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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6/04 22:42:12 ID : fTSFinO1g7A
동인판에서 서로의 그림체로 그려주는 스레 보고 이런 것도 있으면 재밌겠다 싶어서 세운 스레야 이야기 구조나 흐름은 유지하되 문장을 완전 자기 스타일로 바꿔버리는 거지 ☆ 여러 사람이 같은 글 가지고 써도 됨 ☆ 올리는 사람이 꼭 전 사람 껄 써주고 자기 꺼 올릴 필요는 X ☆ 그래도 써주는 사람들은 밀리는 사람 없게 써주기 그림에 비해 어려울 것 같아서 잘 될 진 모르겠지만 올려본닷! 가라 !!!
이름없음 2018/06/11 22:26:14 ID : 2LfdO5RvgZh
삐약삐약! 등장이야! 그는 칼을 붙잡았다.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받은 칼. 어렸을 적에는 마냥 장난감 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에 '진짜 칼'의 의미로 다시 붙잡게 되다니. 그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대로 저들을 향해 휘둘렀다. 저들의 머리는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그는 놀라며 칼의 날 부분을 바라보았다. 모양새는 여전히 장난감 칼. 둥굴둥굴 무딘 날이라 애초에 아무리 힘을 주더라도 날카로워질 수 없는 날. "뭐야…?" 그는 당황스러운 것도 잠시. 칼을 챙기고 집 밖으로 나갔다. 더 이상 집 안에 있는건 위험하니. 집 밖으로 나가 새 보금자리를 찾는게 저들을 피하는데 좋을 것이다. 물론 물리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하지만 왠지 이 칼과 함께라면, 그는 큰 위협이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법이라도 쓰는 기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마법을 쓰는 기분, 사실 맞았다. 그건 마법이라면 마법이었다. 부정한 것을 베는 기. 그의 가문에는 항상 그 피가 흘렀다. 저들은 부두술로 되살아난 부정한 존재, 그가 못 잡을리 없다.
이름없음 2018/06/13 00:22:16 ID : JWry2K6i7hx
생각해낼 자신이 없어서 일단 따라 해본다! 너무 못 써서 한숨 나오지만 일단... === 조여드는 포위망에 손바닥이 땀으로 끈적거린다. 그는 자꾸만 미끄러지는 칼을 다시 그러쥐었다. 아주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 그에게 쥐여주신 칼이었다. 당시에 마냥 장난감처럼 다루었던 것이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무겁게 느껴졌다. 퇴로는 없다. 그나마 있는 무기는 손안의 무딘 날의 칼뿐이다. 선택지 또한 없다. 생각이 맺어진 순간, 그는 그 무게를 들어 올려 휘둘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를 좁혀오던 자들의 목이며 신체가 깔끔하게 잘려나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실력이 있다고 해도 무언가 이상했다. 그의 눈이 곁눈질로 칼을 흘겨보았다. 무딘 날. 힘을 아무리 주어도 물건을 패는 것에서 그칠 법한 무딘 검이 저렇게 깔끔한 상처를 낼 리 만무했다. "뭐야......?" 당황스러웠던 것도 잠시, 그는 칼을 갈무리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이 이상 이곳에 있는 것은 위험했다. 저것들의 눈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물론, 물리지 않았을 경우에 상정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 칼은 그에게 안도감을 전해주었다. 큰 위협도 무사히 해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또는 운명이 저를 죽게 두지 않을 것 같은. 어쩌면 마법을 쓰는 기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었다. 마법을 쓰는 기분. 한 편으로는 옳은 말이었다. 그것은 부정한 것을 베어내는 것. 그의 가문에는 여지껏 그런 마법과 같은 힘을 타고난 피를 이어왔다. 저들과 같은 부두술로 하여금 다시 태어난 존재들에게 그의 피는 최악의 상대였다.
삐뚤 2018/06/13 04:00:46 ID : Gq2E8koFbeN
자야하는데.. ====================== 손에 쥔 검의 느낌이 영 생경하다. 빛바래고 낡은 검은 과연 무는 벨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웠다. 내가 아직 어렸던 시절, 전쟁에 나섰던 아비를 대신해 돌아온 검이다. 보고 있노라면 돌아오지 않는 아비가 떠올라서 십수 년을 외면하고 방치했던 검이었다. 이녀석을 이렇게 무기로 사용하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진즉 관리라도 좀 해둘 걸 그랬다. 숨 죽이며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검을 내리쳤다. 검은 괴인의 몸을 그대로 통과했다. 하지만 검을 통해선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응당 있어야 할 마찰력이 없었다. 마치 허공이라도 가른 듯 했다. 우뚝 멈춰 선 괴인의 머리로부터 검이 그린 궤적을 따라 이어지는 수직선과, 선으로부터 촤악-!하고 한 발 늦게 터져나오는 피분수는 감각과의 괴리감만 증폭시켰다. 수직선을 기준으로 두 동강난 괴인이 허물어진 뒤에도 좀처럼 상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뭉툭하게 눌러 앉은 검날은 다시 보아도 무언가를 벨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찌르지 않고 내려 찍었던 이유도 베기 위해라기보단 패기 위한 행동이였다. "뭐야..?" ------------------자야겠다
이름없음 2018/06/17 13:03:10 ID : fTSFinO1g7A
해봤는데 뭔가 길어지고 달라지네..ㅋㅋㅋㅋㅋ - 남자가 가까스로 피하자 죽은 자의 이빨이 허공을 씹었다. 맞닿은 이빨에서 강한 파열음이 났다. 저기에 물렸다면 바로 저들과 친구가 되었겠지.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다행스럽게도, 남자는 무방비 상태가 아니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집안에 굴러다니던 칼집을 발견한 것이다. 무기를 챙긴 건 항상 최악의 경우를 계산하며 살아가는 남자의 습관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칼을 발견한 건 순전히 운이 좋은 탓이었다. 남자에겐 타고난 운이 있었다. 물론 죽은 자들에게 둘러싸인 상황만 놓고 보자면 운이 좋다고 할 순 없겠지만. 남자는 동선을 계산하며 칼집에 손을 올렸다. 앞 두 놈을 먼저 쓰러트리고 저 놈을 밟아서 우두머리에게 접근하면……. 빠르게 계산을 끝낸 남자가 칼집에서 칼을 꺼내 적들에게 달려갔다. 아니, 달려가고 싶었다. 무언가 그의 발걸음을 붙잡고 말았다. 칼이, 어쩐지 오래되고 낡아보이던 칼집 안에 들어있던 그 칼이, 장난감 칼이었던 것이다. 남자는 찰나의 시간동안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렸다. 어릴 적, 본인보다 들뜬 표정으로 선물 포장지를 건네던 아버지. 대련이랍시고 나뭇가지를 들고 장난감 칼을 상대해 주던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생각을 오래 할 순 없었다. 잠깐 머뭇거린 사이 죽은 자들이 남자에게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날카로운 이빨이 그를 덮쳐왔고, 졸지에 좀비의 목젖을 구경하게 된 남자는 추억의 여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이렇게 죽는 건가 눈을 질끈 감으며 연약한 칼을 들어 이빨을 잠깐이나마 막아보려 했으며, 다음 순간, 좀비의 목젖이 불타 사라지는 것까지 목격하게 되었다. “뭐야……?”
