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작년에도 온 각설이 올해도 또 왔네~ 이 수준은 아니지만 ㅅㄹㄷㅈ 시절부터 근근히 명맥을 이어오며 끈덕지게 올라온 마법소녀의 위기일발입니다. 잠시 스레주의 정신건강의 문제로 쉬는 사이에 가족 코메디 소재 폭발 기간인 가정의 달 5월을 3분의 2나 날려 먹었군요. 1판 주소:http://thredic.com/index.php?document_srl=4331404 그래서 이 스레는 무슨 스레인가? 본격적으로 좀 많이 애매한 스레. 맘 편히 허술한 블랙 코미디로 생각하자. 스레주의 즉흥에 따라 기본 베이스는 블랙 코메디+가족 일상+범죄(...)지만 일부 소재는 SF라던가 이상한 게 들어갈지도? 루팡 3세와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이하 마마마)와는 어느 정도 관계가 있나? 즉, 세계관은 루팡 3세 세계관인데 마마마의 요소가 편입되었지만 배경이 한국이라서 다 씹어먹는다 이 말입니다. 솔직히 스레주도 감독마다 루팡3세의 해석이 갈리는 탓에 골을 썩고 있습니다. 수위 #주제: 다소 높음 #선정성: 루팡 다이브... 넣을까... #폭력성: 총, 칼은 늘 빠지지 않습니다. 간략한 묘사로 끝나겠죠. #대사: 많이 심한 욕설이나 정치•사회적 차별 용어는 미리 순화되거나 삭제됩니다. #공포: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한 번 씩은 나올지도... #약물: 애초에 가상의 마약이 중점 소재입니다. #모방 위험: 설마 따라하실 건 아니겠죠? 술, 담배 묘사를 좀 줄여보겠습니다. 스레주는 언제 접속해 연재할 것인가? 이제 장래를 걱정할 시기여서 파랗고 빨간날에만 옵니다. 그렇다고 분량이 늘지는 않아요. (18.6.6, 일부 수정.)
  •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늦봄 5월, 한국의 대기업 조수무 그룹에 루팡 3세라고 자처하는 작자로부터 예고장이 날아왔습니다. 진짜냐 공방도 있었지만 이내 대한민국 경찰청은 TF팀을 꾸리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지요.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불철주야 활약하는 국가기관 국가정보원 국내파트의 마법소녀 요원 박영희 씨(특징: 여괴도 미네 후지코와 판박이.)는 지난번 조수무 그룹에 산업 스파이 짓을 벌이다가 미래전략실의 곽진아 팀장에게 탈탈 털리고 늙은 아버지가 계신 부산에 잠시 내려와 있었습니다. 영희 씨는 회사에서 서울로 올라오라는 지시를 받고 곧장 서울로 갔습니다. "네, 처장님. 루팡이 예고장을 보냈긴 했는데... 설마 저를 그 일당에 투입하겠다는 미친 헛소리는 하시진 않겠죠?" "너는 일단 나하고 같이 다니자. 루팡하고 자네하고 지난번에 만났고, 조수무 그룹에도 얼굴이 팔렸고..." "곧 입국할 인터폴에 제니가타 경감이 저를 보고 수갑이나 채우지 말길 빌어야겠네요." 그리고 제니가타 경감이 나리타-인천 노선으로 입국하였습니다. 제니가타 경부의 인성은 어느 정도인가?(작품마다 오락가락해서...) >>4 (0,9) 다이스 0~1 피도 눈물도 없다. 간혹 루팡 일당을 타진하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게 목표가 아닌가 할 정도 2~3 적당히 뇌물을 받아먹는 등 부패했다. 적당주의여도 할 건 다 한다. 4~5 평범한 중년 형사. 신념은 두둑하지만 내세울 수가 없다 6~7 청백리는 아니지만 신념과 현실을 조합함 8~9 정의로운 형사 아저씨. 현실에서 극히 드문 타입
  • 갱신
  • Dice(0,9) value : 1
  • "흠, 여기가 한국인가..." 제니가타 경감은 초여름 날씨에도 트렌치 코트를 챙겨입고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공항 택시를 타고 중국발 중금속 미세먼지가 끼인 도심을 둘러보며 그간 경찰로 지낸 생활을 돌이켜봤습니다. '참 몇년 동안 다사다난했었군. 고시에 합격해 시작했었지...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경찰 명문가 제니가타 가문의 데릴사위도 되면서 탄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건만, 좀도둑들이 점차 내 일에 끼어들면서 연수원 동기들이 점차 승진가도를 걸어갈 때 나는 뒤쳐져서 웬 변태 기질이 있는 부관의 테러에 휩쓸리지 않나, 내전 중인 국가에 들어와서 목숨을 위협받고, 거기에 이시카와 머시기 때문에 야쿠자 조직 수사작전을 방해받은 데다가 거기에 목이 날아간 시체의 산을 보고...' 이 정도면 충분히 성인이라도 맛이 가는 게 이해가 될 겁니다. 제니가타 경감이 과거를 되내이는 동안 계절감 없이 옷을 걸친 외국인 손님을 목적지인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데려가야 할 택시 기사 아저씨는 봉 잡아 보겠다고 서울 시내를 뺑뺑 돌았습니다. 어느 순간에 원치도 않는 서울 구경을 하게 된 제니가타 경감이 낌새를 눈치채서 적당히 공권력의 힘을 보여주고 서울 구경은 끝났습니다.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석관동에 어느 2층 단독주택에는 노부부와 손녀, 그리고 얹혀사는 식객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옛날옛적 한 40년전에 한 끗발을 날렸던 괴도 루팡 3세와 미네 후지코에 이시카와 고에몬이었답니다. 이시카와 씨는 어느사이에 발을 뺐고, 저 부부는 당시 한국의 군부에 꽤 유용한 장물과 정보 등을 팔아넘기고(물론 순탄치는 않았다) 조용히 손녀도 두고 그냥 마저 못해 살고 있습니다. 저 손녀는 조부모 당신이 젊을 적에 어떤 만행을 저지렀는지 모르고요, 의심은 하지만 평범한 무역회사에 다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딴 건 생각하지 말고, 노부부 야스오 씨와 에이코 씨는 손녀가 학교를 간 사이에 후신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후배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간에 그 놈이 조수무 그룹 회장 앞으로 보낸 예고장을 종편 뉴스 와이드쇼에서 읽어주는데 그리 썩 밝은 표정을 짓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젊은 날의 과오여서 그런 것일까요? 부부는 안 되겠다 싶어서 텔레비전을 끄고 산더미 같이 쌓인 영화 비디오테이프하며 DVD, BD를 정돈하다 폴 그리모 감독의 《왕과 새(1952년 作)》 테이프를 발견했습니다. 몇번이고 돌려 봐서 테이프는 뚝뚝 끊기고 먼지는 쌓였지만 야스오 씨가 무척 아끼는 바람에 이도저도 못하고 방치를 해두고 있었는데 야스오 씨는 미련도 없이 그 테이프를 버렸습니다.
  • 그 저 부부의 유일한 손주인 주느비에브 미네 양은 만나이로 10세인데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참 기묘하네요. 그리고 제목이 《마법소녀의 위기일발》인 만큼 이 아이도 마법소녀입니다. 작년 학기말에 홧김에 큐베와 계약을 맺어 과연 어른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간만에 몸도 풀어볼 겸 할머니가 지켜보는 대로 마녀 사냥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명색이 마법소녀물인데, 어느 정도 교통정리는 필요하니까요. 지난 겨울에 누군가가 왕창 안기부 시절 마녀들을 잡아가서 잠시 쇼크가 있었지만 학기가 진행되면서 석관동 마녀 생태계는 예년 수준보단 못해도 평행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원 한구석에서 부화중인 그리프 시드를 발견했습니다. 에이코 씨는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행여 시신이 발견되진 않을까 초조했습니다. 다행히 발견되지는 않았지만요. 마법소녀 수업이 끝나고, 여대생 하나가 검은 봉고차에 실려가는 것을 에이코 씨와 미네 양이 목격하였습니다. 이럴 때 둘은 어떻게 했을까요? >>9
  • 갱판
  • 일단 신고하고 혹시 모르니 쫓아가 본다?
