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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Xze1yHwmsp 2018/09/12 20:29:11 ID : hfe6qi9tjAm
안녕. 이 소설은 내가 뱀파이어를 좋아해서 적게 된 소설이야. 원래는 남이 좋아할 소설을 적었는데. 그런 건 아무도 좋아해 주지 않아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적기로 했어. 여기에 올린 건 주인을 잘못만난 주인공들 외출 한번 시켜줘야할 것 같거든. 이 밑의 내용은 대부분 원문이야. 사람으로 따지자면 실오나기 하나도 안 걸치고 화장도 안한 이상한 사람이지. 나중에 (만약에 그렇다면) 진짜 소설 사이트나 그런 곳에 올리면 퇴고 - 퇴고 - 퇴고를 하며 메이크업도. 옷도 입혀야겠지만 여기는 익명이잖아? 나중에 정식으로 나오면 실컷 비웃으면 될 것 같아. 이 작가 원문이 이렇게 개판이었다고. 그러면 부디 즐겁게 읽어줘. 의견은 자유롭게 나누고 답변도 해주겠지만. 아마 퇴고때까지는 손을 안 댈것 같아.
◆5Xze1yHwmsp 2018/09/12 20:29:40 ID : hfe6qi9tjAm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하늘은 푸른 빛이겠지만. 나에겐 어둡고 깊은 회색이다. 나에게 초원은 불쾌하고 한 평생 느껴보지 못했고. 아마 대다수 사람들도 느껴보지 못할 냄새. 고기 비슷한 무언가가 타는 냄새가 들끓는 곳이었고. 나는 그 초원에서 무언가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양 쪽에 길게 늘어선 병사들은 자기와 입은 옷 색깔과 다르면 화살을 쏘거나, 라이플을 쏘거나, 석궁을 쏘거나, 기아 때의 식인종같이 물어 뜯으려 하고 있으며. 평생 옷이나 짜던 난. 그저 재앙이라고 생각하고는 도망치는 것만이 이 시간에서 살아남을 방법이었고. 이 시대에서 살아 남을 방법이었다. 대포의 저음. 비공정들의 고음. 병사들의 이가는 소리. 비-휴마들이 새를 타고 망치질 하는 소리. 수많은 악기들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었고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생생히 들릴 정도로. 다시 그때의 풍경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려진다. 내 뒤를 따라오던 가족들은 사라졌다. 그걸 깨달았을 때에는 너무 많은 것을 지나쳤었고. 너무 많은 것을 잊어버렸으며. 지평선 저 끝에는 죽은 자들의 향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것 이외에는 없었다. 아니. 더 있었다. 본능적인 동물적인 감각이 허리에서부터 목까지 차가운 기운을 내며 천천히 올라왔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전쟁터에서 아무것도 없다는 건. 곧 많은 것이 들이닥친다는 것과 같다는 것을 너무 늦게 난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깨달아 버렸다. 달아나려는 순간 왼쪽에서는 ‘이샤라이나 찬송가’가, 오른쪽에서는 ‘비-휴마 해방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위에서는 폭발과 비명이 양 측의 반주가 되어주고 있었고. 이따금 날라오는 대포알들은 기계처럼 진군하는 양측의 병사들의 목이나, 다리나, 팔을 날려버리며. 추수의 계절의 들판을 금 빛에서 붉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곧 그 빛 중에는 나도 포함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군화 소리가 멈췄다. 침묵. 수많은 군인들이 오직 죽기 위해 결벽증이 있는 사람과 같이 잘 정돈되어 기다리고 있었다. 두려움은 없었다. 사람은 없었다. 있었다면 수십 만 명중 나 밖에 없었을 거고. 난 그들의 한 가운데에서 얼어붙었다. 칼날 소리가 울려 퍼진다. “1중대! “2중대! “34중대! 1연대를”” 발사! 저 노예들의 모가지를” “1열 뒤로 후퇴! “”발사! “ “재장전! 2열 “ 3연대로 이동해! “ “휴마에게 영광” “제군들! 착검준비!” “이 개새끼! 어디로 도망가는거야!” “Akrm! Kiol Remtaio thin Kli Dan! “Matma! Arkm! “ Kiol Dan thin? “ “ “Kil! Kil! “ “Kan” “ Rek?! “ Rejt Rti Qwe! “ “Ork! Ui Esharaina!” “ Kil Erto resho?”” 화약 냄새가. 총알이 날라오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귓가에 울리는 바람소리를 들으면 죽음이라는 긴 계단에, 한 발자국 오른 것이다. 진흙이 입으로 들어와도, 끔찍한 액체들이 귀로 흘러 들어오더라도. 울고 싶지 않더라도 눈물을 흘리며 기어갈 수 밖에 없었다. 휴마가 아니라, 사로잡혀버린 사슴처럼 처절하게 바닥에 길 수 밖에 없었고. 죽음은 그런 자에게 자비롭지 않았다. 왼편에서는 늑대 반인들이 들판을 가로지르며 휴마들을 먹어치우려고 다가가고 있었고. 오른편엔 총검을 들고 돌격하는 휴마들이 있었다. 하늘에서는 ‘천벌포’라고 불리는 대포가 그들의 오장육부를 뜯을 포탄을 발사하고 있었다. 머저리라도 희망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는 상황에서 나는 누구보다 사람다운 행동을 했다. 희망을 찾는 일이었다. 죽을 수 없었다. 살아야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여기서 죽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나는 평생을, 18년이라는 세월을 누군가를 증오하는 데 쓰지도 않았으며. 이런 증오의 현장에서 내가 희생당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살고 싶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살점이 가득한 흙탕물을 건너고. 이름 모를 시체를 넘고. 누군가의 피를 뒤집어 쓰면서까지 살아야하는 이유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에어조라와 그 여동생인 이샤라이나는 이런 미천한 휴마가 살아남는 것이 좋게 보이진 않은 것 같았다. 내가 신의 이름을 부르짖을 때 마다 죽음은 내 곁에 꾸준히 다가오고 있었다. “돌격! 이샤라이나의 이름으로! “ “에어조라를 위해서!“ “노예들을 죽이자!“ “퇴각은 없다!“ 병사들은 동료였던 것들을 밟으며 몰아쳤고. 이미 죽은 눈으로 서로를 밟으며 앞에 보이는 이들을 죽이러 갔다. 반대편도 상황은 같았다. 상황이 다른 건 이 곳에서 나밖에 없었다. “Roethi Reliaze!” “Etro Sindrom Definta!” “Ro tore Than!” “Van Dar Tina! “ 더 이상 신에게 기도하지 않았다. 하늘을 본다. 낮인데도 어두컴컴한 하늘엔 누군가를 효율적으로 죽이기 위해 고안된 무기 밖에 없었다. 실소가 나온다. 신화에 나오던.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불쌍한 아이를 구한다는 이야기가 허구라는 것은 내가 여기까지 뛰어오면서 본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말하고 있었다. 영원히 어린아이에서 멈춰있는 아이들이 지평선의 한 연기에서 나를 대려 가고 있었다. 포성. 산탄과 천공포. 하늘엔 연기에 연기가 더 나는 정도였지만. 지상은 그 분노를 저항없이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적도, 아군도, 백성도 상관없이. 포탄은 공평한 판사였다. 오, 사, 싫어, 싫어, 엄마. 아빠. 누구라도 도와줘.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플거야. 붉은 커튼이 크게 쳐지고. 공평한 판사들은 해임되고. 죄인들은 지옥으로 가는 티켓을 취소당했다. 모두가 어리둥절하고 하늘을 보았다. 그 곳에는 양산을 쓴 괴악한 센스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고. 날고 있으면서 날개조차 안 달려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천사와는 다르지만. 내 기억에는 검은 드레스와 붉은 눈동자. 그리고 검붉은 양산을 들고는 지상에 내려온 한 여성이 내가 기억하는 천사였다. 그 천사가 지상에 살갑게 착지하곤. 왼쪽도, 오른쪽도 아니며. 하얀 군복도, 검은 군복도 아닌.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곤 손을 내밀며. “아르카니 공작 가문의 가주. 아르카니 시란딜이라고 합니다. “ 그렇게 길게 숨을 들이쉬고는-
◆5Xze1yHwmsp 2018/09/12 20:33:53 ID : hfe6qi9tjAm
“자. 나갈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 아침. 수많은 창가에서 빛이 들어오는 방 한가운데에 있는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들린 소리였다. 엄청 긴 꿈을 꾼 것 같아 하품도 길게 늘어지게 했다. “하품할 때가 아니랍니다. 자. 드레스랑, 그리고 권총. 마지막을 장식할 서류철. 준비하는데 30초면 충분하겠지요?” “네? 30초요?“ “30초. 아르카니 가문의 녹을 먹으려면 그 정도는 당연하죠. 이미 제고 있습니다. “ 내 앞의 여성은 회중시계를 바라보곤 말했다. 영문도 모른 체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고는 – 다행히도. 이 앞에 있는 사람은 여자였기에 – 권총을 대충 들고. 서류철을 어깨에 끼어 놓고는 그녀를 봤다. “1분 38초. 서류철은 무너지려고 하고. 권총은 장전도 안했고. 오. 안전 장치는 어떻게 풀었습니까? 아침부터 저라도 쏴 죽이시려고요? 드레스는 여기. 여기. 여기. 접혀 있어서 3살짜리 어린애가 더 잘 입겠네요. 그렇지만 처음치곤 잘 했습니다. ‘처음치곤.’ 다음부턴 처음이 아니니까 변명은 안 통합니다.“ 그녀는 드레스에 몇 번 손을 대더니 손을 털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는 말했다. “저기. 그런데 무슨 일이죠.” 눈도 못 비빈 내가 말했다. 안구 회전의 도움이 되어 매일 비비고 있다. “자. 가면서 설명하죠. “ 그녀는 내 손을 잡더니. 도저히 여자라고 볼 수 없는 괴력으로 끌면서 나를 바깥으로 인도했다. “여기는 마운티이라. 마운티아 가문이란 프라이드가 저 산처럼 높으신 분들이 지배 중인 곳입니다. 중북부 지방이고 아마 그대가 살던 곳은 비공정타고 3일은 넘게 걸릴 겁니다. 지금 우리는 신실하신 귀족 분이 ‘제’ 돈을 들고 튀려는 걸 막으러 가고. 그대는 그 서류철을 그 귀족 면전에 던지고 위험하면 몇 발 쏘고 튀는 일을 하시면 됩니다. 그럼 치료비는 없던 걸로 하죠. 이해하셨습니까?” 뭔가 많은 정보가 들어와 중요한 것 밖에 못 들었다. “네? 치료비요? “ “네! 치료비요! 그럼 당신 약값이 천사가 던져주고 간 걸 줄 아는 겁니까? “ “잠깐. 잠깐. 절 구해주신 게 아닌가요? “ “구해준 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냥 가시는 겁니까?” 이렇게 떠드는 동안 우린 저택에서 벗어나 마운티이라 시내 한복판을 헤집으며 뛰어가고 있었다. 남부의 촌놈인 난 도시를 느끼고 싶었지만. 느껴지는 건 부딪쳐 짜증내는 사람들의 감촉뿐이었다. “그냥은 안 가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설명을 해주셨으면. “ 내가 말했다. 아빠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해서 내 앞에 있는 여성을 아는 사람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조금 슬프게도 그런 내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더 설명이 필요하면. 전 그 전쟁터에서 식량을 팔고 있었는데 엿 같은 연합군측에서 제 창고를 천벌포로 박살내 버렸고. 덕분에 지금 그 새끼 돈을 못 받으면 바로 거리에 나앉으면 되는 상황입니다. 당신을 구한 건 우울해가지고 연합군을 날려버리려고 했는데 그대를 보고는 차라리 조수로 삼아 가지고 내 돈 안 갚는 괴물들을 처리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해서고요. 설명 더 필요하십니까? 뭐. 제가 태어난 시대부터 설명해야 합니까?“ 그녀가 말했다. “아. 아니요. 그 정도면 됬는데……” “좋습니다. 이제 막 도착했으니까 더 설명이 필요하면 다른 사람 구하려고 했거든요.“ 손이 풀렸을 때. 우린 또 다른 저택에 서있었다. 지금까지 본 마운티이라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었고. (몇 분 봤다고 결론을 내는 건 꽤 이상하지만.) 그래서 귀족의 저택도 동화책에서나 보던 압도적인 크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책에서 상상한 것과는 다르게 천박하지 않은, 자기의 자리를 잘 알 듯. 적당한 공간만 차지하는 이 저택이 상냥한 집처럼 보였다. 따뜻한 지붕 색과 낙서와 계란이 전혀 안 묻힌 담벼락은 그를 반증하며 자리하고 있고. 남을 압도하는 것보다 남을 포옹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저택에서. 소설에서 본 것 같이 돈을 떼먹고 튀려는 악덕 귀족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서류. 30-D 고객으로. “ 그리고 내 옆에 있는 – 신경질적으로 저택을 노려보는데. 시가 하나만 물면 드레스 입은 깡패가 될 듯한 – 여성이 말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곤. “네? “ “당신의 팔과 어깨 사이에 있는 물질인 서류철을 펴서. 30-D 고객이라고 적혀있는 문서를 저에게 넘겨주세요. 를 다 풀어서 말해야 알아듣습니까?” “네. 넵! “ “진심인데. 글자는 읽을 줄 알죠?“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곤 말했다. “너무 얕보지는 마시죠. 어?” 마을에서 글자를 제일 잘 읽던 한 꼬마는. 기하학적으로 아름다운 도형들을 보고 꼴 사나운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저기. 이게 무슨 나라 언어..” “신성 이샤라이나 언어. 북부 지방 언어인데, 그 사람들 보단 남이랑 비교를 못하면 1초도 못 사는 귀족들이 더 많이 쓰는 언어입니다.“ “전 에어조라 공용어밖에 모르는데. “ “그럼 일단 마지막 페이지 보고. 그 문제에 관해선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 그녀는 제일 뒷장을 나에게 넘겨주곤 다시 저택을 보았다. 제일 뒷장은 간단한 설명서였고. 그 설명서를 하나하나 짚으며 수많은 종이의 구덩이에서 겨우 30-D 문서를 찾는 건 고역이었다. 결국 찾아서 그녀에게 건내 주었는데 꽤 긴 문서였다. 그녀는 문서를 바라보고. 난 종이의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를 느끼며 침묵을 유지했다. 그녀가 수십 장을 보곤 덜 말린 수건으로 씻은 듯한 표정을 짓자. 불안해진 내가 말을 걸려는 순간까지. “저기, 제가 문서를 잘 못 드렸나요?” 그녀는 종이들을 반으로 접곤. “됐습니다. 권총이나 준비하세요.“ “그냥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멋진 마법으로 처리하면 되지 않을까요?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곤. “어. 치안대가 절 잡아가는 결말로 끝나고 싶으면 그래도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마법’이라는 것도 동화책에서만 봤다. 그럴 수 있는게 난 처음으로 시내에 나와봤고. 게다가 내가 처음 본 천사는 마법으로 날 지켜줬으니까. 당연히 도시에선 언제 어디서나 써도 되는 줄 알았다. 도시도 별거 아니네. 마법도 못 쓰고. “그럼 그 때는…” “창고가 날아가버려서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남부 지방에선 수배도 떨어져서 거기서 장사도 못할뿐더러. 이상한 사람들이 연구소로 절 처박으려고 찾고 있습니다. 아. 그냥 잡히고 실험실에 살아도 되겠네요. 그런 결말을 좋아하십니까?“ “아무도 안 좋아할 거에요. 그런 건. 그런데 도대체 종족이 무엇이길-“ 그녀는 내 입술에 손가락을 대곤. “마운티이라 격언. 침묵보다 아름다운 말은 찾기 어렵다. 잘 기억해두는 게 좋을 겁니다. 최소한 이 도시에는 종족보다 내뱉는 말이 더 중요하니까. 아시겠습니까?“ “네. “ “그럼 따라해요.” “침묵보다 아름다운 말은 찾기 어렵다. “ “좋아요. 그럼 들어가죠. “ 대문은 열려있었다. 아담하지만 아름다운 정원을 지나면 문이 있는데. 옆에는 작은 벨이 달려있는 문이었다. 그녀는 – 차라리 아가씨에 가까우니. 이제부터 아가씨라고 부르겠다 – 그 벨을 당기려다가. 무언가 깨닫고는. “아. 바깥에서는 아르카니 시란딜이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대신 카리샤 말린이라고 불러 주시길.“ “공작은 거짓말이었어요? “ 아르카니.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마르카니 가문이랑 착각한 것 같다. 우리 영주님의 가문이름이랑 비슷하구나. “거짓말은 아닙니다. 사정이 있다고만 알아 두고. 전 마운티이라에서는 카리샤 말린입니다. 제 주민증에도 그렇게 적혀 있고요. 아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카리샤 말린님. “ “좋아요. 이제 진짜 가보죠. “ 아가씨는 벨을 살짝 당겼다. 그러자 온 집안에 작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아가씨는 가방에서 양산을 꺼내곤 길게 늘렸다. 아무리 농촌에서 살았던 나라도 실내에선 양산을 펼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걸 알고 있어 영문 어린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칼든 가문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그리고 돌아가주시죠. 카리샤 말린님. “ 가정부가 나오고 문을 열자마자 – 얼굴을 확인하자. 놀란 표정이 과관이었다. - 닫으려고 했지만. 아가씨는 길게 늘린 양산을 문틈에 넣고는 미소 짓곤 말했다. “좋은 날씨네요. 칼든 가문의 가정부님. 칼든 백작님에게 볼일이 있어서 그런데 만날 수 있을까요?” “아하하. 죄송하지만 우리 주인님께선 지금 손님을 받지 않으십니다. 카리샤 말린님이 오셨다는 걸 꼭 알려드릴 것이니 오늘은 돌아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 감히 말해봅니다만. “ 가정부가 말했다. 그 말을 듣곤. 아가씨는 문 틈에 있는 양산을 가볍게 밀어 문을 열고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막고 있었던, 그래서 당황하고 있는 가정부를 붉은 눈동자로 내려다보며. “한 가지 오해를 하시는군요. 가정부. 전 계약서상에 있는 돈을 받으러 온 사람입니다. 당신 주인을 고급스러운 의자가 아니라 법원에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힐 수 있는 사람이고. 제가 온건 귀족으로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켜주려고 온 겁니다. 그런데 일개 가정부인 당신이 마지막 기회를 걷어차면. 백작님이 가만 있겠습니까? “ “호의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럴 지도 모르지만. 그건 당신이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당신 주인이 생각하는 겁니다. 정 싫으면 법원으로 바로 들어가도 되는데. 그냥 갈까요?“ “시, 실례하겠습니다.. “ 그렇게 말하곤 둘 사이를 지나갔다. 가정부는 나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고 키가 비슷하지만 올려다 볼 수 밖에 없는 아가씨만 봤다. “그건… “ “예, 아니요?” “…아니요. “ “좋아요. 안내 해주시겠습니까? 가정부’님’.” 가정부는 사탕을 빼앗긴 아이처럼 바닥을 긁으며 이빨을 갈았다. 아가씨는 속삭이며 저 친구는 수 년 동안 칼든 가문을 지켜 온 충신이며 가정부 그 이상이며. 자기 딴에는 마음씨 좋은 주인이 나 같은 양아치랑 만나는 걸 경계하여 이런 일을 버렸다고 말했다. “그럼 험하게 대하면 안되는 사람 아닌가요?” 내가 말했다. 아가씨는 비밀을 말해주는 엄마와 같이 내 귀에 대곤. “수년을 근무해도 가정부입니다. 오래 살았다고 호의를 좀 받으면 그게 당연한 건 줄 아는게 사람이고. 전 그저 다시 위치를 확인시켜줬을 뿐입니다. ‘일개’ 가정부라고. “ 둘 만의 비밀을 공유하는 듯한 행동에 가정부는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집의 모든 비밀을 내 손 안에 있는 걸 당연히 여기는 할머니 같이. 그녀의 눈동자는 우리가 아니라 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할머니가 되었지만. ‘우리 집’ 할머니가 아니라 ‘남의 집’ 할머니였다. 오늘에서야 만난 사람의 생각을 알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그 가정부는 다른 접근 방법을 썼다. 성당 학교에 입학하곤 성인이 되었다고 착각하는 어린이같은 얄팍한 수였다. “주인님에게 뭐라고 설명할까요?“ “카리샤 말린.” “그거 말고 더 자세하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당신이 저에 대해 알아야할 건 그게 끝입니다. “ “알겠습니다. 주인님에게 안내해주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수고해주시길. “ 가정부는 한숨을 쉬고 안내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아가씨가 갑자기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다시 말하기 전까지. “아. 잠깐만. “ “또 뭡니까?” “방금 마지막으로 뭐라고 했었죠?” 난 도대체 또 뭔 트집을 잡을까 걱정이 되었다. “주인님에게 안내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 “제가 마운티이라 가문에서도 그런 표현을 못 들었는데. 혹시 당신 주인이 창조주 에어조라나 전쟁신 이샤라이나라도 됩니까?” “그게..” “아닙니다.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그냥 묻는 것이니까. 혹시 제가 에어조라의 하인을 만난 것이라면 일기장에라도 써야하지 않겠습니까? 자. 신의 하수인이시여. 부디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아가씨는 붉게 빛나는 듯한 눈동자로 가정부의 눈동자를 노려본다.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입은 정 반대였다. “저, 저는.. “ “아니. 편안하게. 숨이라도 한 번 쉬시고. 무슨 가문의 가정부이시죠?“ 진정하라는 듯. 아가씨는 가정부의 등을 따스한 엄마의 손길처럼 쓰담아주는 듯 했지만. 가정부의 표정은 얼음에 닿는 듯이. 점점 북부의 얼음 속으로 빠지는 듯한 표정이었다. “칼든. 칼든 가문입니다.” “그래. 칼든 가문. 백작 가문이고 마운티이라에 수백 년을 받쳐온 가문이죠. “ “네. 네. 그렇지만.” “너무나 착하신 백작 저하는 돈이란 돈은 남에게 퍼 주셨죠. 당신은 수백 년간 이 자리를 지켜온 이 가문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었을 겁니다. 왜?“ “저희 가문 대대로 가문을 모셨기에.. “ “그렇군요. 그 사명감에 백작 저하의 장애물을 치워야 했겠군요? 카리샤 말린이라는 양아치를 말입니다. “ “아, 아닙니다..” “아니라고? 그럼 이 엿 같은 대우를 참을 수 없는데. 개새꺄?” “흐. 흐익..” “씨발. 5 갈리아나 되는 돈을 빌렸으면 카펫이라도 깔아야 하는게 아닐까요. 그런데 문을 닫아?” “잘못 했습니다… “ “잘못했지. 잘못했어요. 그래. 칼든 가문은 ‘저에게’ 있어서 무슨 가문이죠?” “도. 돈을 안 갚는.. “ “그래요. 상식적으로 당신들이 사치라도 부렸으면 좋았는데. 그걸 남한테 뿌려놓고 집도 이런 거지꼴이면 전 뭘 가져가야 할까요? 당신?” “저. 저 만으로 괜찮으면..” “아하하. 당신 스스로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 같은데. 표정 풀어요. 당신한테는 관심이 없으니까. 대신 조금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제가 누구죠?” “카리샤 말린. 칼든 가문에 돈을 빌려주신 분입니다. “ “그래. 그래요. 좋아. 그런데 한 가지 더 있었죠? 당신한테 있어서 카리샤 말린은 어떤 사람이죠?” “야. 양아치. “ “옳지. 옳지. “ 아가씨는 적당히 가정부의 머리를 쓰담아주곤. “그럼 당신이 할 일은 그 양아치가 백작님에게 해를 안 끼치게 해야 하는 거. 맞죠?” “맞아요. 맞습니다.” “그러고 싶으면 절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다 도와드리겠습니다. “ 아가씨는 손수건을 꺼내곤 가정부의 눈가를 다정하게 닦아줬다. “혹시 백작 저하가 뭐 시킨 거 있어요?” “당신이 오면.. 문을 열어주지 말고. 가게 내버려두게 하라고 했습니다. “ “진짜? 그게 끝이라고? “ 아가씨는 손가락으로 가정부의 고개를 꺾어 붉은 눈동자와 마주치게 했다. “아니요. 아닙니다! 제가, 수면제를 준비해서… “ 가정부가 말했다.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죄인과 같이. “그 정도면 됐어요. 자. 눈물 닦고 이제 주인 분에게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아가씨는 가정부의 몸에서 손을 때곤 새 장갑을 꺼내 바꿔 끼고 있었다. 다시 가정부 그 이상, 그 이하로 보지 않는 사람처럼. “안 됩니다! 부디 용서해주세요. 제가. 제가 독단적으로 한 일이니까 책임도 제가 지겠습니다! 제발 백작님은 건들지 말아주세요!“ “책임? 책임이라. 그래. 그것도 괜찮겠군요.” 정오의 뜨거운 태양이 서서히 눕고 있었다. 그리고 아가씨와 가정부의 그림자도. 이 집의 모든 것들이 서서히 늘어지고 있는 시간이 되었다.
