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해무를 헤치고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가면 볼 수 있는, 전망좋은 북카페에 어서 오세요.
  • 또 다시 조용한 낚시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렇게 낚시줄을 늘어놓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알 수 없었다. 그만큼 한가하고 또 한가한 시간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었다. 조용히 손에 힘을 주고 낚시대가 흔들리는 것을 기다리며 그는 찌만을 바라보았다. "한 마리만 더? 알았어." 한 마리만 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이번에는 둘 다 무엇을 잡을까. 생각을 하면서 조용히 기다려보지만 그의 낚시줄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조금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오로지 앞을 바라보면서 집중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심각한 집중이라기보다는 그냥 물 흘러가듯 흘러가는 집중에 가까웠다. "그러고 보니 이거 내기 아니지?" 괜히 그런 말을 하면서 그는 작게 웃었다. 물론 내기일리가 없었고, 내기라고 하더라도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가 인정할리도 없었지만... 그저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있는 것보다는 무슨 말이라도 하는 것이 좋은 상황이었다.
  • //미안해...스케줄이 좀 틀어져서 주말동안에 스레를 못 달 것 같아. 월요일에 꼭 달게. 미안해 ㅠㅠㅠㅠ
  • >>103 앗! 아니야!! 세니주!! 나도 바쁠땐 답레 못 달고 그랬는걸! 바쁜 일 잘 해결되길 바랄게!!
  • "큭큭, 내기는 뭔 내기? 기냥 하는 거지." 애초에 내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내가 지고 있는데 내기를 걸 이유가 있을까. 낚시는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서 실력이 좋다고 해도 완벽히 이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나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찌를 너무 뚫어져라 쳐다본 탓에 찌를 제외한 주변 풍경이 희뿌옇게 흐려졌다. 그 순간, 낚싯줄을 통해 미세한 진동이 전해지는가 싶더니 찌가 물 속으로 쏙 가라앉았다. 걸렸다! 나는 낚싯대를 쥔 손에 힘을 주고 힘싸움을 시작했다. 이번 놈은 아까처럼 새끼는 아닌 듯 하다. 몸부림치는 힘이 꽤나 상당하다. 낚싯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서서히 줄을 감으며 놈을 낚아올릴 타이밍을 기다렸다. 아마추어처럼 서둘러서는 안 된다. 천천히....천천히..... "......!" 바로 지금. 나는 낚싯대를 옆쪽으로 확 잡아채 놈의 의식을 빼 놓은 후 재빠르게 물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퍼덕거리는 고기 탓에 낚싯줄이 출렁출렁 흔들린다. 실한 돔이었다. 아싸. 정말로 새끼 보리멸 한 마리 잡고 돌아간다면 내 체면이 말이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나도 하나 건져올렸으니 다행이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돌아왔다! 늦어서 미안해 ㅠㅠ
  • 내기가 아니라는 말에 그는 작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자연스럽게 찌에 집중하며 시간을 조용히 보내면서 그는 바닷가를 바라보았다. 이런 풍경이 참으로 그립고 또 그리웠다고 생각하며 그는 미소지었다. 참으로 조용한 분위기가 참으로 시원하다. 이런 선선한 날씨가 계속 되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옆 낚시대가 흔들리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세니의 낚시대를 누군가가 문 모양이었다. 절로 그곳을 바라보며 그는 그녀에게 힘내라고 응원하듯이 말했다. 자신의 찌를 보진 않고 오로지 그녀를 바라보았다. 혹시 힘들면 도와주기 위해서.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낚아냈고 낚시대에는 돔이 걸려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걸린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이야기했다. "오. 좋은 거 잡았네? 체면 좀 차렸는데? 꼬맹이! 어찌된 것이 나는 이리 소식이 없냐." 난감하게 웃으며 그는 앞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의 낚시대에는 반응이 없었다. 역시 쉽게 물고기가 잡히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낚시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내일 출근은 오전 11시야. 늦지 말고. 알았지?" //어서 와! 세니주!! 늦기는! 전혀 안 늦었어!!
  • "11시? 안 늦는다. 걱정 마라." 평소에도 바다에 나가기 위해서 6시 쯤에 일어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11시야 뭐 실컷 자고 일어나도 절대로 늦지 않을 성 싶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출근 시간이 늦었다. 아마 오전에는 카페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걸까. 나는 카페에서 오빠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점심 후가 피크타임이라고 그랬다. 돔의 입에서 바늘을 빼낸 후 바구니에 첨벙 집어넣었다. 먼저 들어와 있던 우럭이 깜짝 놀라서 조금 몸부림을 치다 다시 얌전해졌다. 나는 얼마 간 헤엄치고 있는 두 물고기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지금 이것들을 냄비에 집어넣지 못하는 것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매운탕 끓이면 기가 막힐 텐데, 술이랑 같이 마시면 더...아니, 술은 안 되지. 발 헛디뎌서 용왕님 알현할 일이 있나. 아무튼 오빠 하나 나 하나 각각 고기를 한 마리씩 잡았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어서 폰으로 시계를 보니 역시 시간이 꽤나 흘러가 있었다. 아까도 한 마리만 더 잡고 가자고 했으니 이제 슬슬 갈 때가 된 것 같다. 나는 오빠에게 말했다. "인제 슬슬 가야 될 것 같다. 시간 꽤 됐는데?" 그러면서 엉거주춤하게 몸을 일으켰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었더니 몸이 조금 굳어 있었다. 나는 삐걱이는 몸을 곧추세운 후 풀어져 있는 낚싯줄을 돌돌 감기 시작했다. 동동 떠 있던 찌가 스르륵 끌려오더니 이윽고 줄에 매달려 낚싯대 끝에 톡 닿았다.
  • 첨벙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다시 낚시대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의 낚시대는 상당히 조용했다. 이어 슬슬 가야 될 것 같다는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낚시대를 정리했다. 천천히 낚시대를 돌돌 감자 아무것도 낚이지 않은 낚시바늘이 떠올랐고, 그는 거기에 박혀있는 떡밥을 떼내었다. 이어 낚시대를 정리하며 자신에 멘 배낭 안에 짐을 주섬주섬 집어넣은 후에 태연하게 바구니를 손으로 집었다. "좋아. 가볼까? 푹 자야 또 내일 열심히 일하지." 기지개를 쭈욱! 굳어있는 몸을 풀듯이 몸을 천천히 푼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활짝, 미소를 지어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는 시간이 보통 늦은 것이 아니었다. 집까지 데려다주는 것이 좋겠지. 그리 생각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데려다줄게. 집 앞까지 말이야. ....아. 배낭 때문에 어차피 가야하는구나. 아무렴 어때. 데려다줄게. 젠틀맨 흉내야."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는 밤길을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 밤공기가 시원한 것이 상당히 기분이 좋아 절로 미소를 짓는다.
  • "으에엑,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내가 했던 말 같은데, 그걸 또 기억하고 있었구나. 오빠도 은근히 뒤끝이 있는 것 같다니까. 어쨌든 나도 도구들을 정리하고 가방을 쌌다. 짐이 좀 많아서 테트리스 하듯이 가지런히 정리해서 넣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가방 지퍼조차 닫을 수 없을 것이다. 영차, 가방을 메고 몸을 일으키자 안에서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계속 그런 소리가 난다. 이건 무슨 워낭도 아니고, 조금 거슬리는데. 가방을 애기 업듯 팔을 뒤로 해서 받치자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았다. 어깨도 조금 편해 진 것 같다. 오빠의 손에 들린 바구니에 눈길이 갔다. 고기 두마리가 출렁이는 바닷물 속에서 꾸물거리고 있었다. 이것들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을까. 고기들의 까맣고 커다란 눈은 탁하기만 하다. "근데, 얘네들은 어쩔라고? 갖고가서 먹을꺼가?" 시장에서 파는 그런 손질된 고기도 아니고 완전 활어인데, 갖고가서 바로 먹을 수는 없고, 손질이 필요할 것이다. 오빠가 그걸 할 줄 알았던가. 그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 "왜? 이런 말은 오그라들어?" 당황하는 듯한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소리없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정말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어. 그리 생각하며 그리 웃는다. 물론 그때와 어떻게 완전 동일하겠냐만, 그래도 그런 모습이 정겨운지 그저 웃어보인다. 아무튼 바구니가 떨어지지 않게 잘 들고 그는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첨벙이는 물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고기 두 마리는 지금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물론 그것까지 바람이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이어 그녀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아니. 너에게 줄게. 이거 가져가도 나는 어떻게 해먹을 수 없으니까. 너네 집은 횟집이니까 잘 손질해서 회를 먹어도 괜찮지 않겠어? 혹은 내일 반찬 삼아도 되잖아?" 물론 기본적인 손질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전문가인 횟집에 사는 그녀보다는 못할 것이었기에 어설프게 건드려봐야 물고기만 죽고, 먹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기 딱 좋았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에게 주겠다고 이야기하며 미소지어 이야기했다. "맛있게 먹고 오늘 일 기억해주면 고맙고. 같이 잡은 물고기구나. 이런 느낌으로 말이야."
  • "으잉, 진짜? 내 주는 거가?" 아무 생각이 없던 나는 오빠의 입에서 튀어나온 생각지도 못한 말에 조금 놀랐다. 준다면 딱히 마다할 이유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애써서 잡은 건데 그냥 이렇게 줘 버리면 아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오빠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그래...뭐....고맙디. 잘 먹을께." 아마 녀석들은 조만간 반찬이 되어버릴 것 같다. 식탁에 올라온 녀석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것은 엄마가 정하게 될 것이다. 회가 되든, 탕이 되든, 구이가 되든. 아무튼 이 고기들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겠지. 걷다보니 집 앞이었다. 지금 우리가 짐이 좀 많다. 묵직한 가방 두 개에 고기 두 마리가 헤엄치는 바구니까지. 이걸 전부 짊어지고 두 사람이 좁은 계단을 올라가려 들다가는 분명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짐은 기냥 여 두고 가라. 내가 갖고 들어갈께."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사실 다음이라 해도 고작 내일 아침 11시겠지만. 나는 오빠에게 인사했다. "오늘 좋았다. 잘 가래이. 낼 보자!"
  • 어차피 저 생선을 가져간다고 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잘해봐야 매운탕 정도는 끓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손질을 어떻게 하는지 애매했으니까. 기본적인 손질은 가능해도 전문적인 손질은 불가능했으니 그냥 그녀에게 주는 것이 나았다. 애초에 한 마리는 그녀가 잡은 것이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태연하게 그냥 주겠다고 받아들이면서 그는 앞으로 걸었다. 어느새 도착한 그녀의 집 앞. 그곳에서 세니가 짐을 두고 가라는 말에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부터는 자신이 함께 옮기는 것보다는 그녀가 옮기게 하는 것이 낫겠지. 그리 생각하며 그는 이야기했다. "알았어. 오늘 수고했어. 밤낚시도 재밌었고. 그럼 내일 늦지 않고 와. 알았지?"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며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짐을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놓았고 그녀를 바라보다 뒤로 돌아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저 멀리 보이는 해무가 가득한 언덕을 향해서... 그렇게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이 보통 가볍고 기분 좋은 발걸음이 아니었다. //이것으로 막레 하면 될까? 첫 상황 정말 수고했어! 세니주!
