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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5/05 00:53:18 ID : 03zSJRveNxX
말 그대로, 다들 혼자만의 길고 긴 여로에서 외롭게 끙끙대며 글을 쓰고있진 않아? 사실 내가 지금 조금 그래서, 여러 곳을 뒤적거리다 들린 게 여기지만… 조금 밖으로 나와서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반응을 나누는 경험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봤어. 당연한 거지만, 사람은 '관심받고 싶어하는 동물' 이라잖아. 여기서만은 비판과 비난이 아니라, 감정의 공유와 칭찬, 그리고 유대감만을 느껴보면 어떨까. 각자의 우주에서 헤엄치던 우리의 호흡이 맞춰지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어. 다른 스레들을 훑어보니 굉장히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그리고 그에 비해 써놓은 글에 아무런 반응 없이 거미줄만 쳐져가는 걸 보니 내가 다 쓸쓸해지더라. 서론이 엄청 길었네. 그냥 엄청 간단하게 글 한두 줄이라도 좋고, 인상깊었던 자캐며 창작캐의 대사나 행동, 아니면 몇 줄의 조각글이여도 좋으니 그걸 쓰는 거야. 그리고 글만 남기고 사라지기 대신, 내 앞의 글에 한 줄의 평이라도 남겨주는 거. 물론, 좋은 말만. 자기 글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이나 피드백은 성장을 위해선 물론 필수불가결한 것이겠지만, 여기선 그런 것 없이 모두가 아주 조금 머무는 시간동안 조금이라도 미소짓고 떠나면 좋겠어. 이렇게 글을 쓰는 게 맞는 지 모르겠네. 마무리가 좀 어색하긴 한데... 그럼 나부터 시작할게?
이름없음 2019/04/05 18:41:30 ID : 7wFfPhff8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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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5/14 22:26:58 ID : eJTWo2HA1zR
아련한 가족이 눈에 보인다. 클레인 가문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아이의 성별과 이름과 과거의 일들이 궁금해져. 따옴표가 없는 대사의 표현, 정말 깔끔하고 마음에 든다고 생각해. 단편적인 기억의 부분- 이라는 게 느껴져. 딱히 써 놓은 장문글은 없고, 하루마다 쓰는 일일글귀 10개 던지고 갈게. 1.질투심이라는 게 나를 이렇게까지 바꿔놓을 줄이야. 2.애매한 재능은 저주지. 3.꽃이 지는 순간조차 가치를 매기는 거네요. 4.종소리가 울리고, 눈앞이 하얘지고, 그리고… 5.하지만 내 이름을 홀린 듯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6.이 세상에 태어나 줘서 고마워. 7.비 냄새, 겨울 냄새요. … 진짜 모른다고요? 8.당신이 웃고 있던 내일. 9.기대감에 젖은 이 순간이 훨씬 행복하다는 걸. 10.그 선의가 계산된 것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
이름없음 2019/05/18 03:26:41 ID : O64Y7fe3RyJ
ㄱㅅ
이름없음 2019/05/18 03:38:35 ID : K2FiqjbfQq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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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5/23 03:37:50 ID : wpUZdwq2K5d
이름없음 2019/05/24 18:00:20 ID : dSJQpRwtAkr
1.조금의 바램도 당신에겐 없어요. 2.무엇이 널 그리 사막처럼 만들었을까...(2가지뜻) 3.매일 밤 난 기도한다.너가 날 죽일수있도록. 4.내 몸에서 서서히 생명이 빠져나가니 모든게...아름다워 보여.. 5.너의 이름은 무엇이냐?,넌 너의 이름 뜻대로 살고 있느냐? 6.종이 울려..너의 인생 끝났다는 종이.. 7.아저씨!아저씨는 착한 사람이니까 뭐든지 할수 있어요!!!내가 장담 할께요!!그러니까 저 꼭 구해줘요!!!
이름없음 2019/05/24 19:35:00 ID : lxA1DBxXAoZ
아무리 생각해도 현대 사회에 고양이의 발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름없음 2019/05/24 20:30:48 ID : pWi3yJXzcIH
고장난 초침처럼 난 그 사람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름없음 2019/05/24 21:25:54 ID : O64Y7fe3RyJ
아 또또또 이런다... 앞사람 글 보고 말해주고 가라니까...? 일단 꽂힌 두가지 문장에 대해서만 말할게. 왜냐?! 난 게을러 1과 2가 서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라서 소름돋네. 화자가 애매한 지능에 의해 질투심을 가져서 무언가 선을 넘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물론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런데 질투심이 사람을 바꾸는 큰 원동력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그래서 왠지 1번 문장이 참 와닿네. 만약 나도 질투의 대상이 생긴다면 좀 더 힘을 내게 되려나? 2번 문장은 되게 공감됐어. 나는 왜 아예 못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아닌 상태일까? 하면서. 마찬가지로 두 문장(+@)! 2번 문장이 (두가지 뜻)이라고 강조돼서 그런가? 자꾸 신경이 쓰이네. 사막같다는건 마음이 메말랐다는 걸까, 아니면 진짜 사막이 됐다거나...? 두가지 뜻이라는 게 강조되니까 의도한 뜻을 생각하게 되는 문장이네. 5번 문장은 내 이름에 뜻이 없어서 그런가? 되게 신경쓰이는 문장이었네. 세상의 이름은 많고, 많은 뜻이 있지. 그 이름값을 못하는 사람도 많고 이름보다 더 잘나게 된 사람도 많지. 그런 걸 짚어주니 왠지 와닿는 문장이 된 느낌이야. 그리고 문장 부호 다음엔 띄어쓰기를 하는게 어떨까? 너무 붙어있는 느낌이야. 그리고 7번문장 "할께요"가 아니라 "할게요"! 으악 두개 하고나니 넘 귀찮아 고양이의 발이라는 건 단순히 냥냥젤리가 아니라 무언가를 비유하는 문장이겠지? 그런 건 나중에 글이 풀어나가면서 설명되는 걸까? 현대 사회와 고양이 발은 무슨 관계인걸까? 많은 생각이 드는 문장이었어! 이제 마지막이네 고장난 초침인거는 이유가 있는걸까? 그냥일까? 그 사람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는 것은 로맨스 소설이라 그런걸까, 아니면 증오의 대상이라 그런걸까? 로맨스로도 잘 어울리고, 증오의 대상이라 그런 것도 잘 어울리고, 다재다능한 문장이네!
이름없음 2019/05/24 21:37:58 ID : O64Y7fe3RyJ
이 셋 밀렸다! 난 에게 이걸 맡기고 도망치겠어 ㅌㅌ!
