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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8/26 11:58:19 ID : BAkoLbA7y4Z
세상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무심코 흘려 보낸 것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보고 들었지만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 먼저 방 안의 벽지 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 이런 무늬였나, 수 년을 봐았지만 굉장히 낯설게 느껴진다. 손 내밀어 더듬어 본다. 이런 촉감이었나, 몰랐다. 전혀 몰랐다. 매일 보는 이불도, 베개도 생소하게 느껴진다. 괜히 이불을 구겨본다. 이리 저리 구겨본다. 바스락바스락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원래 이런 소리였나, 이런 촉감이었나,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묘하고도 신기한 이 기분의 출처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아주 깊은 잠에 빠졌다 눈을 떴다고 상상해본다. 만일 내 방 천장이 아닌 다른 것이 보인다면, 지금 이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공포나 불안보다는 몽환적인 신비에 가까운 기분일 것이다. 난생 처음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조금 낮췄을 뿐이다. 그러자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여태껏 단 한 번도 관심 준 적이 없었다. 조그맣고 사소한 그들은 내게 모두 초면이다. 제자리에 멈춰있지만 그들로부터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들이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다. 오래되었지만 새로운 것들, 이 모순이 꽤나 마음에 든다. 괜스레 낡은 책이 읽고 싶어졌다. 평소에는 펼쳐보지도 않았던 그런 책들이 읽고 싶어졌다. 먼지가 쌓인 책장을 향해 걷는다. 작은 방에 있는 책장으로, 느릿느릿, 천천히 걷는다. 장판에 쩍 붙었다 떨어지는 발바닥의 촉감이 새롭다. 짙은 갈색빛 책장, 이런 색감이었구나, 아아, 새롭다. 새로워. 일단 먼저 눈에 들어온 책은 '중용'. 기분이 좋은 지금이지만 그래도 저 책은 읽기 싫다. 과거에 저 책을 읽던 기억을 들추어본다. 한자와 옛말이 난무하는 책, 무슨 뜻인지 도통 짐작이 가질 않는 책, 내게는 그런 책으로 기억되고 있다. 어쨌든 중용은 패스하자. 그 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장폴 사르트르의 '말'. 그래, 아까 그 책보다는 읽을 법 하지 싶었다. 책을 천천히 뽑아서 펼쳐본다. 먼지가 조금 일었는지 기침이 나올듯 말듯 하다. 그렇게 낡은 책을 만지작거린다. 누렇게 바랜 종이도 만지작거린다. 무척이나 낡은 책이다. 촉감이 바삭바삭하다. 책의 다음 페이지를 보니 장이 2장 뿐이었다. '읽기'와 '쓰기'. 심플하지만 무게있는 구성에 압도되는 기분이다. 가장 뒷면을 펼쳐본다. 근사한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장폴 사르트르의 『말』, 1964년 노벨 문학상에 선정된 책, 그러나 작가는 이를 거부했다, 노벨상을 거부한 최초의 인물이며, 이는 작가의 명성을 한층 드높였던 사건….' 멋있는 사람이다. 책장 앞에 서 잠깐 동안 책의 앞쪽을 읽어본다. 몇 분 간 정적이 흐르고,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기분과 딱 맞는 책이다. 멋있는 책이다. 문학의 거장 장폴 사르트르, 그의 명성과 달리 책의 내용은 거창하지 않았다. 현학적이지도, 심오하지도 않았다. 어려운 문체를 쓰지도 않았다. 그는 담백한 문체를 썼다. 내용 전달 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그 단순함의 무게가 참 멋있게 느껴졌다. '말'은 단순한 자서전이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주변 인물들, 가족 관계도, 인상 깊었던 사건들, 과거에 느꼈던 감정들과 현재의 회고, 그 뿐이었다. 작가는 불필요한 멋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문학평론가나 교수를 위한 책이 아니었다. 글을 읽을 줄 안다면 누구라도 편히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아까 느꼈던 그 감정, 심플하지만 무게있다고, 그 감정이 옳았다. 글을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남자, 장폴 사르트르,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몹시 궁금해졌다. 낡은 책을 들고 의자와 책상이 있는 내 방으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싶어졌다. 책 읽는 것이 몇 년 만이지, 낯설었지만 좋았다. 새로웠기에 좋았다. 방으로 돌아올 때도 발바닥에 느껴지는 새로운 촉감은 여전했다. 몇 분 전에 느꼈던 그 몽환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이 기분을 증폭시켜주고 싶었다. 한 장, 두 장, 읽어간다. 책 속의 인물들은 이미 죽고 없지만 생생했다. 책을 읽은 지 1시간 쯤 지나자 지루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그래도 읽을 만 했다. 그렇게 적당한 만족감을 느끼며 책을 덮었다. 책갈피를 사이에 껴두고 책은 책상 위에 그대로 올려두었다. 기지개를 키며 피곤한 허리와 목을 풀어준다. 의자에 체중을 맡기자 끼익 소리가 난다. 편안하고도 안락한 기분이다. 책은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다시 생길 때, 지금 느껴지는 적당한 만족감이 흐려질 쯤, 다시 읽어야지 싶었다.
이름없음 2018/08/26 12:00:29 ID : BAkoLbA7y4Z
문예창작과 실기 준비하는 학생인데 연습 삼아 써봤어.. 재밌게 읽었다면 피드백 부탁할게 쓴 소리도 괜찮으니 댓글 한 번만 남겨줬음 해 고마워
이름없음 2018/08/27 01:15:32 ID : 7BuoNxTSMnO
약간 의식흐름, 일기 비슷한 느낌이네. 그게 의도라면 괜찮은 것 같지만 조금 장황한 느낌이야. 그리고 문단을 조금 더 나누면 가독성이 올라갈 것 같아. 너무 문장이 이어져 있는 것도 조금 읽기 어려울 것 같아. 그리고 두번째 문단의 중간까지는 제목에 어울리는 내용인데 뒤로 갈 수록 내용이 변하는 것 같달까.. 그냥 내 느낌일 뿐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 지도 궁금하네.
이름없음 2018/08/28 00:16:52 ID : 1zXBy0rgi65
글 자체는 좋은데 조금만 멋을 빼주었으면... 잘 썼다 보다는 잘 쓴척 했다 라는 느낌이 좀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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