◆5Xze1yHwmsp 2018/09/12 20:37:13 ID : hfe6qi9tjAm
백작의 응접실은 꽤 거대했다. 집의 절반 쯤을 차지하고 있는 듯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본 – 그래 봤자 운 좋게 본 영주의 응접실 밖에 없지만 – 응접실과는 다르게 소규모 모임이 아니라 대규모 모임을 위해서 만들어 진 것 같았다. 각 자리마다 식기가 있는데 모두 적당히 쓰기 좋은 것들이었고.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해 갖춰진 것이 아니라 식기의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히 하도록 갖춰진 것이었다. 테이블은 깔끔히 정돈되어 있었지만 수많은 사용감을 지울 수는 없었고. 그래서 정감이 가는 테이블이었다. 모두를 위한 티세트. 손님들에게 부담을 안 주려는 듯한 설탕이 가득한 통. 배고픈 이들이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빵바구니. 원탁의 형식으로 되어있어 상하관계가 보이지 않는 모두를 위한 장소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곳에 있지 않았고 그 옆에 있는 소파와 테이블에 있었다. 이 곳은 애초에 설계 자체가 없었지만 그래도 귀족급이나 되는 사람이 왔을 때를 대비한 곳 같았다. 그렇기에 그리 친절한 공간은 아니었고. 아마 오전엔 햇볕이 직통으로 들어와 뱀파이어만 태우는 정도가 아니라 사람도 태울 수 있는 창문 앞에. 테이블과 소파 2개가 간단히 있는 장소였다. 그 소파 2개에는 백작과 아가씨가 앉아있고 나와 가정부는 양측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듯. 초조하게 그들의 뒤에 서있었다. 창문에는 추수의 계절의 들판 색이 도시에 내려지고 있었다. “곧 추수철이군요. 에어조라 감사제는 준비가 잘 되십니까? “ 아가씨는 말했다. 시선은 완전히 도시에 젖어있어 백작에게 말한 게 아니라 도시에 묻는 것 같았다. “잘 되고 있다네. 1년에 에어조라 감사제는 한 번이니까 잘 준비 해야지. “ 백작은 말했다. 그가 입고 있던, 시간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버린 정장은 낡았다고 표현하는 것보단 고결하다고 표현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았다. 수많은 고뇌가 들어나는 주름. 그렇지만 대부분의 주름은 스트레스보다는 행복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다만 최근의 주름은 주로 내 앞에 있는 아가씨덕분에 생긴 것 같았지만.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은 이샤라이나 감사제를 1년에 수십 번을 열던데. 그런 거 보면 마운티이라는 그리 신앙심이 깊은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난 일종의 배려라고 생각하네. 다른 축제는 몰라도 에어조라 감사제는 교단의 주 헌금 수입 경로이기도 하니. 그런 걸 수십 번하면 이 도시의 태반은 굶어 죽을 거야.”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괜히 사람들이 농담 삼아 ‘추락의 계절’이나 ‘징세의 계절’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지요. 칼든 그라미엄 백작님. “ 아가씨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차를 마셨다. 백작은 불편한 표정을 짓곤. “설탕 좀 넣어서 먹지. “ “아. 일 할 때에는 단 것에 취하지 않는 성격이라. “ “그래도 말일세. 알린양. ‘설탕’좀 더 들고 오게.“ 백작은 가정부를 보고 말했다. 가정부는 고개를 숙이곤 문을 열고 떠났다. 아가씨가 차를 다 비웠을 때였다. “벌꿀차. 괜찮군요. 조금 의외이기도 합니다.” “의외라. 어느 면인지 말해줄 수 있나? “ “비싸기로 유명한 차 아닙니까? 아. 이 근처가 꽤 유명한 양봉 농가였나요?” 아가씨는 집 주변을 둘러보더니 찾아내곤 말했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정직한 꿀을 만드는 사람들이지. “ 백작은 찻잔을 바라보다가 또 창문을 바라보고. 그 다음 천장을 바라보더니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카리샤 말린. 그대에게 부탁하네. 이제서야 이 영지의 사람들이 희망을 보고 일을 하기 시작했어. 저번 수해 때 죽은 건 사람과 재산만이 아니라 저들의 마음도 같이 죽었다네. 이제서야 일어나고 있는 사람들이야. “ “힘든 시기인 점은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백작님께선 이미 1년을 이미 지체하셨습니다. “ 아가씨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찻잔을 비웠다. “이제 더 이상 그대에게 베풀어야 할 호의가 바닥을 들어내고 있습니다.” “사람보다 돈이 먼저는 아니지 않나. 조금만 더 기다려주게. ” “맞습니다. 돈보다는 사람의 신뢰가 먼저죠. 그 몇 푼 된다고 이렇게 돈을 안 갚아 우리의 신뢰를 무너트리려는 겁니까? 칼든 백작님. “ “몇 푼이라니. 몇 갈리아인데.. “ “ 그래요. 몇 갈리아나 되는 돈이 있었으면 전 저번 달에 약값이 모자라 죽어가는 아들을 부여잡던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었고. 여름 때 풍차를 수리해야 하던 가난한 농부에게 돈을 빌려줘 이 계절에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 아가씨는 창 밖을 보고 한숨을 깊게 쉬었다. 태양은 이제 반대편 창문에 나타나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그림자를 보여주었다. “칼든 백작님만 돈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 “….어쨌든 당장은 돈이 없네.” 백작은 주름이 하나 더 늘 것이다. 그것도 아주 슬픈 주름으로. 다시 이 곳에는 불쾌한 침묵이 가라앉았다. 모두가 원하지 않는 침묵이었지만 그 누구도 말할 수 없었다. 상황을 악화시킬 자신은 있었지만 더 좋게 만들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침묵을 깨는 건 역시나 가정부였다. 가정부는 설탕이 가득한 통과 그 밖의 것들을 잔뜩 실은 카트를 들고 왔다. 그 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건장한 남성 5명이 따라왔다. “설탕을 안 먹은 죄입니까? 전 백작께서 이렇게 전통에 깐깐한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요. “ 아가씨가 말했다. “이해해주게. 난 자네가 우리를 해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면 보험이라도 들어 놓아야 하니까.” 백작이 말했다. “시간 낭비만 했군요. 전 더 이성적인 선택지를 원했지만 헛수고였던 것 같습니다. 이만 가보도록 하지요. “ “멈춰. 아가씨. 우린 네가 이 곳을 건들지 않는 다는 보장을 받아야하니까. “ 그 무리의 한 남자가 말했다. “전 안 건드립니다. 법원이 건들겠죠. “ 아가씨가 말했다. 그러고는 문을 향해 움직였는데 한 남자가 막아서 있었다. “멈추고. 천천히 차나 마시면서 이야기나 하지? “ 문을 가로 막은 남자가 말했다. 아가씨는 그 남자를 째려보곤 나에게 손짓했다. 아마도 쏘라는 말일 것이다. 나는 숨기고 있던 권총을 초짜티를 내며 꺼냈다. 옆에 사람이 한숨을 지을 만큼 말이다. 그렇지만 총이 인류에게 준 은총은 내 생각보다 강했다. 내가 생각해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장한 남자 6명은 맹수와 마주친 것 같은 경계를 보여주고 있었고. 난 그들을 보며 맹수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은총을 내려준 것이다. “아, 아가씨. 쏠 줄은 아는 거냐?“ 한 남자가 말했다. 손을 그렇게 벌벌 떨며 말하면 신뢰감이 하나도 오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난 권총은 고사하고 라이플도 아빠가 쏜 것 밖에 못 봤기에 불안한. “3살 때부터 훈련 받고 수많은 비밀 임무에 투입된 제 경호원에게 그런 걱정을 해준다니. 이 친구도 여자 대우 받아서 기쁘겠군요. “ 표정을 짓기 직전 아가씨가 말했다. “뭐?” 백작이 말했다.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눈길만 봐도 벌벌 떨어서. 선조차 못 본 가련한 여성이기도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은 그녀의 전설에 한 줄 추가하는 정도에 밖에 안 그치겠군요. “ 아가씨가 말했다. 듣고 보니 정말로 대단한 여자일 것 같다. “지금 장난하는 건가?” 백작이 말했다. 늙은 주름이 두려움에 떨면서. “장난이요? 제가 5갈리아를 놓고 장난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십니까? 5갈리아면 이 집 2개쯤 되는 가격인데. 그거 가지고 장난을 친다고요? 그 카리샤 말린이? 돈이 안된다면 피라도 뽑는다는 그 미친년이 이 상황에서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가씨가 말했다. “백작님. 최, 최근에 깃펜 한 자루로 주점 깡패들을 모조리 죽였다는 한 여자에 대한 소문이 있었습니다만. 그 여자가 카리샤 말린의 부하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 가정부가 말했다. “뭐? 깃펜?” 무리의 남자들 중 한명이 말했다. “네. 깃펜. 새의 날개로 만든 그것 말입니다.” “미친. 그 여자가 이 여자라고? 18명이나 되던. 게다가 그냥 깡패도 아닌 ‘산들의 주먹’ 소속의 깡패들을 혼자 죽였다는 그 여자? “ “씨발! 말이 다른 것 같은데요. 백작님? “ “허미시팔. 그 깃펜 봤는데. 세의 털이 아니라 사람으로 만든 것 같던데. 장기랑 피가..” “썅! 도망쳐!“ 6명의 남자들은 4번의 말로 하나의 결론을 내리곤 도망쳤다. 자연스레 어지럽던 총구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갈 수 밖에 없었다. 깃펜을 숨기던 백작이었다. “사, 살려주게. 돈은 꼭 갚을 테니.. 곧. 곧 해결되네!“ 백작이 말했다. 그러자 아가씨는 내게 종이더미를 내놓으라고 했다. 난 권총을 계속 겨누고는 종이를 넘겨주었다. “이 종이는 장기 채무자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가끔은 모두 한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지막 말이 비슷하더군요. 백작님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게 아쉽습니다. 그러면..“ 아가씨가 말하곤. 천천히 백작에게 손가락을 겨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난 점점 방아쇠에 손가락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장전이 돼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장전이 필요 없는 총이지 않을까. “잠깐! 줄 게. 줄 게 있네! “ 백작은 말했다. 다가오는 죽음의 징후를 느끼고 내뱉은 말이었던 것 같다. “들어보죠. 다만 다시 알려드리지만. 저에게 이젠 인내심이 별로 없습니다.“ 아가씨가 말했다. “칼린 가문의 상단 4년 수익권의 반을 주지. 남부에서 들어오는 배인데 한 척만 돌아온다 해도 순이익이 금 50갈리아야! 10척중 한 척만 돌아와도! “ 백작은 책상을 뒤져 아가씨에게 문서를 건내 주었다. “ “저도 저번 주 카드 판에서 성전 에어조라 패만 나왔으면 500갈리아는 벌었을 건데. 남부 항해는 보험도 적용 안되니 도박보다 이익을 내기 어렵겠네요.“ 아가씨는 허풍 가득한 여행기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10척이나 보냈어! 10척! 9척이 없어지더라도 순이익이 50갈리아야!” 50갈리아. 나같은 사람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돈이었다. 5갈리아는 꿈이라도 꿀 수 있었지만. 5갈리아만 있으면 매일매일 맛있는 소고기와 맥주를 곁들이며 하인을 거느리고 호화스러운 저택을 하나 사고 꽤 남는 돈일 것이다. 하지만 50갈리아는 이야기가 다르다. 국가라도 차려야 하는 강박증이 생길 것 같은 돈이었다. “그리고 백작님은 그 10척이 다 침몰되면 가진 게 몸과 물에 젖은 영지. 그리고 가정부 하나가 끝이죠. 이 3류 소설 같은 계획서는 500갈리아짜리 보험도 없으니 침몰하면 끝나는 도박이고. 도착한다 하더라도 물건을 팔 때까지 시간도 걸리며. 변덕이 심한 이샤라이나 여신님께서 신성한 생리 주기에 기분이 더러우셔서 남부의 마족들이 만든 모든 상품을 태우라고하면 백작님은 백작님의 모든 걸 태우는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의 깡패들을 막지 못하십니다. 그걸 재산이라고 부르는 건 정신 나간 도박사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난 자네가 그 부류에 속하는 줄 알았는데. “ “뭐. 잘 파악하셨습니다. 수익률만 조정하죠. 2:8로. 그리고 전 손실에 대한 부담은 지지 않겠습니다. 괜찮으십니까? “ 아가씨는 종이를 하나 꺼내곤. 대충 휘갈겨 적었다. “미쳤군. “ 백작은 아가씨의 종이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백작님의 입장을 한번 더 고려하시면. 그리 미치지 않은 제안이라고 자부합니다. “ 아가씨는 종이를 다시 책상에 올려놓았다. “60. 60까지 하지. “ “79. “ “65. 조금만 더 가까워지게. 제발. 이 돈들은 내가 아니라 빈민을 위해 쓸 거니까. “ “78. 조금 가까워졌네요. 방아쇠도 조금 가까워졌겠지만. “ 그 말을 듣고 방아쇠를 종이 다루듯이 조금 움직였다. “70. 귀족을 쏴 죽이면 마운티이라 법원이 가만있지는 않는 걸 잘 알지 않나? “ 가정부가 나를 보고 눈총을 줬다. 쏘면 죽여버릴 것이라는 눈치였다. 그렇지만 난 깃펜으로 수십명을 죽인 살인의 달인이었으므로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75. 변호사한테 몇 푼 던져주면 됩니다. 아. 이 이상 가까워지면 백작님의 유언은 숫자가 될 것입니다. 방아쇠는 예민한 물건이니까요. “ “망할. 75. “ 깃펜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계약서에 흔적을 남겼다. 패배의 흔적을. 유일한 승리는 80을 75로 바꾼 것이었지만. 초기 제안에서 25나 올라간 졸전이었다.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백작님.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5갈리아의 원금과 2갈리아의 이자를 갚은 살아있거나, 감옥에 안간 고객은 그리 많지 않거든요. “ 아가씨는 상냥한 미소로 승리의 증거를 가져갔다. 덤으로 3류 소설도. “빌어먹을. 에어조라의 저주를 받아 죽을 거다. “ 이제 자유가 된 백작이 말했다. “아마 백 번째 저주인 것 같은데. 기념으로 포도주라도 딸까요?“ 아가씨는 백작의 말을 듣곤 조소했다. “신이 두렵지도 않나 보군. 괴물. “ “에어조라 대륙 신화, ‘승천’장. 그 빌어먹을 년에게 유혹받지 않은 너희에게 축복을 내려주며. 난 이제 자러갈거니 알아서 잘해봐라. 그 년이 지랄하면 또 부르고. 왜 자꾸 주무시는 신을 깨우려 하는지. 원. 깨울 거면 차라리 지금 전쟁터에 뛰고 계신 이샤라이나를 믿는 게 더 좋을 겁니다. “ 아가씨가 말했고. 백작은 얼마 있지도 않는 듯한 이빨마저 가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 때였다. 문에서 정중보다는 정보 전달이 먼저인 노크가 그림자가 누워버린 우리에게 들렸다. 태양도 자러 가는 이 시간에 뭐가 급한 걸까. 혹시 그 부랑배들이 친구들을 더 끌고 온 게 아닐까? 걱정이 꽤 들어 총구를 문 쪽으로 바꿨다. 가정부는 문을 열고. 녹초가 된 한 남자가 모자를 잃어버린 듯한 머리카락을 뒤집어 쓴 체로 들어왔다. 백작의 정중한 지적이 나오기 직전 거친 숨소리가 섞인 외설적인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배. 배가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2척. 그. 그. 그것도 만선으로. “ 침묵. 짧다고 생각하면 짧았지만. 길다고 생각하면 꽤 길기도 한 시간이 흐르고. “꺄호! 망할! 백작님 인생의 모든 운을 다 꼬라 박으셨군요! 현명하십니다! “ “아.. 아? 아하하하하하하! 내가 어. 어제 꿈에 에어조라가 튀어나오더만! 에어조라이시여! 다다음달엔 헌금 열 배는 드리지요! 한번만! “ “100갈리아? 이야. 황금으로 내일 샤워라도 하죠! 뭐! “ “스케일이 너무 작구만! 난 내 영지부터 뜯어 고칠 거야! 이제 우리 가문 영지엔 쥐 한 마리도 없을 거라고! 아하하하!” “저. 이번 임무를 훌륭히 행한 수행원도 있지 않겠죠? 아가씨. “ 10할란갈리아만 받아도 집 한 채는 다시 구할 수 있을 거다. 그러자 아가씨는 평소와 다르게 – 평소라고 해 봤자 하루도 채 안 되지만 – 술 취한 아빠같이 온 몸을 더듬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아하하하! 평생 고용해드리죠! “ “지, 진짜요? 월급도 많이? “ 내가 말했다. “그걸 왜 물어요! 당연한 걸 가지고! 자. 저기 있는 가정부가 증인이에요. “ 아가씨가 말했다. 가정부는 고개를 끄덕이곤. “네. 들었습니다만. 우선 세 분다 진정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 심부름꾼이 꽤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 백작이 창문을 열고 ‘이제 보도블록을 깔 수 있습니다! 여러분!’ 이라고 말할 때였고. 아가씨는 백작 옆에서 ‘칼당뉴 34년산을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 (도대체 언제 옆에 간진 모르겠지만) 말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심부름 꾼은 긴장한 듯 입을 열었다. “칼다리아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칼다리아 항구에서 배 밖이나 출항도 못하고 있답니다. “ 백작은 그 말을 듣고 힘이 풀려 창문에서 떨어지려 하고 있었고. 아가씨도 비슷했다. 결국 가정부와 나는 뛰어가 그 둘을 바닥에 내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안돼. 100갈리아가. 내 34년산이..” 아가씨는 허공을 보고 중얼거렸다. 백작은 눈이 풀려서 “부인, 내가 벌써 갈 때가 된 것이오?” 라고 말했다. ““도대체 칼다리아 항구가”” “뭡니까?” “뭐에요? “ 가정부와 나는 동시에 말했다. “칼다리아를 모르다니. 칼과 총과 세금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칼다리아를 모른다고요? 관세가 70파센이 넘는 거기를?“ 아가씨가 말했다. “내 친우가 거기서 사업을 했는데. 들어 갈 때는 황금으로 치장을 했던 친구가 나올 때는 넝마를 걸치고 아무 말 없이 내 품에 안겨 울었지.“ 백작이 말했다. “그 가문 사람들은 또 얼마나 미친 분인지. 칼다리아 가문의 후작에겐 ‘피의 후작’이라는 별명도 붙어있습니다. 피로 샤워를 해서 피 냄새가 사라지지가 않는다 하더군요.“ 아가씨가 말했다. “파티장에서 봤는데. 섬뜩하시던 숙녀분이었지. “ 백작은 그에 동조했다. “어쩌지. 엘랜양. 우리에게 누굴 고용할 돈이 있나? “ 백작이 물었다. “내일 식비나 걱정하시죠. 백작님. “ “안돼. 관세가 70파센이면.. 30갈리아잖아. 거기에 75파센도 때면… 안돼… “ 분명 방금까지 10갈리아만 있었으면 하늘을 날 것 같던 백작이 말했다. 그렇지만 아가씨는 달랐다. 아가씨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돈 벌 궁리가 생각 난 것 같았다. 내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뭐가 걱정이십니까? 지금 마운티이라 최고의 사건해결사가 눈 앞에 있는데. “ 아가씨가 말했다. 오늘 느낀 바로는 최고의 수금업자라는 타이틀까지는 용납할 수 있었지만 방금 말하신 타이틀을 믿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저 붉은 눈과 자신 있어하는 표정.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 기품 있는 드레스는 어려운 걸 해내고 있었다. 아가씨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덤으로. 마운티이라 최고의 살인마도 눈 앞에 있습니다. 깃펜으로 수십 명을 죽인 그 사람이.“ 원래 엄청나게 부끄러워하거나. 불명예로 가득해야 할 살인마란 타이틀이 왠지 자랑스러워졌고. 주변에서 보는 시선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한 사람만 빼면. “단돈 2갈리아인데. 고용하시겠습니까? “ 백작의 말은 뻔했다. “자네들만 믿지.”
◆5Xze1yHwmsp 2018/09/12 20:38:16 ID : hfe6qi9tjAm
아가씨가 또 하나의 계약서와 대충 휘갈긴 계약서를 아름답고 이면지가 아닌 종이를 썼으며. 형식조차 우아한 계약서로 바꾸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방아쇠를 당기냐 마냐 하는 사람과 행복한 만찬을 즐긴 후 이동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을 때. 식기를 정리하고 우리를 불만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정부와 마주쳤다. “백작님은 그런 얄팍한 수에 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 가정부가 말했다. “그렇겠지요. 왜냐하면 당신한테 말할 땐 무게가 없었지만. 백작님하고 말할 때는 무기가 있었으니 말의 무게가 달라졌으니까요. 약간의 진실이란 조미료가 가미된 거짓말이었기도 하고.“ 아가씨가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난 평범한 농부의 딸이라는 걸 자각했다. 그렇지. 조금은 아쉽지만 난 마운티이라 최고의 살인마라는 타이틀에서 물러 날 수 밖에 없었다. “이상하군요. 무기가 있어도 흔들리지 않으시던 분이었는데. “ “그래서 백작에게 겨눈 게 아니라 머저리 6명에게 겨눈 겁니다. 건장한 남자 6명이 겁을 먹자 백작님은 패가 사라진 샘이고. 당신이 살인마라는 이미지까지 씌우자 그 사람들은 도망치고. 이미지는 진짜가 되어 버린 거죠.“ 마법 같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마법은 마정석이나 이샤라이나가 곁에 있었을 때에나 일이었고. 이 사람은 말로 마법을 이뤘다. 나조차 내가 살인마라고 믿었으니. “실례하겠습니다만. 두 가지만 더 묻죠. 왜 저기 있는 숙녀분에게는 알리지 않은 겁니까? “ 가정부는 나를 바라보곤 말했다. 그랬다. 아가씨가 가정부와 이야기 했을 때는 난 화장실에서 권총이 왜 이렇게 생겼을까. 하고 싶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꽤 외로웠다. 내가 온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수행원에게 눈길을 주는지. 원. “그야. 이 분은 배우가 아니니까요. 연기하라고 하는 것보단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면 알아서 맞춰줍니다. ” “제가 그때 알렸을 경우엔? 거짓말이 아니라 저 여자는 별 것 없다는 말을 했을 때엔 말입니다. 혹은 거짓말이 간파되었으면요?“ “아군이 거짓말을 한다는 상상을 하기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 때 알렸으면 백작의 머리통을 권총으로 날려버리면 되죠. 그러기 싫으니까 당연히 진실만을 말해야 했을 겁니다. 당신은.“ “마지막입니다. 그 임무. 할 겁니까? “ “전 당신 주인과는 다르게 종이에 무게를 느끼는 사람입니다. “ 그렇게 말하곤 아가씨는 양산을 툭툭 쳤다. 길을 비키라는 것이었다. 가정부는 복잡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비켰는데. 아가씨가 지나가자. “도대체 저에게 알려주는 이유가 뭡니까! 우리 백작님에게 알릴 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 가정부가 말했다. “그 질문부터는 유료입니다. 고객님. “ 아가씨가 말했다. 아가씨는 문을 향해 몇 걸음 걷다가 생각났다는 듯 뒤를 돌곤. “그리고 손님에게 말할 때는 ‘님’자는 손님과 에어조라에게만 붙이세요. 가정부. 그거 고치고 우리집에서 일할 생각 있으면. 이 주소로 오고. “ 아가씨가 말하곤 명함을 가정부에게 던졌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왜 알려 줬는지 대답이 듣고 싶으면 와요. 가정부’님’. “ 그 말을 끝으로. 우린 백작의 집에서 나왔다. 나가기 직전. “알겠습니다. 손님. 들었던 내용은 백작에게 보고하겠습니다.” 가정부가 말하고. 직후 문이 닫히는 소리가 퍼졌다.
◆5Xze1yHwmsp 2018/09/12 20:39:10 ID : hfe6qi9tjAm
“자. 미안하지만 갈아입을 옷은 사야겠습니다. 집에 들렀다가 쉴 시간 같은 게 없어요. “ 아가씨가 말했다. 시간은 해가 마지막 광휘를 모두에게 나눠주고 있었을 때였다. “이유가 뭔지 알아도 될까요. “ 내가 말했다. “바다에 수개월을 박혀 있는 사람들이 당장이라도 상품을 바깥으로 던져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거든요. 그럼 당신 수익도 깎입니다. “ “당장 가지요. 마차 정거장이 어디 있습니까? “ 나는 주변을 둘러봤지만. 건물들의 산만 보일 뿐이었다. 마차가 산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건 볼 만 하겠지만.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살 만하지는 않을 것 같으므로 마차 정거장이 저 위에 있다는 생각은 접었다. “마차. 마차를 타면 거기까지 3일은 걸립니다. 3일이면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상품을 대충 집어 던지곤 근처 창관으로 뛰쳐나가기 충분하죠. “ 아가씨가 태평한 얼굴로 말했다. “네? 차. 창관으로요? “ 나는 태평하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원래 목적지인 마운티아는 창녀. 아, 그런 걸로 부끄러움을 타는 타입입니까? 그럼 자신의 성을 남에게 팜으로써 돈을 버는 존귀한 분들을 배에 못 싣게 막습니다. 선원과 승객 명단 제출을 요구하니까. 자신의 자존심과 많은 무언가를 대가로.. “ “돼, 됐어요! 그만하면 알겠으니 그만하지죠. “ 내가 말했다. 차, 창관이라니. 상상하지 못할 세계다. 분명 엄청나게 뒷골목에 쥐가 들끓는 곳. 그리고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반쯤 벗은 여자들이 가득한 그런 무시무시한 마굴일 것이 뻔했다. 상상만해도 무서운 그 곳의 묘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그런 위급한 상황엔 마차는 무리고. 저걸 타죠. 이번엔 정신 멀쩡한 상태로 타니까. 어린애처럼 신기하다고 소리지르면 안 됩니다. 소리지르면 부끄러워서 계약서 태워버릴 거니까. 아시겠습니까? “ 아가씨는 자기 위를 가리켰는데. 갑자기 거대한 그림자가 도시를 덮었다. “우와. “ 소리를 지를 수도 없을 만큼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던 그것이었다. 그렇지만 내면으로부터 뭔가가 올라왔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공포. 두려움. “벌써부터 떨면 어쩌려고. 자. 갑시다. “ 아가씨가 내 팔을 잡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말씀하신대로. 전 어린애가 아니니까 소리지를 일 따위는 없습니다. 게다가 마운티이라의 제일가는 살인마이기도 하고. “ 난 그것에서 눈을 때곤 괜찮은 농담을 날렸다. 음. 괜찮았어. “이젠 때려쳐요. 치안대가 당신 노려보니까. “ 그 말을 듣고 골목길에서부터 느껴지는 초록 옷을 입고 장창을 들고 있는 병사가 날 노려보고 있는 시선을 깨달았다. 오늘부터 살인마는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나중에 권총 쏘는 법 좀 알려주시면 안됩니까? “ “하. 하하하. 쏘는 법도 모르면서 도대체 백작가에서 그 폼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 내가 생각해도 멋있었다. “제 3년 용돈을 모아 산 소설책에 그런 묘사가 있었습니다. “ 난 자랑스러웠다. 10살짜리 어린애가 슈콜라나 설탕의 유혹을 뿌리치고 책을 – 비록 해지고 표지는 겨우 버텼지만. 그렇기에 더 멋있었던 – 산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아가씨는 초점을 잘 못 잡았다. “그래서 모든 소설책 앞에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를 붙여야 한다는 겁니다. “ 우리는 다시 도시 속으로 들어갔다. 도시의 심장부에 들어섰을 때. 그 심장부에서 수많은 길드의 건물과 태양의 마지막 빛이 발하고 있었을 때 나는 다른 세상에 왔음을 이제서야 직감했다. 백작가에서는 다른 세계였으니까 스케일이 꽤 줄었지만. 이제는 남부의 촌뜨기에 3년마다 소설책 하나 사는 어린애가 아니다. 백작을 상대로 그런 일을 버리는 미친년인거다. 그런 기분을 느끼며 시 외각까지 걸었다. 꽤 걸어서 땀에 쩔어가고 있었고. 도시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싶었지만 이 빌어먹을 아가씨는 뛰어가기만 해서 – 지겨울 수도 있지. 암. – 그런 걸 즐길 시간도 없었다. 왠지 미친년이 아니라 미친 하인이 된 것 같지만 그럴 생각이 들면. “자. 도착했습니다. 에어조라에서 가장 큰. 비공정 정류장. “ “우와. “ 이 사람은 날 감탄하게 만들었다. 엄청나게 큰 건물이었다. 더 놀라운 건 해가 슬슬 자러 갔는데도 이 건물은 낮인 것처럼 밝았다는 것이었고. 불을 켠 것도 아닌 투명한 푸른빛을 띄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붉은 등을 달고 큰 기낭을 위에 매곤. 배와 같은 몸체를 가졌지만 그 배에서 새와 같은 날개를 가져. 그 날개의 푸른 빛을 내는 마정석으로 움직이는 것들이. 비공정들이 속속히 집을 찾아오고 있었다. “촌뜨기에는 운이 좋게도 사랑에 빠지는 시간에 왔군요. 남부는 맨날 흐리니까 이런 날씨. 잘 못보죠?” “네? 사랑에 빠지다니요. 전 에어조라 교단의 신실한 교인입니다. “ “그럼 신학 공부 다시 하고. 비공정 색깔이나 보시죠. “ “색깔…이. 러빌리네요.“ 사랑의 색깔. 도시의 그림자는 사라지고 사랑의 색깔로 물들고 있었다. 태양은 아직 자러 간 것도 아니고.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빛을 받는 모두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있었다. 정말로 고마운 존재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너무 오래 보지는 마세요. 곧 바다에 잠기는 사랑이니까. “ “그건 또 뭔 소리인가요. “ 이번엔 또 아가씨가 무엇을 보여줄까. 궁금했다. “비공정에 타고 다시 이 도시를 바라보면… 될 시간이겠네. 그때 직접 보세요. “ 아가씨는 회중 시계를 잠시 품 안에서 꺼내곤 말했다. 그리고 내가 질문하는 게 귀찮은 듯 바로 건물 안으로 끌고 갔다.