이름없음 2018/06/17 15:23:18 ID : 2LfdO5RvgZh
다들 리메이크만 하고 자기 글은 안 쓰고 있어?!
이름없음 2018/06/18 02:51:51 ID : QoGnxzU3Vgl
재밌어보임 ================== 날붙이라고 할 수 없이 이가 빠지고 빛바랜 칼. 칼이라고 부르기도 무색하다 생각하며 사내는 쇠로된 막대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아비를 떠올렸다. 그로부터 남은 것 이라곤 오래 전 유일한 놀이 상대였던 이 막대뿐이다. 많이 바라지는 않는다. 덮쳐오는 이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출수만 있기를 원하며 사내는 크게 막대를 휘둘렀다. 사내를 노리던 이의 머리를 노리고 막대는 힘차게 내려 꽂혔다. 하지만 머리에 막대가 꽂히는 일은 없었다. 사내를 노리던 이가 막대의 기세에 몸을 움츠렸고 막대의 제 기능을 하지못할 것 같던 날붙이가 우연찮게 그 목을 찍어 누른뒤 파고 들었다. 가죽을 짓이기며 나아간 날은 둔탁한 음과 함께 상대를 마루바닥에 넘어뜨린다. 사내의 손 끝에 무언가에 걸린 날붙이가 부르르하고 떨며 힘을 달라고 사내에게 말하는 듯 하다. 찰나의 느낌만으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내는 날붙이의 교성을 따라 바닥으로 힘을 더했다. 우득하는 소리가 방안을 울렸으나 부서진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사내의 시선을 채워 가는 피때문에 바닥도 머리를 잃은 몸도 붉은 탓이었다. 마법같은 일이라 감탄하며 사내는 바닥을 가른 막대를 다시 들어올린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사내를 덮친이들은 일순간 발을 멈추고 그 광경에 넋을 잠시 잃었다. 이 정도면 이 막대로는 마치 칼의 명수가 참수한 듯이 깔끔하다 말해도 좋을 것이니까 사내는 조금 흐뭇해 하며 검붉게 물든 칼을 허공에 휘둘러 피와 살점을 털어냈다. 그리고 이어진 동작으로 사내를 덮치던 이들을 하나하나 베어 나간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속에서 어렴풋이 사내는 느꼈다. 아버지라는 자가 왜 가문유존을 읊어댔는지, 이 막대와 자신의 피가 지닌 가문의 무게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목을 베고 스스로 마법사라도 된것 같은 기분을 만끽하며 나직히 읖조렸다. "뭐야....?" 스스로도 이렇게까지 해낼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기에 바닥이 피바다가 된 이 광경을 받아들이기 쉽지만은 않았다.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당황하고 있을 틈은 없다. 온통 붉게 물든 이 집은 더이상 자신의 보금자리라기엔 안락함을 잃었다. 창틈을 타고 들어오는 매캐한 연기의 냄새가 밤하늘을 별대신 수놓은 불똥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벽너머로 들려오는 가로막힌 비명소리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거리의 상황을 대신 전하고 있다. 사내는 잠시 검붉게 물든 막대를 지긋이 바라보다 부엌 저편의 뒷문을 통해 집을 나섰다. 거리는 안에 있을때보다 연기가 자욱하고 태양을 대지에 던져놓은듯 훤했다. 거리에 넘치는 비명이 허공으로 울려퍼질때 지금 믿을 것이라고는 오로지 그의 손에 들린 이 막대뿐이라 생각하며 사내는 손잡이를 꾸욱하고 움켜쥔다. 쥔 손이 창백해질 정도로 과하게 힘을 주어 사내는 미약한 통증을 느꼈지만 도리어 그 통증이 사내의 용기를 북돋웠고 절대 불멸의 용사로 만든것만 같은 생각을 들게 한다. 어찌 도성에 겁도 없이 마치 천재와 같은 인재를 몰고 올 수 있었는지 분노도 끌어오른다. 아마 그들은 부두교의 추종자들이리라. 죽은 이를 다시 일으킨다는 묘한 술법을 믿는 이들은 인육을 좋아해 뭉쳐다니며 물어 뜯어 죽인다고 하는데 그래서 사내가 쓰러뜨린이 모두가 변변찮은 무기도 없이 아가리 벌린 짐승 마냥 사내를 덮친것이다. 도성이 그들에게 불타고 있을 정도니 그 수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 여긴 사내는 무거운 마음으로 도성에서 등을 돌려 걸을수 밖에 없었다.
이름없음 2019/11/03 02:31:32 ID : NBur9eFbeJS
하고싶은데 할 게 없어서 갱신...
이름없음 2019/11/03 02:51:11 ID : NBur9eFbeJS
아이디가 바뀌었네. 내 글이라도 리메이크 해볼까 단편쓰다가 장편쓰다보니 문체가 꽤 바뀌었네 그는 칼을 붙잡았다. 손 끝에 플라스틱 장난감 특유의 느낌이 감돌았다. 아니, 장난감이라고 확실하게 부를 수 있을까. 그가 어렸을 적 장난감으로 받긴 했었다. 그의 아버지가 준 선물, 어렸을 적엔 뭣도 모르고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칼. 하지만 지금은 진검의 용도로 붙잡고 있었다. 그런데도 장난감 칼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지금 생사의 가로에 서있었다. 이걸 휘둘러서 살 수 있으면 생존이고, 휘둘러도 못 살면 사망이다. 하지만 휘두르지 않으면 얄짤없이 그냥 사망이다. 그는 눈 딱 감고 저들에게 칼을 휘둘렀다. 그의 팔로 저들이 파괴되는 감각이 전달되었다. 눈을 뜬 그의 앞에는 저들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물론 저들이란 원래부터 시신이었으니, 시신의 시신으로 하자. 시신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흉측하고 괴기망측할 광경이었지만 현재 그의 눈에는 그렇게 비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되는 모습이었다. 아까의 상황에서 생명을 부지하려면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광경이었으니까. "뭐지……?" 그는 칼을 한 번 둘러봤다. 이게 진검이었나? 아니었다. 여전히 장난감 칼의 모습이었다. 날은 무디고 둥근 데다가, 플라스틱 특유의 질감이었다. 손가락 끝을 날에 갖다 대어서 마찰시켜보았지만, 손가락에 핏방울은커녕 생채기도 나지 않았다. 분명히 장난감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놀라기만 해선 안 되었다. 집안은 위험했다. 저들의 습격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죽기 쉽상이었다. 자리를 옮겨야 했다. 보금자리를 옮기지 않고서는 목숨이 허용되지 않았다. 저들에게 물린다면 보금자리를 옮겨봤자 라지만, 적어도 여기보단 배로는 나을 터였다. 그는 칼을 소중하게 쥐고 집밖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절대로 공포에 떨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저들을 자극하지 않고, 주위를 최대한 살피기 위한 행동이었다. 만약 저들이 있다고 해도 이 칼이 있는 이상, 그리 걱정되진 않았지만, 혹시 모르지 않는가. 그는 걸어나오며 겸사 칼을 바라보았다. 이 칼은 신기하다. 별 것 아닌 주제에, 저들을 죽였고 나에게 큰 안정감을 주었다. 아버지가 주셨을 때도 이만큼이나 소중하게 다루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째서 이것만 있으면 저들과 관련된 모든 역경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나. 이것은 마법인가? 아니라곤 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굳이 이분법적으로 보자면 마법이었다. 그의 피에는 부정한 것을 베는 기가 내려왔다. 부정한 것이란 귀신이나, 범죄자 같은 것도 의미했지만 현재라면 더할나위 없이 저들이 딱 들이맞았다. 저들은 부정한 존재였다. 원래 움직여서는, 원래 행동해서는 안 되는 존재. 하나 부두술로 되살려져 다른 이들에게 부두 저주를 옮기는 존재. 일반적으로 불리는 이름은 좀비. 이게 부정하지 않다는 무엇이 부정하단 말인가. 그가 못 잡을 리가 없었다.
