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인가, 벌써.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가슴이 찔리는 것처럼 아프더니 어느덧 멀쩡하다.
티켓을 늦게 취소할 수록 수수료가 늘어나는 건 알았지만 적잖이 늑장을 부리다 취소했다. 통증이 잦아들었다. 오래 준비해왔던 일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애와의 연애는 이따금 길바닥에서 낯선 사람에게 뺨을 맞는 것 같았다. 석달에 한번쯤, 그 애가 갑작스럽게 화를 낼 때면 나는 왜, 하는 생각이 먼저 들곤 했다. 뭔가 가슴이 갈아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에와서는 갈아낼 것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아프지 않은 것일지도.
이름없음2018/07/05 22:40:25ID : fgqmKY003wq
그 애와 나는 충동적으로 만났다. 내 쪽이 좀 더 컸다.
좋아하던 오빠와 잘 되지 않았던 나는 그 애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렇게 말했다.
"나 좋아해?"
실은, 그 전의 일을 잊어버리면 안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둘이서 편의점을 향해 가던 밤이었다. 꽤 캄캄했고 지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따금 승용차들만이 지나갈뿐이었다. 그 애의 발에는 물집이 잡혀 있었지만 내게는 말하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퍽 그 애답지 않은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자기 몸이 소중한 사람이니까. 아니면 내가 그렇게 만든 걸까.
편의점에서 나온 우리 손에는 초록색 아이스크림이 하나씩 들려 있었고 나는 술을 마시면 그걸 꼭 먹어야한다는 변명을 했다. 너는 알면서도 속아주었다. 둘이서 술을 마시다 무심코 내 손을 잡게 되었다는 네 거짓말을 내가 믿어주었듯이. 거짓말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름없음2018/07/05 22:43:50ID : fgqmKY003wq
따뜻한 손을 잡으면 그 사람의 입술은 어떤 온도일지 궁금해하게 된다. 잠시 말없이 서로를 쳐다 보았던 건, 아마도 그것 때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