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찾아온 봄에도 불구하고, 강바람은 꽤나 쌀쌀했다. 난 이 세상에, 자기 자신에게 절망했다. 고졸에, 백수에, 취업은 안 되지. 찾아드는 초조함과는 별개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어머니의 장례식이 열렸다. 교통사고였다. 며칠 간의 장례식이 끝나고, 난 스스로를 방구석으로 내몰았다. 강박적일 정도의 자책과 무력감에 파묻혀 하루하루를 보내던 와중, 문득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쓰레기를 필요로 해 주는 사람 따위는 이 세상에 없고, 나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냥 죽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저 순간적인 충동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은, 적어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불행이었는지 행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내가 살던 집은 강 근처였고, 다리에 도착해 뛰어내릴 만한 곳을 찾기까지는 오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바람이 살을 에는 듯 했지만 달리 신경쓰지 않았다. 이런 삶에 가치 따위는 없었다. 난간 너머로 몸을 굽혔다. 인생을 끝낼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저기, 잠깐만요!"  "...네?"  "혹시, 신을 믿으십니까?"  ---- 스타트! 전에 스레더즈에서 쓰다 사이트가 폭파돼버려서 끊긴 스레야. 창작소설판에 갈까도 싶었는데, 원체 BL판에 있던 스레였던데다 중간중간 대화문 분량이 꽤 돼서 BL판이 열리기를 계속 기다리다 결국 커플링판으로 왔어. 혹여나 문제되면 판 이전을 문의할게. 다들 잘 부탁해!
  • "앞으로는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게. 그러니까."  "...응."  "혼자 슬퍼하지 말아 줘."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  순간 형의 호흡이 크게 흔들렸다. 미안하다고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고작 그런 것으로 가슴 벅차하는 바보같은 형이다. 이란 짧은 말로는 턱없이 부족할 지도 모른다. 사과해야 하는 것은 나였다. 형은 잘못한 거 없으니까, 그만해도 돼. 고심 끝에 겨우 말을 내뱉었다. 다시금 자신에 환멸을 느꼈다. 미안하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쉽사리 할 수 없는 답답한 놈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제쳐 두고서라도, 모든 말들은 진심이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의지해 왔던 형에게만 할 수 있는 말인 것이다. 그 시간들의 대가를 이런 몇 마디로 갚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렇지만 달리 할 수 있는 것 역시 없었고, 그렇기에 두려웠고, 삶이 혐오스러울 뿐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냥 옆에 있어 줘. 힘겨운 말이었다. 심장박동이 콧잔등을 두드렸다. 품이 따뜻했다. 그 온도가, 깊은 박동이 언젠가 안겼던 부모님의 품과 닮아 있어서,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 그렇지만, 미안해.  아직까지도 살아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  감사도, 속죄도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  가슴 밑바닥에 들어찬 공허를 메울 방법을 모르겠어.  이런 우울을 안은 채 살아가고 싶지 않아.  어쩌면 죽고 싶은 건 아닐 지도 몰라. 그렇지만 살고 싶지도 않아. 언제까지고 이대로라면, 변하는 건 없어. 쓸데없이 겁은 많아서, 숨이 끊기는 그 순간이 두려워.  하지만, 끝내고 싶어. 이런 바보같은 나를.  누군가 나를 구해줄 수는 없을까. 이렇게 아픈데.  이렇게 생각해 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 지구는 언제건 돌아가. 그렇다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손을 내밀어 줘.  잊지 않을 테니까.  나의 세상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형, 정말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하지만 난 아직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 기대도 되니까 이 건: ...좀 있으면 이삿짐 오겠네. 빨리 정리하자.  이 현: ...... 이 건: 네 방은 거의 끝났지? 거실만 좀 더 치우면 되겠네.  이 현: ...형.  이 건: 왜?  이 현: 아니 그냥, 형도 힘들면 말하라고.  이 건: ...  이 현: 맨날 나만 챙기고, 자기 생각은 안 하잖아.  이 건: ...고마워. 우리 현이 많이 컸네.  이 현: 별로.. 그냥 좀 미안해서. 이 건: 알아. 괜찮아. 이 현: ...나도.  고작 이게 전부인 사과지만, 그래도.
