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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6/01 01:11:20 ID : TTSKY65fbBf
오래전 이야기야. 나는 미대 준비생이었는데 고등학교때 애들이 하도 그림 잘 그린다고 추켜세워서 입시학원 안다녀도 미대에 갈 수 있을줄 알고 고3 되서야 동네 작은 화실에 등록했다. 완전 오판한거지. 수능치고 정신이 번쩍 들어서 입시학원 알아보고 (막판이라 받아주는데가 없더라..) 겨우 한 군데서 한 번 해보자고 해서 들어가게 됐어.
이름없음 2018/06/01 01:15:22 ID : TTSKY65fbBf
내가 그리던 그림이랑 입시그림은 너무 달라서 헤맸다 많이. 그리고 여중 여고 트리를 탔던 나는 미술학원에 득실거리는 남자애들을 쳐다보지도 못하겠더라구.
이름없음 2018/06/01 01:16:40 ID : TTSKY65fbBf
어느 정도였냐면. 화실 다닐때 보조 선생으로 오던 젊은 남자 쌤이 내 그림 봐준다고 뒤에 서면 나 정말 귀부터 얼굴 전체가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였거든 그래서였나 유난히 내 뒤에 몰래 와서 탁 하고 실내화로 바닥 굴러서 갑자기 내 얼굴이 빨개 지는거 보고 웃고 그러더라.
이름없음 2018/06/01 01:20:41 ID : TTSKY65fbBf
그래서 항상 그게 컴플렉스였는데 미대 앞 입시 학원에 있는 남자애들은 정말 못보던 훤칠한 애들이라 항상 얼굴이 빨개져 있느라 얼굴이 틀 정도였어. 게다가 겨울이었으니 추운 밖에 있다 난로 틀어진 학원 안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북적북적 엄청 더우니 빨간 얼굴에 땀까지 삐질삐질...
이름없음 2018/06/01 01:25:07 ID : TTSKY65fbBf
여긴 좀 큰 학원이라 본원이랑 작은 분원이 따로 있었어. 사거리 횡단보도 두 개 건너면 분원이 있었지. 본원은 디자인 쪽이었고. 분원은 순수미술. 나는 순수미술쪽이라서 분원쪽에 가게 됐어. 워낙에 숫기가 없는터라 첫 날은 의자에서 세번밖에 안일어났어. 화장실갈때말고는.. 입시 막바지라 3타임이었거든. 그때 나는 거기 학생들이 보기에는 라이벌이 막판에 들어온거라 좋은 대접받기는 힘들어. 텃세가 엄청 났지. 그렇지만 나자체도 너무 얼어 있어서 밥 먹자고 해도 "안 먹어요" 하고선 그림만 그렸으니 되게 이상했을거야.
이름없음 2018/06/01 01:28:55 ID : TTSKY65fbBf
그러다 대학교 정하고 대학에 맞게 입시그림을 그려야 해서 자연스레 같은 대학 지망 언니랑 친해지면서 다른 애들하고도 말도 붙이고 친구도 생겼어. 그리고 결국에는 대학교는 낙방.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은 니 그림실력에 왜 대학에 떨어지냐고 깜짝 놀래고.. 그 시절에는 2지망 3지망 없고 4년제 떨어지면 전문대만 남아있었고 내가 갈 과는 없었어. 그래서 재수생활이 시작됐다.
이름없음 2018/06/01 01:30:22 ID : TTSKY65fbBf
(별로 재미 없지? 점점 잊어가는 추억때문에 한 번 써보는 건데 혼자 메모장에 쓰려니 외롭고 스레딕에는 눈팅하는 사람이 있을테니 덜 외로울거 같아서...)
이름없음 2018/06/01 01:32:04 ID : TTSKY65fbBf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는 없었던 자유를 만끽하면서 (주변의 눈치는 조금 보이긴 했지만...) 3월달까지 쉬었던거 같아. 수능준비는 입시학원에 입학했어. 반 정해져 있고 학교 비슷하게 수업하는. 재수 준비하는 친구 둘 이랑 들어갔다.
