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자와 복수자가 만나다. 웃는 얼굴로. 브라이언 시트 >>6 한 시트 >>7 한 포트레이트 >>7 브라이언 포트레이트 >>12
  • 안녕하세요 ~ !!! 상황극판 뉴비라서 처음 1:1와서 두근두근...!!
  • >>2 어서와요 폴리스주 ^~^ 저도 1:1은 처음이라서 좀 설레네요 히히 음 그럼 이제 제목, 각자 캐릭터 시트, 세부설정, 그 후에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같은걸 얘기하면 될까요?
  • 그럴까요...! 그럼 우선 캐릭터 시트/세부설정 부터 올리면 될까요?
  • >>4 네! 양식은 다음을 따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름: 성별: 외모: 나이: 능력: 과거기록: 기타:
  • 한마디: "당신을 만나고, 내 삶도 조금은 즐거워졌어." 이름: 브라이언 닥스 성별: 남 외모: 약 176cm 정도의 키에 80kg의 몸무게. 비교적 근육질이지만 전문적인 운동선수만은 못하다. 하지만 어깨가 딱 벌어져있고 완력이 세어, 누가봐도 신체를 단련했음을 알 수 있다. 본래 골격이 두터운 탓도 있다. 텁수룩한 검은 산발은 헝클어져있고, 파란 눈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깔려있다. 표정은 거의 항상 우중충하다. 검은 항공재킷과 갈색 코듀로이 팬츠, 푸른 스니커즈를 신었다. 왼다리는 비교적 매끈한 디자인의 의족이다. 우아한 디자인의 하얀 의족에 달려있는 밝은 녹색의 LED 등이 주기적으로 반짝인다. 평소에는 하의에 의해 가려있다. 나이: 32세 능력: 전뇌에 기반한 사진기억능력, 초월적 연산능력, 해킹능력 등. 추가로 육탄전에도 일가견이 있으며, 아무도 모르게 은신 및 잠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과거기록: 우치마타 코퍼레이션의 정보보안팀의 주요인사였지만 내부고발로 인해 오명을 뒤집어쓰고, 회사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조직폭력배들에 의해 다리를 잃는다. 이후 그 조직폭력단의 보스에게 복수하고, 그 뒤를 캐고 있다. 기타: 전뇌 덕분에 지능을 이용한 모든 활동에서는 우월해질 수 있지만, 어째서인지 그러지 않는다. 그 탓인지 가끔 말을 잘 못하거나 부끄러워 하기도 하는 편. 많은 경우 임무 중에는 거의 잘 먹지도, 활동도 않고 꼼짝없이 누워있기 때문에 임무가 끝난 뒤에는 더더욱이나 초췌해진다. ===== …이상 시트입니다만, 일단 이 캐릭터는 사이버펑크(SF) 세계관 속의 캐릭터라는 설정인데, 폴리스는 어떤가요? 세계 설정이 좀 다르다면 조율을 할 필요성이 있겠는데... 일단 파이 스레 스레주에게는 예전에 '설정은 자유롭게 해달라' 는 말을 들었거든요. 파이가게에서 일종의 시공간 변이같은게 일어나서 다른 세계 사람이지만 만날 수 있다는걸로 해도 괜찮을 것 같고, 거기서 서로의 세계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요.
  • 한마디 "잘 모르겠네요. 저에게 그럴 수 있는 재능은 없었을 텐데..." 이름: 한 리온 성별:여 외모:양갈래로 땋은 검은 머리가 어깨 조금 밑까지 내려온다.머리를 풀면 꽤나 장발. 다소 생기가 없는듯한 흐린 눈. 자주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착각되나 가까이서 보면 호박색에 가까운 눈색. 안경을 끼고 있다. 콧잔등에 주근깨가 있으나 마찬가지로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크게 드러나지 않음. 전체적으로 개성이 강하지 않은 수수한 인상. 평소의 옷은 교복, 또는 교복과 비슷한 스타일의 와이셔츠와 치마. 키는 약 165센티정도. 나이:18살 능력: 아무런 초능력이 없는 무능력자. 내세울만한 재능이라곤 남들보다 조금 뛰어난 분석력 정도. 그 외에는 끈기. 오빠의 사건 뒤로 독기에 가까워졌다. 뛰어나지 않은 재능을 노력으로 커버. 의외로 체력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암살을 하기 때문인듯. 과거 기록: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오빠 천 리온이 있었다. 범재인 한은 그에게 열등감 섞인 동경과 애정을 가졌다. 빌런이 조금씩 늘어가던 마을에서, 조금씩 이상행동을 벌이던 천은 점차 미쳐가고, 마침내 부모를 끔찍하게 살해한다. 범재인 자신이 차마 범접할 수도 없는 재능으로 그런 일을 벌인 천에게, 한은 극단적인 애증을 가지게 된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모두를 매료한 재능을 가진 한 사람이, 정작 그 재능에 먹혀 자신과 주변을 파멸시켜버린 것이다. 소중한 가족이자, 누구보다 훌륭하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랑스러운 자신의 친오빠 천 리온. 자신에게 언제나 열등감과 허무감을 주었으며, 모두에게 받아온 사랑과 기대를 배신한 최악의 빌런.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이자 그 자신을 포함해서 한의 사랑하는 가족 전부를 파멸시킨 그에 대한 감정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한은 이 일을 계기로 빌런을 없애는 일을 하게 된다. 누군가 시키지도 않았고, 선택지가 없었던것도 아니나, 자신의 의지로. 빌런의 숫자를 줄이고,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한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그 끝없는 살해에는 분명히 끝없는 고독함과 허무감이 있었다. 사랑했고 증오했던 매혹적인 재능을 가진 누군가의 그림자와 같이. 기타: 빌런을 죽이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은 주로 기습에 가까운 암살. 직접 정보를 수집하여 만든 통계에 의거하여, 히어로와 빌런의 싸움이 일어날 장소와 시간을 예측한다. 그리고 그것들중 빌런이 어느정도 약세를 보여 후퇴할 싸움을 추려내고, 후퇴 장소를 추측해 잠복. 그리고 품에 갖고 다니는 권총으로 약해져있는 방심한 상대를 살해한다.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학업과 병행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으나, 성적이 뛰어나다. 공부에 있어서는 수재. 천재인 오빠의 영향인지 스스로를 범재라고 자주 말하곤 한다. 그 외에 재능, 능력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 ---- 우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세계관의 경우, 이쪽은 파이가게에서 제시한 설정쪽에 충실해있어요. 빌런과 히어로가 존재하는 초능력의 세계! SF랑은 거리가 있는 편이니까, 시공간 변이쪽이 좋을 것 같아요!! + 낙서수준으로 끼적인 거지만 대충 이미지도 올려봤어요! u u
  • >>7 와, 좋아요! 리온이!! 귀엽다!!! (?) 일단 그럼 설정은 "어느날 리온을 너무나도 생각한 브라이언(브리안느?)이 가게 문을 열고 나가자 갑자기 세계가 달라져 있었다."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기본적으로 누구든지 집중을 아주 많이, 그리고 오래 하면 이런식으로 이동은 가능하다는 설정으로 하고싶어요!
  • >>7 앗 그림연성도 쪄오시다니... 감사합니다....!!! 그렇담 성원에 힘입어 저도 브라이언짤 가져와볼까요!
  • >>8 오오 괜찮을것 같아요!! 앗 근데 한->브라이언이 아닌 브라이언->한으로 연락처를 줘서 한이 찾아가는 쪽이 좋을 것 같아요...! + 리온이 성이고 한이 이름이에요!
  • >>9 헉 브라이언 짤...! *ㅁ* 기대하고 있을게요. 두근두근
  • >>10 >>11 브라이언짤입니다(제 그림은 아니고 커미션이예요!) 앗 한이 이름... 그랬군요 죄송합니다! 음 그럼 한이 브라이언의 세계로 찾아오는? 그림이 될까요?
  • >>12 네..! 그렇게 하면 될 것 같아요 우워어 브라이언!! 멋있어요!! 아조시!!! 일단 이대로 스타트하면 될까요?? 미리 더 자세하게 알아야 할 설정이 있을까요?
  • >>13 후후 칭찬 감사합니다!! 음 다른건 괜찮을거같아요! 일단 제목을 어떻게 할지가 남았는데... 제목은 저걸로 괜찮을까요? 원래 세계에서는 "girls"가 아니긴 하지만 브리안느를 염두에 두고 지은 제목인데... 괜찮다면 (가칭)을 떼구요!
  • >>14 아앗 이대로 괜찮은것 같아요...! 귀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브리안느까지 염두에 둔 제목이었군요 오오오오 우선 적당히 스타트해볼게요...!!
  • >>15 네! 선레 쓰실건가요? 후후 기대할게요!
  • 어느정도 이름있는 빌런조직의 일원,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수십의 사람을 살해한 악당의 간부가 지금 눈 앞에서 쓰러진다. 한이 퇴로가 될 법한 건물의 비상구 근처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그는 수많은 사람을 죽였고, 셀 수 없는 수의 사람을 상처입혔으며, 같은 조직의 빌런들 사이에서도 경계할 정도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무력하게 쓰러져있다. 히어로 이외의 변수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능력자를 상대로 하는 히어로나 빌런들은 대체로 무능력자에 대한 대비책은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무능력자는 약하기 때문이다. 공격력도, 방어력도, 스피드도, 무엇하나 능력자에게 견줄 부분이 없다. 하지만 한에게는 딱 하나, 독기에 가까운 끈기가 있었다. 한은 능력간의 상성을 파악하고, 장소의 유리함을 조사하여, 의도적으로 그가 어느정도 밀릴 법한 싸움을 예측했고, 그의 퇴로가 될만한 곳을 미리 여럿 체크해두었다. 무능력자는 눈에 띄는 기운이 없기 마련이기에 능력을 감지하는 능력자에게도 소용이 없었다. 이걸로 이번 달에만 세 명. 빌런 조직의 간부가 그녀의 손에 쓰러졌다. 그렇게, 사람을 죽이는 것에 익숙해져있었던 것이다. 한은 악당을 죽이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설령 사정이 있다고 할지라도 후회하지 않았다. 악에 손을 댄 이상 더이상 망가지기 전에 자신의 손으로 살해하는 것이 구원이라고 믿었다. 다시는 그런 일을 일어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훌륭한, 누군가가 무너지는 것을, 어느 날, 그 이상한 가게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 오빠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라고. 본래의 모습이 아닌 누군가가 손을 붙잡고 말했다. 총의 감촉이 아닌 사람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느꼈다. 한은 자신이 오빠의 전철을 밟는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반대의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말은 와닿지 않았다. 부딪혀서 튕겨져나가는 공허한 말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걱정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20년도 채 안된 짧은 세월,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누군가가,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던 것은. 한은 총을 품에 넣는다. 사람이 죽은 장소에서 몸을 피하고, 그 자가 넘겨준 구깃구깃한 종이를 주머니에서 꺼내 펴봤다. '....모르는, 주소야.'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듯한, 알 수 없는 주소였다. 한은 무작정 파이가게로 걸어갔다. 그냥, 무언가가 될 것만 같았다. 주인이 없는데도, 능력이 가게 전체에 걸쳐 걸려있는, 환각으로 모습이 바뀌는 이상한 가게. 한은 둔탁한 문을 천천히 열었다. 그냥 이유없이, 그 곳에 있을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가게의 문으로부터 알 수 없는 빛이 새어나온다. 한은 얼굴을 찡그린다. 그 너머에 있는 곳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였다. --- 으아아 평소에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보니 아직 아무것도 전개 못시켰는데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오늘 새벽에 깨서 상태가 영 안좋아서 일단 이만 자고 좀 더 이을게요 죄송합니다 ㅠㅠ
  • >>17 앗 아닙니다! 한 주 안녕히 주무세요. 좋은밤 보내세요!