◆5Xze1yHwmsp 2018/09/12 20:40:12 ID : hfe6qi9tjAm
건물 안은 엄청나게 큰 달력(생각나는 표현이 그 이상이 없다.)이 시간과 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바삐 그 달력에 적힌 내용을 지우거나 고치고 있었다. 대부분 시간을 지우고 ‘결항’이라는 단어를 새겨 넣고 있었는데. 그걸 본 아가씨는 그들에게 다가가. “태풍이라도 옵니까? 왜 모든 항공편이 결항이죠?“ 한 남자는’19:30’을 지우고 결항을 새기며.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이 모든 공역에 접근 경고를 날렸습니다. 오면 대 드래곤 쇠뇌로 날려버리겠다며 떠드니. 어떤 미친 비공사가 날리겠습니까? 환불이나 해주는게 낫지. 비공정이 몇 만 티아짜린데. “ “티아가 뭐죠? “ 내가 물었다. “화폐도 없는 남부 촌뜨기라도 됩니까? 티아는 마운티이라 화폐. 은이랑 동을 대충 섞은 겁니다. 미리티아, 티아, 할라마인, 마인, 텔레마인 순이니까 여기 살 거면 잘 기억해 둬요. 다른데 가면 환율표 정도는 들고 있을 거니 별 상관은 없겠지만. “ “그건 양해해주시고. 접근 경보를 발령한 이유가 뭡니까?” 아가씨가 말했다. “말로는 드래곤 침입의 낌새가 보인다는데. 전 19년동안 그 새끼들 꼬리조차 못 봤습니다. 아마 신성 이샤라이나 주간에 쓸 향신료를 옮기느냐 바빠 내렸겠지요. 다음주인가? 그러니까. 이제 됐습니까? 일 좀 하고 싶은데. “ “감사합니다. 시간을 나눠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 “ 아가씨가 말했다. “저야 말로. 숙녀분. “ 남자가 말한 후 다시 숫자들을 결항으로 바꾸는 일을 시작했다. “이제 어쩌죠? 다 결항인 것 같은데. “ 내가 말했다. 아가씨는 장갑을 만지작거리곤. “급행 마차? 그 쪽으로 가는 건 없고. 배?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박살 난 상품이나 들고 올 수 있을 거고. 마법? 내일 모래 사형당하고 싶은 건가? 어쩐지 사람이 그리 없을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는데.. “ 내 기준으로는 지금도 꽤 많았지만. 괜히 많다고 의식하면 촌뜨기 같아 보여 피하고 있었는데. 이게 사람이 없는 거라니 믿기지 않았다. “저기. 아가씨? “ 나는 중얼거리며 의기소침해진 아가씨를 보곤 말했다. 그 모습엔 프라이드고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다. “생각 중에는 말을 걸지 마시죠. “ 아가씨가 말했다. 눈매가 날카로워 찔릴 것 같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저거. 아직도 숫자인데 좋은 건가요? “ “침묵보다 아름다운 언어는 찾기 어렵다고 제가 몇 번이나 말씀… “ 아가씨는 달력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아가씨가 본 건. ‘신 에어조라 황제의 예비 국립 비행단 (임시) / 칼다리아 국제 정류소 행 / 20:50 출발 / ‘리라’ 정류장에서 탑승 수속 / 입국 관세 0파센’ “드렸는데. 찾으셨네요. 자. 빨리 표 끊고 탑시다.“ 잠시간 보석을 발견한 광부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아가씨는 원래의 표정을 되찾고는 내 손을 잡고 끌고 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회사 이름이 왜 저따구인가요. 이게 북부의 최신 유행이면 실망할 것 같은데. ” “원래 북부의 센스는 저런 겁니다! 19:50분 칼다리아 행 1등석. 두개로!” 아가씨가 말했다. “네. 손님. 다만 신 에어조라 황제의… 그 비행단은 현재 보험에 미 가입 되어 있는 상태임을 고지해드립니다. 취소하시겠습니까? “ 이상한 종이를 건내 준 여자가 말했다. 친절한 미소와 함께 꺼림직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능력인 것 같다. “모험가 머저리들이 알아서 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아가씨는 ‘티켓’이라는 종이를 받곤 말했다. “뭐. 현명하신 손님의 판단이 맞으신 것 같습니다. 오늘도 5등석은 매진이라서 안전한 여행을 즐기실 수 있으시겠군요. 아. 맞다. 시민증 검사를 했어야 했는데. “ “우리 사이에 무슨. 나중에 와인이나 먹으러 와요. 이번 일 끝나면 34년산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것도 ‘칼당뉴’제로. “ “오. 때 돈이라도 가지고 오시는 거군요.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칼리샤 마린 아가씨. 아. 외람되는 이야기지만 뒤에 계신 숙녀분은 새로운 요원인가요? “ 그 여자는 나를 바라보곤 말했다. “아. 네. 어.. 잘 부탁드립니다. 이름은… ” 내가 내 이름을 말하려는 때였다. “뭐. 이름은 살아 돌아오면 듣는 걸로 해요. 이번엔 신입 좀 살살 다루세요. 아가씨. “ 그 여자는 내 말을 끊고는 아가씨를 봤다. “능력이 없는 거지. 그런 머저리들은 술집에 널렸으니까 죽던 사라지던 별 상관 없어요. “ 아가씨가 대답했다. “너무하신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죠? “ 그 여잔 장난 치듯 볼에 공기를 가득 넣고 말했다. “술 먹은 사람은 다 기억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아가씨는 그렇게 대답하곤 다시 나를 끌고 갔다. “즐거운 여행되세요! 카리샤 말린님! 34년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뒤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도 즐거운 근무 되시길. “ 아가씨는 뒤를 돌아보곤 말했다. 그러고 우리는 기묘하게 생긴 계단을 올라갔다가. 외벽이 모두 유리인 특이한 통로와(거기서 내가 겁을 먹어 10분쯤 날려 먹은 건 비밀이다. ) 고급스러운 카펫을 쓴 계단을 내려가고. 특이하게 생긴 상인의 호객행위를 아가씨가 양산 제 3기법으로 물리쳐서 경비대에게 잠시 쫓기고. 화장실에 숨었는데 결국 들켜서 몇 번 욕 좀 먹고 풀려나곤 조금 걸으니 ‘리라’ 정류소에 도착했다. “우와. “ 위를 올려다 봤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여전히 두려움이 마음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난 그걸 경외로 어떻게 해서든 밀어내려고 했다. “좀 감탄사를 창의적으로 내면 안 될까요? 10년 후에도 우와. 라고 하면 남부 촌뜨기라고 놀릴 겁니다. “ 아가씨가 말했다. “우와아.” “닥쳐요. 그냥. “ 생각보다 아가씨는 허술한 사람일지도 모를 것 같다. 그렇지만 굳이 놀려서 어렵게 얻은 – 정확히는 어렵게 얻고 있는 – 직업을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았기에 난 다시 한번 아가씨의 말을 상기했다. ‘침묵보다 아름다운 언어는 적다. ‘ 긴 장판의 끝까지 가면 주황 빛의 조명을 단 문이 보였고. 그 위를 바라보면 어마어마한 기낭을 매달고 있고. 낚시 줄보다도 훨씬 두꺼운 철망이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기낭은 생각보다 안 부풀러 올라와 있었는데. 옆을 보니 공기를 다시 채우고 있는 것 같았다. 기낭을 매달고 있는 갑판은 나무로 되어있었고. 그 아래에는 아마 승객들이 타는 곳이겠지. 양 옆에는 새와 같은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점은 그 날개 밑에 웅장하게 붙어 있는 마정석이었다. “저 마정석. 어마어마하네요. “ 내가 중얼거렸다. 푸른 빛을 띄고 있는 돌은 아마 낮에 이 비행선을 하늘에서 봤으면. 이 돌은 하늘과 융합되어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정석이 아니라 비공석. 마정석을 가공한 겁니다.” 아가씨는 지친 기색으로 말했다. “어유. 불편하신가요?” “네. 주로 제 옆에 있는 사람이 1초마다 물어 대서.” 아가씨는 나를 째려봤다. “그럼 빨리 타요. “ 시선을 넘겼다. 받아 치면 피곤하니까. “네. 네. 우리 조수님의 명령을 따라가겠습니다.“ 아가씨가 말하고. 비공정에 들어갔다. 나 혼자는 꽤 무서운 세상이었기에 빨리 아가씨의 뒤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5Xze1yHwmsp 2018/09/12 20:41:25 ID : hfe6qi9tjAm
비공정 내부는 정말로 더러웠다. 환상이고 뭐고 이런 오물덩어리가 내 머리 위를 떠다닌다고 생각하니까 정말로 역겨울 정도였다. 여기 저기에서는 시체에 가까운, 실내에서도 갑옷을 입은 멍청이들이 대충 누워있었고. 내가 이런 곳에서 자야 하나. 지금이라도 도망쳐서 마운티이라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아까 그 백작 아저씨 착해 보였는데 빌 붙어 살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현실로 기어오고 있었다. “뭐해요? 거긴 5등석이잖아요! “ 현실로 기어오던 괴물은 아가씨의 철퇴를 맞고 사라졌다. 다행히도 1등석은 이 꼬라지가 아닌 것 같았다. 난 빨리 오물덩어리에서 벗어나곤 아가씨의 곁으로 뛰어나갔다. “왜 거지들을 태우고 있는 거에요? “ 내가 물었다. “거지랑 비슷하기는 하지만. 저 친구들은 모험가입니다. 돈도 없고 자존심도 없지만 칼이나 창은 좀 쓰는 친구들이죠. 총도 꽤 쓰고. “ 아가씨가 말했다. “이 배. 돈이 없어도 탈 수 있나요? “ “예. 다만 배에 매일 닥치는 응급상황 때 그 누구보다 빨리 뛰쳐나와서 수습해야죠. “ “예를 들면?” “원래 공중에 살던 토박이 생물들. 약탈할 게 없나 심심해서 와본 프라이어들. 그리고 본 적도 없는 드래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사람들이죠. “ “종족 중에 나는 종족도 있었나요?” 북부에선 뭐든 일어날 수 있다 생각했다. “아니요. 미친 소리 좀 작작하시고. 남부의 비-휴마 해방 연합이나. 북부의 이샤라이나를 말하는 겁니다. 차라리 날아다니는 해적은 괜찮은 편이에요. 그 친구들은 그냥 돈만 원하는 거니까. 그런데 앞의 둘은 그저 사람 죽이는게 취미일 뿐이에요. 게다가 더 무서운 게 뭔 줄 압니까?“ “뭔데요?” “그걸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고. 처벌 받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상을 받겠지요. 해적과는 반대라는 말입니다. ” 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곤. 아가씨는 다시 어디론가 향했다. 난 다시 5등석의 풍경을 구경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아가씨를 따라갔다. “효우와아! 쩔어요!” 도착한 곳은 갑판이었다. 은은히 올라오는 나무판자 냄새가 좋았고. 서서히 부양하고 있어서 저 너머에 보이는 건물들의 산들은. 하나의 큰 등불이 되어 우리의 출항을 기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냥 ‘우와’라고 하세요. 그게 더 이상하네. “ 아가씨가 말했다. 낭만도 모르는 사람같으니라고.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건 무슨 뜻 인가요?” “아. 그 바다에 빠진 사랑 이야기요?” “네. 기대하고 올라왔는데. “ “하늘을 보고. 조금만 생각해보시길.” 그 말을 듣곤 난 갑판의 난간에 등을 맡기고. 기낭에 조금 가려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고 푸른 하늘이었고. 점점 깊은 푸른색이 되고 있었다. 예쁘기는 한데 큰 의미가 없어 보여 아가씨를 바라봤을 때. 무슨 의미인 줄 알게 되었다. 태양이 준 사랑은 먼 지평선에서 희미한 색깔을 띠며 깊은 푸른색에 묻히고 있었다. 안타까워 손을 뻗어봤지만 결국 그 색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바다에 빠져버렸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아가씨도 그 광경을 보며 말했다. “슬픈 광경이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내일도 그걸 볼 수 있을 거니까. “ “내일은 다릅니다. 오늘 본 저건 이제 영원히 깊은 바다에 묻혀버리고. 그 깊은 바다는 태양에 말라버리고. 매일 매일이 다릅니다. “ “이상한 관점이네요. 태양은 항상 같으니까 다시 나온다고 하는 게 옳지 않은가요?” 아가씨는 태양이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그걸 보다가. 뒤를 돌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붉은 눈동자로. 투명하지만 너무나도 깊은 바다여서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는 반드시 공허로 되어있을 것 같았다. “태양과 하늘은 다릅니다. 하늘은 태양에게 물들다가. 사랑을 느끼고. 달에게 침몰당해 죽어버리는 거죠. 그러다가 태양이 바다를 걷어내는 거고요. “ 아가씨는 깊은 한숨을 쉬곤. “결국 하늘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좋은 풍경을 끝까지 감상하지 못한 나는 중요한 것이 생각났다. “어. 아가씨. ‘효우와아. 쩔어요.’ 는 감탄사는 ‘우와’가 아니니까 안 짜르는 거 맞죠?” “그런 바보 같은 이야기는 좀 나중에 해요!” 아가씨가 말했다. 방금까지 고요한 표정은 아마 바다에 침몰한 것 같다. “그렇지만 저 돈도 없고 권총밖에 없는데. “ 난 걱정스럽게 아가씨에게 권총을 보여줬다. “아, 알겠으니까 그 총구나 당장 치워요! “ “네? 그렇지만 저 월급 못 받으면 이것밖에 없어요. “ 방아쇠를 조금 만지작했다. “알겠습니다! 자. 계약서 사본이니까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세요! “ 아가씨는 대충 휘갈기고 종이 한 장을 줬다. 친절하게 에어조라 공용어로 되어있었다. “말에는 역시 무게가 없어도 되는 것 같아요. 친절하게 말한다면 말이에요. “ 나는 권총을 집어 놓고 말했다. “네. 그리고 당신은 무게 대신 무기가 있었고. “ 아가씨가 비참하게 중얼거렸다. “배운 걸 바로 써먹는 조수도 별로 없을 거에요. “ 난 아가씨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줬다. “그리고 주인을 협박하는 조수는 아예 없었고.“ 아가씨는 나를 노려봤다. “피곤하신 가봅니다. 아가씨. 이제 객석에서 편히 쉬시지요. “ “네네. 그러죠. 조수각하.” 아가씨의 등에서 백작의 모습이 보인 건 아마도 착각인 것 같았다.
◆5Xze1yHwmsp 2018/09/12 20:42:10 ID : hfe6qi9tjAm
객석은 잘 못 된 표현이었다. 객실이었고. 이 비공정은 움직이는 호텔에 가깝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아 버렸다. 하기야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5등석을 보니 1등석에는 의자만 달려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만큼 끔찍했으니까. 객실에는 큰 침대 하나와 아마 지금까지 받았던 내 용돈 전부와 내 재산 모두를 합쳐도 못 살 것 같은 20권이나 되는 책들과. 책상은 내 얼굴이 비칠 것 같이 번쩍였고(진짜로 비쳤다.) 의자는 앉을 때마다 돈이 들 것 같은 모습을 띄고 있었고. 더 놀라운 건 아가씨는 그리 놀라지도 않고 책을 집어 던지거나… “잠깐만요! 왜 집어던져요!?” 창문 밖으로 한 책을 집어 던지려는 아가씨의 드레스를 잡곤 말했다. “프로파간다 서적은 흥미가 없어서 말입니다. “ “뱀파이어 신드롬이잖아요! 엄청 재미있는 책이라고요. 이거! ” 내가 산 첫 책이기도 했다. “신드롬이라니. 이름부터 프로파간다군요. “ 그 책은 여전히 바람에 쓸려 나가고 있었다. 결국 뱀파이어 신드롬은 신드롬을 일으키며 날개가 난 듯 저 하늘로 사라져갔다. “어떻게 물어내시려고요! 책 한 권에 금 10 할란갈리아 정도는 되는데!” 내가 3년동안 착실히 용돈과 농사일을 거들어 모은 돈이었다. 아빠는 차라리 거기서 조금만 더 모아 농가나 하나 더 사라고 했지만. 3살 때부터 서점에 매력적으로, 관능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날 유혹하던 붉은 커버를 포기할 수 없었다. “남부는 인쇄소도 없나 보죠? 저런 허접한 책은 1 할란마인이면 충분합니다. 1할란마인을 금으로 따지면.. 1 할란갈리아면 되겠네요. 10배는 더 싸네.“ 아가씨가 말했다. “그렇게 싸요?” 10배정도 싸다니. 말도 안된다. “그렇게 싸죠. 어쨌든. 전 저 책이랑 같이 있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듭니다.” 아가씨는 의자에 앉고는 말했다. “너무해. 읽어보시면 분명 빠져들 거라고요. 신성 사제가 사악한 뱀파이어를 맨손으로 반으로 쪼개 에어조라에게 바치는 장면에서 감탄이 절로 나오고. 암흑의 제왕 갈다프를 이샤라이나 토네이도 킥으로 내장을 폭파시키고. 그의 수하 뱀파이어를 반으로 쪼개 에어조라에게 바치는 장면에선 눈물이 흘러나와요. ” “미친. 반으로 쪼개는 거에 맛들었습니까? 그리고 신드롬이 뱀파이어가 아니라 살인에 있는 것 같은데. ” “아. 그거 원래는 ‘뱀파이어 죄와 악행’ 이었는데. 띄어쓰기를 잘 못해서 ‘뱀파이어 신드롬’이라고 나왔다고 해요. 뭐. 괜찮지 않아요? “ (확인해보니 이샤라이나 판본에선 Velipire Sin a drom이었는데. 편집자의 실수로 Velipire Sindrom이 되었고. 에어조라 판본에서 그를 ‘뱀파이어 신드롬’ 이라고 번역했다. 제대로 번역했다면 ‘뱀파이어 – 죄와 악행’ 이었을 것이다. 난 뱀파이어 신드롬이 더 마음에 들지만.) “전혀. 죄와 악행은 신성 사제라는 분이 다 일으키고 있는 것 같은데. 착각입니까?“ 난 아가씨에게 엄청난 배경 스토리를 2시간동안 설명해줬고. 아가씨는 힘이 빠진 표정으로 제발 그만하라고 했다. 난 신성 사제가 한 손으로 이샤라이나의 이단자를 반으로 쪼개는 곳에서 그만두곤. “나머지가 궁금하면 읽어보세요. 진짜 재미있어요!“ “도대체 뱀파이어는 언제 나오는 겁니까. “ 아가씨가 말했다. “뱀파이어는 신성 사제의 성당에 몰래 잠입한 한 신자로부터 시작…” “물어본 제가 잘 못 했습니다. “ “에이.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그 때였다. 서제에 있는 책이 모두 쏟아지고 침대는 내가 바닥에 굴러 떨어질 만큼 충분히 기울어졌다. 난 드디어 화가 난 아가씨가 나를 죽이려 하는 줄 알았지만. 바닥과 침대에 힘겹게 매달려 있는 아가씨를 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거!” “기다려봐요. 곧 소리 확산기가 울릴 거니. “ 아가씨가 말하곤 한 기계를 가르켰다. ‘아아. 손님 여러분. 급 커브에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모든 승객 여러분은 지금 즉시 티켓에 적혀 있는 비상.. 으악! 전방에 쇠뇌! “ 기계가 왱왱 울리더니. 갑자기 창 밖에선 증기가 내뿜어졌고. 이번에는 다른 각도로 책과 이불이 쏟아졌다. “아가씨! 피해요!” “일찍도 말씀 하시네요. 정말. “ 뱀파이어 신-드롬 제 2권에 맞은 아가씨가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우리 항로에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군이 배치 되어있다는 걸 까먹고 있었습니다. 현재 저희 비공정은 이샤라이나의 대 드래곤.. 야! ” 우리 옆에서 고고히 빛나고 있던 비공석이 박살 나버렸다. “외, 왼쪽 동력 상실! 아. 승객 여러분들은 안심 해요. 보, 보조 동력이… 야! 정비사! 뭐? 방금 떨어져서 죽었다고? 우리 유일한 정비사가?” 기계는 꾸준히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많이 좆됐다고. “저 머저리 새끼들이. 나중에 기필코 고소할 겁니다.” 아가씨가 말했다. “그러면 우선 살아서 착륙해야 하지 않을까요. “ “으악! 고. 고도가 상실! 스 , 승객 여러분! 누가 제발 보조 동력 스위치 좀 올려줘요! 3층 제일 끝방입니다! “ 기계가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그 직후. 비공정은 수평을 되 찾았다. “가야하지 않을까요. 아가씨? “ 내 머리에 뒤집어 쓴 이불을 걷어 차곤 말했다. “모험가 머저리들이 알아서 해줄 겁니다. “ 아가씨는 양산을 점검하곤 말했다. “그 머저리들. 지금 떨어지고 있는데요. “ 나는 창문을 보곤 말했다. 창문엔 수많은 낙하산들이 때를 이루고 떨어지고 있었다. “어. 진짜네요. 그렇지만 수백명은 더 있으니 안심하세요.“ 아가씨도 창문을 봤다. “야! 5등석 새끼들아! 도망치지 말고 수리를 해! 수리! 접근 경보? 으아아악!” 기계의 소리가 끝날 때. 무언가 묵직한 울림이 앞쪽에 들렸다. “원래 비공정이 이렇게 안전한 물건인가요? “ 난 한 쪽 벽이 박살 난 우리 객실에서. 그 원인인 것 같은 정말로 거대한 철로 만든 화살을 바라보곤 말했다. “불법이 이렇게 위험한 거랍니다. 아직 20분은 더 가야하는데. “ 아가씨가 화살을 보곤 불만스럽게 말했다. “20분이면 그냥 걸어요. “ 내 말을 들은 아가씨는 회중시계를 보곤. “2시간 비행했으니까. 120이샤쯤 왔을 거고. 마운티이라에서 140이샤쯤 떨어져 있는 곳이니 20이샤가 남았는데. 20이샤를 걷자고요?” “네? 20이샤요?” 20이샤면 마차로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비공정은 꽤 멋진 기구인 것 같다. “네. 이거 한 시간에 60이샤를 갑니다. “ 우리 옆에서 증기가 기어오고 있었고. 기계는 미친 듯이 떠들고 있었지만. 우리는 반쯤 박살 난 의자에서 아주 진지한 문제를 관해 논하고 있었기에 별 상관 없었다. 5등석이 알아서 해주겠지. “60이샤라. 1시간만 타면 제가 평생 가본 거리보다 길겠군요. “ 마차도 타 본 적도 없는 소녀였으니까. “덕분에 편지가 아주 빠르게 오죠. 세금 통지서, 징병 통지서, 사망 통지서. 이 빌어먹을 전쟁도 이것만 없었으면 1년안에 끝났을 건데. 죽여도 전국에서 건장한 남자를 다시 끌고 오는데. 어떻게 끝나겠습니까? “ 아가씨는 짧은 한숨을 쉬고 김이 뿜어져 나왔다. 벌써 겨울이 되었을 리는 없는데. 옆을 보니 뭔가 엄청난 관에서 엄청난 하얀 연기가 우리 방에 엄청나게 닥쳤다. 그제서야 차라도 있으면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담화를 나눌 것 같은 분위기가. 드디어 주변 환경 – 박살 난 침대, 불이 나고 있는 바깥, 소리지르는 기계 – 에 동화되었다. “부, 불이라도 난 겁니까? “ 아가씨는 몸을 뒤로 빼곤 말했다. “아니. 난 지는 좀 된 것 같던데. 이. 이렇게나 빨리 올 줄은 몰랐어요.” “망할. 우선 나가고 생각합시다. “ 아가씨는 객실 문을 열곤 나갔다. 나도 아가씨의 뒤를 따랐다.
