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온지 어느덧 2개월이 넘었다. 다들 언제나 그래왔듯이 중간고사를 치루고, 성적표를 보며 울고 웃었다. 나는 온갖 알파벳과 숫자로 채워진 성적표를 보며 감흥 없이 한숨을 뱉었다. 몇 과목은 조금 높게, 몇 과목은 조금 낮게. 언제나와 같이 중간 쯤의 성적이었다. 어차피 좋은 성적은 기대하지 않았다. 시험 한번 잘 치려고 몇 주 동안을 죽을 듯이 노력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나는 낙서와 줄글로 낙서장을 채우며 20분 남짓의 아침 자습시간을 보냈다.
스레주2018/05/20 00:10:49ID : q5glCi641vf
10분간의 짧은 휴식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나는 공책과 필통을 들고 스탠드 책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창가의 뒷자리는 언제나 안심이 되었다.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으면서도, 어느쪽에 시선을 두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시선 처리를 잘 못하고, 보여지는 느낌이 싫은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있잖아, 너 보니까 그 공책 매일 붙잡고 있던데. 뭘 쓰는 거야?"
"그냥... 취미생활."
그러는 너는, 매일 창 밖을 보며 무엇을 하냐고 묻고 싶었다. 그녀의 자리는 창가쪽 맨 뒷자리, 딴짓을 하기 좋은 위치라 종종 경쟁도 일어나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서 창가를 보는데,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녀가 전형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