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초단기 역이세계물! 이세계 사제의 춘몽

나는 스레딕 왕국의 비버 산맥 언저리에 위치한 다이스교 사원의 사제 >>2이다. 우연히 책에 쓸 양피지를 구하러 시장에 내려갔다 >>3이라는 여인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녀를 보니 세속에 대한 갈망이 커지기만 했다. 도무지 마음을 가다듬기도 힘들고 날이 갈수록 다이스갓님께 대한 믿음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경전 필사일을 거들다 잠에 들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는데 조선이라는 나라의 선비가 되어있지 않았는가! 선비라 하면 학문과 무예를 닦으며 최종적으로는 관직에 진출하는 사회 계층이다. 선비나 사제나 마음을 수양하고 공부하는 것은 다름 없었기에 서서히 이전 세계에 대한 생각을 잊고 살다 5월 5일, 나는 우연히 그네를 타는 >>3을 보게 되었다. ---------------------------------------------------------------- 초단기라고는 했지만 스레주가 희망하는 결말과 속도를 고려하면 아마 석가탄신일 내외로 끝나길 바랍니다. 병맛 레스는 언제나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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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낭자. 혹시 성함이 어찌 되오?" 나는 그녀가 그네에서 내리길 기다렸다가 집에 돌아가는 그녀를 붙잡고 이름을 물어봤다. 하지만 그녀는, "어찌하여 성인이 함부로 과년한 처녀의 이름을 물어보나이까? 무릇 사대부라면 그에 맞는 예를 보여주시지요." 라고 나를 꾸짖었다. "나는 저기 매화나무가 있는 초가집에 사는 >>5(조선시대 식으로)로소이다. 언뜻 보아하니 전생의 연이 닿은 듯하여 여쭈어 봤소." "그렇소이까? 저를 찾아 보시려든, 읍성 가장자리의 주막으로 찾아오소서. 필시 재회할 수 있겠나이다." 하고는 그녀는 그녀의 무리와 함께 어우러져 사라졌다.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주막은 국밥 한 그릇에 두 푼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지닌 돈은... >>7이군.(100푼=1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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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 그렇다 '극한'이라는 개념인 것이다. 내 주머니 사정은 0푼에 무한히도 가까운 그런 상태. 털어봤자 먼지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오월 단오인데 올해가 무슨 해였더라? >>10(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중 하나 선택)>>11(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중 하나 선택)년이로구나. 주머니가 텅텅 비었는데 쌀독에 쌀 한 톨도 없구나 어찌할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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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도 없는 쌀독을 팔아보려 하니, 한낱 물건에 불과한 쌀독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제 주인이 제대로 먹이지도 씻기지도 않았는데 그대로 버려진다고 하니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하물며, 집의 쌀독을 판다는 것은 곧 재물을 모을 의지가 없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이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허나 내 처지는 무립고원이라, 당장 쌀독을 팔지 않으면 배를 곪아야한다. 즉, 미래를 위한 투자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옛 성현들도 스스로 밭을 갈아 먹고, 누에를 쳐서 옷을 해입으니 나도 이를 본받아 소일거리라도 찾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15라는 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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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귀한 누에로 밭을 갈다 결국에는 마을의 사내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끝났다. 그 때 그 주막집 처자가 나를 보고 비웃었다. 하긴 매일같이 년도도 모를 정도로 책만 들여본 백면서생이 여간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를 했는데 웃지 않을리가. 흠씬 두들겨 맞은 나에게로 그 처자가 다가왔다. "양 진사,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요? 진사 벼슬도 받았으면 관아에서 부르지 않겠습니까?" 그렇다 내 이름은 비록 양(楊) 씨에 반(伴) 이나, 이래뵈도 진사시에 합격했다. 