이름없음 2019/05/31 10:33:01 ID : y4Y7dO9vvjy
개인적으로, 상황 묘사- 혹은 배경 표현으로 끝나는 마무리를 굉장히 좋아해. 뭐랄까, 이야기가 한 단계 마무리되고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갈무리되는 느낌이라 마지막까지 몰입하기 쉬웠어. 아직 이야기를 자세히 알 수 없지만 - 주인공과 용(이무기)의 관계, 주인공이 선택받은 이유 등이 궁금하네.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간결한 문장이 좋아. 커피와 남자, 그리고 글. 유려한 글과 대비되는 엉망인 방. 정말 좋은 - 개인적으로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분위기야. 솔직한 느낌으로는 글에서 커피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거든.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품평을 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굉장히 '배운 사람'이 썼다는 듯한 느낌. 잘 읽었어. 앞에서부터 본 것 같은데,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남의 글에 대한 평을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남겨주다니. 혹시 글 하나정도 남겨 주는 건 어때? 어떤 글을 쓰고 있는 지 궁금해지네. 내 작품은 따로 없어. 게으른 사람이라... 대신, 음, 한 가지 의견만 남기고 갈게. 그, 이게... 아주 좋은 스레라고 생각하는데 갱신이 안 되는 이유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레스? 달아주는 글이 조금 너무 긴 감이 없지않아 있는 것 같아. 게다가 그 글을 아무런 전후설명 없이 읽어야 하니까 감상을 말하는 데에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한 게 큰 것도 있고. 아예 그런 것들을 없애자고 하기도 힘드니까, 조금씩 글의 볼륨을 줄이거나(긴 조각글 한정) 혹은 해석이 필요할 만한 글이라면 전후상황을 짤막하게 넣어주는 건 어떨까? 이 스레 처음부터 읽는데 정말 재밌었어. 앞으로 죽 이어지길 바랄게. 가끔씩 와서 이렇게 감상 몇 개씩 달아주고 갈게.
이름없음 2019/06/10 22:48:29 ID : AZiktyY3Crv
이름없음 2019/06/10 23:06:14 ID : GoHB9hcGpPi
미안해, 미안해. 기억나지 않아. 머릿속이 어지러워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어.
이름없음 2019/06/15 18:51:54 ID : Qk5XxVcJXy7
괜찮아. 지금은 혼란스럽겠지만 언젠가 나를 기억해준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그러니까.... 다시 한번 너의 미소를 보여줘.
이름없음 2019/06/16 01:44:57 ID : gZa3xDs9s7h
먼가 이어지는데 애틋한 느낌 .. 문장은 짧은데 느낌이 다가와서 좋다 - 눈앞에 그가 맴돌았다. 잡을수 없는 허황된 존재임을, 이미 뻔히 알면서도 그가 보고싶었다. 일부러 그의 이름을 소리내어 불러보았다. 그는 오지 않는다. 대답조치 없다. 나의 말이 들리긴 하는지. 거기까지 닿긴 할지... 오늘도, 너를 그리워하며 잠에 들었다. 왠지 니가 보고싶은 허전한 밤..
이름없음 2019/06/16 03:03:44 ID : O64Y7fe3RyJ
시같다! 시일까? 그라는 존재가 인물일 수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선 나의 꿈부터가 생각났어. 이루기는 이제 글렀지만 그래도 하고싶은 일이니까 그런가? 그가 인물이어도 아니어도 뭔가 한 편 아려오는 글이네.. 음... 적을만하게 끊을만한 걸 모르겠다 그냥 대사 하나 적어야징 "누가 우리 학교에 이런 명탐정이 존재할 줄 알았을까."
이름없음 2019/06/16 23:10:07 ID : WjhapRu7bBc
굉장히 명랑한 분위기에서 나온 내용인 것 같아! 자조적 또는 냉소적 분위기도 조금 느껴지고. 전체 문장도 보고싶다! "너만 절박한 거 아냐. 나도 절박했어. 네가 그놈의 '정의구현'을 위해 애썼던 만큼, 나도 내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했어. 단지 너처럼 행동하는게 비효율적이었을 뿐이지."
이름없음 2019/06/19 00:50:27 ID : ze3RBdXBxO7
왠지 다크히어로 느낌의 대사네. 캐릭터 이미지가 단숨에 떠오르는 것 같아서 좋아. 항상 거기에 있을 거라는 생각. 안일한 태도에서 기인한 무례한 언행. 그가 자신을 좋아하니 언제든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오만한 착각. 애정은 고사하고 오히려 쌓여가는 한숨과 자괴감. 그것들이 낳은 이 상황에서 과연 주인은 내 앞에서 눈물을 흘려도 되는 걸까, 눈물로 범벅이 된 주제 분노가 담긴 시선으로 나를 죽일 듯 바라봐도 되는 걸까, 애초에 당신과 나의 관계가 무엇이기에 그 장소에서 나를 거칠게 잡아당겨 끌고 올 수 있는지. 어제와 오늘이 이렇게나 다르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이름없음 2019/07/01 23:54:00 ID : eFjusi5SGq3
문체가 깔끔해서 좋았어. 또 뭔가 단호한 것 같기도 했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하네. 뭔가 상황이 상상가는 것 같고 저 상황의 인물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자세하게 묘사해줘서 더 상상이 잘 됐던 것 같아! 너는 마치 겨울에 피어난 장미와도 같아서. 학교 옥상에서 떨어지던 네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하얀 눈이 내리는 날, 퍽 소리가 나게 떨어지곤 하얗게 덮혀있는 눈 같은 것들 위로 추락해 붉게 번져나가는 것들이 너무나도 서러워서. 네가 차마 어떤 심정으로 추락했을지 알지 못해 소리내어 울지 못했다. 너는 낙화 같이 아름답게 지고 싶었느냐고 물어볼 수가 없어 너의 이름을 몇번이나 곱 씹어도 보았다. 네가 추락한 모습이 너무나 구슬퍼보여서 하얀 꽃 한 송이를 내 눈물과 함께 네 책상 위에 놓아다두었다.
이름없음 2019/07/02 11:49:10 ID : wJRzTXBxTU7
굉장히 섬세하네. 장면이 피어오르는 느낌이야.화자의 격하고 쓸쓸한 감정이 잘 표현된것 같아. 살짝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도 있을것 같긴한데 이정도가 적당한것 같아. 나의 사랑은 쇠사슬이야. 영혼의 가장 깊은곳까지 또아리쳐 절대 잊을 수없는 저주의 낙인을 새긴, 죄의 지옥불로 이루어진 사슬이지. 내가 벗어나려고 몸부릴칠 지라도 결코 피할수 없도록 뼛속 깊은 곳 하나하나 갈고리를 걸어 결국 나를 파멸로 이끌 거야. 나의 죄악에 물든, 피와 뼈만 남아 추잡하게 더러워진 영혼은 사랑의 저주에 갈기갈기 찢겨 저 아래의 타르타로스 에 떨어져 크로노스의 살점들과 영겁토록 염화에 불타겠지. 난 이미 내 죽음마저 내 것이 아닌 그 애의 것일진데. 처음 부터 나의 종말은 검은 사슬로 가득 꿰어져 그 아이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었어. 이과라서 미친듯이 비문학만 읽었더니 소설을 쓸려니까 죽을 맛이다...
