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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usqi7apO 2018/07/26 20:43:50 ID : lvcnu8o47ut
모 스레 보다가 그 XX가 떠올라서 스레 만들었어. 예전 구레딕시절에도 몇 번 깐 적 있었지만, 그 때는 짤막하게 잡담스레나 개인 스레에서 몇 줄 까고 끝나는 정도였지만 이번에 제대로 까보려고 함. 그 놈의 속을 까든, 그냥 까든.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 새끼때문에 친구도 잃고 고생했던 것 생각하면 빡침. 마치 사골과도 같이 씹으면 씹을수록 분노가 우려나와서 팔팔 끓어올라. 아주. 기억에만 의지해서 쓰는거라 약간 미적지근하거나 애매한 것도 있겠지만, 이 경우엔 친구들한테 물어보면서 쓰면 될테니까.
◆447usqi7apO 2018/07/31 18:58:02 ID : lvcnu8o47ut
고3 여름방학은 방학이 아니다. 수시 준비할 사람은 수시 준비, 정시파도 빡세게 정시 준비, 다른 길 알아볼 사람들도 그 길을 준비하느라 바쁜 시기다. 그건 스레주도 예외는 아니었고, 석이나 미키,성자,kfc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수시를 지원하게 되었다.
◆447usqi7apO 2018/07/31 19:02:22 ID : lvcnu8o47ut
우리들 중 가장 먼저 합격한 건 미키였다. 지방이지만 국립대에 붙은 미키는 제일 먼저 수시에 합격해 그 부담을 덜었다. 물론 자랑하면서 약올릴 때는 조금 얄미웠지만, 그래도 축하는 해줬다. 진심을 담아 때렸지.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 때부터 미키는 살판나서 우리반에 자주 놀러오곤 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조언들도 해주면서 여유있는 자라는 것을 보여줬지, 아무튼 석이, 나, 성자는 논술이니 면접이니 준비하느라 바빴는데 유독 kfc는 평온해보였다. 마치 난 이미 합격했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447usqi7apO 2018/07/31 19:07:23 ID : lvcnu8o47ut
대체 kfc가 왜 저렇게 평온한지 우리는 알 수 없었다. kfc가 어딘가에 붙었다는 소식을 드지 못했으니까. 혹시 최종합격을 기다리고 있는건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일단 보는 족족 떨어지고 있던 스레주에겐 매우 부러워보이는 태도이긴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담임이 교실로 대입 관련 자료들을 가져오더니 kfc를 불렀다.
◆447usqi7apO 2018/07/31 19:09:44 ID : lvcnu8o47ut
그리고 담임은 kfc에게 신랄하게 말했다. "너 제대로 알아보고 좀 지원하든지 해라. 헛돈만 날릴거냐?" 그 말에 kfc는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가 놀란 표정을 짓더니 못 먹을 걸 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지가 지원하는 대학 전형 제대로 보지도 않고 쓸 생각을 하는지....... 다른데도 혹시 이렇게 지원한 건 아니지?" kfc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447usqi7apO 2018/07/31 19:17:02 ID : lvcnu8o47ut
그 후 몇 분간 kfc와 담임이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공부하는 척 하면서 그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그러니까 kfc의 할아버지가 국가유공자였다는 사실을 앞에서 이야기 했을거다. 그리고 kfc가 지원한 전형은 바로 국가유공자의 자손이 지원할 수 있는 그런 전형이었던거다. 국가유공자 자손이 그렇게 넘치는 것도 아니고, kfc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경쟁률도 거의 없을만한 과로 집어넣어서 일단 넣으면 붙는 그런 전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국가유공자 혜택이 어디까지 적용되느냐였는데 담임이 이야기한게 맞다면 625 국가 유공자는 그 아들에게까지만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바꿔말하면, kfc의 아버지는 그 혜택을 받으나 kfc는 그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즉, kfc는 국가유공자 전형으로 지원할 수 없었던 것이다.
◆447usqi7apO 2018/07/31 19:18:46 ID : lvcnu8o47ut
자신이 여유롭게 붙을 줄 알았던 kfc는 이런 이유로 자신의 지원 자체가 무산되자 다급해졌다. 그래서 이곳저곳 마구 집어넣기 시작했지. 문제는 자신의 성적을 생각하지 않은채 전부 상향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미키도, 나도, 성자도,석이도 모두 안전 혹은 하향지원 한 곳은 넣고 다른 곳에 지원했는데 kfc는 단 한 곳도 하향지원이 없었다.