이름없음 2018/06/01 01:34:25 ID : TTSKY65fbBf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니고 사회인도 아닌 어중간한 그 위치가 뭐라고 해야할까.. 한없이 낭창해지더라구. 미술학원은 정말 가기 싫었어. 입시말에 같은 대학 지망했던 언니도 떨어져서 3수 준비하게 됐고. 이제 지망 학교랑 상관없이 다 같이 그림수업하는거라... 다시 텃새가 살아났거든.
이름없음 2018/06/01 01:37:29 ID : TTSKY65fbBf
그래도 미대 가려면 배워야 하니 할 수 없이 등록했다. 본원에서 석고상 그리고. 분원가서 수채화 그리고. 왔다 갔다 하기로 했어. 입시학원은 두 달 될때쯤 교무실에 자꾸 불려가서 혼났다. 복장이랑 머리때문에.. 심한 소리 듣고 나니 화가 나서 부모님께 말하고 책다 싸서 나왔다. 단과 학원에 수업 골라서 끊고 그렇게 어중간한 시간이 많아지게 됐어.
이름없음 2018/06/01 02:03:37 ID : nyNs9uoFinS
보고 있어!
이름없음 2018/06/01 02:18:13 ID : TTSKY65fbBf
레스 고마워 ^^
이름없음 2018/06/01 02:22:36 ID : TTSKY65fbBf
미술학원에 일찍 가봤자 자기들끼리 뭉쳐서 놀고 있고 난 소외감 느껴져서 못가겠더라구. 다른 친해진 언니들은 대학교 붙었고. 친해졌던 같은학교 지망 언니는 원래 같이 다녔던 (그 학원 토박이나 다름 없었어. 중학교때부터 다녔다고 하더라구. 예고 출신이었는데 떨어져서 재수하게 됨) 여자애랑 다시 붙어 다니고.. 그 여자애가 나랑 그 언니랑 친해졌을때 질투를 많이 했어. 의도적으로 나를 따돌리길래 어쩔 수가 없더라구. 그래서 단과 수업 끝나고 나면 서점에 가서 두 시간씩 서서 책 읽고 미술학원에는 시간 딱 맞춰서 갔다.
이름없음 2018/06/01 02:24:19 ID : TTSKY65fbBf
석고 뎃생은 처음이라 본원에서 어색하게 자리 잡고 앉았어. 이미 재수 삼수생들이 학원에 바글바글하더라.
이름없음 2018/06/01 02:27:51 ID : TTSKY65fbBf
석고상들이 선반위에 주르륵 얹혀 있고 그리고 싶은 석고상 앞 자리에 이젤이랑 화판 올려 놓고 앉았지. 난 좀 대인공포증이 있어서 너무 어색하더라구... 아는 얼굴도 없고 남자애들도 많구. 그냥 서있기만 해도 부끄러운... 그리고 교정기를 껴서 말할때도 조심스럽고 그랬어. 암튼 첫 날 자리 잡고 앉아서 그림 그리고 있는데 바로 옆에 이젤도 있고 의자도 갖다 두고선 자리를 비우고 있더라. 그냥 아무 생각 없었는데 한참 있다 남자애가 앉더라구.
이름없음 2018/06/01 02:28:48 ID : TTSKY65fbBf
남자가 근처에 있다니.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도 이제 고등학생 아니라고 좀 냉정이 찾아지더라. 근데 한창 석고 형태 뜨고 있는데 누가 옆구리를 찌르는거야.
이름없음 2018/06/01 02:30:10 ID : TTSKY65fbBf
놀라서 쳐다봤더니. "너 시골에서 왔냐?" 하면서 비어있던 옆자리에 앉은 남자애가 묻더라구. 난 괜히 기분 나빠져서 "아니. 왜?" 했더니 "난 너 시골에서 온 줄 알았다" 그러는거야.
이름없음 2018/06/01 02:32:08 ID : TTSKY65fbBf
난 그때 마침 코에 뽀드락지도 났고 갑자기 시골뜨기로 보인 거에 대한 기분나쁨 때문에 얼굴 확 붉히고 얼굴 돌렸는데. 알고보니 내가 입시직전에 학원에 온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나 보더라구. 작은 시골에서 입시직전에 한 꺼번에 올라와서 그림 그리다가 실기 시험 보고 내려갔거든. 암튼 그 애랑은 약간은 짜증나는 대화로 처음 만나게 됐어.
