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 댁에 구석진 엄청 옛날식의 장롱에는 아주 낡은 환도가 있었어.
칼집이나 손잡이는 아주 녹슬고 천들이 마구 뜯어졌지만 특이하게도 검의 날과 면 만큼은 아주 깨끗하고 예리했어 녹슨 부위는 하나도 없이 말이야.
내가 그걸 우연히 발견한게 초4였지
호기심에 몰래 그걸 뽑아서 휘둘러보거나 사진찍고 장난감 다루듯이 놀았다가 방에 들어오신 할머니와 아빠에게 들켰어
아빠는 그거 엄청 위험하다고 베이면 큰일나니까 놔두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정말, 아주 무서운 표정을 지으셨어
할머니는 소름끼치게 그 칼을 바라보면서 얌전히 놔두라고 했고.
내가 그 칼을 놔두자마자 할머니는 그걸 집고는 밖으로 나가셨지
몇시간이 지나고 할머니는 검을 처분하시곤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셨어
"스레주야. 그 검. 무겁지 않았니?"
그때 내가 소름 돋았지.
난 몸이 약한 편이라 지금도 책 5권들면 낑낑거리는데 초4였던 내가, 그 무겁고 긴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는게 말이야.
그 칼날 속이 빈 가짜 아니였냐고?
아니였어 겉을 쳐봤는데 빈 소리가 아닌 속이 꽉찬 소리가 났었거든.
할머니가 그 검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어
옛날에, 할머니의 할아버지가 술에 취해 가져온 검인데 발견 당시에는 낡은 노란 부적이 손잡이와 검집에 마구 붙여져 있었데.
다음날 술에 깬 증조 할아버지는 그 검이 아주 불길하지만 아주 묘한 기분이 든다며 그것에 홀린 듯 열어보셨어
예쁜 검이었데. 검날에 여러 무늬가 그려진, 아주 아름다운 검이었데.
내가 봤을때는 작은 흔적만이 남아 있었지만 말이야.
증조 할아버지는 횡재했다며 웃으면서 그걸 애지중지하셨어.
그때부터였던가?
증조 할아버지의 피와 연관된 사람 중.
남자는 모두 손자, 손녀를 보지 못하고 일찍 죽거나 혹은 손자, 손녀가 태어나고 며칠 후 돌아가신게.
그것이 사고든, 병이든 뭐든간에 일찍 돌아가셨지
결국 할머니는 그 검이 귀신들린 검이라면서 무당에게 찾아가 부적을 붙이고 무늬를 지우고 장식을 때서 태운 후. 처분하려고 하셨어.
하지만 그 무당이 말하길
"적어도 50년이 지난 후에야 처분하는게 좋습니다. 괜히 일찍 처분하셨다간 귀신한테 원한 사거든요."
그 후 할머니는 깜빡해서 50년이 지난 그때 그걸 처분하신거야.
아직도 그 검만 생각하면.. 정말 예술품 같이 예뻤지만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