  • "어, 할머니! 저기 저기!" 어린 손녀가 어떻게 해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이미 에이코 씨는 차량 번호도 보고 경찰에 신고를 한 뒤 오토바이에 올라타 있었습니다. "여보, 저녁은?" 차고에서 오토바이를 끌고 가려니까 남편 야스오 씨가 밥은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습니다. "나 바쁘니까 대충 냉장고에서 꺼내 먹어." 손녀는 해 떨어져서 집에 돌려 보내고 홀로 봉고차를 쫓으러 떠났습니다. 아내 에이코 씨가 노익장을 과시할 동안, 야스오 씨는 그동안 먹지 못했던 인스턴트 라면을 슈퍼에서 사들고 집에 왔습니다. 손녀 미네 양의 인상이 썩 좋지 않은 게, 식객 이시카와 씨가 괴식을 만들어서 강요하고 있나봅니다. "흐아앙. 용용1, 용용2, 용용3..." 아침에는 힘차게 기어가던 화단 속 실험관찰 지렁이들이 탕으로 변하는 건 한순간이었습니다. "지금 몇십년 간 보는데도 자네 식성은 이해할 수 없어."
  • 집안에서 저러고 있는 동안, 에이코 씨는 여전히 검은 봉고차를 뒤쫓았습니다. 그의 머리 속으로는 지난 겨울 마녀 남획(?)과 수상한 마법소녀 용병 스카웃에 대해 연관된 일이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에이코 씨는 그 검은 봉고차가 강변북로로 진입하면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고속화도로에는 오토바이는 진입금지잖아요. 그래도 검은 봉고차의 번호를 숙지한 게 어디냐며 집에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건망증 탓에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면 무슨 의미가 있을고? 검은 봉고차는 유유히 서울 도심을 빠져나와서 수원시 교외의 폐교의 그 돼지축사로 들어갔습니다. 에이코 씨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을 들이 닥쳤지만 그 여대생은 온데간데 없고 축사 옆에 그 검은 봉고차와 텅 빈 축사만 덩그러니 있을 뿐, 인기척이라던가 그런 것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신고자인 에이코 씨는 집으로 돌아와서 수화기 너머로 한 소리를 듣고 끝났습니다.
  • 뭐 그 다음의 이야기, 영희 씨와 제니가타 경감과의 만남(그리고 제일 중요한 앵커)는 자고나서 아침에 올리겠습니다. 굿나잇.
  • 굿나잇 스레주!
  • 오사키 일가가 저러는 동안에 영희 씨는 상관 강 처장을 졸졸 따라다니며 바삐 온갖 잡일거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영희 씨가 조수무 그룹에 잠입했을 때 실수 했던 점이라면, 보험사기 사건 현장에 실수로 입에 물던 커피잔을 떨어뜨린 적이 있었죠. 보통의 사건이었다면 어쩌다가 사건에 휘말린 여인의 커피잔이었으니 폐기되었겠지만, 영희 씨가 참... 좀 그렇죠. 그리고 그 커피잔에 대한 자료는 제니가타 경감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여간에... 후지코가 변덕이 심하긴 한데, 굳이 이먼데까지 와서 재벌가 도련님 꼬시지 않고 뒤치닥거리만 하면서 정보를 캐고 다녔는데 그게 루팡을 위해서? 하도 약 빨아서 제정신이... 아니지, 그러면 들치기를 할 수가 없잖아.' 제니가타 경감은 왜 미네 후지코의 DNA가 커피잔에 남게 되었는지 살펴보다가 후지코가 굳이 루팡의 일을 거들 이유가 있겠는가로 결론을 내리고 후속범죄 방안을 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잠시 동안 국가정보원 강수진 처장의 비서를 하고 있는 영희 씨와 영희 씨의 종이컵 자료를 엄밀히 따지고 있던 제니가타 경감이 참 기가 막히게도 경찰청 복도에서 서류철에 앞이 막혀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부딪혀 만나게 되었습니다. 흔한 한국식 아침드라마에서라면 보통 썸을 타야겠지만 영희 씨는... >>15
  • 바로 수갑을 찼다
  • 영희 씨는 억울하게도 5급공무원의 책무를 다하고 있는데 바로 수갑을 찼습니다. 차라리 루팡이나 지겐하고 같이 다니거나 간첩질해서 잡힌 거면 억울하지 않지, 조용하게 일 보다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듯 수갑이 채워지니 입도 같이 다물었습니다. 정말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강 처장이 구명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요. 후지코 씨(?)에게 수갑이 채워지고, 제니가타 경감은 부랴부랴 한국 검찰으로 영장을 받으러 갔습니다. '무슨 선체포 후영장을... 지금이 아버지가 장미 담배 태우실 적도 아니고... 뭐 루팡과 공동정범으로 처리될지 아니면 공범으로 처리될지 모르겠는데...' 영희 씨가 속으로 자신이 언제 풀려나갈지 궁리하고 있다가 마찬가지로 제니가타 경감에 불만을 지닌 듯한 젊은 형사가 취조실로 들어왔습니다. "하여간에... 선배는 장인어른 보기 부끄럽지 않나..." 영희 씨는 젊은 형사에게 고개만 끄덕이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저 형사는 일본 경시청 소속 나야... 이노가시라도 아니고... 미야자키도 아니고 야타가라스 고로 경위(경부보)입니다. 하도 제니가타 경감이 막장 짓거리를 해서 경시청에서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붙여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야타가라스 경위는 영희 씨를 어떻게 봤을까요? >>18 1. 닮긴 닮았는데 애먼 사람 잡은 거 아냐? 2. 후지코다. 3. 바스트가... 99cm가 아니잖아.(???) 4. 별 생각 없음.
  • 가속
  • 1번
  • 야타가라스 경위는 침착하게 상사의 구명을 기다리는 영희 씨를 보고 그 후지코와는 다른 사람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몇년간 계속 안 잡혔다고 해도... 애먼 무고한 사람을 잡아놓은 거 아냐? 엔자이가 또...' (엔자이(冤罪), 일본의 사법 체계의 병폐로 나오는 억울한 죄) "혹시 제니가타 경감의 실수로 구속되셨나요?" "네? 뭐라고 하시는지..." '한국에 오면 일본말 말고 한국말로 해 이것아.' 야타가라스 경위가 일본어로 물어봐서 영희 씨는 실은 도쿄 야마노테 지방 억양으로 일본말을 구사할 수 있음에도 모르는 시늉을 했습니다. 모르는 체라도 해서 사건에 무관한 사람인 척이라도 해야죠. 서초구에 검찰청에 가던 제니가타 경감과 서초구 내곡동 회사로 돌아가던 강 처장 둘다 애먼 사람이 미네 후지코로 몰려서 구속되었다는 야타가라스 경위의 보고로 급히 종로구 내자동 경찰청으로 돌아왔습니다. 참 불편한 네 사람은 제니가타 측은 상관의 실수로, 강 처장 측은 부관의 실수로 그렇게 되었다고 서로 실수를 덮었습니다.
  • 한편 강남구 역삼동 그 언저리에 있는 조수무 그룹 본사, 아마도 이 스레의 최종보스인 미래전략실 제 13팀장 곽진아 팀장은 서봉수 회장의 신임을 받아 제1팀장 자리도 꿰찼습니다. 기존 제1팀장이었던 서준우 씨는 성적 지향이 남들과 좀 다르다는 이유로 기도원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언니도 그 소식 들었어요? 서 팀장님 회사 쉬시는 게 그 백 비서였나 박 비서였나... 법무팀에 외국인 변호사하고 비서하고 사귀는 거 알고 비서에게 몹쓸 짓한 뒤에 비서는 못하겠다고 퇴사하고, 외국인 변호사는 러시아 극동 지부로 자진해서 전근갔다나?" "아, 맞다맞다. 뭐, 사내방송에 나올 정도고 그 영화배우 중에 누구였더라? 닮은 사람이 있는 것 같았는데... 꽤 예뻤었는데 외국인 변호사하고 사귈만 했지. 하여간에. 갑질이..." "내가 그 백 비서 퇴근하는 거 봤는데 백 비서 따로 남자친구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양다리 걸치는 거 아닐까?" 조수무 그룹 임원직 비서진 사이에선 대충 이정도로 소문이 퍼진 것 같습니다. 백아연 비서로 분장한 박영희 씨 딱히 이미지가 좋진 않네요. "자자, 그만. 안 그래도 미국 철강 자동차 관세가 올라서 회사 분위기가 개판인데 일은 안 하고 잡담이나 하고 있어?" 곽 팀장은 비서들을 조용히 만들고 업무에 들어섰습니다. 영희 씨로부터 임원진의 비자금에 대한 소스를 얻은 루팡이 물밑 조사를 마친 뒤 회장 앞으로 예고장을 보낸 날, 곽 팀장은 다름 아닌 중앙정보부 시절 마법소녀 대상 생체실험 보고서를 품안에 안고 전전긍긍했습니다. "우리 그룹의 보물을 루팡이 캐낸다면 끝장이다..."