이름없음 2019/07/02 15:15:52 ID : Qk5XxVcJXy7
와 만연체를 이렇게 과하지 않고 예쁘게 쓸 수 있다니..... 나는 이과딱딱체 밖에 못쓰는데 ㅜㅜ 진짜 부럽다. 그의 양쪽 눈은 탁자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헐벗을 상체에는 여기저기 찢어지고 패인 상처가 가득했다. 손톱과 발톱은 모두 뽑혀 사라지고 없었고, 온몸의 수십 개의 철침들이 박혀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여자는 자신에 꼬리에 매달려있는 인간을 벽 쪽으로 던져버리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났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의 상태만이 걱정될 뿐이었다. “이거.... 전부 뽑아낼 테니까 조금만 참아.” 남자의 대답이 들리기도 전에 그녀는 그의 몸에 박혀있는 철침을 하나씩 하나씩 뽑아내기 시작했다. 많이 고통스러울 법도 하건만 그는 비명은커녕 옅은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저 침이 뽑혀나갈 때마다 몸을 미약하게 떨고 있었다. 아마... 소리칠 기력도 없는 것이다. 여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자신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자신이 조금 더 강했다면, 조금 더 영악했더라면 그가 이런 꼴을 당할 일도 없었을 텐데.... 차라리... 자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녀는 침을 모두 뽑아내고 남자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철 덩어리들 부숴버렸다. 몸을 지탱하고 있던 구속구가 사라지자 그의 몸이 힘없이 무너져간다. 여자는 무너지는 남자의 몸을 품에 안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는 마치 유리 세공품을 만지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남자가 뺨을 감싼 여자의 손위로 자신의 손을 겹쳐왔다. 그리고 너무나 행복하다는 듯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당신이군요..... 다시.... 절... 만나러 오셨군요.” 그는 황홀하다는 듯이 그녀의 손에 자신의 뺨을 비비적거렸다. “당신이... 그렇게 떠나버리고..... 얼마나..... 자신을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미안합니다.... 한낱 죄책감..... 때문에..... 당신을 떠나보내기엔...... 이 마음이...... 너무 깊어져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약하지만 또렷한 목소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을....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의 손이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름없음 2019/07/03 17:49:37 ID : SJTXwLgjg1D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남자가 여자의 뺨에 손을 댈 때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데에서 장면으로 보고싶어졌어.굉장히 그 전의 상황같은것도 보고싶어지는 글이라고 할까.뭔가 글의 문체나 이런것보다는 스토리가 더 궁금해지는거 같아. 내가 무슨 말을 해야겠니. 너를 사랑하는 말? 너를 증오한다는 말? 네가 짜증난다는 말? 네가 날 좋아해줬음 한다는 말? 다 필요없어.다 쓰잘데기 없는 말들이라고.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그땐 그랬지아면 웃어넘길 수 있을거야. 너를 좋아하는 내가 밉고, 너를 사랑하는 내가 싫고, 네가 다른 아이와 웃는 것이 질투가 나고, 네가 나에게 살갑게 대해줄 때마다 뛰는 내 심장이 싫어. 너를 미워해. 이 심장이 뜨겁게 타오를 정도로 나는 너를 미워해. 그러니까 나한테 말걸지마. 나한테 살갑게 대해주지마. 난 착각하고 싶지않단말이야. 내가 널 좋아하고 너도 날 좋아할거라는 헛된 망상을. 난 하고 싶지 않다고. 만화나 소설에서나 일어날 일이 현실에 일어날리가 없잖아 너는 내 감정과 같지도 않을거면서. 그렇게 웃으면서 날 바라보지 말란 말이야. 그렇게 예쁘게 웃으면 난 속으로라도 화도 못 내잖아. 눈물밖에 보일 수가 없잖아.. 나한테 그렇게 웃어주지 말란말이야...
이름없음 2019/07/09 15:01:42 ID : MmGsrAnO4K4
이름없음 2019/08/12 01:53:51 ID : Qk5XxVcJXy7
왜 글을 읽는데 내가 슬프냐 ㅜㅜ 빌어먹을 짝사랑. 안받아줄거면 살갑게 굴지마 이 나쁜인간아! 무대 위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어항과 새장이 옮겨졌다. 베일이 벗겨지자 보이는 생물들의 모습에 회장에 있던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며 숨을 삼켰다. “저건!” “인어...... 그리고 천사?” 쉴카 옆에 서있던 기사들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인어라면 모를까 천사가 실존할 리가....” “인어의 존재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야. 애초에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 종족을 무슨 수로 포획해.” 쉴카는 옆에서 끙끙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라무르가 코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라무르를 부축하려 했다. “라무르, 괜찮아?” “...... 썩은 내.” “뭐?” “저 새 인간한테서 시체가 냄새가 나...... 피 냄새하고, 이상한 약품이 뒤섞인 냄새도....... 코가 썩을 것 같아.” ‘살 썩는 냄새랑 약품 냄새..... 설마!’ 쉴카는 들고 있던 오페라글라스에 눈을 대고 천사의 날개 부분을 살펴보았다. 옷으로 가려놓긴 했지만 검은 무언가가 조금씩 배어 나오고 있었다. 고개를 조금 돌려 인어 쪽도 살펴보았다. 천사처럼 피가 배어 나오지는 않았지만 상체와 지느러미가 연결된 부분에 길게 흉터 자국이 나있었다. 쉴카는 그 모습을 보고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저건 천사나 인어가 아니었다. 키메라. 그것도 인간을 이용해 만든 끔찍한 범죄의 산물었다.
이름없음 2019/08/12 12:52:58 ID : 1bdwpSIGlcq
와 너무 재밌어서 두번읽었어 뭔가 로판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날만큼 임팩트있었던거 같아. 개인적으로 다음편을 보고싶어ㅎㅎ 그를 보았다. 빛 한점 안드는 심흑색 머리카락은 그의 창백하리만큼 흰 피부를 돋보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주변 상황도 잊고서 홀린듯이 멍하니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 세상의 종말인것마냥, 자신이 폭풍의 눈인것마냥. 내가 미쳐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국속에서, 모두가 죽어버려 비명소리도 멎은 고요한땅에서. 나도 모르게 남자를 뚫어져라 처다보게 된다. 내리깐 속눈썹이 풍성해서 창백한 얼굴에 그늘져있었다. 앙 다물린 입술은 신기하게도 붉은 피색이라 하얀도화지에 다홍색 물감을 뿌린 것 같았다. 또각 또각 내 발소리가 울려퍼지고, 그가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그게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엉겹의 세월처럼 느껴졌다면. 나는 걷던 것도 잊고 그 자리에 딱굳었다. 아,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머리카락과 같은 검정색 동공은 마치 밤바다같았다. 나는 모든걸 잊고 그의 동공에 빨려들어가듯이 처다보았다. 동공의 홍채가 보라색이다. 그의 눈동자는 우주같았다... 그리고 그가 눈을 한번 깜박였을때. 풍성한 속눈썹이 잠깐 내려가고 그 오로라같은 눈동자가 숨겨졌을때. 나는 그때서야 참았던 숨을 내쉬고선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았던걸 깨달았다.