이름없음 2019/11/03 02:59:20 ID : NBur9eFbeJS
크흑 다른 레스 기다리기 귀찮다 내 글 리메이크나 대기타봐야지 낯선 여자가 서에 들어와 나에게 말했다. "내가 그 사람을 죽였어요." "예?"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최근 일어난 살인사건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웬 말인가. "13년전, 사희고등학교 2학년 김지혜. 기억하시지 않나요?" 그 여자는 내 두 눈을 확신에 찬 눈으로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자신의 말을 의심하지 않는 듯이. 하지만 확신하더라도 이건 어떻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녔다. 김지혜 양은 자살이니까. 13년전 사희고등학교 2학년 김지혜 양의 사건은 모를래야 모를 수 없었다. 김지혜는 그 당시 사희고등학교의 자랑이었다. 전교 1등은 물론이고, 전국에서도 날고 기었던 그야말로 수재. 하지만 그가 사라지는건 한순간이었다. 모의고사를 앞두고,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 그런 김지혜 양은 나와 같은 반 학생이었을 뿐 아니라, 나와 매우 친한 친구였다. 초등학교, 심지어 미취학 아동 시절부터 함께 붙어다녔으니까. 그런 그의 죽음은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잊을 수 있을 리가. "네. 당연하죠, 걔가 저랑 같은 반 친구였는데, 어떻게 잊겠어요." "그럼 지혜가 왜 자살했는지는 알아요?" 이 여자의 말을 듣고 잠시 기억을 되짚어봤다. 자살원인, 학업 스트레스였다. 그 뿐이었다. 그의 유서도 이 사실을 방증했다. 그 외에, 딱히 괴롭힘당하는 기색같은건 하나도 없었고. 김지혜 양이 괴롭힘을 당했다면, 내가 눈치를 못 챘을리가 없다. "학업 스트레스 아닌가요?" 내 말을 듣자마자 이 여자는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뇨! 내가 말했잖아요. 내가 그 사람을 죽였다고!" 이 여자는 내 어깨를 붙잡고 울부짖었다. 자신이 그 사람을 죽였다고, 힘껏 울부짖지만 아무런 소용 없는 일이었다. 없는 사실이 만들어지진 않으니까. "아니…… 그 사건은 이미 종결됐습니다. 자살이잖아요. 그런데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거죠? 무슨 자살 사주라도 했습니까?" "맞아요." 올해 초 쓰다가 던진 글...
이름없음 2019/11/04 01:12:32 ID : Burgja4HA5h
응악 어렵지만 해볼게 그 여자는 처음부터 어딘가 이상했다. 서에 들어와서는 어서오라는 내 환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이 범죄자라고 어필했다. “내가 그 사람을 죽였는데요.” “예?” 처음엔 또 정신병 걸린 여자 하나가 헛소리를 지껄인다는 생각에 머리를 짚었다. 최근엔 살인사건의 ‘ㅅ’ 조차 나오지 않을만큼 동네가 조용했다. 참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는 동네 어르신들의 말씀도 들었는데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뜬금없고 또 골치아픈 일일 것이란 생각에 표정이 구겨졌다.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 제스쳐를 취하며 아무 말 없이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 나의 눈길에 여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13년 전에 사희 고등학교의 이지혜, 혹시 기억 못하시나요?” 여자의 눈이 번뜩였다. 자신의 말을 믿어 의심치 말라는 확고한 표정. 하도 그 표정이 굳건해서 나도 모르게 어, 하고는 잠깐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정정하자면 이 여자가 나에게 자수를 하고 어떻게 해도 나같은 일개 경찰이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때 그 학생의 사인은 뭣도 아닌 자살이었으니까. 13년전, 이 동네에선 김지혜라는 이름만 대면 새로 이사온 이웃이 아닌 이상은 대부분이 알았다. 그 학교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이름이 놀았다. 그러니 작은 동네에서 다들 모를리가 없었다. 수재라고도 부르고, 또 누구는 천재라고 그녀를 수식했다. 모두에게 촉망받는 천재라는 불꽃이 꺼진 것은 한 순간이었다. 모의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김지혜는 죽었다. 같은 반, 학교 친구 이상을 넘어서 미취학 아동시절부터 서로 흙 묻히며 지낸 사이였다. 당시 나에게는 물론 동네에서도 김지혜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뭉근하게 떠올랐다. 오랜만에 재조명하는 친구의 죽음에 현기증이 났다. “아, 지혜... 알고말고요. 제 친한 친구였어요, 소꿉친구.” “그럼, 지혜가 왜 자살했는지는 알아요?” 여자는 내가 소꿉친구라고 하자 내 옷소매를 붙잡으며 나와의 거리를 좁히곤 물었다. 그 목소리가 꽤나 섬뜩했다. 뒷목에 소름이 맺혔고, 정신이 좀 더 또렷해지자 그때의 기억을 잠깐 헤집었다. 사인은 학업 스트레스였다.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그 사인이 발표되던날 선생님이 읽어주던 그녀의 유서내용을 듣고 모두가 울었다. 힘들면 하지말지, 고등학생짜리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때의 큰 슬픔은 나의 이성을 잠식했다. 따라서 난 그때 김지혜의 죽음이 학업 스트레스 그 외의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단 것이다. 유서까지 있는데 의심을 할 필요가 없었고, 만약 따돌림이었다면 지혜의 소꿉친구였던 내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야, 학업 스트레스라고...” 말끝을 모호하게 흐렸다. 10년이 지나고 잊고 살아도 다시 꺼내는 그 때의 충격은 내가 쉽고 명확하게 얘기할 소재가 되지 못했다. 나의 흐릿한 대답을 듣고 여자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짓고 고갤 저었다. “아니, 제가 방금 말 했잖아요. 내가 그 사람을 죽였다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부짖었다. 마치 여우의 울음소리같던 그 목소리에 귀가 아파 얼굴을 찡그렸다.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눈에 실핏줄이 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자신이 그 여자를 죽였노라고 고하는 여자가 퍽 안쓰러웠다. 나도 오랜만에 듣는 친구의 이름에 호기심이 살짝 눈뜨긴 했으나 뭐 어쩌겠나. 그 여자는 세상에 없는, 혹은 알려지지 않은, 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을 목이 쉬도록 외쳐댔으니. “진정 좀 하세요. 그 사건은 이미 자살로 종결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된 지 벌써 13년이나 지났어요. 만약 그게 사실이래도 왜 이제와서 자수를 하십니까? 뭐 때문에 그래요, 사주라도 했어요?” 길길이 내 멱살을 잡고 날뛰는 여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여자의 목소리에 맞먹는 크기로 나도 언성을 높여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던 비명을 빙자한 울음은 내 마지막 말에 우뚝 멈췄다. 그녀의 움직임이 멈추자 나도 당황해 손을 떼고는 동작을 멈추었다. 그녀가 말했다. “맞아요.” - ㅇ와ㅏ 이 스레 재밌다... 나도 내가 쓴 글 올릴까 남 글을 내 문체로 쓰는건 처음이라 서툴렀는데 잘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즐겁긴 즐거워
