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헤어졌다. 사실은 헤어진 것도 N년 전. 궁금한 사람 있어? 없어도 얘기할거지만.
  • 처음 만난 건 학교 기숙사, 기숙학원, 뭐 그런곳이었어. (누가 알아볼까봐 이래저래 돌려쓸거야. 이해해줘)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다른 선배(남)가 그 사람을 소개해줬어. 저 분께서는 굉장히 덕이 많으신 분이시다! 라고. 뭐 그건 진짜 같이 공부하는 선배로서의 소개였지. 그 "다른 선배(남)"가 나를 좋아했었다는 건 TMI에 자기자랑이지만, 아무튼 사족으로 붙여보는 이야기. 좋아한다는 티만 엄~청 내고 쫑.
  • 그 사람은 나를 만나기 전까지 모쏠이었어. 나는 그 전에 연애 경험이 N번 있었는데 많은 것도 아니구 ㅋㅋ 그냥 연애놀이 같은 느낌. 처음부터 그 사람한테 반하고 어쩌고 한 건 아니었어. 우리는 건물 복도같은 곳에서 어쩌다 마주치면 목례만 하는 사이였지. 내가 반한 건 그 사람이 갖고 있었던 물건 ㅋㅋㅋ 한참 전부터 갖고 싶었던 건데 부모님 반대로 못 샀거든... 그걸 그 사람이 갖고 있다는 걸 눈치챈 날, 나는 그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향해 대시했어. "선배, 그거 갖고 계시다면서요?!"
  • 그 사람은 초등학생 이후로 남자끼리만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 굉장히 대응이 서툴렀지만, 뭐 나는 그 물건을 빌려서 갖고놀기도 하고 그랬다. 원하는대로 이것저것 튜닝/업그레이드/소프트웨어 추가 해주고 그랬어. 친하게 지내던 룸메/동급생/언니들은 거의 프린세스 메이커 게임하듯이 나랑 그 사람을 막 밀었어. 놀리려고 그랬겠지만 거의 세뇌 수준이었지. 잘잤니? XX오빠랑 데이트하기 좋은 날이지? 밥 먹었니? 안 먹었으면 그 오빠랑 먹으러 나가~ 공부 힘들어? 오빠한테 놀아달라고 해~ 자러 가게? 잘 자~ 그 오빠 꿈 꿔^^ 뭐 이런 식으로... 기승전그오빠...
  • 나는 엄청 당황해하고, 놀리지 말라고 잉잉징징거렸지만... 솔직히 즐기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어. 나중에는 내 꿈에 그 사람이 나왔지. 아침에 짜증을 부렸어. 아 XXX(이름)!!! 이러면서 ㅋㅋㅋ 주변 사람들이 푹 빠졌다며 쯧쯧거렸어. 그 때 난 정말로 빠졌었던 걸까? 지금 와선 잘 모르겠어. 나는 연애로 떠들썩했던 주변의 분위기와 관심을 즐긴 걸지도... 그러다가 그 사람이 감기에 걸린 날, 내 주변은 거의 대축제 분위기였어. 가서 이불 덮어줘! 약 사다줘! 꿀물 끓여줘! 내가 실제로 할 수 있었던 건 당연히 하나도 없었지 ㅋㅋㅋ 이불은 없고, 약은 그 사람이 처방받아왔고, 꿀도 없는데 꿀물을 끓일 수 있을리가 없잖아 ㅋㅋㅋ 그래서 나는 주변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매점/편의점/슈퍼에서 꿀물을 사다가 컵에 담아 그 사람 머리맡에 두고 도망쳤어. 그리고 이틀 뒤에 쪽지/문자/카톡을 받았어. 고마워서 그러는데 밥 한끼 먹자고. 사주겠다고.
  • 어떻게 싫다고 하겠어? 나는 밥을 얻어먹었고, 오는 길에 내 짐도 그 사람이 들어줬어. 나중에 들었는데 그 사람 아는 형이 그 때 돌아오는 길에 내 손을 잡으라고 했대. 그 사람은 부끄러워서 못했지만... 그 때 그 길은 아직도 기억해. 바닥의 감촉. 어색한 분위기. 그 사람이 들어준 내 책. 나는 밤에 공부하는 그 사람의 필기소리를 들었어. 사각사각. 사각사각. 사실은 난 기억 안 나. 내가 그렇게 말했대... 그랬다면 내가 그렇게 그 사람을 좋아했나, 싶기도 하고.
  • 나는 그 사람과 친해져갔어. 작업/게임/웹서핑하는 옆에 앉아 시간을 보냈지. 손이 예쁜 사람이었어. 손가락이 길고 희었지. 음악을 추천받고, 음악어플/MP3같은 이야기를 했어. 만화/게임/소설 이야기도 했어. 그러다가 강제로 고백을 당했지.