  • 그 시각  백 설기: 쫓겨나 버렸네요... 페리우스: 그런 셈이지. 백 설기: 아까부터 선배가 왠지 심상치 않았는데, 마왕님이 말한 거죠? 선배가 엄청 심각해 보였어요.  페리우스: 그랬네.  백 설기: 말해도 되는 거였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선배 화나면 진짜 무섭던데.  페리우스: 화내지 않을 것이라 믿네. 백 설기: 뭐, 마왕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페리우스: 분명 잘 될 것이네! 내가 보장하지. 백 설기: 잠시만요, 조용해졌어요. 뭔가 얘기하는 것 같은데요?  페리우스: 가 보도록 하지. 같이 갈 텐가? 백 설기: 당연하죠! 둘 다 대문에 붙어서 엿듣고 있었다는 후문이.
  • 발각  이 현: 쓰레기 내놓고 올게.  이 건: 잘 다녀와~  이 현: 무겁네.. 문이 왜 이렇게 안 밀리지(벌컥)  백 설기: 아.  이 현: ...뭔데 이건.  백 설기: 들켜버렸네요♡ 이 현: 들켜버렸네요♡ 는 또 뭔데!! 듣고 있었어?!  페리우스: 다 듣고 있었네!  이 현: 이런 미친...  백 설기: 나쁜 의도는 없었어요! 죄송해요.  이 현: 그게 문제가 아니라, 쪽팔려... 진짜 어떻게 살라고...  백 설기: 현 씨 울어요?  이 현: 안 울어!!
  • 뻔하네요  이 건: 아, 밑에 트럭 왔다.  이 현: 난 나가 있을게. 귀찮아..  이 건: 어디 갈 건데? 가게 열쇠 줄까?  이 현: 그건 됐어. 혼자만 있기도 그렇고.. 갈 만한 곳이 없네.  백 설기: 우리 집에 오면 되지 않나요? 신도는 환영이랍니다.  이 현: 됐거든. 내가 또 갈 줄 알고..  백 설기: 치킨 시킬까요, 마왕님?  페리우스: 좋다! 매운 걸로 부탁하지.  이 현: ...잠깐만 있다가 갈게.  백 설기: 그럼 들어와요!
  • 의문  이 현: 심심해... 치킨 언제 오지.. 백 설기: 집 구경할래요?  이 현: 그럴까.  백 설기: 여기가 제 방이예요!  이 현: 깔끔하네.  백 설기: 옆집 사는 누구 씨와는 다르니까요.  이 현: 아 그러세요.  백 설기: 반응이 없네요...  이 현: 애초에 혼자 사는데, 별로 치울 필요 없었잖아. 형이 오긴 했지만.  백 설기: 그래도 아까 상태는 좀 심했어요. 너무 더러우면 건강에 안 좋아요! 이 현: 뭐, 한동안은 치울 만한 정신도 없었으니까. 정신이 좀 들고 나니 손쓸 수 없을 정도였고. 백 설기: ...지금은 좀 괜찮아요? 이 현: ......몰라. 그리고 설기 씨,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우리 엄마 돌아가신 거, 어떻게 알았어?
  • 방음이 안 돼 백 설기: 몇 달 전에, 현 씨가 검은 정장을 입고 들어가는 걸 봤어요.  이 현: 그것만으로?  백 설기: 아뇨. 이 방, 현 씨네 방 바로 옆에 붙어 있거든요. 조용할 때는 벽 너머로 소리가 들려요.  이 현: 아니 그런...  백 설기: 우는 소리가 다 들리는데, 모를 리가요.  이 현: ......  백 설기: 그리고 야한 건 이어폰 끼고 봐요! 밤에는 다 들린다고요!  이 현: ...알았어.  백 설기: 현 씨 얼굴 빨개졌어요.  이 현: 좀 조용히 해... 아 쪽팔려...  백 설기: 귀엽네요♡ 이 현: 아 쫌!!!
  • 이 현: 하나만 더 물을게.  백 설기: 뭔데요?  이 현: ...어제, 왜 구했던 거야?  백 설기: 네?  이 현: 왜 구해줬냐고. 솔직히 이해가 안 가서.  백 설기: 전도를 위해서였죠!  이 현: 적당히 넘기려 하지 말고.  백 설기: 정말인데요?  이 현: 그만해. 말해 줘.  백 설기: ......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보랏빛 눈은, 더 많은 걸 담고 있다고.