이름없음 2019/11/09 00:48:14 ID : i62L9g6oY5T
서에 들어온 것은 낯선 여자였다. 그녀는 경찰서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머뭇거림도 없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 그녀는 내 앞에 서 있었고, 그 말은 나를 향했다. "내가 그 사람을 죽였어요." "예?" 조금 빠르다 싶게 반문이 나왔다. 그만큼 그녀의 말은 엉뚱하고 허황되어 있었다. 최근에 일어난 살인 사건은 없다. 그때 그녀가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기묘한 확신에 찬 그 눈동자는 한치의 의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13년 전, 사희고등학교 2학년 김지혜. 기억하시잖아요." 그녀의 말은 눈빛처럼 확신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확신하든 해결되는 것은 없다. 김지혜는 자살했으니까. 13년 전 자살한 사희고 2학년 김지혜 양. 전교 1등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날고 기던 사희고등학교의 자랑. 유치원에 다니던 그때부터 붙어다니던 내 단짝. 그런 그 애가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모의고사를 앞둔 화요일의 이야기다. 그녀의 말대로, 그런 일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갑작스레 맞부딪친 그 애의 이름에 머리가 아팠다. "...네, 당연하죠. 저랑 같은 반 친구였는데 어떻게 잊겠어요." "그럼 김지혜가 왜 자살했는지는 알아요?" 기대하는 듯한 그 말을 듣고 잠시 기억을 되짚었다. 떠오르는 것은 그저 학업 스트레스. 그뿐이다. 지혜의 유서 역시 그 사실을 뒷받침했다. 만약 그 애가 괴롭힘을 당했다면, 그랬다면 내가 몰랐을 리가 없다. "학업 스트레스 아닌가요?" 여자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약한 기대감을 씻은 듯 벗겨낸 그녀가 내 어깨를 잡고 소리쳤다. "아뇨! 내가 말했잖아요, 내가 그 사람을 죽였다고!" 울부짖는 듯한 외침은 소용 없었다. 김지혜는 13년 전 자살했고, 나는 이 짜증나는 정신병자를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으니까. 간절한 외침도 눈물도 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진정 좀 하세요. 조용히 하시라고요. 그 사건은 종결된 지 오래입니다. 자살... 자살했다고요, 김지혜는. 이러지 말고 집에 가세요. 말이 되는 소릴 해야죠. 당신이 무슨 자살 사주라도 했습니까?" 기괴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흐느끼던 여자가 갑자기 멈췄다.그녀의 눈이 번뜩였고, 내가 내 말을 후회하기도 전에 그녀가 소리쳤다. "맞아요!" * 남의 글 내 문체로 써보는 거 존잼... 나중에 내 글도 올려야지
이름없음 2019/11/09 23:58:24 ID : SNs6Zg446nV
나도 한번 올려봐야지! -- 소녀는 슬피 울었다. 소중한 친구의 기일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친구야. 나는 네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며 장난스레 가슴이 아프다고 징징대던 너의 모습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해. 우리 둘이서 비밀 쪽지를 돌리다 선생님께 들켜서 공개적으로 쪽지 내용이 까발려졌었던 적도 있었지. 혹시 그건 기억나니? 우리 처음 만난날.. 사실 우리가 정식으로 만나기 1년 전에 멀찍이서 너를 본 적이 있었어. 짝다리를 하고서 뒤끝 장난 아니라는 선생님한테 바락바락 대들던 너의 뒷모습은 솔직히 싸가지 없었다? 한때는 널 굉장히 시기한적도 있었어. 넌 언제나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피하는 아이였고, 쉬는시간마다 자던 아이였고, 학교가 끝나면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아이였는데 어째서인지 성적이 1등에서 내려간적이 없었고. 나는 그런 네가... 굉장히 싫었어. 너는 학생들 대부분의 우상이었고, 선생님의 총애를 받는 학생이었고, 부모님과 남자친구의 사랑을 듬뿍 받던 아이었잖아... 물론 이제는 널 싫어하지 않아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지. 네가 죽고 난 뒤로 네가 가진 수많은 것들이 다 내것이 됐거든. 항상 네가 죽어버렸으면.. 하고 기도했는데.. 다행히도 신만은 내편이었나봐. 사랑하는 내 친구.. 너는 나의 웃는 모습을 좋아했는데 이렇게 만날때마다 울기만 해서 미안해. 언젠가 나 혼자 이곳에 올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네가 좋아했던대로 웃어줄게 활짝.
이름없음 2019/11/10 16:10:31 ID : twMmE8mNusi
보고 썼는데… 이야기 해석이 좀 잘못 되었을 수도 있지만 한 번 써봤어! 쓰면서 보다보니 죽은 친구가 죽은 원인이 뭔가 화자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맞을지 모르겠다. 설마 이거 더 위의 글 리메이크였던건가! ** 오늘은 네 기일이다. 너는 많은 이들의 우상이었고, 선생님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으며, 사랑받았다. 가까스레 지각을 면하고 하교 후에는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면서도 1등을 놓치지 않던 너를, 나는 시기했다. 푸른 하늘 흰 조각 구름 떠가는 하늘이 참 맑다. 그 아래에서 나는, 슬피 울었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며 가슴 아프다고 말하던 장난스러운 모습을 선명히 기억한다. 둘이서 몰래 쪽지를 나누다 선생님께 들켜 쪽지 내용이 모두에게 알려진 적도 있다. 고백한다. 네가 우리의 첫 만남이라 생각할 그날보다 1년 앞서, 나는 널 보았다. 뒤끝 길던 어느 선생님께 뭐라 대들던, 짝다리 짚고 선 네 뒷모습은. 솔직히 말해 건방지고, 무례해 보였다. 항상, 네가 죽기를 바라며 기도했다. 하지만 이제는 너를 싫어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좋아한다. 네가 죽은 뒤, 네 것은 내것이 되었으니. 신만은 내 편이었다는 소리겠지. 너는 내 웃음을 좋아했는데, 이렇게 울기만 해서 미안해. 사랑하는 내 친구야, 만일 홀로 이곳에 온다면 그때는 네가 좋아한 웃음을 선물할게. 활짝 웃어줄게.