◆447usqi7apO 2018/07/31 19:26:04 ID : lvcnu8o47ut
뭐 kfc가 실전에 강한타입이라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평균 내신/모의고사 등급보다 2-3단계 높은 곳을 지원하는 건 지나쳐보였다. 그것도 단 하나의 안전장치 없이.
◆447usqi7apO 2018/07/31 19:40:30 ID : lvcnu8o47ut
아무튼 그런 가운데 시간은 흘러갔다. kfc가 뜬금없이 내게 면접을 좀 봐달라고 하기에 그렇게 해주마하고 면접관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막상 해주려고 하다보니........ 짜증이 나더라고. 그동안 당했던 것들 때문인지. 그래서 일부러 어려운 질문들만 했지. 가령 그린벨트 문제 같은거. 당연히 kfc는 화를 냈습니다.
◆447usqi7apO 2018/07/31 19:42:58 ID : lvcnu8o47ut
그래서 사과하고, 제대로 면접에서 나올 것 같은 질문을 생각하다가 질문했다. "물 분자가 극성을 띄는 이유를 설명하시오." 화학2까지 배웠다면 쉽게 대답할 문제. 하지만 kfc는 대답하지 못했어. 다른 질문들 또한 마찬가지였고. 대체 어떻게 이런 실력으로 상향지원을 한건지 나는 알 수 없었지. 하지만 kfc는 오히려 화를 더 크게 내며 "그런 게 면접에서 왜 나와! 면접에서는 그런 거 안 나오거든? 뭔 사회적 문제 같은거 물어볼 줄 알았더니......" 아니, 님아. 님이 지원한 학과과 화공과잖아요........
◆447usqi7apO 2018/07/31 19:52:09 ID : lvcnu8o47ut
그런데도 정신을 못차리고는 또 한군데에 지원했는데.... 하필 그 대학교는 실업계 위주로 뽑는 학교였고 인문계는 정말 말 그대로 한손가락 안으로 뽑는 학교였으며 그래서 인문계에서 그 학교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내신은 다들 높은데 kfc는 그곳에 당당히 지원한 것이었다. 심지어 담임과 이야기 한 번 하지 않고.
이름없음 2018/07/31 19:52:50 ID : L85Pcla62Lb
보고있어
◆447usqi7apO 2018/07/31 19:55:11 ID : lvcnu8o47ut
오, 안녕! 어떻게 됐냐고?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그냥 떨어졌지. 다른 지원자들 내신이 최소 2.2였다는데, 내신등급이 7인 kfc는 이미 게임 오버였던거지. 그리고 자기랑 상의도 없이 지원해서 또 떨어졌다고 kfc는 담임에게 무지막지하게 욕먹었다.
◆447usqi7apO 2018/07/31 19:57:04 ID : lvcnu8o47ut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나를 깔보거나 약올리는 건 잊지 않았다. "너 거기 높은데 아냐? 떨어지겠네. 정시 준비 하지 그래? 아, 모의고사 점수가 잘 안나와서 힘들겠다." 이러거나 "논술 그거 별거 아니더만 그걸 떨어지냐? 나라면 붙었을 듯?"(참고로 스레주가 떨어진 곳은 모두 인서울이며, 최종 합격한 곳은 인천의 모 대학) 이딴식으로 말하거나. 안그래도 사람 스트레스 받는데 더 열받게 하곤 했지.
◆447usqi7apO 2018/07/31 22:02:08 ID : lvcnu8o47ut
남은 이야기는 내일 마저해야겠다. 잠깐 쉰다는게 졸아버려서리..... 이제 남은 이야기는 입시 마지막과 미키가 kfc의 뒤통수를 친 이야기뿐인가....? 아, 하나 더 있으니 총 3개구나. 그 이야기까지 하면 스레 마무리지어야지.
이름없음 2018/07/31 23:46:48 ID : LfdVhvA5eZi
너무 재밌다.. 근데 재밌으면서도 스레주가 직접 겪었을 걸 생각하니까 미안하네..