이름없음 2018/06/01 02:34:15 ID : TTSKY65fbBf
(사실 처음 공부학원 입학했을때 윗층 교실에 있는거 몇 번 봤거든. 같은 미술학원이라 얼굴만 아는데 아는척 하기는 애매해서 모른척 하고 다녔던..)
이름없음 2018/06/01 02:38:37 ID : TTSKY65fbBf
그런데 그 때 이후로 단과 학원 있는 시내에서 자꾸만 마주치기 시작했어. 조금씩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더라~ 3일 정도 지나면 석고상을 다 그려서 자리가 바뀌게 돼. 자리를 바꿨는데 그 뒤로 세 번이나 옆 자리를 하게 되더라구. 그러다 어느날 결정적으로 마음이 생기는 계기가 생겼어. 내가 그리던 석고상이 인기가 많았는지 이젤이 많이 겹치고 좁더라. 게다가 옆에 그 애는 엄청 자주 뒤로 나가서 그림을 보더라구. 그래서 내 등 뒤로 끼어서 들락 날락. 난 괜히 짜증나서 자꾸 움츠리고.. 나도 뒤로 나가서 보게 됐는데. 웬걸. 그 애 옆으로 널널하게 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더라고. 그 쪽으로 안나가고 굳이 좁은 내 쪽으로 들락날락 한거야. 그걸 본 순간 혹시?...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 인생 최대 짝사랑의 씨앗이 뿌려지고 말았지 뭐야...
이름없음 2018/06/01 02:38:58 ID : TTSKY65fbBf
졸리다.. 자고 내일 또 쓸게. 보는 친구가 있다면 기다려줘.
이름없음 2018/06/01 02:41:24 ID : nyNs9uoFinS
응 잘자!
이름없음 2018/06/01 15:36:57 ID : TTSKY65fbBf
그래서 그 녀석이 나한테 관심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
이름없음 2018/06/01 15:37:44 ID : TTSKY65fbBf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는 의식적으로 신경이 쓰여서 인지 더이상 석고 앞에서 옆에 앉는 일은 없어졌어.
이름없음 2018/06/01 15:44:15 ID : so3XApasmHu
헐 대박.. 옆에 더 넓은 길 놔두고 꼬박꼬박 스레주 옆으로 은근슬쩍 지나다녔다는거지?
이름없음 2018/06/01 16:14:39 ID : TTSKY65fbBf
응 나 뒤로 나가서 내 그림 보다가 옆자리 보고 순간 뜨헉 했다니까. 걔가 내 자리쪽 말고 반대편으로 나갔으면 편하게 다닐 수 있었을텐데. 그러고 보니 걔가 내 뒤로 비집고 나갈때 다른 애들이 "야 좁아 야야 " 뭐 이런 궁시렁 거리는 소리도 살짝 들렸었던거 같아.
이름없음 2018/06/01 16:26:03 ID : TTSKY65fbBf
그리고 걔는 디자인쪽이고 나는 순수쪽이라 석고는 보름 정도 그리다 이제 분원에서 계속 수업하게 돼서 더이상 수업시간에 걔를 볼 일이 없어지게 됐어. 근데 사람이 참 웃긴게 관심이 가게 되니까 괜히 찾게 되고 궁금해지더라구. 조금씩 좋아하게 됐나봐.
이름없음 2018/06/01 16:35:09 ID : TTSKY65fbBf
다들 오전/오후 미술학원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인 시내에서 입시단과학원에 다니고 저녁에 미술학원에 와서 그림 그리는 쳇바퀴가 굴러가고 있었어.
이름없음 2018/06/01 16:37:56 ID : TTSKY65fbBf
난 5수하는 언니랑 친하게 돼서 단과 학원도 같이 듣고 도시락도 같이 먹고 학원에 가고 했다. 그 와중에 단과 학원 두 군데에서 시간표 맞춰서 수업 듣는데 왔다 갔다 하면서 그 녀석이랑 자주 마주쳤어. 참 신기하게 아닌 장소에서 자꾸 마주치니까 짝사랑을 심하게 하게 되버린거야.. 계속 걔 생각만 나고.. 상황은 심각해져서 난 안테나가 생겨버렸다. 근처에 걔가 나타나면 바로 알아버리는거야. 심장이 쿵쾅대고 아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가 됐어.