이름없음 2019/08/13 15:00:19 ID : vvjy3RCi63W
와..... 외모 묘사 진짜 섬세하게 잘한다. 나는 아무리 잘 써봐도 세 줄이 한계인데..... 여기 왜 이렇게 금손들이 많아! 나 같은 똥손은 어떻게 하라고! 부족한 글이지만 재밌게 봐줘. 한 무리의 기사들이 거대한 도마뱀형 몬스터와 싸우고 있다. 하지만 거의 과반수의 기사들이 상당한 부상을 입고 있었다. 당장 서있는 게 고작인 그들을 보며 리더로 보이는 기사는 손에 든 검을 고쳐 쥐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지원이 오기 전에 전멸하겠군.” 그때 커다란 키의 여기사가 리더 옆으로 다가왔다. 물론 눈앞에 있는 몬스터를 견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가 녀석을 유인하겠습니다.” 그 말은 들은 다른 기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여기사를 다그쳤다. “오르가, 제정신이야?” 오르가는 기사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리더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희는 전멸입니다. 자인언트 리자드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으니, 저라면 충분히 잡히지 않고 시간을 끌 수 있습니다.” 오르가의 말에 리더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은 듯 가사들에게 지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전 분대원들은 오르가가 리자드를 유인할 동안 이곳을 빠져나간다!!!” 그 말을 들은 기사들은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개중 몇 명은 리더에게 지령을 철회할 것을 부탁했지만 리더는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리더는 오르가를 향해 마지막 지령을 내렸다. “오르가 명령이다, 죽지 마라.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남아라!” 그의 말에 오르가는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러더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녀올게요, 아버지.” 그 말을 끝으로 오르가는 자이언트 리자드를 향해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그녀는 리자드가 휘두른 오른쪽 앞발을 피한 후 검을 들어 그것 눈을 단 칼에 베냈다. “끼에에에에에에에!!!!!!!!” 한쪽 눈을 다친 리자드가 이미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그녀를 무시무시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그 얼굴은 본 오르가는 마치 비웃는 듯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 “자..., 이쪽으로 와라 도마뱀 자식아.” 리자드가 오르가를 향해 달려들자 그녀도 검을 집어넣고 기사들이 없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중간에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며 리자드가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게 속도를 조절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오르가는 리자드를 돌아보며 속도를 조절하던 중 그녀에게 옆으로 보이던 나무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일았다. 당황하며 앞을 봤을 때 그녀는 자신이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고있는 것을 깨달았다. 오르가는 황급히 다리를 멈추고 방향을 바꿔 다른 곳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바로 지척까지 자이언트 리자드가 쫓아와 있었다. 그녀는 검을 뽑아 리자드를 견제했지만 이미 자신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생각해. 생각하는 거야 오르가.’ 그때 오르가의 눈에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리자드의 눈이 보였다. ‘나머지 한쪽 눈만 찌를 수 있다면...’ 이렇게 피할 곳도 마땅치 않은 곳에서 리자드에게 달려드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도박을 하기 결정했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걸 선택하고 싶었다. 그녀는 점점 다가오는 리자드를 보며 허리에 차고 있던 손도끼를 왼손에 들었다. 그녀와 리자드의 사이가 1m도 남지 않았을 때 그녀는 들고 있던 손도끼를 리자드를 향해 던졌다. 리자드의 시선이 도끼를 향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녀는 남아있던 오른쪽 눈에 검을 찔러 넣었다. ‘해, 해냈다!’ 리자드가 몸부림치자 그녀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지만 날아오는 꼬리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절벽 아래를 향해 떨어지고 말았다. 떨어지면서 본 아래쪽에는 커다란 호수 있었다. 그녀는 최대한 머리 감싸며 몸을 웅크렸다. 잠시 후 호수에 커다란 파문이 일어나고 그녀의 몸은 물속 깊숙이 가라앉아갔다.
이름없음 2019/08/13 23:36:13 ID : i2ldDzdRClA
127<< 판타지인가? 뭐랄까 클라이맥스 직전에 끊은 느낌! 소설은 재밌어! 다음편이 있으면 좋을텐데 "피에로의 눈물은 믿어버리면 안돼-" 네가 그 말을 한 날, 조금 더 새겨둘걸 그랬어 "네가 알던 모든것이 거짓이라면 어떡할꺼야?" 네가 그걸 물었을때 의구심을 가졌어야 했어 "프로젝트 231번, 실패" 그랬으면 너를 지킬수 있었을까? "231번은 폐기해라" 이런 거짓을 알아버리는 일이 없었을까? "...미안해"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걸 보지 않을수 있었을까? "이제는 싫은데, 그만두고 싶은데" ...널 구할수 있다면 사라진 것을 기억하는 한 소년이 세계를 바꾸기를 원했어. "이런거.. 더는 싫어, 그만하고 싶어" 나는 소년의 시간을 없앴어 "나도 아프지만 그런 표정, 보고싶지 않으니까" 자, 이제 너는 너의 소년과 원하는 끝을 볼수 있을까? "...얼마나 더 반복할수 있을까" 나를 즐겁게 해주겠니?
이름없음 2019/08/14 00:08:02 ID : O7bAY04JU2I
결국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이든 될 수 있으리라 믿던 나는 그 무엇도 되지 못하였고, 친구와 함께라고 생각했지만 내게 진짜 친구는 없었다 과연,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아니, 내가 무언갈 가진적은 있었을까? 한때 꿈꾸었던 화목한 가정, 돈 잘벌고 잘사는 어른, 아름답고 잘나고 착한 애인,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친구,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위치.... 그중 그 무엇도 되지 못했고 가지지 못했다 그럼, 지금까지 나는 무얼 위해 노력한거지? 내가 그들에게 필요가 있긴 했을까? 라는 의문이 내 머릿속을 장악했고 나는 그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속에서 부터 곪아갔다 어째서, 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내가 그들과 무엇이 다르다고? 어째서 그들은 나와 다른거야?! 왜!! 나는 아무것고 할 수 없는건데!! 그러다 결국 내 생각은 한가지에 도달했다 내가, 할 수 없다면 아무도 할 수 없어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아무도 가질 수 없어 그러니까, 모두, 사라져버려 그 생각이 지금까지 내 머릿속을 장악하던 자괴감과 자기혐오를 몰아내고 내 머릿속을 장악했다 그때부터 난 나보다 잘난 그 누구도 존재해선 안된다는, 그 생각을 바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고, 살인, 바이러스로 서버를 마비시키기, 범죄자 탈옥시키기, 마약을 퍼트리기 등 수많은 것들을 했다 이 일을 하는 나에게 언젠가 누군가가 물었다 "어째서 이런 더러운 일을 하냐?" "이 일을 하기 전에도 이런 일에 손을 댈 정도로 사정 안좋지는 않던데" 그 질문의 답은 항상 같았다 "나보다 잘난 녀석이 세상에 존재하는게 싫어" "그녀석들이 날 무너뜨렸듯, 나도 그녀석들을 무너트릴거다" "난 그를 위해 움직일 뿐이야" 이 말을 할때 나는 어땟더라... 잘은 몰라도 아마 광기에 가득차 있던것 같다 내 말을 들은 녀석들의 대부분이 내게 소름끼친다는 감정을 드러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몇몇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는게 한두번도 아니잖아" "어차피 돈이면 모든게 해결되는 세상인데 괜히 그걸로 나대봤자 변하지도 않을거.. 그럴 필요 있냐?" 그 말에 상당히 화가 났었다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 거지? 분하지도 않은건가? 왜 그런걸 당연시 여기는거지? 그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차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정신이 들었을때 그들이 죽어있던걸 봐서 내가 그 말을 한 녀석들을 죽였다는걸 추측할 수 밖에 없었다
이름없음 2019/08/14 00:55:17 ID : O64Y7fe3RyJ
... 안 읽었니...?
이름없음 2019/08/15 12:16:56 ID : 1bdwpSIGlcq
이어쓰는걸로 착각한거같아!