  • 아 상황별로 끊어서 상극을 진행하는 거구나! 처음 해 보는 방식이지만 문제없어! 그럼 이제 다음 상황을 전하는 거야?
  • 음? 보통은 이런 느낌으로 하지 않아? 상판에선 이런 느낌으로 상황극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렴 어때! 응. 이렇게 하면서 다음 상황은 뭘로 할 지 정하는 그런 느낌이지! 혹은 캐릭터 간의 썰을 풀 수도 있는 거구 말이야! 그런고로 다음 상황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 그 전에 일단 나와 첫 상황을 끝냈는데 잘 맞는 것 같아?
  • 사실 이전까지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시리어스하고 살벌한 상극을 주로 해서, 이런 평화로운 상극을 해보니까 되게 느낌이 신선하네. 괜찮다면 더 이어서 해보고 싶어. 생각나는건 일단 두 가지. 그냥 내일 평범하게 카페 일을 한다던지, 만약 지루해질 것 같다면 이전까지의 일은 문장 몇 개로 스킵하고 새로운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해수욕이라던지, 날 잡고 선상낚시를 한다던지 등등. 바람주 생각은 어때?
  • 응? 그래? 완전히 다른 작품을 했었구나. 그런 것을 주로 했으면 이런 것은 잘 안 맞아하는 이들이 많아서 조금 신기하네! 물론 세니주가 하겠다면 나도 할 거니까 괜찮아! 아무튼 저 두 개 중에 하나라고 한다면, 카페 일을 하면서 두 사람이서 티격태격하거나 혹은 꽁냥거리는 느낌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막 오늘은 사람이 안 와서 되게 지루한 느낌이기에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식으로? 저거 바로 다음 날은 아니고 좀 시간이 지난 후의 어느 날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약 1주일 정도?
  • 바로 다음 날이 아니라 1주일 정도 지났으면 세니도 카페 일이 익숙해질 쯤이겠네. 아마 일하다가 쓸데없이 버벅거리거나 하지는 않을테니까 진행하기 훨씬 편할 것 같은데, 그것도 좋을 것 같아.
  • 아무래도 바로 다음 날보다는 조금 시간을 흘리는 것이 편할 것 같았거든! 좀 더 일일 익숙해지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생길 것 같고 말이야! 그럼 그렇게 갈까? 카페에 사람이 없어서 오늘은 그냥 이 정도로만 하고 놀러가자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거구! 어차피 바람이 개인 카페니까 문을 열고 닫고는 바람이 자유이기도 하니까!
  • 응응, 그럼 그렇게 가자. 괜찮다면 이번에는 바람주가 선레 달아줄 수 있을까?
  • 응! 당연하지!! 세니주가 전에 선레를 썼으니 이번엔 당연히 내 차례지!! 일단 지금 하는 일이 마무리가 덜 되어서 일이 끝나면 바로 쓸께!! 나중에 봐!!
  • 자신의 옛 친구인 그녀를 고용하고 1주일 정도가 흘렀다. 처음에는 아슬아슬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1주일 정도가 지나면 어떻게든 일에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 물론 그녀가 일을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지만 적어도 그의 눈에는 그렇게 나쁘게 보이진 않았다. 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카페 안은 시원한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버티기 힘들테니까. 일단 돈을 못 버는 것은 아니고 냉방비도 어떻게든 감당이 가능했기에 그는 오늘처럼 더운 날에는 에어컨을 켜서 카페 안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물론 계속해서 켜는 것은 아니고 2~3시간 정도의 텀을 주면서. 정말로 풀로 에어컨을 켜면 그가 감당할 수 없었으니까. "오늘은 사람이 적네." 가끔 이런 날도 있는 것일까. 그리 생각하며 그는 한적한 카페 안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그렇게 큰 카페는 아니었기에, 한적한 분위기가 괜히 크게 느껴진다고 생각하며 그는 근처에서 일을 하고 있는 세니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손님 올 때까진 적당히 쉬어도 돼. 어차피 지금 손님도 없고 말이야."
  • 나는 손님들이 꺼내놓은 책들, 두서없이 꽂혀있던 책들을 십진분류표에 맞게 정리하고 있었다. 만약 이곳이 도서관이었다면 책 하나하나의 번호까지도 순서를 맞춰놔야 했겠지만, 여기서는 책을 대여하지 않으니 그런 고유번호도 없었다. 그래서 책을 정리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학교 도서관에서 깨알같이 붙여놓은 고유번호를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도서 관리를 하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여기서 일한지 1주 정도 되었다. 처음에는 카페라는 것이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던지, 그런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에 자잘한 실수를 꽤나 했었다. 내가 말귀를 잘 못 알아먹어서 그런 것도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좀 흐르면서 이곳의 일이 몸에 익고 카페가 돌아가는 것이 조금씩 눈에 보이면서 나는 정상 궤도에 살포시 올라앉을 수 있었다. 그 전에 대형사고를 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었다. 오빠가 적당히 쉬어도 된다고 했지만, 하필이면 정리가 끝나기 직전이라 우선 그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야 나는 책에서 손을 뗐다. 책장에서 뒤돌아 카페를 돌아보니 확실히 손님이 적어졌다. 아니, 거의 없다. 손님이라고 해 봐야 한 모자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이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덥다고 그러나. 한국 여름 한 두번 겪은 것도 아닐테고. 기냥 여 와서 커피 하나 시키놓고 에어컨 바람 쐬면서 죽치고 있기라도 하던가. 집에 있어봤자 전기세밖에 안 나올 꺼를." 나는 툴툴거렸다. 손님도 없고 날씨도 이러니(사실 에어컨을 틀긴 하지만) 기분이 루즈해지는 것 같다. 카운터 바로 옆의 의자로 가서 푹 주저앉았다. 창 밖의 풍경을 보자 덥다는 감각이 시각을 통해서 전해지는 것 같다. 그나마 우리 동네는 바다를 끼고 있으니 조금은 시원한 편일 것이다.
  • "바쁜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카페가 매번 활기찰 순 없잖아? 물론 매일매일 이런 분위기면 그것은 곤란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아. 조만간에 방학철이 되면 놀러오는 사람들도 많아질테니 더 많아질 테니까." 나름 계산을 했다는 듯, 그는 태연하게 그녀의 툴툴거리는 목소리에 대답했다. 물론 이런 분위기가 쭈욱 지속된다면 그것은 조금 곤란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여유로웠다. 정말로 태연하게 그는 카운터 근처에 있는 냉장고를 열었고 세니에게 뭐 마시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자신은 바나나 생과일 주스를 마시기 위해서 제조를 하기 시작했다. "이럴 땐 이 건물이 내 건물이라는 것이 참 편해. 그 비싼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 말이야." 해맑고 여유롭게 웃으면서, 그는 믹서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지이이잉. 참으로 경쾌하게 들리는 소리가 시원하였다. 카페 안을 가득 채운 차가운 공기가 참으로 시원하다고 느끼며 그는 웃으면서 다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건 그렇고 손님 없어서 툴툴거리는 직원은 처음 보는데? 일이 없는 쪽이 너에겐 편하지 않아?"
  • "뭘, 일이 그래 빡세지도 않드만." 별다방이나 천사다방처럼 규모가 큰 브랜드 카페도 아니고, 피말리는 경쟁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견디기 힘들 정도의 격무를 짊어질 필요는 없었다. 기껏해야 도서 관리, 서빙, 뒷정리 정도일까나. 그리고 장사 잘 되어서 나에게 나쁠 것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좋은 영향을 미치겠지. "내 그거 도. 그 내가 들고온 산딸기액." 산딸기나 매실같은 작은 과일들을 설탕 속에 파묻고 숙성시키면 진한 액이 나온다. 평소에도 맛있게 먹던 거라, 혹시나 잘 팔릴까 해서 산딸기액이랑 매실액을 한 페트병씩 시범 케이스로 가게에 가져다 놨었다. 액을 그냥 들이키면 너무 진해서 마실 것이 못 되고, 물에 타서 마셔야 한다. 그 비율은 각자 취향에 맞게 하면 된다. 나에겐 물 6, 산딸기액 4의 비율이 제일 맞는 것 같았다. "이런 바닷마을도 푹푹 찌는구만, 아마 저 도시 같은데는 사람들 아주 말라 죽어가고 있을꺼다. 사람 많고, 차 많고, 아스팔트에 계란 던지면 프라이 되고. 으으으"
  • "나중에 사람 많이 와서 너무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것은 아니지?" 물론 자신이 아는 그녀는 그런 투정을 부릴 이는 아니었다. 괜히 장난스럽게 그렇게 이야기하며 그는 막 완성된 생과일 주스를 컵에 따른 후에 카운터 위에 올렸다. 뒤이어 그녀가 달라고 한 산딸기액을 냉장고 안에서 꺼낸 후 그는 그것을 컵에 따랐다. 시원하기도 엄청 시원할 것 같네. 그렇게 생각하며 차가운 컵을 들고 그녀의 옆으로 간 후에 그녀에게 내밀었다. "시원하겠다. 정말. 물론 내가 만든 생과일 주스도 전혀 나쁘진 않을 것 같지만 말이야. 아무튼 이런 더운 날에는 시원한 것이 최고지. 그리고 도시 사람들? 죽지. 지금 날씨면... 여기는 그나마 시원한 거야. 아파트 높은 곳으로 찾아가면 거긴 어떻게 사나 몰라. 물론 나도 살아서 할 말은 없지만 말이야." 그곳의 더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상상도 하기 싫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는다. 그러다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며 피식 웃어보인다. "실제로 계란 던져서 프라이 해먹는 사람들도 있는 거 알아? 차량 앞쪽에 계란을 톡 깨면 지글지글 익어. 진짜로."
  • "....아 진짜가?" 그냥 비유적으로 한 소리였는데, 진짜 그 정도였구나. 그런 더위는 외국에서나 있을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근데 우리나라도 그랬었다니, 그 정도 폭염이면 진짜 사람이 더워 죽을 것 같다. 죽을 정도로 덥다는 게 아니라, 내가 말하는 것은 생명 활동의 정지다. 대구 같은 곳은 진짜 어쩐대니. 말세야 말세. 아무튼 그렇게 말하며 오빠에게서 컵을 받아들었다. 컵 속의 액은 연한 루비색이었다. 산딸기 향과 단 냄새가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산딸기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싱싱한 느낌을 주는 새콤한 맛은 숙성되면서 잃어버린지 오래이다. 진하고 농염한 단 맛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어쩐지 주스가 아니라 과일주를 마시는 기분이다.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 과일주 말이다. "적어도 몸 힘들다고 툴툴대는 일은 없을꺼다. 이건 확실하다." 육체노동이야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이런 카페 일이 힘들어 봤자 얼마나 힘이 들어갈까? 하루 종일 앉고 누워있는 사람이라면 뭘 좀만 시켜도 학학거리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날 뭘로 보고. ".....근데 그래 프라이 해 먹으면 맛있나? 쇠 맛 날 것 같은데." 그런 사람들은 가혹한 폭염 속에서도 보닛 위에 프라이를 할 생각을 하는 구나. 인생 참 유쾌하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극지방에 떨궈놓으면 야 이것 봐라 소변 눴더니 얼어붙었다 하고 자기네들끼리 깔깔거리지 않을까.