이름없음 2018/06/01 16:41:22 ID : TTSKY65fbBf
같이 재수하던 고등학교 친구들도 알아버려서 멀리서 나타나면 나 쿡쿡 찌르면서 알려주고... 혹시나 걔가 알까봐 노심초사 하고 미치는 줄 알았어. 그리고 엄청 예쁜애가 학원에 들어왔는데 나랑 동갑이라 친하게 돼서 걔랑 제일 많이 붙어 다니게 됐어. 근처 소도시에서 올라와서 이모랑 지내더라구. 마침 집도 엄청 가까워서 미술학원 끝나고 아빠차 같이 타고 집에 데려다 주고 그랬다. 그런데 얘가 자기 예쁜걸 알고 있으니 모든 남자가 자길 좋아한다 생각하는..... 난 교정기 끼고 안경끼고 통통한데다 자신감이 없는편이라 안그래도 없는 자존감이 더욱더 바닥을 기게 되었어. 흑...
이름없음 2018/06/01 16:56:50 ID : TTSKY65fbBf
게다가 디자인 쪽에 예쁜애들이 많은데 심심찮게 썸 얘기가 들려오더라고.. 내가 짝사랑 하던 애도 세 명이서 특히 친하게 같이 다니고 있었는데 셋 다 키크고 잘 생겨서 여자애들이 많이 좋아했나 보더라. 난 분원에 있는데다 귓가로 듣는거라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좀 마음이 쓰리더라구. 짝사랑 해본 친구들은 다들 아는 그 가슴 조임ㅠㅠ 매일 참 힘들더라.
이름없음 2018/06/01 17:03:45 ID : TTSKY65fbBf
그래도 대학을 들어가야 하니까 마음 잡아가면서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그랬다. 한 날은 본원에 들렀다가 수채화실(분원) 가려고 사거리 횡단보도에 서있는데 뒷결에 누가 편의점에서 나오는거 같더라고. 아무 생각 없이 서있는데 바스락! 하면서 빵봉지 같은걸 쎄게 흔드는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그 녀석이 옆에 서서 그걸 흔들었더라. 난 깜짝 놀래서 얼굴 돌리고 모른척 했다가 신호등 바껴서 건넜지.. 본원 ===횡단보도=====건너편 || || 횡단보도 횡단보도 || || 편의점====횡단보도====분원(수채화실) 이런 모양새야. 걔는 편의점 나와서 본원가는 횡단보도로 가는 거고. 나는 분원가는 횡단보도로 가는거니까 서로 등지고 서있게 되는거지. 내가 딴데 보고 있으니까 자기 있는거 알리려고 빵봉투 흔든거 같더라구.
이름없음 2018/06/01 17:05:15 ID : TTSKY65fbBf
그러고 나니까 그 날 그림이 안그려지더라. 지금은 오래 됐고 난 결혼도 한 사람이라 그때 설레임이 진하게는 안느껴지는데 그 시절에는 잠도 못잘 정도였어.
이름없음 2018/06/01 20:31:22 ID : TTSKY65fbBf
그렇게 어영부영 지냈는데 고3인데 두루 친해서 본원 갔다가 수채화실 왔다가 하는 여자애가 있었거든. 내가 걔 좋아하는걸 알고 있어서 가끔 근황 이야기 해주는데 한 날은 막 들떠서 나한테 뛰어왔더라구. "언니 있잖아요~ 아까 본원 올라가는데 학원 올라가는 계단에 있는 창문에 oo오빠(짝사랑)가 서서 길쪽 쳐다보고 있는데 **오빠랑 **오빠가 (같이 붙어 다니던 친구들) "OO야 그만 봐라 목빠지겠다" 하면서 목을 끌고 올라가더라구요" "그래서 '뭐 쳐다봤지?'이러면서 창문 봤더니 언니가 횡단보도에 서있었어요" 하더라. 이거 도대체 뭐야.
이름없음 2018/06/01 20:54:25 ID : QmoHA6pdQtB
대에박
이름없음 2018/06/01 20:56:05 ID : QmoHA6pdQtB
설레서 다시꼼꼼히 읽엇다ㅜ 혼자만의 짝사랑이 아니엇던게 아닐까....! 암튼 보고잇어 스레주!