이름없음 2019/11/10 16:21:48 ID : twMmE8mNusi
내 글 올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리메이크할지 너무 궁금해★ 좀 단면적이지만. 이것도 상상하는 재미가 있겠지 싶어서 올려본다. 아참, 주인공 이름은 아람인데 잘려서 나온 것이다! *** 저 밑으로 가라앉는 것만 같은 느낌에 잠에서 깼다. 무겁고 눅눅한 공기가 온몸을 짓눌렀고, 희미한 빗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비 내리는 날은 싫다. 어릴 적, 그것도 정말 먼 옛날에는 비를 좋아한 것 같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싫다. 특히나 세상의 모든 소리를 지울 듯 내리는 비가 제일 싫었다. 그 불쾌한 소음은, 늘 내 것을 앗아가기만 했다. “짜증나아…” 오늘 일은 때려치우자. 늘 성실히 임했으니 스승님도 이 정도는 봐주겠지. 스승님도 어느 선까지는 사정을 알고, 저번 일도 있으니 괜찮을 거야. 후배님도 좀 쉬면서 하라고 했으니까 오늘은 자체 휴업이다. 이불을 뒤집어썼다. 아예 안 들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빗소리가 조금 희미해졌다.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하는 수밖에. 나중에 오르골이라도 하나 사서 틀어두면 안 들릴까. 그런 여러 생각을 하며, 다시 잠들었던 것 같다. “…람아.” 아리에 이모? 익숙하지만, 다시 들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릿한 시야에 선명한 자줏빛 눈 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눈을 깜빡였다. 주위가 점점 선명해졌다. 여긴, 그날의 동굴이었다. 중간에 어머니와 헤어지고, 둘만 남았을 때. 나를 지키다 죽음에 가까워진 이모가, 내게… “나를, 죽여줘.” 그제야 깨달았다. 아, 이건 악몽이구나. 정확히는,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기억이다. 웃는 모습이 처연했다. 피투성이가 된 두 손이 내 양손을 덮었다. 약간은 서늘한 체온과 함께, 떨림이 전해졌다. 그건, 도대체 무슨 감정이었던 걸까. "…네." 입은 그날의 행위를 답습한다. 하지만 그날도, 나는 거부하고 싶었음을 어찌 부정하리. 따스한 웃음이 두 눈에 비친다. 그날의 나는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었나. 나는 무슨 감정을 비쳤나. 꿈은, 그대로 막을 내린다.
이름없음 2020/01/29 12:39:13 ID : zff9bhare41
둔중하게 나를 끌어내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중력일까, 아니면... 난 눈꺼풀을 천천히 떴다. 눅눅한 공기가 피부 위로 곰팡이처럼 달라붙었다. 거대한 돌덩이가 내 몸을 통째로 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지만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는 함정. 바깥에서는 타닥타닥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잠이 덜 깬 눈을 느리게 깜박거리면서, 난 가만히 누워 있었다. 땅바닥에 빗줄기 쏟아지는 소리가 요란한 걸 보니 폭우가 내리나 보다. 난 문득 가슴이 답답해져 푹, 한숨을 내쉬었다. 비 오는 날은 늘 그렇다. 암만 숨을 쉬어 봐도 모자라고 산소는 점점 가팔라지는. 익사하는 기분이 꼭 이런 걸까 싶었다. 난 다시 답답한 숨을 들이마신다. 벌리면 공기 대신 물이 쏟아져 들어올 것 같은 습기가 싫었다. 그리고 또다시 내쉰다. 내 몸 안의 산소가 점차 희박해지는 느낌에 진절머리가 났다. 다, 전부 다 내 환상에 불과한 건 줄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나도 지겨웠다. 이젠 다 끝난 일인데. 비 오는 날은 나에게 일종의 방아쇠처럼 느껴졌다. 불안과 짜증, 죄책감... 그런 감정을 다시 느끼기엔 나는 너무 지쳐있었다. 결국 난 오늘 일을 못 가게 되어서 죄송하다는 연락을 남기고 다시 이불에 누웠다. 그분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내 사정을 잘 아시는 분이시니. 후배 말마따나 나는 좀 쉴 필요가 있었다. 난 이불을 당겨 머리 끝까지 덮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귓전을 시끄럽게 울렸던 빗소리가 조금 옅어져 마음이 놓었다. 어렸을 때는 비오는 날을 좋아했었던 것 같았는데. 그러나 이젠 기억조차 희미한 옛날 일이었다. 씹으면서 추억할 거리도, 뭣도 아무것도 없이 잊혀져가는, 옛날 일. 열이 완전히 가둬져 후끈해진 공기에 다시 눈꺼풀이 무거워졌을 때쯤, 나중에 오르골을 사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빗소리를 덮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가 나는 것으로... 이윽고 난 눈을 완전히 감았다. 주변의 소음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람..." 누군가 내 이름을 속삭이고 있었다. 난 가까스로 일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직 기억에 남은 목소리였다. 혹시, 혹시 아직 죽은 게 아니라면, 살아 있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람, 람아..." 목소리는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었다. 난 다급하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아리에 이모,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모습에 내가 초조해할 때쯤,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선명한 자줏빛 홍채가 반짝였다. 마치 물기에 젖어있는 것처럼. 이모가 울고 있었다. 난 그런 이모에게 주춤주춤 다가서려 했다. 문득 느껴진 기시감만 아니었다면, 스산한 공기가 등줄기를 스치고 허공을 떠돌았다. 손 끝이 싸늘하게 굳어가는 걸 느끼며 나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맨발이었다. 울퉁불퉁한 돌바닥에 채여 온통 생채기가 나 있는 맨발. 그것을 깨닫자마자, 머릿속의 안개가 싹 가시는 게 느껴졌다. 그날의 동굴이었다. 어머니와 헤어지고, 빗속을 헤메며 이모와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간신히 발견한 동굴. 이모의 피인지 비인지 모를 것을 내 옷자락에 묻히면서, 죽어가는 이모를 부축해 동굴 속에 뉘이던 날 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모를 바라봤다. 이모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피와 빗물에 축축히 젖어서, 눈앞의 죽음을 예견한 채로. 그리고 이모는 날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벌렸다. 난 이어질 그의 말을 알 수 있었다. 날, 죽여, 줘. "나를, 죽여줘..."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영혼이 빠져나간 인형처럼. 지금 내가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었겠는가? 난 이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과거를 담습하는 것밖에 없었다. 뻣뻣하게 굳은 혀와 입술을 가르고, 내 것이 아니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동굴 안에 나직하게 울렸다. 이모, 아녜요. 사실은,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이모 곁에 쓰러져 함께 죽고 싶었어요. "...네." 그 말은 마치 나의 사형 선고처럼 느껴졌다. 온몸이 완전히 굳어져,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모는 눈물을 그치고, 서서히 웃음짓고 있었다. 그 웃음이 처연하면서도 따뜻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숨이 탁 막혔다. 나는 그날 무슨 표정을 지었나. 웃었었나? 그것도 아니면, 울었나? 지금처럼 아무 표정 없이 이모의 피를 손에 묻혔을까? 나는, 난... 꿈은 그대로 막을 내렸다.