  • "응. 진짜야. 실제로 그렇게 해먹는 이도 있어. 나도 한 번 보긴 했거든." 장난인지, 진짜인지. 말하는 것이 참으로 능숙했다. 마치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아보이지만 사실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자리로 다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생과일 주스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녀가 마시는 것도 상당히 맛이 좋아보이지만, 자신이 직접 만든 딸기 생과일 주스도 상당히 맛이 좋았다. 달콤하면서도 신선한 맛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 적셨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엄지 손가락을 위로 척 올렸다. "역시 너 뿐이야. 세니. 그 누구보다 믿음직스럽다!! 내가 진짜 직원 하나는 잘 뽑았지! 방학시즌에 사람이 몰리게 되면 시급 조금 올려줄게." 그 정도는 괜찮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며 그는 창밖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시원하고 시원한 바다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지금 저 곳으로 가면 파도가 철썩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나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맛이 있진 않을걸? 그냥 그 정도로 덥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 아닐까? 굳이 그렇게 먹고 싶지도 않거든. 다음에 도시 갈 일 있으면 시험해볼까?" 너도 갈래? 그렇게 말을 하기도 하며 그는 다시 시원한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이어 크게 하품을 하며 다시 창 밖 풍경을 주시했다.
  • "아이, 디럽다. 집어치워라." 도로에서 온갖 먼지를 뒤집어쓰고 다니는 차 위에다 프라이를 하면 미세먼지가 양념으로 곁들어질 것이다. 뭔가로 닦아낸다 해도 찜찜한 건 마찬가지다. 색칠한 금속 위에 프라이를 한다니,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잖나. 음식 갖고 장난치는 것은 할 짓이 못 된다. 계속 산딸기 주스를 마셨다. 내 입 속은 아찔한 단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시다 보니 어느새 컵 속의 주스는 반으로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흔히 반이나 남았다, 반 밖에 안 남았다 그런 소리를 하곤 하지만 나는 그런 거 신경 안쓴다. 반이던 반밖이던 그냥 마셔버리는 거지. 나는 남아있는 주스를 원샷했다. 강한 단맛 탓에 목구멍이 아려왔다. 나는 우둘투둘한 유리컵의 바깥을 손톱으로 톡톡 가볍게 두드리며 누군가 오지 않을까 하고 언덕길을 내려다보았다. 매미 몇 마리가 날아와서 나무에 달라붙어 있었다. 제각각 내는 소리가 다 달랐다. 매미는 음계도 모르고 악보도 모를 텐데, 저렇게 매미마다 울음소리가 다르고, 또 그 연주법이 후손에게까지 전해진다는 게 신기했다. 언덕길에는 사람이 없었다. 내리쬐는 햇살, 푹신한 흙바닥, 푸른 나무, 이따금씩 부는 바람, 매미소리도 다 있는데, 딱 하나 사람만 없었다. 사람만 있었어도 완벽할 텐데, 안타까웠다. "오늘 장사 잘 될란가 모르겠다. 사람 지지리도 없네."
  • 더럽다고, 집어치우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그는 풋 하고 소리를 내어 웃었다. 확실히 보넷에 계란 프라이를 해서 먹는 이는 말도 안되는 짓거리다. 실제로 하는 이가 있어서 문제지. 물론 그것도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지만, 정말로 먹는 이도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컵에 반쯤 남아있는 주스를 쪼르륵 마셨다. 시원하기도 엄청 시원하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다시 창밖의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길목으로 보아 다들 오늘은 제대로 더위를 피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괜히 카운터만 톡톡 치다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언제나 사람이 막 올 순 없지. 카페라는 것이 그런 장사니까 말이야. 난 내가 먹고 살 돈만 있어도 충분해. 아. 물론 네 월급을 줄 돈도 있어야 하지만 말이야. 내가 여기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엄청난 돈을 바라겠니?" 태연하게, 정말로 태평하게 이야기하면서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조금만 더 있어보고 사람 없으면 오늘은 문 닫을까? 어차피 내 카페니까 그건 내 맘이거든."
  • "....그래, 쫌만 더 있어보자." 오늘은 아마 조기퇴근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오늘은 유난히도 손님이 없다. 당연히 그 이유는 이 무자비한 더위 탓이다. 오늘 같은 날, 사람들은 집 밖으로 외출하는 데도 큰 결심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만약 퇴근하게 된다면 무엇을 할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더위 탓에 밖에서 뭘 할수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집에 틀어박히는 선택지도 별로 내키지 않는다. "으음....밖은 덥고...안은 할 게 없고....이 날씨에 낚시하러 갈 거라 고집피우다간 더위 먹고 쓰러지기 딱 좋제." 나는 탁자에 비스듬히 엎드려 중얼거렸다. 부드러운 나무의 질감이 뺨을 통해 느껴졌다.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자세가 불편해서 곧 다시 일어났다. 오빠와 나는 한동안 가게 밖 언덕 산책로를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결국에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단지 새 몇 마리가 총총거리며 돌아다닐 뿐이었다.
  • "여기에서 쭉 자란 너도 덥다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낄테니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지. 이 날씨에 낚시라. 죽겠지. 그건. 밤 낚시도 아니고 말이야." 낚시를 거론하는 그 말에 그는 난감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더위에 일사병 걸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어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참으로 무난한 시간이었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며 그는 테이블을 콕콕 손가락으로 치면서 주스를 마저 마셨다. 참으로 시원한 것이 머리를 맑게 하기에는 딱 좋았다. 밖은 덥고, 안은 할 것이 없다. 그렇다면 그냥 집에서 뒹굴거려도 좋을텐데 세니는 그런 것이 싫은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밖을 바라보았다. 이 더위에 돌아다니는 것은 역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도 더워서 쓰러지는 것은 싫었으니까. 그렇게 잠시 생각을 하던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수영이나 하러 갈래? 요 앞에 바다도 있고, 날씨도 더우니까 물놀이 하긴 딱이잖아. 안 그래? 지금은 해수욕장 아직 안 열었을테니까, 사람도 그다지 없겠다. 저녁에 고기도 구워먹고 괜찮지 않겠어?" 나름대로 생각을 하며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제안했다. 물론 그녀가 싫다고 한다면 더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 "수영? 응.....수영 좋다." 어째서인지 수영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바닷물이 뜨뜻해지고 끓어오르는 일은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미 모든 사람이 사라졌을 때니 수영 같은 건 신경 쓸 일 없을 것이다. "옛날에 놀던 거기 백사장 말하는 거 맞제?" 섬에는 백사장이 있다. 그리 크지는 못한, 쪼끄만 미니 백사장이지만 그 아름다움은 어느 커다란 백사장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 많이 알려진 장소가 아니라서 그곳에 오는 사람들은 현지인이거나 어쩌다 우연히 알게 된 사람, 그리고 여행 고수 정도였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해운대 해수욕장 같은 곳으로 몰려드는 탓에 그곳은 한여름에도 사람이 미어터지지 않았다. "거서 놀다가 저녁에 고기 굽고 그라면 재밌겠네. 함 가 보자." 나는 긍정의 뜻을 내비쳤다. 어쩌면 조금 기대가 될 지도 모르겠다.
  • "거기도 좋고, 아닌 곳도 좋고!" 바닷가에서 수영을 한다면 백사장이건 어디건 그렇게 큰 문제는 없는 일이었다. 그저 시원하게 몸을 물에 담그고 거기서 논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그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한다면 둘만의 해수욕이 되는 것일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크게 기지개를 쭈욱 켰다. 이어 그는 시계를 바라본 후에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각자 집에 가서 준비해서 나오자. 고기는 내가 사갈게. 옛날에 놀던 그 백사장에서, 1시간 30분 뒤에 보는 것은 어때? 각자 준비는 해야 할 테니까 말이야. 이 상태로 바로 들어갈 수도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썬크림이라던가 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수영복이 필요 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가지고 놀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그렇게 준비해서 다시 만나자고 그는 제안했다. "아니면 시간이 더 필요해?"
  • "해운대 가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면 됐다." 집이랑 바닷가, 카페에서 출발해도 둘 다 기껏해야 걸어서 몇 분밖에는 안 걸리는 장소다. 1시간 30분도 충분히 넉넉한 시간이다. 준비해야 할 건 바다에 들어갈때 입을 옷이랑 썬크림, 그리고 버너 같은 도구 정도일까. 그 밖에 건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아, 스노클이랑 오리발 같은 것도 가져가야 할까? 일단 가져가고 보기로 했다. 정작 필요없어진다고 해도 대충 어디에 놔뒀다가 찾아가면 될 것이다. "그럼 내 가서 준비할께. 좀 있다 보재이!" 일단 가게 문을 닫아야 하니 뒷정리를 마치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열고 카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순식간에 후텁지근한 공기가 몸을 휘감았다. 히이익. 시원한 곳에 있다 나와서 더위가 더 맹렬하게 느껴진다. 숨이 턱 막힌다. 집으로 향하면서 챙겨야 할 것들이 어디에 있었나 머릿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물건들이 전부 제자리에 남아있다면 좋을 텐데. 그것들을 찾는다고 쓸데없이 시간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 "좋아! 나중에 만나기다!" 그녀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바람은 크게 기지개를 켠 후에 가게 문을 닫을 준비를 서둘렀다. 우선 문에 있는 펫말을 Closed로 바꾸고 종이를 붙였다. 오늘은 개인 사정으로 조금 빨리 닫았다는 내용의 종이였다.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오늘은 열지 않는다는 것을 알 테니까. 아무튼 그렇게 준비를 마친 후에, 마지막으로 깔끔하게 카페를 정리하고 그는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보자. 일단...." 물안경을 챙기고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수영복을 챙기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니, 입고 있는 정장을 벗고 그는 시원한 느낌의 하늘색 반팔셔츠와 진한 푸른색 반바지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썬크림을 챙기고, 이것저것 챙기고 정리를 하다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갔고, 그는 겨우 문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뜨거운 햇볕이 참으로 보통 더운 것이 아니었다. "아하하. 이러니까 아무도 밖에 안 나오지." 덕분에 바다는 엄청 시원하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천천히 언덕을 내려갔다. 중간에 정육점도 들려야만 했다. 고기는 4인 분 정도 사면 충분히 먹고도 남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오랜만에 둘이서 노는구나. 바다에서. ...뭔가 그립네."
  • 집에 도착하자 엄마가 왜 벌써 왔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오늘 날씨 때문에 가게 문 벌써 닫았다고 말했다. 횟집도 사람이 없었다. 엄마는 그럼 나도 오늘 장사 접을까 하고 고민하셨다. 물건들은 다행히도 모두 내가 생각한 곳에 있었다. 스노클, 오리발, 썬크림, 기타 등등의 도구들. 나는 옷장을 뒤져서 입을 옷을 꺼냈다. 남색 돌핀쇼츠와 래쉬가드 상의였다. 래쉬가드 역시 남색이었지만 흰색 또한 꿀리지 않고 옷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썬크림을 쭉 짜자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것을 손바닥으로 잘 펴서 피부에 발랐다. 끈적끈적하다. 이 느낌 탓에 크림이나 로션 같은 걸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핑계로 썬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열심히 썬크림을 발랐다. 준비가 끝났다. 슬리퍼처럼 신고다니는 아쿠아 슈즈를 신고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 등에는 가방이 매여 있었다. 전번에 밤낚시 갔을 때 맸던 그 가방이다. 필요없는 일부 도구들은 빼놓고, 그 자리에 필요한 도구들을 집어넣었다. 나는 수영복을 입고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별 신경쓰지 않았다. 이 동네서 여름철이 되면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왕왕 있었다. 파도소리가 점점 커진다. 나는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다.
