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일어난 내 경험담인 관계로, 개인정보에 관계될 수 있는 내용은 일부러 주작을 약간씩 섞을 것임을 미리 밝힌다. 말하고 싶지만 지인에게는 할 수 없는 그런 찝찝한 이야기 할거야.

생각나는 일은 미리 짤막하게 적어둘게. 지금은 슈나우저, 닭 정도네.

내가 이야기하는 특정 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거나 비슷하게 감정이입되는 사람은 어쩌면 정말정말 상처받을지도 모르겠다.

난 애매하게 도시도 시골도 아닌 그저 그런 아파트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인간이야. 그리고 방금 살아 숨쉬는 상태의 닭을 불쌍하게 만들었어.

사람 많이 다니는 길 옆 구석에 닭이 한 마리 걸어다니는 걸 일주일 정도 전부터 목격했는데, 내가 지켜보는 동안 그곳을 지나가는 행인 누구도 닭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더라. 닭이 알아서 구석에 조용히 숨어 있어서 그랬나봐. 성인도 학생도 심지어 산책하는 개도 몰랐어.

그러다가 최근 갑자기 그 닭을 마주쳤더니 전과 다르게 집착이 생기더라. 힘없이 구석으로 도망가서 숨어있는걸 억지로 꺼냈다.

난 어릴 적 병아리를 키워본 적이 있기 때문에 드물게 공격성 전혀 없는 그 닭은 들고 있기가 매우 쉬웠다. 초반에 공격할거라 생각하고 쪼이거나 할퀴어지지 않게 잘 들고 있었지만, 애초에 공격할 힘도 없는 닭이더라.

그 닭을 잡은 채로 살짝 바닥에 놓아보면, 바로 내달려 도망칠 기세였기 때문에, 난 그냥 내가 귀찮지 않으려고 양손으로 계속 들고만 있었어. 이때 닭의 포즈는 마치 보자기에 싸인 아기마냥 하늘을 보고 누운 자세. 이게 가장 조용했고 한손으로 들려고 하면 바로 버둥대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이러고 들었다.

그렇게 들고, 머릿속으론 방송매체를 통해 봤던 애완용 닭의 소식이라던가를 떠올리며, 집에 가서 검은 봉투에 담고 이 녀석 넣어둘 종이박스라도 찾아봐야겠다 하고 생각했어. 그러고보니 그 닭은 처음 목격한지도 며칠이 지난지라 굶었을거고 딱 봐도 목소리가 작은 게 힘이 없어 보였다. 당연히 가볍고 체구가 성체 치고는 작은 편.

그렇게 내가 사는 아파트의 1층 공용 도어락을 열려는 찰나, 난 그 닭을 들어올려 가까이 볼 때부터 어렴풋이 느끼던 꼬릿한 악취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이걸 보기 전까지는 그냥 길바닥에 막 돌아다니던 닭이라서 지저분한가보구나. 냄새나고 더럽고 (온순하니)귀엽네. 라고 생각했었지.

내 손에 들린 그 닭이 한 쪽 날개를 퍼덕이면서 빼다가, 그게 힘없이 벌려지는거야. 조류는 평상시엔 보통 날개를 접고 있잖아? 그리고 그걸 쫙 폈을 땐 날개 안쪽을 볼 수 있고 말야.

맙소사. 이 더운 날에, 안 그래도 길가의 닭을 만져서 불길했는데, 한쪽 날개에 손가락이 들어갈 때마다 기분나쁜 축축함이 느껴지던건, 생각보다 나에게도 닭에게도 심각한 무언가가 날개 밑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었어.

순간적으로 퍼덕인 날개가 힘없이 투욱 하고 제껴지는 건, 그 날개 밑의 몸을 그대로 보여주었는데, 이게 말야. 고기인거야.

우린 보통 닭을 고기로 접하잖아?

멀쩡히 숨쉬고 털 달리고 걸어다니고 심지어 목소리도 꾸륵꾸륵 내는 닭의 몸 일부가 그야말로 우리가 보던 생닭의 가슴살+날갯살 부분. 좀비닭이지.

??? 깃털이 뽑혀 있었다는 거야?

날개 부분은 탈골되어있었던 것 같아. 깨끗한 흰-옅은분홍색의 고기 위로 빨간 핏줄기가 듬성듬성 제워져 있고 (쓰다보니 아무 동사나 지어내서 썼는데 지금 조금 제정신 아니야ㅋㅋㅋ) 생닭 달개를 뜯어냈을 때 나오는 다리뼈? 만한 뼈가 살 밖으로 튀어나와 있더라. 물론 생물 상태라 빨갛게 피범벅이 된 채로.