이름없음 2020/01/30 01:20:04 ID : lCklcnwtvDA
머릿속에서 나는 거듭 추락했다. 눈이 번쩍 뜨였다. 폐부를 채우는 공기가 묵직하고 축축해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빗소리가 귀를 때렸다. 비 내리는 날을 좋아했던 때가 있었다. 아주 먼 옛날이었다. 나는 이제 비를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모든 소리를 덮어 버릴 듯한 비가 가장 끔찍했다. 저항할 수 없는 그것은 항상 내 것들을 빼앗아 가기만 했다. 오늘은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습기에 젖어 묵직한 몸뚱이는 낡은 매트리스 위에서 뒤척이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하러 나간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루쯤은 일을 쉬어도 용서해 주시지 않을까? 솔직히 그동안 꽤 성실히 일했으니까, 이 정도는 넘어가 주시겠지… 저번 일도 있고. 어물쩍 괜찮을 거라 넘기고 다시 머리끝까지 두툼한 이불을 뒤집어썼다. 눈 앞이 마냥 컴컴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다행인 것은 빗소리가 더는 내 귀를 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잠결에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렸다. 나는 잠에 취해 눈을 비비적대며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는 사람인가?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데. 감겨오는 눈에 간신히 들어온 것은 빛나는 눈동자 하나였다. 선명한 보랏빛이 꼭 제비꽃 같았다. 시야가 천천히 돌아오고 있었다. 내가 꼭 열세 살 때 봤던 풍경이 보였다. 그날도 비가 지독하게 내렸다. 수십 번 억지로 잊기를 되풀이했던 기억이 뚜렷하게 눈 앞에 비쳤다. 어머니와 떨어져 이모와 단 둘이 이 동굴에 남았을 때, 내가 아주 작고 약하고 멍청했을 때, 나를 지키다 죽기 직전까지 몰렸던 이모는 내게 죽여달라 말했다. 어린 내 손을 꼭 잡고 그렇게 말했다. 벌벌 떨리던 손의 감촉은 아직도 선명했다. 나는 그러겠다고 더듬거리며 답했다. 찬 손을 꼬옥 부여잡으며 몇 번이고 그러겠다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끔찍하게 무력하고 바보 같아서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대답이 없었다. 그것이 지독하게 애석했다. 빗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울음소리도, 발소리도, 고함소리도 모두 묻어버릴 빗소리가. 상처난 필름처럼 장면이 흐려졌다, 끊겼다, 되돌아갔다를 반복했다. 핏빛 손, 미소짓는 얼굴, 아이의 뒷모습이 거듭 눈 앞을 스쳤다. 그때 대체 어떤 마음으로 나는 그곳에서, 아이의 표정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잡을 것 없어 허우적대는 손 끝에 푹신한 이불이 걸렸다.
이름없음 2020/02/03 20:04:01 ID : Y6Y9Ao6pe5g
어느새 잠이 들었던 걸까?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에 눈을 떴다. 이틀 연속 비가 내리니 한숨만 나왔다. 비 내리는 날에는 심해에 가라앉는 느낌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지만 않았다면, 이 지긋지긋한 비도 어릴 때 좋아했던 것처럼 조금은 반겼으려나. 비는 그칠 기색이 없어 보인다. "... 짜증 나네." 영 훈련할 기분이 아니다. 스승님도 어느 정도 사정은 아시니까 이해해주시겠지. 아마도. 그럼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평소에 후배도 쉬라고 걱정할 정도니까 괜찮을지도. 다시 푹신한 이불에 몸을 던졌다. 그렇게 이불을 뒤집어쓰니 소리가 어느 정도 차단된다. 아까보단 좋네. 몸이 노곤해지면서 다시 잠이 왔다. "... 람아." 익숙하고 그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리는 아리에 이모 목소리다. 그럴 리가 없단 걸 알면서도 괜한 희망에 눈물이 흐른다. 이미 내 손으로 죽여버린 주제에 눈물이 흐르다니, 이 얼마나 가소로운가? 그날의 동굴이다. 가문이 반역의 누명을 쓰고 만 그날, 엄마와 헤어지고 이모와 내가 간신히 도망친 동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진 이모가 내게 부탁해왔던 그날. "나를 죽여줘." 싫다고 해야 했다. 절대 안 된다고 그럴 순 없다고. 그러나 그런 말들은 입 밖에 꺼내기도 채 무너져버렸다. 고통에 찬 자수정 색의 눈을 마주한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 네." 무슨 말을 꺼냈는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할 만큼 짧았던 찰나의 순간 고통에 빠져있던 이모에 얼굴에 자상한 미소가 그려진다. 이기적인 사람이다. 본인의 안락을 위해 조카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다니. 피 붙은 두 손으로 내게 날붙이를 쥐여준다. 안심시키려는 듯이 웃고 있지만, 차마 감추지 못한 떨림에서 죽음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죄악이 목을 점점 조여온다. 악몽이다. 영원히 깨지 못할 그런 꿈. 그렇게 꿈은 막을 내린다.
이름없음 2020/02/03 20:20:36 ID : Y6Y9Ao6pe5g
넘나 오글거리네... **** 메리엔이 말했다. "가지마." "메리엔,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너도 잘 알잖아." 메리엔의 눈 주위엔 미쳐 훔쳐내지 못한 눈물자국이 선명했다. 메리엔은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물끄러미 창밖을 응시했다. 창밖에선 꽃잎이 장관을 이루며 흩날리고 있었다. "슈인,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어?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 슈인은 잠시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어린애들이나 믿을 법한 미신이야." 그 순간 창밖에서 흩날리던 꽃잎이 모두 슈인의 손에 옮겨져 있었다. 마법을 부린 것이다. 손안 가득 차오른 꽃잎을 바라보며 슈인이 말했다. "그래도 난 메리엔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메리엔은 그런 말을 하는 슈인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슈인은 웃었다. "그러니까, 나 없어도 잘 지내 메리엔." 그 말을 끝으로 슈인의 모습은 흩날리는 꽃잎이 되었다. 눈앞 가득 흔들리는 연분홍빛 환영이 이어졌다. 메리엔은 그 광경에 넋을 잃고 손을 뻗었다. 손안에 새하얀 꽃잎 하나가 들어왔다. 그 꽃잎을 소중하게 감싸며 말했다. "... 미안해, 날 용서하지 마." 메리엔은 그 꽃잎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창밖으로 가볍게 날려 보냈다. 바람을 타고 멀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며 메리엔은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사랑해 슈인." 세상에 그런 종족이 있었다. 사랑을 받으면 반드시 사라져버리게 된다는 아주 희한하고도 별난 종족이. 그래서일까, 이들에 관한 이야기나 전설은 수도 없이 전해져 내려온다. 사랑의 대가로 상대방은 죽음을 맞고야 가혹한 운명. 그래서 이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그들과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름없음 2020/02/04 00:25:02 ID : 0oLeY786Y5X