  • "네. 네. 고기 4인분이요. 네. 그 정도로요!" 정육점에서 고기를 산 그는 고기가 담긴 봉지를 미니 아이스박스에 쑤욱 집어넣었다. 아무리 상온에 고기를 놔두면 금방 상할테니, 이렇게 아이스박스에 넣어둘 필요가 있었다. 저녁을 먹을 시간까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썬크림을 발라서일까. 그렇게 무진장 피부가 따갑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햇살은 보통 강한 것이 아니었다. 참으로 눈부시다고 생각하며 그는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이내 소금기가 가득 코끝을 간지럽혔고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어왔다. 참으로 시원한 소리라고 생각하며 그는 좀 더 속도를 내서 나아갔다. 그리고 머지 않아 어릴 때 자주 놀았던 그 백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도 정말로 오랜만이네." 괜히 미소를 지으면서 그는 가지고 온 돗자리를 가방에서 꺼내려고 했고,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근처에서 막 자신과 비슷한 타이밍에 온 것으로 보이는 세니를 바라보면서 손을 천천히 흔들었다. "아. 세니야! 안녕! 비슷하게 왔네. 아하하. 우연인가? 이거? 그건 그렇고...음..." 이어 그는 그녀가 입고 있는 그녀가 입고 있는 그 옷을 잠시 바라보았다. 정말로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바라보던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잘 어울리는걸? 새로 산 거야? 아니면 이전부터 있던 거야?"
  • "원래 있던 거다. 오빠 없을 때 산 거. 근데 그 엄지는 뭐고?" 백사장에 발을 내딛자 모래가 자꾸 들어와서 다서 그냥 신발을 벗었다. 부드럽고 따끈한 모래가 발을 감쌌다. 계속 걸음을 걸을 때마다 푹신푹신해서 기분이 좋았다. 발가락 사이로 고운 모래 알갱이들이 들락거렸다. 오빠는 걸어오는 날 빤히 바라보더니 말 없이 웃으며 따봉을 날려주었다. 저게 무슨 의미일까. 어쩌면 별 의미 없는 사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쩐지 머릿속에서는 묘한 생각이 들었다. 이 오빠야가 설마. 나는 따봉을 날린 그 엄지로 관자놀이를 눌러주려 했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어 관두었다. "아, 그래. 오빠도 옷 어울린다." 그 대신 나도 오빠를 빤히 쳐다보고는 씨익 웃으며 따봉을 주었다. 이 정도면 아주 적절한 크로스 카운터일 것이다. 오빠가 펴 놓은 돗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절그럭 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허리를 숙여서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부피가 큰 버너 탓에 물건 몇 개는 가방에 넣지 못하고 들고 와야 했다. 그 덕에 팔이 좀 아팠다. 잠시 후에는 자세 탓에 허리까지 아파서 그냥 돗자리 위에 앉았다. "그 고기 사왔제? 무슨 고기 사 왔는데? 삼겹살?" 나는 오빠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솔직히 고기라는 말에 기대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동물성 단백질이라곤 수산물이 대다수인 게 이 동네 사정이다. 물론 정육점이 있긴 해서 고기를 사 먹을 수는 있지만, 애초에 고기라는 게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잖나. 그래서 더 맛있는 음식이기도 하고.
  • "뭐기는? 최고라는 의미지." 무슨 질문을 하냐는 듯이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엄지 손가락을 척 올리면 당연히 최고라는 의미일텐데.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의미가 바뀐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다시 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 이어 그녀에게서 자신의 옷이 잘 어울린다는 말에 그는 웃으면서 그래? 라는 말로 대신했다. 기분이 좋은 것인지 그는 작게 웃었다. 아무튼 그는 돗자리를 펼친 곳에 자신의 짐을 내려놓았다. 이것저것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아이스박스였다. 물론 큰 것이 아니라 간이용이라서 작은 것이었지만, 그녀의 물음에 그는 싱긋 웃으면서 아이스박스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삽겹살과 목살이 섞여있는 고기가 가득 봉지에 담겨있었다. "삼겹살과 목살. 역시 이런 곳에서는 이런 것을 먹어야지. 아. 술은 안 샀어. 술 먹고 집에 갈 순 없잖아?" 대신 음료수는 많이 샀지. 그 말과 함께 그는 아이스박스를 열어 그 안에 있는 음료수들을 보여주면서 다시 뚜껑을 닫았다. 철썩철썩. 시원한 파도 소리가 마치 유혹을 하듯이 그의 귀를 간지럽혔고, 모래밭은 황금빛으로 반짝이며 부드러운 감촉으로 어서 들어오라는 듯이 그를 유혹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크게 쭈욱 기지개를 켠 후에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난 준비 운동 하고 바로 들어갈건데 너는 어쩔 꺼야?"
  • "내도 쫌만 하고 바로 들어갈란다." 수영선수가 그리하듯 진지하게 훈련 같은 건 할 생각이 없으니 몸 푸는 것도 괜스래 힘 뺄 필요 없다. 지금 여기서 대강 풀고, 나머지는 물에 들어가서 적당히 움직이다 보면 될 것이다. 모래사장 위에 편하게 앉자 온열쿠션 위에 앉듯 뜨끈하고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여름철이라 뜨뜻한 느낌은 별로였지만 푹신한 것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앉아서 다리 위주로 근육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발, 종아리, 허벅지. 다른 사람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이 세 부분에서 가장 많이 쥐가 나는 것 같았다. 쥐라는 건 정말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끔찍한 느낌 탓에 웬만하면 절대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근육이 밀리고 당겨지면서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다리가 아릿거리면서도 시원했다. "먼저 들어간디. 빨리 와라." 나는 발에 아쿠아슈즈 대신 오리발을 신고, 스노클을 쓰기 위해 꼬여있는 고무줄을 풀었다. 앞으로 걸어나가자 바닷물이 오리발 밑에서 찰박거렸다. 차가운 감각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다. 앗 차거 앗 차거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 "그래? 그럼 같이 들어가자!" 자신도 바로 들어간다는 세니의 말에 바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준비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물로 들어갔을 때 다리에 쥐가 날 확률이 크고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심장이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물론 그것은 정말로 극단적인 것이겠지만 준비 운동을 제대로 해서 나쁠 것은 없었으니까. 특히 쥐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나쁠 것도 없었다. 그 고통은 두 말 할 것 없이 참으로 고역이었다. 준비운동을 끝낸 후에 그는 잠시만이라는 말과 함께 살짝 저 편으로 가서 바지를 벗었다. 안에는 미리 수영복을 입은 상태였기에 크게 걱정될 것은 없었다. 입고 있는 셔츠는 나중에 갈아입으면 되기에 딱히 벗지 않고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온 후에, 옷을 돗자리 위에 올려두고 물안경을 낀 후에 바다로 천천히 달렸고 그 상태로 점프해서 풍덩 빠져들었다. 시원한 느낌이 가득, 온 몸 가득 배여 방금 전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더위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적당한 깊이가 참으로 마음에 들어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하하하! 진짜 시원한걸? 역시 이런 맛에 바다에 들어가는 거지!" 이어 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두 손에 물을 담아 그녀에게 가볍게 뿌렸다. 일종의 물싸움 같은 것이었다. "자. 바다에 왔으니 이런 것도 해야지! 각오해! 꼬맹이!"
  • 나는 아직 찬물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허리께까지 물이 차는 곳에 들어간 후, 앉아서 상체에 물을 끼얹고 있었다. 바로 그때 기습을 당해 버린 것이다. 나는 엣퉤퉤 하며 얼굴에 줄줄 흐르는 바닷물을 손으로 걷어냈다. 오호라, 선전포고라 이 말이지. 좋아, 기꺼이 받아주마! 나는 물 속에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부드럽게 몸을 일으켜 세운 후 이마께에 있던 스노클링 마스크를 내려 얼굴에 덮어썼다. 눈과 코까지 가려주는 물건이다. 거기다 스노클을 물어서 호흡까지 확보해 주면 이것은 가히 물싸움의 중장보병일 것이다. ".....드루와....드루와!" 입에 스노클을 물어서 발음이 좀 어그러졌다. 나는 오빠를 공격 사정거리 안에 넣기 위해 바닷물을 헤치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오빠가 다이빙을 하며 꽤나 멀리까지 나간 상태라, 파도를 거스르면서 걸어가려니 조금씩 몸이 휘청거렸다. 마침내 수심이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깊어지자 바로 보행을 포기하고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오리발 덕에 속도를 내기 수월했다. 나는 장비빨을 등에 업고 오빠에게 손으로 물을 뿌리며 보복 공격을 시작했다. "이거나 먹어라! 이야아악!" 좀 흥분했나, 목구멍은 나도 모르게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 "어어! 야! 그건 반칙 아니야?!" 마스크를 이용해서 눈과 코를 가리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순간적으로 크게 당황했다. 저렇게 하면 어떻게 공격을 할 수가 없잖아. 자신이 일방적으로 너무 불리한 싸움이었다. 물론 자신도 물안경을 끼긴 했지만, 코는 지킬 수 없었으니까. 거기다가 저쪽은 호흡 방법도 확실하게 확보하고 있었으니 그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오리발도 하고 있었으니 수영도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일이었다. 순식간에 그는 반격을 당했고 퉤퉤 하는 소리를 내며 재빠르게 뒤로 돌아서 어떻게든 얼굴에 흘러내리는 바닷물을 닦아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공격은 날아오고 있었으니 이대로는 상당히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렇게 나온다면...!" 이어 그는 풍덩, 온 몸을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혔다. 말 그대로 잠수를 한 것이었다. 뒤이어 그는 그녀의 바로 앞에서 갑자기 파악 튀어나오면서 두 손을 올려 강하게 물을 튀겼다. 내려왔다가 올라오면서 붙는 가속도도 있었으니 손으로 물을 뿌리는 것보다 좀 더 강도가 강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쉽게 질 마음은 없거든?! 그보다 비겁하니까 그 마스크 벗어! 그렇게 하는 것이 어딨어!" 괜히 투정부리듯이 이야기를 하지만 그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참으로 이 상황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나는 무장상태가 보다 우월함을 무기삼아 아주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마스크에, 스노클에, 오리발까지 꼈으니 이건 뭐 완전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물싸움은 나의 일방적인 공세로 손쉽게 승기를 휘어잡는 듯 했다. ".....켁." 하지만 오빠가 회심의 강공격을 날리자 조금 문제가 생겼다. 스노클 대롱 속으로 바닷물이 한 움큼 들어가버린 것이다. 스노클을 사용함으로서 수평으로 들어오는 물은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었지만 수직으로 떨어지는 건 제대로 막기 힘들었던 것이다. 나는 기침을 하며 스노클을 입에서 뗐다. 짠 맛이 났다. "비겁하긴 무슨! 싸움은 원래 불공평한거야!" 적이 총을 들면 이쪽은 전차를 끌고와서 싸워야 하는 법이다. 그깟 물싸움에 총이니 전차니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그래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아주 없지는 않으니까. 빗나간 비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입에 들어간 바닷물을 뱉어냈지만 계속된 공격에 조금씩 바닷물이 입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꽤나 거슬린다. 하지만 스노클을 물기도 곤란한 게 입을 열면 그대로 바닷물 한 움큼이 쏟아져 들어올 것만 같았다. 우선 나는 열심히 물을 뿌리며 오빠에게 대응하기로 했다. 이렇게 놀아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재미있다. 기분이 꽤나 좋다.