  • 한편 저 예고장과는 별개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오사키 부부와 박영희의 아버지 야마모토 기요시 씨입니다. 전(前) 루팡 일당은 옛날 군사독재 시절 입 싹 닦고 군부의 묵인 하에 조용히 지내왔었는데, 정권이 교체되면서 중요도는 떨어지고 북풍이 먹히지 않게 되어 여론몰이 용 버리는 카드가 되었단 말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나중에 경의선 뚫리면 뭐 하고 싶으세요?" 한국의 학교에 다니며 반은 한국인인 손녀가 해맑게 통일 이후의 사회에 물어봤습니다. "주느비에브, 우리는 한국하고 북조선이 친한 걸 딱히 좋아하진 않는단다..." "왜요?" "나중에, 어른되면 얘기해줄게." 이 집의 비밀은 되도록이면 손녀가 일찍 알면 안되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미네 양은 같은 반 친구 선우 군과 함께 >>22로 놀러갔습니다.
  • 어린이대공원
  • 미네 양이 주말에 같은 반 친구인 선우 군과 같이 어린이대공원으로 놀러간다고 하니까 먼저 할아버지인 야스오 씨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왜 하필 남자친구와 같이 단 둘이 놀러간다는 거죠. 마찬가지로 이시카와 씨도 극구반대하였습니다. 성북구 석관동에서 광진구 홍릉동이면 너무 멀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리고 둘 다 입을 맞춰서 하는 말이 남자친구로써 검증이 되지 않았다나 뭐라나. 이래서 미네 양이 친구 없었던 게 아닐까요? 선우 군 아버지가 의대 교수라고 이미 밝혀졌는데도 이 정도면 다른 친구들에게 어떻게 했을지는 불 보듯 뻔합니다. "아아, 절대로 안 돼, 남자친구하고 유원지 데이트라니..." 야스오 씨가 손녀의 데이트 약속 보고에 충격을 받아 거실 쇼파에 몸져누웠을 때, 부산에서 영희 씨의 아버지 영화 씨(a.k.a 야마모토 기요시)가 오사키 일가로 찾아왔습니다. "에이꼬, 야스오가 왜 저러는 지 아나? 하여간에 오버는 잘해요." "그냥 홍릉에 어린이대공원 놀러가겠다고 했는데 저러신다. 기요시, 넌 이번에는 뭣하러 서울로 왔어?" 아내 에이코 씨는 그저 남편의 꼬라지를 보고 혀만 찼습니다. "대학병원. 오늘 판교 집에서 자기는 무리여서." "그럴 거면 숙박비 5만원 줘, 돈 없는 양반도 아니고." 에이코 씨는 알뜰하게 숙박비도 받아갔습니다.
  • "그렇다면, 다녀오겠습니다." 미네 양은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잘 차려입고 선우 군네 아버지 차를 타고 어린이대공원으로 갔습니다. 차 안에서 선우 군네 아버지, 백 교수의 뒤통수가 따끔따끔 거리는 것만 빼면 최고로 화기애애하였습니다. "한국에 온지 오랜만이라 길도 잘 모르겠네..." "언제 독일로 가셨는데요?" "내가 한 대학교 2학년 때, 석유파동에 칼리오스트로 고트폐 사건이 터지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무척 안 좋았었지. 그 때 하필 유신정권이 무너지고 데모가 많이 일어났단 말이야? 그 무렵 이 아저씨가 한국에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곧장 서독으로 유학을 갔단다. 그 때는 비행기 삯도 비쌌고, 또 가난한 유학생이 할만한 아르바이트도 많이 없어서 생활비 번다고 탄광에도 가고, 공사판에서 벽돌 나르면서 공부도 하고 그랬지. 그러면서 선우네 어머니도 만났고. 그 때 선우 엄마는 참 예쁘고 똑똑한 신입 간호사였는데..." 서독에서 한국인 의사가 직접 환자를 대면하기는 힘들어서 결국에는 시체를 전문으로 다루는 법의학자가 되었다거나 선우네 어머니와의 연애담, 그 외에도 8~90년대 동구권 공산주의 정권 붕괴에서 받은 충격, 동서 독일 통일 등등 이야기를 참 알차게 꾸렸습니다. 선우 군과 미네 양의 데이트 날이지만 차내 대화 주도권은 누가 뭐라해도 백 교수가 쥐고 있었습니다. 백 교수와 사모님이 81년 함부르크의 어느 공원에서 데이트를 한 이야기에서 둘은 같이 딴청을 피우며 즐거워했습니다. 백 교수의 뒤통수가 따가웠던 것은 단지 기분 탓이 아니었습니다. 왜냐고요? 미네 양네 세 할아버지들(기요시 씨는 병원 예약을 핑계로 빠져가려 했지만 실패), 세 할아버지들이 한 번에 외출하니까 불안해서 따라온 옆집 국정원 직원 민수 씨, 그리고 뭔가 선우 군의 교육 문제는 아닌 다른 문제로 백 교수와 상의를 하고 싶은 영어 원어민 교사 저스틴 선생님이 미행을 하니까요. 와 참 인터내셔널하네요? 그렇지 않나요? 미행의 당사자인 미네 양은 보긴 봤을까? >>25
  • 보긴 봤는데 신기한 광경이라고만 생각했다
  • 우선 뒷좌석에 앉아있던 미네 양은 보긴 봤습니다. 다만, (본인 기준) 외제차들이 병주하니까 신기하게 봤습니다. 세 할아버지들이 탄 메르세데스-벤츠 C 클래스 세단에, 저스틴 선생님의 BMW i8 하이브리드, 그리고 민수 씨의 한국GM 스파크(그러니까 마티즈)가 병주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민수 씨의 마티즈만 불쌍하게 보이네요. 억대 컨버터블에, 5~6천만원 대 세단에... 뭐, 국정원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최근 몇년 사이로 마티즈가 급부상했지만요. 운전자인 백 교수는 별 생각이 없습니다. 변해버린 서울 시내 교통사정에 환갑을 넘긴 나이로 적응하기도 힘든데 뒤에 따라오는 차들에 어떻게 신경씁니까? 백 교수가 좀 많이 길을 헤매서 20여분 내로 갈 어린이대공원을 1시간이나 걸려서 갔습니다. 아들인 선우 군은 차라리 이럴 바에는 둘이서 지하철을 타는 게 더 낫겠다고 실토를 했습니다. 미네 양은 말은 안 해도 선우 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애들은 공원 안으로 보내고 잠시 연초 타임을 가지려다 포케트 안의 라이터가 기름이 다 떨어져서 부싯돌만 딱딱 스파크를 일어낼 뿐 불이 붙질 않았습니다. 편의점에서 다시 사야하나 아니면 입에 물어서 축축해진 담배개피를 그냥 버려야 하나 내적갈등을 겪다가 >>28이 붙여줬습니다. 1. 야스오 씨 2. 저스틴 선생
  • 가속
  • 1111
  • 백 교수의 담배에 불을 붙여준 사람은 야스오 씨였습니다. 지난 번에 할머니 에이코 씨와 백 교수는 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적이 있었죠. 일본인치고는 가족 구성원의 성씨가 제각각이라 의심도 샀었지만... 야스오 씨는 손녀가 만나는 남자아이의 아버지가 어떻게 되시는가를 알고 싶었나봅니다. 같이 흡연부스를 찾아 다니며 어색하게 서로 자녀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친목도 쌓고 그랬는데요, 여기서 서로 '대강' 10년 터울이라는 것을 알 게 되었습니다. 조만간 저 두 남자는 같이 술자리도 가질 것 같네요. 민수 씨는 남자 혼자 놀이공원에 가봤자 할 게 없어서 머쓱하게나마 남들 다 안 가는 동물원 남미관으로 갔습니다. "아하하... 동물원 개미핥기는 다진 고기를 먹는 구나... 긴 혀로 핥아먹는 거 봐라..." 물론 동물원인 만큼 가족 관람객도 있어서 주저 앉았습니다. "마리 씨, 보고 싶습니다." 야스오 씨 성화로 같이 따라온 기요시 씨는 미행을 하자는 야스오 씨 말에 우리 민족의 고유의 손짓으로 거부의사를 표한 뒤, 택시를 타고 딸이 산다는 판교로 가버렸습니다. 40년의 세월이면 충분히 그 사회의 문화에 동화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시카와 씨는 유유자적 산책은 늘 들고다니는 지팡이칼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칼에 집착하는 걸 보면 정신의학 쪽으로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 어른들의 얘기는 여기서 끊고 미네 양과 선우 군의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선우 군은 우선 놀이공원의 하이라이트, 롤러코스터를 타봤습니다. 작지만 꽤 스릴이 넘쳤다고 신장 제한에 걸린 미네 양에게 말해줬습니다. 바이킹도 타고 다람쥐통도 타며 심장을 달군 뒤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탓에 나무그늘에 있는 벤치에 쉬다가 남자 혼자 놀이공원에 와서 서로 아는 체도 못하는 민수 씨와 저스틴 선생님을 발견했습니다. "선생님!" "아저씨! 공부는요?" 아이들이 있자 둘은 어색해질 차에 잘 되었다 싶어서화색을 띄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핑계를 대야할지 머리는 바삐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너희 둘이 같이 어린이대공원에 와서 놀고 있구나. 선우야, 혹시 너희 아버지하고 이야기를 좀 여쭈어보고 싶은데 어디 계시니?" 목적은 선우가 아니라 선우의 아버지인 백 교수였기에 단도직입적으로 행방을 물어봤습니다. 타 부서에서 있어서 그렇지, 마리 씨나 다른 직원으로부터 백 교수의 이력을 주워들은 민수 씨는 자기네 회사 프로젝트가 누설되면 안 되어서 블로킹을 했습니다. "미스터 퍼슨, 그러지 말고... 같이 민속관 가실래요? 코리안 트래디셔날 컬쳐. 오라이?"
