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그 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핸드폰에 뜨는 날씨에선 폭염이란 글자가 없어지는 날이 없었고, 더위에 죽는 사람들도 생겼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나와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나는 그저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다가 집에 가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먹는, 그런대로 괜찮은 날들을 즐기고 있었다.
가끔씩은 다신 겨울이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푹푹 찌는 듯이 더운 여름만큼이나 살을 에는 추위가 더욱 싫었다.
어느 날 네가 문득 sns에서 봤던 우리나라 계절 온도차가 50도라는 말이 생각나, 라고 했다. 나는 그 말에 60도가 아니라? 라고 답했다. 너는 무엇이 그리 재밌었는지 큭큭 웃으며 그렇네, 라고 답했고, 나는 대답 없이 피식 웃었다.
그저 행복하게 웃기만 하면 되었던 그런 여름날이었다.
이름없음2018/07/22 19:28:39ID : u7e45ffgnO0
8월.
더위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선풍기만으로 견디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씩 에어컨을 켜 대며 언젠가 찾아올 가을을 간절히 기다렸다.
나는 그다지 겨울을 좋아하지 않았다. 봄은 추웠고, 여름은 더웠다. 하지만 가을은 선선하고 기분 좋았다. 가을 하늘은 맑았고 아름다웠다. 그 때의 가을을 좀 더 즐길 걸 그랬다. 너와 저 멀리 가고 싶었던 곳도 가고, 놀이 공원도 가고, 바다도 가고, 디저트를 먹으러 가고, 그저 하는 일 없이 걷기만 할 걸 그랬다. 그 차가운 겨울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가을을 기다렸다.
이름없음2018/07/22 19:39:35ID : u7e45ffgnO0
9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문득 바라본 창 밖은 노을 같은 주황색이 있었다. 옆 학교의 체육관이었다. 그 곳은 항상 노을이 지는 것 같았다. 난 노을을 좋아했다. 푸르던 하늘이 주황색과 붉은색, 분홍색으로 물들어 가다가 천천히 남색의 밤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은 그 어디에도 담을 수 없었다.
너는 시원해진 날을 좋아하며 웃었다. 고양이도 보고, 먹고 싶었던 디저트도 먹고, 보고 싶었던 영화도 보자며 졸라댔다. 나는 그 말을 시간 없어, 라는 네 글자로 끊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너와 함께 다녀도 좋았을 텐데. 어차피 그때 내가 그렇게 매달렸던 미래 따위는 이젠 없는데.
다가올 겨울에서 우리는 고개를 돌렸다.
이름없음2018/07/22 20:17:38ID : u7e45ffgnO0
10월 - 1.
더웠던 여름처럼, 빠르게 찾아온 겨울도 추웠다.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타던 너는 벌써부터 단단하게 무장을 하고 다녔다. 난 그게 뭐야, 라며 웃었지만 나도 춥긴 했다. 두꺼운 후드를 꺼내 걸치고 다녔고 조금 이른 핫팩을 꺼내어 던지고 놀았다.
추위는 순식간에 심해졌다.
원래 이랬던가, 라는 생각에 작년 온도를 찾아 보니 18도 전후를 돌았다는 걸 깨닫고 피식 웃었다. 벌써 5도를 돌파하다니, 하는 작은 감탄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