이름없음 2019/08/17 02:14:37 ID : Qk5XxVcJXy7
와 엄청 재밌네 진짜 내 취양 이거 혹시 프롤로그야? 혹시 뒷내용있으면 더 올려줄수 있어? 화자의 속내가 엄청 꼬여있어서 나까지 머리가 아파진다. 무너져내린 건물 위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한빛은 온통 젖어버린 드레스를 내려다보면 한숨을 쉬었다. “하아..., 결국 다 젖어버렸네....” 그때 머리 위로 커다란 천이 덮어 씌워졌다. 커다란 제복 코트는 한빛의 몸 전체를 감싸주었다. 시야를 가리는 제복 자락을 조금 들어 올리니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뭐야 꼬맹이, 네가 씌워준 거야?” “당신이 감기라도 걸려서 공주님의 대역을 할 수 없게 된다면 곤란합니다. 그리고 꼬맹이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커다랗고 무뚝뚝한 꼬맹이지만 이럴 때는 조금 상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없음 2019/08/17 04:46:54 ID : QpSIE8nXteF
커다랗고 무뚝뚝한 꼬맹이는 약간 틱틱대면서도 잘 챙겨줄 것 같은 느낌이 드네. 그것보다 공주님의 대역이라니 저 꼬맹이 말 한 마디로 다음 전개가 상당히 궁금해졌다! 그리고 한빛은 왜 밖에서 비를 맞고 있었는지, 거대한 꼬맹이랑은 무슨 관계인지, 여러모로 다음 전개가 궁금하다. 꼭 더 이어서 써주길 바랄게!!! ⊙0⊙ - (※극일부분이지만 내용이 좀 불순해.....) 새벽 여섯 시의 공기는 시리다. 맨 몸을 훅 감싸오는 찬 기운에 J는 채 눈도 뜨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추워.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리자 거칠어진 피부가 사포처럼 삭삭 마찰한다. 달갑지 않은 감각이다. 눈살을 찌푸린 J는 제 옆을 더듬거리다 문득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두꺼운 종아리와 살집있는 어깨를 내비친 몸이 이불을 둘둘 말고 골아떨어져 있었다. 으, 더러워. 얼굴을 구기다 못해 욕까지 조그맣게 흘려버렸다. 따뜻한 물로 꽤 오랫동안 샤워를 하고 나오자 창 밖은 멀리 지평선이 눈에 띌 정도로 날이 밝아있었다. J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는 옷가지들을 낚아채듯이 주웠다. 찬 공기가 다시금 몸에 닿자 짜증이 확 밀려오는 것이다. 그러더니 침대 옆에 기대어 둔 책가방에서 여분의 속옷을 꺼내어들며 빠르게 다리를 집어넣는다. 이어서 검은색 기모 스타킹과 구겨진 와이셔츠, 주름 치마와 초록색 명찰이 달려있는 니트를 차례대로 입었다. 마지막으로 넥타이를 느슨히 맨 J는 제 책가방을 들어 어깨에 걸쳐맸다. 벌써 일곱시가 다 되어간다. 우렁찬 코골이를 하는 남자를 뒤로하고 J는 협탁 위 투박한 디자인의 지갑을 집어들었다. 열어보니 노오란색 신사임당 지폐가 의외로 두둑하니 자리하고 있다. 이번에는 좀 건졌네. 만족스럽다는 듯이 입꼬리를 쓱 올리며 잡히는대로 패딩 주머니에 돈을 쑤셔넣었다. 그러다 잠결에 더워 죽겠다며 히터를 끄던 남자의 잠꼬대가 언뜻 떠오른다. 그렇다면 이건 얼어죽일 매너값. 지폐 한 장을 더 빼들었다.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핑계를 대면서도 매끈한 땜빵이 난 뒷통수를 노려봐주는 건 잊지 않는다. 현관에 다다르자 밑창이 떨어질듯 낡아빠진 회색 캔버스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이어 옆에 그와는 대조되게 반들반들 윤이 나는, 답지 않은 고상한 고동색 가죽 구두까지. 내장 뿐만 아니라 구두까지 기름칠을 했나보지? 나지막이 비소를 지으며 J는 제 초라함에 발을 우겨넣었다. 처지를 연신 깨달을 때마다 가슴 깊숙이 자리한 비관은 저를 덮칠듯 빠르게 휘발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 분노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는 것 또한 늘상 떠올린다. 이참에 신발이나 좀 바꿔야겠어. 쯧쯧. 혀를 차던 J가 이윽고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남자의 거만한 구두를 콱 즈려밟으면서.
이름없음 2019/08/17 05:24:49 ID : Qk5XxVcJXy7
워우 소재가 좀 쎄다. 직접적인 묘사없이 주인공이 처한 현시창스러운 상황을 표현한 레더의 필력에 감탄하고 간다. [ ]의 눈이 커지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당연한가? 나도 일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완전히 꼬리를 잡았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부정하더니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들이 밀자 [ ]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 처음 봤다. 그녀의 표정이 이 정도로 많은 변화를 보여준 건.... 연기가 아니라 마음속에 꾹꾹 눌러놓았던 진짜 감정들이 그녀의 얼굴 위로 떠올랐다. 배려심 없이 내뱉는 내 말투에 금방이라도 울음 터질 것 같은 얼굴이 된다. 조금 충격이었나 보다. 하긴 [ ]한테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으니까.... [ ]의 몸이 그 자리에서 무너져내려다. 그녀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분노, 두려움, 외로움, 죄책감들이 하나로 합쳐져 울음이라는 형태로 쏟아져 나왔다. 원망 어린 비명을 나에게 토해냈다. 나는 그렇게 [ ]가 쌓아왔던 견고한 방벽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이름없음 2019/08/17 13:09:53 ID : GpU42GoHBfg
어떤 일을 저질렀기에 꼬리를 잡았다고 하는지 궁금하다. 특히 외로움을 쌓아왔다고 하는 게 흥미로워. 앞내용을 보고 싶어! 우리는 바닷가에 있다. 머리 위의 파라솔을 빗방울이 두드린다. 금방 그칠 줄 알았던 비는 세상을 지워버릴 것처럼 쏟아진다. 너의 숨소리도 빗소리에 묻혀버려서 덜컥 겁이 났다. 서둘러 너의 손을 붙잡았지만 따뜻하지 않았다. 그건 분명 비 때문에 공기가 차가워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너는 내 움직임에 반응해 나를 돌아봤다. 불길한 상상은 접어두고, 나는 너에게 말을 건다. 비가 언제 그칠까? 너는 대답이 없다. 누가 우리를 찾으러 올까? 이번에는 희미하게 답이 들린다. 나의 목소리와 닮아있다. 아무도. 비가 그치기 전까지는 아무도 오지 않을 거야. 너는 그 말을 덧붙이고 입을 다문다. 나도 입을 다문다.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건 기분 나쁘다.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하루가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가끔 머리 위로 물이 떨어진다. 파라솔은 약해지고 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면 익사할지도 모르겠네. 다른 곳은 어떨까? 내가 묻자, 맑겠지. 아니면 흐리고, 어디는 비가 내리겠지. 하지만 여기만큼 올까? 너는 대답하고 한숨을 쉰다. 파라솔에 구멍이 뚫렸다. 빗방울이 파라솔을 먹어치운다. 비가 쏟아진다. 너는 비를 맞으며 투명해지고, 나는 비를 맞으며 선명해진다. 파라솔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때 너도 사라졌고 모래사장도 사라졌고 바다도 사라졌다. 남아있는 거라곤 나와 비뿐이다. 그제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비를 맞으며 걸었다. 내가 땅 위를 걷는지 허공을 걷는지도 분간이 안되는 세계를 걸었다. 도달한 곳은 세계의 가장자리다. 끄트머리다. 벽이다. 그리고 문이다. 다른 세계로 향하는. 들어왔을 때 손잡이는 분명 없어졌는데. 움켜쥐자 불에 데인 듯 뜨겁다. 몸이 차갑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추웠다. 온기가 필요했다. 여기를 나가고 싶었다. 그래왔다. 나를 닮은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에 안 나가면 다시는 못 나갈 거야. 알아. 나는 대답하고 울었다. 비가 그쳤다. 이제 그 세계에는 아무것도 없다. 너도, 네가 좋아하는 바다도, 끊임없이 흘렀던 눈물도, 나도. 문을 잠근 열쇠는 삼켜버렸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에 있고, 다시는 만날 수 없다. //제작년에 쓴 건데, 요새 구체적인 플롯을 덧붙여서 써보고 있어. 그래도 원본인 이걸 더 좋아해서 한 번 올려봐.