성균관 생활도 집에 돈이 있어야 되는 것이지 나같이 홀로 살아온 선비에게는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한양에서 내려온 뒤로 바깥일에는 관심이 없어져 서원과 같이 향반들이 모이는 곳조차도 가지 않았다. 나름대로 진사인 나는 바로 마을 인근에 있는 서원으로 달려갔다. "이리오너라!" "게 누구신지요?" "나는 저 건너마을에 사는 양 진사라고 하는데 뵐 분이 있다고 수달 선생께 전해주게." 나는 수달 선생께 무슨 일이라도 좋으니 부디 서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래서 나는 서원에서 >>18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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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름에 서너 번씩 수달 선생의 어린 영애에게 소학을 가르친다는 조건으로 서원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내가 비록 >>20(15, 35 다이스)살에 서원에 처음 발을 디뎌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보람찬 하루를 끝마치고 골방에 누워서 새로 시작될 일들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늦었다면 늦은 나이이고 이르다면 이른 나이인데 반드시 이번 해에는 대과에 합격해야겠다. 그리고... 대과에 합격하면... 주막 그 계집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할까? 허튼 생각이로다. 아침 일찍 일어나 깨끗이 몸을 씻고 청포를 입어 서원으로 갔다. '혜민당(惠民堂) '이라는 곳에 생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잡았다. 나는 어디에 앉아야 할꼬?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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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7살의 나이로 당당히 맨 앞자리에 앉았다. 허나, 아직도 상투를 틀지 않은 동자가 내 뒷자리라 형된 도리가 아닌 것 같아 바꿔주었다. 짧게는 사서오경을 배우고, 더 나아가 사회 현안에 대해 깊게 토론을 나누는 경연을 마치고 나니, 16세에 진사시에 급제해 수재라 불렸던 명색과 달리 내 실력이 형편없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대과에 내내 낙방만 하여 버틴 게 벌써 10년째이니 아무리 배움에 끝이 없단 한들 내 재능은 진사시에 급제한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재능임을 이제야 아는구나. 어려서 황새인 줄 알았던 내가 그저 뱁새일 뿐인 걸 깨달은 게 27세이니 이를 어찌 우둔하지 않으리오? 경연도 끝났는데 어딜 갈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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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마음이 꿀꿀할 때에는 주막에서 탁주 한 사발만 걸치면 좋다. 대충 서원 이름만 대도 몇 달 간은 식사 걱정은 필요없겠군.(서원의 수탈은 그야말로 심각했었다.) 장국 한 그릇에 탁주 한 잔을 들이키니 중국의 강남이 부럽지 않구나. 뜨끈한 봉놋방에 누워서 그대로 잠에 들고 말았다. 이부자리에 무언가 말랑하고 따뜻한 게 >>25이로군.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나는 빠질 일 없이 서원을 다니며 공부에 매진했다. 대시 모의고사 날, 우리 생도들은 서원의 호반루(湖搬樓)에 모여 모의고사를 치뤘다. 수달 선생은 한 때 성균관 대사성도 지낸 분이시니 누구보다 대시의 출제 흐름을 잘 아신다는 것은 누구나 알 정도로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작문 시험의 주제는? >>27(답안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시(漢詩)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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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수달 선생하고 기생하고 어울려 노다니는 것을 보긴 했었는데... 계집 놀이에 쓸 시를 제자들에게 구하려고 한다니 한심하군. 옛다. 《桃花》 赤松里其書生愛 眞紅色的桃花也 君何由眞紅色也 我不知君的事情 (사실 개판입니다) 《복사꽃》 적송리 어느 서생이 사랑하는 진홍빛 도화야 너는 무슨 이유로 붉을꼬? 나도 그 사정을 모르겠구나. 이렇게 형편없는 한시는... >>29(1,33 다이스)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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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렇게 씨잘데기 없는 시가 22등이라니... 잠깐 내 밑에 다른 생원,진사들은 도대체? 역시 공부가 더 필요하다. 설사를 싼 탓에 무안해져서 자주 가지 않게 되었지만 꾸준히 주막에서 밥도 먹었다. 물론 수달 선생의 영애를 가르치는 것도 사소히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그 작고 귀여운 영애께서 이런 말씀을 하였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이 책에서는 사내들의 이야기만 나온다오.