  • 다 같이 야식을 먹는 날이었어. 나는 괜히 입술에 뭘 바르고 내려갔어. 야식 먹는데 굳이? ㅋㅋㅋ 난리부르스다 정말. 먹고 떠들고 막 놀다가, 어떤 선배가 음료수를 그 사람한테 건네주면서 막 그러더라구. 이거 마시면 너 얘 좋아하는거다, 뭐 이런 식으로. 그 사람은 원샷했어. 그리고 나도 마셨어. 부끄럽고 민망하고... 취한 기분에 밖으로 나왔어. 그 사람이 뒤따라와서 괜찮냐며 외투를 덮어줬어.
  • 그러고 며칠 뒤에 나는 그 사람과 번화가로 데이트를 나갔어. 노래방/멀티방/보드카페에 가서 내기를 했는데 누가 이긴건지는 기억이 안나. 다만 길에서 그 사람이 그랬어. 형들이 이런 얘기는 똑바로 해야 후회에 안 남는다고 그랬다고. 나랑 사귈래? 라고... 내 어깨를 감싸안으면서. 길을 걸으면서. 내가 뭐라고 했겠어. 네, 그래요, 하고 말았지 뭐. 아마 그날 사귀기 시작했을거야.
  • 잠온다... 내일 이어 써야지.
  • 보고 있어 길게 연애했다니 기대했는데 결말이 있구나 ㅠㅠ 어쨌든 계속 풀어줘
  • >>11 고마워... 보는 사람이 있구나. 하하 휴게실/과방/세미나실이 우리가 주로 연애하는 곳이었어. 안 쓰는 PC/노트북/태블릿으로 이것저것 보면서 이것저것 이야기했지. 우리는 취미도 비슷했어. 게임을 했거든. 나는 그 사람이하던 게임을 따라 시작했어. 주말마다 피시방에 갔지.
  • 별 말 안 하고 게임만 했어. 점심때 나갔다가 잠시 나와서 저녁으로 토스트를 사먹고 음료수를 사들고 가서 마시면서 게임을 했지. 밤늦게 돌아오면서 떡볶이를 사먹었어. 일요일마다 정해진 약속 같았지. 가끔은 피시방에서 밤을 새기도 했어.
  • 우리를 아는 사람이 밤에 어두운 건물에서 나오는 우리를 보고 야릇하게 건물을 올려다보자 그 곳에는 피시방이 있더라는 목격담도 돌았어. 우리는 그런 식으로, 주변에서 소소하게 유명했어.
  • 다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나갔다가 둘만 빠져나와서 게임하러 간 적도 있어. 외국어로 된 게임이었는데 그 사람이 해석을 해 줬지. 솔직히 일드/애니/게임으로 어줍잖게 쌓은 실력이 티가 났지만... 그래도 모르는 척 넘겼어. 좋았으니까.
  • 우리는 걸으면서 얘기하는 걸 좋아했어. 관심사, 취미, 개인사, 주변 사람들, 취향, 시덥잖은 농담, 그 날 하루, 뭐 이것저것... 서로의 생일을 외웠고 전화번호를 익혔어. 시간의 더께는 무서워. 아직도 그 사람의 생일과 전화번호를 기억해.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눌러본 적 없고, 눌러볼까 고민조차 해본 적 없는데도 그래.
  • 다른 이야기를 할까? 스킨십은 순서가 좀 이상했어. 보통의 테크트리라면 손잡기, 어깨 감싸기, 허리 감싸기, 끌어안기, 그리고 키스 정도겠지. 우리는 그 사람이 어깨를 먼저 감싸고, 내가 어느 겨울날 춥다는 핑계로 그 사람을 끌어안고,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키스해도 돼? 라는 물음에 끄덕이면서 키스를 했어. 나는 볼뽀뽀나 입술에 가볍게 닿는 버드 키스인 줄 알았는데 바로 깊게 들이대더라구. 당황스러워서 굳어 있었는데(사실 그런 키스를 이전에 해본 적 없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 당황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착각은 자유지. 나는 굳이 콕 집어 수정해주지 않았을 뿐이야...그럴 정신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 휴게실/과방/세미나실 불을 끄고, 아무도 없는 척 조용히 키스만 하다 나온 적도 있어. 그 사람은 그 이상을 원했지만 나는 위험한 건 싫어서... 거절했어. 뭐 당연한거지만.
  • 첫 경험은 1년도 채 안 된 어느날이었어. 둘이 맛있는 걸 먹으러 갔다가 어찌저찌 그렇게 되었지.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원해서 유도했다고 생각해. 여긴 익명이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말 그대로 경험해보고 싶었거든. 다만 그 사람도 처음이어서... 음. 생각만큼 좋지는 않았어.
  • 오늘은 여기까지 쓸까... 피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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