  • >>17 하찮다. 우습다. 임무를 수행할 때면 항상 그런 생각이 브라이언의 머리 속에 들곤 한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 현장의 동료들의 운명이 좌지우지 된다는게, 항상 아이러니했다. 정작 나는 여기서 이렇게 수척하고 형편없이, 그저 누워만 있을 뿐인데. 소금물이 담겨져 있는 탱크는 마치 관속같다. 내가 죽어 묻히면 이런 기분일까? 그 안은 결코 편하지 않다. 안식도 없다. 그냥 무(無) 그 자체일 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아. 깨어난 이 세계가 현실같지도 않아. 깨어난 후엔 주린 배를 채워야 하고, 은신처의 썩어가는 냄새에 코를 쥐어야 하는데, 내가 왜 깨어나야 해? 풀 다이브한 가상공간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신체의 무게, 삐걱대는 관절, 아직도 계속되는 왼다리의 환상통, 망가진 두뇌로 인한 만성적 두통… 깨어나고 싶지 않다. 동료에게도 핍박받았다. 나 때문에 자기가 죽을 뻔했다고 한다. 핏대를 세워가며, 내 얼굴에 침을 튀겨가며 언성을 높이는 그를 보면 이 일도 그만 때려치고 싶다. 도망치고싶어. 아니… 보고싶다. 얼마전 마주했던 그가. 만나고싶다. 얘기하고 싶다. 그 손의 온기, 환하게 웃던 표정… 다시 한 번 마주하고 싶다.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임무가 끝난 뒤, 초라한 행색으로 거리를 나선다. 하지만… 정말로 마주칠 줄이야.
  • 으악!!!다 쓴거 날아갔다!!! 앞으로는 에버노트에다가 써놓고 복사해야겠어요. 흑흑
  • >>19 파이 가게 너머에 펼쳐져있었던 것은 본 적 없는 도시. 처음 보는 풍경이, 이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한을 압도한다. 마치 미래도시. 과거의 사람인 한은, 처음 보는 것들로만 가득한 이 도시의 모습에 약간 어지러움을 느꼈다. 멍하니 있던 한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종이조각을 쥔 손과 함께, 보인 것은 자신의 모습. 변하지 않은 채의 자신이었다. 폴리스가 아닌, 평범한 고등학생 한 리온. 모습이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한 그녀는, 변하지 않은 자신대신 완전히 변해버린 세상의 모습으로 다시 시선을 옮긴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SF영화에서 나올법한 구조물들 또한 그랬지만, 영화의 앞 내용을 모르는 상태로 후속편만을 감상하는 것 같은, 압도적인 정보량이 그랬다. 한은, 걷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걷는다. 걷고, 걷고, 걷는다. 길을 잃어버리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잃어버린다고 해도, 어떻단 말인가. 이미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사랑하는 가족, 동경했던 사람, 평범한 삶. 한은 잃은 것으로 눈을 돌리더라도,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한은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기억 저편으로 밀어낸다. 그것들이 한의 전부를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도, 밀어내버린다. 낯선 도시의 풍경이 주는 산란함이 잦아들 즈음, 한은 종이조각을 펴본다. 아무리 달라봤자 사람이 모여사는 곳이다. 길을 찾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 사람이 적어준 연락처를 바라본다. 위치를 파악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한은 아까보다는 조금 익숙해진 건물들을 다시 바라보며, 그 사람이 있을 곳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걷고 걷던 끝에, 마침내 누군가와 마주친다. 처음 보는 얼굴, 헝클어진 검은 머리의 남성. 분명히 초면임에 틀림없을텐데도, 무심코 한은, 말을 건넨다. "브리안느?"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처음 보는 성인 남성에게 여자 이름을 부르는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답이었다. 어째서 알아볼수 있었을까. 같은 의족이라서? 바지에 가려진 의족을 한이 길러온 통찰력이 잡아내서? 미세한 기계 소리나, 다리의 움직임으로? 아니, 어쩌면 이것은 기적이었다. 이 곳에 가면 그 사람을 만나리라는, 근거없는 확신이 만들어낸, 기적. #글을 두번 날렸는데, 두번째에는 다행히 에버노트에 저장해둔걸 복사한거라 타격이 없었어요. 이거 닉네임#인증코드 로 레스달면 닉네임값이 인식이 안되고, 띄어쓰기를 꼭 해야하는구나!
  • >>21 구룡성채와 같은 더럽고 퀴퀴한 도시는 빛 하나 겨우 들어올 듯 어둡다. 그 어둠은 반짝이는 푸른 빛 홀로그램으로도 가릴 수 없을만큼 깊다. 무기질적 콘크리트의 건물이 마치 닭장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다. 하늘 위로 과시하듯 길게 뻗은 전선너머로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하늘다리가 보인다. 커다랗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댐을 지나 그나마 넓게 뻗어 탁 트인 주도로를 건너면 그곳에는 작은 임대 아파트 단지가 있다. 그 앞으로 나와 거리를 거닌다. 마치 좀비처럼. 헬쓱하고 수척해진 브라이언의 모습은 아마 꼴불견일 것이다. 며칠 째 먹지 않았지만 그간은 활동도 않았던데다 포도당을 계속 주입받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배가 텅 비어있었다. 허전하다. 몸이 무겁다. 움직일때마다 관절 하나하나가 삐걱인다. 그러나 골목 저 어귀에는 그가 있었다. 착각인가? 환상인가? 이런 기적이 있단 말인가? 말을 걸고싶다. 하지만 힘이 없다… "폴리스?" 겨우 힘을 짜내 웅얼거리는 소리로 말한다. >>20 >>21저런 ㅠㅠㅠ 그래도 다행이예요 백업해놨다니! 소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지만.... 흑흑 앞으로는 백업을 생활화 합시다(?)
  • >>22 폴리스 라는 이름이 불리자, 한은 무심코 웃는다. 이내 조금 더 선명히 웃더니, 소리가 나도록 활짝 웃는다. "푸하핫." 비밀암호를 대는 것 마냥 서로를 확인하는 것이,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히어로 놀이를 하는 어린아이들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기에는 너무 크고, 순수하지 못한 두 사람이었지만. 어렸을 때는 그런 놀이를 하며 놀곤 했었지. 꽤나 오랫동안 그 '히어로 놀이'를 이어가곤 했었는데, 언제나 즐거운 추억들은 쉽게 사라져가는 모양이다. 지나간 과거에 매달려 발버둥치면서도, 정작 행복했던 부분들은 전부 잊어버리다니. 문득 웃었다가, 눈 앞의 상대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평소대로 표정을 굳힌다. 육안으로만 봐도 확연히 쇠약해져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괜찮아요?" 곧 쓰러질 것만 같은 그의 팔을 부축하듯이 잡는다. 심하게 굶주린 상태인건가? 파이가게 안이었다면 무언가 먹을 게 있었을텐데, 이 곳은 한이 전혀 모르는 세계였다. 이후의 안내는, 그에게 맡기는 쪽이 나았다.
  • "…괜찮지, 않아요." 전신에 기력도 없고 몸은 비틀거리고 있지만, 뒤늦게서야 괜찮은 척을 하려한다. 그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까닭일까. 그렇지만 지금은 부축된 채…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탓일지, 허심탄회하게 말을 잇는다. "하지만, 뭐… 죽을 정돈 아니네요." 다소 능청스러운 말을 하며 싱긋 웃는다. 애써 지은 미소였지만, 결코 거짓되지는 않았다. "조금 외곽으로… 가죠. 여긴 너무… 누추하니까." 고작해야 이런 곳에서 맞이하기에는 손님 대접이 꽤나 박하지. 브라이언은 생각한다. 이곳은 하층민들의 거주구역이다. 미래사회란 자본주의의 말로를 보여주는 창이었고, 그곳에서는 돈을 가진자가 왕이었다. 브라이언은 그리 가난한 사람은 아니지만, 실재하는 세계에 대해 그리 큰 미련이 없었기에 이곳에 살아왔다. 아직도, 그에게는 실제 세계보다는 0과 1로 이루어져있는 가상공간이 훨씬 익숙했다. 어쩌면 파이가게에서 보였던 그의 모습들은 많은 경우 가짜일 지도 모른다. 현실의 추한 자신으로서 타인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만큼 더 당당했던걸지도 모른다. 결국, 그곳에서의 모습은 모두 가짜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브라이언에게는 진실과 거짓을 구별해낼 능력이 없었다. 가는 도중에 계속 이야기를 청한다. "먹고싶은 것 있어요? 이곳은 아마 처음… 일텐데." "돈은 충분히 있으니까. 좀 먹고 기운 차리면…"
  • >>24 "죽으면 안 되죠. 곤란한걸요." 진심어린 말투가 힘있게 말한다. 죽어버리는 것은 곤란하다. 언제나 그렇다. 당신에게도, 자신에게도, 누구에게도. 부축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를 따라 걸어간다.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면에서는 훨씬 진보한 세계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굶주리고 고통받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런 세계에서도 여전히 인간은 계속해서 무언가와 싸워나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비틀비틀대는 그의 몸을 지탱한다. 한은 브리안느를 꽤나 여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파이가게에서 그는 늘 가벼이 웃고 농담스러운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기때문에 생각한 것과는 달리 조금도 여유가 없어보이는 모습에 조금 놀랐으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사람은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일 수 없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자 가게에서의 그의 태도가 조금 더 이해가 되었다. 가게에서는 평소 여유있어보였던 모습때문에, 그의 충고가 그렇게 뼈있게 느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절박함을, 미처 다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같은 건 없어서요... 그 쪽이 원하는 대로 하면 돼요." 예의상 하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음식을 먹는 것 자체를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맛을 즐기지도 않았고, 배가 부른 느낌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평소에 음식 섭취 자체를 적게 하거나 빨리 해치워버리곤 했다. 한은 그저 자신보다도 브리안느가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식사에 그다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데도 파이가게를 찾아갔던 것은 어디까지나 가게에 대한 여러가지 소문, 주인이 과거에 히어로였다거나 빌런이었다는 이야기나 그 곳에 들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전투중이던 히어로나 빌런이 피신을 위해 자주 들르곤 한다고. 만약 그렇다면, 빌런에 대한 정보를 캐내거나 여차할 땐 기습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하층민들의 거주구역을 보면서, 한은 과거 자신이 살던 마을을 떠올렸다. 어느 게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아보기 힘든 미래도시와 달리 이 곳은 비교적 자신의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곳이었다. 금전적인 지원이 모자란 곳. 한이 살던 마을의 뒷골목에서는, 언제나 돈을 구하기 위해 굶주린 사람들이 산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죄없는 인간이 죄없는 인간을 죽이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중 하나가 된다. "기술의 발전이, 모든 인간을 위해서 사용되지는 않는 거군요." 기술의 발전. 능력의 발전. 모두를 충분하게 구할 수 있는 힘이 있더라도, 그것이 오롯이 인간을 구하기 위해 사용되진 않는다. 되려, 그것이 인간의 삶을 파멸시키는 방향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한은 입술을 깨문다. 피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깨문 입술에서 견딜 수 있는 통증이 느껴진다.
