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두가 나같은 줄 알았어.
태어났기 때문에 죽어가는 중이고 본인이 원한다면 지금의 생을 스스로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또, 모두가 나처럼 자란 줄 알았어.
누구에게나 아픈 가정사는 존재하고 그걸 겪으면서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어.
모두가 그렇지만 나는 조금 더 예민할 뿐이구나.
나는 조금 더 안좋은 케이스 였구나.
그래서 최근 안타까움을 샀던 종현군의 자살 속 유서의 말이
좀 더 와닿는 구나.
우울을 나를 점점 집어삼키는 기분?
조금씩 갉아먹다가 그것이 나를 시체로 만드는 기분?응 그거.
그래도 어쩌면 나는 그나마 운이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나는 사랑이 필요함을 느껴. 사랑받고 싶고 관심 받고 싶어.
그렇게 결핍 된 환경에서 자라왔으면 모를 법도 한데,
난 매일 이것들을 갈구해.
그래서 내 부모님이 내가 예민하고 나약하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질렀어. 다 말했어.
정신과에서 의학적명칭이 붙은 병을 앓고 있다고 말이야.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증상은 어떻고 무엇으로 부터
난 나약해진 것 같은지 말이야.
후련할 줄 알았어. 관심 받으면 좋을 줄 알았어.
그런데 막상 털어놓고 나니 1도아니다?
다시 그 그지 같은 기분이 들어.
죽기 위해서 귀찮게 어떠한 행동을 하기도 사치이다.
그냥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버리고싶다.
데면 데면 하던 저 배나온 아빠가,
퉁명스럽던 저 엄마가 앞으로 내 눈치를 살살 봐가며
내 비위 맞춰줄 생각을 하니까 그 망할 우울이 나를 또 짚어 삼켜. 나는 왜그래? 내가 왜그러는 것을 누구한테 물어봐야해? 내가 갈구하던 것들이잖아.
부모가 너 잘못 키워서 미안하다고 고해성사 하게 만드는거 내가 원했잖아. 그들이 뉘우치고 사랑해주길 바랬잖아.
근데 왜그래? 나도 날 모르겠어 요즘.
기억력이 점점 흐릿해 지고 멍때리는 시간은 거의 하루종일이며 나도 모르는 누군가랑 싸우는 상상을 하다가 몰입이 과해지면 작은 육성으로 실제로 욕까지 하더라.
그래도 괜찮아. 이렇게 조금 푸념 해놓으면 수면제가 말은 들어. 그리고 이젠 한명이라도 이거 봐줄거 아냐.
난 사랑이 필요함을 느끼는 애라서 너무 다행이야.
그나마 운이 좋은 사람. 괜찮아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