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2 여학생인데 작년부터 좋아해온 친구가 한 명 있어. 정확히 뭣 때문에 좋아하게 된 건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내가 걔랑 작년에 같은 반이 됐는데, 중학교도 각자 먼 곳에서 왔고 겹치는 점도 없어서 학기 초엔 접점 없이 지낼 때 걔가 친절하게 대해 줬던 걸로 기억해. 그래서 어느 날부터 내가 아는 사람 범주에 들어 오게 됐고 시간이 지난 뒤엔 같이 다니는 친구가 됐을거야.
이름없음2018/09/08 20:23:35ID : q2LanA7wIK2
그렇게 친구가 되고 나서도 딱히 좋아한다고 확정짓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부정하고 부정했을거야.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짝사랑했던 사람이 3명이라고 했을 때 그 중 두 명은 여자였고 그때도 부정 되게 많이 했으니까.
이름없음2018/09/08 20:25:32ID : q2LanA7wIK2
그런데 그래봤자..... 친구들 생일도 제대로 기억 못 하는 애가 한 번만 듣고 네 생일만 외워버리고 아침에 반에 들어 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너고 뭘 할 때마다 그렇게 예쁘고 빛날 수가 없는데. 그렇게 해서 늦가을 쯤 확정지을 수 있었지. 난 이 애를 좋아하구나.
이름없음2018/09/08 20:30:23ID : q2LanA7wIK2
늦가을이 아니라 초겨울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마음 속으로 확신을 지은 후부터는 그 애를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아래로 훅 가라앉는 느낌이 들더라. 그리고 미친듯이 뛰어서 얼굴이 벌겋게 되고. 그때는 친구고 같은 반이라 같이 놀고 다닐 기회는 많아서 굉장히 즐거웠어.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고. 난 널 발견하고 손 흔들며 인사할 때도 좋았고. 웃는 모습이 참 예쁘고 말투가 귀여웠다. 방언 섞여서 굴러가는 말투.
이름없음2018/09/08 20:34:38ID : q2LanA7wIK2
그런데 내가 처음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접게 된 시점이 다가왔지. 작년 말 걔 이상형이 조신한 남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뇌의 온갖 기능이 작동을 거부하게 되어 머리가 하얗게 됐을 때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어. 이 마음은 접어야 한다고. 그때 접었다면 차라리 지금 이렇게 될 일은 없었을 텐데. 이렇게 된 경위를 설명하려면 내 이전 짝사랑에 대해서도 언급이 필요해.
이름없음2018/09/08 20:37:53ID : q2LanA7wIK2
그때는 내가 내 감정이란 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시절이라 좋았어도 괜히 틱틱거렸던 때였어. 상대는 되게 붙임성 있고 들이대는 성격이라 나한테도 그랬고. 그런데 나는 그거 싫다면서 밀어내고 그랬는데 졸업 전에 결국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버렸어. 그 뒤로는 끝내더라도 후회 없이 마음 전하고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름없음2018/09/08 20:43:42ID : q2LanA7wIK2
그래서 지금 걔한테는 연락하다가 너 좋다는 식으로 언급한 적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되새겨보니 잦았더라. 2학년이 되면서 다른 반으로 갈라지게 된 것도 이유였겠지만 그 뒤로는 내가 톡을 먼저 많이 보냈어. 그냥 사소한 일로도 했고. 그리고 원래 얘가 연락을 잘 안해서 톡도 하루에 한번 보고 그랬는데 어느날 부터는 3일이 지나도 안 보더라고. 며칠 뒤 학교에서 왜 안 봤냐고 질문하니까 오늘은 보겠다고 해서 넘어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