◆447usqi7apO 2018/08/01 19:08:25 ID : lvcnu8o47ut
미안해하지도 않아도 돼. 미안해해야할 사람은 kfc니까. 하지만 미안해할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뒷담판에 스레 세울 일도 없었겠지만. 아무튼간에 그렇게 다들 입시에 목매는 사이, 하나둘 합격해갔고, 성자와 석이도 자신의 성적에 맞는 학교의 학과에 붙었어. 결국 수시 마지막날까지 우리반에서는 나, kfc, 그리고 몇몇 학생들만 불합격인채로 남게 되었지. 그리고 수시 마지막날, 그러니까 마지막 발표날은 학교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가는 날이었음. 그래서 아침부터 불안한 마음으로 집을 나서게 되었어. 수시 마지막날 발표마저 불합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정시를 준비해야되는거니까.
◆447usqi7apO 2018/08/01 19:14:02 ID : lvcnu8o47ut
이미 대학교가 결정된 성자, 석이, 미키는 편안한 표정이었지만, 나는 미키의 표현대로라면 '세상 살다가 골로 가기 직전의 표정'이었어. 그만큼 얼굴에 불안감이 다 드러나있었나봐. 그리고 여전히 자기 잘난 맛에 살던 kfc는 내게 다가오더니 이러더군. "야, 너 대학 떨어지면 정시 준비해야되네? 준비 잘 되감?" 아니, 지도 합격 못했으면서 나 완전히 떨어지라고 저주하는 것도 아니고......
◆447usqi7apO 2018/08/01 19:16:06 ID : lvcnu8o47ut
결국 옆에 있던 석이와 성자, 미키가 한마디씩 했지. "너는 그게 할 소리냐? 지도 합격 못했으면서 뭔......" "친구라고 떠드는 놈이 막말만 잘해." "그러는 거 아냐." 하지만 kfc는 아랑곳 않았지. "뭐가? 난 사실을 말한건데?" 스레주는 그 때 저 뻔뻔한 면상이 내 앞에서 크게 일그러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447usqi7apO 2018/08/01 19:18:16 ID : lvcnu8o47ut
집에 돌아와 불안한 마음을 붙잡고 합격조회. 스레주는 결국 수시 마지막 발표날, 마지막으로 지원했던 대학교에 최종적으로 합격했다. 그 때 진짜로 탈력이라는 것이 뭔지 몸으로 느꼈어. 진짜 기운이 쭉 빠지더라. 잠시 후에 담임한테 알리고, 부모님께도 알리고, 친구들한테도 알렸지. 아, kfc는 빼고. 그렇게 지옥문 바로 앞까지 왔던 스레주의 입시는 막판에 다시 돌아와서 정상적인 길을 걷게 되었다.
◆447usqi7apO 2018/08/01 19:21:37 ID : lvcnu8o47ut
다음날, 수시를 지원했던 다른 애들도 모두 합격했다. 한 명 빼고. 그 한 명은 당연히 kfc. 처음부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대학 입시가 망한 사람이 kfc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됐건 자기 수준에 맞는, 혹은 약간 더 높은 곳에 다 진학했거든.
◆447usqi7apO 2018/08/01 19:23:32 ID : lvcnu8o47ut
그 하루만에 kfc와 나의 형세는 역전되었다. 나는 수능 끝난 고3이라는 지위를 마음껏 누리기 시작했지만 kfc는 아니었다. 본인이 자신은 무조건 대학교에 간다고 떠들어댔던터라 정시를 준비해야했는데 조건이 너무 안 좋았다.
◆447usqi7apO 2018/08/01 19:25:20 ID : lvcnu8o47ut
일단 학생부가 안 좋은 건 둘째치고 단단히 담임에게 미운털이 박혀있던터라 담임도 정시 관련 정보를 하나도 알려주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말 안듣다가 이렇게 됐다고 말하면서 욕했지. 그 말이 틀린 말은 또 아니었거든. 지 멋대로 상의도 없이 상향, 아니지, 초상향지원만 주구장창 해대다가 망했으니. 그래도 수능을 잘봤다면 어찌저찌 될 수는 있었다. 학생부 조지고 뭐해도 수능 점수가 잘 나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니까. 하지만.......
