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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9/16 17:04:56 ID : s5UY8nO08pa
달빛이 서린 달빛이 차갑고 어두운 숲속 오솔길을 비추었다.언제나 그랬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는 붉은 목도리를 매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여자는 마녀였다.첫번째 생에도 두번째 생에도 세번째 생에도 그리고 하늘하늘 풀리는 붉은 실의 업보에 뒤섞인채로 구렁텅이를 굴렀다. 자신은 마녀였기에 모두를 죽이고,빼앗고,미워하며 그렇게 살아왔으며 후회라는 것을 모르는 지극히 어리석은 인간이었다.설령 그것이 자신을 죽일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 하여도 여자는 몇번이고 그런 짓을 반복하여 마침내 미움 받고 말았다.
이름없음 2018/09/16 17:07:55 ID : s5UY8nO08pa
「전지전능한 신 마저 나를 버렸는걸.」 여자는 조용히 숲속 길을 걸었다.쌓이고 쌓인 눈은 마치 새하얗기에 옅은 크림색의 머리를 가진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여자는 어스름한 시야에 천천히 나타나는 낡은 오두막으로 걸어들어갔다.
이름없음 2018/09/20 00:05:38 ID : s5UY8nO08pa
여자가 오두막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낡은,좋게 말하자면 엔틱한 분위기의 녹슨 등불에 밝고 따스한 불이 밝혀졌다. 그러나 그 불빛은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워 이국의 별의 인도를 받는 이국인들이 마치 새벽빛에 조금씩 바스라져 대지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그 별의 죽음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름없음 2018/09/20 00:11:05 ID : s5UY8nO08pa
그럼에도 상관없다는 듯이 낡고 먼지가 쌓인 상아색의 제단을 무심한 눈빛으로 여자는 잠시 바라보다 이내 그 위로 하얗고 고운 비단천을 덮어버렸다. 마치 이미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듯이. 모시는 신에게서 버림 받았으니 더 이상 제단을 유지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는 것 이었을까. 아니면 과거에 발목을 붙잡히고 싶지 않았던 것 일까.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이름없음 2018/09/20 00:19:38 ID : s5UY8nO08pa
그 날 이후로는 정확히 마력이 바닥이 난 느낌이었다.마치 이성만 남아있는 무기력한 육체의 껍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청아한 나비. 여자는 그 느낌이 불쾌하였다. 텅빈 보잘것 없는 육체와 그동안의 시간을 대변하듯 찾아올 노화,인간의 배고픔과 고통 그리고 감정. 「...나는,줄곧 사랑받고 있었던거구나.」 어둡고 고요한 마녀의 숲속에 퍼지는 청아한 목소리. 그 목소리 끝에는 마치 후회가 뚝뚝 떨어져 곧 터져버릴 것 같은 눈물이 희미하게 번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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