  • 구원  백 설기: 이럴 때 보면, 현 씨는 선배랑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진지해지는 게 똑같네요.  이 현: ...뭐 그렇지.  백 설기: 뭐랄까... 딱히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죽게 놔두고 싶지 않았어요.  이 현: ...  백 설기: 눈앞에서 누군가가 죽는 걸 보고 싶지도 않았고, 또 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도 싫었어요.  이 현: ...그런...  백 설기: 이기적인 걸지도 모른다고, 주제넘은 참견일 수도 있다고 몇 번씩 생각했었는데, 역시 현 씨가 죽는 건 싫더라고요.  이 현: ...... 백 설기: 그냥, 구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 때의 내가 구원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 투영  백 설기: 그리고 그 때 현 씨에게서 예전의 제가 보였던 것만 같아서, 내버려둘 수가 없었어요.  이 현: 무슨 말이야? 백 설기: 예전에, 저도 죽으려 했었거든요. 거기서.  이 현: 설기 씨가?  백 설기: 현 씨, 세상은 가혹해요.  이 현: ...그렇지.  백 설기: 절망적이고,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가고, 마음을 죽여요. 불합리하죠. 견딜 수 없는 순간도 오고요.  이 현: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백 설기: 그런 세상에서라도, 어떻게든 살아가 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거예요. 죄송해요. 머릿속이 복잡해서... 앞뒤가 안 맞는 거 알아요. 납득하기 힘들 거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백 설기: 살아 주세요. 저를 위해서.  의지할 무언가를 찾는다면.  숨을 쉬는 것에서, 아침마다 눈을 뜨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그 때는, 당신도 조금은 강해져 있지 않을까.  만약, 내가 당신의 「의미」가 될 수 있다면, 그건 정말로 기쁜 일이 아닐까.
  • 아 우웃....ㅠㅠㅠ 짱이다 진짜...ㅠㅠ
  • >>113 고마워! 내가 이 구역 짱짱맨이다 후헤헤헿
  • "...이해가 안 돼. 왜 나 같은 걸..."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현 씨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했어요." 더 모르겠다. 그래도 어느 정도 납득할 순 있었다. 이 사람은 형이랑 비슷하다. 받지 않아도 되는, 그저 애정을 주고 싶어 하는 그런 점이 비슷했다. 다만, 이 사람은 조금 더 단단했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빛이었다. 마주친 자색 눈에 속이 꿰뚫리는 듯 했다.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가슴을 휘저어 놓고 나가는 시선에 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뭐라고. 소중한 사람? 고작 만난 지 하루 된 사람에게는 과분한 칭호다. 아, 예전에 알았다고 했었나. 그렇지만 난 당신의 이름조차 몰랐는데.  저런 이타심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일까. 당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역시 이상한 사람이다. 어쩐지 조금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것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넓어져 갔다. 이상하게도 얼굴에 열이 퍼져나가서, 당신의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 "혹시 현 씨는 눈 마주치는 거 싫어해요?"  "별로... 싫어하는 건 아닌데, 가끔 좀 부담스러워."  약간 죄책감 같은 게 든다고나 할까. 웅얼거리며 뒷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저런 걸 바라봐도 되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게 되어버린다.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하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이제는 뇌리에 박혀버린 말이 가슴을 짓눌렀다. 나약할 것이 분명할 스스로를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특히 당신같은 사람에게라면 더더욱. 맑은 보라색 눈을 마주하면, 그 안에는 호수가 하나 있었다. 바라보고 있자면 빠져들어가갈 것만 같았다. 그렇게나 깊었다. 물이 마음을 휩쓸고, 통증을 걷어내고 나간다. 요컨대, 호수는 한껏 쏟아낸 눈물과 비슷한 효험을 지니는 것이다. 그의 눈은 그랬다. 어쩐지 구원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헛된 희망을 가지게 만드는 눈이었다. 그러니 마주할 수 없는 것이다. 맑게 빛나는, 신성함에 가까운 그 보랏빛을. 이해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다 받아 주겠다고 말하는 듯한 그 눈은 내겐 너무 과분했다. 속이 울렁거렸다. 열기에 먹혀버릴 것만 같았다.