이름없음 2019/08/17 14:10:43 ID : p84LgqmJSMn
바닷가라는 배경을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내면과 연결 짓는 연출에 감탄했어. '투명해지고, 선명해진다.' 는 표현이 인상 깊어. 이별 속에서 헤매다 결국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을 잘 묘사한 것 같아. 담백한 마무리네. 우산을 쓰지 않는 날이 더 많았던 여름의 끝은 그닥 산듯하지 못하다. 회색 도시의 질척한 공기가 살을 에워싼다. 거북하게 밀려오는 나른함은 사람을 종일 무기력하게 만든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구름은 비를 내려주지 않는다. 사무실 앞 먼지 쌓인 난간에 등을 기댄다. 괜히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본다. 애먼 돌멩이를 걷어찬다. 그대로 깜박 잠이 든다. 톡. 톡. 빗소리가 들린다. 눈을 감은 채 가슴을 부풀린다. 비릿한 흙냄새가 끈덕지게 달라붙던 집착을 씻어내린다. 지나가는 소낙비가 아니기를 소망한다. 감았던 눈을 느리게 뜬다. 굵은 빗줄기가 아스팔트 바닥을 때린다. 익숙지 않은 미소를 지어본다. 빗속에서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잠결에 몽롱한 걸음을 떼어놓는다. 우산이 없어 금세 온몸이 젖는다. 축축한 슬리퍼의 느낌이, 찰박이는 발소리가 좋다. 들키지 않게 하나, 둘, 셋. 조심스레 내민 손은 구곡간장의 이별을 붙잡는다. 별보다 작은 속삭임이 애달프게 흩어진다.
이름없음 2019/08/17 21:46:15 ID : QtvCi1a1ba4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눈물이 시야를 뿌옇게 만든다. 공포는 극에 달하여 심장박동은 점점 더 가속하고 호흡은 거칠어진다. 냉기가 폐 깊숙이 드리운다. 아마, 마지막으로 맛 볼 수 있는 공기. 검이 태양빛에 난반사되어 유난히 반짝였다. 저 밝은 섬광에 가려 그림자가 될 운명─. 그 암흑에 먹혀 모두에게 잊혀질 미래. “아아─”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쇳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아마 목을 베어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것에 묻은 검붉은 핏방울을 털어낼 것 이다. “신이시여.” 꼴사납다. 동료들이 죽을 때 자신은 저 멀리 도망쳐 숨어버리고 그것을 방관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동료들의 팔다리가 분해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힘이 없는 자신의 한심함을 비관한다. “제발─”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그런 내면에서 사실은 살고 싶다고 비명을 지르는 본능을 발견한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찌 이리도 인간은 간사할 수 있는가. 나 자신에 한탄하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지금, 그 끝의 끝에서는 그래도 살고 싶다고 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래, 늦은 것 이다. 살려주세요────.
이름없음 2019/08/17 23:15:11 ID : PfVbvg2IE65
학교 축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이불에 누워도 잠은 오지 않는다. 또 나만 뒤쳐졌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떠다닌다. 잠은 오지 않는다. 엄마가 바스락 거리며 몸을 뒤척인다. 하루 중 12시간을 일하는 고단함이 같이 바스락 거린다. 남편과 싸워 이긴 전유물인 세 명의 자식들을 쟁취한 책임감은 신음 소리를 흘린다. 그러면 엄마는 더 작게 몸을 웅크린다. 작은 몸을 더 작게 웅크린다. 나는 보일러 온도를 높일 용기도 자신감도 결단력도 없어서 창문을 더 꽉 닫는다. 못난 딸도 딸이라고 엄마는 어느새 내 자리로 이불을 더 끌어당긴다. 그래도 잠은 오지 않는다. 오늘은 축제가 있는 날이었다. 운동장에는 각 반 별로 부스를 내어서 음식을 팔았고 체육관에서는 여러 가지 체험부스를 열었다. 오후에는 동아리 공연과 장기자랑을 보았다. 재밌었다. 정말로. 다만 마치고 간 학원에서 집중이 되지 않아서 실수로 두 문제를 틀렸다. 그러니까 엄마의 식당일을 저당 잡아 간 학원에서 실수로 두 문제를 틀렸다. 아는 문제인데. 뺄셈을 못했을 뿐인데. 그 두 문제의 설명을 듣는 시간이 아까웠다.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아까웠다. 나는 돈도 시간도 없는 학생이니까 아까웠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차가웠다. 바람보다 눈가가 더 시렸다. 돌아온 엄마의 코끝이 더 차가웠다. 나의 선택지는 국립대 밖에 없으니 남들보다 짧은 도움닫기로 더 멀리 뛰어야 한다. 뛰지 못한다면 떨어지는 수밖에 없다. 서울대에 입학할 바에야 시립대를 장학금 받으며 다니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나는 내 시간에 가격을 메겼다. 그러자 여유가 없어졌다. 시간도 없어졌고 돈도 없어졌다. 그게 언제부터인가 생각해보니 사실 태어났을 때부터 였다. 이불을 엄마에게 넘겨도 잠은 오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행복한 상상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늘 악몽을 꾼다. 귀신이 쫓아오거나 집이 압류되거나 마지막 버팀목인 언니가 가출해버리는 꿈을 꾼다. 필사적으로 행복해지려 노력한다. 되도록이면 나보다는 엄마의 행복을 생각해야 한다. 눈을 떴을 때 조금이라도 덜 비참하도록
이름없음 2019/08/18 04:25:33 ID : QpSIE8nXteF
비오는 날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를 너무 잘 표현한 것 같아. 습기 가득 눅진하고, 회색으로 점철된 이미지가 연상이 되네. 흐름으로 보아 주인공이 실연을 당한 것 같은데, 내 경험을 투영시켜서 보니 더 이입이 잘되더라.... 끄흡. 꽤나 절망적이네... 동료마저 모두 죽어나가는 상황에 처절하게 살고 싶다고 부르짖는 주인공의 내면이 잘 읽혔어. 저런 상황에서 미쳐버리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건 나중에 어떻게든 악착같이 버텨내서 홀로 살아남을만큼 주인공의 멘탈이 강한거겠지...? 꽤나 현실적이고 디테일해서 보면서 글 분위기처럼 덩달아 우울해졌어. 부모님 생각도 나고 나 스스로에 대해 일상에 대해 성찰하게 되더라.주인공이 가지고있는 압박은 안타깝지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거라 생각이 되기도 하고... 언젠가 밝아진 뒷 내용도 꼭 적어주길 부탁할게. *내글은짧다...먄. 당신은 그렇게 악랄한 혀로 내 이름을 훑어 굴리고 낚싯줄처럼 팽팽한 목소리로 내 심장을 꿰어 빼지도 못하게 질끈 매듭짓는다. 속절없이 퍼져나가는 독은 시신경으로 퍼져 눈이 멀게 만들고 귀마저 주변의 소음을 모두 차단시켜 당신, 당신의 목소리 밖에 안들리게... 내 울대는 연신 꿀렁이다가 종내에는 그대의 것이 되어 소리를 마구잡이로 내뱉어 모가지를 비튼 것마냥 끊어지는 목소리로 미친듯이 오로지 당신만을 갈구해 벌어진 입에서 피비린내가 풍겨도 뭐라고 하지는 말아주세요. 그것마저 전부 당신의 소유니까.