◆447usqi7apO 2018/08/01 19:27:04 ID : lvcnu8o47ut
수능성적이 나오는 날, 나는 담임의 지시를 받아서 같은 반 친구 한 명과 같이 교무실에서 우리반 학생들의 수능 성적표를 확인/비교하는 작업을 하게 됐다. 어차피 뭐 남는게 시간이기도 했고 교실에 앉아서 kfc 헛소리 듣는 것 보다는 나았으니까. 그렇게 정리하다 나와 그 친구 성적을 보면서 서로 히히덕대고 뭐가 좀 망했니 뭐니 하면서 약간 농담도 건네면서 작업을 했다. 그리고 kfc의 수능 성적표를 보는 순간 우리 둘은 모두 뿜을 수 밖에 없었다.
◆447usqi7apO 2018/08/01 19:34:57 ID : lvcnu8o47ut
나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9등급이라는 것을 그 때 처음 봤다. 아니, 어느 영역 하나도 숫자가 6보다 작은 숫자가 없었다. 심지어 자기 입으로 잘 봤다고 했던 과탐도 6과 7의 반복이었다.
◆447usqi7apO 2018/08/01 19:36:32 ID : lvcnu8o47ut
성적이 저런데 정시를 과연 시도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뭐 본인이 한다고 하니까. 하지만 그동안 당한 것들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어서 나는 kfc의 성적을 실수인양 다른 애들 앞에서 말했고 덕분에 kfc는 모두에게 비웃음을 샀다. 아, 이건 내가 나빴다. 그건 미안하다. kfc. 반성할 건 반성해야지. ㅎㅎ
◆447usqi7apO 2018/08/01 19:43:39 ID : lvcnu8o47ut
어쨌건 그 때문에 kfc는 완전히 밑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성격이라도 좋았다면 다들 어떻게든 도우려는 행동을 보이거나, 말이라도 예쁘게 했겠지만...... 자기가 3년동안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했던 모든 일들 때문에 단 한명도, 심지어 성자까지도 kfc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해주지 않았다.
◆447usqi7apO 2018/08/01 19:51:01 ID : lvcnu8o47ut
수시발표까지 모두 끝나고, 학교에선 고3을 위한 쓸데없는 잉여짓을 계속 구상해냈다. 그 중 하나가 요리하기. 아니 평소에 좀 할 것이지. 그래도 시간때우기엔 제격인지라, 조별로 인원을 나눴고, 우리 조는 사과맛탕을, kfc네 조는 떡볶이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그 날, kfc네 조는 난리가 났다.
◆447usqi7apO 2018/08/01 19:55:27 ID : lvcnu8o47ut
왜냐하면 전날 떡볶이를 만들 재료를 각자 맡아서 가져오기로 했는데 하필 제일 중요한 떡을 가져오기로 한 kfc가 그 시간까지 학교에 오지 않은 것이다. 떡볶이에 떡이 없으니 어묵이나 볶아야할 판. kfc네 조원 한명이 내게 전화 좀 해달라고 해서 연락을 했지만 연락도 되지 않았다. 대체 뭔 일인가 싶던 그 때, kfc가 땀에 쩔은 모습으로(12월에!) 나타났다. 참고로 그 때는 종료시간까지 5분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447usqi7apO 2018/08/01 20:30:57 ID : lvcnu8o47ut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었냐면 전날 떡을 가져오기로 한 kfc는 미리 떡을 구하지 않고, 다음날 오전에 떡을 살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떡집이 자기 예상보다 문을 늦게 여는 바람에 떡을 사는게 늦어졌고 아예 그냥 학교 쉴까 하다가 그래도 떡은 가져다 줘야해서 뒤늦게나마 온 것이라고 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냥 전날 준비했다면 아무 일 없던 것을(수능도 끝난 고3이라 4교시면 수업이 끝나서 시간도 많고) 괜히 여유부리다가 민폐를 끼친것이다.
◆447usqi7apO 2018/08/01 20:36:53 ID : lvcnu8o47ut
이 모든 일을 들은 kfc네 조원은 다같이 한마음으로 kfc에게 한마디씩 했고, kfc는 떡집 잘못이라면서 항변했지만 그걸 받아들일 사람은 없었다. 며칠 후, 이번에는 성자가 kfc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보통 kfc가 성자에게 별 말도 안되는 이유로 화를 내곤 했는데 그 날은 달랐다. "그냥 내가 재미없어서 그랬다고! 왜 그걸 따져? 어차피 이미 그렇게 된거 다시 못 돌려!" 뭔가 짜증난다는 듯 소리치는 kfc와 "왜 남의 핸드폰을 네가 멋대로 만지는건데?"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성자. 대체 무슨 일이 이 둘 사이에 있던걸까?