  • 지나가는 길에 죄송한데 >>6에서 SF 는 science fiction 이지 science funk가 아니에요 ㅎ 진지충이면 ㅈㅅ ㅎㅎㅎㅎㅎㅎ
  • >>26 사이버펑크는 SF의 서브장르이기 때문에 사이버펑크 = SF는 아니지만 호오옥시 사이버펑크를 모를 수 있으므로 부연한거예요. 야호!
  • >>25 "그럼… 정말 아무 곳이나 갑니다. 진짜예요." 브라이언은 비틀린 웃음을 짓는다. 그 특유의 냉소적인 웃음이었다. 나름대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조차 타인을 비웃는 것 같은 그 미소는 여전히 드러났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언제나 계급은 있어왔죠." 브라이언은 그의 말에 역시 쓴 웃음을 지었지만, 이내 얼굴에서 지워낸다. 마치 그것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처럼. 그건 아마도… 자신, 그리고 친지의 이야기이기 때문 아닐까. 남일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 "뭐, 이런 우중충한 얘기나 할 게 아니네요. 그럼 더 배고파지잖아." 이번에는 방금과 같은 비틀린 웃음도, 애써 지은 억지 미소도 아닌 진짜 환한 웃음을 보였다. 아마도 그와 같이 식사를 한다는, 그가 나에게 찾아왔다는. 그것이 신났던 거겠지. 브라이언은 발걸음을 향한다. 이런 성대하다면 성대할, 아니 거의 기적과도 같은 사건의 당사자를 맞이하기엔 많이 누추한, 어느 허름한 국수가게다.
  • >>28 "그 때, 당신에게서 연락처를 받아갔었잖아요?" 국수를 기다리면서, 한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문득 떠올라서 그 파이가게의 문을 열었더니, 이 쪽 세계에 와있었어요. 정확한 원리는 모르겠고요." 말을 끊을 때마다 일정 수준의 공백을 남겨둔다. 그가 말을 잇기를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단순히 원래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라 이야깃거리를 찾는데 오래 걸리는 것처럼도 보인다. "제가 살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구조로 되어있으니까, 길을 찾아가는게 꽤 곤란했지만요... 그렇지만, 어떻게든 만났네요. 브리안느." 조금 웃는다. 표정에서 변화가 크지 않은 점은 가게에서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다만 폴리스로서의 모습과는 달리 눈매가 그다지 날카롭지 않아 좀 더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검은 머리를 양갈래로 땋고, 둥근 안경을 낀, 지극히 평범해보이는 고등학생. 하지만 , 그와 같은, 복수자.
  • >>29 "…설마 다른 세계의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브라이언은 말했다. 그저 우연히 마주친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하긴 이전에 했던 표현―뇌를 직접 사용하는 능력―으로 미루어보아 이미 암시는 주어졌을 터.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이 좀 바보같아졌다. "그곳에서는 일종의 양자공명으로 인해 시공간 변이가 일어난건가…" 학구적인 성격 탓에 그런지, 그것을 굳이 뜯어보고자 하는 태도다. 순간 어안이 벙벙하여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군요." 브라이언은, 감회로운 표정을 짓는다. 아득해지는 표정. 깊은 감정에 빠진 표정.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나의 세계에…" 대뜸 폴리스의 손을 붙잡는다. 이전과 같이. 하지만… 이전의 감정으로서는 아니었다. "…그래도, 브리안느는 아니예요. 여기서는 브라이언." 아주 당황스럽다는 듯, 뺨에 붉은기마저 돈다. 표정이 휙휙 바뀌는 것이 퍽 재미있어보일 법 하다. "그러고보니… 이름을 아직 못들었군요." 역시 부끄럽다는 투. 이렇게까지 의미를 부여한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아직 듣지 못했다는것이 그에게는 우스운 일처럼 느껴졌다.
  • >>30 "그러게요. 저도 다른 세계라고는 생각 못했네요. " 이쪽 세계에 오고 나서야 확신했다. 그가, 자신이 사는 세계와 다른 곳에 살고 있으리라는 것을. 자신의 세계에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주소지나, 한의 지식으로는 작 은 모순이 일어나는 그의 증언들. 그것들이 어렴풋이 알려주고 있었던 사실이 지금에서야 확실해진 것이다. 손을 붙잡은 그에게 잠시 멈칫하다가 화답하듯 살짝 미소짓는다. 표정변화가 적은 한으로서 그의 표정변화는 신기하게 느껴졌다. 미소를 짓는 상황에서도 한의 표정은 입가만이 조금 움직였던 것이다. "감사받을 만한 일은, 한 적 없는데 말이에요."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한은 그가 그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그저 웃어넘긴다. "브라이언..." 브리안느라는 이름이 가명이리라는 것은 예측하고 있었다. 아마 원래의 이름에서 변형한 모양일테지. 가게에서는 여성의 모습이었기에 여성형으로 바꾼 걸까. "저는,'한'이에요. 한 리온." 한은 대답한다. 평소에 빌런의 간부급 되는 인물들을 자주 상대해왔기에, 브라이언을 보고 생각보다 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저씨 라는 말에 떠올리는 연령대가 꽤 높았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굳이 입 밖에 내지는 않는다. "이 곳은, 제가 살고 있던 세계보다 미래인 걸까요?" 곳곳에서 드러나는 확연히 앞선 과학 기술 수준을 보고 한은 생각했다. 뭐, 애초에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미래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타고난 능력이 없는 한으로서 이것은 환영이었다. 과학 기술이 초능력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발달되어있는 세계. 이런 세계라면 뛰어난 기술은 초능력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 >>31 살짝 미소짓는 작은 표정 변화에도 브라이언은 기뻐 웃음지었다. "아니요, 당신이 한 행동은 충분히 감사받을 일이예요." "때로는 작은 마음들이 큰 힘이 되지요." 답지않은 말을 한 것이 멋쩍어 머릴 긁적인다. "한, 이군요. 기억…해둘게요." 사실 브라이언에게 기억은 무의미했다. 어차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그가 경험한 모든 것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데이터 또한, 모든 종류의 전기신호와 마찬가지로, 훼손될 여지가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때의 풍경, 냄새, 감정, 맛, 감촉… 모든 것에 조금씩의 변화가 올 수 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과연 헛된 일일까? 브라이언은 생각했다. 브라이언은 참담하게 답한다. "이곳은… 네. 미래예요." "암울하고… 어두운 미래죠." 그는 거리를 둘러본다. 거리에는 돌아다니는 사람 하나 없고, 그마저도 대부분은 드럼통의 불을 쬐며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정도 뿐이었다. 모더니즘 사조 건축은 기능주의로 대표되는 무미건조함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런 황폐한 거리를 보면 그때의 건축가들도 생각을 달리했을 지 모를 일이다. 그에 대비되게 지구 안쪽으로 들어가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홀로그램들이 가득했다. 잘 정비된 도시는 고도로 섬세하게 설계된, 하늘 드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는 마천루, 푸릇푸릇한 생기가 가득한 공원, 넓고 쾌적하게 정비되어있는 도로, 모두의 한여름 중 빛처럼 발랄한 웃음으로 대표된다. 지구 바깥의 이런 풍경— 골판지를 덮고 자는 노숙자, 고물 전파상 앞에 놓인 먼지쌓인 브라운관 TV, 초췌한 몰골들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만약, 한의 세계가 일종의 평행세계라면, 그럼 지금의 세계에 뭔가 다른 노력을 가하면 미래가 달라질지도 모르죠." "뭐, 어차피 그냥 가정에 불과하지만요. 게다가, 이런 인생도 나쁘진 않은걸요." 부러 긍정적인 말을 하는 브라이언의 주된 의도는 화제를 돌리는 데에 있었다. 현실이 이미 어두운 와중에, 굳이 어두운 이야기를 나서서 하고싶지 않았다.
  • >>32 '미래가 달라진다'라는, 그 말에 한은 잠시 침묵했다.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한 이야기라는 것은, 그도 그녀도 잘 알고 있었지만. 한은 언제나 앞으로의 일들을 바꾸기 위해 움직여왔다. 그것에는 지금이나 앞으로나 변함이 없을 것이다.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건, 당연한 거니까요." 화제를 돌리려는 브라이언의 의도를 눈치채고, 한은 이쪽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깊게 파고 들어가는 것을 피하기로 했다. 한은 조용히 국수를 마신다. 지금까지 그에 대해 추측해왔던 것들이, 그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그렇기때문에 한에게 그는 어떠한 정보도 캐낼 수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쪽 세계의 일은 자신의 세계의 일과는 다르니까. 뭐, 그렇지만,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을 때때로 만나러 오는 것은. "그러고보니, 이 쪽 세계에서는 능력에 대한 개념이 다른가요?" 국수를 마시며 말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정보를 모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대화를. "능력에 관한 화제가 나올 때의 반응이 신경쓰여서, 물어봤어요." 폴리스가 브리안느의 능력에 대해 반응하자, 그가 의문을 가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과학기술이라는 상상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은 초능력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물었다. "...국수, 맛있네요." 이런 말을 함께 남겼다. 사실은 맛있건 아니건 그렇게 상관은 없었다. "괜찮은 곳으로 데려다주셨어요." 한은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에 꽤나 서투른 모양이었다.
  • >>33 "응? 아아." 능력에 대해 말하는 한. 확실히 그런 개념은 브라이언의 세계에는 없다. "제 능력을 예로 들어보죠. 음… 저는 전뇌를 이식받았는데, 그러니까… 뇌를 전자적 부품으로 갈아치운거죠. 제 능력은 그걸 사용한 해킹이고, 이건 전뇌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하죠." "그러나 제 전뇌는 특별하게 탑재된 물건이라서…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성능이 아니예요." "…돈이 많다면 누구든 가능한 일이지만." 브라이언은 말하고 나니 무심코 조금 머쓱해졌다. 이런 좋은 능력을 가졌건만, 정작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되는 일은,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해낼 때 정도밖엔 크게 없었다. 물론 임무중에는 해킹, 수집한 증거물의 빠른 확보, 사이버 렌즈와 연계된 망원 촬영 등이 가능한 아주 요긴한 물건이었다. "아, 참고로 초능력같은건… 없어요. 적어도 제가 알기론." 그러나 이는 확실치 않은 답이었다. 어딘가 여지가 남아있을 법한 답. "초능력이란건… 있으면 확실히 편하겠지만, 좋기만 하지는 않겠죠." 국수에 대한 한의 코멘트에 브라이언은 놀랐다. 아니, 조금 놀란 정도가 아니라 기함할 지경이었다. "…맛있군요. 깡통로봇이 만들어준 4달러 짜리 국수가." 속세의 욕망에 한해 지극히 금욕주의적인 면모를 보이는 브라이언도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브라이언은 한의 사고방식에 조금 이상이 생긴 건 아닌가 잠깐 의심하는 데에 이른다. "전 동의 안하거든요, 으으. 사실 여기 오고 나서 일분일초 내내 괜히 왔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였는데…" 브라이언은 눈에 띄게 동요한다. 감정이 격앙됐을 때는 감정을 감출 생각을 아예 안하는 듯 하다. "…그만큼 절 생각해주신다는 걸까요, 후흐." 하지만 한편으로, 갑자기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대더니 다시 배실배실 웃어버린다. 정말 쉬운 사람이다.