"가지마" 메리엔은 조금이라도 울먹이는 눈을 부릅뜨고 떨리는 목소리로 단단하게 말했다. "메리엔... 너도 알잖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걸..." 메리엔은 인정하기 싫다는듯 입술을 오물거리나 마침내 슬퍼서 흐르는지 화가나서 울분에 토해내는 눈물인지. 빛에 반사된 눈물자국은 작은 구슬이 지나간 자리에 선명하게 반짝이며 드러났다. 그녀는 소리내서 울지않고 눈물이 흐를수록 입술을 더 꾹 다물어 침묵을 소리했다. 메리엔을 따라 같이 우는지 꽃이지고 돋아난 잎사귀들이 사박사박 소리를 바람결을 따라 들려줬다. "슈인-" 메리엔은 터져나올듯한 흐느끼는, 슬픔에 찬 신음을 토해내기 전에 입을 다시 다물었다. 입을 다물고 창 밖의 이제 막 지기 시작해 함박눈처럼 파드득 떨어지는 꽃나무를 바라봤다. "슈인.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 고개를 떨구며 한숨같은 심호흡에 말을섞어 뱉어냈다 "어릴 때나 믿던 미신이잖아... 나는... 안믿어" 잠깐의 텀이 생겼다. 지금 생긴 메리엔과 슈인의 거리만큼 짧지만 긴 텀. 그 사이엔 메리엔이 울음을 참느라 간간히 들이마시는 숨소리와 나뭇가지 파닥이는소리 뿐이었다. 슈인은 그 긴 정적 후 말을 덧붙였다. "메리엔 네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슈인의 손에 흩날리던 꽃잎들이 모여 수북히 쌓였다. 슈인의 마법에 눈처럼 쌓이고 떨어지던 꽃잎은 잠시 멈춰있는듯이. 꽃잎이 떨어지지 않듯이 보였다. 메리엔은 슈인이 왜 저런 말을 자신에게 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자신이 행복하는게 정말 그의 소원일까 또 생각하고 있었다. "나 없이도 행복해야해. 내가... 도망친거라고 생각해" 슈인은 이 말을 끝으로 연분홍의 얇다랗고 가녀린 꽃잎으로 변해 바람과 함에 섞어 창 받으로 흩어졌다. 메리엔이 그것을 넋놓고 바라볼 때. 메리엔의 눈 앞으로 꽃잎이 천천히 지나갔다. 메리엔은 정신을 차려보니 아래로 느릿느릿 떨어지는 꽃잎이 앞에 있었고 손바닥을 벌려 꽃잎이 손 위에 내려앉기까지 기다렸다. "미안해... 나... 용서받을 자격이 없어. 슈인." 메리엔은 손바닥에 날아든 그 꽃잎 한 장을 놓치지 않으려 꽉 쥐었다. "슈인..." 메리엔은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다 꽃잎을 쥔 손에다 입을 맞추며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듣지 못하게, 도망가버린 슈인조차 듣지 못하게 꽃잎에게 말을 전했다. 슈인이 눈을 감았다 뜨며 투명한 눈물을 작게 한방울 흘리고는 메리엔의 손 안에 쥔 것과 같은, 낙화하는 꽃잎으로 변해 흐트러져 날아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너도 꽃잎이구나...금새 날아가버리는 꽃잎..." 그냥 말 할걸. 메리엔은 너무 세게 쥔 나머지 쭈글쭈글해진 꽃잎도 슈인과 함께 바람에 날려보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지는 꽃잎을 향해 속삭였다. "사랑해 슈인..." 사랑이라는 축복이 저주가되어 사라져야만 하는 특이하고 특별하고 낭만적이면서도 잔혹한 종족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사랑을 맹약하고 메리엔처럼 꽃잎에다 사랑을 속삭이고 슈인처럼 사랑이라는 축복에 겨워 꽃잎이 되어 바람에 흩날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름없음 2020/02/04 15:05:11 ID : o3XBulg5cNB
“가지 마.” 메리엔의 뺨에 아마도 흐르다 굳어버렸을 눈물자국이 선연했다. 그 전의 눈물과 같이, 참지 못하고 내뱉은 한 마디 말이 넓고 넓은 공간 안에서 울려퍼졌다. “메리엔, 어쩔 수 없는 일인 걸… 너도 잘 알잖아.”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침묵과, 창 밖으로 천천히 내리는 연분홍빛 비만이 그들의 곁을 지켰다. 그 장관을 넋을 놓은 듯이 가만히 응시하던 메리엔이 정적을 깨고 말았다. “슈인,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 알아?” “… 그런 건 전부 어린애들이나 믿는 미신일 뿐이야.” 웃긴다는 듯이 말했지만, 어느샌가 창 밖에서 내리던 꽃잎은 전부 슈인의 손에 내려앉아 있었다. 듬뿍 쌓인 꽃잎을 따스한 손 안으로 이끈 것은 물론 마법이었다. 그 덩어리를 바라보며 슈인이 말했다. “하지만, 비록 미신이라 할지라도. 메리엔이 행복해졌으면 해.” 그런 말을 하며 미소짓는 슈인을, 메리엔은 놀란 눈으로 응시했다. 슈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깜박이는 메리엔을 향해서, 다시 한 번 웃어주며 말했다. “내가 없어도, 잘 지낼 거라고…. 약속한 거야.” 슈인의 모습은 점차 사라졌다. 마치 창 밖에서 보인 풍경 같았다. 색색의 꽃잎이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서는 허공을 부유했다. 메리엔은 그 꽃잎 중 하나를 잡을 수 있었다. 손 안 공간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잡생각을 비운 머릿속처럼 새햐얀 꽃잎에 메리엔은 입을 맞추며 나지막이 말했다. “날 용서하지 말아줘, 부디.” 자유로워진 꽃잎이 창 밖으로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슈인의 마지막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메리엔은 마지막 한 마디만을 남겼다. “사랑해, 슈인….” 이 세상에는 희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비참한 저주에 둘러싸인, 사랑이라는 것을 접해서는 안 되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오직 그 때문에. 자신은 그 누군가에 의해서 죽어야만 하는, 사랑을 위한 대가로 목숨을 바쳐야만 하는 사람들. 그들은 오늘도,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사랑을 위해서 사라져간다. 저 멀리서 불어오는 꽃잎 섞인 바람과 함께.