그 날개 열린 걸 보고 있자니 조금 전부터 맡아왔던 꼬릿한 냄새가 한꺼번에 확 올라오고... 이게 시체 썩은내를 풍기는 좀비인거구나 하고 양심도 없이 아무 생각이나 하면서 당황하고 있기.

그리고 그 길로 들어서려던 아파트를 뒤로 하고 길을 틀었어. 동네의 더 깊숙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그도 그럴 게 우리 동네에는 고양이가 많아. 물론 약간 더 상위 포식자라고 해도 죄는 없지만.

그냥 그대로 동네 깊숙이 들어갔어. 온순하고 조용한 닭을 한 마리 집에 데리고 들어와서 이걸 어떻게 할까 차근차근 고민해보려던 기억은 휙 밀어버렸어.

그리고 사람을 막기엔 충분하지만 동물에게는 약간 엉성한 철창? 철제 울타리? 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 단지와 뒷산이 마주보고 있는 장소로 들어와서,

울타리 아래의 넓찍한 구멍으로 내려놨고, 걸음을 움직이지 않길래 억지로 밀어 넣었어. 제가 돌아다니던 인가에서는 당장이라도 도망칠 기세였던 그 닭이, 어리벙벙해져서 발도 못 떼고 아무도 나 도와줄 이 없냐는 듯이 나지막하게 꾸르르르?..꾸르르르? 하더라.

아마 어딘지 알지도 못하는 낯선 곳에 내려놔서 그랬나봐.

멀리 움직이지 않으려는 듯이 당황해서 주춤주춤 하다가 옆의 작은 구덩이에 빠져서 애처롭게 푸드덕하면서, 내가 내려놓은 철창 구멍과는 아주 조금 더 멀어져버렸어. 그 닭 상태를 봐서는 그 정도라도 너무 멀어 보였어. 그냥 힘없이 앉아서 가만히, 가만히 있더라.

인간한테는 한 걸음도 안되는 거리인데.

심지어 푸드덕 거리는 것도 한 쪽은 탈골되어서 못움직이니까 한쪽 날개만.

있잖아, 너희들 그거 알아? 닭은 겁먹으면 눈을 감아. 어렸을 때 키우던 병아리를 처음 만났을 때, 이거 키울 사람 없냐고 동네 애들 앞에 내려놓을 때 그랬어. 온 몸, 두 다리는 바들바들 떨면서, 눈은 꼭 감고. 내가 잡고있던 그 닭도 그러더라. 잠시 앉고 싶어서 인가 근처 벤치에 앉고, 닭은 잡은 그대로 손만 벤치 위에 걸쳐놓았을 때, 눈을 가만히 감고 천천히 고개를 떨구어서 벤치에 기대. 삶을 포기하고 죽기라도 기다리는 듯이.

이야기 하나 더 생각났다. 햄스터.

그러고 돌아서서 집에 가려고 보니 덥기도 한지라 땀이 줄줄 흐르더라. 근데도 닭 만진 손이 양손이라 팔로만 대충 건들고 안경도 불편해졌는데 못만지는 채로 아파트까지 돌아왔어. 집으로 돌아와서는 바로 손부터 씻었어. 마침 새 비누로 갈아져 있던 날이라 엄청나게 열심히 비누칠했어. 마치 누군갈 살리려고 수술 전 손씻는 의사처럼 꼼꼼히. 나는 누군갈 죽음만 기다리는 곳에다 방치하고 와놓고서 말야.ㅋㅋㅋㅋ 더운 날에 살아있는 길바닥 닭에다 먼지, 썩어가는 피와 살, 거기다 내 땀까지 범벅이 되어 있는 걸 씻어내면서 닭때문에 병에 걸리지 않을까, 오로지 그것만 걱정했어.ㅋㅋㅋ

방치해둔 닭은 아직도 내버려두고 있어.

슈나우저랑 햄스터는 나중에 푼다.

기묘한 느낌이 팔에 들러붙는 거 같네... 즐겁게 읽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슈나우저랑 햄스터도 기다릴게.

>>36 얼굴 아는 놈이 이런 말 했다간 비난하는 게 당연하니깐. 이 스레는 즐겁게 읽기 힘든 게 정상이야.

때 되면 풀 테니, 기다리는 건 자유.

>>34 그냥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안락사 시켜주지. 이미 괴사하고 있는 시점부터 틀렸어.