  • >>34 "완전하게 과학의 산물인거네요." 한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극도로 발달된 과학은 초능력과 구분되지 않게 될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실제로 확인하고 보니 신기하다고 느꼈다. 어쩌면 이 정도로 발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초능력이 아닐까. "제가 사는 세계에서는 초능력은 아주 당연하게 존재했거든요. 보통 능력이라고 표현하면 초능력을 의미해요. " 초능력을 가진 사람을 초능력자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초능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무능력자라고 표현하는 빈도가 훨씬 높다는 점이 이를 드러낸다. 명백히 초능력자 위주의 사회였다. "특히 예전에 살던 마을에서는, 초능력자의 비율이 굉장히 높았어요. 초능력이 없이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그렇기때문에 저는 꽤 오랫동안 저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왔죠." 모든 인간이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아주 많은 것들이 이루어졌다.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묻는 게 당연한 분위기에, 애초부터 능력이 없는 사람을 아직 능력이 발현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초능력은 애초에 노력으로 생겨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능력이 생기리라고 믿고 발버둥친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은 허탈함 뿐이었다. "도시에 나오고 나서, 무능력자는 무능력자 나름의 삶을 개척해나간다는걸 처음 알았어요. 초능력이 없으면, 자신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전시키는 거에요." 한은 도시에 나오고 꽤나 배신감을 느꼈다. 아주 오랫동안 자신이 당연함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당연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의 마을이었던 것이다. 무능력자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던 초능력자 위주의 사회였다. "저는 무능력자로 태어났어요. 친오빠는 초능력자중에서도 극히 드문 다능력자였던 것과 반대되죠. 아무도 제가 잘못된게 아니라고 알려주지 않았는데... 마을을 떠나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초능력의 유무를 떠나더라도, 기본적인 재능 자체도 뛰어난 편이 아니지만요, 저는. " 한은 권총이 숨겨져있는 방향을 바라본다. 치마 허리에 권총을 달아두고 윗옷으로 그것을 가려뒀다. 총을 능숙하게 쓰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떠올린다. "그래서, 무심코 타인의 재능을 동경하게 되는 것 같아요. " 한은 브라이언을 쳐다본다. 확연히 드러나는 표정 변화도, 한에게 있어서는 그의 재능처럼 느껴졌다. "...로봇이 만든 것인가요."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로봇이 국수를 만들었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평소에 배를 채울 수 있고 빨리 먹을 수 있냐를 판단 기준으로 해서... 국수는 합격이었어요. ...맛이라고 표현한건 잘못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한은 미각이 둔한 편이었다. 음식의 종류는 구분하지만 똑같은 종류의 음식의 경우 맛을 그다지 구분하지 않는 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맛에 대한 선호가 크지 않았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든 스테이크나 편의점에서 사온 냉동 스테이크나 둘다 스테이크 맛이 난다...고 인식했다. 차이를 못 느낀다기 보단, 차이에 따른 선호가 없었다. "어쩌면 당신과 있다는 사실이 이 싸구려 국수를 맛있게 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한이 말하는 당신에는 '재능있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전제되고 있었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랬다. 똑같이 초능력이 아닌 능력을 사용하면서도 한과는 확연히 다른 브라이언에 대한 평가였다. 말하자면, 호평이었다. "국수를 먹은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요?" 국수 그릇이 거의 다 비워져가고 있었다.
  • + 한과 폴리스에 대해 낙서해둔 것들. 브리안느도 살짝 상상으로 그려봤어요... 멋대로 그려버렸는데 이런식으로 가끔씩 낙서한거 올려도 될까요....!??
  • >>35 "어차피 저도 무능력자나 다를 바 없어요." 브라이언 또한 잘난게 하나 없었다. 타고난 머리도 좋은 편은 아니었고, 건강한 외향성도, 친화력도 없었다. 골격은 다소 크게 타고났지만, 그래봐야 아주 대단한 수준도 아닌데다 운동선수나 군인이 아니니까 크게 쓸모있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만약 제게 초능력이 있었어도 제가 싫어서 버렸을걸요. 그건 내 노력이 아니니까." 브라이언은 자신이 열등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많은 경우 부단히도 노력을 들여 자신을 가꾸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은 다른 욕구와 마찬가지로 일절 없었지만 그럴싸한 옷을 입고 자신을 가꾼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또 풀 다이브 했을 때 활동성 저하로 인해 몸이 망가질까 두려워 오히려 더욱 열심히 운동을 하곤 했고, 덕분에 다이브 하지 않는 보통인들과 비교해봐도 꿀리지 않는 탄탄한 몸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도 외로움은 대부분 운동으로 해소하곤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는 천성적으로 타고난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후천적 노력을 더 크게 평가하곤 했다. …물론 이룬 것은 많지만, 거기서 만족하지는 않았다, 결코. 언제나 이상은 높고 자신은 거기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곤 했다. '더 노력해야 해'. 그렇게 자신을 계속해서 채찍질하곤 했다. 게다가 그 병적인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가꾸어야 할 부분은 많았다. 예를들어, 여전히 자신의 사회성은 나쁜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리어 애써 밝은체를 하기도 했다. "...누구나 장단점이 있는거예요. 당신에게도, 내겐 없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가끔, 그렇게 내뱉고 나면 자신마저도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게 될 때가 있었다. '정말 되는 대로 지껄이는구나'. 스스로에게 그렇게 느끼곤 했다. 그래서 브라이언은 이 주제에 대해서 더 말하지 않고, 그저 함구하기로 했다. "...싸구려 국수임에도 좋은 맛을 내는건, 결국 사람이 개입하기 때문이죠. 당신에게 그런 의미인 것이, 난..." 브라이언은 그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말이 머리속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런 때에 굳이 말하려 애쓰지 않는게 좋다는건 경험상 잘 알고 있었다. "이 다음엔, 글쎄요. 도시구경이나 좀 가볼래요?" 문득 생각났다는 듯 소리치듯 말하는 브라이언. 즐거움에 대한 기대로 차있는 표정이다. 평소의 그가 어떠했는지와는 별개로, 지금의 그는 꽤 흥분해있었다. >>36 와, 좋아요! 제가 마다할 이유가 있겠나요, 다 좋은걸요! 그렇구나... 폴리스는 눈매가 좀 올라가있군요. 음, 킬러로서 활동할 때는 안경을 벗고 다니는거려나요?
  • >>37 "도시구경이라, 그거 좋네요. 저는 이 세계의 도시에 대해 조금도 모르니까요." 그가 즐거운 듯이 말하자 한도 살짝 입꼬리를 올려보인다. 그처럼 변화폭이 큰 표정은 잘 나오지 않는다. 펼쳐져있는 미래도시. 한은 무심코 건물들을 보며, 건물의 층이나 설계를 분석하려 하곤 했다. 저 정도 거리면, 반대쪽 건물로 총이 닿을까... 그러고보니, 고층 건물에서는 그런 일도 있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런 것들이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순수하게 거리에 대한 감상에 집중하려고 한다. 하지만 역시 잘 되지 않는다. "대단한 기술이네요." 그런 말을 꺼낸다. 자신이 살던 세계보다 훨씬 앞서있는 기술이니 당연하다. 건물이 가까이에 있자 재질이 어느정도 눈에 띈다. 이건 원래 세계에 있는 물질과 비슷할까? 총으로 쏘면 뚫을 수 있을까? 만약 이런 구조의 건물 구조를 활용한다면... ...계속해서, 무언가를 분석하고 활용하려 하는 자신의 사고에 한은 피로를 느낀다. 이 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큰 의미가 없어. 가정 정도는 될 수 있겠지만, 직접 원래 세계에서 모으는 것과 효율이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자신이 아무것도 없는 것 처럼 느껴졌다. 평소에 자신은 무엇을 좋아했었지? 무엇을 하고 싶었지? 오빠가 망가지기 전에는, 무엇이 되길 원하고 무엇에서 즐거움을 느꼈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 때의 즐거웠던 것들을, 지금에서 되돌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금의 자신은 그 때의 자신과 완전히 달라져버린 별개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떠올려보면 매일매일 열등감속에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 때도, 지금, 이것만은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자신에겐 타고난 재능도, 초능력도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능력이 상관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자신이 개발시켜온 재능들은 전부 악을 처리하기 위한 것들이었고, 그 행동에서 자신이 즐거움을 느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의무감뿐이었다. 어쩌면, 과거의 도피행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피하면 도피할수록 그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보는 것이 되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자신의 목적도 동기도 과정도 전부 다 과거의 일에서 비롯된 경험을 뿌리깊이 수용하고 있는데. 자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 언제라도,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고. 그 과정에서 희생당하더라도 상관없다고. 하지만 사실은, 삶에 그 만큼의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언제 죽어버리더라도, 상관없으니까. 스스로를 한 명의 인간으로서 생각한 게 아니라 무언가를 위해 움직이는 장치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다를 게 없지 않나. 맛없는 국수를 만드는 깡통 로봇하고. 자신을 살아있게 하는 것은, 미래. 미래를 위한 것. 미래에 대한 목표는 뚜렷하다. 빌런을 그 목숨으로 단죄시키는 것이다. 히어로. 혹은 그에 준하는 일. 하지만, 자신은. "목적이 불순하다면, 행동은 의미가 없을까요?" 문득 그런 말을 꺼낸다. 뜬금없는 발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자세히 설명하고 싶진 않았다. 이런 감정을. 자신의 모순점을. "...그러니까, 정의를 위해 행동한다면, 그 동기가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는 걸까요?" 그런 말을 하며 브라이언을 본다. 감정이 격해지고, 머릿속이 자기모순으로 인해 뒤엉키고 꼬여서 엉망이 되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정은 무미건조한 무표정 그대로였다. 아니,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표정이 자연스럽게 나오질 않았다. 괴로운 감정을 전하는 표정을 짓지 못했다. 즐거운 감정도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그 때는 입꼬리를 올릴 정도의 여유는 있었다. 다르게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얼굴은 자신의 강함의 증명. 자신이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의 증명.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더라도, 살아있을 수 있다는 뜻인 것이다. 다른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더라도. 그러니까, 들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 킬러로서 활동할때 딱히 의식해서 안경을 벗진 않아요! 평소에도 암살할때도 언제나 안경을 끼고 있어요! 다만,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근거리에서 육탄전이 벌어질 때도 있겠죠! 그럴때 안경이 자의든 타의든 벗겨지지도 않을까...생각했습니다! 사실은 별 생각 없었습니다!ㅋㅋ
  • >>38 "대단한 기술이죠." 어딘가 복잡한 감정이 섞여있는 말투. 그 대단한 기술 덕에 자신이 벌어먹고 살 수 있는 것이고, 그 탓에 많은 이들이 불행에 처한다.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 들었지만, 이런 반응은 공연히 스스로를 산란하게 만들 뿐이다. "…글쎄요, 그건." 뭔가 말하려다 말문이 턱 막힌다. 스스로에게 불현듯 떠오른, 그래서 다른 모든 말과 생각을 모두 일축해버린 그 생각에 놀란다. "…어떤 행동이든, 그 결과만 보이는 법이니까요." 동기가 아무리 순수해도, 아무리 뜻깊은 것이어도, 아무리 고귀해도, 아무리 정당해도… 사람들은 표면으로 드러난 그 행동 자체만을 본다. 그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라고 한다면 브라이언으로서는 간결하게 정의내리기 힘들었다. 그것은 그저 기계적인 사실로서 작용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동기가 어떤 것이든… 상관없는거예요." 설령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라 해도. 영웅이라고 결코 자칭할 수 없는, 떳떳하지 못한 동기라 할지라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은 그에게는 지극히도 일상적으로 따라붙곤 했다. 그리고 그 강박은 곧 죄책감으로 이어졌다. 다른 사람에게 유능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만족스레 봉사할 수 없다면 가치없는 인간이라는. 최근에 들어서는 그 강박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그 잔존한 것의 여파는 남아있었다. 그것은 어찌보면 자신을 향해 하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한은 분명 무언가를 말하려고 한다. 그의 어투와 다소 상황에 맞지 않는 질문으로부터 간접적으로 낌새를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최근 그의 마음을 산란하게 만든 무언가가 있었겠지.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뭔지 도저히 읽어낼 수 없었다.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그것을 강제로 읽어낼 수도 있었다. 아니, 그것 뿐만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든. 그에게는 그럴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만족에 위배되는 일이었다. 자신의 순수한 오감만으로 이 임무를 수행해내고 싶었다. 자신의 노력만으로. 브라이언은 어딘가 가슴이 답답해지는 감각을 느낀다. #오… 과연과연, 그렇군요.