이름없음 2019/10/11 19:11:25 ID : O64Y7fe3RyJ
문장이 감성 넘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심정을 독특하게 표현했네. 보통은 사랑 하면 달콤한 것에 표현하잖아. 독이라거나, 피비린내라거나. 사랑이 아니라더로 거꾸로 된 소유욕이 신기해. 이 문장 맘에든다. 만약 이 문장만 보고 네 글에 대한 추천사를 적으라면, 아마 독특한 표현에 추천사를 가장 먼저 쓸 거 같네! 예전에 물 흐르듯 쓴 글. 딱히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곘어. 하지만 우울한 심정으로 적었다는 건 기억남. 대사 뿐이라 좀 그렇긴 하네. -그 사람이 절 죽였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모릅니다. 하지만 그 자가 절 죽였습니다. =당신은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면서 그렇게 말할 자신감이 있습니까? -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두려워 미칠 것입니다. 스스로가 두렵습니다. 스스로가 무섭습니다. 스스로를 믿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거기까지. 당신은 왜 스스로에게 그렇게 밧줄을 묶습니까? 밧줄을 잡아당깁니까? 밧줄을 조입니까? -전 조이지 않았습니다. 잡아당기지 않습니다. 묶지 않을 것입니다! =묶었습니다. 잡아당겼습니다. 조였습니다. 당신의 상태는 그렇습니다. -제 심장은 뛰고 있지 않습니다. 무의미한 움직임만을 헐떡대는 허파로 혀를 휘두를 뿐입니다! 사람을 농간하는 입만 살아남았습니다! 그 자가 죽였기 때문입니다.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허파가 혀를 휘두르는 게 아닙니다. 혀는 당신의 의지로 움직입니다! 혀가 움직이는 모양새가 그 자가 죽였기 때문이라는 말이라면, 그 말은 틀렸습니다. 당신이 죽였습니다, 그것도 스스로를! -아닙니다. 전 그저…… =당신은 스스로를 죽였습니다. 당신의 심박을 무시하는건 당신 자신입니다! 당신의 허파는 혀를 휘두르지 않습니다. 혀의 움직임은 당신의 의지입니다! 입만이 살아있습니까? 당신의 의지입니다! 당신이 스스로를 죽인 것입니다. -……. =말 하십시오. -제가 죽인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스스로에게 밧줄을 묶은 적 조차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죽인 것입니까? =묶지 않았단 그 말은 진심입니까? -상관 없으니 무시하십시오. 그러니까 제가 죽인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어째서……. =부정하더라도 당신이 당신을 죽였습니다.
이름없음 2019/10/11 19:29:34 ID : wJRzTXBxTU7
대사뿐이라 뭐 할수 있는 말이 없네... 상황을 잘 모르겠다. 감정표현은 괜찮은것 같아. 등장인물이 혼란스러워하는게 충분히 느껴져. 선생님 첫사랑 얘기좀 해주세요. 어린학생들 특유의 명랑한 목소리가 천진하게 울리고 그에 따라오는 웃음소리, 왁자지껄하게 부추기는 소음들이 거머리처럼 붙어 해가 뉘엿하게 져 어스름이 깔린 오후의 시간까지 슬그머니 귓가로 기어들어온다. 악착같이 불어오는 저편에 묻어둔 파편들이 머릿속을 어지러히 쓸어가고 남은 조각들을 한 구석에 켜켜히 쌓은채 도한은 그저 말없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봐. 박선생. 퇴근시간이야. 젊은 사람이 축쳐져가지고는 웬 궁상이야. 에잉 참. 원래 이맘때 학생들이 제일 짓굳어. 뭔 소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마음에 두지말고 그냥 넘겨. 어차피 하루만 지나도 뭔 말을 했는지 까먹는 것이 어린아이들이야. 그래. 까먹지. 그는 몇시간 전 멍하게 교무실에 앉아있던 초임교사가 안쓰러웠는지 혀를 차며 몇마디를 해주던, 자칭 베테랑 선생인 옆자리 동료의 말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까먹고 몇일 아니 몆시간이 지나도 언제 그랬냐는듯 순수히 웃을 수 있는이들이 학생이다. 그 존재만으로도 세상의 악의도 불안정함도 격렬함도 아직 모른채 걱정없이 환한 미소를 띄울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이들. 최소한 그런 웃음을 해치는 것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이들이 그들이다. 그는 다시 구겨진 코트를 털고 옥상 난간에 기대어 섰다. 불게 묽든 운동장에 점점히 옹기종기 모여 멀어져가는 아이들이 보인다 .오늘의 불꽃을 태워가는 노을아래서 불규칙한 나열로 지나가는 검정교복의 작은 무리들을 도한은 파편에 묻어가는 침체된 심상으로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날도 그랬었다. 우연히 경비가 뭔가모를 사정이 있었는지 유난히 정신이 없었던 날, 잠금장치가 풀린 옥상으로 올라가 꼭대기에 올라서며 하염없이 붉게 젖은 정경에 취해갔던 날. 난간에 기대어선 소녀의 검은 머리채가 닳아가는 오래된 파편속에서 아직도 생생히 나부낀다. 검은 실타래 하나하나가 불꽃의 열기에 금빛으로 타오르고 창백한 얼굴에 햇빛이 내려앉아 정적인 활기로 가득찼던 어느 오후. 세상엔 세 부류의 사람이 있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인걸 잊은채 모든 관념과 법칙을 내던지며 살아가는 짐승들 , 속으로는 썩어빠진 이기심에 젖었음에도 사람의 탈을 쓰며 타성에 젖은채 고착되어 기만을 일삼는 위선자들, 그리고 그사이에서 얼마 남지 않은 진짜 사람다운 사람들. 창백한 얼굴에 유난히 눈에 띄던 새까만 눈을 강렬하게 빛내며 열일곱의 가을날에 그녀는 그런 말을 했었나. 언제나 너 자신을 잃지마. 너의 겉은 그들의 법칙에 수긍할지라도 속까지 인간임을 잊지마. 그러기엔 그들이 너무 하찮고 네가 귀하니까. 그들은 뭣도 모른채 얼굴을 손으로 가리면 자신이 보이지 않을줄 아는 어린아이처럼 진실을 외면하고 그것이 죽었다 외치는 어리석은 놈팽이들이야. 검은 머릿결이 바람에 휘날리고 검은 교복은 주홍빛으로 물들고 이름모를 강렬한 영감에 사로잡힌듯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무뚝뚝히 얘기하던 소녀의 잔상은 다시 날카롭게 벼려져 그의 가슴을 찌른다. 그 자신에겐 첫사랑이 있었나. 도한은 난간으로 지탱한 팔에 고개를 묻으며 유리조각같은 파편사이로 떠다녔다. 아직도 그 소녀에 대한 것은 정리되지 못한채로 검은 망각에 묻혀있다 불시에 그를 기습하곤 했다. 그녀를 사랑했었나. 그녀를 만났던 열일곱에도 멀어져갔던 열여덟에도 잊어갔던 열아홉에도 수십번 되물어보았던 문장들. 그리고 그녀를 영영 볼 수 없게 되었던 막 스물이된 어느 겨울날에도 진심을 두드리며 했던 질문. 그녀는 어린아이였음에도 웃을줄 몰랐다. 천진함을 잃었다. 선홍빛의 꽃잎처럼 고운 입술은 굳게 다문채 쓰러져간 순수의 비명을 우그러뜨리며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수묵화에 우뚝선 산에 쌓인 만년설처럼 고고하게 언제나 담담히 남아있을 줄 알았던 그녀는 세상의 파도에 쓸려 첫눈의 진눈깨비처럼 흔적도 없이 바스라졌다. 소녀의 까만 눈빛에 가슴이 울리며 먹먹히 올라오던 것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아스라하지만 여전히 생생한 수많은 대화들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드물지만 옅게 걸리던 미소에, 그 고운얼굴에 떠오른 쓸쓸한 미소에 뭣도 모르고 웃었던 추억들은 왜 아직도 가슴에 이리 박히는가. 10년이 지난 후에도 놓지 못한 이 감정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하는가. 도한은 뜨겁게 젖어들어가는 눈가를 코트자락에 문대며 태양이 저물어가는 난간에 무너져내렸다. 첫사랑이였다. 그녀는 그의 첫사랑이다. 끝까지 모른채로 놓쳐버린 다시는 볼수없는 사랑이다. 어느 고등학교의 옥상 위에서 검은 형체가 흐느끼는듯 흔들렸다.