오랜만에 읽을만한 스레니까 갱신

나는 우리강아지 발 모르고 밟았을때가 제일 양심찔리고 미안하고 그러던데 그런내용이 아니었구나..?ㅜㅜ

>>41 닭을 강제로 들고 다니다 심각하게 부상당한 걸 알고서 그대로 방치. 그런 스레야.

>>32 뭔소리냐? 내가 뉴비라 모르는거냐?

설마 하고 들어왔는데 대충격이네 시발 혹시 싸패아니냐...?

햄스터랑 슈나우저는 둘 다 짧게 풀 거야.

어릴 적 살던 동네 어딘가에 자그마한 울타리가 둘러져 있는데 그 안에 슈나우저 한 마리가 매일 엎드려 있더라. 이 개가 짖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다.

나는 그 부근을 지나다닐 때마다 이 개에게 접근했다.

얌전하길래 보일 때마다 자주 만졌다.

그러다 어느 날 당시에 마침 들고있던 맛있는 걸 먹여보기로 했다. 제법 맛있게 잘 먹더라.

그런데 이 개가 며칠 후부터는 안보이게 되었다.

그 뒤로 난 초콜릿이 개에게 무진장 위험하다는 상식을 접할 때마다 이 기억이 떠올라서 가슴 한쪽 구석이 코딱지만한 양심으로 쿡쿡 찔린다. 물론 티는 전혀 내지 않는다.

이 개 주인에게 난 이름도 얼굴도, 심지어 사는 곳도 전혀 알 수 없는 이웃 중 한 사람에 불과할 뿐인데 말야,

덧붙이자면, 크런키였다.

하...그때 스레주 몇살 이었던 거야?... 진짜 소름 돋는다... 스레주...너...하...지금 이라도 그 닭한테 죄 지은 느낌 들면 거기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하는게 좋지 않을까? 동물이라고 해서 가볍게 넘기지 않았으면 해.

나 56인데 진짜 이상은 못보겠다..

>>57 짚을 엮어놓은 더미에 칼질이라도 하면서 멘탈 달랬으면 좋겠다.

자랑이다 유 헤드 빙빙?

완전 쓰레기나냐 양심찔리짓잉아니라 이건 심각한동물학대고 니가 죽인거야 범죄라고

머 슈나우저 건은 악의는 없었고 몰랐으니 큰 잘못은 아니지 않을까. 물론 그래도 그 강아지한텐 미안하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살아야겠지만

다 저지른짓은 본인한테 돌아오는거니 본인이 잘 책임지시길. 어떤 일로 돌아올진 모르겠지만

어쩌라고 말 못하는 동물한테 그딴짓 한게 자랑인가

간만에 읽은 스레니까 갱신. 닭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흘러가듯 읽었는데 슈나우저는 아니네. 키워봐서 그런가. 햄스터 기대할게.

개한테 초콜릿을 죽을 정도로 먹이려면, 크런키는 밀크초콜릿 아닌가. 밀크 초콜릿은 3, 4 장 이상은 먹여야 했을거야 잘했다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슈나우저는 최소한 초콜릿 중독으로 죽진 않았을 듯하다.

닭은 솔직히 모르겠는데 싸이코같은거? 왜냐면 어차피 길가에 있던 닭인데 그게 왜? 슈나우저는 못됬네 미친놈이지 초콜릿이 안좋은걸 알고 가져간거면 사악한거야 ;;

스레주가 초콜릿준건. 악의가없으니 패스- 닭은 스레주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시점에서 이미 정상- 닭한테 미안하다고 느끼면 이미 정상이니 싸패논란은 없어. 그러니 이야길 계속해봐.

>>68 의견에 한 표 던진다. 무지가 잘못은 아니지. 나중에라도 알았으면 그걸로 된거야.

강아지가 커피나 초콜릿을 먹으면 안 되는 이유가 심장에 무리가 갈까 봐 그런 거라는데 나도 >>65 의견에 동감하고 있어 밀크 초콜릿보다 다크 초콜릿(카카오 99퍼라는 주사위 모양 초콜릿) 몇 개는 먹여야 효과가 나타날 걸 근데 크런키인 데다가 가나 초콜릿같은 것도 아니니 상관없지 않을까

몇 개가 아니지 몇십 통 혹은 몇십 개를 계속 주기적으로 먹여야 효과 있다고 들었어 나도 이거 적으면서 말하는 거지만 설마 이걸 궁금해서(미친) 실험(미친)해보진 않겠지

근데 은근히 자랑하며 즐기는 것 같네 스레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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