  • >>39 "상관 없는 걸까요." 그렇게 말한다. 침묵한다. 한은 그동안 자신이, 과정이 과격할 지언정 정의를 위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악을 없애고, 악을 줄여서, 인간이 악에 물드는 것을 방지한다. 악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하는 일은 히어로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히어로와 자신은 달랐다. 한은 '사람을 구한다'는 것이 근본적인 자신의 목적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히어로는 사람을 구한다. 그리고 악의 조직에 속해있는 자 또한 사람이었다. 그렇기때문에 빌런의 개화를 돕고, 설득하고, 새로운 삶을 돕는 과정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악을 줄여나가면 악에 물드는 사람도 사라지니까. 하지만, 악에 조금이라도 손을 뻗은 자에게 한은 냉정했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니, 책임을 지라는 태도였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믿었다. 그랬다. 그랬으나. 개화하는 빌런. 그것에 대한 생각에서, 한은 자기모순을 깨닫고 말았다. 만약 악으로부터 사람을 구하는 것이 자신의 목적이라면, 빌런의 개화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사항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악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는 빌런을 좋게 바라볼 수 없었다. 그것은, 단순히 그 자가 속죄해야 하기 때문에? 그 자가 저지른 일들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아니,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자기자신이, 자기자신의 삶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까. 뿌리깊은 열등감. 그것이 이유였다. 풀이 반짝이는 공원, 찬란한 도시에서, 한은 생각했다. 이 세계는, 자신의 모순을 지적하는 것 같다고. 차마 다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도시와, 황폐한 바깥의 거리. 도시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자기자신의 모습. 눈부신 타인의 삶에 열등감을 가지고 마는 이 추한 일면을, 비난하고 있는 거야. "브라이언. 저는, 인간의 재능을 사랑하고 있어요." 재능. 사람의 능력. 자신에게 없는 것을 동경하고, 질투하고, 그러면서도 사로잡힌다. 애정한다. "그것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그 사람의 삶에서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죠. 그 종류 또한 다양하고, 같은 재능이라도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나요." 그리고 재능이 없는 자신. 타고난 능력이 없는 자신.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능력을, 그저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기르고 있는 한 리온이라고 하는 인간. 브라이언의 얼굴을 보지 않으며, 그런 말을 꺼낸다. "그렇게, 완전히 같은 부분 없이 서로 다르다는 것에서, 사람은 각기 다른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가져요." 하지만 자신은 가지지 못한다. 자신은 그런 재능이 없으니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평범한 능력 뿐. 그리고 정신의 고매함도, 순수하고 찬란한 동기도 가지지 못한 삶의 방식은, 아름다움을 나타내지 못한다. 목적도 동기도 수단도 능력도 아름답지 못하다. 추하다. "...당신의 표정 변화도 그런 재능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 시시각각 변해가는 브라이언의 표정을 보며,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던 것을 한은 말한다. 한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땋은 머리카락이 나풀거린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의 모습이, 그저 일렁인다. 말을 삼킨다. 입을 꾹 다물고, 자신의 열등감을 꾹꾹 눌러담는다. 사람에, 세계에, 열등감을 품어버리고 마는 자신의 못된 버릇을 감춘다. 드러내봤자 아무 소용도 없고, 그것이 자신을 더더욱 열등하게 만들 뿐일, 그런 모습은, 드러낼 필요가 없다. 한이 쓸쓸한 듯한 표정으로 살며시 웃는다.
  • >>40 “…당신에게는.” 브라이언은 그 한순간 불현듯 한의 마음을 깨달았다. 그의 직감은 마치 계시와도 같이 귓전에서 뇌리에로 속삭인다. 설령 그것이 아주 작은 편린이라고 할지언정, 그 내면에 감추어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순간 말문이 막혔다. 말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지자 그것을 쉬이 내뱉기 힘들어졌다. “당신은…” 이런 사회적인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무슨 말을 해도 되는 입장인지. 기분이 나빠지지 않을지. 말을 내뱉고 나서 후회한다 한들 그 상황을 돌이킬 수 없다. 한의 마음도, 브라이언의 마음도 상처입고 말 것이다. 의미있는 사람을 대한다는 것은 그런 식이었다. 떨어지지 않는 입. 오랫동안 유지된 정적 속. 브라이언은 한의 양 어깨를 붙든다. 억센 팔, 억센 손. 하지만 상냥하게 말했다.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요. 그래도…" 백마디 말보다 더 강렬한, 더 유효한 행동. 그대로 양팔로 한을 꽉 안았다. "괜찮으니까…" 짙은 향수 냄새. 중후한 우디 계열의 향내가 물씬 풍겨온다. 도로 한가운데, 드문드문한 인파 속. 둘은 잠시간 그러한 상태를 유지한다. 브라이언은 따스하고 부드러운 온기를 느낀다. 둘의 적당한 키차이가 서로에게 더욱 밀착하여 안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한이 품은 온기, 향, 눈물겨운 속삭임, 선선하고 다소 무겁게 깔린 밤공기, 흐리게 아른거리는 도시의 불빛… 이 모든 것을 온전히 기억해내려 한다. 전뇌 기억장치가 아닌 스스로의 해마,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내측두엽에 묻어 저장하게끔. 그리하여 기억장치에 로그인 할때면 자동적으로 부팅되는 감정판별 소프트웨어며, 주변 제반상황들을 시각적으로 표시하기 위해 떠오르는, 그 순간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전혀 불필요한 산란한 텍스트들을 무시할 수 있게끔. 그때의 그 상황, 그 온기가 브라이언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든다. 그것이 단순히 체온이 올라감으로서, 혹은 극도로 긴장해서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생물학적 반응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어느 순간, 자신이 느껴왔던 가슴의 그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추측할만한 중요한 단서를 하나 얻었다고 생각한다.
  • >>41 괜찮으니까. 괜찮다, 괜찮은 것일까. 자신을 끌어안은 그의 온기가 느껴진다. 누군가의 따스한 품에 안겨 듣는, 다정한 말. 시간의 흐름마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안정감이 그 곳에 있었다. 한은 잠깐, 아주 잠깐이지만, 울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굳어져있던 표정이, 풀려버릴 것만 같았다. 마치 마법처럼. 초능력이 조금도 없는 세계에서, 마법 같은 표현을 쓰다니, 우습다. 한은 브라이언에게 껴안긴 채로 팔을 뻗어 그를 꼭 안는다. 그녀의 팔로 다 품을 수 없는 넓은 등이 한의 양팔에 꼬옥 품어진다. 그리고 그대로 있는다. 그냥 그대로 있는다. 괜찮아도 되지 않을까. 지금은, 괜찮아도, 괜찮아.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 괜찮은 기분에 몸을 맡기고, 지금은 그냥 이렇게, 있자. 그대로. 그려낸듯한 낯선 도시에서, 오늘 처음 보는 모습의 사람을 껴안고, 안도감을 받아도. "...고마워요."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소리가 한의 입에서 자그맣게 새어나온다. 그 후의 도시구경에서 한은 담담해질 수 있었다. 비록 한이 가지고 있던 복잡한 감정이나 열등감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는 않았으나, 지금만은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상한 일이지만, 그런 기분이었다. 적어도 이 곳에서 그와 함께 있는 동안만은, 괜찮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은 도시구경을 마쳐갈 즈음, 문득 그런 말을 꺼냈다. "이번에는, 당신의 세계를 구경했으니, 다음에는 저의 세계에 오지 않을래요." 제안인지 요구인지 모를 투로 한은 그렇게 말했다. 도시 구경중 어쩌다가 손에 넣은 메모지와 펜을 꺼내더니,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 인쇄한 듯이 정갈한 글씨와 보기 쉽게 그려진 약도가 메모지에 나타난다. "여기에서, 표시해둔 곳이 저의 집이에요. 보통 제 일을 하느라,집을 비울 때도 많지만." 한은 작은 열쇠를 브라이언의 손에 쥐어준다. "죽이러 와도, 괜찮아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의미심장한 얼굴로 한은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 암살을 하는 한에게 주거지를 알려준다는 것은 그 정도의 의미였다. 이 정보를 내놓는 것으로 상대에게 살해당하더라도 상관없다ㅡ 정말로 그에게 죽기를 바라는 것인지, 단순히 때에 안 맞는 농담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분명 이것은, 무언가의 각오가 되어있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 >>42 "나의 세계에 찾아온 살인자는 너무 로맨틱하잖아요." 한의 말에 피식 웃으며 받아치는 브라이언은 그 말을 정정한다. "나의 세계에 찾아온 지인이, 조금 더 괜찮네요." 열쇠와 메모지를 받으며 말한다. 어떻게 보면 선을 긋는거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신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같은 말을 하기에는 브라이언의 이성이 그것을 아직 견디지 못했다. '순간의 감정변화일 뿐이야.', '최근 마음이 약해진 탓이야.' 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거라면 어째서 자신이 이 사람을 안고있는 지를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순간의 감정에 자신의 선택을 위탁해버린 것일까. 충분히 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지 않은가. 그래, 대뇌변연계에서 신경자극물질을 뿜어낸 까닭이다. 일종의 속임수다. 이렇게 스스로를 속이려 들고,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암시를 거는 이유를 브라이언의 의식은 몰랐지만 사실은 지극히도 당연했다. 사람에게 배신당한 기억. 그리고 다시는 그런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욕망. 그것이 원천이었다. 그러한 연유로 이런 모순적인 사고방식과 자기합리화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도시는 평소와 같지 않은 따뜻한 빛을 뿜어낸다.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마치 초신성폭발 구름과 같이, 뿌옇고 흐릿하게 화한 빛들의 무리가 보인다. 얼룩진 시야 너머로. 하지만 브라이언의 시지각 체계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이 현재 껴안은 사람의 이 체온, 향, 질끈 묶여 살랑거리는 머리칼, 그리고… 앞으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그저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을 따름이다. "…꼭 갈게요."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브라이언은 결국 이러한 말을 건넨다. 그로서는 아주 용기를 낸 행동이었다.