이름없음 2019/10/11 20:51:23 ID : e3RCryZii5W
내가 다른 남에게 이런 첫사랑이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녀를 사랑했었나 저 말이 좋다 학교생활 떠오르기도 하고 무언가를 추억할 수 있는 걸 떠올리게 해주는 글이다 내가 남 글 평가할 수준이 못 되어서 어찌 말해줘야 할 지 모르겠네 다만 그냥 나한텐 너무 좋은 글이었어 삭제
이름없음 2019/10/12 03:19:20 ID : 0oFiqi8qlu5
캐롤같아 이해도 공감도 하나도 되지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술술 읽히면서 여러번 여러번 곱씹으면서 여운을 느끼는 글 계속 글을 읽으면서 이해 안되면 다시 읽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네 글은 왜인지 모르게 입체적이라는 생각이들어 컴퓨터 화면이지만 손을 대면 오돌토돌하게 만져질 것만 같아 '...엄마가 물은 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었잖아 나 이번해는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울면서 말했잖아 그런데 정말로 느끼는게 하나도 없었어? 그렇게까지 나를 옥죄고 속박해야만 했었어? 오늘도 여기까지 적고 내일 나머지를 적을게 엄마 오늘은 이 단어로 마무리 할래 살려줘 ' 갑작스럽게 공황장애로 응급실에 실려들어간 엄마 손에는 이 쪽지가 있었다. 내 쪽지를 왜 만져? 라는 궁금증과 화보다는 역겨움과 수치심이 먼저 들었다. 나에 대한 역겨움과 수치심 그 길로 엄마를 병원에 놔둔채 집으로 돌아와 무작정 가스불을 켰다. 그 위로 내 쪽지들을 모두 태웠다. 멀리 날아가는 정말로 조그맣고 조그맣던 탄 종이 쪼가리들이 내 눈을 가득채웠고 나는 쓰러졌다. 일어나보니 다시 그자리였다. 그동안 아무도 집에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냥 날 무시한 것일까. 사무치는 고독감과 혼자라는 단어의 반목에 나는 괜찮아요를 연신 외치며 물을 받고 욕조에 내 머리를 집어넣은채 기다렸다. 눈이 감기고 다시 뜨이며 내 앞을 노려보는 그 날을 기다리며 수없이 넣었다가 뺐었다
이름없음 2019/12/25 20:14:11 ID : Qk5XxVcJXy7
우울해. 크리스마스에 이 글을 봐서 더 우울한 걸까? 글에서 주인공의 혼란스러움이나 외로운 감정이 느껴져. 주인공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엄마한테 그런 글은 쓴 건지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푸른 바다가 펼쳐진 항구도시에는 오래된 전설이 있다. [보름달이 뜨는 밤에 북쪽 바위섬으로 가면 바다의 요정을 만날 수 있다. 요정에게 제물을 바치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유래조차 알 수 없는 전설은 지금 한창 감수성이 풍부할 나이의 여자애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 반 여자애들도 예외는 아니라서 내가 교실로 들어서는 동안에도 전설에 대한 것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조금 다르게 바뀐 것 같지만. “-그래서 졸업한 선배가 요정한테 소원을 빌어서 사랑이 이루어졌다나 봐.” “진짜?! 정말 바위섬의 요정한테 소원을 빌면 사랑이 이루어져?” “응, 친척 언니한테 들은 얘기니까 아마 사실 일 거야." “꺄아~! 진짜 로맨틱하다. 나도 한번 해볼까?” 아, 곤란하네. 밤에 그 위험한 곳에 간다고? 나는 서둘러 교탁을 두드리며 내가 교실로 들어왔다고 학생들에게 어필했다. “조용! 조용! 언제까지 떠들고 있을 거니? 빨리 자리에 앉아!” 내가 소리치자 학생들이 화들짝 놀라며 자기 자리를 찾아 앉기 시작했다. 정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무리 학기 초라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하지 않은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서 좋아했더니.... 일단은 소문의 확산부터 막아야 했다. 혹시라도 그런 근거 없는 소문을 믿고 진짜 밤에 북쪽 바위섬으로 간다면 큰일이었다. 그곳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파도가 높았는데 밤에 가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서 더더욱 위험했다. “그리고 아까부터 바위섬에 대해서 얘기하던데, 만약에라도 그곳엔 가지 마라. 혹시라도 파도에 휩쓸리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으니까.” 내 말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지만, 몇몇 반항적인 학생들은 내 말에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다. “뭐예요. 파도만 조심하면 되잖아요.” “맞아요. 그리고 저희는 수영 잘해서 괜찮아요.” 하아-, 제발 얌전히 말 좀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밤에 그런 곳에 가는 걸 그냥 놔둘 수는 없단다.” “선생님은 여기로 올해 여기로 오셔서 잘 모르시겠지만, 이 근방에서 저희보다 바다에 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미안하지만, 이 근방에서 누구보다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란다. “선생님은 그런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학생들이 위험해지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단다. 소문에 맹신하기 전에 먼저 좋아하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도록 노력해보는 게 어떻겠니?” 나는 일부로 조금 날카로운 말로 학생들에게 말했다. 한창 섬세한 나이에 이런 말은 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을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나의 마지막 말에 꼬투리를 잡던 여학생이 조금 울먹거리기는 했지만, 이럴 땐 강하게 나가야 했다. 아마 날 싫어하게 되겠지만, 그걸로 학생들이 안전해질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그럼, 곧 1교시 시작할 테니까, 모두 그런 얘기는 그만하고 수업 준비하렴.” 나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와 교무실 쪽으로 걸었다. 누가 들으면 애들한테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생명이 걸린 일이었다. 실제로 바위섬에서 죽을 뻔한 여학생이 있었다. 운이 좋아서 살았던 거지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거지? 나는 그 소문으로 인해서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왜냐하면... 소문에 등장하는 바다요정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이름없음 2019/12/26 01:19:14 ID : IMjg4Zija8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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