  • "아! 너 진짜 그렇게 비겁하게 나온다 이거지?"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는 스노클을 입에서 떼어내면서 콜록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렇게 되면 역시 전면전쟁밖에는 답이 없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기도 하며 그는 다시 힘을 모으기 위해서 천천히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이번엔 그녀에게서 물이 마구마구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바닷물이 그의 코나 입에 들어왔다. 마스크가 없는 그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불리한 싸움 그 자체였다. "어푸..콜록! 콜록!" 제대로 숨을 고르려고 하면서 그는 그대로 결국 무차별적으로 물을 모아서 뿌리는 행동을 계속했다. 결국 이렇게 통상적인 물싸움이 되는 것일까. 하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다고, 즐겁다고 느끼며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반격에 반격을 나섰다. 그러다가 결국 그는 백기를 들면서 항복선언을 했다. "하하하. 이렇게 계속 노는 것도 좋겠지만, 너무 물 먹겠다. 우리. 이쯤에서 휴전을 제안합니다!!"
  • "아우, 그래. 휴전, 휴전하자. 콜록콜록." 나는 오빠의 휴전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싸움이 계속 이어지자 장비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는 개싸움이 되어버려서, 나도 물을 꽤나 먹었다. 정신이 쏙 빠져버려서 계속 했던 말을 계속하며 중언부언했다. 스노클링 마스크를 벗어올리고는 코로 숨을 들이쉬었다. 입으로만 숨을 쉬다 보니 목이 까끌까끌했다. "이래 노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오빠 가고 한 번도 안 이랬는데."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온 몸이 물에 흠뻑 젖었지만 그게 다 무슨 상관일까. 여기는 바다인데. 오빠랑 내가 꼬꼬마였을 시절에도 여기서 이렇게 놀았었다. 이렇게 물장구를 치고 소리를 지르고 기침을 하면서 말이다. 그 때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하나씩 떠오른다. "아, 그거 기억나나? 이 쯤에서 놀다가 우리 물고기 한 마리 잡았던 거. 맨손으로 말이다." 처음 듣는 사람은 대개 믿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이었다. 물 속을 유유히 돌아다니던 고기 한 마리를 양 방향에서 들이쳐서 붙잡았었다. 고기는 버둥거렸지만 손 네 개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참 비효율적이고 쓸데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땐 어렸으니까 그런 짓도 하고 다녔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잡은 고기를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었다. 어른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기만 했다.
  • "오케이! 휴전 협정 끝!" 이대로 물싸움을 해도 서로 힘들 뿐이기에, 두 사람이 휴전을 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제야 겨우 숨을 제대로 쉬면서 그는 가볍게 물 위에 눕듯이 누워서 몸을 위로 떠올렸다. 이렇게 몸에 힘을 빼면 몸이 물에 빠지는 일은 없었다. 처음 하는 이들은 겁을 먹고 실패할지도 모르는 것이지만, 바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어려울 것이 없는 일이었다. 그 상태로 그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이 가고 한번도 이렇게 안 놀았다는 말에 그는 살짝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도 있었을텐데, 다른 이들과 이렇게 놀지 않았던 것일까. 그와는 별개로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았다는 그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수긍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지. 그랬지. 어른들은 정말 어처구니없이 웃었고 말이야. 막 자랑하기도 하고, 물고기는 빠져나가려고 막 막 도망쳤고 말이야. 결국 어떻게 되었더라. 그 물고기. 매운탕 해서 먹었던가? 아무튼 그때는 그렇게 놀았지. 하하하." 작게 웃으면서 그는 살짝 고개를 그녀에게로 향한 후에 몸에 힘을 넣어 다시 몸을 물에 담궜다. 그리고 다시 떠오른 후에 그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내가 도시로 갔어도 애들 많았잖아. 그런데 이렇게 안 놀았다고? 그렇게 바빴어?"
  • "아...고등학교 올라가니까 애들이 이제 안 놀라 카더라." 오빠가 대학교에 간 후에,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했었다. 그러자 주변 친구들의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졌다. 학교가 끝나고 나서도, 주말과 휴일에도 집과 학원과 독서실에 틀어박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둘씩 늘어났다. 그리고 나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낮선 변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죽고 못 살던 친구들이 서로 반목하기 시작했다.  시험 문제 하나와 등수 하나에 관계가 서서히 비틀려 갔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나는 공부에 하나도 신경을 쓰지 않는 부류라 적어도 친구들이 나를 견제하고 적대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걔네들이 서로 싸우는 장면을 보는 것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을 등짝에 금이 간 새우마냥 조용히 보냈다. 걔네들이 조금 무서웠었다. "오빠야 동창들도 안 그러더나? 왜 전교 2등이 전교 1등 보고 '니만 아니었어도.' 하고 질투하고 그런 거 말이다. 드라마 속에만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나는 여기에 남았다. 아직까지도 걔네들 사이에 악감정이 남아있을까? 설마. 시간도 좀 흘렀고, 아직 어릴 때의 일이었는데. 그 일을 아직도 가슴에 담아두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명절 때 고향에 찾아와 서로 대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그렇게 믿고 싶다.
  • "아. 확실히..." 바람은 그녀의 말이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고등학생이 되면, 여러모로 바빠지니 놀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만 하고, 공부를 하면 자연히 시간이 그쪽으로 쏠리게 되니까. 자신 역시 그러했던 것을 생각하며 그는 납득했다. 하지만 그래도 아예 놀 기회가 없냐라고 물으면 애매했다. 자신은 나름 놀 때는 놀았으니까. 예를 들면 눈앞의 이 여성이랑... "그런 식으로 경쟁하는 이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린 그 정도는 아니었어. 하긴, 치열한 애들은 정말 치열하니까...." 자신은 전교권은 아니었기에, 아니...전교권이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애초에 이곳에서 그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람도 적은 이 시골 마을에... 아무튼, 그 정도 까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달랐을까? 아무튼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싱긋 웃으면서 다시 물 위에 몸을 띄웠다. "그럼 앞으로 나와 이렇게 자주 놀면 되겠네. 우리 꼬맹이. 엄청 외로웠던 모양이니 말이야. 자주 보겠는데? 일도 같이 하고 있고, 가끔 이렇게 같이 놀면 말이야. 아. 좀 징그러울까? 하하하."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는 저 푸른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햇볕이 내려쬐지만, 시원한 바닷물 덕분에 그렇게 덥진 않았다.
  • "아, 진짜. 그런 말 하면 안 창피하나?" 나는 낮간지러워서 괜히 가볍게 물을 한 번 더 튀겼다. 왠지 오빠가 돌아오고 난 후에 계속 저런 말을 듣는 것 같다. 넉살도 좋지, 저런 말을 어떻게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하는 걸까. 예전에도 저런 성격이었나? 안타깝게도 그 점에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왜 이건 까먹은 건지 모르겠다. 물에 몸을 맡기자 물살이 몸을 부드럽게 간지럽혔다. 썩 기분 좋은 감각이다. 파도가 한 번 지나갈때마다 몸이 조금씩 들썩거렸다. 파도라, 갑자기 파도나 타고 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터파크에서 파도풀 타듯 말이다. 백사장에서 워터파크 수준의 파도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파도를 타고 놀려면 어느 정도 높이는 되어야 재미있다. 기껏해야 발가락이나 간지럽히는 파도를 가지고 노는 것은 딱히 재미있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목을 돌려 백사장 쪽을 보았다. 파도는 딱 알맞은 높이로 치고 있었다. 좋아, 오늘은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 날씨 덥고, 카페는 쉬고, 바닷물은 시원하고, 파도도 높고. "저 좀 앝은 데 가서 파도타고 놀래? 계속 수영할라니까 다리 아프다." 그렇게 나는 오빠에게 제안했다. 오리발 신고 계속 다리를 차니까 조금 근육이 찌릿거렸다.
  • "그렇게 말해도 나에게 있어서 너는 어릴 때 그 꼬맹이나 다를바 없는걸. 하하하!" 일부로 장난치듯이, 짓궂게 이야기하며 그는 키득거렸다. 그러다가 튀겨진 물에 맞고 콜록 콜록 기침으 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공격이라니! 다시 전쟁이다! 라고 크게 외칠까 하다가 그는 그냥 장난스럽게 넘기면서 다시 편안하게 몸을 물에 띄웠다. 이렇게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시원하고, 좋고... 무엇보다 고향에 왔다는 기분이 들어 그는 절로 미소 짓는다. 참으로 시원하고 시원하고 또 시원하고 그리운 시원함. 그 시원함을 느끼며 그는 미소를 짓는다. 그 와중에 세니에게서 제안이 들어왔다. 얕은 곳에 가서 파도를 타고 놀자고. 그 말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다시 세웠다. "그럴까? 역시 파도타기도 수영 할 때는 최고지." 말을 끝낸 후에 그는 다리가 아프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리 아프면 잡아. 얕은 곳으로 데려다줄테니까."
