텨내지? 어떻게 그러지? 그런 생각을 하면 너무 무서워서 숨 쉬기가 어려워.
◆io3PctAqmE2 2019/07/11 01:53:25 ID : AmLglzPbdDs
Y랑 밥 먹고, 같이 추모 공원 다녀 왔다. Y네 언니도 같은 곳에 있어서. 같이 다녀왔어. 언니 앞에서 Y는 진짜 펑펑 울더라. 뭔가 부러웠어. 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게 버릇이 됐나 봐. 우는 Y 옆에서 조용히 오빠한테 보낼 편지 쓰고... 오빠 있는 방으로 가려고 일어나니까 Y가 금방 추스르고 따라 와 줘서... 같이 오빠 앞에서 또 한참 있다가... 나도 울고 싶었는데 눈물이 안 나서, 난 못 울겠어 그냥 가자 ㅋㅋㅋ 하고 나왔어. 그리고 Y랑 가로수길에서 한참 놀다가 저녁 먹고 헤어졌다. 그러고 집 와서 누우니까 그제서야 눈물이 나더라. 오늘은 그렇게 지냈어, 오빠. 내가 살가운 동생은 아니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잘 표현하진 못 해도 항상 그립다. 오빠. 나 캐나다에서 지내려고 하는데... 괜찮은 것 같아? 나 잘 지내보려고 정말 애쓰고 있어. 이기적이지만... 오빠 없는 세상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 줘.
◆io3PctAqmE2 2020/01/18 05:33:50 ID : mNtg1A7wE8k
오빠.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잘 지내고 있으니 오빠 생각이 전처럼 많이는 안 나더라. 캐나다에서 좋은 분들이랑 매일 웃고 즐겁게 지냈는데, 그래도 밤이 되면 내가 이렇게 웃어도 되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막 그랬어. 오빤 그렇게 아프다 갔는데... 몇 년이나 지났다고 캐나다로 도망 가서 너무 잘 지내서 미안해 오빠. 한국 오니까 그제서야 오빠랑 어머니 생각이 막 난다. 내가 별로 살가운 동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빠는 내 맘 한 켠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야. 이따 낮에 보러 갈게 오빠. 나만 너무 잘 지낸다고 미워하는 건 아니지? 너무 미안해
◆io3PctAqmE2 2020/04/17 04:48:00 ID : bbeK7AmK1wo
오빠 안녕. 끔찍한 바이러스로 세상이 들썩들썩해. 나는 1월 중순에 잠시 한국에 왔는데, 바이러스가 날로 기승이어서 발이 묶였어. 나 오빠 가고부터는 집에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서, 아니 사실 오빠가 떠난 재재작년 봄 이후로는 여기 나쁜 기억들 뿐이어서 집에서 계속 지내기가 사실은 조금 두려웠거든. 캐나다에선 무척 즐겁게 지냈는데, 거기서 끌어올린 마음이 이 집에서 와르르 무너져내릴까 봐 겁났어. 근데 결국 이렇게 잘 지내고 있네. 얼마 전엔 <너를 만났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혈액암과 싸우다 별이 된 사랑스러운 아가랑 그 가족 분들 이야기더라. 아가를 VR로 모델링해서 아가랑 어머니가 가상으로 만나는 프로젝트였는데, 그냥 사진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서8병동 모습들도 그렇고 모든 게 다 옛날을 떠올리게 해서 자꾸 눈물 나고 맘이 이상했어. 오빠 생각도 많이 나고 다른 친구들도 많이 떠오르고, 그냥 떠오르는 얼굴들이 너무 많아서. 근데 다큐멘터리 자체는 별로였어. 누군가의 아픔을 소재로 하려면,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담아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어쩜 그렇게 관찰하는 시선으로 찍어낼까 싶었어. 제작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면 저렇게는 찍지 않았을 텐데... 굉장히 무례하단 생각이 많이 들었어. 누군가 내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너무 아프고 또 너무 소중한 기억을 꺼낸다면... 난 절대 저렇게는 안 찍을 텐데. 그래도... 내가 삐딱한 거면 좋겠어. 너무 멋지셨던 아가 어머니랑 다른 가족 분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분들이 한없이 행복하시기를. 오빤 워낙 아가들을 좋아했잖아. 거기서 그 아가도 많이 챙겨 줘. 오빤 안 그래도 아가들 한 명 한 명 잘 챙겨주고 있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원히 괜찮아질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니. 나 생각보다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지? 오빠가 정말 지켜봐 주고 있다면 좋겠다. 나 너무 잘 지내, 오빠. 좋은 분들 곁에서 하고 싶은 것들 하면서. 캐나다 가기 전에 꼭 다시 보러 갈게. 오빤 늘 좋은 오빠였는데 난 그러지 못해서 미안했어. 그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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