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 하오?" 그래서 나는 >>32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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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반찬 먹고 싶다.... 앗, 뭐라고 하셨습니까?" 나는 그 때 허기져서 영애의 말씀을 못 들었던 터라 헛소리를 했다. 조금 듣는 척이라도 했어야 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간에 영애의 말도 아주 틀린 게 아니긴 한데 나는 거기에 대답할 용기가 없어 답을 내놓지 못하였다. 아니, 사실 삼강행실도 같은 걸 보면 열녀나 효녀의 이야기도 나오긴 한다만, 영애께서 바라시는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테지. 군자가 되는 길은 가면 갈수록 험하기만 하다. 하나를 알아도 둘은 모르니, 모든 도를 깨우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모든 것을 버리고 머리를 깎아 중이 되고자 하니 불교의 가르침은 그저 내세의 평안을 위한 일이니 그동안 공자의 가르침을 배워온 나에게는 맞지 않는구나. 고민이 깊어갈 수록 세월은 무심히도 흘러가 어느덧 과거시험이 멀지 않게 되었다. 서원 내에서는 서로 제각기 접을 꾸려서 과거시험을 효과적으로 응시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구나. 그래서 나는 이 접에서 >>38을 맡게 되었다. 1. 거벽(작문) 2. 사수(거벽의 글을 옮겨적기) 3. 선접꾼(명당을 잡기 위한 전사) 4. 기타(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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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나마 접에서 덩치가 커서 선접꾼을 맡게 되었다. 우리 고을이 고만고만한 고을이라 향반들도 궁핍한터라 전문적인 선접꾼을 구하기 힘든가 보다. 내 무술실력이 >>40(0~10) 정도지만 노력해야지. 서울로 올라갈 때 호신을 위한 각궁 시위에 바를 아교를 구하러 장터로 갔다가 그 주막집의 아낙네와 만나게 되었다. "저, 양 진사님. 혹시 서울로 올라갈 때 서울 음식이 입에 안 맞을 수도 있고... 걱정되어서 그런데 소녀도 접에 끼워넣어주신다면..." 설사를 싼 뒤로 주막의 주모에게 미안해져서 안 가게 된지 오래되었는데 이런 부탁을 받아도 되련지 모르겠다. 어떻게 할꼬?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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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명이라도 끼는 게 좋을 듯하여 흔쾌히 허락했다. "좋소. 댁의 모친께서도 용맹한 여걸이니 그 여식인 그대도 필시 도움이 어찌 안 되리오?" 사실 저 낭자의 어머니이신 주모가 마을에서 제일 가는 여걸로, 혼자 내려온 표범을 북어채 두들기던 방망이로 후두려 패 물리치기도 했었다. 제법 계집치곤 몸집도 사내 못지 않게 다부지니 도움이 되리라. 표범 곰탕도 제법 맛있... 지금은 그럴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다. 우리 접에 낭자를 끼워놓기 위해 설득을 해야된다. 그런데 주모가 예전에 표범 곰탕을 고아서 고을 모두에게 나누었던 일을 상기시켰더니 전부 찬성하였더라. 그렇게 해서 우리 >>43(5, 8)명은 고을을 떠나 한양으로, 서울로 과거를 보러 힘찬 발걸음을 떼었다. 반나절을 꼬박 걸어 어느덧 조령(鳥嶺)까지 오게 되었다. 도무지 주막이나 묵을 집이 없어 자리를 펴고 밤을 새는데 요상히도 귀신에 홀린 듯 냇가로 갔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44와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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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려서 따라온 곳에는 다름 아닌 도깨비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런더 저 도깨비, 꼭 양탕국을 잘 마시겠더라... 가 아니고 사람도 아닌 게 주유만큼이나 잘생겼더라. 난 필시 천지인을 이루는 사람인데 저 미물에게 진 것 같다. 도깨비는 메밀로 만든 것들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하필 내 수중에는 그런 게 없어 난처했다. 난처한 나를 보곤 도깨비가 호탕하게 웃었다. "으하하하!" "아니, 처음 본 사람을 두고도 웃어도 되는 일이더냐?" "허허, 전생의 스승도 몰라보다니... 나는 ㅅ..." 도깨비는 자기가 나의 전생의 스승이라고 주장하려다가 말을 끊었다. 혀라도 씹은 건가? 도깨비는 실수를 만회할 헛기침을 하고 왈하길, "어쨌든 간에 때가 되면 한계령으로 오너라. 내 모든 일들을 말할 것이니." 하고 도깨비는 제 말도 못한 주제에 언젠가 한계령으로 오라는 통보만 준 채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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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리에 일어났더니 그저 헛깨비를 본 것이라 생각하고 낭자가 해주는 조찬을 들었다. 