  • "으이!" 감탄사인지 대답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나는 오빠의 손을 잡았다. 손이 나보다 많이 큰 것 같다. 내가 손을 잡자 오빠는 얕은 곳으로 나를 천천히 끌고가기 시작했다. 당연하겠지만, 물 위에 엎드린 채로 동동 떠 있는 상태니 적어도 땅 위보다는 잡아끌기 쉬울 것이다. "에ㅍ....." 하지만 작은 문제가 생겼다. 엎드려 있다 보니 입과 코가 아무래도 수면 가까이 있게 되는데, 파도 탓에 물결이 주기적으로 크게 일렁이는 탓에 계속 그곳들이 물 속에 잠겼다. 하지만 숨은 쉬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물이 코와 입으로 흘러들어왔다. 어쩌다 한 번씩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파도 하나에 한 번씩, 쓸데없이 규칙적이고 지속적으로 들어온다. "오ㅃ프....잠ㅁ...." 한 손으로는 스노클도 제대로 쓸 수 없고, 목과 허리가 아파서 고개를 계속 치켜들고 있을 수도 없다. 자세를 바꾸려니 오빠가 나를 끌고가는 힘과 파도가 계속 몸을 뒤흔들어놔서 그것도 잘 안 된다. 나는 오빠에게 뭐라 말을 해 보려고 했지만 여지없이 바닷물이 입을 막았다. 오빠는 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뒤돌아 보니도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충분히 얕은 곳까지 도달한 시점에서, 나는 아마 바닷물을 한 바가지는 먹었을 것이다. 으에엑. 뱃 속이 찝찝한 기분이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걸 마신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바닷물의 짠 맛은 둘쨰치고 일단 그리 깨끗한 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입과 코 안에 고인 바닷물을 열심히 뱉어냈다. 정신이 없어서 오빠한테 뭐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 밖으로 세니를 데리고 나온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 도중에 그녀가 마실 물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실수였다. 빠르게 물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한 것은 좋았지만, 그녀가 마실 물을 생각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서 그녀는 꽤 힘든 시간을 보낸 모양이었기에 그는 뒤로 돌아보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아아..." 콜록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크게 당황하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이어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놓지만 그녀의 몸을 지탱하며 그녀의 상체를 들어올렸다. 이렇게 하면 더 이상 물이 들어가는 것은 막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토닥 치면서 그녀가 물을 뱉어낼 수 있도록 도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기도 했고... "괘, 괜찮아?! 세니야?!" 크게 당황하며 그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녀의 모습을 살폈다. 어쩐다. 일단 바다 밖으로 데리고 가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 상대 캐릭터의 반응은 예측해서 쓰지 않았으면 해. 세니주. ㅠㅁㅠ 저런 것은 캐조종이라고 하거든. 일단 바람이가 저렇게 억지로 끌고 갈 애가 아니기도 하구...ㅠㅁㅠ
  • "아니, 뭐..괜찮다..콜록." 그래도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물을 좀 많이 먹은 것 뿐이었다. 질식할 정도로 물에 고개를 처박지는 않았으니까. 물이 허파로 들어가지도 않았으니,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었다. 나의 호흡은 머지않아 정상적으로 되돌아왔다. "물 좀 먹는다고 안 죽는다. 왜 그렇게 죽상이고?" 대개 이런 상황에서 그냥 친구는 '너 괜찮아?' 라는 반응을 보이고, 진짜 친한 친구는 내 꼴이 우습다며 신나게 웃어제끼기 마련이다. 물론 진짜 심각한 상황에선 두 사람 다 진지해지겠지만. 오빠는 생각할 것도 없이 후자라고 생각했는데, 반응을 보니 내 모양새가 꽤나 심각해 보였나 보다. 조금 미안해진다.   "아이 참, 괜찮다니까. 물 먹는 거 한 두번 보나? 바다에서 싸돌아다니면 코로 물도 좀 마시고 하는 거지 뭐." 나는 계속해서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어필했다. 어쩐지 분위기가 추욱 처지려고 하는 낌새가 들었다. 기껏 놀러왔는데 괜히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앗...아아....그렇구나..미안해, 앞으로 조심할게 ㅠㅠ
  • "아니. 그래도 말이지. 일단은 미안." 세니가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도 바람은 미안하다고 사과를 전하며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가 힘들어한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물을 먹어서 그리 좋을 것도 없고... 무엇보다 바닷물이니까. 그렇기에 다시 한번 그녀에게 사과를 하면서 그는 머리를 푹 숙였다. 이어 고개를 든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즐거웠던 분위기가 이대로 끝나는 것도 애매하기 그지 없었으니까. 이어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곧 자신의 몸을 띄워서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둥실, 둥실, 두둥실. 몸이 파도에 맞춰 붕 떠올랐다가 가라앉는 것을 반복하며 그는 그 시원함을 만끽했다. 그렇게 침묵을 지키던 그는 곧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일까?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물어보았다. "좋아. 그럼 분위기 변환용이다...! 세니, 너는 내가 여기 나가고 나서 좋은 소식이라던가 그런 거 없었어? 연애라던가, 혹은 기쁜 소식이라던가 그런 거 말이야." 작게 웃으면서 그는 다시 파도를 타면서 몸을 둥실, 둥실 띄우기 시작했다. //앗...괜찮아...!! 그냥 다음부터 주의하면 되는거지 뭐!!
  • "있었다. 그런 일." 연애나 그런 건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좋은 일이 있었다. 언제 일이었더라?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평소처럼 보트를 타고 앞바다로 나가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고기 한 마리가 미끼를 물었다. 나는 낚싯대를 힘껏 당겼는데, 느낌이 왠지 평소와는 달랐다. 분명히 걸린 건 고기인데, 마치 돌바닥에 바늘이 걸린 것 처럼 버티면서 올라올 생각을 하질 않았다. 이놈 대어구나.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때부터 다른 낚싯대는 포기하고 그 하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부터는 간략히 설명해도 될 것 같았다. 누가 더 오래 버티나 하는 지루하고 힘겨운 줄다리기였다. "진짜 몇 시간 동안 그러고 있으니까 팔이 지 맘대로 날뛸라 카더라." 시간이 하염없이 흐르고, 결국 뉘엿뉘엿 해가 질 때쯤에 녀석이 물 밖으로 나왔다. 하루 종일 이어졌던 힘겨루기의 승자는 나였다. 녀석은 길이가 사람 팔 만했던 대어였다. 나는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그 녀석은 지금 우리 집 수조에서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차마 먹기는 아까운 녀석이었다. 여담이지만, 녀석은 아직까지도 이름이 없다. 그냥 물고기, 대어, 걔 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 "확실히 그것도 좋은 소식이긴 한데 말이야." 세니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는 우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물론 그것은 확실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대어를 낚았다는 것이니까. 그것은 낚시를 즐기는 이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영광이고, 최고의 즐거움이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물은 것은 그게 아니었는데... 아무렴 어떠랴? 그렇게 생각을 돌리며 그는 고개를 다시 한번 끄덕였다. 팔이 자기 마음대로 날뛰려고 했다. 보통 녀석이 아니었다는 것을 짐작하며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그 물고기 사진이라던가 있어? 있으면 나중에 보여줄 수 있어? 괜히 궁금한데?" 대체 얼마나 크기에 몇 시간이나 그러고 있었는지 궁금했던지라 그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물론 사진이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그와는 별개로 다시 파도 위에 몸을 띄우면서 둥실, 둥실 파도의 움직임에 맞춰 몸이 움직이던 그는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너는 나에게 더 궁금한 건 없고?"
  • "음....음...." 뭘 물어볼까. 둘 사이의 공백이 길었으니 내가 모르는 일이 꽤나 많을 것이다. 나는 그 중에서 어떤 걸 물어볼까 하고 고민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나는 오빠에게 던질 질문을 결정했다. "연애 같은 거 해 봤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오빠도 잘생긴 축에 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라, 어떻게든 연애 경험이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본 연애란 드라마나 영화나 책에 나오는 그런 것들 밖에 없어서 고백, 이벤트, 여행, 그리고 라면 먹고 갈래 같은 흔해빠진 클리셰만이 내 머릿속 연애의 전부였다. 현실 연애는 어떨까? 그거랑 똑같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가? 나로서는 그런 걸 전혀 판단할 기준이 없었다. "티비에 나오는 그런 거, 진짜로 해 봤나? 하면 어떤 기분인데?" 오빠가 아직 연애를 해 봤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이미 해 봤다고 가정하고 질문을 하고 있었다. 조금 큰 파도가 와서, 해변까지 쭈우욱 밀려나 버렸다. 나는 다시 허우적대며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 "연애? 아하하. 글쎄? 있을 것 같아? 없을 것 같아?" 그녀의 물음에 장난스럽게 키득거리며 그는 대답을 보류하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미 질문만 들으면 해봤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하는 듯한 그 모습에 그는 장난스럽게 키득거렸다. 일부로 장난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철썩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며 시원하게 파도를 즐기면서 그는 조금 더 침묵을 지키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파도가 3번 정도 철썩인 후에야 그는 조용히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없어. 모태솔로야. 애초에 연애를 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거든. 공부하기도 바빠서 말이야." 도시란 그런 곳이야. 엄청 바쁘고 힘든 곳. 그렇게 이야기하며 그는 참으로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물 위에 둥둥 떠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왜? 있을 것 같았어?"
  •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는 맥이 조금 빠졌다. 분명히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그 요즘 사람들이 이야기하던 n포라는 건가? 지금은 자기 카페도 있는, 나름 건실한 자영업자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 아마 뼈를 깎는 노력을 해 왔나보다. 나는 그런 경험도 없고, 본 적도 없어서 상상하기 어려웠다. 치열하게 살았나 보구나. "에에, 바쁘고 힘들어도 연애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있지 않나? 도시가 빡세기는 해도 결국엔 사람 사는 곳일텐데." 하지만, 나는 그렇다 쳐도 오빠가 도시에서 살면서 그런 경험 한 번 해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살짝 퉁명스러운 느낌으로 말했다. 이게 아닌데, 실수해 버렸다. 아까 말하는 게 마치 나이 지긋하시고 꽉 막힌 그런 분 같았던 것 같다. "아아, 아니 내 말은 그 얼굴 갖고도 연애를 못 해볼 정도면 엄청 열심히 살았나 보구나 그 말이다!" 그 얼굴 갖고도 연애를 못했다는 건 듣는 이를 높이는 말일까, 낮추는 말일까. 앞 말과는 그다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말이다. 나는 당황해서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기 시작했다. "지금 오빠 나이에 자기 카페 가질 정도면 당연히 연애 같은 거 신경 쓸 겨를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겠지! 요즘엔 자영업 하기도 힘들다 카더만"
  • "그렇게 대신 변명 해줄 것은 없어. 실제로 경험이 없는 것은 사실이고... 그리고 사람 사는 곳이긴 하지만, 도시는 말이지. 뭔가 정신없기도 하고, 여러모로 할 것도 많아서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더라. 다들 자격증 따고, 공부하고, 밤샘하고 그러니까." 당황하며 자신을 대신 변호하듯이 이야기하는 세니를 바라보며 바람은 풋하고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시원한 파도에 몸을 맡기면서 둥둥 떠다니던 그는 다시 몸을 제대로 일으켜세워서 다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일단 진정하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끊겼던 말을 다시 이어나갔다. "연애 안하면 뭐 어때? 그냥 앞으로 여기서 내가 할 일 하면서 느긋하게 조용히 살지 뭐. 요즘은 솔로로 사는 이도 많다더라." 우리 집도 사람 없으면 걍 혼자 살라고 그러거든. 그런 이야기를 하며 여유로운 미소를 보인 그는 이어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렇게 말하는 너는 연애 경험은 없어?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이라던가. 도시로 애들이 떠났어도 그 마음이 있는 이라던가 있을 수 있잖아." 그녀는 과연 어땠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과연 그녀의 입에선 어떤 말이 나오고 어떤 답이 나올지 궁금하다는듯이.
  • "내도 못 해 봤다. 굳이 어떻게든 연애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 연애하기에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이 동네는 애시당초 사람이 그리 많지 않고, 고등학교 간다고 밖으로 나가봤자 여고였다. 물론 할 녀석은 어떻게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하겠지만 말이다. 학교가 끝나고 남고 앞까지 발품을 판다던지, 온갖 인맥이란 인맥을 모두 총동원해서 소개팅을 나간다던지, 나는 그렇게까지 시간과 힘을 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글고 뭐, 머리 크고도 친했던 남자애는 오빠밖에 없었다."   어릴 때는 남자고 여자고 신경쓰지 않고 어울리고는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성을 상대하는 것이 예전과는 달리 차츰차츰 어색해져 갔다. 그것은 충분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이제야 갓 눈을 뜨기 시작한 아이들에게는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오빠랑 나는 계속 붙어다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랬다. "내가 연애 해 봤음 그르케 눈에 불을 키고 오빠한테 물어봤겠나....결국에는 둘 다 모태솔로네....큭큭." 나는 작게 웃었다. 오빠나 나나 이 나이가 되도록 연애 한 번 못 해 본 것은 안타끼우면서도 우스운 일이었다. 사이좋은 숙맥 한 쌍이구나.
