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로맨틱인 사람 있어?
난 에이로맨틱 바이섹슈얼로 정의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친구와 대화를 하다 순간 뒷통수를 훅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어서..
답답한데 얘기할 곳도 없고 여기에라도 글 써 봐.
나는 에이로맨틱이지만 특정 '파트너'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선호하는 편이고, '친구'와 '파트너'는 관계의 종류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
물론 그저 베네핏을 위한 파트너도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나와 정말 잘 맞고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
성적으로만 의미 있는 관계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함께할 때 좋은 사람. 사랑도 우정도 아닌. 이해하지?(아 이런 거 설명할 때 새삼스레 내가 소수자라는 걸 느끼지 않아?ㅠㅠㅜ 이런 미묘한 걸 설명할 개념이나 어휘라든가 단어가 너무 부족하다ㅠ)
단순하게 말하자면 스퀴쉬가 느껴지는 그런 사람..
그런 파트너와 있을 때랑 친구와 있을 때는 분위기나 느낌이 달라. 응 확실히 다른 게 맞지. 친구랑은 성관계를 하지 않으니까.
진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어.. 친구는 친구인 걸로 좋잖아?
그런데 정말 나랑 마음이 잘 맞고 성적으로도 잘 맞는 사람과는 가족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해.
평생 서로의 편이 되어주고, 가족으로서의 온기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하고, 일상을 나누는.
나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거든 내 삶에.
이렇게 얘기하니까 꼭 결혼하고 싶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예를 든 거고, 그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동거든 뭐든 좋을 것 같아. 그 중 한 방법이 결혼일 수도 있고.
이런 이야기를 친구한테 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
그럼 그 파트너가 나와 같은 에이로맨틱이 아닌 이상 그 사람만 자꾸 힘들어지는, 불평등한 관계인 것 아니냐고.
나는 사실 생각도 못 해 봤거든.
내가 사랑에 대해 생각하지 않다보니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을 안 해 본 것 같아.
상대방도 나에 대해 좋게 느낀다면 그런 관계만으로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나봐.
알로로맨틱인 사람들은 항상 사랑받기를 원한다고 하고..
나는 연애를 하지 않지만, 내가 그 파트너와 관계를 지속하는 과정이 상대방에게 있어서 '연애'로 느껴지고 정의된다면(분명 그렇겠지) 나는 그 사람에게 본의 아니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게 되지 않을까?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가족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이기적인 거겠지?
나는 로맨틱한 감정으로서의 사랑을 느끼지 못 하는 것 뿐인데, 내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누군가에게 민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답답하고 슬프다.
역시 또 다른 에이로맨틱을 파트너로 만나는 게 최고겠지만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고.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내 감정에 대해 거짓을 말 하는 건 싫어.
참 어렵다. 내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새삼스레 외롭네.
다들 어떻게 생각해?
이름없음2018/05/07 12:03:26ID : ZeLe2LcE8i6
만약 그 상대방이 알로로맨틱이고 너에게 로맨틱 끌림을 느낀다면 확실히 그럴 수 있겠지. 물론 이 경우에도 너와 상대방 모두 동등하게 합의했다면 상관없지 않을까... 싶지만 알로로맨틱 입장에선 불공평한 관계라 느낄지도 모르겠네...ㅠ 나도 에이로맨틱이라 이런 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너와 상대 모두 합의를 보았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해!
이름없음2018/05/07 14:49:59ID : BcL82msqi2r
스레주가 성인이라면 다음 웹툰 「이토록 보통의」를 봤으려나...? 거기서 에이로맨틱 알로섹슈얼 남성의 이야기가 나와. 여자는 남자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있고 싶어하고 남자도 여자와 있으면 편안하니까 둘의 관계는 지속될 것 같다가도 나중에는 여자는 남자를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야. 아마도 사랑을 바라는 입장에서는 많이 지고 들어가야 하지... 나는 그레이에이로맨틱 데미섹슈얼인데 사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연애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생각하거든... 보통 알로로맨틱이라면 주는 만큼 사랑을 받지 않으면 부족함을 느끼게 될 거 같아. 로맨틱 무성애자를 유성애자가 이해하기에 힘든 것만큼 ...? 살면서 세상에 로맨틱 없이 관계만 존재하고 서로 친밀함만 가질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점점 깨닫게 되더라. 난 합의를 본다고 해도 그게 영원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해. 그 사람이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면 힘들겠지. 적어도 에이로맨틱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지.
이름없음2018/05/07 16:13:16ID : 04FfTO9wK0q
응 그렇지 확실히 합의를 본다면 괜찮겠지만 .. 상대방이 알로로맨틱일 경우엔 그것도 역시 평등한 합의가 될 수는 없겠지. 으음.. 슬프다.
이름없음2018/05/07 16:15:35ID : 04FfTO9wK0q
응 안 그래도 그 웹툰 어젯밤에 봤는데, 괜히 마음만 더 심란해졌어..
만약 내가 정말로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적당한 친구 관계로 두기만 하거나, 내 지향성을 숨기고 사랑하는 척 연기를 해야만 하겠지?
생각할 수록 답답해 ㅜ 그냥 에이로맨틱인 사람이랑 만나서 편하고 안정적인 관계 속에 머무르고 싶다.
이름없음2018/05/07 17:50:56ID : ZeLe2LcE8i6
지향성을 숨기고 사랑하는 척 연기해야 된다니ㅠㅠ 그건 너무 슬프잖아... 아무리 상대가 알로로맨틱이라도 숨기기를 바랄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을까...ㅠ 상황이 너무 잔인하네ㅠㅠㅠ
이름없음2018/05/08 08:16:43ID : 04FfTO9wK0q
알로로맨틱인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일단 첫 번째로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사랑해주지 못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가고. 두 번째로 그런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감정이 있더라도 자존심이 상하거나 너무 큰 상실감이 느껴져서 멀리 하고 싶어질 것 같대. 결국 내가 만약 정말 놓치기 싫은 사람이 있다면 숨기거나 내가 포기하거나 해야 한다는 거겠지. 이런 거이 있어서 합의가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네.
이름없음2018/05/13 02:47:41ID : RBbBbvinU3V
딱 내 얘기라서 울뻔 했다ㅠㅠㅠㅠ 나는 그레이로맨틱 오토코리스섹슈얼인데 딱 스레주가 말하는 관계의 사람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 진짜 연인 이하 친구 이상 말이야. 이게 느낌으로는 알겠는데 뭐라 표현을 못하겠다. 그냥 종종 정말 이사람이다 하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더라고. 나는 스레주와는 반대로 그런 사람을 대할 때 불편하고 거슬려. 답답한 느낌이랄까. 암튼 진짜 슬픈건 내가 원하는 관계를 그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것과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인데 솔까 현실적으로 나랑 비슷한 사람 찾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되지가 않는다ㅜ...
뒷북이지만 정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콰이로맨틱 판섹슈얼로 정체화 중인 사람이야 난 지금 글에서 설명한 것 같은 파트너가 있는데 그 사람은 알로로맨틱이고, 에이 스펙트럼이라는 건 밝힌 상태야. 내가 로맨틱한 감정에 대해 느끼는 혼란 때문에 둘 다 엄청 마음고생 중이고... 그런데 이런 혼란 때문에 어쨌든 좋은 사람, 좋은 인연을 놓치기는 싫고 상처 주기도 싫고 그렇네 그냥 파트너랑 한참 눈물섞인 대화 나누고 검색하다가 발견해서 댓글 달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