그런데 모두들 하는 말이 샘가에서 도깨비를 보지 않았냐며 서로 묻는 게 아니던가? 심지어 낭자도 보았다고 한다. 영 찜찜한 기분만 남겨놓고 우리는 한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이제 천안이다. 뭘 하지?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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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까지는 용케도 왔었는데 넉넉히 자리도 잡으려면 적어도 사나흘 전에는 한양에 도착해야 한다. 거벽을 맡은 이 생원, 사수인 이 서생과 문 서생은 상관 없으나 우리 선접꾼들은 미리 한양으로 올라가려면 조랑말이라도 구해서 가야 할 것 같은데... 우리 노잣돈으로는 조랑말은 커녕 우마차도 구하지 못할텐데 어떤 뾰족한 묘안이 나와야 하나...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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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서 어찌 야생마를 구한단 말이고? 우리는 포기하고 서둘러 한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같은 선접꾼인 낭자가 걱정되는데...(남장해서 같이 행동할 예정) 의사를 물어보니 따라가겠단다. 아... 어쩌지...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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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천지신명이시여 부디 이 몸을 도와주시옵소서.... 크흠, 선비가 감히 괴력난신을 논하지 말라고 공자께선 말씀하셨지만 사람이 급한 일이 생기면 어느 곳이든 기대기 마련이다. 어딘가에서 툭하고 조랑말은 고사하고 나귀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로 길잃은 나귀가 툭 튀어나왔다. 말랐어도 탈만은 하겠다. 나는 낭자를 나귀에 태우고 싶었지만 접의 가장 어르신인 정 진사가 요통을 호소하는 바람에 나귀는 정 진사의 차지가 되었다. 그래도 낭자가 괜찮다고 하니 괜찮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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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시험날이 되었다. 이 급전개는 비단코 스레주가 하루를 빼먹어서 그런 게 아니다. 오랑캐도 아닌데 시험장의 문이 열리자 선접꾼들이 몰아치고 자리를 잡았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깔고 침착히 문제를 풀어갔다. 그 주제가 무엇이고 하면...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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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군납의 병폐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니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런 주제는 보통 주상께서 직접 출제하시는 전시에나 나올 법한데 어지간히도 급했나 보오. 이 생원은 머리를 쥐어짜내서 그에 맞는 글을 써내리고 있는데 일개 선접꾼인 나이지만 그래도 진사 벼슬인데 객기를 부려 내가 직접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구슬땀을 흘리는 낭자를 보다가 어느덧 주모의 부군은 죽은지 오래되었는데도 관아에서 군포를 내라고 성화를 내던 게 생각이 났다. 어떻게 할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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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 씹어먹고 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는 맹혹한 호랑이와 같다는 뜻의 말만 적었는데 보기 좋게 떨어졌다. 당연한 수순인 거다. 낭자도 이 생원이 답안을 대충 써줘서 낙방했다. 그리고 그나마 우리 접에서 글 좀 쓴다는 이 생원도 최후의 33인에 들지 못하였으니 상관 없겠지. 그렇게 우리는 내려와서 문경 새재 언저리에 있는 주막에서 돈 벌이나 하며 벌어먹고 살았다. 한때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혼례를 치루고 자녀도 >>60명이나 낳고 살았다. 그런데...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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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슬하에 10명의 딸을 두었다. 딸만 열 명이나 있어서 뭐 문중의 명예라던가 그런 건 떨어지지만 일단은 행복한 게 어디인가? 조선 천지에 양(楊) 씨가 씨가 마른 것도 아니고 나 하나 쯤이야... 대충 돈은 벌리면 좋은 것이고, 안 벌리면 그렇게 사는 인생이었건만, 어느 날 안동으로 시집 간 첫째는 시집 간지 얼마 되지 않아 >>64하고, 추풍령으로 시집 간 둘째는 아이를 낳다 >>65하고 상주로 시집간 셋째는 시댁으로 가는 도중 가마에서 >>66해버렸다. 