  • "그런 셈이네. 하하하!" 작게 웃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크게 웃었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웃음소리가 묻혔다. 둘 다 모태솔로라. 아무렴 어떠랴. 그것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으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과거의 상처를 서로 건드려버린 것인걸까? 아니, 상처랄 것도 없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는 두 손으로 물을 떠서 자신의 얼굴에 가볍게 뿌렸다. 시원한 바닷물이 얼굴에 닿자 정신이 팍 드는 느낌이 들어 그는 기분 좋게 웃었다. "10년이 지나도 사귀는 이가 없으면 그땐 내가 데려가줄까? 하하하." 괜히 그렇게 이야기하며 그는 쭉 팔을 뻗으며 몸을 풀었다. 그리고 이제는 많이 약해진 태양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내려 다시 세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결국 너도 연애에는 관심이 많은가 보네. 눈에 불을 켜고 물어볼 정도면 말이야. 참고로 나도 관심은 많아." 뭔가 재밌을 것 같고 보기 좋잖아? 그런 이야기를 하며 그는 바다 위에 다시 몸을 띄웠다. 시원하다고 느끼며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이 보통 시원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 "10년 지나면 30대겠네.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 10년이라는데, 설마 그때까지도 솔로겠나?" 사실 모든 솔로는 그렇게 말하지. 나도 언젠간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른 솔로는 못 해도 나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안일한 생각이다. 물론 나도 안일하다. 언젠간 되겠지 뭐. 설마 진짜 죽을 때까지 솔로겠어? 그럴 리가! "뭐라고? 오빠가 내를? 하이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내를 데려가긴 뭘 데려가겠다고." 나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별로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니다. 오빠도 그럴 것이다. 오빠랑 나랑 연애하고 결혼한다고? 그건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게 좋을지 나쁠지 모르겠다. 아니, 적어도 나쁘지는 않으려나?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다. 그리고 바다는 새파랗다 못해 시퍼렇다. 피부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파도가 지나가면서 생긴 작디작은 물방울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간지럽히고 달아났다. 기분 좋은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물 속에 담군 손가락 끝에 물로 적서져 말랑말랑해진 모래가 닿았다. 이게 왜 여기있지 하고 몸을 일으켜 보니까 어느새 또 얕은 곳까지 밀려나 있었다. 계속 이러네. 다시 일어나서 깊은 곳으로 가기엔 귀찮았다. 그래서 모래톱 위에 멍하니 앉아서 오빠도 떠밀려오지 않을까 하고 기다려 보았다.
  • "그런 일 없도록 10년이 지나는 시간 내에 너나 나나 좋은 짝을 찾아봐야지. 물론 좋은 짝이 없어도 요즘은 혼자 살기도 좋다고 하니 상관은 없지만 말야." 옛날이라면 모를까. 요즘은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아도 사는 것이 크게 힘들거나 하지 않은 법이었다. 일부로 연애나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그는 가볍게, 정말로 가볍게 이야기를 하면서 시원한 파도를 즐겼다. 그 전에 자신은 어쩌고 싶은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연애나 결혼. 그런 것을 그다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컸다. 그냥 고향 마을에 자신의 이름으로 카페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컸던 그였으니까. 그렇기에 그 부분은 그다지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컸다. 아무렴 어떠랴.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는 시원한 파도를 즐겼다. 그러다보니, 몸이 둥실둥실 뜨며 천천히 떠밀려왔고 어느새 얕은 곳까지 그의 몸은 떠내려왔다. 힘을 빼면 언제나 이렇다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뒤이어 그녀의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가슴팍을 치는 파도를 맞으며 그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조금 더 이렇게 있다가 고기나 구워먹을까? 많이 사왔으니 많이 먹고 들어가자." 그러다가 그는 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참고로 말하지만, 네가 내가 아는 꼬맹이가 아니었으면 아마 대쉬했을지도 몰라. 하하하. 물론 농담이야."
  • "아, 그래도 나는 솔로 싫다. 좋은 사람 한 명 찾아서 옆구리에 붙이고 다녀야지." 실제로 요즘은 연애보다는 재밌는게 많다던지 비혼주의라던지 그런 것이 많이 퍼진 모양이다. 그래도 그건 그냥 그 사람들이 그런 거고, 나는 기회 되면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다. 아직 내가 세상 쓴맛(?)을 못 봐서 그런 건지, 아니면 시골에서만 살아서 또래보다 가치관이 좀 옛스러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랬다. 부드러운 모래톱 위에 앉아있으니 오빠도 판자때기마냥 둥둥 흘러왔다. 역시 그냥 앉아있길 잘했다. 쓸데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힘쓰기는 귀찮았다. 고기라, 고기. 오빠가 사 왔던게 삼겹살이랑 목살이라고 했던가? 석쇠랑 버너 같은 것도 있으니 고기는 거기다 구우면 될 테고, 소금이랑 후추 뿌리고, 다 구워지면 입맛대로 쌈장이나 마늘이나 상추나 곁들여서 먹으면 될 것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고기를 구워먹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상상해 보았다. 역시 맛있겠다. 입 속에 군침이 돌았다. 근데 오빠는 또 저렇게 낮간지러운 소리를 하네. 뭔가 계속 당하는 기분이다. 나도 한 번 날려볼까? 나는 짐작 천연덕스럽게 말을 꺼냈다. "...왜? 내는 안 되나? 아직도 내가 뽈뽈거리는 꼬맹이로 보이는 가배?" 그러면서 얼굴을 조금 들이밀었다.
  •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너는 내가 괜찮아?" 천연덕스럽게 자신은 안되냐고, 아직도 꼬맹이로 보이냐면서 얼굴을 들이미는 세니를 바라보며 바람은 키득거리면서 태연하게 대답했다. 저쪽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자신 역시 장난스럽게 말한 것에 가까웠다. 애초에 방금 전에 대화한 것도 살짝 그런 분위기였기에 그것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태연하게 미소를 보일 수 있었다. 철썩이는 파도는 계속 철썩이며 자신의 가슴을 때렸다. 시원하면서도 찰싹이는 느낌이 간지러워 살짝 미소 짓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자리를 깔아둔 곳으로 천천히 향했다. 옷을 갈아입는 것이 좋을까...고민하지만, 굳이 갈아입을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아이스박스에서 다시 고기를 꺼냈고 이것저것 세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슬슬 맛있게 먹자. 원래 바다를 보면서 먹는 고기가 제맛이야. 도시에 가면 여기서 먹는 그런 맛이 안 느껴져서 싫더라. 나는." 점장으로서 점원도 많이 먹여줘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며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리저리 바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했다. "참고로 만약에 네가 날 좋아하는 날이 온다고 한다면 그땐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볼게. 그러니까 너야말로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하기 없기다. 하하하!"
  • "....끄응." 나는 분해서 볼을 부풀렸다. 조금 당황해서 움찔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역시 실패했다. 그 옛날부터 있던 능청스런 성격은 어디 가지 않은 모양이다. 휴전을 깰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오빠는 지금 고기를 준비하고 있으니 그만두기로 했다. 물 속에서 놀다 보니 몸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진다. 물 속은 밖보다 움직이기 힘드니 당연한 일이다. 무릎으로 엉금엉금 걸어가다 물 밖으로 나왔다. 몸에 묻은 바닷물이 줄줄 흘렀다. 붙어있는 모래알은 모두 씻겨나간지 오래다. 신발 안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살금살금 걸어서 돗자리까지 왔다. "회사 복지 죽이네! 직원이 한 명이라 그런가?" 조기 퇴근에 바다에서 놀아주고 고기 사주는 사장님은 전국에 몇이나 될까? 정말로 직원이 한 명이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오빠라면 직원 숫자가 좀 되어도 어떻게든 챙겨주려고 할 사람이니까. 나는 오빠 옆에 앉아서 세팅을 돕기 시작했다. 가만 앉아서 보기만 하면 좀 그러니까.
  • "들어오길 잘했지? 옛 친구 전용 서비스야! 직원이 한 명이건 두 명이건 무슨 상관이야? 5명이어도 챙겨줄건데. 물론 지금은 이 이상 뽑을 생각은 없지만 말야." 그녀의 도움을 받아 세팅을 하면서 그는 조심스럽게 불을 올렸다. 지글지글, 경쾌하게 불이 올라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불판이 달아오르는 것을 기다린 후에, 어느정도 달궈진 것을 확인하고 고기를 올렸다. 치이이익. 고기 특유의 구워지는 소리가 해변가에 울렸다. 집게를 들고 고기를 살피면서 이것저것 뒤집으면서 그는 고기를 구웠다. 정말로 능숙하게 잘 굽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못 굽는 것도 아니었다. 평범하게 집에서 고기 구워먹는 이들의 굽는 실력을 보이며 그는 고기가 어느 정도 구워지면 그것을 자른 후에 다시 구워냈다. 뒤이어 양파나 채소 같은 것도 불판에 올리면서 지글지글 굽다가 그는 한 입 크기로 잘려진 고기 중 하나가 다 익었음을 확인하며 그것을 집게로 올린 후에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 "자. 먹어봐. 잘 익었네. 아 해봐. 아." 마치 어린아이에게 먹여주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세니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어릴 적에 챙겨준 것을 떠올리며, 지금도 그 연장일지도 모르는 행동을 하며 그는 눈웃음을 부드럽게 지었다.
  • "와아, 소리 죽이네." 지글지글거리며 흰 연기를 조금씩 내뿜는 고기를 보자 나는 파블로프의 개마냥 군침을 삼켰다. 고기가 구워지면서 기름이 흘러나와 불판 저 한구석에 모였다. 적당히 기름기를 머금은 삼겹살 조각들이 반짝거리며 빛났다. 익어가는 고기 냄새도 났다. 불판 위의 고기는 참으로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오빠가 고기를 굽는 동안, 나는 이리저리 움직이는 오빠의 손, 그리고 손에 잡혀있는 집게에다 계속 시선을 박아두고 있었다. 누가 보면 꼭 레이저 포인터  앞의 고양이 같다고 할 것이다. 딱히 뭔가 할 것도 없었고, 고기가 맛있어 보이길래 아무 생각 없이 그러고 있었다. 이윽고 오빠가 고기가 다 익었다면서 집게로 고기를 한 점 집어서 나에게 주었다. 아, 내 앞에 놓아주었다는게 아니라, 애기한테 밥 먹이듯 입에 갖다 대 주었다는 말이다. 참 짖궂기도 하다. 하지만 그닥 나쁜 기분도 들지 않고 눈앞에서 흔들거리는 고기의 유혹을 참기도 어려우니 이번엔 그냥 받아주기로 했다. "아앙..." 입을 벌리자 고기 한 점이 입으로 쏙 들어왔다. 조금 뜨겁긴 했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고기의 식감이라던지, 육즙이라던지, 기름 같은 것들이 입 안으로 확 퍼졌다. 맛있었다. 나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우물우물거렸다.