  • >>43 "네. 꼭 와주세요." 따스한 사람. 한의 브라이언에 대한 평가였다. 한은 무미건조한 사람이었다. 그것은 선천적인 부분도 있고, 환경때문도 있었다. 재능이 없다는 열등감, 당연함에 속하지 못했다는 소외감은 한을 외로움에 익숙해지게 만들었다. 거기에 소중한 가족이 전부 사라졌던 그 때, 한은 완연히 마음을 닫았던 것이다. 자신은 의무만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한의 행복했던 추억들은 최악의 결말로 전부 망쳐져버렸다. 즐거웠던 추억의 장본인은 자신의 모든 것을 집어삼켜버렸다. 그러므로 한에게 더 이상 과거는 남아있지 않았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열등감과 증오만이 한 리온 그 자체가 되어 존재하고 있을 뿐. 미래 뿐이었다. 한에게 남아있는 것은. 과거가 다 닳아 없어질때까지, 악의 흔적이 세상에서 사라질때까지, 자신을 세계라는 커다란 기계장치를 굴려가는 톱니바퀴로서 여긴다. 세계의 선을 위하고, 악을 처치한다. 그 과정에서 희생이 있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세계에서 태어난 이상, 어느 날 빌런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할지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그보다도 못한 삶으로 굴러떨어지게 될지도. 이것이 어딘가 망가져있는 생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모순투성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행동할때 한은 비로소 살아있는 것 처럼 느꼈다. 자신이 무언가 해냈다고. 재능이 없는 이 손이 달성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악당을, 살해할 때. 악을 살해하며, 한은 조금이나마 구원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분명 처음의 명분은 오빠의 일이 반복되지 않게, 악이 퍼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악을 없애기 위해서. 그러나 자신은 그런 숭고한 목표를 위해 움직이기에는 너무나도 망가져있었고, 이제는 의무감과 자기모순만이 남아 자신을 움직여갈 뿐이었다. 자신은 영웅이 될 수 없었다. 이제는, 그 망가진 감각속에서 악을 살해하는 자신만이 자기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줄 뿐이었다. 영웅적인 행위를 명분삼고 있었던, 단순한 폭주기관차였다. 오빠의 길을 따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럴 리 없다는 것쯤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천과 자신은 같은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 무엇보다도, 재능이 자신을 집어삼킬 수는 없었다. 그런 것은,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만약에 자신이 멸망한다면, 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맞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모두에게 기대받은 사람. 누구에게도 기대받지 못한 사람.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 어느부분도 뛰어나지 않은 사람. 재능있는 사람이 맞는 최후가 그런 것이라면, 자신의 최후는 훨씬 처절할 것이다. 브라이언에게서 한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가족애와도 유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행복했던 가정이 끔찍하게 끝나버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혼자가 되어버린 자신이, 무언가, 대체할 것을 찾듯이. 친오빠와 닮지 않았으며,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주는 다정한 사람에게, 흡사 가족에게서 느끼는 것 같은 감정을 느낀 것이다. 다리를 잃은 사람이 의족을 필요로 하듯이. 한은 그것이 바람직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사람은 대체품이 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따위는 내다버린지 오래인 한이지만, 머리로 어렴풋하게나마 인지하고는 있었다. 그의 따스함을 당연하게 느끼고 집착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그의 다정함을 이용하는 행동인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그런 행복은 언젠가 부서지기 때문에. 한은 알고 있었다. 태어나고 자라며 당연하다고 느껴왔던 생활도 하루아침에 허무하게 무너지는데. 파이가게에서 만난 인연인 다른 세계의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한은 그가 자신의 오빠와 조금도 닮지 않았기에 안심했다. 그가 최소한 자신이 아는 방법으로 끝장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끝장이 날 차례라는 것이다. 이미 자신은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안다. 평범하게 행복해지기에는 세계의 모든것이 덧없다는 사실을 뼛속깊이 깨닫고 말았다. 행복에 몸을 담갔다가는 절망속에서 너무 오래 숨쉬어온 자신은 익사해버릴 것이다. 인간같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엔 자신은 어쩔수 없이 인간이었다. 스스로 죽어버리기에는 매듭짓지 못한 과거의 감각이 뚜렷했다. 미래를 위해 몸을 던지기에는, 모든 것이, ...덧없었다.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인다. 그의 괜찮다는 말을 떠올린다. 그 말은, 자신을 안심시켜주는 것 같다. 인간다워질 수 있으리라는 착각마저도 드는 것 같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기계장치의 임무로 돌아갈 뿐이다. 빌런을 죽이고, 악을 없애는 것. 그러니까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도록 하자. 초능력이 당연하고 히어로와 빌런이 싸우는 것이 당연한 세계로.
  • >>44 으악! 인증코드 다는걸 깜박했네요! 대충 이렇게 되었으니 다음에는 아마 브라이언이 한의 세계로 오게 되겠네요! 꼭 챕터 하나가 끝난 것 같은 기분..! 한을 굴리고 있는 제 심정은 짤방이 대변해줍니다... 좋은의미로든 나쁜의미로든 한이 정말 오너랑 별개의 한 사람으로서 알아서 굴러가고 있는 기분이에요. 하하하 야... 너 어디가....
  • >>4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히 한 너무 귀여워요...! 음 저는... 브라이언을 굴리는 저도, 브라이언 자신도 지금 상태를 원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섴ㅋㅋㅋㅋㅋ 아주 이질적이네요... ㅅ ㅣ ㅁ ㄹ ㅣ ㅁ ㅛ ㅅ ㅏ 어렵다 .. . .... 아, 그럼 >>44로 막레하면 될까요? 다음 장면은 뭘로 하는게 좋으려나 히히후
  • .>>46 흐익 한 귀엽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ㅜㅠㅜㅠㅠㅜ 브라이언도 귀여워요....헝헝.... 흐헝헝.... 넹ㄴ넹 그렇게 해주시면 될거같아요!! 야호야호 상황극 잼있다 우어어어어어어
  • >>47 예! 다음엔 한의 세계로 가서 아마 한의 추억의 장소같은 곳에 가는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과거에 붙잡혀 사는 한 ㅠㅠㅠ 빨리 해결해주고싶지만 능력 밖이라 그저 안쓰럽게 쳐다볼뿐인 브라이언.... (찌통 그러고보니까 브라이언이랑 한의 관점차이라고 할게 보이는데 브라이언은 그냥 막연한 호감+대뇌변연계의 농간으로 서서히 피어오르는 감정일 뿐인데 한은 거기에서 오빠의 모습을 약간씩 비추어보고 있네요... 뭔가 하면 안될 짓을 하는 느낌....... 사실 현실적으로 바라보자면 이 이후에 뭔가 다른 것이 개입하지 않는 이상은 둘이 이어지기 좀 힘들잖아요. 브라이언은 간간히 임무도 있고, 동료나 지인들이 방해도 놓고 하니까.... 저는 좀 비극 취향이라서 "파이가게에서 만난 인연"일 뿐인 브라이언과 한이 비극적으로 갈라서는 것을 생각해봤지만... 그건 너무 슬픈거같아요 ㅠㅠㅠㅠㅠ 으아아 둘이 잘 되었으면!!
  • >>48 헉 추억의 장소도 좋네요...!! 완전하게 과거에서 벗어나고 나서 자신의 트라우마이자 추억의 장소였던 곳에 브라이언과 함께 가서 마음을 정리하는...그런 결말도 생각해뒀었어요...! 그러고보니 저도 한의 세계에서 브라이언을 한이 어떻게 데리고다닐지도 생각해봐야겠네요 으음...!! 파이가게에서의 모습의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한의 경우 성인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보니까...!! 한의 과거의 커다란 부분이 오빠와 관련이 있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바라보면 그렇죠.... 개인적으로는 꼭 커플결말이 아니더라도 둘이 어떻게든 계속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으면 좋겠는데...!ㅠㅠㅠ
  • >>49 한을 얽매고 있는 과거로부터 벗어나야 할텐데요 ㅠㅠ 사실 어서 달달꽁냥을 하고싶다는 브라이언주의 욕망이 숨어있는 것 같지만요... ㅋㅋㅋㅋㅋ!!
  • >>50 힝힝 맞아요 빨리 포카포카한 전개 들어가고 싶고 ㅠㅠㅠ 경품사격에서 못생긴 사자인형 쏴가지고 브라이언에게 선물로 주고 막.... 원래는 한을 이렇게까지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에요... 오너가 잘못했다... 미안해 한...미안해 브라이언....
  • >>5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라이언은 개싸움(?)은 그럭저럭 하지만 사격은 잘 못해서 정말 적절한 그림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 한이 빠진 절망의 늪은 너무 깊은데 어떻게 빠져나오게 할수있을지... 괜찮아요 브라이언은 안지치니까! 노숙하면서 얻은 깡다구가 있으니까요!! (?)
  • >>52 아앗...!(두근!) 브라이언의 깡다구...! 흐흑 오너입장에서는 야 빨리 너 브라이언이랑 더 친해지란말야 슉슉 슉 해주고싶은데 ㅔ.... 캐릭터라는게 참 오너 맘대로 굴러가는게 아니네요....이게 자식새끼 키우는 기분이라는 건가.....
  • 이런것을...트레해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송합니다... 그저 귀여운 브라이언이 보고싶었어요......
  • >>54 아니 이런 세승에.... 세상에!!! 한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겁니까...... ㅠㅠㅠㅠㅠ 하트 중간에 날아오다가 뾱 하고 터진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뚱한 표정의 한이 너무 좋다 ㅠㅠ 왠지 한이는 표현이 잘 없어서 겉으로 드러나기로는 브라이언 혼자서 애정공세 펼치는거처럼 보인다는 점이 진짜 최고죠 ㅋㅋㅋㅋ ㅠㅠ 저도 뭔가 연성을 하고싶지만 그림 실력이... 큽....... 커미션이라도 넣어야 하는거신가....
  • >>53 ㅋㅋㅋㅋ ㅠ 그러게요.... 어쩔수없지만 한이는 그 수라의 길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야.... 아니 브라이언에게 도와달라고 해보죠! 분명 잘될거예요!!
  • >>55 헤헤 귀여워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아무래도 한은 붙임성이 제로니까요... 소중하게 느끼는 방향성도 방식도 브라이언하고 많이 다르다보니 그렇게 드러나는 면이 있네용 우아아 무리하실 필요 없어요 ㅠㅠㅠㅠㅠㅠ 그러면 제가 너무 죄송해져서....