  • 그리고 옆집 아저씨와 영국에서 오신 원어민 선생님은 서로 짝이 있어도 가짜 전통혼례를 보러 민속관으로 갔습니다. 땀내나는 사내끼리 알콩달콩 연기자들의 가짜 결혼식을 보자니 버티기가 힘든 저스틴 선생님은 행사가 끝난 뒤 판교에 있는 자취집으로 갔습니다. 일을 삐끗해서 한국으로 좌천된 뒤로 영국에 있는 세 딸들에게 전화 한 통 걸기조차 힘든 가장 저스틴 퍼슨 씨. 그는 오늘 하루도 초과근무를 한 뒤 편의점에서 파는 네 캔에 만원 하는 영국 맥주와 간단한 레토르트 식품으로 저녁을 때웁니다. 다만, 그 모든 분위기를 깨는 사나이가 있었으니 바로 기요시 씨였습니다. 용케 현관앞까지는 왔는데 도어락 비밀번호가 뭐였는지 까먹어서 막 누르다가 콱 잠겨져 버려서 이도저도 못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저스틴 선생의 선택지 >>33 1. 여기 경찰이죠? 네, 집 앞에 수상한 사람이...(이럴 때만 한국어가 유창) 2. 어디선가 많이 본 인상인데 기분탓이라고 하기에는 옆집여자(영희 씨)가 의심스럽다. 3. 홈리스? 4. 알게 뭐야
  • 발판
  • Dice(1,4) value : 1
  • 헙.
  • "네, 여기 파출소죠? 신도시 아파트 ○동 13층인데... 수상한 사람이 있어서요." 저스틴 선생은 거두절미로 경찰에 신고를 하고 자신의 회사 이름으로 은행에 담보대출해 얻은 판교신도시 35평 아파트로 들어갔습니다. 저스틴 선생은 옆집 여자 영희 씨가 수상하긴 하고, 저 추레한 노인이 왕년에 지겐 다이스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이상 생사람 잡아서 잔일 치루는 것도 귀찮았고 피곤했습니다. 수상한 사람인 기요시 씨는 순순히 순경 손을 꼭 잡고 순찰차 뒷좌석에 타서 가까운 파출소로 갔습니다. 반론의 여지도 있었겠지만 얌전히 파출소에서 기다리다 딸네 부부가 데려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언제부턴가 기요시 씨에게 만성적으로 타성적이고 수동적인 정서가 자리잡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언제였는고 하면 가깝게 잡아보면 최근 10년 간 청송에 박혀있어서 그랬다고 할 수 있겠죠.
  • 이런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둥 박영화 씨는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경찰관들에게 보여주고 딸을 기다렸습니다. 기록 상으로는 청송에서 10년간 지낼 정도의 사람이 딸이 사는 집의 현관 비밀번호도 모르고, 딸이라는 사람도 전화를 받질 않아서 모두의 의심을 샀습니다. 물론 딸의 집이라고 해도 아무때나 막 찾아가고 하면 주거침입이지만요. 무기력하게 있던 영화 씨는 저녁 8시에 딸네 부부가 수습을 하고 그토록 원하던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줄곧 부부라고 칭했지만 영화 씨의 딸 영희 씨와 동거인 철수 씨는 부부가 아닙니다. 영화 씨는 둘이 잘 되길 바랐지만 영희 씨는 오사키 씨네 아들과의 짧은 만남 이후로 일에 매진하고 철수 씨는 그런 영희 씨가 부담이 되어 쫓기듯 다른 여자와 결혼했거든요. 지금은 철수 씨가 진급한 이후로 가정에 소홀해지니 아내는 떠나버리고 그 자리를 한국으로 돌아온 영희 씨가 차지해버렸지만요. 이거 아침 드라마도 아니고... 적당하게 영희 씨가 해둔 반찬과 반찬 가게에서 사온 반찬을 내열 플라스틱 용기에 대충 담겨진 채로 냉장고에 바로 꺼내서 차갑고 눅눅한 상태로 언제부터 전기밥솥에 앉혀진지도 모를 딱딱한 밥으로 한참 늦은 저녁식사를 먹었습니다. 남의 집 사람들이 저 집이 저녁밥을 먹는 걸 보면 내온 밥처럼 딱딱하고 말라비틀어서 보기 숭하다고 할 겁니다. 아버지는 고개를 푹 숙여서 밥알에 콕콕 박힌 콩알을 세고 있고, 딸은 휴일에도 아버지 시중은 커녕 잔업을 해야할 걱정을 하고, 사우는 조만간 있을 선관위 연계 투표법 강의 초안을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해야한다는 딸은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먼저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할 것 같다며 먼저 식탁을 떴고 계면쩍은 사우는 피피티가 뭔가 뭐시갱이를 만들고 노트북으로 일해야 한다며 뒤이어 떠났습니다. 누군지 몰라도 충남 천안의 어느 김치공장에서 치댄 총각김치를 얼마 안 남은 이로 와그작와그작 씹어대던 영화 씨도 식사를 관뒀습니다. 자정을 훌쩍 넘기고 잔업을 마친 철수 씨가 영희 씨가 누운 침대로 기어들어갔습니다. "그나저나... 올해 아버님 연세가 어떻게 되시더라?" 영희 씨는 잠이 깨어서 신경질적으로 대답했습니다. "일흔 여섯. 만으로는." "연세도 연세지만 너도 마흔이고, 홀로 부산에 두는 것도 그런데... 요양원으로 보낼까?" "안돼." 영희 씨는 귀찮았는지 아니면 다른 욕심이 있었는지 안 된다는 말만 하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 영희 씨는 일요일이지만 올해 상반기 마법소녀 전수조사를 끝마치기 위해 내곡동 회사로 출근해 잔업을 했습니다. 같이 일하는 마리 씨, 윤아 씨, 명지 씨는 어디 연수 받으러 출장에 가서 사무실은 영희 씨 뿐입니다. "서방님 손가락은 여섯개래요. 시퍼런 절단기에 뚝뚝 잘려서, 한 개에 5만원씩 20만원을 술퍼먹고 돌아오니 빈털터리래." 혼자인 틈을 타서 김민기가 제작한 뮤지컬, 《공장의 불빛》 넘버 중 하나인 <야근>을 흥얼거리기도 했습니다. 저번에는 《그날이 오면》을 부르더니만, 국정원 직원치고 좀 특이하네요. "... 일하기 싫으면 관두래지, 뭣 하러 공무원은 되었담? 누구는 좋아서 되었나, 도둑놈 집에서 난 죄지." 이제는 가사를 막 바꿔내어서 부르고 있네요.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영희 씨의 일인다역 뮤지컬은 끝났습니다. 몇 소절 뒤에는 등장인물들이 노조를 세우자는 얘기를 하거든요. "진짜로 도둑놈 집안에서 자란 게 죄지. 죄." 영희 씨는 자동차 할부금 영수증과 지난달 >>39를 보고 다시 우뚝 섰습니다. 그나저나 미네 양은 일요일인데 뭐 하고 지낼까요? >>40
  • 발판
  • 카드값
  • 남친구함