◆447usqi7apO 2018/08/01 20:45:31 ID : lvcnu8o47ut
그 당시 할일이 없던 고3들은 다양한 취미활동에 빠져있었는데 카드파 - 카드로 칠 수 있는 포커/훌라/원카드를 하는 부류. 다만 걸리면 큰일나므로 쉬는시간에만. 활동파 - 복도에서 바깥까지 뛸 수 있는 어디라면 가서 달리고 노는 부류. 수업따위 없으니 노는 것도 지들 맘대로. 핸드폰파 - 핸드폰 게임을 하는 부류. 종류는 다양. 스레주는 그 당시 핸드폰이 참....... 뭐했기 때문에 핸드폰파는 되지 못했고, 활동파와는 거리가 멀었던 관계로 자연스럽게 카드파. 성자는 핸드폰파. kfc는 카드파와 핸드폰파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하지만 카드나 핸드폰이나 둘 다 자기거가 아닌 남의것을 빌려서 했지. 뭐 카드파였던 스레주도 마찬가지였지만.
◆447usqi7apO 2018/08/01 20:49:54 ID : lvcnu8o47ut
kfc는 성자의 핸드폰을 빌려서 게임을 하곤 했다. 성자의 핸드폰에 깔려있던 체스게임을. 그 체스게임은 다양한 캐릭터가 있는 게임(능력치 변동같은 건 없고 난이도만 존재)이었는데, kfc의 실력은 하수정도였다. 계속 등급을 올려보겠다고 고수등급의 캐릭터에게 도전했다가 몇 번 깨지기도 했었지. 어쩔때는 하루 종일 성자의 핸드폰을 빌릴 때도 있을정도였다. 그리고 어디서 구해왔는지 체스판과 말을 가져와서 나와 대결하기도 했었고.(물론 내가 다 이겼다. ㅎㅎ) 그랬던건데...... 그 날은 좀 kfc가 많이 졌던 날이었다.
◆447usqi7apO 2018/08/01 20:51:47 ID : lvcnu8o47ut
그것이 짜증났던건지, kfc는 난데없이 전적 초기화를 시켜버렸다. 그 게임이 깔린 핸드폰은 분명 성자의 핸드폰이었고, 그 전적 중에는 성자가 플레이한 전적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걸 자기 마음대로 초기화시켜버린 것이다.
◆447usqi7apO 2018/08/01 20:58:12 ID : lvcnu8o47ut
그걸 뒤늦게 안 성자가 당연히 화를 낼 수 밖에. 고작 전적 초기화라고는 해도 그동안의 기록들이라거나 그런 것까지 사라져버린 셈이니. 그래서 성자가 kfc에게 그렇게 화를 냈던 것이다. 그러자 kfc가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럼 앞으로 네 핸드폰으로 안 할게. 그럼 되잖아? 핸드폰으로 유세 떠네." 아...... 그렇습니다. 어떤 좌절을 겪어도 kfc의 인성은 변하지 않았던겁니다. 참 변함없다. 정말로. 대단하다 진짜.
◆447usqi7apO 2018/08/01 21:06:56 ID : lvcnu8o47ut
이게 마지막 썰이 되겠군. 겨울방학이 끝나고, 이제 졸업까지 얼마 안남은 시간. 그날 미키는 우리를 전부 불러모았다. 그러니까 미키, 성자, 석이, 나. 이렇게 모인거다. 미키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저새끼 엿먹이려고." 미키가 말한 '저새끼'가 누구인지는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우린 다 알고 있었다.
이름없음 2018/08/01 21:11:42 ID : rzhzhze40lb
근데 스레주야 나 궁금한거 있어 초반에 kfc가 스레주 목 졸랐다고 했잖아 왜 그런거래?
◆447usqi7apO 2018/08/01 21:16:19 ID : lvcnu8o47ut
그거? 지 말로는 친근감의 표시라나. 내가 보기엔 농담듣고 빡쳐서 나한테 폭력쓴걸로 밖에 안 느껴지지만.
