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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레딕 이후로 일기 쓰기는 처음이다.
엄마가 보고 싶다. 몇 개월 후면 엄마를 못 본지 11년이구나.
내년이면 스무 살인데. 19년 살고 10년 동안 엄마를 못 봤구나. 이상하게도 어릴 땐 엄마 생각이 잘 안 났는데. 요즘은 정말 너무 슬프고 많이 생각난다. 크면 클수록.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요즘은 불면증에 시달린다. 처음에는 밤 낮이 바뀌었나 했는데, 잠을 자도 깊이 잘 수가 없고 한 시간 넘게 자면 금방 깨버린다. 악몽이나 환각·환청은 겪지 않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 ;
우울하다. 남자친구랑 신나게 놀고 왔는데도 헤어지고 집에만 오면 다시 우울해진다. 배고프지도 않는데 괜히 토할 정도로 먹어버리고. 예전과는 다르게 버틸 정도의 비교적 조그만 우울감이지만, 힘든 건 여전하다.
내일 보충 가야 한다. 너무 싫다. 아무리 고등학생이라지만, 방학 보충은 이해할 수 없다 ·· 가기 싫다. 정말 .. 오늘 푹 자고 내일 끔뻑 죽고싶다.
내가 죽어 온 세상이 시끌벅적 했으면 좋겠다.
또 우울하다. 우울증 약도 안 먹은지 오래된 것 같다. 그만 하고 싶다. 나는 새로 도전하는 것도 지치고 무언가를 이끌어 가는 것도 힘들다. 정말 다 그만하고 싶어.
무기력한 내가 한심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내가 싫다. 남들은 다 가기 싫고 하기 싫어도 하지만, 나는 최대한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사려고 한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내가 밉다. 죽을까 싶다. 또 번개탄을 피울 자신은 없고, 그렇다면 떨어져야 할 텐데. 또 어디서 떨어지지? 작년의 악몽이 떠오른다. 2017년은 끔찍한 해였어.올해는 나름대로 잘 버텼구나. 아니 잘 피해왔다.
죽을까 싶다가도. 남자친구한테도 미안하고, 상담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난다. 또, 나 밖에 모르는 우리 강아지도. 나 없으면 매일 날 찾진 않을지. 누가 내 인생 책임져줘. 지치고 또 지쳤어.
자살하려는 사람이 뭐 잘했다고 유서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 싶다. 내가 같잖다.
착한 사람들만 먼저 죽는 걸 보니 여기가 지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사후 세계도 믿지 않는다. 그냥 컴퓨터 꺼지듯 꺼질 것 같으나 이 말은 확신하지 못한다. 짧다면 짧은 19년의 시간이 단 몇 초 만에 끝나버린다고 믿는 것도 욕심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우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당장이라도 내 팔을 잘라버릴 것 같으니.
나는 8비트 세상에서 살고 싶어. 조금은 슬프지만 괴롭지 않은 그런 세상
무섭다. 혼자인 느낌 정말 두렵다. 살아갈 자신이 없다. 내가 한심하다. 당신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 내가 웃기고 좆같다. 비참해.
스레주 힘내 너무 잘 버텨줬다 대단해 많이 힘들고 아팠겠다 내가 자주 위로를 건네러 올게 잘 버텨주는 스레주 어머니께서 보시면 정말 좋으실거야 스레주 그래도 몸에 상처를 입히지 마 만약 어머니께서 스레주를 보신다면 정말 슬프실거야 스레주 꼭 힘내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너무 도와주고싶다 힘내
너무 고마워. 이렇게 내가 쓴 일기를 보면서 위로 해주는 거. 상상 이상으로 내게 힘이 되는 것 같아. 정말 고마워! 늘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
알바. 붙었으면 좋겠다. 성격이 거지 같고 미련해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눈치 보지 말고 잘 했으면. 사장님이 착했으면.
스무 살이다.
시간 참 빠르다. 8월달부터 일기를 쓰지 않았구나.
달라진 게 많다. 날 괴롭게 하던 당신, 당신을 괴롭게 하던 나는 사라졌다.
내 옆엔 새로운 사람이 있고 새로운 삶을 사는 중.
알바도 하고 있고 가끔 알 수 없는 우울감이 들지만 그럭저럭 행복한 삶을 보내는 중.
그리고, 집에는 또 나 혼자 남게 되었다. 스무살이 되고 하는 자취라고 생각을 하자.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나와는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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