  • 미네 양네 집에선 미네 양의 새 남자 사람 친구, 선우 군을 초대했습니다. 별건 없는데 그냥 하는 것 같아요. 하여간에 저 꼬장 부리는 건 알아야 한다니까요? 할아버지들은 처음 뵈는데 셋이나 있으면 곤란했는데 기요시 씨는 알아서 치워졌고, 이시카와 씨는 딱히 할 건 없지만 조계사로 보내버렸고, 친조부모만 남았습니다. "아유, 그래. 주느비에브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 아버지가 대학 교수라고?" "네, 의학, 특히 법의학 쪽으로 연구하고 계세요. 그런데 저에 대해 궁금하시지는 않으세요?" "아니, 뭐... 도이치에서 태어나서 거기서 줄곧 공부하고 자랐는데 한국 생활하는데 어렵지는 않니?" 야스오 씨는 엉뚱한 쪽으로 호구조사하려다가 초등학생에게 제재를 먹고 멀쩡한 질문을 내놓았습니다. "네... 그럭저럭 적응하고 있습니다." 선우 군은 대답을 그리 열심히 하진 않았습니다. "할아버님, 궁금한 게 있는데, 주느비에브는 왜 하필 그 칼리오스트로 공국에서 태어났나요? 거기 간첩 판에... 19세기에 멈춰진 나란데." 선우 군은 좀 그런 쪽으로 궁금했나봅니다. 근데 간첩 판이라니... 미네 양의 아버지 고조 씨는 정말로 잡지 기자였을까요? "옛날에 이 할아비하고 할미하고 젊을 적에 연이 있었는데..." 야스오 씨는 그 옛날 이야기를 꺼내려다 옆집 창문으로 도청장치 이어폰을 낀 민수 씨를 보고 얼어서, "아무튼 그랬단다. 나중에 어른 되면 알게 될거다." "여보, 남자들끼리 이야기는 다 했어? 점심 먹어야지." 에이코 씨가 서재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점심 준비가 다 되었다고요. 점심식사 도중에도 야스오 씨의 호구조사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학력이 어떻게 된다고?" "여보, 그만해. 애들끼리 만나면 될 걸. 아버지가 대학 교순데 좋은 건 당연하지." "할아버지 너무 집요하세요." "아버지는 우선 학부는 국립 S대 의과대학 다니시다가 서독으로 건너가셔서, 박사까지 국립 K대학을 다니셨고요, 어머니는 한국에서 사립 E여대 간호대학 나오셨습니다." "우리 주느비에브는 말이지,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다 학벌도 좋고, 엄마 아빠도 학력이 좋아서 그런가 머리는 참 좋아. 언어만 통했어도 분명 1등 했을 건데..." 자기과시가 참 대단한 것 같네요. "할아버지, 그만 하세요. 몇 번째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 여보. 너무 자랑만 하는 거 아냐? 요즘 같은 시대에 안 귀한 자식이 어딨어?" "..." 초대받은 선우 군은 말이 없어졌습니다. 13살 짜리가 무슨 곧 결혼할 여자친구 집 찾아뵙는 것도 아니고 계속 야스오 씨 말을 듣는 건 지쳤거든요. '집에 가서 히오스 하고 싶다.' "밥도 다 먹었는데 후식은 주느비에브 방에서 먹을래? 둘은 올라가고 할머니가 나중에 올라갈게." "여보, 내가 손 보기 전에 좀 가만히 있어줄래?" 에이코 씨는 저 말을 복화술로 했습니다. 일흔 셋의 고령이지만 마법소녀인 에이코 씨, 그는 마법이 남편을 통제하는 수단입니다.
  • "할머니, 방금 전에 무슨 비명소리가 났는데요." "오호호, 아무 것도 아냐. 근처에서 닭이라도 잡았나 보지." 뒷뜰에 겨우내 고구마를 구워먹은 드럼통에 야스오 씨가 처박히긴 했지만 다치지는 않았으니 걱정마세요. "소리가 사람 목소리 같았는데..." "음, 길가 쓰레기통까지 가기에는 시선이 있으니까 뒷뜰에서 한 건가..." 민수 씨는 저것도 분석하고 앉았네요. "할머니, 일흔을 넘기셨는데도 피부가 고와요. 어떤 비결이라도..." 겨우 초6이 처세술을 배워서 한다고 하면 좀 많이 이상하지 않나요? "아니, 뭘... 그냥 마음만 곱게 가지면 되는 건데..." "거짓말, 할아버지 몰래 백화점에서 비싼 화장품 사고 피부과 들낙날락하는 거 다 봤어요." 손녀 미네 양의 폭로는 끝나지 않습니다. 엄마가 양육비로 보낸 돈을 명품 가방으로 샀다가 걸려서 하루만에 환불했던 거라던가, 할아버지 생신 때 팥밥이나 이런 건 다했어도 선물을 깜박하고 택시에 내려두고 온다거나, 본인은 분기별로 백화점 쇼핑 가면서 할아버지 옷은 잘 안 사준다거나... 기타 등등이 있네요. 그런데 첫번째는 많이 심하잖아요. 야스오 씨는 저런 대접을 받으면서도 같이 사는 걸 보면 극도의 마조히스트인 걸까요? 아니면 이시카와 씨처럼 황혼에 이혼 당해서 홀로 손주를 키우기 싫어서 그런 걸까요? "우리 엄마도 한국에 입국할 때 면세점에서 600유로 넘게 샀는데 아빠한테는 200유로 밖에 안 한다고 거짓말 쳤더라고. 그리고 아빠는 지난 주말에 골프채하고 골프 가방 사면서 엄마한테는 꼭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 선우 군도 이제서야 편히 말을 꺼내게 되었습니다. 에이코 씨만 새 됐네요.
  • "요새 관리는 안했지만... 어휴, 잔주름 봐..." 저녁에 선우 군은 집으로 돌려보내고 에이코 씨는 거울을 들여다 봤습니다. 마법, 과학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젊어지려고 노력해도 세월의 힘은 어떻게 해볼수가 없나 봅니다. "그럼 그렇지, 자기 나이가 올해로 일흔 셋인데." 겨우 드럼통에서 빠져나온 남편 야스오 씨가 옆에서 참견을 했습니다. 그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건 다른 마법노년(?)도 마찬가지입니다. 1판에서 잠깐 얼굴을 비추다가 잊힌 이모님도 바로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모님이 아마 그 조수무 그룹에 회장 서자 서준우 씨의 이모되는 사람이었죠?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봐주신다는, 근데 조카가 이미 스물 넘겼는데요. 요즘 그 이모님은 조카가 성추문에 걸려서 퇴출된 이후로 그리프 시드를 못 받아서 근근이 살고 있습니다. 나이 먹으니까 감동 변동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서 버티는 거지만. 이모님은 어느 날, 폭삭 늙어버린 자신의 얼굴을 보고 그만 애꿎은 거울을 깨버렸습니다. 조카의 성(性)에 대해 잘 모르는 이모님은 지난 봄에 찾아온 여자 비서, 백아연(a.k.a 박영희) 씨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 X만 아니라면... 이모님은 바로 차려입고 본사로 찾아가서 곽 실장을 보러 들이닥쳤습니다. ">>44" 곽 실장은 어떻게 했을까?
  • "아니,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분이....... 어이쿠, 말실수 했습니다."