  • "어때? 맛있어?" 바로 눈앞에서 세니가 고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맛있게 먹는데 어떻게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을까?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이번엔 자신이 집게를 이용해서 고기를 한 점 잡아다 입에 넣어서 오물거렸다. 육즙도 그렇고 식감도 그렇고 정말로 좋은 고기라고 생각하며 그는 열기를 입 안에서 식히며 고기를 씹었다. 참으로 맛이 좋다고 생각하며 그는 미소 지어 이야기했다. "엄청 맛있네! 역시 인심이 좋다니까. 이렇게 좋은 고기로 주고 말야! 그럼 먹을까!" 이어 그는 그녀에게 나무젓가락을 건네주면서 자신의 나무젓가락을 잡은 후에 고기를 한 점 집었다. 근처에는 쌈도 있었으니 고기집이 따로 없었다. 오히려 시원한 바람도 불고 경치도 좋으니 고기집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기를 우물우물 씹었다. "하하!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니까. 정말." 오늘 나오길 정말로 잘했다고 생각하며 그는 바람을 쐬며 다시 고기를 입에 집어넣었다. 우물우물, 맛이 참 좋네. 그런 말을 작게 중얼거리며 그는 행복한 시간을 느끼고 있었다.
  • "어어, 엄청 맛있다!" 다 씹은 고기를 삼켰다. 아직 고기의 맛이 입 안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오빠에게서 젓가락을 받아 고기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오빠 덕에 고기 이거 오랜만에 먹어보네." 고기 한 점에 구운 마늘 한 쪽, 그리고 쌈장 한 덩어리. 최고의 조합이다. 고기의 감칠맛과 구운 마늘의 은은한 맛, 짭짤한 쌈장의 맛이 입 안에서 화합을 이루면서 나를 즐겁게 하였다. 배경음악으로 잔잔한 파도소리와 바람소리까지 들어오니 이건 뭐 완벽 그 자체였다. 나는 그렇게 오빠와 식사를 이어갔다. 고기를 먹으며 나는 쌈 상추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쌈을 싸기가 귀찮았기 때문이다. 쌈 쌀 시간에 고기 한 두점을 더 먹을 수도 있고, 식사 하는데 손에 물을 묻히기도 귀찮고, 그렇게 수고를 들여서 쌈을 싸도 내 입맛에는 시간을 들인 만큼 맛이 좋지도 않았다. 고기를 먹을 때마다 엄마한테 이것 때문에 잔소리를 종종 들었다. 상추는 아니더라도 마늘이나 양파나 파채같은 채소를 많이 곁들여 먹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것도 편식....편식이라 하나? 잘 모르겠다. 그렇게 신경 쓸 만큼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 고기나 먹을래.
  • "평소에 고기 잘 안 먹어? 아. 가족끼리 살면 먹기 힘들긴 하겠다. 아무래도." 특히나 집이 횟집이니까 더욱 그렇겠다고 생각하며 바람은 곧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횟집이니까 이런 고기보다는 회를 더 많이 먹겠지. 혹은 매운탕이나.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오늘 많이 먹여서 제대로 직원 복지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비어있는 칸에 고기를 올린 후에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마늘을 굽고 양파를 구워 노릇노릇하게 익은 두 개를 상추에 담아 그 위에 고기 두 점을 올리고 먹으니 이것만큼 별미가 없었기에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와. 맛있어. 절로 그런 말이 터져나오는 것을 느끼며 그는 싱글벙글 웃었다. "너는 쌈 안 먹어?" 이어 바람은 세니가 쌈을 그다지 먹지 않는 것을 바라보며 가만히 물어보았다. 물론 쌈을 싫어하는 이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묻는 것에 가까웠다. 이어 그는 상추 하나를 다시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안 좋아하는 거 아니면 하나 싸줄까 하는데 괜찮아?" 싫으면 싫다고 말하라고 하면서 그는 다른 손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서 입에 쏘옥 집어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식감이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귀찮잖어." 고기와 마늘을 신나게 집어먹고 있던 나는 오빠의 물음에 대답했다. 채소를 그렇게 싫어하는 건 아니다. 밥상 앞에서 떼쓰는 꼬맹이도 아니고. 오빠가 쌈을 싸 준다면 그냥 선선히 받아먹을 것이다. 생각해보니까, 대개 이런 자리에서는 술도 마시고 그런다는데, 말을 꺼내볼까 하다가 쓸데없는 짓 같아서 관뒀다. 애초에 술을 마셔본 적도 없고, 취해서 고주망태 되가지고 온동네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추태를 부리고 싶지도 않다. 비계가 두툼하게 붙어있는 고기 한 점을 먹었다. 느끼하고 물렁물렁하다고 비계를 싫어하는 사람도 꽤나 되는 모양인데, 나에게는 맛만 있는 부위였다.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입 안에 퍼졌다. "평소에 이런 고기는 별로 안 먹는다. 대신 허구한 날 밥상에 생선요리가 올라오기는 한다." 생선구이, 생선조림, 생선국, 매운탕, 물회, 회무침 등등등.....이 정도면 뭐 거의 김치의 위상과 비슷한 것 같다. 말이 허구한 날이지, 매 끼마다 생선반찬이 꼭 하나씩은 올라오곤 한다.
  • 귀찮다니? 쌈 싸먹는 것에 얼마나 시간이 걸린다고? 의아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참으로 멍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꼬맹이답다고 생각하며 그는 작게 웃었다. 귀찮다는 것은 싫어하지는 않다는 것이기에 주면 먹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다 그는 쌈을 들고 그 위에 고기 두 점을 올리고 그 위에 쌈장을 조심스럽게 바른 후에 구운 마늘과 양파를 올렸다. 안의 내용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싼 후에 그는 그 쌈을 집어들어 그녀의 입으로 가져가면서 이야기했다. "하긴 횟집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럼 오늘 고기 많이 먹고 들어가. 그래야 내일도 또 다음 날도 열심히 일을 하지.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을 많이 먹어야 힘이 나는 법이야." 그렇잖아? 그렇게 말하며 그는 아 해보라고 이야기하면서 쌈을 다시 그녀의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작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어릴 적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하긴 내가 떠났다고 다시 돌아오는 것 자체가 어릴 적엔 생각도 못한 일이긴 해." 참 세상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있네 그리 말하는 모습이 뭔가를 떠올리 듯, 그리워하는 듯, 신기한 듯,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 복합적인 감정의 집합체였다.
  • "내도 오빠 가고나서 관계 쫑났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돌아올 줄은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어째 또 돌아왔네." 오빠가 싸준 쌈을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나는 이곳을  떠난 동네 사람들을 많이 봤다. 오빠처럼 성인이 되어서 도시로 나가는 사람들, 자녀 공부 시켜보려고 이사가는 사람들. 나가는 사람은 많았지만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나마 명절에라도 오는 사람은 앙반이었다. 그래서 오빠도 절대 돌아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냥 잊고 지내려 했다. 오빠와의 기억들은 어렴풋한 옛 추억으로 바뀌어 머리 한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런데 '짜잔, 절대라는 건 없더군요?' 라고 말하듯 오빠는 돌아와서 나에게 고기를 먹이고 있다. 고마웠다. 돌아와줘서. "이번 여름에 삼계탕 먹을 필요도 없겠네. 이걸로 몸보신 다 되는 것 같다." 생수를 두어 모금 마셨다. 기름기 탓에 좀 꿉꿉했던 입 안이 시원해졌다. 그러고보니 고기를 꽤 먹은 것 같은데, 얼마나 남았지? 처음의 양은 한 4인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몸을 기울여 고기가 든 봉지를 확인해 보았다.
  • "에이! 아무리 그래도 여기에 부모님이 오는데 틈틈히 내려오지. 그럼 그때마다 볼 수도 있는 거 아냐? 관계 쫑난다니. 너무하네. 너." 자신이 싸준 쌈을 우물거리면서 말하는 그녀의 말에 바람은 무슨 소릴 하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이어 자신 역시 고기 두 점을 들어 쌈을 싼 후에 입에 집어넣어 우물우물 씹었다. 물론 그녀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도시로 떠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지. 자신 역시 공부를 하기 위해서 도시로 떠났지 않았던가. 모든 것을 마친 후에 다시 이렇게 돌아오긴 했지만 떠난 것은 떠난 것이었다. "돌아올 거라고 생각 안했으면 정말로 안 돌아올걸 그랬나? 하하하!" 괜히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하며, 그는 고기가 든 봉지를 확인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남은 것은 약 1인분 정도였다. 집게를 들어 남은 고기를 올리면서 그는 지글지글 고기를 다시 구웠다. 물론 불판에는 아직 고기가 많았다. 그 고기들이 타지 않도록 그녀의 밑접시에 올려주기도 하면서 그는 웃으면서 어서 먹으라는 의미로 이야기했다. "우리 직원은 사장인 내가 챙겨야지. 많이 먹고 몸보신 잘 해. 이렇게 해주면 나중에 횟집 찾아가면 서비스 좀 더 주고 그럴 거야?" 결국 그런 장난스러운 말을 하면서 그는 집게로 구워진 고기 한 점을 입에 쏘옥 밀어넣었다.
  • "왜? 명절에도 오는 놈만 온다. 안 오는 놈은 안 오고." 너무 바빠서 그런 건지,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건지, 너무 귀찮아서 그런 건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고향에 부모님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돌아온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고기를 먹었다. 슬슬 배가 차는 듯 한 느낌이 들었지만 고기를 남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어차피 1인분 정도 남았다 하니 충분히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도 두 명이니까. 나는 계속 젓가락을 놀렸다. "서비스? 오빠가 횟집 오면 엄마가 말 안해도 서비스 얹어줄거다. 큭큭." 우리 가족도 오빠를 잘 알고 있었다. 나랑 어릴 때부터 붙어다니던 사이인데 모르는게 더 이상하다. 아마 횟집에 가면 문턱을 넘는 그 순간부터 '하이고 바람이 왔나! 니 다 컸네!' 뭐 이런 말을 하시면서 물회고 회무침이고 백반이고 아주 그냥 산더미처럼 쌓아올리시겠지. 안 봐도 비디오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한 여름 밤에 불판 앞에 앉아 있었지만 찹찹한 바닷바람 덕에 그다지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집에서 먹었으면 덥다고 선풍기 틀고 에어컨 키고 그랬을 텐데. 이 장소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고기는 계속 줄어들었다. //바람주...사정이 생겨서 이번 상황을 마지막으로 해야할 것 같아. 미리 말해놔야 할 것 같아서...미안해 ㅠㅠㅠㅠ
  • 그렇구나. 세니주. 무슨 사정인진 모르겠지만 사정이 있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 세니주가 더 돌리기 힘들다면 그냥 지금 이 상태에서 끝내도록 하자! 아무래도 이 상황이 언제 끝나게 될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니까. 바쁘고 힘들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 무슨 일인진 잘 모르겠지만 잘 해결되길 바랄게! 미안해하지 마! 상황이 안 좋으면 어쩔 수 없는거야!! 괜찮아! 괜찮아! 말해준 것만으로도 기뻐! 미안해하지 말고 일 잘 해결되길 바라고 건강하길 바랄게! 세니주!
  • 바람주 이해해줘서 고마워.... 나보다 시간도 더 많고 취향도 더 잘 맞는 좋은 사람 만나서 재밌게 상극 돌리길 바랄게. 지금까지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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