이름없음 2020/02/04 16:44:46 ID : 5TTSKY1a3wn
"가지마." 몇번을 반복해도 나온 것은 결국 그 말일 수 밖에 없었다. 메리엔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슈인을 보았다. 슈인은 어색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메리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슈인의 목소리가 차분히 방안을 울렸다. 이 담담함은 슈인의 노력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메리엔은 더이상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침묵이 흘렀다. 메리엔을 자신을 보는 슈인의 눈을 더이상 볼 자신이 없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의 불행에도 아랑곳 않고 창밖에는 꽃잎이 하늘하늘 휘날리고 있었다. "슈인." 떨어지는 하나의 꽃잎에 시선을 고정한 채 메리엔이 슈인을 불렀다. 어딘가의 꿈 속에 빠져든 듯 메리엔의 목소리가 가깝고도 멀게 들렸다.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뤄진대." 그것은 정말로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그 말에 자연스레 슈인의 시선도 창 밖을 향했다. 수많은 꽃잎들이 쉬지않고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정말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얼마라도 잡을 텐데.' 하지만 그것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슬픈 결말 밖에 말할 수 없는 슈인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가 이내 원래의 것으로 돌아왔다. "그건 어린애들이나 믿을 법한 미신이야." 줄곧 평정을 가장하던 슈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서 나왔다. 메리엔이 놀라 돌아보니 슈인의 주위로 꽃잎이 날아들고 있었다. '하지만...' 슈인의 곁을 떠다니던 꽃잎이 하나하나 그의 손에 떨어졌다. 슈인의 마지막 마법은 메리엔을 위한 것이 되었다. "그래도 난 언제나 메리엔이 행복하길 바래." 슈인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툭하고 떨어졌다. 메리엔은 마지막이 다가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잘 지내, 메리엔." 마지막 순간, 슈인은 웃었다. 그 어떤 꽃잎보다 아름답게. 메리엔은 그의 미소가 하얗게 빛난다고 생각했다. 꽃잎이 흩날렸다. 처음 이 방에 들어온 꽃잎의 수십배가 되어. 슈인의 소원은 꽃잎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메리엔은 그가 사라진 공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새하얀 꽃잎 하나가 메리엔의 손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메리엔은 조심스레 그 꽃잎을 감싸쥐었다. "미안해, 슈인." 메리엔은 꽃잎을 쥔 자신의 오른손에 키스를 했다. "나를 용서하지 말아 줘." 그리고 다시 손을 뻗어 꽃잎을 놓아주었다. 바람에 실려 꽃잎이 날아올랐다. 이 소원은 아마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의 마지막 소원과 마찬가지로. 하얀 꽃잎은 다른 꽃잎들과 함께 창밖으로 날아가버렸다. 메리엔은 이제는 찾을 수 없는 그 꽃잎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사랑해, 슈인."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그런 흔한 이야기가. 하지만 그런 싸구려 클리셰의 이면에 죽음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이별을 해야만 한다는 종족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사랑과 죽음의 공식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밀어내고, 또 밀어내지 못해 죽음을 맞이한다.
이름없음 2020/10/25 23:25:33 ID : 04E5QnzU1wr
메리엔은 어찌보면 간절한,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마." "메리엔,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너도 잘 알잖아." 메리엔의 굳이 눈물을 닦지 않았다. 슈인도 그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다. 메리엔의 맺힌 눈물은 결국 흐르며 바닥에 자국을 새겼다. 슈인은 그를 안타깝다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꽃 잎. 추억과 사랑을 담은, 시드는 꽃 잎. 날아다니는것 같지만 꽃 잎들은 결국 추락했다. "슈인,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어?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 글쎄다. 슈인은 잠시 생각을 떠올렸다. 어디서 들은것 같지만, 유치하단 식으로 웃어 넘긴것 같았다. "그건 어린애들이나 믿을 법한 미신이야." 그 순간, 창 밖 꽃잎들이 모두 슈인에 손으로 이동했다. 어쩌면, 마법처럼. 순식간에 꽃 잎은 슈인에 손에 가득 차게 되었다. 슈인은 이 마법같은 관경을 바라보았다. 마치, 슈인의 완벽하고도 환상적인 죽음을 바라는것 같지 않나. 슈인은 어딘가 비참함을 느꼈다. 슈인은 때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며 말했다. "그래도 난 메리엔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아. 메리엔은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슈인은 어딘가 아릿한 미소를 지었다. 슈인은 자신이 곳 죽을것을 직감했다. "그러니까, 나 없어도 잘 지내 메리엔." 슈인은 마치 환영처럼 꽃 잎과 함께 사라졌다.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것처럼. 메리엔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꽃 잎. 슈인은 사라졌다. 꽃 잎에 휩사여. 메리엔은 날아다니는 꽃 입을 쥐었다. 어쩌면, 이게 너일까. 허황된 생각인걸 안다. 하지만, 생각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되지 않는가. 메르엔은 이 달콤한 생각에 흠뻑 취했다. "... 미안해, 날 용서하지 마." 메리엔은 그 꽃잎에 입을 맞췄다. 이 가증스러운 사랑때문에 슈인은 죽었지만, 메리엔은 아직도 사랑을 놓지 못 했다. 더없이 이기적인 사람이였다. 저 멀리로 날아가는 꽃 잎을 보며 메리엔은 자조적인 미소를 띄었다. "사랑해 슈인." 끔찍한 목소리다. 사랑을 외치는 달큰한 목소리가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슈인이 사랑을 받으면 사라져 버리는 종족임을 알면서 그를 사랑하고 싶었을까. 결국 사랑을 외치는 그 오만함이 누군가를 죽였다. 인간들은 언제나 이기적이다.
이름없음 2020/10/26 02:17:50 ID : hvyIE0659eF
어두운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였다. 무거운 공기가 나를 짓누르고, 일정한 진동과 함께 얇은 빗소리가 들렸다. “하아….” 나는 한슴을 내뱉었다. 지긋지긋한 비. 기억에도 흐릿한 옛날엔 어렴풋 좋아했던 기억이 떠오르지만, 지금은 불청객일 뿐이였다. 특히나 모든 소리를 묻을듯 내리는 비는 정말 최악이였다. 그렇게 나의 모든걸 가져가놓고 또 가져갈려는 욕심쟁이로 밖에 안보였다. “짜증나아…” 오늘은 좀 쉬자. 평소엔 농땡이도 안 쳤으니 넘어가 주시겠지. 스승님도 대충은 사정을 아시고, 저번 일도 있으니 괜찮을 거야. 후배님도 좀 쉬라 했으니까. 이불을 속으로 쏙 들어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면 해서 계란말이 식으로 둘둘 말았다. 얇은 빗소린 아직도 들리지만 작아진것 만으로 만족했다. 나중엔 오르골이나 사야지. 같은 잡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순간 잠에 들었던거 같다. “…람아.” 내 이름. 익숙하다. 그 목소리. 이젠 더 들을 수 없다 생각했는데.. 뿌연 시야에 흐릿한 자줏빛 눈이 비쳤다. 눈을 깜빡이는 동시에 주위가 점점 선명해졌다. 아, 이곳은 익숙한 동굴이였다. 중간에 어머니와 헤어지고 이모와 나만 남았을때, 피를 흘리며 날 지키던 이모. “나를, 죽여줘.” 색다른 악몽이구나. 기억의 재구성으로 이루어진, 절대 잊히지 않을 기억. 이모는 웃었다. 마지막이라 믿기지 않는 생동감 넘치는 표정이로. 피가 묻어있는 손을 맞잡았다. 서늘한 체온과, 이유 모를 떨림이 전해졌다. 그때는 무슨 감정이였을까. 어떤 생각이였을까. 나는 물어보지 못 했다. 그져 얇디 얇은 대답만을 내뱉었다 "…네." 똑같은 대답이였다. 죽은게 나은 이모의 상태. 앞으로 산다해도 더이상의 수련은 못 할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그래서, 이모도 죽음을 바랐을거다. 피냄세가 진동하는 자신 때문에 짐승의 먹이가 될 내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이모는 평소처럼 웃었다. 나의 표정은 형편없었던게 당연했었다. 하지만, 내가 어떤 표정이였는지, 어떤 감정이였는지, 그것은 내 이모만이 알것이다. 악몽은 끝났다. 누군가의 희생에 발을 얹고.
이름없음 2020/10/26 03:01:20 ID : NBur9eFbeJS
어디가 원전인지 모르겠어...
이름없음 2020/10/26 03:05:52 ID : pPeNtcsrteJ
이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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