  • 일단 앵커는 접수☆ 예고장은 보냈는데 루팡과 지겐이 소식이 없구만... 저거부터 어떻게든 하고 둘이 만나게 하던가 아니면 루팡 지겐 떨어뜨려서 진행시키던가 해야지
  • 한편 일단 예고장은 보냈는데 한동안 소식이 없던 루팡 일당. 내내 그렇듯 후지코는 트롤 짓이나 하니까 제쳐두고, 그나마 파티라고 할 수 있는 놈... 아니 인간은 루팡과 지겐, 그리고 고에몬이 있죠. 우두머리인 아마도 루팡 3세는 조수무 그룹 회장에게 예고장 보내놓고 단독 범행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고 있고, 지겐은 부산 모 처의 광고회사에서 촬영감독 겸 스턴트로 굴려지고 있습니다. 일단 루팡의 예고장을 보고는 용역 산출한 다음에 친구비 선불금으로 엔화 100만 엔을 지급하라고 배째고 있습니다. 고에몬이요? 대사가 많은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후지코처럼 깽판을 치는 타입은 아니고, 참철검이 뭐든 댕겅 썰어버리니까 글쓰는 재미는 없고... 이 세박자가 맞아떨어져서 별로 스레주가 생각을 하지 않았네요. 3~5인체제에서도 개그를 이끌어야 할텐데... 이쪽으로 연구를 해야겠군요.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오늘(6월 8일)에 시작했지만 알 게 뭡니까? 실은 미리 생각해둔 지방선거 맞이 몇몇 개그 삽화들은 생각해뒀지만 스레 이야기 진행상 맞지도 않고 별 재미도 없을 것 같아서 버렸습니다. 아참, 우리나라에서 지방선거 투표권은 공직선거법 제15조 제2항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에 의거하면 만 19세 이상의 영주의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으로서 해당 지방단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사람도 투표권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사키 씨 부부는 이번 투표에 성북구 석관동의 환경을 개선할 일꾼을 뽑을 권리가 있단 말입니다. 기요시 씨는 진작에 옛날에 귀화해버려서 대한국민으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죠. 그래서 알 게 뭡니까, 맹랑한 소리나 하고 있고. "슨배님, 지난 번에 박영희 씨라고 멀쩡한 공무원 잡아두고 미네 후지코라고 우기질 않나... 지금이 선배 장인어른이 60년대에 안보투쟁하고 데모하던 대학생 잡던 시댑니까? 인터폴이나 되어서 괜한 일본 경시청 명예나 실추시키지 마시고 그만 옷 벗어주십시오. 지난 번에 훼리 하우스 사건도 슨배님이 미리 조치만 했더라면..." 야타가라스 경위는 한참 선배인 제니가타 경감을 붙잡아 두고 제발 일본 경시청 명예를 실추시키지나 말고 깔끔하게 옷 벗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가 이 스레에서 정상인이 없어, 정상인이. 주인공 영희 씨는 도둑질이나 불륜 같은 걸 아무렇지도 않게 하질 않나, 루팡 일당은 늘 그랬듯 루팡하고 앉아있고 노친네들은 한 사람은 로리콘에 하나는 과소비에 배우자 폭행이 잦고, 또 하나는 알콜 중독에 나머지는 도검 과몰입에 황혼 이혼당했어. 영희네 회사 사람들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고문만능주의에, 관행이라고 연좌제적인 요소가 들어간 민간인 사찰이나 하고 있질 않나... 거기에 상사는 수시로 부관들을 쥐어패고...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죠? >>47 1. 루팡 일당 아니었니? 2. 오사키 일가는? 3. 제니가타 몽룡과 야타가라스 방자 얘기는 하다 말았니? 4. 그래서 저스틴 선생이 왜 선우네 아버지 백 교수는 찾아 뵈려고 하는 거야? 5. 에이 모르겠다 이 모든 걸 렛츠 라 마제☆마제! 6. 기타(자유)
  • 444!!
  • 그렇죠. 스레주가 깜빡하고 잊어버린 저스틴 선생님과 백 교수와의 만남이 있었네요. 저스틴 선생님도 전 스레에서 이미 말했던 것 같았지만 영국의 그렇고 그런 회사원입니다. 이 스레의 광기에 걸맞는 인물이기도 하죠. 역시 그렇고 그런 회사의 직원 답게, 저스틴 퍼슨, 저스틴 씨는 한 10년 전에 있었던 독일 프로이라인 오이레 사태에 대해 정보도 쥐고 있습니다. 그중에 석연찮았던 게 사태 피해자 유족 단체에서 몇 안 되는 동양인이자, 또한 의학계 인물이었던 백 교수가 갑자기 고국인 한국으로 귀국했다는 것입니다. 독일에서 살았을 때 지인들은 예순도 넘었으니 고향으로 돌아간다고만 생각했지만 그 회사들은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필시 한국 쪽에서 손을 썼을 거라는, 그런 얘기가 있었고 마침 백 교수의 막내아들과 구(舊) 후지코의 자녀로 보이는 미네 양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좌천되어 놀고 먹고 있던 저스틴 씨를 불러서 잠입 위장시켰다 이 말입니다.
  • 마약 프로이라인 오이레, 글라우코스 제약사 회장 알메이다 백작이 이상적인 소녀를 만들기 위해 만들었다는 그런 환상의 미약이라는 얼토당토한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약입니다. 저스틴 씨가 그나마 쥐고 있는 정보에 따르면 사람의 기억을 통제할 수 있는 위험한 약이라고 합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Mk울트라 프로젝트의 사례에서 봤듯이 마약으로 사람의 정신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다는 게 밝혀졌지만 여기서는 넘어갑시다. 제니가타 경감 말로는 (박영희 씨와 가토 에이코 씨 말고) 그 미네 후지코가 생체실험의 피험자라고 주장하지만 또렷한 물증은 없습니다. 선우네 누나인 故 백선아 씨 외 수많은 피험자들은 실험 직후 사망했기 때문이죠. 유럽의 수많은 정보기관이 주시하던 백 교수가 한국 쪽으로 빼돌려진 것 같아 루팡 일당을 추적하던 도중 백 교수를 심문하라는 명령을 하달 받은 세 딸의 아버지 저스틴 퍼슨과, 큰 딸을 잃고 새로이 투쟁 의식이 각성해 수많은 피해자 유족을 대신해 의학적 지식으로 싸운 세 아이의 아버지 백순철. 그 둘은 어디에서 만났을까? >>50
  • 저스틴 선생이 직접 백 교수의 연구실로 찾아갔다
  • 일요일에 급 몸이 안 좋아져서 업데이트를 못했습니다. 몸이 낫는대로 화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괜찮아 스레주? 빨리 건강해지길 바라
  • >>52 지금은 육체적으로 나아진 상태입니다. 평소에 운동을 많이 안 하는 타입이라면 생리기간과 여행이 겹치지 않게 계획을 짜십시오. 정신적으로는 좀 문제가 있지만 다음부터 스토리 진행에는 차질을 빚지 않게 하겠습니다. ------------------------------------------------------------------------------------------------------------ 저스틴 선생님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바로 백 교수의 연구실로 찾아갔습니다. 백 교수의 연구실에 백 교수는 없고 시험 채점하는 조교만 있었습니다. 저스틴 씨는 백 교수의 독일에 살던 시절에 알던 사람이라고 조교에게 둘러대고 찬찬히 의심을 사지 않는 선에서 백 교수의 연구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백 교수가 성격이 잘 치우는 성격이 아니라 시험지에, 학생들의 레포트, 시약 검사지, 연구비 영수증, 학술 저널과 수많은 논문들에 심지어 백 교수가 사모인 진화 씨 몰래 사둔 골프채와 골프가방도 뒤섞여 있었습니다. "음... 저기, 이 종이들 제가 정리하면..." "저도 학기 초에 치워보려고 했는데요, 그냥 내버려 두세요. 교수님이 이런 종이 더미를 남이 치우는 걸 좋아하시진 않더라고요." 저스틴 씨도 그 종이 더미에 자신이 원하는 정보가 없는 것 같아 방치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온 백 교수는 조교가 독일 살던 시절부터 알던 분이라고 저스틴 씨를 소개했을 때 백 교수는 짧게나마 입술을 물고 마른 침을 삼켰습니다. "교수님, 여기 독일 시절 때부터 알고 계시다고 해서..." "그래. 정 군도 수고했는데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게.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백 교수는 제3자인 정 조교를 돌려보내고 저스틴 씨와의 대담을 시작했습니다. "이야, 영국에서 처음 뵈는 분도 만나고, 내 고교 시절 때부터 루팡 3세와 미네 후지코를 동경했다만 내가 이렇게 거물이 되다니 말이야." "고국으로 귀국하기 전부터 확신해오고 있었던 거지만, 당신네들이 왜 나를 추적하는 거죠?" 