이름없음 2018/06/01 21:23:29 ID : TTSKY65fbBf
몸살기가 있어서 저녁밥 할 힘이 없어서 치킨 시켰어!! 헤헤 봐주고 있다니 고마워. 나도 간만에 설레임이 기억 나려고 해. 사람은 추억으로 산다는데 이런 건가봐. 지금 행복하지만 추억은 또 다른 느낌이야 ^^
이름없음 2018/06/01 21:29:42 ID : TTSKY65fbBf
그 얘기 듣고 한 일주일 괜히 혼자 웃고 설레여 미칠 뻔 했던 기억이 나. 그 와중에 학원 쪽에 길다란 찻길이 있는데 그 녀석이 저 멀리서 걸어오는데 중간에 빠질 골목도 없는 곳이라 계속 걸어가면서 머릿속이랑 심장이랑 완전 고장난거처럼 쿵쾅쿵쾅대고 숨도 못쉬고 걷는 방법도 까먹을 정도로 긴장했는데 서로 인사도 못하고 눈 피하면서 지나간 적도 있어. 그 순간이 진짜 몇 초가 몇 분 같은 느낌이라 아직도 아련하다. 참 순수했다 싶어. 참. 이건 빠뜨렸던 건데 3월 14일 화이트 데이날 입시학원에서 저 멀리 그 당시에 디자인쪽에서 재수하는 여자애랑 그 녀석이랑 서 있는게 보이더라구. 그땐 짝사랑이 심할때는 아니라서 약간 신경은 쓰이지만 스윽 지나가는데 걔가 "OO야~ 일로와봐라" 부르더라. 옆에 친구들도 있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갔지. "왜?" 했더니 ABC초콜렛을 두 개 주는거야. 옆에 있는 여자애는 살짝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고. 그리고 내 평생 남자한테 받은 초콜렛은 그게 처음이었어. (미술학원은 3월달부터 다녔고 단과학원은 바로 다녔었어 오래되서 아쉽게도 많이 가물가물 하다..)
이름없음 2018/06/01 21:33:41 ID : TTSKY65fbBf
20년이 넘은 일이라 아마도 시간 순서는 정확하진 않을거고 내 기억도 정확하지는 않아. 순서에 오류가 있어보여도 다 있었던 일을 적는거라서 감안하고 봐줘..
이름없음 2018/06/01 21:36:01 ID : TTSKY65fbBf
시간이 흘러서 여름이 되고 미술학원 원장쌤이 꽤나 열린 사람이라 차 대절해서 하루 놀러 가자더라. 난 갈까 말까 하다가 옷도 좀 사고 신발도 사고 그랬다. 본원에 가서 원장실에 앉아서 노닥거리면서 "쌤 나 놀러간다고 신발 샀어요" 하고 발을 쑥 내밀었는데 마침 그 녀석이 원장실로 얼굴을 쑥 내밀어서 눈이 마주쳤어. 그냥 서로 모른척 하고 (난 속으로는 미친듯이 쿵쿵거렸지만) 앉아 있다가 걔도 거기 서서 원장쌤이랑 얘기 하다가 가더라구.
이름없음 2018/06/01 22:59:13 ID : wK0lcnA2K3U
나아까 설렌다는 36이야 ㅎ 아뭔가 지난일이지만 그때 순간마다 뭔가 더햇으면 좋지않앗을까 싶어서 안타까워억!!
이름없음 2018/06/01 23:45:46 ID : TTSKY65fbBf
그치? 지금 같아서는 그냥 막 들이댔을텐데 ㅎㅎ 그때는 그냥 마음 숨기기에 급급해서.... 아쉬운 반면에 추억으로 남아서 좋긴해. 끝까지 간 사랑들은 그 과정은 참 아름다웠는데 끝이 그렇게 되니 추억이 아니게 되어버려서..