◆5Xze1yHwmsp 2018/09/12 20:43:05 ID : hfe6qi9tjAm
아름다웠던 복도는 이제 없다. 파이프가 곳곳에 노출되어 있었고 조명은 붉은 빛을 내며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잊고 있었던 냄새와 감각이 다시 살아난다. 죽음은 항상 내 곁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가씨. 어디로 갈까요? 저희도 빨리 그 모험가들이 뛰어내릴 때 쓴 거를 매고 도망칠까요?” 물음이었지만. 사실상의 부탁이었다. “지금 나가면 칼다리아 국경을 지상으로 통과해야 합니다. 지상 검문소는 무조건 피해야해요. 우린 계속 여기 남습니다. “ 아가씨는 부탁을 거절했다. “여기 계속 있으면 죽을 게 뻔합니다. “ “그리고 우린 이 계약을 못 지키면 몇 십 갈리아가 날라가죠. 그게 날라가는 걸 볼 바에 그냥 여기서 죽겠어요. “ “아가씨. 살아있으면 아가씨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다시 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손해가 아니라 적은 이익일 뿐입니다.“ 그러자 아가씨는 어깨를 으쓱이곤. “가능성이 눈 앞에 보이는 데. 그걸 잡지 않으면 왜 사는 겁니까? 평생을 숨이나 쉬는데 쓰려고 사는 겁니까? “ 붉은 눈동자. 잘못 파악했다. 저 투명한 눈의 대부분은 지금 광기로 빛나고 있다. 공허나 그런 건 전혀 없는. 광기의 화신. 올려다 볼 수 밖에 없는 사람. “정 가고 싶으면 계약서. 찢어버려요. 권총은 돌려주고. 그런데. 그대에게 그럴 선택지는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아. 돈은 미리 받을 수 없어요. 지정된 날짜에 받는 걸로 합의했으니까. 살아서 제 본가까지 돌아오면 드리겠습니다. ” 시중의 가진 돈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난 어제 깨어난 사람이다. 그래서 결국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이미 이 비공정이 출발 할 때부터 결정 난 것이었다. 아가씨가 푸른 바다 이야기를 꺼낸 것도 만약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제가 권총을 꺼낸다면? “ “쏘세요. 이 난리 판에 총알과 마법 몇 개 추가되어도 이상할 건 없는 것 같은데?” “알겠습니다. 앞장서시죠. 아가씨. “ 난 권총을 넘겨주곤 말했다. “현명한 선택이에요. 조수. “ 아가씨는 미소를 짓고는 위를 향하는 계단으로 향했다. 2층을 올라갔을 때 갑판이 보였다. 이미 문은 충격때문인지 박살 나있었고. 수많은 사람들과 선원들이 낙하산을 놓고 싸우고 있었다. 선장은 이미 조정석에서 떠나 여기서 도망칠 궁리나 하고 있었다. 결국 이 비공정은 지금 조종사없이 나가고 있는 형태였다. 아가씨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수많은 사람들 중 선장을 정확히 집어. 구석으로 끌고 간 것이었다. “뭐냐! 계집애가. 지금은 즐길 상황이 아니니까 썩… “ 그리고 권총의 손잡이로 선장의 머리부분에 가격했다. 가격을 했다. 찍었다. 내리쳤다. 후려 팼다. “그 , 그만. 누, 누구 사주로 왔냐? “ 선장의 머리 쪽에서 피 몇 줄기가 내려오고 있었지만. 낙하산을 맨 선장은 변변찮은 저항도 하지 못했다. 낙하산은 훌륭한 방해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름.“ “뭐?” 휘둘렀다. 강타했다. “카, 칼다뉴. 칼다뉴 망틴. “ “자격증.” “뭐라..” 휘둘렀고, 후려 팬 다음. 가격했으며. “자격증?” “여. 여기 있습니다! “ “이름이 다른데. “ 내리 찍으려고 했다. 그러자 선장은 그 즉시 엎드리곤. “죄송합니다! 거짓말을 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발이라도. 아니. 원하시는 거 뭐든 드릴 테니 목숨만은.. 저, 저에겐 아직 어린 딸도 있고.. .” “사주. 사주라. 불쾌하군요. “아가씨는 양산을 꺼내. 엎드려 비는 선장의 머리를 톡톡 찌르곤. “개인적인 분노입니다. 감히 아르카니 ‘공작’ 가문의 가주가 타는 비공정을 이렇게 쉽게 버리다니. 그리곤 바닥에 엎으려 절을 하지 못할 망정 창녀 취급입니까? 당신 가족은 다 이샤라이나 이단심문성으로 보내야 속이 좀 풀릴 것 같은데. “ “아, 아르카니 공작 가.. 가… 아이고오.. 제, 제가 죽을 죄를 졌습니다만. 부디 제 목숨만.. “ 선장은 아까의 위용은 사라진 체. 바닥을 눈물로 젖게 하고 있었다. 그러자 아가씨는 선장의 머리체를 잡곤. 자기와 눈을 마주치게 만들었다. “아니. 아직 죽으면 안됩니다. 자. 아르카니 가문의 상징입니다. 이 상징이 당신에게 행운의 부적이 될지. 아니면 저주의 부적이 될진 당신이 결정하는 겁니다. “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공작 저하! “ “훌륭한 아버지군요. 당신 아들이 이단심문성을 안 간다면. 당신 덕분일 겁니다. 자. 방송 장비는 이 갑판 위에 있습니까? “ “네. 네. 맞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통제를 하기는..” “사족은 필요 없습니다. 예, 아니오로만 답하세요. “ “예. “ “좋아요. 이단심문성에서 한 발자국 더 멀어졌습니다. 흠. 당신은 모자를 낀 게 더 좋겠네요. 가정부?” 아가씨는 피를 흘리는 선장을 보곤. 나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네? 아. 네. 아가씨. “ 내가 말했다. “이 분. 얼굴에 피가 묻어 추해 보이니 닦아주시고. 저 모자 좀 씌워 주시겠습니까? “ 아가씨는 약자를 돕게 되어 즐거운 귀족의 표정을 지었다. “따르겠습니다. “ “자. 계속 말해볼까요? 낙하산. 정량으로 구비 안했죠?” “아. 그. 그게…” 선장이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전 안전 감독관이 아닙니다. 그저 거짓말을 아주 싫어하는. 꽤 깐깐한 공작일 뿐입니다. “ “승객의 110파센이지만. 5등석에는 하나도 비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안전감독관이 들으면 발작할 내용이었지만 지금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제일 빨리 뛰쳐나온 게 5등석의 사람들인 것 같았으니까. “좋아요. 그럼 낙하산 좀 넘겨주시겠습니까? 아르카니 가문의 명예를 걸고. 그거 타고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지요. “ “네? 하지만.. “ 아가씨가 권총을 들자. 선장은 그 즉시 넘겼다. 권총의 손잡이 부분은 피가 묻어있었다. 총은 무언가를 죽이기 위한 부담감을 줄이는 물건이라고 누가 그랬는데. 저러면 훨씬 늘지 않을까? “자. 안내하세요. 방송 장비로.“ 아가씨의 말이 끝나게 무섭게. 난 그 선장의 분장을 마쳤다. 피만 닦고 모자만 씌웠지만 그럴 듯한 선장의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근엄한 표정. 선장님 “아가씨가 말했다. “예. “ 아가씨는 괜찮군요. 라 말하곤 선장의 등을 살짝 쳤다. 선장은 근엄과 고풍이 실려있는 – 그렇지만 손은 두려움으로 떨며 – 걸었고. 그 옆에는 붉은 눈동자를 가진 아가씨가 양산을 왼손에 들고. 평소의 미소가 아닌 근엄과 고풍. 엄격한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겸비한 얼굴로 선장을 조정하는 듯 보였다. 그 누구도. 오른손에 숨기고 있던 피 묻은 권총과 백작을 상대할 때의. 가정부를 상대할 때의 그녀를 알지도. 보지도. 알아차리지 조차 못했다. 그런 그들의 행차를 보고 길을 안 비키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로 고귀했다. 우리가 멈춘 곳은 갑판의 층계였고. 선장이 아가씨를 파이프로 안내했다. 아가씨는 크게 숨을 쉬곤 붉은 눈동자를 빛냈다.
◆5Xze1yHwmsp 2018/09/12 20:44:19 ID : hfe6qi9tjAm
“여러분. 밑으로 내려가지 마시겠습니까? “ “기껏 올라와서 하는 소리가 그거냐! 개년아!” “꺼져! 야. 선원 새끼야. 내가 누군지 알고!” “이 씨발! 존나 시간 낭비만 했잖.. “ “씨발! 다 뒤져! 뒤질거라고! “ “ 장애인 새끼들! 이런 배에.. “ “엄마아아…” 총성. “여러분. 그래도 끝까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아가씨는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이 개년이. 누가 총이 무서울 것 같아서…“ 한 모험가가… 총성. 처음으로 갑판은 피에 물들었다. 그리고 다시는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나왔다. “더 있나요?“ “총은 연사가 불가능해! 그러니까.. “ 총성. 붉은 눈동자가 빛나며. “더 있나요?” 아가씨가 말했다. 아가씨의 양산의 끝 부분에서 하얀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이번엔 긴 침묵이 흘렀고. 비공정은 여전히 공격받고 있었다. 상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있었다면 갑판은 비정상적으로 조용했었다. 그 침묵을 깨는 것도. 만든 사람과 같았다. “좋습니다. 여러분. “ 아가씨는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는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의 아르카니 가문의 가주. 아르카니 마키아라고 합니다. “ 진실된 눈빛으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말했지만. 이 수많은 사람들 중 저게 거짓말이라고 아는 것이 나밖에 없는 건 정말로 고통스러운 상황이었다. “여러분들에게 뛰어내리지 말라고 감히 조언한 이유는 저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닌. 여러분의 안위를 위해서입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군은 여러분을 죽일수록 빨리 진급됩니다. 그러니까. 내려가 봤자 제국군과 혼자서 싸워야 할 겁니다. “ 고도는 이미 나무의 다람쥐가 보일 정도로 내려왔다. 선장은 고함을 치며 1등 비공사에게 당장 비공정을 몰라고 지시를 했고. 아가씨가 부탁을 하자 선원들은 모두 제어실로 돌아갔다. 남은 건 5등석부터 1등석까지의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두려움에 떨고는 있었지만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게 낙하산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따금 보이는 먼저 내려간 모험가들의 처참한 시체와. 거대한 대 드래곤 쇠뇌를 여전히 쏘고 있는 포대들을 보고는 우선 아가씨의 말을 듣기로 한 것 같다. 고도가 낮아지자 대 드래곤 쇠뇌를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도 산과 나무들은 우리의 편이었다. 아가씨는 지금 당장 불을 꺼달라고 부탁했고. 선장은 그에 동의했다. “그러면 뭐 어쩌라는 말입니까? 공작이시어. 그리고 그대가 들고 있는 그건 낙하산이 아닌지요? 우리를 버리고.. “ 한 용감한 모험가가.. 총성. 그렇지만 이번에는 피가 아니라 수많은 깃털이 흩날렸다. 그리고 모험가들 가운데 한 가방. 아니, 구멍이 뚫린 낙하산이 던져졌다. “아르카니 가문이 의무를 저버리는 짓은 결코 하지 않습니다. 전 여러분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하려고 이 자리의 선 것입니다.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의 공작으로써 선 것이 아닌. ‘귀족의 의무’ 앞에 선 공작으로 섰습니다. “ 아가씨의 목소리는 파이프 관을 매끄럽게 타고 모두에게 울려 퍼졌다. 이상한 붉은 불(접근 경보등으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거였다.)조차도 꺼진 비공정에는 오직 붉은 눈의 공작과 표정을 알 수 없는 옆 사람밖에 없었다. “제가 감히 그대들의 생명을 책임져도 되겠습니까?“ 이 때. 비공정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모험가들이 옆을 보자. 왼편의 비공석 하나가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어쩌면 이 비공정이 목표까지 도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서서히 퍼졌고. “아르카니 공작 가문을 따르겠습니다! 마키아님!” 무지의 장막에서 한 목소리가 나온다. 첫 소리. 아가씨는 나를 향해 미소지었고. 그 미소를 본 모험가들은 그토록 바라던 로망을 - 5등석에 기어 타는 현실이 아닌 – 이루게 되었다. “존명! 마키아님!” “마키아님을 위해서!” “씨발! 함 해봅시다!” 그리고 무지의 장막에서 많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좋아요. 여러분. “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듣고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 지은 아가씨였다. 그리고 한 종이를 꺼내고. “그럼 지금부터 이 비공정을 구해봅시다. 여러분의 손으로. “ 그리고 비공정 전체의 빛이 다시 켜졌다. 그 어느 때보다 밝았고. 내가 바다에서 보던 오징어 배의 최후보다 훨씬 밝았다. 그 빛에선 도망칠 생각밖에 안하던 모험가들이 투지의 전사로 바뀌어 있었다.
◆5Xze1yHwmsp 2018/09/12 20:44:59 ID : hfe6qi9tjAm
아가씨는 그들을 티켓 번호와 직업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5등석 사람들은 이미 각자의 역할에 따라 티켓 번호가 달라서 빠르게 정리가 되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지금 이런 시기에 비공정을 타는 미친 놈은 그리 없었기에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아가씨가 자랑스럽게 떠벌리던 계획은 간단했다. 날아오는 쇠뇌를 요격하는 것이었다. 너무 간단해서 대다수 사람들은 듣고 공황에 빠질 뻔 했지만. 때 마침 날아오는 나무 쇠뇌를 아가씨의 양산 한발과 노련한 모험가 몇 명의 작살 두 방으로 박살 나는 걸 보고 희망을 되 찾았다. 다행히도 모든 쇠뇌가 우리 비공정에 박혀 있는 것 같은 철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저걸 맞은 우리가 불행한 편에 속한 것 같았다. 그리고 아가씨는 남은 작업들은 선장에게 부탁하곤 ‘그대만 믿고 있겠습니다.’ 라 말했다. 선장은 조용히 모자를 숙였고. 아르카니 시란딜에게는 전에 없던 존경의 시선까지 보이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미 이 중 대다수는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낙하산을 지상으로 던지는 머저리 같은 짓을 했다. 안 하는 사람은 누가 대신 던져줘서. 이제 이 비공정에 낙하산이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아가씨는 내게로 다가와. “수고하셨습니다. 괜찮은 발성이었어요. “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가씨. “ 내가 있는 곳은 비공정의 한 구석이었고. 들뜬 모험가들이 작살을 가지고 쇠뇌를 요격하느냐 바빴기에 우리를 신경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럼 다같이 뛰어내릴 걸 그랬나요?” 아가씨는 조소했다. “왜 이름마저 거짓말을 하신 겁니까? 아니. 아르카니 가문이라는 게 실존하기는 합니까?”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의 4대 명가 중 하나입니다. 실존하니 선장이 저한테 맞고도 그냥 닥치고 있잖습니까? 그리고 거짓말을 한 이유라. “ 아가씨는 모험가들을 바라보곤. “저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제 이름이 아니라 제 이미지입니다. 굳이 진실을 말할 필요가. 아니. 애초에 진실이 있나요? “ 아가씨는 다시 나를 바라보곤 말했다. “적어도 아가씨가 그리 좋으신 분은 아니라는 것은 진실이겠군요. “ 난 그렇게 말하곤 모험가들 사이로 들어갔다. 아가씨의 얼굴이 그리 보고싶지 않았다. “자. 작살을 하나. 둘. 셋. 쏴!하면 쏘는거야. 알겠어?” 작살을 든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하나 더 있는 것 보니. 사용법을 설명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둘, 셋. 하나?” 다른 남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네 새끼는 지금까지 숫자도 못 새면서 어떻게 살아 남았냐?” 작살을 넘겨준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고. “쏴! “ 다른 남자는 갑자기 작살을 쐈다. 그러자 당황한 다른 사람들도 쐈고. 나무가 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우리는 몇 분을 더 살 수 있는 혜택을 느꼈다. “그냥 내 동료들이 넌 그런 거 몰라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했거든. “ 숫자를 못 세는 남자가 작살을 감으며 말했다. “어.. 그런 것 같아.” 작살을 준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곤 말했다. “아. 숙녀분께서는 왜 오셨을까? 여기는 위험하니 빨리 들어가세라.”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어색한 서부 억양 표준어로 말했다. “뭔가 돕고 싶어서 왔습니다. 위험한 건 상관없으니 시키실 일 없습니까?” 내가 말했다. 뭔가 돕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기분이 올라오고 있었다. 특히 갑판의 중심에서 차 세트를 긁어 모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아가씨를 보면 말이다. “음. 그게. 마키아님께서 분류를 워낙 잘 해 놓으셔서 딱히 부족한 부분이 없쟈. 다만 공작 저하가 꽤 외로워보이는 건데. 같이 차 상대라도 해주시는 거 어떻겠라?” “저 사람이 싫어서 왔는데요. “ 내가 말했다. 그 때 갑판의 사람들은 총에 일격으로 머리가 뚫린 불쌍한 모험가의 시신을 바깥으로 집어 던졌다. “뭐. 그럼 조금만 기다리려. 곧 도착하는 것 같으니까. “ 대장이 저 멀리 보이는 빛을 가리켰다. 아마 저기가 칼다리아인 것 같았다. “필요한 일 있으면 불러 주시길. “ 나는 한숨 섞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났다. 결국 내가 갈 곳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가씨의 자리였다. 아가씨의 자리는 괜찮은 의자와 괜찮은 테이블. 그리고 향기로운 차 세트가 이렇게 덜컹거리는 갑판에 잘도 붙어있었다. 푸른 비공석이 불길을 내며 기묘한 연기를 냈는데. 그 연기가 마치 차세트에서 나오는 것 같아 몽환적이었다. “결국 착하지 않은 사람 곁으로 돌아오는 겁니까? “ 아가씨는 조소했다.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 아무것도 없더군요. 어차피 그 날 이후로 악마의 손이든 뭐든 잡기로 했습니다. 다만. “ 내가 말했다. “다만? “ 차를 잠시 내려놓고. 아가씨는 나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존경심은 품지 못하겠군요. “ “그건 좋습니다. 아니. 이상하군요. 제가 존경받을 만한 위인으로 생각했다는 게. “ 어가씨는 계속 나를 바라보았다. “곧 도착합니다! 여러분! 도착하면 당장 이 비공정에서 빠져나오세요!” 기계가 말했다. 이제 기나긴 사투가 끝나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전 아가씨가 없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을 거니까. “ “그건 당신을 살리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 그랬습니다. “ 아가씨는 조소하곤 말을 이었다. “왜. 재미있지 않나요?” 내가 입을 열었다. “거기 불법 비행중인 비공정. 지금 즉시 정지 하지 않으면 이샤라이나 곁으로 보내주겠다. 정지하면 구원의 길이 있을 것이니.” 외국 억양이 심하게 나는 에어조라 공용어가 들렸다. 우리 왼쪽에 대포를 겨누곤 있는 비공정이 있다. 아가씨는 아무 말 없이 차를 마시곤. “일하러 가죠. 그대. 대답은… 나중에 들려드리겠습니다. “ “기다리겠습니다. “ 기계는 여전히 울리며. “아르카니 시란딜님! 아르카니 시란딜님! 부디 우리를 구해 주세요! “ 나와 아가씨는 수많은 모험가들의 경례를 받으며 우리 옆에서 사납게 비행중인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의 비공정 쪽으로 향했다.
◆5Xze1yHwmsp 2018/09/12 20:45:44 ID : hfe6qi9tjAm
상황은 최악이다. 기계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 보조 동력마저 과부화 상태여서 당장 착륙해야 하고. 기낭엔 나무 조각들이 수없이 박혀있어 바람이 빠지고 있었다. 갑판의 모험가들은 8번의 달하는 쇠뇌를 요격하느냐 기진맥진 해 있었고. 아래층의 모험가들은 부상당한 사람들을 치료하거나 비공정을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결국 이 사태를 버린 우리가 이 사태를 닫아야 하는 것이었다. 모든 중부의 가문들을 합쳐도 그것보다 훨씬 크고.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넓은 제국이자. 여신의 은총을 받고 있으며. 자고 있는 에어조라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이샤라이나가 있는 북방의 제국을 상대로. 두 여성이 싸워야 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절망에 빠지지 않았다. 아르카니 시란딜은 이들에게 이미지를 보여줬다. 이길 수 밖에 없는 이미지와 그 이미지가 진짜 현실이 된 것을 보았다. 그래서 갑판의 모두가 우리에게 길을 턴 다음. 경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이미 수많은 죽음의 위기를 벗어난 것 같으니까. “여기는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 공역 수비대다! 당장 비공정을 멈추도록! “ 거만하게 비행하는 비공정에서 들렸다. “무슨. 여긴 칼다리아 영토인데. “ 내가 중얼거렸다. “어. 실질 지배는 칼다리아고, 원칙 지배는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입니다.” 아가씨는 자기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나도 그랬다. “원칙 지배요? 아니. 지배하면 지배하는 거지 원칙적으로 지배하는 건 뭡니까?” “망할. 지금은 좀 닥치고. 귀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 아가씨의 손은 떨리고 있었지만. 저 모험가들이 안 보이는 각도였다. 아가씨는 내 귀에 대곤 “이건 예상 못 했는데. 무섭네요. 그래서 낙하산 남는 거 있어요?” 그렇게 속삭였다. “… 여기서 공작가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세요. 안 그러면 버리고 갈 거니까.“ “망할. 지금 당신이 협박할-“ “가능성이 보이는데 손으로 잡지 않으면 왜 사는 겁니까?” 나는 내 낙하산을 바깥으로 집어 던졌다. “하. “ 아가씨는 떨어져가는 낙하산을 보고 말했다. “아가씨의 낙하산은 아가씨 손으로 잡으세요. 그게 지금까지 원칙이 아니셨습니까? “ 떨어져가는 낙하산을 바라보고 말했다. “좋아요. 그래. 그랬지. 실망시켜서 죄송합니다. 저 빌어먹을 문양을 보니까 머리가 돌아 버렸나 보군요. “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의 문양을 가리키곤 말했다. “그럼 다녀오시죠.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 “부탁드리죠. 조수. “ 아가씨는 다시 평소의 표정을 찾고는 난간으로 갔다. “잘 멈췄군. 그러면 대표자가 나와 왜 이런 비행을 시행했는지 해명해야 할 거다. 사건 경위서와 너희 유서에 받아 적어야 하니 신중히 잘 말하도록. “ “Esharaina of De namil. Esharaina Rupin Delvel of Ropoti uon Eshra on Compli thin, Esharaina Rupin Cokurin of Ru-Defanser, Barusen 1thn Rupin Kiopon lo Namilde Tinaun. Rupin Huma, ‘Parusin Malka’ of Cotanpi`s Rurun, Esharaina Rupin Devel of Kot patin esha of Ru Defanser blin ‘Arakani. Defond. Houso.’ of Elemi. Arakani Shirandil. “ 아가씨는 내가 생전 처음 듣는 말로. 고고히 그 비행정에 맞섰다.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09/12 20:46:42 ID : hfe6qi9tjAm
음. 오늘은 여기까지. 난 저 외국어 비슷한 거 해석하고 올게. 잘 읽어줘! 헠. 지금까지 닉네임을 안 붙였네. 이제부터라도 붙여야겠다.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09/17 21:05:48 ID : hfe6qi9tjAm
“이샤라이나의 이름 아래에.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의 세속과 신앙을 조화롭게 하고. 이샤라이나 신학 대학의 수호자이자. 바르센 1세 신성 황제가 공인했으며. 성인 파르신 말칸의 후계자들이자. 이샤라이나의 수많은 복속 주의 보호자인 아르카니 공작 가문의 구성원. 아르카니 시란딜입니다. “ 조종실은 조용해졌다. 저 이교도들의 목숨을 이샤라이나에게 맡기려고 발포하기 직전에 들린 우리 나라 말은. 평소에 거리낌없이 남을 날려버리는 것을 – 심지어 아군마저도 – 즐기는 선장도. 발사 버튼을 연타하는 걸 즐기는 승무원들도. 저 거대한 쇠뇌를 회수하지 못하면 우리를 죽여버린다고 투덜거리던 전투 주교도 침묵하기 충분한 내용이었다. “아르카니 가문이라고요? 아르카니 가문의 존귀하신 분이 저런 곳에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 이단심문관이 말했다. “제가 아는 그 아르카니 가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그 가문의 존귀하신 구성원들은 회의장에서 세속 대표로써 가장 높은 자리에 앉는 주재에 아무 말도 안하시는 분들이니.“ 선장이 비꼬며 말했다. “아르카니 가문의 눈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선장님. “ 내가 경고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며 전국에 비밀 감시단을 꾸리는 그 가문이. 이 배에 한 명이라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 그래. 이런 조그마한 비공정의 선장까지 주목해주시면 나야 영광이지.” 선장이 말했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 본국에 제 아들과 딸들이 있다고요. ” 정비사가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 선장은 파이프를 옮기곤, 에어조라 공용어 같은 하찮은 말이 아닌 여신님의 축복이 담긴 이샤라이나 신성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샤라이나의 이름으로. 저는 이샤라이나 정교회의 이단심문성, 해외 담당 37비공대대의 선장. 할란 카뉴 팔당이라고 합니다. 감히 이샤라이나의 기둥에 속하신 분에게 요청하는 바입니다만. 당신이 아르카니의 일원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 “못하겠지. “ 이단심문관은 붉은 눈동자의 여성을 노려보고는 말했다. “그런데 아르카니 가문에 ‘시란딜’이라는 사람이 있었나? 기억이 잘 안 나네요. “ 선원이 머리를 긁적였다. “뭐. 그래도 아르카니 가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군. 저 정도로 자세히 외우고 있는 사람이면 미치광이거나 진짜 본인이겠지만. “ 다른 선원이 말했다. “왜? 그냥 정교한 사칭범일지도 모르잖아. “ 머리를 긁적인 선원이 말했다. “사칭범은 아르카니 가문이 모두 자살로 이샤라이나 곁으로 보냈어. 죽은 사람이 8천명이 넘어 이제 그 누구도 아르카니 가문을 사칭하지 못하지. “ 이단심문관이 말했다.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입니다. 심판관님. 하찮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 분에게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니 교황청에 보고 하겠습니다. “ 조용히 사태를 주시하던 기록 담당관이 말하고. 마법을 위한 구문을 시작했다. “이샤라이나 여신님에게 간청하나니.. “ 빠르게 중얼거려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매일 저걸로 시작하는 말이었다. “빨리 해주시겠습니까? 가호라도 쓰셔서 증명해 주시길 바랍니다. “ 선장은 발포 버튼을 만지며 파이프에 말했다. 아마도 저 머저리는 이샤라이나 어만 달달 외우고 이런 상황에는 대처할 방법을 잊었나 보다. 다행이군. 우리는 무사히 저 배를 실적에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연민의 감정은 들지 않는다. 저 빌어먹을 배 때문에 우리가 드래곤들을 사냥하는 데 정말로, 정말로, 골치 아팠으니까. 제발 공역을 비우라면 비웠으면 좋겠다. 선장이 기다림 끝에 발포 버튼을 누르려는 때였다. 우리가 실적으로 취급하던 배가 수많은 광휘에 휩싸이고. 하얀 깃털이 그 배를 보호하며. 이 어두운 밤에 한 줄기 광휘가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고개를 숙였고. 고개를 숙인 후에야 저게 이샤라이나 여신님의 강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신성하신 이샤라이나 여신님을 향해 경배를!” “이샤라이나 여신님을 위해!” 선장과 이단심판관. 방금 전까지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었던 선원들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저 신성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광경에. 모두들 일생에 한 두 번 밖에 오지 않는 기회가 왔다는 데에 진정으로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09/17 21:06:16 ID : hfe6qi9tjAm
