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 정도면 몇 살이려나
20대 쯤 되겠지?
아마 그럴 거야
그나저나 20대는 질겨서 퍽퍽한데
아무렴 어때
대신 양이 많잖아?
어쨌든 이 정도 사이즈면 한달은 더 먹겠어!
쑤시고,
따고,
쭈욱!
벗겨!
와, 대박인데?
칼 완전 잘 드네?
쉬워 보여?
보는 것 만큼 쉽진 않아
이래 봬도 이게 강약 조절이 중요하다고
힘을 너무 줬다가는
안에 있는 장기들까지 상해버리거든
가죽만 딱 벗길 수 있게
힘을 적당히 줘야 돼
연습하다 보면 잘 할 수 있으니까
(쑤시고)
너무 염려 말아
원래 처음에는 어려워
나도 엄청 연습했다고
(따고)
아무튼 이 고기 좋은 게 뭔 줄 알아?
버릴 게 없다는 거야
뭐, 굳이 따지자면..
(쭈욱!)
머리카락하고 이빨 정도?
이것만 빼면 다 먹을 수 있어
머릿고기가 적기는 하지만
(벗겨!)
그건 다른 고기들도 마찬가지잖아?
휴!
괜히 말하면서 하니까 힘들잖아
아무튼
지금부터가 제일 중요해
이 뼈가 목부터 꼬리뼈까지 쭉 연결된 거라고
잘 봐야 돼
너도 나중에 하려면 있지
초보자들이 여기서 실수를 제일 많이 하거든
우선 여기 목 주위 좀 만져봐
어때?
단단하지?
이건 뼈 아니야
그게 뼈 같아도 다 고기들이라고
사실은 뼈가 아니라 다 근육이야
이 쯤에 갑상샘이 있는 거지
여기서부터 둥글게 라인을 잡고
힘을 꽉 준 다음!
푹!
어때?
까보니까 완전 고기지?
에이, 얼굴에 좀 튀기면 어때
피야 나중에 다 씻으면 되지
어쨌든 이렇게 도려내면 돼
그 다음에 고기를 뒤집어
좀 무겁지?
성인이라 그래
그래도 애기들은 이것 보다는 가벼워
자,
여기서부터는 힘 조절을 잘해야 해
강약 조절이 필수지
등 껍질이 제일 얇아서 그래
잘못 했다가는,
콩팥이 상할 수도 있으니까
(쑤시고)
조심해야 돼
(따고)
나도 되게 어려워했던 부위인데
(쭈욱!)
신경 써서 하다 보면,
(벗겨!)
잘 할 수 있다고!
어때?
여기 딱딱한 거 보여?
이게 갈비야
성인 뼈라서 칼로는 안 돼
칼만 상하고 잘 썰리지도 않거든
그래서 톱으로 일일이 끊어줘야 돼
되게 귀찮지?
그래도 이것만 하면,
(쑤시고)
거의,
(따고)
다 한 거니까!
(쭈욱!)
조금만 참아!
(벗겨!)
휴!
자, 손 좀 줘봐
여기 고기 안에 길쭉한 거 보이지?
만져봐
이게 척추야
너가 한 번 해볼래?
해체는 다 해놨으니까
그냥 쭈욱 뽑아올려
그렇지
처음 치고는 괜찮은데?
역시 너는 딱 적성이라니까
이런 건 너처럼 꼼꼼한 사람들이 해야 돼
해체도 말이야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슬슬 다 됐는데
핏물만 청소하고 물 올리자
마루가 완전 흥건하네
닦는데 시간 좀 걸리겠는 걸
냄새가 좀 비리지?
쇠 냄새
집안이 비린 내로 가득해
그래도 창문은 열면 안 돼!
냄새가 퍼지면 곤란하니까
좀 더 있다가
이웃들 다 잘 때
새벽 쯤에나 열면 돼
어쩔 수 없어
날이 더워서 다들 창문을 열어놓을 거야
너는 마루에 튀긴 피만 닦아
나머지는 내가 할게
근데 이것 좀 봐봐
피가 걸쭉해졌지?
피는 오래 두면 조금씩 굳거든
그래서 해체 마치자 마자 바로 닦아줘야 돼
다 굳어버리면 닦기 힘드니까..
다 닦았어?
걸레는 싱크대에 짜지 말고
양동이에 짜서 모아
배수관으로 버리면 안 돼
이건 내가 나중에 알아서 처리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