이름없음 2018/06/01 23:49:28 ID : TTSKY65fbBf
그리고 여행가는 날 다 같이 모여서 (엄청 설렘) 버스 와서 친한 여자애들끼리(이때는 나도 어느 정도 적응되고 새로온 친구가 많아서 잘 지냈어) 맨 뒤에 앉았어. 그런데 갑자기 원장 선생이 가방을 꺼내더니 여기다가 자기 소지품을 넣으라더라. 여자들만. 그거 모아다가 남자애들 먼저 버스자리에 한 명씩 앉히고 물건 잡으라고 해서 그 물건 주인이 그 옆에 앉으라는 거야. ㅎㅎㅎㅎㅎ 원래 미술학원 연애금지인데 우리 원장쌤은 노총각이어서 그랬나 되게 개방적이었어. 역시나 학원안에서 연애하는 사람도 많았구. 난 카세트 테이프를 넣었어. 그래서 걔가 내 걸 잡았을까? 두근두근
이름없음 2018/06/01 23:50:52 ID : TTSKY65fbBf
안타깝게도 그 녀석이 앉은 앞엣 놈이 내 걸 잡았다. ㅎㅎㅎ 은근히 속상하더라~~~ 아마도 그 놈이 안 잡았다면 틀림없이 그 녀석이 내 걸 잡았을거 같았단 말이지...
이름없음 2018/06/02 00:00:34 ID : TTSKY65fbBf
그 녀석은 1살 많은 3수생 누나 걸 잡았다. 내걸 잡은 애는 고3이더라구. 전혀 말도 안해본 애라 어찌나 어색하던지.. 싸가지고 온 깡통에 들어있는 버터쿠키 꺼내서 먹으라고 하고 실망감에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손이 쑥 튀어나오는 거야. (관광버스 머리 받침 중간의 틈으로) 그녀석이 "과자 좀 줘" 하더라구. 그래서 순간 설렘을 숨기고. 먹으라고 깡통 대줬다. 이러저러 버스는 출발했어.
이름없음 2018/06/02 03:25:07 ID : TTSKY65fbBf
앞에 사교성 좋은 고3 여자애가 나가서 이런 저런 게임을 하더라. 난 숫기가 없어서 앞에 나가고 그런거 진짜 싫어해서 게임하는거 넘 싫었어. 그런데 노래 이어부르기 게임하다 나한테 마이크를 댔는데 모르는 노래라 벌칙에 걸렸지 뭐야. 내가 못 따라 불러서 뒤로 넘겼는데 그 녀석이 연달아 벌칙에 걸렸다.
이름없음 2018/06/02 03:35:28 ID : TTSKY65fbBf
세상에 둘이서 빼빼로 게임을 하라는거야. 달리는 관광버스안에서 말이야. 뒤에서 그 녀석이 일어나서 앞으로 나가면서 슥 쳐다보더니 "OO야 나와라" 했어. 완전 심장 멎는줄 알았는데 나 못나간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냥 나갔어야 했다 정말.)
이름없음 2018/06/02 03:44:11 ID : TTSKY65fbBf
마침 중간에 쉬는곳이라 차가 끼이이익 멈추더니 기사아저씨가 문을 열어주더라고. 곧 어수선해져서 다들 화장실 간다고 나가고 나도 머쓱하니 그냥 화장실 다녀 와서 차에 탔다. 차가 다시 출발했는데 분위기가 이상해. 게임 안하고 그냥 계속 가더라구. 나중에 사회 봤던 여자애한테 물어보니 디자인쪽 4수하는 언니가 있는데 그런 게임 왜 하냐고 분위기 안좋았다더라구. 다시 출발해서 빼빼로 게임 시키면 나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괜히 속상하더라.
이름없음 2018/06/02 03:54:59 ID : TTSKY65fbBf
그런데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보면 3수생 언니랑 그 녀석이 같이 앉았는데 그 언니가 "바꿔줄게 그래" 뭐 이렇게 들렸어. 그녀석이 "OO(스레주) 어딨는데" 뭐 그런 식으로 창문에 딱 붙어서 혼잣말을 하는거야. 날 찾더라고. 꽤나 성격이 독특한 녀석이라 그런 짓을 해도 이상치 않긴 했지만 언니가 기분 나빠하더라.. 암튼 그 다음은 기억이 없네. 도착해서 밥 먹구 나무 구경 산 구경 길구경 하고 일찌감치 다시 학원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 뒤로는 다들 앉고 싶은데로 앉았고 조용히 도착했던거 같아.
이름없음 2018/06/02 08:40:11 ID : nyNs9uoFinS
ㅋㅋㅋㅋㅋ 나도 덩달아 심쿵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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