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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bcmsjjs9ta 2018/05/27 23:45:32 ID : oE9unu1eGpU
말 그대로, 쓰고 싶은 이야기만 풀어버리는 스레. 풀다가 나중에 제대로 틀을 짤지도 모르고, 그냥 그대로 이야기 소재를 놔두고 접어버릴지도 모르고. 주전부리를 까먹는 것처럼 글쓰기가 고플때마다 써보겠습니다.
◆Zbcmsjjs9ta 2018/05/27 23:50:38 ID : oE9unu1eGpU
" 저기, 한결같이 믿었던 사람이 변해버리면 그건 다른 의미로 죽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 한참 동안 차 안에서 몇 시간째 잠복근무를 하던 도중, 이가마시는 빵을 한입 베어 물고 나서 뜬금없이 내게 이런 말을 던졌다. 내가 반응이 없자 이가마시는 그대로 꿍한 표정을 짓고, 이내 차 안에서 둥그렇게 몸을 웅크리기 시작했다. 흙 묻은 캔버스화가 차를 더럽히는게 싫었던 나는 곧바로 쓴 소리를 내뱉었다 " 흙 묻어. 발 때. " " 닦으면 되잖아요. 뭘 이런 거 가지고. " " 닦아도 안 돼. 내 인식이 남아있잖아. 한 번 밟혔다는 인식이. 그것까지 네가 지울 수는 없지. " 이가마시는 이내 할 말이 없어졌다는 듯 똑바로 돌아앉았다. 다만, 심심해서 꿍해 있던 표정에는 조금 불만이 남아있었다. 어느새 늦은 밤이 되어가고 있는데도 스토킹하고 있던 남자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슬슬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Zbcmsjjs9ta 2018/05/27 23:57:42 ID : oE9unu1eGpU
" 어디까지나 심심해서 네 말장난에 응해주는 건데. 그 말에는 나도 동감이야. " 그 말을 듣자, 순간 이가마시의 표정이 환해졌다. 평소 이가마시는 단발머리가 눈 앞을 어스름하게 가리고 있어 어둑한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특히, 유독 이런 때에 그 밝아지는 표정이 두드러지고는 했다. 이가마시는 쓰고 있던 모자까지 벗고 내게 재차 물어보고 있었다. " 역시 그렇죠? 변한 사람을 보는건 힘들어요. 죽어버렸다는건 그쪽이 좀 더 비참하게 다가온다니까요. " " 뭐, 그래. 맞는 말이야. " " 아하, 내가 한 말이지만 좀 멋있었네요. 이럴 때만 보면 우린 서로 좀 맞는 것 같아요. 그린 호넷과 케이토처럼 말이에요. " " 배트맨과 로빈이지. 내가 배트맨, 네가 로빈. " " 무슨 소리예요. 조수는 당신이죠. " 마음대로 생각하라며 마지막 남아있던 글레이즈드 도넛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이가마시는 그 이후에도 짧게 몇 마디를 덧붙이다 다시 잠잠해졌다. 돌이켜보면 미행을 하면서 내가 이가마시의 의견에 동조했던 순간은 극히 적었다. 아마, 이가마시에게는 내가 동의하는 순간이 제법 재미있는 순간인 모양이었다.
◆Zbcmsjjs9ta 2018/05/28 00:03:55 ID : oE9unu1eGpU
" 아무튼. 지금 우리가 미행하는... 이름이 뭐였지? 그 녀석. " " 야마모토 타카히로. " " 아, 그래. 아무튼, 내가 충고해주건대 절대 그 녀석을 보더라도 말은 걸지 마. " " 말을 걸고 말고는 제 마음이죠. 여러 의미로 감동적인 재회의 순간인데. 인사는 좀 해야지 않겠어요? " 그 말을 하며 이가마시는 품 안에 있던 양철가위를 꼼실거리며 만지고 있었다. 딱히 불안해보이지도 않고, 그저 무언가를 여유롭게 기다리는 이가마시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내가 안타깝다고 동정하는 쪽은 야마모토 쪽이 아닌 이가마시 쪽이었다. " 아니, 정말로. 차라리 말을 걸지 말고 바로 정리하던가 해버리라니까. " "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 이가마시는 그만 말하라면서 작게 목소리를 높이고는 이내 나를 물 듯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표정이었다. 저런 독단은 내 어릴 적 모습과 유난히도 닮았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의 방향을 조금 이가마시의 방향으로 틀었다.