모험가들은 모두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뜨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이고 애초에 해는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었기에. 어두운 푸른 바다에 등장한 빛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빛은 주로 한 여성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는데. 그 여성은 자기가 누구라고 소개는 하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날개 깃털이 갑판에 무수히 떨어지고. 그 사이에 여신께서 강림하시는 풍경은 휴마인 나로는 무슨 느낌인지 감히 표현하기 어려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여신은 아가씨에게 내려오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가씨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체로 여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직접 강림하실 필요까지는 없었습니다. 존귀하신 분이시여. “ 아가씨가 말했다. “아니. 네가 없으니까 회의장이 너무 심심해서 말이야. 난 교황청에서 네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만 들었을 때엔 또 사칭범인가 생각했는데. 네가 직접 나에게 증명을 부탁해서 빨리 날아왔지.” 여신께서는 자비로운 미소로 아가씨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계셨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그런데 에어조라 공용어를 쓰는구나. 응. 그건 네가 좋으면 내가 맞춰 줄게. 그렇지만 말투는 마음에 안 들어. 예전에 그 똘기가 시란딜의 사랑스러운 점이었는데. 내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 말투 말이야. 물론 총 대주교는 죽이려고 들었지만. 난 그게 너라고 생각했어.” 여신께서는 갑판의 중앙에 있는 테이블에 있는 차를 마시곤. “말투는 용납하지 못하겠지만. 음. 차 취향은 바뀐 게 없네. 이건 좋아. 다행이기도 해. 네 차도 꽤 좋아했거든. “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감히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아가씨가 일어나고는 말했다. “괜찮아. 아니. 내가 네를 왜 죽이겠어? 내 신자들이면 또 몰라도. 게다가 난 세속에 개입도 못하는 신이라고. 그 빌어먹을 오빠때문에. 다만. 음… 뭐, 죽지만 않으면 되니까. “ “알겠습니다. 그리 좋으시면 바꾸도록 하지요. “ “붉은 색? 파랑 색의 보색이네. 이샤라이나를 나가고 바뀐 건 눈동자 색깔 밖에 없는 것 같아. 너.” “많은 게…” “아니. 눈동자 밖에 다른 게 없지. 어쩌면 눈동자마저 같을지도 모르고. 나에게 보이는 건 아직도 어린 그때의 너야. 지금도 어려 보이기는 하지만. “ “도대체 하실 말씀이 무엇입니까? “ “언제 돌아올 거야? 심심해. “ 여신은 찻잔을 놓곤. 아가씨에 한 뼘 정도까지 다가간 후. 눈을 바라보았다. “언젠간. “ “뭐. 기다려야 가치가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죽으면 안 돼? 가문 성호는 대충 그려주고 갈 테니. 여행 잘 다녀오고.” 여신은 아가씨를 뒤로하고. 허공을 걷기 시작했다. “저기. “ “아니. 안돼. 왜. 그 아르카니 시란딜이 어떻게 내 제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나한테 올 까도 재미있을 것 같거든. 아니면 그 아르카니 시란딜이 무슨 방법으로 내 제국의 추격을 피해 살아가나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 “… 알겠습니다. “ “그럼 수고해. 심심하면 나 부르고. “ 여신은 다시 수많은 깃털 속으로 사라졌고. 광휘는 사라졌다. 다만 우리 배를 감싸는 그림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망할. 최악이네. “ 아가씨는 그림을 보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저 배에서 이샤라이나 어로 뭐라고 중얼거렸고. 아가씨가 짜증 가득한 소리로 뭐라 말하자. 울먹이는 소리와 함께 에어조라 공용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여러분. 감히 아르카니 가문의 가주가 탑승중인 고귀한 비공정을 못 알아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쳤습니다. 저, 저는.. 이. 이샤라이나.. 이, 이단 심문성이 정한 기준에 따라 처. 처벌 받을 것입니다. 부… 부디. 떠나주시길. “ 모험가들이 환호하고, 비공정은 미칠 듯이 가속해 이 빌어먹을 자리에서 뛰쳐나가고 있었고. 아가씨와 나는 그들 사이에서 빠져나가듯 객실로 향했다. 아니. 나는 그저 끌려갔을 뿐이었다. “여신님과 아는 사이라니. 대단하십니다. “ 객실에 도착하곤 한 말이었다. “빌어먹을 여신은 입 밖에 꺼내지 마요. 머리 아프니까. “ 아가씨가 말하곤 형태만 유지하고 있는 침대에 누웠다. “어떻게 상황이 더 최악으로 해결 될 수가 있지?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걸까요? 선장한테 아르카니 가문의 이름을 댔을 때? 백작에게 부탁을 받았을 때? 아니면 당신한테 제 이름을 말해줬을 때? 아니면 그냥 태어났을 때부터? “ “진정해요. “ “진정? 진정이라는 말은 저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그런데 전 그 여신 앞에서 진정했죠. 왜? 무서우니까. 그냥 두려움에 떨어서 죽고 싶지 않아 진정했습니다. 정말로 수치스러운 일이에요. 그런데 이제 그 기분을 평생 느끼면서 살아야합니다. 아시겠어요? 더 수치스러운 건 제 일에 남까지 연루시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게 만든 거고요! “ “모르겠습니다만.” “그래! 당신은 몰라요. 모를 수 밖에. 원래는…” 아가씨는 지친 듯. 침대에 쓰러지곤. “썅. 전 존나 개새끼에요. “ 그렇게 말했다. “의외로 아가씨는 깨닫는 타이밍이 늦는 것 같습니다. “ “망할. 농담할 상황이 아니라고요.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이라니. 그 미친놈들의 추격을 평생 받는다고 생각해보시죠. “ 생각해보니 이 타이밍은 위로할 타이밍이 아니었다. “어. 썅. “ “그렇죠?” “그렇네요. 이 망할 주인새끼가. 진짜. “ “그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는데. “ “너무해요? 으아! 좀 그 좋아하는 34년산인가 뭔가 먹으면서 사시지. 그냥 좀 처음 말할 때 낙하산 매고 뛰었으면 걷고 끝나는 일이었는데! 근처에 다른 정류장이 있을지도 모르고! “ “그. 그렇지만 가능성이… “ “아니. 망할 지상에는 가능성 없습니까? 아가씨! 제 인생 어쩌실거에요! 같이 있어서 공범 취급 받으면 도대체 무슨 책임을 지실 겁니까? “ “어.. 채, 책임은.. 그. 돈으로..” “돈? 돈? 돈이요! 지금 제 인생을 돈으로 보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까? ” “그건 아니지만서도..” “됐어요. 그냥 이야기나 들려주는 걸로 퉁쳐요. 아가씨의 돈보다는 그게 더 관심있으니까. “ “진짜요?” 아가씨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전 소설책만 살 돈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그러니까 빨리 원칙 지배인가 뭔가나 알려줘요. “ 그 때였다. 다시 기계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아. 알립니다. 위대하신 아르카니 가문의 공작 저하의 헌신으로 우리 비공정은 안전하게 칼다리아에 도착했습니다. 그분의 노력을 칭송하며. 제발 우리 기낭이 착륙하면서 폭발하지 않도록 기도해주시길 바랍니다. 불행히도 현재 우리 기낭의 조절 장치는 통제가 불가능하며. 그래서 기낭을 작살로 찔러 감압합니다. 에오조라의 가호가 함께하길.“ “꽉 잡아요!” 둘 중 누군가가 말했고. 우리는 엄청나게 큰 철제 화살을 부여잡았다.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09/20 19:23:16 ID : hfe6qi9tjAm
꿈을 꾸었다. 수많은 황금들이 내 앞을 달리는 꿈이었고. 아버지는 그걸 수확하는 농부였다. 모두가 항상 행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행복한 날이 더 많았다. 비록 전쟁이 일어난 지 40년이나 지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의 일은 아니었다. 옆집의 아저씨가 술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불행한 전쟁은 남이 죽었을 때 말하는 거고, 끔찍한 전쟁은 친구가 죽었을 때 말하는 것이고. 아무 말 안하는 사람은 자기 자식이 죽은 거라고. 그러니까 아직 불행한 전쟁이 아니냐고 물었다. 우리는 파인주를 들곤 동의했다. 그렇지만 곧 우리 마을은 고요해 지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는 아직 끔찍한 전쟁이었지만. 아버지에게는 의미가 남 달랐다. 언젠가 우리도 조용해질 거라는 불안감이 모두에게 있었다. “이런 거에 기절하면 앞으로가 힘드실 것 같은데요. 조수. “ 꿈에서 깨자마자 본 건 아가씨였고. 처음 들은 목소리도 아가씨였다. 어제와 같았다. “뱀파이어 신드롬을 뒤집어 쓰고 말하시면 설득력이 없는데요. 아가씨. “ 아가씨의 머리에 붙어 있는 책을 보곤 말했다. “머리 보호막입니다. 뭐 떨어져서 머리 맞으면 위험하니까요. “ 아가씨가 머리에 쓴 책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도착한 건 맞습니까? 아직 죽기는 이른 것 같은데. “ “죽는 데에 순서가 어디 있습니까? 뭐. 그렇지만 오늘은 운이 좋았습니다. 적당히 박살 나고 착륙했으니까. “ 아가씨는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자. 도착했으니 일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다행히도 지금 칼다리아의 세무서 직원들은 이 비공정이 착륙하면서 생긴 불을 끄기 위해 모두 나갔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당장 입국심사대가 아닌 담장을 넘어. 미리 준비한 폭탄으로 시내에 경비원들을 몰리게 한 다음. 저랑 같이 배에 타서 보급품을 던져주고 다 박살내면서 마운티아로 돌아오는 겁니다. 이해했습니까?” “우와. 농담도 참. 미쳤어요? 그게 생각대로 될 것 같습니까?“ “네. 꽤 미친 작전이기는 하지만. 빨리 끝내지 않으면 이샤라이나가 올 겁니다.“ 13. “오라 해요. 좀 천천히 가자고요. 진정하시고요. 아가씨. “ 나는 아가씨를 바라보곤 말했다. 아가씨는 할 수 없다는 듯 자리에 앉곤. “그냥 마운티아에 박혀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 “도대체 그 정신 나간 광신도들이 뭐가 무섭다고. “ “그냥 정신 나간 광신도면 안 무섭겠는데. 세상에서 제일 강력한 군대를 끌고 다니는 정신 나간 광신도면 이야기가 다르죠. 게다가 아르카니 가문까지 추격을 할 건데….” “그래. 아르카니 가문. 아가씨. 그 이상한 아줌마가 튀어나와서 공인해서 그 가문의 가주인 것 까지는 아는데. 그럼 이샤라이나에서 느긋하게 사시면 될 걸 왜 이런 곳에서 쌩고생이에요? “ “사람은 비밀이 있어야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비밀은 변호사한테나 털어 놓는 거고요. 당신이 아니라. “ “알겠습니다. 그러면 아가씨. 출발하지요. “ “좋아요. 자. 이거 받으세요.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 아가씨는 양산을 하나 건내 주었다. “양산에서 총알이 나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양산을 만지며 말했다. “아. 한번 쏘면 연기가 얼굴에 밀려오고, 과열로 양산이 조금씩 휘고. 더럽게 무거우며. 총알은 자체 제작이라 동일 질량의 은이랑 가격이 비슷하게 나오니까…” 아가씨는 조소하며 말했다. “안 써. 안 써요. 망할. 이런 쓰레기를 왜 들고 다니는 거야. “ 나는 양상을 집어 던지려고 했지만. 아가씨가 막으며 말했다. “버리지 마시길. 하나 만드는데 그대 연봉보다 더 나오니까. 아니면 버리고 이번 년도 연봉은 건너 뛰는 걸로?“ “마운티이라에서 봅시다. 진짜. “ “그전에 살아서 여기를 나갈 걱정부터 해요. “ 우리는 비공정을 떠나 어두운 새벽 안개 같은 것이 밤에도 껴있는 불길한 곳. 칼다리아 후작령에 도착했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사소한 사건으로 – 별건 아니고, 세금 채납 건으로 - 아가씨의 양산이 압류당하고. 아가씨가 들고 있는 권총을 겨우 팔아 미납금을 갚은 후. 울적 해진 아가씨가 주점에서 술이나 한번 마시러 가자 해서 이 사람은 임무를 할 생각이 있는 걸까. 그렇지만 좆 됐는건 아가씨고 나는 월급만 받으면 되는 한낮 미생이었기에 둘이 손잡고 룰루랄라 주점에 도착했다. 주점은 이상한 돌맹이로 되어 있었다. 석조도 아니었고 차라리 찰흙에 가까운 자제였다. 미묘하게 남아 있는 돌맹이들이 바닥에 있었고. 벽에 박혀 있는 철들도 눈에 띄었다. 분위기는 일을 마친 노동자들이 인생 마지막 회포라도 되는 듯 미친듯이 마시고 있었고. 그래서 술 값은 아주 쌌으며. 그래서 아주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은 우리는 쓰래기장의 장미가 더 어울릴 만큼 – 게다가 여자라니. – 이상해 보였다. 그렇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 빌어먹을 후작령은 날씨도 더러운 주제에 여관비는 끔찍했고 세금은 살인적이었고. 특히 술에 붙는 세금은 이 도시를 수도원으로 만들려는 사악한 고위층의 음모가 분명했다. 아가씨가 말하길. 종교 제국 이샤라이나의 술보다 비싼 곳이 이 엿 같은 후작령이라고 한다. 그래서 밀주가 성행했는데. 공무원들도 술이 안 들어가면 일을 못하는 정신 병자들의 집합이었고. 오직 고귀하신 혈통들만 성스로운 물을 마시며 일을 하셨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도 – 공무원만큼은 아니더라도. – 술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 아가씨는 이런 곳에 밀주를 거하게 팔아먹으셨고. 세금을 거하게 먹으셨으며. 아주 다이나믹한 탈출기로 이 지옥에서 빠져나왔다. 라는 이야기를 아가씨는 오크통을 하나 비우시면서 혼자서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이제 드래스 같은 거보다는 오크통을 비우는 미친 여자에 더 관심이 많아졌다. 그렇지만 아가씨는 술에 더 관심이 많았다. “자! 건배! 건배라고요. 건배!” 아가씨는 술병을 하나 들고는 말했다. “네. 아가씨. 건배. “ 나도 가벼운 술잔을 하나 들곤 말했다. 솔직히 저 아가씨에게 34년산이라는 고급스러운 술이 어울리는 지는 모르겠다. 그냥 설탕물로 바꿔도 34년산 라벨만 있으면 34년산이라고 속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가씨. 방금 말씀 하신 대로라면 그 세무서 직원들이 왜 아가씨를 잡아가지 않은 거죠? 세금이.. 80 갈리아 밀리셨다고 하셨잖아요. “ 80 갈리아면 이번에 번 돈을 한번에 날릴 수 있다. 그리고 못 갚는다. “우하하. 제가 누군지 잊으신 겁니까? 카리샤 말린. 백작을 협박하고 이샤라이나의 보호자이자 이샤라이나 여신님의 친구! 당연히 후작에게 탁. 가서. 담판을 본 거지요. 카리샤 말린의 커피 사업, 아느냐? 그런데 딱 그 후작이 의자를 뒤집고 넘어지면서. 헉! 카리샤 말린님의 그 커피 사업 말하시는 겁니까! 하고는…” 엄청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한 아가씨를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을 둘러 보고 있었다. 어차피 술집에서 자기 인생사를 쏟아내는 건 보기 드문 풍경이 아니라 사람들은 다시 우리에 대한 관심을 지웠다. 방금 아가씨가 오크통을 들고 마실 때는 모두가 우리를 보고 있었는데. 쩝. 평소처럼 술집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자기 마누라에 대한 험담. 혹은 천사가 실수로 자기 마누라에 들어왔다는 자랑. 얼마나 내 친구가 병신같은 새끼인지. 혹은 천사같은 친구인지. 내 아들놈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지. 내 딸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지. 우리 후작님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모기보다 피를 더 빨아먹는 미친년인지. 오직 극과 극에 대한 이야기만 흘러나오고 있었던 곳이 바로 술집이었다.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조차 신경 쓰지 않는 대화만 나오고 있었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내 귀를 사로잡은 대화가 있었다. 여전히 아가씨는 말하고 있었다. “그게요. 딱. 비공정으로 남부의 커피를 실어 엄청난 장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머저리 같은 귀족들에게 돈도 좀 뜯을 예정이라 현명하신 당신은 이 사업에 투자하면 곧 후작령이 공작령으로 바뀔 거다! 이샤라이나 그 이교도 정신병자 광신자들은 한 방에 몰락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후작은 딱! 신내림을 받은 것 같은 황홀한 표정으로. ‘그러면 세금을 유예해 줄 것이니. 아주 조금만 내고 나를 다시 찾아와라. 거기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자. 나도 너와 같은 생각이다. ‘ 하니까 제가 딱 손을 붙잡고… 물론 바로 도망쳤지만. 딱! ” “그거 알아? 그 항구에 있는 배에서 총성이 들렸다고 하는데. “ 옆 테이블의 남자가 말했다. “총격전? 선상 반란이라도 일어난 거야? “ 다른 남자가 말했다. “총격전이라니. “ 아가씨가 한번 넘어질 뻔 하곤 옆 테이블에 가 끼곤 말했다. “그게. 2일전부터 항구에만 있고 하선도 못하는 배가 있잖아? “ 한 남자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온 동료에게 대답했다. “미친. 넌 뭐야?” 다른 남자는 술에 안 찌들어서 그런지. 들켜버렸다. “하. 하? 너 뭐야? 뭐라고 물으셨습니까? 저한테? 당신이? 기껏해야 집에 들어가면 부인한테 냄비로 스매싱을 맞고 세상을 하직할 당신에게 말입니까?” “이 미친년이. 술에 취하더니 제 정신이..” 남자가 주먹을 걷고는 말을 마치려고 했다. “양산 술식 제 3기법!” 아가씨는 양산 – 정확히는 나한테 빌린 양산 - 을 그 남자의 배에 정확히 찌르곤. 말했다. “크헉! “ 남자는 강력한 한방에 바닥이나 닦는 걸래 짝이 되었다. 망했다. 아가씨의 강력한 무술을 본 노동자들이 때로 달려와 우리를 포위했다. 미친. 나는 일행이 아니라고 부인을 하고 싶었지만 내 전 재산인 양산은 아가씨가 들고 있었다. 저거라도 팔아야 비공정이라도 타는데. “야! 술집에선 폭력 금지인 거 몰라? 해산! 해산! “ 주인장이 유리컵을 탁탁 치곤 말했다. “가게 끝났소. 주인장. “ 그렇지만 남자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말했다. 마지막 희망이 저물었다. “아가씨! 아가씨! 빌어먹을 왜 항상 일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으시는 거에요? 저 존나 싫어하시죠? 예?” 나는 아가씨에게 말했다. “푸훗. 이게 다 큰 그림의 일환일지어니. 저를 못 믿습..” “네. 못 믿어요. 만약에 제가 책을 쓴다면. 이 모든 게 2일안에 일어났다고 하면 사람들이 3류 소설이라고 할 걸요?” “인생은 원래 3류 소설이에요. “ 그 말이 끝난 직후. 한 남자가 달려왔다. 아가씨는 양산을 길게 펼쳐 가슴을 한번 밀치곤. 무게 중심이 흐트러진 남자의 이마를 정확히 찔러 눕혔다. 그리고 옆. 바로 옆에서 난입한 한 남자에게 양산을 휘둘러 얼굴을 날려버리고 나는 적당히 몇 번 밟아서 한 동안은 못 일어나게 했다. 그 때 쓰러진 남자가 아가씨의 발을 잡았다. 답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아가씨는 양산의 방아쇠를 당겨 공중에 총탄을 갈겼고. 그 직후 양산에서 쏟아 내려진 안개로 바닥에 쓰러진 남자와 아가씨 모두 콜록거렸다. 그 틈을 놓칠 수 없었던 나는 공을 차듯 그 자식의 머리를 발로 갈겼고. 주인장이 황급하게 뛰쳐나가는 걸 보곤 아가씨에게 말했다. “망할! 아가씨, 총질은 왜 하셔 가지고! “ “딸국. 다들 꺼지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이거 연발입니다. 연발. “ “뭐. 연발이면 뭐 어쩌라고?” “어… 팡.” 총성이 펑, 펑, 펑, 펑, 펑, 펑, 펑. 7번 울려 퍼지고 양산에서 엄청난 연기가 나왔다. 아가씨는 그걸 냅다 사람들 사이에 집어 던졌는데. 생각을 하고 던진 게 아니라 검은색 철이 붉은색으로 녹고 있었기 때문에 던진 것 같았다. 사람들은 당연히 그걸 보고 피했고. 운이 좋게 아가씨가 던진 곳은 출구 쪽이었고. 정말로 운이 좋게 우리는 눈을 감고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저주 받은 주점에서 – 저주는 악마가 내린 게 아니라 아가씨가 내렸지만 – 탈출했다. “하. 덕분에 술은 다 깼습니다. “ “좀 평화롭게 안정적인 삶을 추구해주세요. 제발. “ “그렇게 살면 도대체 왜 사는 겁니까? 한 수백년 살면 오늘이랑 100년전이랑 구분도 안 되겠네요. “ 아가씨는 기분 좋다는 듯 소리를 한 번 질렀는데. 저 멀리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경비대인 것 같았다. 주점아저씨가 부른 것 같은데. 이러다가 내일은 지명수배범이 되고. 내년에는 전세계의 적이 되어 버릴까 두려웠다. “자! 튑시다! 저건 잡히면 진짜 큰일나요!” 아가씨는 기분 좋다는 듯 뛰기 시작했고. 나는 목구멍에서부터 올라오는 욕을 간신히 억누르며 뛰기 시작했다.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09/20 19:24:49 ID : hfe6qi9tjAm
14. 도시는 불안한 하얀 빛이 가득했다. 언제 꺼질 지 몰라 불안했고. 그 불안함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듯한. 결코 떠나지 않을 것 같은 깔린 안개에 의해 증폭되었다. 그 불안한 도시에서 어디서 들려오는 지조차 모르는 호루라기 소리를 피하며 희미하게 보이는 하얀 빛만을 의존하며 술 취했으며. 결혼식을 파토 당하고 화풀이로 누굴 들고 도망치는 신부와 같은. 검은 드레스를 입고 10초에 한 번씩 딸꾹거리는 아가씨와 함께 하는 모험은 농담으로라도 안정적이거나, 편안한 모험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가씨! 어디로 가는 겁니까? “ “이거 해제해 줄 수 있는 사람! “ 음. 우리가 이 도시에 와서 3시간동안 한 게 여관 주인한테 깎아달라고 권총으로 협박한 거랑, 술집에서 불법 밀주를 마음껏 즐기고. 그래서 술 취한 아가씨가 옆 사람을 갑자기 때리고. 총기로 사람들을 협박하고. 총기로 기물 파손에. 오면서 순진한 경비 대원의 머리를 양산으로 후렸다. 종합하면 총살 정도는 고민해 볼만한 미친 놈들이고. 지금 제일 짜증나는 건 이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친. 3일이 아니라 3시간동안 한 일이라고 믿겨지지가 않는데. “ “그게 저와 다니는 매력입니다! 사건! 사고! “ “저기 있다! 드레스 2인조가 저기 있다!” 오른쪽에서 튀어나온 경비대원이 어.. 있었다. 아가씨가 양산을 휘두르기 전까진. “두 명 째입니다. 아가씨. 이제 우리가 사형당할 확률이 더 늘었어요. 전 그냥 보고만 있었다고 증언할거고요. “ “그럼 전 당신이 신실한 내 동료이고. 여기까지 오는 데 당신의 도움이 없었으면 결코 이루지 못했다고 하겠습니다. “ “때려쳐요. 그래서 도대체 누구한테 가고 있는 거에요? 폭행 치사에 기타 등등을 해결해 줄 사람이 있기는…” 불길한 짐작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아가씨는 생끗 미소를 짓곤 시계를 보았다. “11시네요. 자고 있으면 큰일인데. “ “저기 있다! 양산 폭력배들이 저기 있다!” 우리 뒤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렸고. 선택지는 이미 없었기에 그냥 뛸 수 밖에 없었다. 음침한 돌들과 이끼 낀 뒷골목을 지나고. 이제 훨씬 많아진 것 같은. 몰이 사냥을 당하는 것 같은 포위망이 치밀해지고 있었다. 역시 그 곳이다. 이 미친 아가씨는 도망치지 않고 태풍의 눈으로 뛰어들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봐봐요. “ 아가씨는 하늘을 가리키곤. “우릴 잡으려고 정찰 비공정까지 띄웠네요. “ 그랬다. 하늘에 3척쯤 되는 비공정들이 불을 켜곤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천국 아니면 지옥이네요. 이젠. “ 나는 아가씨의 파멸적인 계획에 질린 체로 말했다. “지금까진 웬만하면 다 천국이었는데. “ “항상 따는 도박사는 없어요. 사기라도 치면 모를까?” 우리는 뒷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환한 불빛이 우리 눈을 찔렀고. 반사적으로 내 눈을 손으로 가렸다. 어렴풋이 본 건 수많은 라이플들 밖에 없었다. 이제 끝났다. 아니. 아가씨에겐 이제 시작이었다. “정지! 거기 있는 범죄자들은 정의로운 칼다리아 후작령의 호의를 받아드리도록! 그렇지 않으면 정의의 지팡이가 불을 뿜을 것이다! “ 아가씨는 당당히 맨눈으로 불빛을 이겨 내시며. “칼다리아 후작님의 명령을 받고 달려왔다! 이런 대우가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하나? “ “이 빌어먹을 범죄자가! 감히 어딜 칼다리아 후작님의 명령을 사칭하는가! 당연히 죽음을 각오하고 하는 말이겠지?” “후작님의 명령을 욕보인 당신도 당연히 죽음을 각오하셨겠지요! 그것도 칼다리아 후작님의 저택 앞에서 말입니다!” 아가씨는 흐트러짐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곤. 빛과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하! 다른 건 몰라도 겁대가리 하나는 없는걸 인정하지! 그렇지만 그 표정이 후작님이 오면 어떻게 바뀔 지 한번 보자고. “ “그 전에 총부터 거두시죠. 후작령의 예절이 이 정도라니. 참으로 놀랍군요. “ “총은 후작님이 오실 때까지 거둘 수 없다! 후작 님의 안전을 위해서다! “ 이미 우리의 뒤에도 – 아마 친구들이 양산을 맞고 쓰러진 것에 때문에 – 분노한 경비대원들이 몽둥이를 들고 대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황은 최악이었지만 우리에게 믿을 마지막 언덕. 후작의 저택은 이미 어둠 속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이 상태면 유치장에 처 박혀 몇일을 썩어서. 선원들이 선상반란이라도 일으켜 우리의 돈이 날라가는 동안 우린 쇠창살의 개수만 새고 있어야 할지도 몰랐다. . “대장님. 후작님이 주무시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만. “ 저택에서 뛰쳐나온 한 남자가 말했다. 이런. 유치장에 소설책 반입이 되던가? “그럼 깨우면 안 되나?” 대장이 말했다. “저. 대장님. 첫 부임인 것 같은데. 후작님은 자다 중간에 일어나면 깨운 사람을 그냥 아주.. “ 라이플을 들고 앉아 우릴 겨누고 있던 병사가 말했다. “어… 그렇게 심각하나?” 대장도 후작의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본적은 없는 것 같았다. “이 근처 병원의 있는 환자의 8할은 우리 쪽 사람입니다. “ “하. 그럼 그냥 유치장에 가두지. 거기! 범죄자들. 진위는 내일 새벽에 가리는 걸로 하지. 따라와! “ 대장은 우리에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망할. 아가씨! 그냥 닥치고 주무시지 그랬어요! 유치장에 갇히기는 싫은데!” “어.. 귀 막아요. “ 아가씨는 그렇게 말하고. 신성 이샤라이나 어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총을 조준하고 있었고. 대장은 병사들에게 고래 고래 소리지르고 있었다. 뒤에 있는 경비 대원들은 몽둥이를 들고 돌격하고 있었고. 난 차라리 유치장에 갇히는 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아가씨가 강렬한 소리를 외치고 내장이 흔들릴 듯한 진동이 이 곳에 울려 퍼졌다. 귀를 막는다고 딱히 덜 들리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병사들이 쓰러지고 경비 대원들은 구르고 있었기에. 적어도 서있는 나의 입장은 괜찮은 편에 속한 것 같았다. “아가씨. 다음부터 이런 편한 건 자주자주 쓰세요. “ 차라리 그 술집에서 썼으면 이렇게 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 이거 쓸 때마다 이샤라이나 제국이 쫓아옵니다. “ “망할. 그 아르카니 가문인가 뭔가가 제국의 명가라면서요. 그럼 좀 써도 되지. 왜 이리 말이 많아요? “ “그게 말이죠. 일이 조금 많이 꼬여서…” 우리가 쓰러진 병사들을 내려다 보곤 잡담을 이어가고 있었을 때였다. 어둠의 파묻힌 후작의 저택이 갑작스레 일어났다. 환한 노란빛이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다물었고. 다른 병사들의 신음소리만 약간 퍼지는 고요 속에서 신경질 적인 구두 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각. 또각. 또각. 테라스에 한 여성이 정복을 입은 체로 서 있었다. 직감적으로 아무런 설명도 필요 없이. 이 사람이 후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공작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오직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 남을 밟고 있는게 너무나 당연한 사람. 그게 그 사람의 첫 인상이었다. 그 여성은 쓰러진 경비 대원과 우리를 내려다 보곤. 살짝 손짓했다. 나는 우리를 부르는 것인 줄 알았지만. 갑작스럽게 들리는 군화 소리에 놀라 양 옆을 둘러보곤. 틀렸다는 걸 알았다. 골목길부터 나오는 수많은 병사들은 우리를 조준하고 있었고. 이 광장의 한가운데에는 우리만 있었다. 그러고는 그녀는 처음 입을 열었다.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는 체로. “내 단잠을 깨울 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면. 오래간만에 이 광장에서 매달리는 사람이 나올 건데. 왜 깨웠지? “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09/20 19:26:03 ID : hfe6qi9tjAm