◆447usqi7apO 2018/08/01 21:20:44 ID : lvcnu8o47ut
이야기를 하자면 겨울방학식을 했던 날로 돌아간다. 그 날, 방학식이 끝나자마자 kfc를 찾아온 미키는 kfc에게 돈을 빌렸다. 그것도 좀 많이. 아니 뭐 그렇다고 10만원 넘어가고 그 정도는 아니었고, 그동안 kfc가 우리에게 빌리고 쌩깠던 금액의 합계보다는 약간 많은 양의 돈이었다. 미키는 kfc를 따로불러서 일부러 비굴한 태도까지 보이면서 돈을 빌렸다. 그리고 졸업식 전 날 그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준것이다. 이 이야기를 해준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마지막에 kfc가 눈뜨고 당하는 것을 보라는 그런 말이었다.
◆447usqi7apO 2018/08/01 21:29:12 ID : lvcnu8o47ut
졸업식날, 자기가 돈 빌린 건 잊어도 남 빌려준 건 잊지않는 kfc는 미키를 찾아왔다. 나랑 성자는 멀리서 그것을 지켜봤다. kfc가 미키에게 뭐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미키가 몇마디 하자 곧바로 깨깽. 미키는 그렇게 kfc에게 돈을 빌려서 먹튀하는데 성공했다. 엄밀히 따지면 그동안 kfc가 안 갚았던 돈을 받아낸거라고 볼 수 있지만.
이름없음 2018/08/01 22:30:08 ID : hs1cpV89tbg
와..스레주 진짜 재밌었어!!그래서 지금은 그 친구들하고 연락은 하고 살아??
◆447usqi7apO 2018/08/01 22:49:24 ID : lvcnu8o47ut
성자는 SNS로 가끔 대화하는 사이, 석이랑 미키는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지내. kfc랑은 뭐 졸업한 이후로는 목소리를 듣거나 얼굴을 보거나 소문을 듣거나 한 적은 없음.
◆447usqi7apO 2018/08/02 16:05:12 ID : lvcnu8o47ut
모든 썰은 다 이야기했고, 이제 마지막 에필로그? 뭐 그런거나 적어보자. 졸업 후 몇개월 뒤, 동창 모임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학교 근처 식당으로 향한 스레주. 거기서 작년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 대부분을 만나게 되었다. 사정이 있어서 못 나온 몇 명의 빈 자리가 보였다. 물론 kfc도 안 나왔다. 못나온 사람들은 각자 사정이 있어서 못 나간다는 연락을 했다고 한다.
◆447usqi7apO 2018/08/02 16:05:58 ID : lvcnu8o47ut
하지만 kfc는 그런 소식도 없이 그냥 안 나온거다. 아니, 말은 똑바로 해야지. 나오고 싶었다하더라도 나올 수가 없었을거다. 왜냐하면 우리 중 아무도 kfc의 연락처를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447usqi7apO 2018/08/02 16:07:37 ID : lvcnu8o47ut
인간관계가 크게 망가지지 않은 이상 최소한 한두명 쯤은 연락처를 기억하기 마련인데 kfc의 연락처는 아무도 기억하거나 저장했던 사람이 없던것이다.물론 스레주도. 스레주는 졸업과 동시에 kfc의 전화번호를 지워버렸다. 다시는 얽매이기 싫었으니까. 근황이 궁금했던(아마 좋은 쪽은 아니었겠지만) 몇몇이 내게 kfc의 전번을 물었지만, 나는 웃으면서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kfc는 우리에게서 잊혀져갔다.
◆447usqi7apO 2018/08/02 16:09:26 ID : lvcnu8o47ut
아, 물론 완벽히 잊혀지진 않았다. 이렇게 뒷담판에 스레 세우기도 했고 미키를 만나게 되면 주요한 술안주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에 썼듯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정시도 실패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로 뭐하며 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르지, 뜬금포로 대박쳐서 잘 살고 있을수도 있고, 허풍떨다 사기친 거 걸려서 죽쑤고 있을수도 있고. 어떤 삶을 살건 다시는 안 마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실이건 온라인이건 다른 어디건. 내 인생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한 번이면 족하니까.
◆447usqi7apO 2018/08/02 16:09:59 ID : lvcnu8o47ut
이걸로 kfc에 관한 뒷담 겸 썰은 끝. 그동안 봐준 레더들에게 감사합니다. 레더들은 좋은 사람들만 만나길.
이름없음 2018/08/02 16:37:27 ID : LfdVhvA5eZi
고마워.. 지금 뭐에 홀린 듯 정주행 끝냈어.. 재밌었어..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쓰기가 어렵네..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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