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람이 차가웠다. 새벽의 황혼은 세상을 뒤덮었고 세상의 일부인 나 또한 그 아름다운 황혼에 잠겨 눈을 감았다. 눈꺼풀 위로 찬 공기가 맞닿았다. 선명하게 느껴지는 공기의 흐름이 오싹했다. 나는 눈을 뜨지 못했다. 나에게 황혼이란 너무나도 밝은 것이다. 그 눈부심에 실명할까 봐 눈을 뜰 수조차 없다. 누구든 나의 나약한 눈동자를 뽑아내어, 힘없는 눈꺼풀이 들릴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랐다. 새벽의 황혼은 끝나지 않는다.
  • 나는 아프지 않다. 아니 사실 아프지만 남들에 비해서는 덜 아프다. 그걸 마음속에 새기며 살아왔다. 엄마가 그러라고 하셨다. 언제부터인가 익숙해져 있던 내 마음 속의 각인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남의 불행을 위안으로 삼으며 내 고통을 못 본 척 숨겨온 건 아닐까. 한심했다. 타인의 고통을 나의 위안으로 삼았다는 것도, 나의 아픔을 나 스스로가 외면했다는 것도. 그 세월 동안의 내 한심함에 자괴감이 들었다. 이제부터 안 그러면 되지, 하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의 말에 감사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를 아프게 꾸짖었으면 좋겠다. 내게 죄책감을 뼈져리게 느끼게 만들어서 내가 스스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 경지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 한 숨도 안 자고 밤을 세웠다. 창문 너머로 하늘이 점점 밝아지는 것도 보았다. 세상은 아침을 몰아오는데 내 시간만은 아직 새벽 두 시에 멈춰있다. 이대로 누워자고 싶은 본능과 곧 씻으러 나가야 한다는 이성 사이에서의 딜레마에, 나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고 곧 현관문을 나서겠지. 새벽 두 시의 나인 채로. 이대로 오전 열 시가 되어도, 정오가 되어서도, 오후를 건너고 저녁이 되어 노을을 거친 뒤 세상의 하늘에 반짝이는 보석이 박히기까지도 나는 계속 새벽 두 시일 것이다. 새로운 새벽 두 시를 나는 기다릴 것이다. 안 돼. 나를 변화시켜야지. 언제까지 혼자만 멈춰 새벽 두 시의 달 없는 삭만을 바라보고 있을래?
  • 이번의 봄이 져버리기 전에 꽃잎을 따서 물에 담그어 놓았다. 이러면 꽃이 상하지 않고 오래오래 보관되겠지, 하고. 씨도 안 먹힐 멍청한 생각이었다. 꽃은 어김없이 시들었고, 죽은 꽃을 품었던 유리병의 물은 꽃잎 대신 곰팡이를 품기 시작했다. 아끼는 유리병이었다. 그렇기에 어여쁘게 꽃을 품어주기를 바랐다. 한심하고 이기적이지. 썩은 물 냄새는 지독했다. 습한 곰팡이 냄새는 역겹기까지 했다. 흐르는 바람타고 자연스럽게 시들었어야 했을 꽃이 나 때문에 숨 막히는 물 속에서 고통스럽게 시들어갔다. 끝에는 곰팡이까지 품게 만들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너는 봄에 피어났을 뿐인데. 너의 봄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랐던 나의 한심함이 너를 힘들게 만들었어.
  • 유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서로 거칠게 맞닿고 견디다 버티지 못해 이윽고 앙칼진 소리를 내며 조각이 나는 소리였다. 파열음이 예쁘게 울리며 내 앞에 유리 조각이 튀었다. 아니, 튄 것이 아니다. 이건 나와 너의 유리 조각이다. 바로 내 앞에서 산산조각이 난 우리들의 지금이었다.
  • 삼십 분 뒤에 씻으러 나가야 해. 열 아홉이다. 일 년, 이 년 잘 참다가 고등학교 막바지가 되어서야 자퇴 충동이 들기 시작했다. 고통스럽고 괴로워서 견디기가 힘들어. 이어폰 속에서 들려오는 노래의 시작에 나는 매번 깜짝깜짝 놀란다. 시기가 시기인 건지 그와 상관없이 그저 내 깡이 줄어든 것인지, 사소한 마찰에도 나는 크게 정신적 쇼크를 먹는다.
  • 꿈은 이렇게나 긴데 밤은 어째서 이렇게나 짧은 걸까. 나의 새벽 두 시는 영원할 건데 세상의 시간은 왜 1분 1초를 남기지 않고 찰나만을 거쳐가며 부지런히 나아간다. 오늘 밤은 그렇게나 어두웠는데 왜 달이 보이지 않았을까. 달이 안 보여 더욱 눈에 들어오지 않던 삭의 밤이었던 것 같다. 졸려 감긴 눈, 점점 닫혀가는 청각 사이로 고운 목소리가 들어왔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 고요하지만 선명한 선율에 정신이 번뜩 뜨였다. 예쁜 목소리.
  • 이제 잘래. 다들 잘 자. 30분 뒤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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