  • >>56 아무래도 최소한 3챕터정도는 되어야 한이 어느정도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흑흑 사실 오너인 저도 잘 모르지만요 결국 모든것은 한이 갈 길... 과거해방의 그날이 올때까지 오너인 저는 저런것처럼 뻘한 낙서같은걸 뿌리면서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겠습니다....⭐
  • >>57 ㅠ.ㅠ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사실 한 브라이언 페어로 서로 안고있는 짤을 보고싶었을뿐,,,,) >>58 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지금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빠른 진전이 있어야..... 다음 장면은 뭐죠?? 빨리 구원서사를 진행해야겠어요 ㅋㅋㅋㅋ
  • >>59 흠.. 다음에 그려볼까요...!! ><>< 일단 저는 그런 장면을 생각해봤어요... 1챕터 후 어느정도 지난 후의 평소처럼 일 마치고 한이 돌아오니 브라이언이 미리 집에 들어와 기다리고 있었던..그런거...! 막연하게 그런거.. 인데 브라이언이 한 집에 가던 중에 마주쳐도 상관없고 집앞까진 왔는데 들어가는걸 망설이고 있어도 상관없고 아무튼 이번엔 브라이언쪽이 한 세계로 오는걸... 괜찮을까요!!?
  • 엇 스레미아...! 미안해요ㅠ
  • >>60 앗 좋아요!! 히히 그럼 그런 ㄴ내용으로 첫레 쪄오겠ㅅ브니다...!!!
  • >>62 두근두근 기대하고 있을게요!!!!
  • '받아버렸다…' 열쇠를 받은 브라이언은 꽤 오랫동안 그에 대해서 고민했다. 확실히 그 자체로만 보면 꽤나 로맨틱한 말이다. 자신만의 공간에 들어오도록 허용해주는 말, 그리고 그 열쇠를 건네준 행동. 모두 그 자체로만 놓고보면 제3의 관찰자를 감탄케 하는 그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사는 이는 낭만만을 쫓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거 말이 좋아 초대지, 사실상 주거침입죄 아닌가? 갔는데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먼저 도착하면 어떡하지? 친구나 뭐 그런 사람들이 도착하면? 아님 그냥 가다가 마주친다거나. 그럼 난 스스로를 뭐라고 소개해야하지? 파이가게에서 마주친 적 있는 잘 모르는 사람? 물건 놓고가서 찾아주러 왔다고 할까?' 안그래도 방금 CPU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고된 작업을 하고 오던 길이라 그의 두뇌는 더욱 더 큰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중노동임이 틀림없었다. '젠장, 시간외 수당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은데.' 짜증과 불만 속에, 그는 한의 마지막 표정을 떠올려낸다. 무표정한듯한 그 얼굴에서 문득 피어오르던. 슬픔과 기쁨이 어지럽게 섞여있는 듯 하던 그 표정. 그저 착각이었을 수 있지만. 어쩌면 그때를 기점으로 하여 서로는 서로를 의미있는 존재로서 여겼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는 실례일까. 아니, 되레 조금의 결례를 범한다 해도 그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브라이언은 긴 생각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것이, 브라이언이 한의 집 거실 의자 위에, 다소곳하게 다리를 모아 앉아 기다리게 된 까닭이며, 경위였다.
  • >>64 악당은, 언제 죽어버리더라도 보호받을 수 없다. 히어로와 악당의 대립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간다.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던진 히어로가 죽어가는 가운데, 악당의 목숨을 신경써줄 사람은 같은 악당 외에는 드물었다. 그 같은 악당조차도 꽤나 냉정했다. 누가 언제 죽어버리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였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죽음이 찾아온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에 연연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아무 이유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잔인한 사회였다. 살해 방식에서 고유의 능력이 티가 나는 초능력과 달리, 총은 누가 잡더라도 똑같은 총이었다. 그렇기때문에 그것이 히어로와 대립중 죽은 것인지, 같은 빌런에게 개인적인 원한으로 살해당한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그 와중에 아무런 진영에 속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이유로 빌런을 살해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그것도, 무능력자인 평범한 고등학생이라고는. 한은 오늘도 사람을 죽였다. 흔적은 남지 않았다. 먼 곳에서 쏘는 것에 성공했다. 한 번에 죽지 않아서, 총알을 한 발 더 낭비해버렸지만, 역시 원거리에서 해결했다. 살려달라고 짜내는 목소리도, 바들거리며 뻗는 손도, 못본 체 해버린다. 이런 인명경시가 잘못되어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애초에 잘못된 것은 이 사회라고 자기합리화하며 한은 뒤돌아선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그가 있었던 것이다. "브라이언?" 아마 한이 상상했던 그림은, 이것과는 다른 형태였던 것 같다. 문을 열자마자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을 보거나, 평소처럼 집에 들어와 앉았는데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져서 봤더니... 아니, 상상의 내용이 전부 암살이지 않은가. 왜 평범하게 초대받아와서 들어와있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는 걸까. 그 점이 한 다운 부분이었다. "죽이러 왔다기엔 너무 얌전한 모습인데." 그렇게 말하고 한은 정정한다. "아니, 지인으로서라고 했죠. 음. 네." 하지만 여전히 암살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 것인지, 한은 계속 뭔가 중얼거린다. 아마 막 일을 마치고 와서 암살자의 한 리온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것도 이유가 아닐까. "그렇지만, 그렇게 대놓고 앉아있으면 기회를 노리기 힘들텐데... 이 집에도 의외로 숨을 곳이 많고, 사각지대를 이용하거나... 아니. 키가 무리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그러다가 문득 우스워서 웃는다. 본인이 정정해놓고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잘 왔어요. 브라이언."
  • >>65 브라이언은 문득 자신의 꼴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그래서 유난히 퉁명스런 투로 대답했다. "잘 찾아왔다고 칭찬해주셔도 되는데. 저 길치니까." 이 세계로 오면서 이런저런 적응안되는 점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본래 탑재된 네비게이션 기능이 작동치 않는 것이었다. 결국 그의 두뇌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어있는 원초적 소프트웨어, 즉 공간지각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했다. 그뿐이랴, 다른 첨단기술들도 이곳에 와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런 소프트웨어, 이런 디바이스는 그 누구도 본 적 없을테니까. "그건 그렇고 당신이 마조히스트인줄은 몰랐는데요." 비틀린 웃음을 짓는 브라이언은 약간은 자조적으로 보였다. 어딘가 본색을 드러내는 것도 같다. 결국 그의 심성은 배배꼬였으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반항적인 인생을 살 리 없었다. "계속 자신에게 벌을 주고 싶은 것 처럼 보이네요." "의미가 있을 진 모르겠어요. 전 당신의 저승사자가 아닌걸요." 그렇지만 지금의 그는 자신이 의미두는 이 앞에 서있었다. 그 본색 위에 상냥함을 덮는다. 결국 이 상냥함의 덮개가 사라지면 그 아래로는 추한 몰골뿐이 남지 않는것일까. 그렇다면 이 사람은 그 모습에 환멸해서 떠나갈까. 그런 생각이 문득 뇌리에 스친다. 마음이 약간은 심란해졌지만, 애써 감추려 든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 희노애락이 금방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이다.
  • >>66 "잘 찾아왔어요. 브라이언." 한은 살짝 키득거린다. "그런 취향은 없어요. 그냥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브라이언의 말에 꽤 진심으로 대답한다. 그가 약간 비꼬는 투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 언제 누구에게 살해당해도 모르는 일이죠. 그렇다면 최소한 살해당할 상대 정도는 고르고 싶어서요." 진심이었다. 언제 죽을 지 모른다면, 올바른 사람에게 죽고 싶었다. 비교적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일반적인 시민이나 영웅의 손에. "이세계인이니까 증거도 남지 않을 거고요. 뭐. 당신이 저를 죽이고 싶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렇게 말하더니, 잠시 침묵한다. 너무 이 쪽의 비뚤어진 얘기에 깊이 들어갔다. 이야기를 돌리는 편이 나을 듯 하다. "모처럼의 손님이 찾아와주셨으니, 집주인이 요리를 대접하도록 할까요." 당신이 잘 찾아와준 것도 기념해서요. 라고 덧붙이고, 한은 앞치마를 두른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할 기세이다. "걱정하지 말아요. 이래뵈어도 중학교때부터 독립했다구요? 당신을 실망시킬 요리를 내오진 않을거에요." 열 네살 무렵 가족을 잃은 한은 이후 다른 도시로 이주하여 홀로 살게 되었다. 과거 살던 마을이 온갖 빌런으로 둘러싸여 점차 위험구역이 되어가자, 경찰과 히어로도 다수 투입되어 주민들을 도왔다. 한의 이주를 도운 것도 어느 경찰이었다.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폴리스의 모습은 이 때의 기억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글지글 끓는 소리, 가볍게 칼질하는 소리가 기분좋게 주방을 울린다. 한은 한 손에는 타이머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레시피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 물의 양, 재료의 비율, 불을 쓰는 시간, 메뉴의 영양소 구성을 하나하나 분석해가는 진지한 한의 모습이 보인다. 요리가 다 되었음을 알리는 타이머 소리가 주방에 울린다. 한은 꽤 그럴싸한 모양새가 된 요리의 뚜껑을 열고 내심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수저로 떠서 한 입 맛보더니, 감상 대신 효과음에 가까운 무언가를 내뱉는다. "음." 한은 그대로, 조용히 냄비를 통째로 냉장고에 집어넣는다. 앞치마를 풀고 잘 개서 원래 있던 장소에 넣어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브라이언에게 그렇게 말한다. "...모처럼의 손님이 찾아와주셨으니, 어딘가에서 외식이라도 하도록 할까요." 무표정한 한의 얼굴이,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없었던 것 취급하고 있다.
  • >>67 살해당할 사람을 고른다라. 하기야 호사스럽다면 호사스러울 일이지. 하지만 브라이언은 영 석연찮아 뒷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한은 요리를 대접해준다고 했다. 손수 만든 요리를. 집주인으로서. 앞치마를 두르고. 말은 않았지만 브라이언은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무언가의 변화인걸까, 그것이 이리도 빠르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싶어서 나름대로 기특하기도 했다. 물론 그가 '기특함'을 느낄 위치는 아니었지만. 그러나 몇번의 칼질과 몇번의 불질 끝에, 그 기대는 모두 수포로 돌아간 모양이다. 약간은 체념이라도 하듯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렇지.' "단 둘이 집에 있는 것도 조금 어색하니까요." 애써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브라이언. 당황스러움이 여실히 드러난다. 밖으로 나오는 둘. 뭉게구름이 몇 조각 걸려있을 뿐인 하늘은 화창하게 개어있었다. 햇볕이 기분좋게 드리운다.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을까. 주택가일테니 번듯한 곳은 없겠지. 일전에 TV에서 봤던 미식기행 프로그램이 떠올라서 문득 지금 상황이 조금 코웃음쳐진다. "저는 '이세계인' 이군요." 문득 떠올라 말을 내뱉는다. 낯선 풍경, 낯선 거리, 낯선 사람들. 하지만 그 속에 들어와 살고싶다는, 아니… 이리로 도피하고 싶다는 마음. 이런 기분이구나. 그에게 있어서 능력은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물론, 자아실현을 돕는 수단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자아실현 또한 그의 주관적인 '만족' 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잣대일 뿐이었다. 그 능력이 잔존해있기에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만 했고, 그것을 멈추는 순간 거기에서 뒤쳐지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 이곳에서는 그 능력이 모두 무용지물하다. 있으나 마나할 뿐더러, 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없다. 능력을 쓸 수 있다 한들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도리어 그는 억지로 그의 능력을 증명하려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심적 여유도 어느정도 생긴다. 물론,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두통은 이쪽 세계에서든 저쪽 세계에서든 여전하지만. 그래서일까, 언제나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해왔던 브라이언은, 그 목적지를 이곳으로 설정하면 어떨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당장 도망칠 수는 없었다. 원래 세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에. 결국 이 세계는 영원히 그를 방문자로서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앞의 이 사람도. 가끔 찾아오는 방문자 정도로 여기겠지. 그러한 결론을 맺자, 어딘가 서글퍼졌다.