15. 광장의 주 목적은 과시에 있고. 정말 역겨운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생명이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증명하기엔 공개 처형만큼 효율 좋은 것도 없다. 우리가 서 있는 광장은 아마 주 용도가 그거였던 것 같았고. 어… 어쩌지. 어째서 이 빌어먹을 아가씨는 아무 일 없던 걸 유치장으로, 유치장 갈 걸 목 매다는 걸로 바꾸는 걸까? “후작님. 남부에 대한 긴급한 경과 보고가 있어서 이런 무례를 범하게 된 점은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아가씨는 붉은 눈동자로 후작을 올려다 보곤 말했다. “아. 카리샤 말린. 맞았나? 조만간 마운티아에서 직접 여기까지 들고 오려고 병사를 모으고 있었는데 취소 해야겠네. 당연히 성과를 들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겠지? “ “당연합니다. 후작님. “ “좋아. 그럼 그 이야기가 3일만의 잠보다 가치 있기를 비는 게 좋을 거야. 들어와.“ 후작은 눈짓하곤 병사를 물렸다. “영광입니다. “ 아가씨는 내 손을 잡고 같이 후작의 저택에 들어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이 곳을 테러의 저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가씨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드디어 자기가 저지른 일에 심각성을 깨달은 건지. 아니면 시궁창 같은 여관이 아니라 이런 곳에서 잘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희열을 느끼는 변태 새끼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마 아가씨 정도면 후자일 것 같았다. 나도 좀 미쳐가고 있는 것 같고. 저택에 들어서자 늙은 집사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저 악마 중에서 공작쯤 되어 보이는 인상의 후작과는 다르게. 집사는 꽤 성실하고 착해 보였다. 그렇지만 지하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무언가가 찢기는 소리에 그런 마음은 바로 사라졌고. 저 집사가 제일 강하지 않을까라는 망상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저택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줬지만. 이상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다. 고의적으로 손님의 동선을 꼬이게 만든 계단. 2층의 방문들은 단 하나도 마주보는 것들이 없었고 구두 소리는 너무나도 잘 울려 퍼져 우리가 소리를 냈지만. 후작에 계속 다가오는 것 같아 불안해질 수 밖에 없었다. 1층에서 느꼈던 것도 이상했다. 귀족의 집에 지하실은 있을 수 있었지만. 와인 저장고는 지상에 있었다. 그런데 지하실에는 수도가 연결되어 있었고. 목조가 아니라 석조로 되어있었다. 절정은 2층에서 올라가는 계단에 있었다. 계단은 철제. 나선형으로 되어있었고 문은 바깥에서 잠글 수 있었으며 – 출구조차. 그러니까 출구가 잠기면 영원히 계단에 갇히게 된다. – 눈을 뜨고 걸음에도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가끔 의심이 들곤 했다. 이 곳은 저택이라 보기에는 너무나 손님에게 불친절한 구조였고. 누군가를 잡아 처 넣기에는 여기보다 더 효율적인 구조가 없다고 생각했다. 계단을 나갔는데 아마도 5층이었을 것이다. 짐작인 이유는 층별 표시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가씨는 입을 열고는. “원래 지금 가주, ‘칼다리아 데 리웨인’은 후계 서열 5위였습니다. “ “5위요? 그런데 어떻게 지금 가주가 된 건가요?” 아가씨는 속삭이며. “1위였던 장남은 실종. 2위였던 차남은 정신병원에 갇혀 자살. 3위였던 장녀는 이샤라이나 수도원의 입학으로 제외. 4위였던 차녀는 실종. 3년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 때 가주였던 사람은 ‘칼다리아 데 리웨인’에게 공포에 떨며 상속을 하곤. 다음 년도에 사망. “ “그런 사람이랑 만나려는 아가씨가 더 이상해요. “ “동의합니다만. 어차피 우리 배 항구에서 빼려면 만나봐야 했어요. “ “숙녀 분들. 대화 중에 실례합니다만 이제 다 도착했습니다. 칼다리아 후작가의 가주인 칼다리아 데 리웨인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부디 좋은 시간 보내주시길. “ 집사는 고개를 숙이곤 말했다. “무례하게 늦은 밤 중에 찾아왔음에도 친절하시군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 아가씨도 고개를 숙이자. 집사는 희미한 미소를 띠곤 문을 열어 주었다. 거기에는 정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던 한 지배자가 있었다. 그 지배자는 우리를 한번 흛겨 보더니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했고. 우리는 두개의 쿠션이 푹신한 의자에 앉았다. 의자는 꽤 낮아서 후작을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후작의 책상은 고풍스러운 나무였고. 난로는 희미한 불을 내고 있었다. 지금은 겨울이 아니었기에 꽤 의아했다. 그 지배자는 종이를 잠시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카리샤 말린. 입국 과정부터 여기까지 오는데 화려하더군. “ “후작님을 만나기 위한 가장 빠른 수라고 생각했습니다. “ 엄청 그럴 듯한 말이었지만. 아마 방금 지어낸 말일 것이다. “나를 빨리 만나야 할 이유가 있을 건데?“ “현재 항구에 정박중인 배를 하나 빼야 합니다. “ “어째서?” “후작님도 들었을 것인데요. 이 곳은 비정상적으로 관세가 비쌉니다. 게다가 통과 관세가 일반 관세와 동일하게 측정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그러게. 누가 여기서 배를 멈추라 했지?” “여기보다 좋은 위치의 항구가 없습니다. 마운티이라 항구가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 실제로도 되고 있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후작령은 어디에서 출발하든 왠만한 배의 최대 통상 거리까지 다입니다. 마운티이라는 한번은 쉬어야 되지만. 후작령은 이 에어조라 대륙에 있는 모든 무역선이 부담없이 올 수 있는 곳이지요. “ “그걸 내가 부담을 주고 있는 거고. “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네. 맞습니다. “ “그렇지만 당신 배가 입항한 것은 사실이고. 항구에 배가 입항하면 관세를 물어야 하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고. 그런데 우리 항구를 이용하고서는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마운티아라에 가겠다고? “ 후작은 종이를 내려놓고 아가씨를 바라보곤 말했다. “다른 지역의 평균 관세까진 내겠습니다. 10갈리아를 드리죠. 후작님에게도 만족스러운…“ “만족? 우리 후작령의 매달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고 하는 말이겠지. “ “후작님. 직언 하자면 그 수익. 관세를 반으로만 깎아도 두배는 더 벌 수 있을 겁니다. 통과 관세도 따로 두고요. “ “그래. 그렇겠지. 그런데 왜 안 그럴까? 난 너를 보낼 때 당연히 그 대답을 들고 다시 돌아올 줄 알았는데. “ “그건…” 아가씨가 밀렸다. 술은 이미 깬 것 같지만 여전히 숙취는 남아있는 것 같았다. 후작은 잠에서 방금 일어난 것 같았지만 여전히 눈은 밝았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심문 받는 느낌이었다. 그게 싫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갑자기 왜 일어나시는 겁니까. 당신?” “…예의범절은 어디에 팔아먹었지? “ 나는 후작의 눈을 바라보곤 입을 열었다. “못 배워 먹은 농부의 딸이지만. 적어도 제 주인에 대한 신뢰는 아는 사람이라 이렇게 일어난 점은 사죄 드립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 비록 들어올 때 예의는 어긋났지만 – 후작님의 손님이며. 후작님이 우리를 범죄자처럼 다루는 건. 적어도 저는 상관이 없습니다만 아가씨가 이런 꼴로 있는 건 참을 수 없습니다. “ 지배자는 깍지를 끼곤. “재미있는 이야기야. 그렇지만 그대. 난 그대들이 일으킨 모든 범죄 행위를 현재 무시해주고 있어. 네 말처럼 예의와 격식에 따라 행동한다면 난 후작령의 최고 지도자로써 너희들의 범죄 행위로 감옥에 넣어야지. 그게 내 영지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니. 그렇지만, 그러고 싶나? “ “…죄송합니다. “ “이번은 눈 감아주도록 하지. 한 번은 실수 할 수 있고. 주인을 생각하는 마음은 꽤 괜찮았으니까. 그렇지만 다음은 감옥에서 중얼거려야 할 거야. 알겠나? “ “네. 하지만 한 가지 무례만 더 허락해 주세요. “ 나는 필사적으로 주먹에 힘을 주곤 잃어가는 자존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후작의 대답을 기다렸고. 후작은 차가운 미소를 짓고는 대답해줬다. “허락하지. 그렇지만 행동에 따라 이번 대화가 끝장날 수 있다는 것과, 너희들의 무역선은 평생 항구에 갇혀 못 빠져 나갈 수 있다는 건 명심해.“ “자, 잠깐. 너…” “망할. 할 수 있어요. 아가씨! 이제 업혀만 살지는 않아요. 안 할 거라고요! “ 아가씨는 내 말에 고개를 숙이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지금 아가씨는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이미 분위기는 저 후작에게 넘어갔고. 아가씨가 백작에게 그런 것처럼 저 후작은 이미 이길 수 밖에 없는 판에서 우리를 상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 사람은 적어도 나는 계산에 두지 못했을 거다. 확신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여기서 변수는 나였다. 지배자는 보라색 눈동자로 처음으로 나의 눈동자를 바라보았고. 나는 칼다리아의 후작을 노란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바깥은 이 곳을 제외한 모든 곳이 어둠에 잠겼다. 여기가 마지막 등불이다.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10/02 16:17:19 ID : hfe6qi9tjAm
“칼다리아 디 리웨인 후작님. 감히 제 주인을 대신하여 후작님의 질문에 대답하겠습니다. “ “계속해. “ “아가씨가 후작님과 이야기 한 건은 남부에 비공정을 이용한 커피 사업에 관한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저는 적어도 후작님이 커피보다는 비공정에 더 관심을 뒀다고 생각합니다. “ “사유는? “ “왜냐하면 명칭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비공정 비행장인 마운티이라 정류장도 국제라는 명칭은 붙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 적어도 마운티이라 정류장에 비해선 꽤 작았지만. – 후작님은 자신의 비행장에 ‘국제’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음.” 여기서 막혔다. 왜 마운티이라는 국제라는 명칭을 쓰지 않았던 걸까? 분명 출입국 사무소를 통과했으니 다른 나라에 온 건 맞는데 말이다. 이 때는 아가씨가 도와줄 차례였다. “왜냐하면 모든 귀족들은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을 섬기고 있으니. ‘국제’가 아니라 ‘국내’이기 때문이야. 후작국이 아니라 후작령인 이유와 같고. 이 에어조라에 다른 나라로 ‘인정’받은 곳은 없어. “ “그래. ‘인정’받은 곳은 없지. 실질적으로 다른 나라는 있지만. “ “잠시만. 후작님. 지금 그 말씀은…” 아가씨도 일어선 체로 말했다. “남부에 반-휴마 해방군. “ 그렇지만 지배자는 태연히 그렇게 말하곤 차를 마셨다. 휴마. 나의 종족 이자 에어조라를 지배하고 있는 종족. 적어도 50년전까진 다른 종족을 노예로 삼고 그들의 시체 위에서 부흥한 종족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50년전, 한 노예가 주인의 머리통을 망치로 깨어 버렸고. 그 노예는 현재 마왕이라고 불리며 남부의 수많은 마족들과 함께 전쟁 중이다. 이 대륙을 누가 지배할 것에 대한 전쟁을 50년째 하고 있고. 여전히 국경은 바뀌지 않았다. 듣기로는 해방군에도 귀족이 생기고. 피 지배층이 생기고. 귀족들은 엄청나게 화려한 집에서 춤이나 추지만. 평민들은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춤을 춰야 했다. “나는 이 빌어먹을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거고. 북부의 위선자들이 더 이상 우리 중부를 능욕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걸세. 50년을 잃어버렸지만, 50년을 더 잃을 수 없어.“ “그래서 에어조라 연맹을 말씀 하신 겁니까? 그럼 비정상적인 관세는 연합에 들어올 조건으로 풀어주는 걸로 하시는 거고요?” 내가 말했다. “그래. 정신 나간 북부의 위선자들을 압박하려면 이런 작은 영지로 충분하지는 않지. 적어도 마운티이라와 하이라키 가문. 그라디시아 가문의 협력이 필요해. ” “그러면… 도대체 비공정은 뭡니까?” “이 계획엔 거대한 경제력이 필요해. 이샤라이나의 군사력을 억제할 만큼 생산력과 자본이. 우리 영지의 자본력으로는 감당할 수조차 없을 만큼. 그런데 네 주인이 커피 사업을 나에게 말했을 때. 이젠 한 지역이 아닌 한 대륙을 상대로 장사하는 상인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 “그래서 제가 선택 받은 거군요.” 아가씨가 말했다. “그래. 조커가 필요 했어. 국적이 없는 괴물이 필요했고. 국가의 이익이 아닌 너의 이익만 추구하는. 쾌락주의자 한 명이 필요했지. 찾아갈 필요도 없이 나에게 오더군. “ 지배자는 비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후작님. 에어조라 대륙의 평화 따위에 관심은 없잖습니까? 그냥 공작령으로 올라가고 싶을… 아니. 왕이 되실 수도 있겠군요. 4년전에는 남작가에 불과한 이곳을 도대체 무슨 짓을 버리셨길래 후작령까지 성장합니까? 후계자들은 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당신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인물과 협업을 하라고요? 저보다는 후작님이 더 괴물 같습니다. “ “예측하기 어렵다니. 나는 가주로써 칼달리아 가문의 이익을 추구할 뿐이야. “ 지배자는 상냥한 표정으로 아가씨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번엔 공작령을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일 겁니까? 그 하찮은 명분으로. “ “괴물이라는 말에 과민반응하지 말게. “ 지배자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곤 말했다. “아가씨. 진정하시고. 후작님. 저는 평민이라 후작님의 꿈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후작님은 저희를 필요로 하고 있고. 저희는 후작님의 권위가 필요로 하고 있는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나는 흥분한 아가씨를 자리에 앉히고 말했다. “권위? 하. 가족들을 전부 정신병원으로 보내거나 처형시킨 사람에겐 권위보단 공포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 “아가씨!” 나는 아가씨의 뺨을 때렸다. “…” 아가씨는 조용해졌고. 멍하니 난로를 바라보시고 계셨다. 도대체 무엇이 아가씨를 흥분하게 만들었을까? 그 생각이 먼저 들고. 그 다음은 죄악감이었다. 후작의 미소가 다음으로 들어왔다. 사과하기 늦었다. “좋아. 저 분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으니. 네가 대신 말해주면 되겠네. 마운티이라 후작에게 이 편지를 전해주고. 긍정적인 답변을 돌려 보내주면 되네. 그럼 저 아가씨의 선박의 출입 통제는 풀어주고. 원한다면 식량이랑 물도 제공해 줄 수 있지. 관세는 면제해주고. “ “…저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만..” “하. 그거 말고 방법도 없잖아. 알아서 해. 난 돈만 받으면 되니까. “ “알겠습니다. 후작님. 승낙하겠습니다.” “괜찮군. 그럼 시간이 늦었으니 바깥에 나가지는 말고 4층에 손님용 침실에서 자도록. 집사가 안내해 줄 거야. 그러면 내 영지에서 부디 편안하고 평화로운 하루 보내길. “ 지배자는 일어나 기분 좋은 듯한 미소를 짓곤 떠났다. 이방에 남은 건 우리 둘 뿐이었다. 집사가 들어올 때까지 우리는 이 곳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10/17 22:22:50 ID : BwLgphxXBtc
“숙녀분들. 감히 안내해드려도 되겠습니까?” 정적을 깬 건 한 노인의 말이었다. “부탁드립니다. “ 아가씨는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기에 내가 대신 말해줬고. 아가씨는 말없이 방문을 열었다. 나는 그런 아가씨를 보곤 고민을 했지만. 오늘은 아니다. 그래. 내일 해야지. “들어오실 때랑 분위기가 사뭇 다르군요. “ “그건 그대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 아가씨가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괜한 걸 물어봤군요.” “신경 쓰지 마시길. 그냥… 쉬고 싶으니까. “ “알겠습니다. 저기 숙녀분. 이 분을 먼저 모셔드릴 테니, 기다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 “네. “ 내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러면 부디 따라와 주시길. “ 집사는 아가씨에게 손을 내밀었고. 아가씨는 별 감정없이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집사는 이 방을 나갔고. 이 곳엔 여전히 타오르는 난로와 나밖에 남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난 엄청난 일을 저질러 버렸고. 이제는 짤리는 일밖에 안 남은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미친 짓을 저지른 거지? 그 비공정인가 뭔가 하는 것도 탈 돈이 없는데. 집에는 어떻게- 아니. 잊고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된 거지? 드디어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나를 덮쳐왔고 – 용서받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을 저질러버렸다는 것도 깨달았으며. 그 무엇보다 내 고용인의 뺨을 후려갈겼다는 게 가장 큰 충격이었다. 어쩌지? 그 고민에 잠기기 전에 집사가 문을 열곤 손을 내밀었다. 방으로 들어갈 시간이라는 말인 것 같다. 여기서 고민하나, 거기서 고민하나 다른 점은 하나도 없을 거기에 손을 잡았다. 4층은 상식적이었다. 그 이상 표현할 가치가 없었는데. 매번 귀족의 저택에 올 때마다 이런 평범한 복도마저 표현하면 어쩌겠는가? 그렇지만 표현할 가치가 있는 부분은 있었다. 오직 4층만 이 건물의 설계에서 벗어났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가두고 감금시키는 역할에서 유일하게 빠진 부분이 바로 4층이었고. 손님들에게 이 테러의 저택에서 유일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시설은 평범했지만. 여기는 발자국이 비정상적으로 부각되지도 않았고, 불안함을 자극하는 디자인도 아니었으며. 모든 문이 엇갈려 있지도 않았다. 내 방도 평범 그 자체였지만. 오늘은 평범함의 감사를 느꼈다. 집사는 내가 방에 들어가는 걸 보곤 떠났고. 이 방에는 나만이 있었다. 아가씨와는 다른 방을 쓰는 것 같아 아쉬움과 안심을 동시에 느꼈다. 침대에 누웠다. 월광은 도시에 깔린 안개로 힘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그 자리를 생전 처음 보는 – 그래서 눈이 더럽게 아픈 마정석의 빛이 대신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잠이… “저기. “ “으아아아앙카으으으아아아악! " “꺄악 ! 뭐, 뭐야 ! “ “엉컼… 시, 심장이…” “썅, 존나게 놀랐잖아요!” 창문에 특이 취향의 드레스를 입고 걸터앉은 이상한 사람이 있었고. 역광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목소리를 듣자 하니 아가씨인 것 같았다. “씨파. 그러면 노크를 해야죠! 귀족이라매 이렇게 예의가 없어서야! “ “원래 평민에겐 개같이 대하는 게 귀족의 기본 소양인 거 모릅니까! 소설에서 그런 것도 안 가르쳐줘요?” “어. 프로파간다 소설이 취향이라. “ “하이고 맙소사. 그러니까 뱀파이어 신드롬 같은 책이나 보는 거지. “ “그딴 말 할거면 창문에서 떨어져버려요! 망할 ! “ “잠깐만 ! 비, 빗자루로 툭툭 치는 건 그만둬요! 진짜 떨어진다고, 야! “ 소설이라면 분명 인상 깊게 표현 될 장면이었지만. – 대충. 희미한 월광에 비추는 창문에. 도시의 불안한 마정석이 내뿜는 빛을 배경으로 붉은 눈동자가 인상적인 아가씨가. 옛날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나를 가만히. 계속 바라보았다. – “네. 네. 그래서 아가씨…” “하, 제 말 가로채려 하지 마시길. “ 아가씨는 내 말을 끊고. 멋대로 내 방에 착지하고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심려를 끼쳐드려서. “ 우아하게 허리를 숙이곤 정확하게 말했다. 당황했다. 당연히 아가씨라면 툭툭 거리면서 신경이나 거스를 줄 알았는데. 게다가 내가 뺨도 후려쳤는데. “그, 그게…” “그리고. 후작과 이야기를 잘 풀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아가씨는 똑바로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 잘못했습니다. 저도… 그, 뺨을 때려서…” “하. 협상하다가 권총도 맞아 봤는데 뺨이 대수입니까? 조금 충격은 받았지만.“ 아가씨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 “우울한 이야기는 때려 치고. 사과도 했고, 사과도 받았으니. 미래에 대해 말해봅시다. 과거를 보기엔 그대 인생. 꽤 짧잖아요?“ 아가씨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고는 말했다. 나는 아가씨의 페이스에 휘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사람이었다. “우선. 상황을 먼저 정리 해야 하죠. 배는 이곳에 입항했지만. 살인적인 관세를 견디지 못하고 상품을 입하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후작령의 양아치들은 관세 없이는 출항도 없다면서 선원들을 공갈 협박하고 있고요. “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 적당히 떠들었기 때문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몰랐다. 연합은 또 뭐고. 공작령은 또 뭔지. “네. 술집에서 그런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더라고요. “ “그래서 우리는 저 후작과 싸우러 온 건 아니고. 저 후작이 배를 내보내게 해주거나, 관세를 면제 받아야 했었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끝났었죠? “ 아가씨는 곰곰이 고민하고 있었다. 아마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았다.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에어조라 연합’을 구축하는 걸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 “에어조라 연합? 서류에만 있는 연합을 왜 구축해요?” “그런 게 있었습니까? “ 난 옛날부터 중부 대륙이 이샤라이나 주에 속한 줄 알았는데. “옛날에- 그러니까. 이샤라이나라는 희대의 양아치가 들어오기 이전에 말입니다. 이 중부에 있는 귀족 나으리들은 통일된 왕국 하나 못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북방의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이 등장하면서. 거기에 대항하는 세력이 필요하다는 건 모두 깨달았죠. 그래서 왕국의 이전 단계인 ‘에어조라 연합’을 만들어 차근차근 어떻게 왕국을 만들지 토의하기로 했는데. 결국 왕위 후보자 38명중에 그 누구도 뽑히지 못한 체로. 중부 대륙은 이샤라이나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렇지만 이샤라이나가 굳이 ‘에어조라 연합’을 폐지하지는 않아서.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 “아하. 그럼 후작님이 그걸 구축하는 이유는…” “…어?” 우리 둘은 한 번에 같은 생각에 도달했다. 지금까지 후작의 행보와- 모든 정황에 밀어 붙이면 하나의 추측이 가능했다. 수 백 년간의 안정과 모든 것이 파괴될 수 있지만 그 사람이라면. 아마도 기꺼이 받아드릴 것이다. 자기 가족마저 파괴한 사람이 이 세상을 파괴하는 건 고민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다. “”왕이 되려고?”” 왕이 된다는 말은 이샤라이나 체제의 몰락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 안에서만 공작을 할 수 있는 작고의 상황에서는. 신성 제국의 밖에서는 – 그러니까 이샤라이나 주에서는 – 후작령의 권역 만을 인정하고 있다. 마운티이라의 성장이 멈춘 것도 그들이 후작 가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 집의 주인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큰 그림. 이 후작 영지조차 다 덮을 그림을 말이다.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10/17 22:24:45 ID : BwLgphxXBtc