부모 된 도리에 어찌 간장이 끊어질 수 없겠는가? 우리 부부는 장사를 접고 첫째가 시집을 간 안동으로 급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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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무공을 깨우쳐 남편을 내조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무술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무인이 되어 이후 여호걸로 그 이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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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가 산적이 되었다니... 그래서 우리 부부는 딸아이를 설득하러 가고 있다. 둘째는 아이를 낳다 혼수상태에 빠져 몸져 누웠는데 손주도 멀쩡치 못하고... 이번 달이 끝이겠지. 셋째는 언니를 말리러 왔다가 관군의 조총을 잘못 맞아서 병신이 되었다. 넷째에서 열째까지는 왜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고? 그건... >>68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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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된 것이 첫째 영향인가, 아니면 그냥 우리집이 글러먹은 것인가... 넷째에서 막내는 망나니 짓거리를 하다가 호적에서 지워버렸다. 이런 (삐-) 어쨌거나 안동의 여산적은 관군의 화살에 맞아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지 못하였다. 집으로 돌아와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곰곰이 따져보았다. 어와, 허사로다. 다시 일어서기에 힘들어진 나는 불쑥 한계령으로 찾아오라던 도깨비가 떠올랐다. 갈까?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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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도깨비에게 뭐라도 조언 같은 것을 얻으러 행장을 차리려는데 아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분명 우리 둘이 만났을 때에는 가진 것은 없었으나 젊고 행색이 깨끗하였지만, 지금은 더 나락에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게되었습니다. 언약을 맺었을 때는 좋았지만 그 기쁨이 이 슬픔의 시작이었지요. 낭군께선 그 옛날의 도깨비를 만나러 가신다니 말리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돌아오시지 마십시오. 바라건대, 우리 헤어집시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헤어지고 나는 며칠 밤을 걸어서 한계령에 닿았다. 이젠 늙어서 삼보를 걷고 주저앉고 다시 일어서 가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안개가 자욱히 깔린 한계령 정상에서 가만히 지난 일을 생각해보다가 뒤에서 도깨비가 나를 불렀다. "허허, 옵티머스 나를 잊었나? 난 자네의... 그렇지, 전생의 스승이었다네. 자네가 잠시 속세에 내려와 여자에 한 눈이 팔린 것을 보고 깨어나게 하기 위해 꿈을 꾸게 만들었지." 그리고 나는...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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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훈훈한 온기가 나오는 벽란로에 언제나 늘 그렇듯 인자하신 것처럼 보여도 차가운 냉소를 지은 다이스갓님의 성상까지... 나는 조선의 조령에 살던 양 진사가 아니라 스레딕 왕국의 다이스교 사제 옵티머스가 되어있다. 머리를 만져보니 그 이전과는 다르게 나이를 먹어 머리가 빠져있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모두 느낀 듯 하여 허튼 생각과 욕심이 전혀 들지 않았다. 모든 것은 우연이라던 다이스갓님을 뵈기 힘들어졌다. 인생사 일장춘몽이라던 말이 떠올랐고 그 뒤로 나는 정진하며 평생을 살게 되었다. 《끝》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제목이나 내용을 알다시피 삼국유사에 실린 조신의 꿈이라는 설화를 차용해봤습니다. 썩 만족스럽지는 못하였지만 의외로 많은 레더분들의 참여로 예상보다 빨리 완결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과분한 관심을 가져주셔서. 사실 환몽 구조에 대해 연구도 해보고 싶었고... 또한 요즘에 범람하는 먼치킨 이세계물에 대해 사소한 안티테제로 이세계의 사제가 현실의 조선시대의 선비로 환생하여 과거는 낙방하지, 그렇게 꿈에 그리던 여자와 잘 될 것 같았는데 자식들은 개망나니에 결국에는 헤어지는 등... 여러모로 소소한 커뮤니티에 반짝 올리고 말 설정이었죠. 그리고 이런 안티테제 물은 오래 끌면 재미없어서 단기로 하는 게 좋고...(딱히 안 읽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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