  • >>68 한이 요리를 그만둔 건, 단순한 심술이나 선을 긋는 행동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름대로 진심으로 브라이언을 대접할 생각이었는지, 한은 오는 내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다. "아뇨. 브라이언. 저는 딱히, 맛을 못느끼는건 아니에요." 대화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말이었다. 식당을 찾아 걷는 도중, 묻지도 않았는데 변명하듯이 한은 그런 말을 한다. "그냥, 요리에 대한 호불호가 적을 뿐이에요. 이를테면 파스타를 예로 들면, 딱딱하고 매운 파스타든, 부드럽고 잘 만들어진 파스타든, 파스타 맛이 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잖아요?" 실력에 대한 호불호가 적다는 얘기다. 한은 이어서 자신의 지론을 펼쳐나간다. "그러니까, 굳이 맛있는 음식을 추구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에요. 식사를 하는 것은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거니까. 고급호텔에서 잠들든 바닥에서 잠들든 수면욕은 해결되잖아요. 그런 거에요." 아무래도 요리의 실패가 꽤나 뼈아팠던 모양이다. 한은 본인도 모르는 새 조금 풀죽은 목소리가 되어있었다. "그러니까...맛있는 음식에 너무 익숙해져봤자, 좋은것도 아니고...그냥, 현재 있는것에 만족해서 사는게...요리의 재능은 없지만, 그래도 그것대로...영양소면에서는 문제없고..." ...한이 음식을 가리지 않는 것은, 본인의 요리실력 탓도 있으리라. "....재능있는 사람의 요리를 먹으러 가죠. 아름다운 재능을 삼키는 거에요." 이내, 어떻게든 기운을 차리려는 듯이 힘낸 목소리로 말한다. "이 가게는 어떨까요?" 꽤 오랜시간 걷더니, 한은 어느 식당을 가리킨다.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을 달기엔 조금 작은 크기였으나, 내부는 제법 그럴싸하게 갖춰져있다. "비교적, 다들 평가가 좋았던 걸로 기억해서요." 스스로가 맛집을 찾아다니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주변의 평가를 분석한 것이다. 여러가지 메뉴들이 적힌 메뉴판을 보더니, 한은 샐러드를 고른다. "이세계인이라, 그렇네요. 이 쪽 세계의 입장에서는." 길거리에서의 말에 이제와서 뒤늦게 대답한다. 잠시 침묵한다. 말을 하다가 문득 입을 다물어버리는 것은 언제나의 버릇이다. "그렇지만, 똑같은 세계에 살고 있더라도 사람은 모두 다른 경험, 다른 감상을 하죠. 사람은 모두 다르니까요." 재능론의 연장선. 모두가 다른 재능을 가지고, 모두가 다르게 태어난다. "심지어 같은 장소에서 같은 부모에게 태어나 자라도, 전혀 다르게 자라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사람의 수 만큼 다른 세계가 있는 게 아닐까요...그렇게 생각했어요." 한은 식당에서 건네준 음료를 조금 마신다. "별 건 아니고, 사람과 얘기하다보면 그렇게 느낄 때 많이 있잖아요. 다른 세계에 살고 있구나ㅡ...하고." 또래의 아이들이 흔히 겪지 못했을법한 경험을 쌓아온 한은, 나잇또래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그런 감정을 많이 느끼곤 했다. 그렇기에, 브라이언과 어느정도 나이차가 나는 것이 오하려 그와 이야기하기 좀 더 편하게 만들어 준 것일지도 모른다.
  • >>69 “…저는 그다지, 맛있는 음식이 아니어도 괜찮은거예요.” 브라이언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간다. “누군가 나를 위해 요릴 해준다는 게… 굉장히 오래간만이었으니까.” 최근에 들어서는 특히 그런 경험이 없었다. 자신의 동료는 고집스레 '난 요리에 소질이 없다' 며, 같은 사무소에서 일을 하면서도 죽기로 기를 쓰고 커피 한 번 대접해준 적이 없고, 그 조수 또한 수제 요리따윌 베풀 정도로 유순한 자는 아니었다. 조금 멀리 거슬러 올라가 유년기를 떠올려보아도, 어머니께서 해주신 음식은 그다지 '가정적'이지 못한 맛이었다. 아버지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그… 노력만으로도, 충분해요. 재능같은 건 관련없이." 이는 평소의 그의 모습을 반쯤 겹쳐보며 하는 말이기도 했다.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이 분명 이 세상엔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노력으로 채울 수 있는 분야에서는 그만큼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도리라고, 브라이언은 생각했다. 한이 멈춰선 그 가게를, 브라이언은 유심히 관찰한다. 올려다도 보고, 들여다도 보았다. 제법 구색이 갖춰진 비스트로다. 한의 말을 들으며 브라이언은 다시 비관적인 생각이 들었으나, 수긍하는 척 하며 애써 떨궈내었다. 대신, 그의 말에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그럼 나랑도 다른 세계에 산다고 생각을?" "헤에, 어떤 점에서요?"
  • >>70 재능같은 것은 상관없이, 라는 말에 한은 잠시 멈춘다. 노력만으로도, 충분한 걸까. 잠시 이것저것 생각해보다가, 이내 걸어간다. 샐러드를 시킨 한은, 브라이언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묻는다. "먹고 싶은 게 있나요?" "실제로 당신과 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잖아요. 비유가 아니라." 한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요. " "실제로 사는 세계가 다르건, 같은 세계에 살고 있건, 결국 자신이 느끼는 감각은 자신만이 온전히 이해하고 느낄 수 있어요." "...이세계가 어쩌니 해도, 오히려 이쪽 세계에 사는 사람보다 얘기하기 편했어요. 당신과." 덧붙인다. 장황한 얘기를 꺼냈지만, 사실은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이다. 서툰 배려심이다.
  • >>71 "…그런가요." 하기야 애초부터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끼리의 이야기다만. 어느 계층에 속해있는지, 세계의 어떤 부분을 누리는 지에 따라 사람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브라이언 자신은 스스로를 그다지 고귀한 사람이라고 생각은 안했지만, 실은 그와 엮인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이들에게 미움받기 십상이기 때문에 그렇지, 그를 원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몇십년 전의 에드워드 스노든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가 브라이언을 필요로 할 것은 지극히 자명하다. "거리감이나 거부감이 적은건… 도리어 그 격차가 실감되지 않기 때문일지도." 브라이언은 약간 허무하다는 듯이 말한다. "가끔, 우리가 왜, 어떻게 이렇게 만나게 됐는지 생각하곤 해요." 한참의 침묵 끝에 말을 잇는다. "…저는 칩스로." 감자튀김은 나름대로 옛 추억이 담겨있는 음식이니까.
  • >>72 "...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 격차가 실감되지 않는다. 그럴 지도 모른다. 자신은 브라이언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였으니까. 한은 그리고 입을 다문다. 어떻게 이렇게 만나게 된걸까 라는 말에 혼자 생각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같이 식사를 하러 나왔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한은 곰곰히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하며 음료의 얼음을 빨대로 휘젓는다. "...기적?" 자신이 말하고도 바보같은지, 일부러 큼지막한 얼음을 자신의 입에 넣어, 입을 다물어버린다. 이 식당을 고른 것은 꽤나 성공이었던 것 같다. 음식의 질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한이 맛봤을때도 확실히 괜찮은 요리가 나와있었다. 한은 자신의 앞에 온 샐러드를 우물거리다가, 눈 앞의 그를 바라본다. "식사를 한 다음에, 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별로 재미있는 안내인은 아니지만, 이쪽 세계에서 즐거운 시간 되길 바라요." 스스로가 그다지 재밌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겉으로 티는 안 나지만 나름대로 브라이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 >>73 "기적... 맞는 말이네요." 별로 기적이나 운명을 믿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건 기적이라고 밖엔 볼 수 없었다. 운명처럼 어떤 이를 만나 그에게 애착을 느끼고, 다시 보고싶다는 간절한 소망 끝에 차원을, 세계를 넘어 이렇게 만났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밖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적이 일어난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지금 이렇게 두 사람이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감정이 든 것도,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기적일 터. 그에 대해 지나치게 깊게 생각할 필욘 없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족할 따름이었다. 브라이언은 한의 손을 무심코 맞잡는다. "결코 놓지 않을테니." 잠시간 동안 그의 두 눈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의도치않게 무심코 움직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채고는 필요 이상으로 부끄러워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안절부절 못하는 브라이언의 이런 모습을 그의 동료가 봤더라면 배꼽을 잡고 웃었을 테지. 그는 황급히 말을 돌리려고 애를 썼다. "...어디든 좋아요. 이래봬도 전, 무척 즐겁거든요, 지금." "사실, 매순간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군요." 브라이언은 익살스럽게 말했다. 결국, 롤러코스터는 평생 내리막을 타진 않을 테지만. 언젠가는 그 질주가 종식될 일이다.
  • >>74 손을 잡은 그의 눈을 진지하게 바라본다. 그가 손을 놓고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지만, 함께 부끄러워할만큼 귀여운 성격은 아니었다. 대신 잡혔던 손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롤러코스터라, 놀이공원에 갈까요." 롤러코스터라는 말에서 착안해내서 문득 그런 말을 뱉는다. "미래의 기술수준을 생각하면 이 곳의 놀이기구는 시시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은 잠시 놀이공원의 풍경을 떠올린다. 토할것 같이 짜릿한 놀이기구, 기다리다 지칠 만큼의 줄, 바글바글한 사람들과,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 "...아뇨. 취소. 놀이공원은 보류인걸로. " 상상만 해도 멀미가 날 것 같았다. 한은 놀이공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단순히 사람이 많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혼잡한 분위기를 견딜 정도로, 놀이공원의 컨텐츠들에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놀이기구를 즐기지 못했다. 움직임이 자신의 능동적인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놀이기구의 시스템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싫었다. 빙빙 돌리고, 휙 떨어지고, 끝없이 올라가고. 비행능력이나 스피드를 가속시키는 능력이 있었다면 조금 다르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한은 무능력자였다. 하지만 놀이공원의 분위기를 완전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놀이공원은 사람을 들뜨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놀이기구가 아니라 다른 것들을 위주로 즐기며 보낸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험이 될 수도 있겠지. "...놀이공원, 괜찮나요? 놀이기구는 약하지만." "...게임머신이나, 연극같은것들도 있으니까. 놀이공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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