간단하게 인스턴트 커피와 계피맛 비스킷을 내오고 금테 안경에 김이 서려 안경을 닦다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섰습니다. "몰라서 묻습니까? 그 글라우코스 제약사 일은 당신이 끄집어 내지 않았더라면 크게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오." "묻어야 할 일이라... 난 그렇게 생각조차 못 하겠습니다. 당신 연배로 보면 당신도 결혼해서 애도 있을 사람이 뭘 물어봅니까? 똑똑하고 착한 맏딸이 갑자기 회사에 갔다가 미쳐서 돌아오고 그 뒤로 하늘나라로 갔는데 어느 부모가 그걸 보고 가만히 두겠어요?" "이미 독일 연방 정부와 글라우코스 제약사는 배상금은 각 가정에 배상금을 무려 40만 유로나 되는 거금을 지불했소. 그리고 재발 대책도 유럽 의회에서 발의도 됐는데 이 정도면 된 거 아니오?" ">>54" 백 교수가 한 대답은? 1. 돈은 필요하지 않았소. 2. 뭐, 타지에서 밥은 먹고 다닙니까? 3. 또 그 소리군요. 4. 그것도 한 때의 일이고, 먼 데서 오실 분이면 한가하시질 않을텐데... 5. 기타(자유)
  • 2번
  •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먼데서 오셨는데 밥은 먹고 다닙니까?" 백 교수는 수년간 맞닥뜨린 수많은 공세에 지치고 노쇠해버려서 먼저 백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끝없는 싸움에선 먼저 지는 게 이기는 거라고도 하고요. 또 한국인이라면 밥은 사먹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식사, 말씀하시는 것인지..." '한국에선 밥을 먹고 다니냐고 물어보는 게 관습이라고 하지만.' "네, 저녁 식사요. 가족들한테는 이미 먹고 들어온다고 말은 했고, 당신이 찾아오시는 바람에 정 조교도 먼저 퇴근했는데. 같이 식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 거잖아요." 백 교수는 저스틴 씨를 이끌고 대학로 근처 광양 불고기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이 집이 맛있던데, 1인 손님은 받아주지도 않아서 말이야... 그렇다고 혼자서 이탈리안이나 프렌치 레스토랑, 한정식집은 또 그렇고..." "..." "어후, 고기 다 타겠다. 고기 안 먹어요?" 척 봐도 연장자인 백 교수가 고기를 쏙쏙 집어먹으며 입 안에 고기 쪼가리가 있어도 손에는 분주히 상추쌈을 싸며 수저를 들지 않는 저스틴 씨에게 한 마디를 거들었습니다. "왜 나한테 이렇게 대하는 거지?" "왜냐고? 솔직히는 연구실에서 정리한다고 서류 뒤지고, 남의 집 아픈 구석 콕콕 쑤시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댁도 거기서 윗분 명령 받아서 마음에 없는 짓거리 하는 것도 다 알고, 먼데서 고생하니까 그런 거지." 백 교수는 자신이 할 말 다 하고 식사를 마저 끝냈습니다. 그제서야 저스틴 씨도 수저를 들었습니다. 계산은 서로 내겠다고 하다가 저스틴 씨의 신용카드가 리더기에 읽히지 않아 백 교수가 최후의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 그나마 현재 루팡 일당의 규합을 보았을 땐, 루팡: 예고장을 보내고 계획을 짜는 등 주모자로 활약 예상 지겐: 몸을 사리는 건지 이번 계획에서 발을 빼고 위험수당 계산 중 고에몬: 일단 연락은 닿았으나 가담 의사 불분명 후지코: ???(대타 박영희?) 대강 이 정도로 칩시다. 콩가루 집단이네. 일본 경시청 측 막장 형사 제니가타 경감과 그에게 막말과 팩트로 딴지를 족족 거는 야타가라스 경위는 불안하긴 해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입니다. 한국 국정원에선 따로 다른 요원들이 차출되었지만 요주의 요원 박영희와 주변인들은 박영희 탈주 방지에 갖은 노력을 하겠죠. '솔직히 내가 거기 조수무 가서 회장실에서 술에 취한 재벌 부자(父子)에게 성교육 보교재 취급 받아서 기분이 나빴어. 죽고 싶지는 않은데... 그냥 내 5연발 38구경 리볼버에 한 발은 회장놈, 한 발은 재벌2세, 한 발에 지켜보고 실실 비웃던 실장놈, 한 발에는 루팡, 마지막 한 발에는...' "박영희, 뭐 생각하냐?" 조수무 그룹에서 위장 취업했을 당시를 회상하던 영희 씨를 철수 씨가 바로 잡았습니다. "응, 아무 것도 아니야. 뭐 시킬 거라도 생겼대?" "별 다른 것은 없는데, 정권도 바뀐지 1년째이고 국제 정세도 휙 바뀌어버리니까... 그냥 네가 걱정이 되어서." "아, 그래? 내가 어쩔 수가 없지.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 했는데. 기계가 유행이 지나고 낡으면 쓸만한 부품은 뽑을 대로 다 뽑고 버려야 하지 않겠어?"
  • "너, 사람 맞거든? 하여간에 너희 아버지나 너나 이상한 공상과학 소설은 좋아해서..."_ "그렇겠지? 퇴근하고 집에서 보자." "그렇게는 안 될 걸. 오늘 민준이 엄마가 집에서 좀 챙겨갈 게 있다나봐. 나도 내 아들은 봐야겠고. 또 만나면 돈 문제 때문에 싸울 것 같은데... 애 앞에서 그 놈의 돈 얘기 꺼내지 않으면 안 되나..." 철수 씨는 자신의 전처를 만나야 된다고 거절했습니다. "그래. 알았어." 영희 씨는 퇴근 후 >>58을 찾아갔습니다. 1. 석관동 오사키 일가 2. 바로 옆집 안전가옥에 사는 민수 씨와 마리 씨 3. 숙직실 4. 기타(자유)
  • 2222 사람이 .아무도.안..와..
  • 영희 씨는 석관동 안전가옥, 마리 씨와 민수 씨를 찾아갔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둘은 아내가 바깥에서 돈을 벌어 오고 남편의 아내의 내조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그런 저성장-청년 실업 시대의 젊은 부부 같이 보여도 앞서 말했듯 둘 다 7급 공무원입니다. "나 왔어." "아니, 박 계장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 둘만의 시간을 방해받은 마리 씨는 언짢게 영희 씨를 반겨줬습니다. "철수가 지 전 와이프 만난다고 나 보고 바깥에서 자래." "... 계장님. 친구 없어요?" "왜 없어? 철수하고 너." 직업 특수성으로 얄팍한 인간관계를 가지게 된 거겠죠. 아마 다른 친구가 있었다면 선택지가 풍부했을 겁니다. "전 딱히 계장님 친구 하고 싶진 않은데요. 그냥 옆집 가세요. 계장님 아버지도 그리로 오신 것 같던데." 그리고 영희 씨는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 영희 씨는 졸래졸래 옆집 오사키 일가로 초대도 없이 불쑥 들어갔습니다. 이 오사키, 야마모토 일가의 종특이 남의 집에 허락 없이 쑥 들어가기인 것 같은데, 역시 밤손님 집안은 다르네요. "어머님, 저 왔어요." 저녁 식사는 끝났지만 영희 씨는 부끄럼 한 점 없이 거실로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야스오 씨 아들 잡아먹은 X이지만 용케도 화목합니다. "어, 그래..." "철수가 즈이 마누라 만나겠다던?" "..." "강남 인근에 고시원이라도 구해야하나..." 영희 씨는 마땅한 거처가 없는 것을 두고 어디 고시원 방이라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집주인인 야스오 씨와 에이코 씨는 물론이고 아버지 기요시 씨도 영희 씨가 이리저리 해도 그나마 서울권에서 올 집이라곤 이 집 밖에 없고, 그렇게 만든 것에는 어느 정도 본인들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넘기는 거죠. 8시 저녁뉴스가 끝나고, 오늘밤 목욕순서 쟁탈전의 승자 영희 씨와 목욕순서 자동 1순위 미네 양이 같이 탕으로 들어갔습니다. "근데요, 이모. 아빠가 생전에 기자였다고 했는데, 어떤 분이셨어요?" "응? 너희 아빠? 고조라면..." 영희 씨가 고조 씨를 떠올렸습니다. 한 십몇년 전 칼리오스트로 공국에서 영희 씨는 의사로 위장취업을 하고 고조 씨는 순수하게 취재를 하러 갔다가 길이 겹쳐져서 하룻밤 같이 묵게되었습니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고조 군 너가 있어서 다행이네. 일본말이나 한국말 통하는 사람이 전혀 없어서 심심했거든." "여기가 시골이니까 안 그렇겠어? 파리나 베를린 같은 대도시라면 몰라도... 내일 성 선배한테 기사 송고해야 하는데 팩스도 없고... 참 옛날 동네야." "낮에 보니까, 너 여자친구 많더라? 미국에서 온 랭글리에 키사라기 양도 있고... 어장관리 하니? 가난한 종합지 기자 따위가?" 직업적 특수성 탓인지, 아니면 본인도 어장관리를 즐기는 탓인지 고조 씨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을 경계했습니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부모님께 관심이 참 많더라." "그건 그렇고, 오늘밤은 육지에서 다이브를 해야지, 잘 먹겠습니다!" 고조 씨가 폼 잡는 척을 하다가 침대에 먼저 누운 영희 씨에게 다이브를 시도했습니다. 그 때 영희 씨는... >>61 1. 이상한 곳에서 펀치 머신이 날라와서 다행이야. 2. 38구경 리볼버는 훌륭한 대화수단 3. 청소년의 정서함양에 좋지 않은 루팡 다이브는 너굴맨이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구! 4. 무덤덤 5. 기타(자유)
