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 파랗다. 그가 깨어나자마자 든 느낌이었다. 천장이,바닥이,벽이 파랗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그의 직감이었다. 그가 깨어난곳은,그가 고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낡은 아파트가 아니었다. 그는 하루하루가 지겨웠으며 지루한 일상을 늘 벗어나고 싶어했다. 그런 그에게 비일상이 찾아온것이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이 파란,조금 넓은 방. 그는 점차 가슴이 벅차오르는것을 느꼈다. 보통 사람이라면 겁을 먹었겠지만, 그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에 휘말린것인지 깨닫지도,깨달으려 하지도 않으면서.
  • 그는 어릴적 부모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다. 맞벌이었으며, 주말에는 늘 부모님끼리 싸웠기 때문이다. 평일은 조용했으며,주말엔 시끄러웠다. 그에겐 이것이 평범함이었다. 그래서 그는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그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에,그는 혼자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어머니가 밉지도,좋지도 않았다. 받은 애정도 없었을 뿐더러 원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겐 좋은 친척이 있었다. 혼자 살 집을 구해주었으며,달마다 찾아와 같이 저녁을 먹어주는. 그리고,그가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자극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이 질리기 시작했을 무렵,그는 이 알수없는 공간에서 깨어난것이다. 그는 기뻐했다. 비일상이 직접 찾아왔기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슴이 두근거린건,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인것을 두눈으로 목격했을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공포가 아닌 기쁨. 새로운 자극이 왔다는.
  • 보고 있어! 어떤 전개가 될지 궁금하네
  • 남자는 이 방을 나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가야만 했다. 왜냐하면 이 방이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자는 고민했다. 문을 열고나가 살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압사당할것인가. 생각할 시간은 조금밖에 없다. 방이 좁아지는 속도를 고려했을때- 앞으로 10분 내에 문은 찌그려져 열리지 않는다. 사실,그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문을 열지 않는다.
  • 두번째 이야기. 그녀는 눈을 떴다. 사방이 빨간 방에서. 평소 일어나면 보이는 교도소의 천장이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기뻐했으며 동시에 두려움도 있었다. 이곳은 어디인가,왜 나는 여기에 있는가. 그녀가 사람을 죽였을때와 비슷한 느낌. 그녀는 살인이나 자살,인체에 관심이 많았다. 언젠가는 한번 사람을 죽여보고싶다. 어차피 한번뿐인 삶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품고있었다. 어느 사이트에 우연히 가입한 그녀는,그곳에서 많은 기술을 배웠다. 어디를 찌르면 되는가. 뒷처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렇게 약 반년간의 준비를 거친 후, 그녀는 길에서 희생자를 찾았다. 그녀의 호기심을 채워줄 희생자를. 결국 그녀는 골목을 지나가던 중학생을 골라서, 그 소년을 기절시켜, 그녀의 집으로 데려가 죽였다. 사람을 기절시키는것이 그렇게 힘든지는 처음알았다. 그리고,사람이 어떻게 죽어가는지도 처음 알게되었다. 그날 돌아온 부모님에게 발각되었고,곧바로 경찰이 찾아와 그녀를 구속했다. 재판에서 7년형을 받은 그녀는, 의외로 순순히 인정했다. 여느때와 다르지않게 잠에 들고 일어나니 사방이 빨간 방에서 깨어난것이다. 그녀가 일어나 상황을 정리하고 있을때, 갑자기 방이 소음을 내며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녀는 생존하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했다. 누군가와는 다르게. 살고싶다. 살아야한다. 문을 여니,긴 복도가 있다. 그녀가 열고 나온 문 맞은편에도 문이 있다. 7개 정도의 문. 그녀는 다른 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여 부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맞은편의 문에 다가가 손잡이를 돌린다. 철컥,철컥. 문은 열리지 않는다. 잠겨있는 것 같지도 않은 문은,왜인지 열리지 않는다. 이상하다. 무언가 안에서 막고있는듯한 느낌이다. 그녀는 돌연, 빨간색이 떠올랐다. 그녀가 죽인 소년의 피가 생각나서일까? 아니면,그녀가 급히 뛰쳐나온 방이 빨갛기 때문일까? 그녀는 그녀가 나왔던 방을 다시한번 바라보았다. 점점 좁아지고있는, 새빨간 방을. 그리고 점점 소름이 끼치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 재밌게 봤어!!
  • >>6 재밌게 봤다니 다행이네. 이런 글을 봐줘서 고마워
  • 쾅! 복도 끝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다급히 뛰쳐나온다. 좁아지는 방에서 간신히 탈출한 것이겠지, 라며 그녀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좀 일어서 봐요." "왜이리 힘이 없어요?" "이봐요" "..?!" 이미 남자는 죽어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문을 열고 뛰쳐나와 숨을 거칠게 몰아쉬던 남자가. 수 초 만에, 시체로 변해있었다. 여자는 혼란스럽다. 알수없는 공간에, 갑자기 죽어버린 남자. 누가,왜 여기에 그녀를 가둔것일까.
  • 손이 점점 떨려왔다. 무섭다. 정말 미칠듯이. 첫 살인을 저질렀던 날보다도, 더. 애써 머릿속을 진정시키고 일어선 그녀는, 다시 한번 다른 방들을 조사해본다. 남은 문은 5개. 문은 쉽게 열 수 있었다. 첫번째 문은- 아무도 없다. 피도. 두번째,세번째,네번째 문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 다섯번째 문. 이번 문은 열기가 매우 힘들다. 금방이라도 열릴것같은 문임에도 생각 이상으로 힘이 들었다. "콰득" 소리와 함께 문고리가 떨어져 나가며 문이 열렸다. 파란색 방이다. 매우 좁아졌지만, 사람이 누울수 있을정도. 그리고 그곳엔 한 남자가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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