◆Zbcmsjjs9ta 2018/05/28 00:09:48 ID : oE9unu1eGpU
" 죽어버린 녀석과 말을 하다 보면... 이러니까 좀 어폐가 있네. 변해버린 그 녀석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말이야. " " 나누다 보면, 뭐요. " " 장담할게. 네 살인 충동은 싹 사라질 거야. 그대로 넌 돌아서고, 후회하겠지. 그걸로 끝이야. 녀석이 이기게 되는 거라니까. " 그 말을 듣고 나서, 이가마시는 나를 멀뚱히 쳐다보다 시답잖은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창 바깥으로 돌려버렸다. 별 들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버린 것인지, 심심함에도 불구하고 이쪽과 대화하는 기회를 접어버린 것이다. " 마음대로 얘기하세요. 아무튼, 난 할 말은 다 하고, 녀석한테 들을 말도 다 들을 거예요. 안 그래서야 궁금해서 잠도 못 잘걸요? " " 두고 봐라. 난 경고했어. 녀석하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 지는 거야. " " 아, 그러니까...! 그쪽은 지금 내 상황이 아니니까 나를 이해 못하는 거라니까요? " " 야마모토라는 녀석, 쟤 아냐? " 내가 순간 말을 끊어버리자, 이가마시는 화를 내려 했다. 그러나 이내 내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고는 시선을 나와 같이 맞추었다. 야마모토 타카히로. 이가마시가 노리던 그 남자는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상가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Zbcmsjjs9ta 2018/05/30 17:44:37 ID : oE9unu1eGpU
" 어쩔 생각이야. 저대로 놔두면 버스를 타고 갈 텐데. 얘기하러 갈거야? " 이가마시는 생각보다 초조해 보이는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어쩌면 기회가 막상 눈앞으로 다가오자 망설이던 것일수도 있고, 혹은 나름대로 짜놓았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일 수도 있었다. 전자였든 후자였든, 이가마시는 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나 역시 별다른 말을 잇지 않았고, 그렇게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버스가 도착했다. 야마모토가 걸음을 옮기려 하고 있었다. " 결정해. " " ... 쫓아가 주세요. " " 야마모토를? 집까지? " 이가마시는 대답 대신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버스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진 후, 나는 엑셀러레이터를 밟아서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가마시는 썩 이런 상황이 유쾌하지 않은 듯 보였다. 반가움도,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일종의 기대감도 없었다.
◆Zbcmsjjs9ta 2018/05/30 18:20:00 ID : oE9unu1eGpU
버스를 따라갈 때마다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야밤색 도화지 위로 네온사인 붓을 겨누어, 누군가 장관을 그려놓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다지도 인위적인 풍경은 나올 수 없었다. " 생각보다 멀리서 왔나 봐요, 야마모토는. " " 그런 모양이지. 상가에서 뭘 샀는지는 모르지만, 그만큼 중요했을 거야. " 어느 정도 차를 몰아갈 때마다 점점 주변 풍경들은 어색해져갔다. 가뜩이나 먼 곳으로 미행을 왔는데 이래서야 길을 잃는 건 시간문제다. 이가마시는 한길로만 갔다간 들통날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시간이 난다면 이곳 주변 지리를 조금 외워두자는 말을 덧붙혔다. " 너 말이야. 아직 왜 저 녀석을 미행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는 내게 밝히지 않았거든. " " 그래서요? " 나는 핸들을 꺾으며 짧게 이가마시를 흘겨보았다. 이가마시는 차에 타 있는 내내 시선을 버스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 앞으로 이 미행이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거든. 시간이 날 때 내게 좀 제대로 밝혀줘야겠어. "
이름없음 2018/05/30 21:13:04 ID : zdO61xyNtdw
이가마시때문에 집중이안된다...대체.. 이가마시.. 어느나라이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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