우리는 한동안 별 말이 없었다. 이번에는 부담할 수 없는 중압감에 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후작이랑 말할 때는 엄청난 이야기를 아주 쉽게 꺼냈지만. 가슴을 진정해보고 다시 생각해보면 이건 반역이었다. 반역. 소설책에서는 흥미진진하고 두근거렸지만 겪는 당사자는 속이 매스꺼울 뿐이었다. 발설하면 죽는다. 하얀 제복을 입은 이단심판관들이 우리 집을 태우러… “아니. 후작이 바로… 대사관을 폭파하라거나. 혹은 교황을 암살하라고 말하진 않았을 거잖아요? ‘정확히’ 뭘 부탁한 겁니까?” 아가씨는 내 손을 잡고는 말했다. 차가운 손이 내 머리를 적당히 시켜주어 무시무시한 상상에서 깨워주었다. 사실 부탁 자체는 아주 작은 – 그저 우체부의 대행이었다. “마운티이라 후작 가문에게 편지 한 통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 “허. 마운티이라 후작 가문에게? 뭐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 “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고 덧붙였어요. “ “그건 긍정적인 답변을 안 들고 오면 묻어버린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 “망할.” 적당한 모험과 즐거운 생활을 꿈꾸던 소녀였을 내가. 왜 1초라도 사고가 안 터지는 날이 없는 생활을 즐기고 있는 걸까. “…저 배만 들고 가고 시골로 숨어버릴까요.” 내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합리적 결정이었지만. “후작이 시골이라고 돈만 때 먹고 튄 사람을 못 쫓아 올까요?” 아가씨는 합리적인 반론을 제시해줬다. “그러면 뭘 어쩌려고요? 진짜 마운티이라 후작한테 가서. 부디 우리 칼달리아 후작님의 반란 행위에 동참해달라고 부탁하는 거에요?” “칼달리아 후작은 멍청이는 아니니까. 초면에 바로 그렇게 말하라고 써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길 빌죠. 망할. 빨리 편지나 까봐요. 그래야 우리가 뭐라고 설득할 지 알 거 아닙니까?” 나는 소중히 보관하고 있던 편지의 밀봉을 깨트려, 고풍스러운 신성 이샤라이나의 기하학적인 문자로 되어 있는 종이를 전해주었다. 나는 저런 이상한 말을 모르기 때문에 아가씨에게 전해주었다. “음. 친애하는 마운티이라 후작님, 귀하 가문의 에어조라의 은총과 이샤라이나의 축복이…” “귀족 특유의 인사는 다 빼주세요. 아가씨.”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마운티이라 후작령과 칼달리아 후작령의 관세 동맹을 감히 제안하는 바입니다. 이는 양국의 무역 증진과 신뢰도를 쌓게 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며…” “관세 동맹이 뭔가요?” “그러니까. 마운티이라와 칼달리아 후작령 사이에는 관세를 전혀 붙이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 “흐음.” “흐으으음…” 이 정도 내용이면 괜찮지 않을까? 정치에 전혀 무관하던 평민이 생각해서 그런 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잘나신 귀족 나으리들이 거절할 필요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기분 더러운 말은 몇 번 내뱉을 지도 모르지만. 그게 인생의 즐거움인 귀족들이니까. 그 정도는 양해해줄 수 있다. 아가씨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뭐. 이걸로 끝나는 이야기라면 할만 할 것 같네요.” “그렇죠?” “그걸로 안 끝날 것 같아 걱정이지만. 80갈리아잖습니까? 이 정도 리스크는 용납할 수 있어요. 이정도는 말입니다. “ “그래도 말이에요. 아무리 80갈리아라도 목숨까지 걸기는 좀 그렇지 않을까요. 아가씨?” “…? 그런가?” 아가씨는 영문 모를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뭐. 됐어요. 그러면 이제 이 빌어먹을 편지만 전해주면. 집에 돌아가서 파티라도 할 수 있는 거, 맞죠?” “파티라니. 스케일이 작으시군요. 하. 도시 전체를 갈아엎을 연회를 터트리는 겁니다. 그 잘난 마운티이라 후작님도 올만한 거대…한… 오. “ 아가씨는 손가락을 튕겼다. 나도 놀면서 돈 버는 건 훌륭한 생각이라고 생각했기에. “괜찮네요. 연회에서 후딱 처리하는 거에요. 마운티이라 후작님한테 술을 퍼 먹인 다음 적당히 대답만 들으면 우리 일은 끝나는 거죠. 겸사겸사 제 월급도 올려주시고 말이에요. 아가씨.” 라고 말했다. “월급 타령 좀 그만하고. 그렇지만 멋진 생각인 건 분명합니다. 음. 이제 그 빌어먹을 배만 잘 보내주기만 하면 노는 일만 남았겠군요. “ “네. 그냥 빛 수금이면 끝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이제 좀 놀고 싶어요. 하아아암….“ 늘어지는 하품을 하곤.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지친 기색없이 붉은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눈동자에서 빛이 나오는 건 일상적이지 않는 것 같지만. 원래 이런 표현을 많이 쓰기에 그냥 따라 쓴 것뿐이었다. “오래 붙잡고 있었군요. 그럼 내일을 위해 쉬어 두시길. …아니. 이젠 오늘이네. “ 아가씨는 다시 창문을 통해 건너가려고 했다. “하암. 네. 그런데 그렇게 보니까 꼭…” 아가씨의 표정이 차가워지곤 나를 바라보았다. “꼭?” “좀도둑 같다고요. “ “비슷하네요. 생각해보면. ” 고개를 끄덕이곤 아가씨는 사라졌다. 나는 아가씨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잠에 들었다. 이번에는 딱히 꿈을 꾸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래서 아침은 금방이었다. 마운티이라에서 맞이한 아침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축복받은 햇살은 보이지 않았고. 그냥 우중충한 도시가 창문에 보이는 게 전부였다. 여전히 도시는 깨지 않은 체 안개에 잠겨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깨어 각자의 일터로 향하고 있었다. 시계는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들리는 노크 소리. 하나, 둘, 셋. 아가씨다. 문이 열리고 – 몹시 예의 없는 행위였다. – 아가씨는 건들건들거리며 빨리 나오라며 말했다. 나는 적당히 옷을 차려 입었고. 아침 커피를 한 잔 마시고는 수많은 공무원들의 틈을 비집고 이 테러의 저택에서 빠져나왔다. 아침에는 정말 평범한 곳이었다. “자. 그대가 평안히 주무시고 있는 동안. 저는 조사를 해왔습니다. 좋은 소식 하나, 안 좋은 소식 하나가 있어요. 뭘 먼저 들이시겠습니까? “ 아가씨는 내 옆에서 다급하게 걸으며 서류더미들을 들고는 말했다. 덕분에 나도 다급하게 걸을 수 밖에 없었고. 방향은 바다가 보이는 쪽이었다. “안 좋은 소식부터.” “빌어먹을 새끼들이 선상에서 총질을 하며 싸워 대고 있습니다! 그 개자식들이 선상 반란을 일으켰어요! 근데 그게 망할… 상륙하면서까지 총질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썅! 되는 일이 좆도 없어!” 아가씨는 서류 중 몇 개를 거리에 집어 던지며 말했다. “엄… 좋은 소식은?” “아. 배가 상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작이 오늘 출항 허가서도 내줬고요. ” “결과적으로는 안 좋은 소식 아닐까요. “ 합산, 마이너스였다. 양수와 음수를 곱하면 음수가 되는 것이었다. “네. 뭐. 그나마 좋은 소식은 선원들이 이제 굶주림에 정신이 나가 우리 상품을 태우거나 먹어 치우지는 않는 다는 말인데. 그럼 뭐합니까? 지금 반란으로 선원들이 다 죽어버리면 상품은 누가 옮겨요. “ “저런. 지금 상황이 도대체 어떻길래요. “ “항구 부근을 근 300명이 상륙을 해서 개판으로 만들고, 시가전을 버리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항구 쪽으로 가고 있는 거 아니에요? “ 생각해보니. 가면 갈수록 사람은 없었고 희미하게 들리던 총성이 점점 커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게 우리 일이 아닙니까?” “…………하아.” 한숨만 나온다. “한숨 쉴 시간 있으면. 권총 장전이나 해 놓으시길 바랍니다. “ 아가씨는 내 주머니에 권총을 꽃아 두고는 말했다. “그… 아가씨의 다른 조수분들은 다 어떻게 되셨나요?” “알면 일하기 싫을 거니 나중에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 “망할! 지금 말해달라고요! 이렇게 총질만 하게 하려고 살려 준 거에요? 예!?” “지금 말해봤자 의미도 없어요. “ “그건 제가 판…” “아니. 숙여요.” 아가씨는 걸음을 멈추곤 나를 골목길 사이에 밀쳤다. 그리고 내가 있던 자리에는 방금 만들어진 구멍 하나에 김이 오르고 있었다. 그 다음. 총성. “으아. 으아아아아아아아! “ “권총 장전하고 계신다고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총을 쏜 다음, 그대는 존나 빨리 저쪽으로 가서 쏘시면 되는 겁니다. 아시겠죠?” “으아아아아아!” “좋아요. 한번 해봅시다. “ 아가씨는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말했다. 나는 혼란에 빠진 와중에도 권총을 어떻게 총알을 넣고는 있었다. 우리 아가씨는 옆 건물에 빛나는 무언가에 총을 쏘았고. 곧 그것은 붉은 선혈이 되며 건물에서 거리로 떨어졌다. 나는 그걸 신호로 건물로 미친 듯이 뛰었고. 아가씨는 양산을 들곤 내 뒤를 따랐다. 건물에 돌입하자마자 총기를 겨누는 한 남자가 나를 보았고. 그 남자는 다짜고짜 방아쇠를 당겨 나를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방아쇠 위에 달린 부싯돌에 불이 붙지 않았고. 남자가 미친 듯이 당겨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권총에 방아쇠를 당겼고. 권총으로부터 시작되어 차근, 차근 총알이 움직여 – 결국 그의 머리통까지 다이지는 않았다. 그냥 철컥. 철컥하는 소리만 내는 근무태만 권총만이 내 손에 들려져 있었다. “죽어! 죽어! 아, 썅! 안 쏴지잖아!“ “씨, 씨팔. 뒤져라. 이 개년아!” 그 남자는 라이플을 내동댕이치곤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냈다. 당황한 나는 이 빌어먹을 권총을 그 개자식을 향해 전력으로 집어 던졌고. 권총은 천천히- 회전하며 그 자식의 머리통에 한방 꽃인 다음. 부싯돌 부분이 머리통에 부딪치자 드디어 불을 내뿜으며 그 새끼의 발에 총알을 멋들어지게 박았다. “으아아아아악! “ 문제는 다음이었다. 이제 나는 무기가 없었기에 발을 잡고 대굴대굴 구르는 남자를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그래서 그 남자가 버린 라이플을 거꾸로 들곤. 아. 혹시 모르니까 부싯돌은 빼놓고. 그 라이플로 남자를 제압했다. “으아! 야앗! 으아아아!” “자, 잠 으아가아아악! 뼈! 뼈!” “야앗! 으야아아앗!” “뼈! 으아아아악. 자 , 잠깐. 하반…으아아아악! “ 처음 몇 번 휘두르는 건 꽤 힘들었지만. 제압을 염두에 두고 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었다. “야아아아앗! 으야앗! “ “허어어억… 커허허헉.” 그때. 아가씨가 양산을 들고 여유롭게 들어왔다. 나는 적당히 아가씨를 반겨주었고. 아가씨는 발에 총알을 맞고 머리에는 권총으로 맞은 멍이 들었으며, 몸통에는 라이플의 개머리판으로 호되게 맞은 남자를 불쌍한 눈으로 보며 나에게 말했다. “괜찮네요. 음… 알아서 하시길. ” “사, 살려줘… 존나… 존나 아파…” 바닥에 누운 남자가 그렇게 말하더니 아가씨의 드레스 끝 자락을 잡았다. 아가씨는 나에게 눈짓을 줬고. 나는 매타작을 그만두었다. “음. 당신. ‘프라이드 3호’의 선원이 맞습니까?” 아가씨는 편지를 들고는 말했다. 그 남자는 퉁퉁 부어버린 입술로 말하지는 않고,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아니. 상식적으로 선상에서 반란을 일으켰으면 모르겠는데. 왜 다와서 지랄이에요. 지랄은. “ 아가씨는 신경질 나는 듯 바닥에 있는 술병을 발로 차곤 말했다. “그. 그게… 다 부선장 때문이야!” “하. 그렇군요. 그래. 당신들이 우리를 보자마자 총으로 쏴 갈긴 것도 다 부선장 때문이고. 어제 술값 사기 당한 것도 다 부선장 때문이고. 니 새끼 먹여 살릴 부모가 피눈물 나는 것도 부선장 때문이죠. 안 그래요?” “그. 그렇게 말할 것 까지는…” “꼬와요? 씨발. 우리는 당신 때문에 목숨이 날아갈 뻔 했는데. 당신은 그냥 욕 한마디 처 드셨다고 꼬운가보죠. 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죠! “ 아가씨는 양산을 집어 던지고. “니미! 뭐가 그럴 수 있습니까! 썅! 풀리는 게 좆도 없어! 그 빌어먹을 후작 새끼 때문에 이 지랄을 해야한다고요. 예!?” 아가씨는 선원의 목 덜미를 잡아당기곤 말했다. “으아... 그. 그게. 도, 도착하기 직전에…” “혹시 한마디 할 때마다 말을 안 더듬으면 죽는 병이라도 걸리셨습니까?” “…도착하기 직전에. 선장이 이번 수익금은 잘 이끈 내 덕분이니까. 다 혼자 먹는다 해서. 부선장이랑 짜고 죽였는데. 부선장 새끼가 도착하고 나니 1호선만 나눠준데. 그래서 2호선 사람들이 화가 나서…“ “그래. 좋아요. 아니. 좋지는 않습니다. 최악이에요. 도대체 치안부에 넘길 일을 왜 당신들끼리 총 싸움으로 바꿨습니까?” “저기. 아가씨. 이 사람들 적어도 5일은 상륙은 못해서…” 내가 말했다. “5일! 맞습니까? “ 아가씨는 다시 한번 말하고는 확인을 요구했다.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곤. “금방 상륙할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조항을 맡은 부선장이 마운티이라가 아니라 이… 칼달리아로 끌고 오더군. 관세를 심하게 먹으면 계약상 명시된 내용 때문에 우리의 3년의 노력이 헛 짓이 되어 버리니까.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런데 부선장 새끼는 지 배만 나눠준다 하고… “ “여기 정상인은 우리 둘 밖에 없는 것 같네요. “ 아가씨는 남자를 발로 강하게 한 번 찬 다음. “갑시다. 그 빌어먹을 부선장도 이렇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 “’아시겠습니까’라 말 하셔도. 저한테 선택지가 있기는 한 겁니까?” “없죠. 잘 아시네요. 그럼 갑시다. “ 아가씨는 나가라고 손짓하며 양산을 그 사람의 머리통에 겨누었다. “잠깐! 잠깐! 망할. 날 죽이면 이제 끝이야. 끝이라고! 우리 선원들이 100명은 넘게 있는데. 너희… 너희 둘이 다 감당할 수 없어! 그러니까. 날… 날 살려! 살리라고!” 아가씨는 그 말을 듣고는 조금 고민하더니. “네. 그럼 조수. 우선 비공정 정류장 쪽으로 먼저 가주세요. 거기서부터 시작해봅시다. “ “알겠습니다. 그런데 도망치면 어쩌려고요?” 내가 물었다. “누구. 당신?” “네. “ “도망쳐 봐요. “ 아가씨는 조소하고는 다시 그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언가를 묻고 있었고 – 아가씨가 명령하신대로 먼저 국제 비공정 정류장을 향해 움직였다. 거리는 여전히 고요했다. 불안한 안개와 스산거리는 발자국 소리는 이 거리에 아무도 없음에도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충분했고, 중간중간 들리는 총 소리. 화약 소리. 어디서 무언가가 꽃히는 소리를 들으며 난 필사적으로 거리를 벗어났다. 안개의 끝에 도달했을 때. 그리고 비공정 정류장이 보일 때. 총성 세발이 들렸다. 가까웠었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정류장으로 달렸다. 정류장은 불안해하는 시민들로 가득했고 – 그런 시민들을 무심하지만 듬직하게 서있는 병사들로 가득했고. 그리고 그런 시민들에게 장사하려는 싸구려 모험가들, 용병들로 가득했다. 비공정들은 안개를 뚫고 돌파하고 있었는데. 몇몇은 불행히도 안개에 침몰해버렸는지 소방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치지직거리는 마정석 잡음. 공무원들의 하품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언제 올지 모르는 아가씨를 잠시 기다렸다. “기다리셨습니까? 커피하우스라도 들리시지. 아니면 살롱이라던가. 아… 살롱도 불법이지. 여기. “ 내 옆에 아가씨가 앉으며 말했다. 드레스에선 비릿한 냄새가 났다. 그 다음은 입- 얼굴. 아가씨에게서 내가 잊고 싶은 냄새가 울려 퍼졌다. “그런 곳은 정신 사나워서 못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같이 오실 줄 알았는데. “ 나는 아가씨의 드레스에 희미하게 묻은 피자국을 바라보곤 말했다. “뭐. 에어조라만 아시겠지요. “ 아가씨는 잔을 들이키고는 드레스에 묻어 있던 피를 가렸다. “…아가씨. 저도 할 수 있습니다. “ 내가 말했다. “뭘요? 배달부?” 아가씨는 지나가던 웨이터에게 잔을 올려놓곤 말했다. “배달부. “ 끄덕였다. “아니요. 한 번도 안 했잖습니까? “ 고개를 저으셨다. “그러니까 한 번만 하면…” “그 빌어먹을 소설 책에서 그리 알려준답니까? 한 번 하면 뭐가 어떻게 되는데요?“ 아가씨는 잔을 비웠다. “아니. 그냥 힘들어 보이시니까 말씀드렸습니다. “ 나는 아가씨의 잔을 다시 채워 넣어 주었다. “힘든 걸 굳이 할 필요는 없죠. 안 그래요?” 아가씨는 찻잔을 만지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뭐.“ “왜. 사람 죽이는 거에 관심이라도 생겨서 말했습니까? “ “월급 값을 못하는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월급은 받아본 적은 없지만. “ “잘하고 있으니까 손에 피 묻히지는 마시길. 요즘 직원 구하기 어려우니까. “ 아가씨는 블랜드를 들이키시고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안개가 서서히 개고 있었다. 그 때. 아가씨는 정신 없이 지나가는 비공사 – 모자가 특이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중 한 명을 붙잡고는 자리에 앉혔다. “뭡니까! 바빠 죽겠는데. “ 그 비공사는 인생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얼굴이었는데. 손에 종이 쪼가리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번 주조차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듯 하다. 목에는 펜던트가 걸려져 있었는데. 흠집이 꽤 있었고 손때가 많이 타져 있었다. 얼굴은 깊은 주름인데. 아마 주로 비행 문제가 아니라 그 빌어먹을 이샤라이나 싸이코 새끼들과 교전으로 인해 생긴 주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나중에 알려주겠다. 어쨌든. 아가씨는 그런 인생이 꼬인 비공사에게 말을 걸었다. “비공정 좀 빌립시다. “ “미안하지만. 이 빌어먹을 안개를 뚫고 비행할 미친 비공사는 별로 없을걸? 물론 거기에 나도-” 비공사가 말하고 있었지만. 아가씨는 텅텅 빈 잔을 있어 보이는 척 한번 들이키고는. “1 갈리아. 시내 비행. 30분.“ “포함되지는 않아. 내가 오늘 술에 좀 취했거든. 아니. 취했습니다. 손님. “ “형용사적 표현이라고 믿겠습니다. “ 아가씨는 가방에서 ‘Eshraina Cold-Gold Coin – For Tax: 1 Galia’ 라고 적힌 동전을 하나 꺼내서 그에게 넘겨주었고. 함장 모자를 고쳐쓰던 그는 스텝이 꼬이는 와중에도 그걸 받곤 넘어졌다. “어. 아가씨. 아가씨 사기꾼 아니죠? 1갈리아가 저렇게 가벼울 리가 없잖아요. “ 그걸 본 내가 말했다. “아. 이샤라이나에 계신 열혈 신자, 혹은 광신도, 혹은 정신병자들이 세금을 진짜 금으로 가져오기는 귀찮다며. 실제 싯가는 0.00001갈리아쯤 되는 동전을 하나 찍고는 그걸 무조건 1갈리아에 사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거 실제 금 함류량은 극히 적지만 1갈리아의 가치가 인정되죠. “ “말이 안되는 데요. 금이 0.00001갈리아 들어 있으면 0.00001갈리아잖아요. “ “싫으면 이샤라이나한테 따져요. 전쟁에서 이기면 바꿔줄 지도 모르는데. 이길 수는 있으려나?” 아가씨는 가방을 닫곤 말했다. 비공사는 우리가 말하는 와중에도 동전을 소중하게 닦고는 케이스에 넣었다. 슬슬 일어나고 있던 비공사를 보곤 아가씨가 손을 내밀곤 말했다. “자. 계약 성립입니까? “ “예! 손님! 30분 이내면 지옥 끝이라도 따라가는 비공사입니다! 숙녀분께서 보내주신 신뢰를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지옥 끝이라. 훌륭하네요. “ 아가씨는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고. 당연히 소설에선 이게 복선인 것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너무나도 명백한 복선이었지만. 우리의 비공사는 꽤 오래간만에 얻은 것 같은 수입인 1 갈리아의 환희에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으며. 그래서 악마가 내주는 손길을 잡은 것이었다. “네! 지옥 끝이라도 말입니다! 손님! “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10/17 22:31:35 ID : BwLgphxXBtc
짜잔. 오래간만에 돌아와서 미안해. 그렇지만 본업이 꽤나 바빠서 소설을 최근까지 자주 못 썼어. 습관이 들려고 여러번 읽어보기는 했지만 말이야. 우선. 이 압도적이고, 지루할지도 모르고, 천박할지도 모르는 글을 즐겁게. 혹은 졸린 눈으로 읽어주었고 이런 심심한 작가의 말까지 읽어주는 독자님에게 경의를 표할게. 그런 답례는 '지옥 끝'에 내가 던져지더라도 기필코 완결을 내겠다는 몇 바이트라는 무게밖에 가지지 않는 약속밖에 없어. 하지만 정말로 고마워. 왜냐하면 너가 읽어줌으로써 내 골방에 썩혀 있던 작은 이야기가 너희들의 세계에,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고. 심심할 때 생각이라도 나는 그런 이야기로 바뀔 수 있는거잖아? 그러니까. '내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모두의 이야기', 'Vempire Sindrom'으로 만들어줘서 진심으로 감사를 표할게. 아직 남은 이야기는 길어. 하고 싶은 말도 많고.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10/19 00:12:22 ID : 8kmtta04KZf
“으아아아아아아아ㅏ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아ㅏㄲ1 “ “야! 올려! 추락! 추라가아응하잖아으아아아! “ “아가씨아아아이이이이! 사표! 사표 내겠습니다아ㅏ아!” 칼다리아 후작령의 상공에는 비명을 지르며 공기가 새고 있는 비공정을 타고 있는 세명이 있다. 곧 ‘있었다’ 라고 바뀔 가능성이 농후한 이 상황인데. 빌어먹을 총탄은 여전히 우리의 기낭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저 밑에 사수들에게는 지금 잘 하고 있다는 신호가 되었으며. 우리에겐 지상의 그리움을 한번 느껴보라는 경고등이 되고 있었다. “아가씨 ! 산탄! 산탄은 씨바 언제 장전되요?!” “망할, 망할, 망할! 비공사! 당장 기수 올려 ! 뒤지기 싫으면 ! “ “그러고 싶어요! 그러고 싶은데 기낭 손실률이 씨파 바람 빠진 풍선이라고요! 고도 유지가 불가합니다!” “이 머저리 새끼가! 지옥 끝까지 갈 수 있다매! “ 내가 비공사에게 말했고. “아니, 그래서 지옥으로 가고 있잖아! 이 빌어먹을 새꺄! “ 비공사는 핸들을 꽉 잡고는 말했다. 보라색으로 위태롭게 빛나는 비공석을 배경으로 우리는 안개가 서서히 개고 있는 도시의 상공에서. 5명이 타면 꽉 차는 좁은 갑판 위에. 그 갑판 마저도 총탄으로 구멍이 펑펑 뚫렸고 기낭은 구멍이 나 하늘에서 침몰하고 있다. 콩나물 같은 사람은 이제 서서히 옆 사람과 구별이 안 갈 정도로 커졌다. “비공사! 항구로! 망할 추락하면 항구로 추락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지금도 겨우 도심 상공을 위태롭게 날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아가씨는 초인적인 힘으로 대포를 지면을 향해 고정시키고는 말했다. 비공사는 나에게 천과 바늘을 던져주곤. “알겠. 알겠습니다! 노력 해보겠는데. 거기 아씨는 빨리 올라가서 천이나 덧… 으어ㅏ아아 ! 총알, 총알 스쳤어!” 비공사는 화들짝 놀라곤 피가 흐르는 뺨에 손을 가져다 댔고 자연스래 핸들에 손이… 으아아아아아아아아. 3번 구르고 누웠을 땐 바닥 타일의 색깔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난간에 누워 있다. 나. 어쩌지. 바늘은 천천히. 옷이 없고 헐 벗은 누군가를 위해 바닥에 떨어져. 이 빌어먹을 비공정에 더 이상 못 있겠다고 말했다. 안돼. 방금 받은 건데. “시파. 시바! 비공사! 핸들 잡아!” 아가씨는 바람에 날리는 머리가 – 정확히는 바람에 날려, 입으로 들어가는 머리카락 부분이 – 귀찮다는 듯 잘라버리곤 말했다. 덤으로 가위는 총탄을 갈기던 빌어먹을 유사 해적 새끼에게 던졌고. 멋지게 명중했다. “으아아아아…” 비공사는 불행히도 제 2의 아내라고 부르던 ‘루반브르크’ 호와 이혼해버렸다. 건물 옥상에 처박히듯이 구르며 이 저주 받은 지옥에서 빠져나갔다. 그렇지만 부럽지는 않았다. 정황상 다른 곳을 갔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썅! 조수! “ “네! 네!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어…. 잡았는데 어쩌죠? “ 비공사가 핸들이라고 부르던 나무판자를 잡고 나온 한마디였다. 패달을 밟으면 비공석이 보라색으로 빛나며 추락하고, 안 밟으면 안 빛나면서 더 빨리 추락하고, 핸들을 왼쪽으로 꺾으면 왼쪽으로 추락하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오른쪽으로 추락하고. 그 동안 이 빌어먹을 비공정은 당황하는 사람의 얼굴이 분간이 갈 정도로 지면에 가까워졌고. “올려! 올리라고! 이 속도로 박으면 다 뒤진다고요! 썅!” 아가씨는 떨어질 것 같은 대포를 끌어 안고는 말했다. 다행히도 비공정이 기울어진 것은 어찌 해결했다. “악셀을 밟고… “ 내가 이렇게 하나하나 점검하는 동안, 겨우 안개 위까지 기어온 이 비공정은 급속도로 다시 안개 밑까지 내려왔다. 아가씨는 얼굴이 시뻘개져가지고. “밟아요! 그냥 박살날 것 같이 밟으라고요! 빨리! 임마! 빨리이이이이!” “어. 부서졌다. 어쩌죠?” 푸른 바다가 우리 앞에 보이기 시작했고. 기낭은 깃발같이 펄럭이고. 다시 총탄은 날라오고 있었으며. 내 앞의 계기판은 지금 우리가 60칼란이 넘어가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난 박살난 패달을 들곤 아가씨에게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하하하하하! 다 죽어라! 빌어먹을 인간 놈들아!” 아가씨는 붉은 눈을 붉히며 지상을 내려 보셨다. 오. 운 좋게도 목적지 근처였다. 우리가 되찾아야 할 배 두 척과. 주인이 따로 있는 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서로 주인이 되겠다면서 총질을 하는 두 무리였다. 하얀 색과, 검은 색 두건을 매고는 서로 대치하고. 서로에게 총질을 하는 무리에게 아가씨는 못과 날카로운 수많은 무언가를 가득 담은 대포를 겨누었다. 비공정은 다행히도 아직 핸들로 통제 가능했지만. 어느 쪽으로 추락하느냐 문제만 결정할 수 있었다. 아가씨는 대포에 불을 붙이려고 부싯돌을 꺼냈는데 바람에 날아가버려 저 멀리 날아가버렸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그냥 아가씨가 마음대로 발로 차서 발사하려는 순간 내가 말렸다. “왜! 네가 찰 겁니까? “ “아니요. 아가씨. 하지만 검은색 두건을 맨 사람들한테 쏴야 합니다. 우리한테 총 쏜 놈들. 검은색 두건 매고 있었거든요!” “좋아요! 좋은데 각도가 안 나옵니다! 빨리 이 빌어먹을 비공정을 돌려요! 10초! 10초 정도 여유가 있으니까!” “네!” 나는 핸들을 있는 힘껏 왼쪽으로 꺾었고 비공정은 반바퀴가 회전하며 아가씨에게 1초 정도의 기회를 주었다. 아가씨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발로 까버렸고. 대포는 폭발하며 포화를 검은 두건의 사내들에게 분출했고 – 그 역할이 끝나자마자 대포는 이 비공정에서 탈출했다 – 그 사내들은 난대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폐기물 같은 곳에서 발사된 유리 조각들에게 살점이 찢겨 나갔다. “됐어!” “아니요! 아가씨! 아무것도! 아무것도 되지 않았습니다!” “또 뭐가 문제입니까! 예!?” “썅! 뭐든 잡으세요! 아씨!” “잠깐! 야! 장난-“ 우리의 비공정은 사실 배를 꿈꾸고 있었기에 나는 단지 그 꿈을 이루게 해줬을 뿐이었다. 아니. 내가 아니라 빌어먹을 중력과 총알이 이루어 준거였지만. 어쨌든 우리는 이 비공정과 함께 바다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꼭 잡았고 아가씨는 깃대를 잡았다. 그리고 수많은 푸른색이 우리를 덥치고 1초정도 의식이 날아가 버린 다음. 숨막혀. 숨이 막힌다. 일어나자 마자 보이는 건 빌어먹을 멀뚱멀뚱 물고기고 위로. 위로 올라가야 한다! 빌어먹을 핸들을 이제 놓아주고 저 멀리 이제 곧 모래밭에 박힐 비공정을 떠나 보내고 온 힘을 다해 아. 난 수영을 못한…. 의식이 다시 몽롱해 진다. 아. 따뜻해. 바다의 따뜻함이… 있기는 개뿔 더럽게 차갑다. 숨막혀 죽는 건…. 황금빛 들판이 눈 앞에 보인다. 다시 저기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갈 수 있으니까 보이는 것이 아닐까. 그래. 그냥 가버리자. 다시 따뜻함이 몰려오곤 눈이 감겼… “야! 야! 조수! 아직 보험 안 들었으니까 죽지마요!” “푸훼에에엑.” “더러워! 더럽다고요! 빌어먹을. 사장한테 물을 뿜는 직원이 어디 있어요?” “여기 있습니다. 칼리샤 말린님. 콜록. “ 나는 다시 물을 뿜어댔다. “더러워! 그냥 모래밭에 박히는 걸 구경이나 할 걸 그랬네요! “ “이게 우정의 힘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 나는 그렇게 말하고 힘겹게 나를 들고는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우리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아가씨는 힘겨운 표정으로 열심히 발을 저으며 나를 끌고 나무판자의 더미 - 아. 배구나. 배로 끌고 가고 있었다. 하늘은 안개의 봉인이 끝난 지 얼마 안되는 시점이라. 청명한 색깔의 하늘이, 늘 보던 색깔이었지만 아주 매력적이었다. 살아 있다는 건 꽤 신기한 감각이었다. “아. 예쁘네요. “ 나는 차가운 바다를 느끼며 하늘을 보곤 말했고. “미친. 방금 전까지 죽을 뻔한 사람이 태평하네. “ 아가씨는 힘겹게 나를 끌곤 말했다. “음. 여기서 쌩 난리를 피우면 아가씨가 냉정하게 날 던져버리곤 사라질 것 같으니까. 일종의 생존 전략입니다. 아가씨. “ 나는 천천히 얼고 있는 혀를 녹이며, 꼬이는 발음을 막으며 말했고. “그야. 이 망망대해에 끌고 가는 것만으로 감사히 생각해야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아가씨는 그렇게 말했다. 그 때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가 천천히 우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 구조선, 아니면… 해적선? “ “…구조선. “ “왜요. 해적선일지도 모르죠. “ “아니. 하얀 두건을 매고 있습니다. “ 아가씨는 승리의 미소를 짓곤 말했다. 드디어 끝난 걸까? 아직 끝난 건 아무것도 없긴 하지만 말이다. “저기! 저기다! 영웅들이 저기에 있다!” 굵직한, 10년간 소금기에 찌든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우리는 34년산을 깨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황금으로 치장한 멋진 마차를 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좀 쉬고 싶다.