  • 222
  • 영희 씨는 바로 빤쓰만 남기고 가다마이, 남방, 즈봉을 벗고 들어오는 고조 씨의 고간을 향해 늘 쓰고 다니는 38구경 리볼버를 겨눴습니다. 아! 38구경 리볼버! 훌륭한 대화수단이죠! "죽을래?" "아닙니다... 그래, 다이브는 정해진 수영장에서 해야 안전하니까..." 삐걱대는 낡은 침대 하나 밖에 없는 방에서 영희 씨와 오사키 씨는 '잘' 잤습니다. 잔잔하던 밤의 호수가에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는 마력의 안개가 은은히 깔렸습니다. "... 고조 그... 뭐, 보통의 남자였어." "이모? 왜 얼굴이 달아올랐어요? 목욕을 많이 해서 그런가?" 영희 씨는 애하고 목욕하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몰라도 지 혼자 얼굴이 발그레 붉어졌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영희 씨가 이렇게 집에 찾아올 때 미네 양은 꼭 영희 씨가 자고 가길 바랍니다. 다른 어른들이 자다가 소리치는 게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영희 씨도 자다가 소리치는 건 같지만 그나마 얌전하게 소리를 질러서 괜찮다고 보는 모양입니다.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자!" "아, 꿈이었네..." 그날밤도 야스오 씨는 이상한 꿈을 꾸고 헛소리를 했습니다. "뱃 속에 아이만은..." "뭐래니, 나..." 옆에서 같이 자는 에이코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 모두가 모여 아침식사를 하고 있을 동안에, 영희 씨가 선뜻 온가족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게 어떻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이런 소리는 그렇지만, 주느비에브 학교생활도 그렇고... 집안에도 보면 밤마다 어른분들 중에선 한 분쯤은 소리지르기도 하고... 향후 교육에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내 어렸을 때 온 동네 어른들은 밤에 소리 질렀는데. 그 정도면 괜찮지 않아?" 야스오 씨는 이런 쪽으로 무심합니다. "그건 그 동네가 태평양 전쟁 때 징용가고 징병된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거고. 나는 그런 거 없었어." 기요시 씨는 딱히 정신과에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교육에 좋지 않다면야, 안 그래도 지난 달에 애 학교 담임 선생님이 정서가 걱정된다고 단독으로 상담했었어." 에이코 씨는 진작에 학교에 불려갔군요. "그건 그렇고... 시간이... 7시 40분이잖아? 어머님, 잘 먹고 가요. 아버지, 그래도 서울도 좋지만 부산에 내려가서 쉬세요." 영희 씨는 호다닥 밥 한 숟갈 더 퍼먹고 출근하러 갔습니다.
  • "근데 요즘 것들이 괴도하기 힘들겄어. 정계 재계 이런데에 높으신 분들이 다들 생각하지도 못한 수법으로 돈 떼어먹고 사는데..." 영희 씨가 출근을 하고 미네 양이 학교를 간 사이에 이런 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79년인가 그때에도 시라케(しらけ, 빛바램이라는 뜻으로 60년대 말 학생운동의 쇠퇴와 경제 고도 성장이 맞물려 일본의 기성 세대와는 다른 개인주의와 정치적 무관심을 가진 세대)는 이제 끝물이라고 훔칠 만한 것은 대충 다 훔쳤으니 남은 건 소녀의 마음..." "다들 관심 없구나." 야스오 씨는 빛바랜 과거 이야기의 장막을 들췄지만 옛날 동료들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영희 양도 아침에 말한 것도 있고 학교 선생님이 하신 것도 있는데 우리 모두 진짜로 손 붙잡고 정신과 가볼까? 노파심에 그러는 건데, 정말로." 에이코 씨가 아침에 영희 씨가 한 가족치료의 권유에 흔들렸나 봅니다. 그리고 집에서 마작하고 있던 세 남자의 결정은? >>64(중복 가능) 1. 그러지, 뭐.(전원 동의) 2. 혈연 없는 나는 빠지겠네(이시카와 이탈) 3. 난 부산서 할 거 많은데...(기요시 이탈) 4. 그런 거 없이 잘 컸어.(야스오 반대) 5. 너나 애랑 같이 가.(전원 시큰둥) 6. 기타(자유)
  • Dice(1,6) value : 5 6번이 나와도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지.
  • "우리들은 딱히... 우선 너하고 애하고 가보는 게 어때?" 세 남자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자기네들은 병원에 가서 이런 저런 약점을 터놓기는 싫다는 거겠죠, "음, 그리고 에이코 그대의 난폭함이 손녀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면 진작에 갔었어야 했다고 보오." "청송서 살 때 들어봤는데, 정신과 의사들 중에서도 이상한 사람 많으니까 잘 보고 가랬어." 야스오 씨 외 2인의 추가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시카와 씨는 여전하지만 딱히 에이코 씨는 태클을 걸지는 않고 학교에서 온 개별 가정통신문에 적힌 정신과 의원에 예약을 하러갔습니다. "에이코가 별일이네. 오늘도 해는 동쪽에서 떴는데." 평소와는 다른 반응에 모두 어리둥절해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언제 부산으로 내려갈 건데? 서울 공기 안 좋다며?" 집주인 야스오 씨는 은근슬쩍 늘어붙은 기요시 씨에게 언제 내려가냐고 물어봤습니다. "요즘 루팡이 한 건 해내면. 어쨌거나 내 아들놈이 돈이 궁할 놈이 아닌데 선불금이 얼마였던가... 그런데 마작패 중에 추완(10)이 없어졌다." "그저께에도 했었는데 없어지는 게 말이 돼?"
  • "X 더하기 8은 14니까, 음... 5는 아니고, 지우개..." 미네 양이 수학 시간에 간단한 1차방정식 문제를 풀다가 적은 답을 지우려고 지우개를 꺼내고 종이에 문댔습니다. "안 지워지네. 이거, 할아버지 마작패잖아?" 그 지우개는 기요시 씨가 찾던 추완 패였습니다. 필통에서 도박용품이 나오자, 담임선생님은 다시 미네 양에게 할머니를 학교에 모셔오라고 했습니다. "네, 주느비에브 할머님 되시죠? 담임인데... 네. 학교에 마작패를 들고와서... 네네." 미네 양도 아침에 영희 씨가 한 말을 들었기에 옆자리 친구인 선우 군에게 그에 대해 얘기를 쉬는 시간에 했습니다. "일단은 이모가 한 번 정신과에 다녀보라고 하셨는데, 네 생각은 어때?" "일본이나 한국에도 아우슈비츠 비슷한 게 있어? 김나지움 고학년 형들 중에 조부모님이 그런 경우가 간혹 있었거든," "5학년에 우리나라... 아니 한국 역사 배우는데 마찬가지로 2차대전 때 그런 일이 있었대. 그러기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너무 젊으신데. 태어나기 전이거든." "음, 그런가? 우리 아버지 친구 분 중에 정신과 하시는 분이 있어. 연락처 나중에 줄까?" "응, 고마워." 미네 양은 선우 군으로부터 <최병상정신건강의학과 의원> 명함을 받았습니다. 미네 양은 고대로 할머니에게 줬습니다.
  • 그리고 한 동안 대사 한 줄 없이 뜸하던 루팡과 지겐을 영희 씨가 뜻 밖의 장소인 >>69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 가속
  • 화장도 안 한 상태로 동네 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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