  • 이것은 분명 울분이나 억울함 같은 뜨거움과는 달랐다. 좀 더 간질간질하고 따뜻했다. 당신을 바라볼 때마다 조금씩 요동치는 느낌이 들어서, 그야말로 사라지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런 것을 머리로 정의내릴 수 있을 리 없다. 뱉어낼 수 없는 날것의 덩어리. 숨기지 못한 채 드러난, 저 안쪽에 잠들어있던 감정. 이런 걸 어떻게 형용하면 좋을까. 알 수 없는 감정은 내게 있어 언제나 위험요소였다. 토해내는 순간의 아픔을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이 사람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간신히 폭발을 막아오던 마지막 한 가닥의 의지가 끊겨서, 저 아래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열에 불타 버렸다. 울분에 지배당하고 말았다. 이런 골칫덩어리 따위, 차라리 처음부터 없는 것이 속이 편했다. 꺼내서는 안 된다. 통제할 수 있을 리 없잖은가. 내게 있어, 지금의 이 감정은 의문 그 자체였다. 이걸 뭐라고 하면 좋지. 속이 울렁거려 멀미가 날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은 피곤했다. 혐오스러운 자신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 "머리 아프네... 잠시만 쉬어도 될까."  "그렇게 해요. 피곤하면 아예 자고 갈래요? 오늘 무지 일찍 깬 거잖아요, 현 씨는."  "그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뭐 어때요. 이거 덮어요!"   폭, 하고 이불이 날아왔다. 잠시만, 그렇게 던지면, 아 잠깐만! 찰나의 틈조차 없이 날아오는 베개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어서 해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튼 칠까요? 어이가 없어서, 그냥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간질거리던 열기가 이제는 터질 듯 가슴을 채웠다. 내쉰 숨결이 뜨거웠고,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릴 듯 했다. 이불을 덮고 몸을 눕혔다. 베개에서 은은한 샴푸 냄새가 풍겼다. 침대 전체에서 옅은 향이 나는 듯 했다. 텅 빈 품이 허전해 이불을 끌어안으려던 순간, 결 좋은 은발이 팔 사이를 메웠다. 그가 품속에 들어와 있었다.
  • "뭐 하는 건데."  "껴안을 거 없으면 못 잔다면서요. 안고 자요!"  "됐으니까 내려가."  "제 침대인데요? 현 씨는 내려가라면 안 내려갈 거잖아요! 주객전도라고요."  "그건 맞지만, 애초에 누우라고 한 건 설기 씨..."  "이러려고 그랬던 거였는데요?"  "됐어!! 안 자고 만다!"  "내려가지 마요...!"  애원하는 눈망울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심장이 터질 듯 했다. 숨결이 맞닿을 때마다 심장박동이 빨라져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가 내려가 줬으면 했다. 하얀 피부와 시트에 흐드러진 은발. 자색 눈동자와 오밀조밀한 입술, 은은한 샴푸의 향. 그 모든 것들이 머릿속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엉망진창이었다.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고개를 돌리려 했건만, 그는 나의 한쪽 뺨에 손을 얹어버렸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얼굴이 있는 대로 뜨거워져 이젠 숨길 수도 없었다. 이 어지러운 느낌을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무슨 이름을 붙여야 할까.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시야가 암전하기 직전, 그의 보랏빛 눈이 잠시 보였던 것 같았다.
  • 현 씨, 얼굴이 뜨거워요! 일부러 저러는 건지, 그냥 그렇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까도 그렇고, 역시 반쯤은 고의인 것이 아닐까. 여러모로 헷갈리게 민드는 사람이었다. 얼굴에 올라온 손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내 뺨이 달아올랐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그게 맞는 것 같았다. 눈을 살짝 뜨자, 그가 시야에 들어차 있었다. 눈 떴네요. 그는 그리 말하며 베시시 웃었다. 그만하고, 잘 거니까 건들지 마. 그렇게 몸을 돌리자, 이번에는 뒤쪽에서 껴안아 왔다. 이건 안 된다. 심장 소리를 들키고 만다. 그대로 다시 뒤돌았다. 그는 날 보고는 한 번 더 웃더니, 그럼 잘 자요, 하고는 껴안았다. 울려퍼지는 고동과 체온, 바디워시의 향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듯 했다. 이젠 그냥 쉬고 싶었다. 어차피 심장 소리는 이미 들킨 지 오래였을 것이다. 고동에 몸을 맡긴 채, 다시 눈을 감았다. 그가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부드럽게 내려가는 손길에 온 몸의 긴장이 풀리는 듯 했다. 의식이 무겁게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뛰는 가슴이 간지러워 그를 꼭 끌어안자, 그도 덩달아 내 몸을 당겼다. 마음이 먹먹하고 뜨거워서 잠겨버릴 것만 같았다.
  • 와와.... 너무 좋다 ㅋㅋ 이렇게 꾸준히 연재해 줘서 정말 고마워!
  • 스레주 바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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