이름없음 2018/10/23 22:38:35 ID : ksnTUZbdu9y
스레주! 오타났어....! Vampire Syndrome이야...! 그나저나 스레주 글 잘쓴다! 잘 보고 가!
이름없음 2018/10/24 00:14:54 ID : 6mFa8o1A59d
엇! 첫 레스 진짜 고마워! 지금까지 조회수는 내가 접속한 횟수인 줄 알았는데. 있었구나! ㅎㅎ. Syndrome은 이유가 있어. 작품에 나오는데 그냥 자연스러운 대화문이라. 지나칠 수도 있겠네! “아. 그거 원래는 ‘뱀파이어 죄와 악행’ 이었는데. 띄어쓰기를 잘 못해서 ‘뱀파이어 신드롬’이라고 나왔다고 해요. 뭐. 괜찮지 않아요? “ (확인해보니 이샤라이나 판본에선 Velipire Sin a drom이었는데. 편집자의 실수로 Velipire Sindrom이 되었고. 에어조라 판본에서 그를 ‘뱀파이어 신드롬’ 이라고 번역했다. 제대로 번역했다면 ‘뱀파이어 – 죄와 악행’ 이었을 것이다. 난 뱀파이어 신드롬이 더 마음에 들지만.) “전혀. 죄와 악행은 신성 사제라는 분이 다 일으키고 있는 것 같은데. 착각입니까?“ 난 아가씨에게 엄청난 배경 스토리를 2시간동안 설명해줬고. 아가씨는 힘이 빠진 표정으로 제발 그만하라고 했다. 난 신성 사제가 한 손으로 이샤라이나의 이단자를 반으로 쪼개는 곳에서 그만두곤. “나머지가 궁금하면 읽어보세요. 진짜 재미있어요!“ “도대체 뱀파이어는 언제 나오는 겁니까. “ 아가씨가 말했다. Vampire는... 변명의 여지가 없네! 피드백 진짜 고마워!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10/24 00:15:29 ID : 6mFa8o1A59d
음. 닉네임 잘못 골랐닭!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10/24 00:17:11 ID : 6mFa8o1A59d
보트에 타고, 자랑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반겨주는 선원 아저씨들과 손을 한번씩 잡은 이후에 자리에 박혀 앉았다. 더럽게 좁았지만 저 더럽게 추운 바다보단 더럽게 안락하고 좀 더 더러우므로 봐주기로 했다. “대단했어! 우리가 질 거라고 생각하던 순간에 하늘에서 비공정이 회전하면서 날아오더만. 절묘한 회전각에서 발사되는 대포! 그 반란군 새끼들이 한대 맞으니까 바로 피바다로 바뀌드라고. 우리 선원들이 도망칠까 생각하던 중에 그런 게 날아오고. 게다가 그 비공정이 멋지게 바다에 착륙하니까 다들 용기가 생겨서 돌격! 하니까 이겼어! 정말 고마워. 이야. 우리 선장님이 놀라서 눈물을 흘리드라고. ” 아저씨는 쉴새 없이 입을 나불거리며 우리의 영웅담을 들려주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전부 맞는 말이었다는 게 꽤 신기했다. 그렇지만 주관적으로 보면 전부 틀린 말이었다. 애초에 우리 계획은 안전하게 하늘에 둥둥 떠다니며 산탄을 뿌려대는 것이었고. 아가씨는 그 계획에 맞춰서 티세트도 실어 놓은 상태였다. 진짜로 지옥까지 갈 생각도 없었으며. 애초에 착륙이, 아니. 추락이 이렇게 우아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 위에서 우리만 내리고 선장은 다시 집으로 가는 계획이었다. 결과적으론 비슷하기는 한데. 과정은 최악이었다. 이게 다 빌어먹을 비공사 새끼가 사기를 쳐서 그랬다. 아니. 아가씨가 잘 안 알아보고 간 것도 문제였다. 분명 아가씨가 말해준 계획상의 비공정은 정말 크고 멋있어 하늘을 덮을 듯한 크기였고. 우리는 갑판에서 지상에서 무의미한 저항을 하는 병사들을 보며 웃으며 과자를 먹으면 되는 것이었으며. 아가씨가 대포를 들고 떨어지는 걸 버티는 것이 아니라 선원들이 알아서 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빌어먹을 비공사 새끼는 자기 사타구니 사이만 한 물건을 들고 오더니. 그게 비공정인지, 날아다니는 관짝인지 구별도 잘 안되는 것을 가지곤 비공정이라고 소개했다. 덕분에 우리는 지상의 ‘무의미한 저항’을 아주 유의미하게 체감하며 하늘에서 지상으로 즐거운 모험을 떠났고. 빌어먹을 비공정은 이제 잠수함으로 바뀌었으며. 지옥까지 따라간다던 선장은 진짜 지옥으로 가버렸다. 그나마 위안인 점은 우리는 살아있다는 거였다. 그래. 모든 영웅담은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다. “아하하. 저희 회사 직원이 꽤 대단하기는 합니다. 아.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부디 잘 부탁드리지요. “ 하지만 아가씨는 입을 열면 바로 빈정거릴 것 같아서 그냥 닥치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지금도 물에 듬뿍 젖은 명함을 돌리며 자기 회사 소개에 열불을 올리고 있었다. 많은 의미로 철혈과 같은 정신력을 가진 분이었다. 그런 분에게 도대체 ‘괴물’이라는 단어가 왜 그렇게까지 흥분할 단어인가. 라는 호기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오. 카리샤? 카리샤 주점은 예전에 꽤 유명했는데. 싸고 괜찮아서 좋았고 말이야. 그게 탈세주만 아니였으면 자주 애용했을 건데. “ “아하하.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이랍니다! 저는 칼리샤고. 그런 법을 어기는 양아치와는 다르게 깨끗하고 합리적인 거래만 하지요! “ “뭐! 그런 것 같군. 그래. 이런 멋진 아가씨가 자경대에게 총탄을 갈기는 ‘카리샤’일리 없지! “ 그렇죠. 아저씨. 자경대에게 총탄이 아니라 양산을 휘두르는 칼리샤 말린 아가씨입니다. 지금 탈세 혐의로 협박도 받고 있지만 절대로 그 ‘카리샤’라는 분은 아닐 겁니다. 암요. 암. 그렇게 빈정거리고 싶었지만 아가씨가 나를 보는 눈길이 너무나도 뜨거웠기에 속으로 삼킬 수 밖에 없었고. 내 입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쯤 배에 올라탔기에 다행히도 침묵을 지킬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저씨들은 ‘침묵의 드라이버’ 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붙여줬다. 10년에 한번 나올 운전솜씨라고 칭송하시던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침몰했는데 살아있는 건 10년치 운을 한꺼번에 써야 될 정도였으니까. 로프로 이은 사다리를 올라타자 우리를 반겨주는 겨울에는 해적이고 여름에는 선원일 것 같은 무리들이 반겨주었다. 다행인 점은 아직 봄이었던 것이고. 그래서 선원들은 꽤 친절한 마음씨로 우리를 받아주었다. 가끔 ‘여자가 배에 타면 제수 없는데.’ 라고 빈정거리는 선원도 있었지만. 그들도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옆 선원들이 설명해주자 당황하며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운이 좋은 거였지만. 저 빌어먹을 아가씨는 이걸 또 자기 계획이라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 아니. 자기도 운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이걸 계획이라고 해도 그럴 듯하니.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니까.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선장을 배신하고 옆 배의 선원을 배신하고, 다음은 무엇을 배신할까 귀추가 주목되는 부선장이 – 곧 선장이라고 소개가 바뀐 남자가 – 우리를 반겨주었을 때 아가씨는 회심의 당당한 미소를 펼쳤다. 물 먹은 귀족 꼴이 꽤 추하다지만 물 먹은 평민 꼴보다는 당연히 덜 추하며. 그리고 우리는 ‘전사’로 이 모든 사람들에게 용맹을 떨쳤다. “도와주셔서 영광입니다. ‘프라디칸’ 호에 승선한 걸 진심으로 환영하지요. 저는 이곳의 선장인 ‘라샤 판 브티’라고 합니다. 숙녀분들. 이번 사태의 영웅인 여러분들의 성함을 감히 알 수 있을까요? “ 사기꾼은 사기꾼처럼 안 생겼다. 작년에 ‘우선 피난권’ 이라는 것을 아버지가 사 오셨을 때 느낀 점이었다. 그 피난권은 우선적이지도, 피난을 보내주지 도 못했지만 우리 가족을 굶기기에는 충분했었다. 그리고 악마는 악마의 모습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저야말로. 저는 ‘칼리샤 마운티아 중앙 상회’의 대표, 칼리샤 말린이고. 이 쪽 분은… 음. 제 조수입니다. 성실한 친구입니다. “ “…제 이름은. “ “아하하. 숙녀분들.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음… 칼리샤 마운티아 중앙 상회… 분이시라고요. 어…” 부선장은 당황한 듯 손에 식은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고 – 손을 놓으려고 했지만 아가씨는 조금 더 강하게 잡은 후에. “백작님은 잘 지내십니다. 이번에 마운티이라 해군 장관에 임용되신다는 소문도 퍼질 정도로. 아주 성실하게 사시는 분이시지요. “ “다. 다행이군요. 해군 장관이라. 마운티이라 정도의 해군이면…” “범선이 수십척이지요. 솔직히 이 배도 훌륭하지만, 마운티이라는 서해를 지배하는 항구라고도 불리니까 말입니다. 그런 곳의 장관이라면… 이야. 이번 일만 제대로 마친다면 입지가 아주 탄탄할 겁니다. “ 아가씨는 붉은 눈동자로 올려다 보았다. 부선장은 직감적으로 아가씨가 자기가 생각한 정도의 급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곤. 풀려진 자세를 잡았다. “4년전에는 꽤 초췌해 보이시던 백작님이셨는데. 대성하셨다니 정말로 다행입니다. “ 다행이 아닌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그 소식만을 전하러 온 것은 아닙니다. “ 아가씨는 비단으로 돌돌 만 백작의 소설, 항해 계획서를 보여주고는. “백작님이 지금 문제에 처한 여러분들을 구출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으로 여기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고의 해결사와 같이 직접 이 곳까지 내려와 칼다리아 후작님과 교섭을 통해 여러분의 세금 문제를 해결했습니다만. 예상하지 못한 소란이 하나 있더군요?” 부선장은 나를 흘겨봤다. 나는 ‘침묵의 드라이버’라는 호칭에 걸맞게 무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를 적당히 본 그는 다시 아가씨를 보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다 부하들을 관리하지 못한 탓이고… 하지만 상품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거면 된 거 아닙니까? “ “그렇죠. 그래요. 넓은 아량을 가진 백작님이라면 지금까지 발생한 사태에 대해 아무 말씀도 없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이 상품들이 또다시 ‘부하’들의 계략으로 위험해 처하거나, 혹은… ” 아가씨는 나지막하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손을 때곤 항해 계획서를 들었다. “더 이상 이 ‘항해 계획서’와 다른 내용이 추가된다면. 백작님은 이 상황을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 부선장의 왼손은 칼이 올려져 있었고. 선원들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는 것 같다. 아가씨도 단검을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라는 내용을. 오늘 새벽, 백작님에게 전달받았습니다. “ 그렇게 말했다. 부선장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아가씨는 그럴 시간도 없이. “그래요. 만약 후작님이 허가하지 않는다면 해군을 끌고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아니요. 아가씨. 빨리 우체국으로 움직이시죠. 오늘 오후 3시까지 별다른 회신이 없다면 공격한다고 하셨잖습니까? “ “아. 큰일이군요. 그럼. 부선장님?” “…예.” 아가씨는 편안한 미소와 함께, 정류장에서 임시로 산 양산을 펼치곤. “마운티이라까지 배송. 잘 부탁드립니다. “ 그러고는 나는 아가씨의 옆에 섰고 우리를 패배자의 눈빛으로 노려보는 빌어먹을 아저씨를 뒤로하며 아가씨의 양산을 왼손에. 오른손엔 물에 젖은 권총을 들곤 선원들의 에스코트를 받았다. 아가씨는 내가 들어주는 양산을 배경삼아 우아하게. 이 배의 주인이라는 것을 선원들에게 다시 각인시켰다.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10/24 00:32:23 ID : 6mFa8o1A59d
으아아아아악! 비번 ! 비번을 자동암호로 걸어놔서 수정을 못해!
마키아씨 ◆5Xze1yHwmsp 2018/10/24 22:10:57 ID : 5TV88qrupU3
“예스! 예스! 예에에에스!” 아가씨는 칠칠 맞게 뒷골목에서 방방 뛰어다니면서 외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분위기 타서 말했어요. 그러니까 혼자 신나 하지 말고, 좀 같이 신나 봐요. 예?” 나는 그런 아가씨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모르는데 잘도 그렇게 말씀하셨군요! 잘하셨어요! 잘하셨다고요! “ 아가씨는 오두방정을 떨며 나를 꼭 껴안았고. 나는 달려오는 아가씨의 손을 억지로 때면서. “좀! 미쳤어요? 물 마시더니 맛이 갔구만! 완전! “ “입 하나랑 대포 하나로 80갈리아를 벌었는데! 미칠 만하죠! “ “자, 그러면 제 덕분에 80갈리아쯤 번 것 같으니까 빨리 뭔 일이었는지 불어요. 이 망할 주인새꺄!” “좋아요! 원래라면 그냥 갈 길이나 갔겠지만. 80갈리아를 벌어준 조수에게 그러면 안되죠. 암! “ 아가씨는 양산을 펼치곤 – 나를 옆으로 끌어당기고는 걷기 시작했다. 안개가 갠 도시에는 피 묻은 바닥과 산탄들이 널려 있었지만. 이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환경 미화원 말곤 없었다. “처음 그 배에 들어설 때. 이상한 점 못 느꼈습니까? “ “음. 물 먹은 귀족처럼 보이는 아가씨와. 하인처럼 보이는 저를 환대해준 건 좀 이상하군요.“ “…그렇게 이상했습니까?” “네. 아가씨가 생각하는 멋진 전사가 아니라. 10년간 바다에서 표류하다 막 구출된 생존자 둘로 보였는데요.” 아가씨가 자기의 드레스를 한번 보시더니 표정이 썩어 문들어진다. “빨리 비공정이나 타서 샤워나 합시다. 도착할 때가진 그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마시고. 아무튼. 이상한 건 그게 전부였습니까?“ “더 이상한 게… 아. 선장.” “네. 선장. “ 아가씨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부선장이 별다른 설명없이 자기를 선장이라고 지칭했습니다. 그것도 선장이 죽은 지 최대 1주일안인데 말입니다. 전임 선장에 대한 약간의 존중이라도 있는 사람이었으면 당연히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겠지만. 부선장은 그러지 않았어요. “ “그야. 아가씨. 부선장은 선장을 죽여서 얻은 자리니까. 존중이라는 글자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면 자기 상관에게 총구를 들이 내미는 미친 짓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 미친 짓을 왜 했을까요? “ “그야. 선장 새끼가 자기 혼자 돈 다 타 먹으려고 해서 그랬죠. “ “그렇죠. 그런데 마찰이 하나 더 발생했지요? 이 항구에 입항하고부터 말입니다. 그래. 그것도 문제군요. 마운티이라와 칼달리아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이 항구 안에서 별다른 보급없이 5일이나 살아남은 걸 보면 말입니다. “ “문제가 두 가지인가요? 부선장이 1호선 사람들에게만 나누어 준 거랑. 그리 멀지도 않고. 식량도 충분했는데 굳이 칼달리아에 입항한 이유랑. “ “그리고 저 배는 80갈리아짜리지만. 선원들은 계약금만 받아야하는 것까지 추가해보시길. “ “우선. 1호선 사람들에게만 나누어 준 건… 1호선이 더 큰 것 같던데. 아마 자기편을 더 많이 만들고. 머리수는 줄이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식량이 충분했는데 칼달리아에 입항한 이유는… “ 꽤 오랜 시간 침묵을 유지했다. 왜 굳이 이 빌어먹을 도시에 입항한 것일까? “아. 칼달리아는 세금 비율이 높았었다고 말씀하셨으니. 그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네. 칼달리아 공무원 친구들은 단속해야 할 밀주도 자기들이 퍼 마시는 환상적인 친구들이지요. 80갈리아를 세금을 매기면 적어도 60갈리아는 나올 건데. 그러면 의뢰주에게는 세금으로 모두 뜯겼다고 20갈리아를 넘기고. 나머지 60갈리아는 공무원 친구들이랑 짝짝쿵해서 40갈리아는 공무원에게, 20갈리아는 자기들이 먹고. 공무원은 국고에 10갈리아 정도 넣는 겁니다. 그리고 공무원들은 서류에 15갈리아 짜리가 입항했다고 신고하는 거고요. 그러면 이 쥐꼬리만한 계약금이 아니라. 크게 한 탕을 칠 수 있는 겁니다. “ “그럼 무슨 공무원에게 주나요?” “당연히 높으신 분에게 줘야 하겠지요. 후작님도 포함될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자산을 쌓으면 이샤라이나 세무청에 안 걸리니까. 생각해봐요. 세금 비율이 60파센이 넘는데 항구에 배가 왜 있겠습니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 나는 다시 항구를 보았다. 한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배 몇 척은 여전히 있었다. “그럼 저게 다 그… 주인 놈한테 돈 가져다 바치기 싫어서. 튄 배들이라고요? “ “그런 배들도 있고. 아니면 이 쪽 영주와 손잡고 이샤라이나 세무 당국의 눈을 피해 개인 자산을 불리고 싶은 친구도 있을 겁니다. 한 단계 더 거쳐야 하는 돈이지만. 이샤라이나의 행정력은 그 정도까지 감시하지는 못합니다. 그럼 개인 계좌에 돈이 착실히 쌓이고. 그 돈은 자기들 아새끼들 과자 사 먹이는데나 쓰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한 푼도 안 내려오는 겁니다. 후작의 경우도 괜찮죠. 이샤라이나를 엿 먹이려면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그걸 예산에 편성하면 이단심판소에 잡혀가니까. “ “…그 관세 동맹은 그냥 핑계일까요? 그럼. “ “그건… 아닐 것 같지만. 어쨌든. 전 그 사람 마음에 안 듭니다. 속이 새까매! “ “아가씨도요.” 아가씨는 붉은 눈동자로 잠시 노려보다가 –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시곤 말을 이으셨다. “아무튼. 저 부선장이라는 친구는 아마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하려던 선장을 한번 찌르고. 생각해보니까 옆 배도 없애면 수익이 두 배라 어설프게 처리하다가. 역습을 받아 바보처럼 배에 갇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훌륭한 새끼네요. 그래서 아가씨는 그걸 이용한거고요?“ “그래요! 빌어먹을 새끼가 우리 돈을 들고 튀려는 계획을 우리 두 명에서 막은 겁니다. 태반은 거짓말이었지만. 하루 만에도 세상은 엄청나게 바뀌는데. 3년동안 마운티이라의 소식을 못 들은 그들을 속이는 건 하품하는 것보다 쉽지요. “ “그런데 왜 제가 도움이 된 겁니까. 갑자기 칼은 왜 뽑았고요? “ “그대. 생각보다 운이 좋군요. “ “글쎄요. 지금까지 살아온 바에 의하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 “자. 만약에 그대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부선장은 우릴 그냥 죽였을 겁니다. 이미 한번 손에 피를 묻힌 부선장은 한번 더 묻히기는 더 쉬운데. 지금 우리를 내버려두면 백작에게 일러바칠 것이 분명하니까요. 그럼 지금 죽여버리면. 백작이 자기 돈 때 먹고 튀었다는 사실을 꽤 늦게 깨달을 것입니다. 이 항구에서 돈을 가르고, 도망칠 만큼 도망친 후겠지요. 그런데 그대가 그 말을 함으로써. 부선장은 우릴 죽이든 말든 가상의 백작 함대를 상대해야 하지요. 돈 때 먹고 튀려면 말입니다. “ “오. 그럴 듯 하네요. 마지막 질문이 있는데요.” “뭡니까?” “후작님에게 왜 그 말을 안 하신 거죠?” 아가씨는 조소하곤. “폼은 줄만큼 다 줘서 왔는데. 탈세하려고 이런 귀찮은 짓을 했다고 까발리면 얼마나 쪽팔리겠습니까? 쪽팔려서 우리를 죽이려 들었을 걸요?” “사실 방금 지어낸 게 아니고요?” “그것도 있지만. 중요한 건 아니죠!” “이해했습니다.” 역시 이 사람은 적당히 믿을 만 하다. 적당히. 그렇지만 미워할 수는 없었다. 돈은 열심히 줬고. 무엇보다 날 구해줬으니까. 그런 아가씨는 내게 미소 짓곤. “그럼 샤워하러 가지요. 옷은 주문해 놨으니까 비공정에 타 있으면 알아서 올 겁니다. “ “알겠습니다. 제 옷도 샀죠?“ “나중에 갚아요. 이건.” “째째합니다. 아가씨. 이번 공이 없었으면 아씨는 길거리의 노숙자로 전락했을 거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그래! 그래요. 그런데 목숨을 두 번이나 살려준 은인에게 너무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수십 번 죽일 뻔했죠. 아씨도 죽을 뻔했지만. “ 장난스럽게 웃었고. 아가씨도 웃었다. 아가씨는 편지 하나를 어느 심부름꾼에게 맡기고는 물에 젖은 생쥐 같은 꼴로 – 하지만 그럼에도 당당하게 – 비공정에 들어 갔다. 아. 우리가 이야기 하는 동안 항구에서 정류장까지 왔구나. 나도 아가씨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비공정에 몸을 실었고. 아직은 부담스러운 1등석에 무려 샤워실까지 딸려 있는 훌륭한 시설을 마음껏 이용하고. 가운을 걸치곤 쿠션이 푹신한 의자에 앉았다. 아가씨는 이미 내 옆자리에 있었다. 역시 가운을 입고 계셨다. 와인을 한잔 걸치고 계셨는데 옅은 분홍 빛깔이지만 아주 투명한 와인이었다. “무슨 와인인가요? “ “ ‘추억과 고향’, 10년산. 이샤라이나 신성 제국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입니다. “ “맛있어 보이는데. 한 잔 들어도 될까요?” “괜찮기는 한데. 지금까지 마신 사람들의 후기로는 끝 맛이 찐득해서 가져다 버리고 싶다거나. 이거랑 설탕주랑 도대체 다른 점이 뭐냐고 저에게 항의만 해서 말입니다. 그럴 바에 그냥 마시지 않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아가씨는 와인을 들이키면서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정말 맛없어서 억지로 먹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빌어먹을. 이 와인만 몇 년째 먹고 있는데 바뀌는 게 없어. “ 나는 와인 잔을 하나 더 꺼내고 기묘한 색깔을 가진 ‘추억과 고향’을 따랐다. “왜 추억과 고향인가요?” “뭐. 이름이요? 아님 왜 이런 쓰레기 같은 술을 마시냐고요? “ “둘 다.” “ ‘추억과 고향’은 고향의 맛을 재현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워서 만들 술이라 그렇게 붙였습니다. 이 쓰래기 같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제가 처음으로 마신 술이 이거이기 때문에. 왜. 수십년간… 아니. 수년간 변하지 않는 것도 드문데. 이 술의 끔찍한 맛은 수년간 바뀌지 않습니다. “ 나는 ‘추억과 고향’을 마시며. 이 술에 대한 감평을 시작했다. “음. 하긴. 고향의 술은 끔찍했어요. 파리 시체가 둥둥 떠다니고 개미가 밑둥을 갈라 먹어서. 아버지가 뜰채로 처리하느냐 고생했죠. 그런데 아버지가 술을 마셨을 때 파리 눈깔이 둥둥 떠다녀서…“ 아가씨가 그 말을 듣곤 와인을 뿜었다. “으악! 더럽잖습니까! 아가씨!” “다, 당신이 더 더러워요! 술 먹는데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그게 제 고향의 맛이었다고요. 그런데 이 술은 그 고향의 맛과 정확히…” “으아악! 좀 닥쳐요! 아르카니 가문의 영애가 지금 파리 눈깔을 먹었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 “꼭 그 말은 아니에요. “ “빌어먹을 조수! 당신 월급은 제가 준다고요!” “마운티이라 가문에 찔러 버릴 거에요. 울면서. “ “예? 저희 우정이 이 정도 밖에 안 됐었습니까? “ “공과 사는 다르게. “ 아가씨가 뭐라고 항의하기 직전. 정중한 노크가 한 번. 두 번. 세 번. 울려 퍼져 더 이상의 쓸모 없는 논쟁을 중지시켜주었다. 그래. 파리 눈알을 먹었느냐 먹지 않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고 소금기에 쩔어서 정어리 냄새가 날 것 같은 우리 옷을 바꿀 수 있는가가 문제였다. 아가씨께서는 티슈를 뽑아 적당히 뿜은 와인을 닦고는 1등석의 문을 열었다. “늦었잖-“ “아아. 비공정 접근 센터에서 알립니다- 현재 비공정 3층은 수리 상의 이유로-“ 총성이 울러 퍼졌다. “접근이 어려우니. 모든 승객 여러분들은 되도록 객실에서 벗어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 따뜻한 액체가 내 얼굴부터 가운까지 튀어 샤워를 끝내고 쉬어 차갑던 내 몸을 덥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골부터 내려오는 이 서늘한 기분과 내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너무나도 선정적이었고 직설적이었기에 다시 차가워졌다 도저히 믿을 수 가 없었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왜? 왜일까 그리고 천천히 퍼지는 라이플의 연기와 냄새는 끔찍할 만큼 써서 참을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아파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는데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고 아가씨는 천천히 격렬하게 목을 뒤로 젖치고 하지만 느리게 아주 느리게 시간은 흘러가고 나는 보고 싶지 않았지만 볼 수 밖에 없었다.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 갈색의 대지가 천천히 붉은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문 앞에는 남녀. 나는 가운이 흘러가는 것도 모른 체 가만히 아가씨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더 이상 아가씨는 나에게 짜증나 있는 눈빛이나. 놀리는 눈빛조차 보여주지 않곤. 그저 눈을 감아 있었고. 아가씨의 곱던. 그 이마는. 큼지막한 구멍이 나있었다. “ De namil of Isharaina. “ 총을 들고 있던 중년의 남성은 그렇게 중얼거리곤 나에게는 신경 쓰지도 않은 체 떠났다. 나는 차갑고 차가운 아가씨의 손을 붙잡고. 하염없이 이 시간이 끝나기를 바랄 수 밖에 없었고 무신경한 방송은 내 귀를 천천히 때렸다. “3층에 청소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든 승객 여러분들은 부디 자리에서 벗어나지 마시고… “
이름없음 2018/10/26 01:46:06 ID : ksnTUZbdu9y
오.... 그랬구나!! 오늘도 잘 보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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