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일단 난 짝남이 생겼어. 이번 달 초에 좋아하게 된거같아. 장난으로 한 페메가 점점 진심같이 다가오더라구

나는 범성애자(성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좋아합니다)이고 지금까지 남자는 그리 좋아해본 적이 없어. 내 짝남을 장갑이라고 부를게.

장갑이를 처음 좋아하게 됬다고 단언한 순간이 있어. 여느때처럼 장난스럽게 페메 하고 있었지. 그게 한 9월 첫 주 쯤이었던가? 늘 내가 선펨을 하면 걔가 답을 했어. 그렇다고 그 답이 길거나 하지 않았어.

>>4 아니 실수했다 짧지 않았어 그니까 단답을 거의 쓰지 않았단 말야 그래서 장갑이를 점점 좋아하게 된거같아

걔 친구들은 무지 장난스럽고 개구지고 철 없는데 걔는 아니었어. 그러니까 철 없는건 똑같아도 말이 많지도 않고 조용조용하고 웃는것두 귀엽고 게임 좋아하는건 똑같더라

걔는 가끔 엄청 길게 답을 해주곤 했어 그렇다고 먼저 말 걸거나 먼저 연락해주지눈 않았지만 그걸로 충분했고 혹시 얘도 나한테 조금이라도 호감이 있너 싶었지

좋아하게 되고서 일 주일도 안되었고 답은 그 전날까지 길고 다정한 편이었어 희망도 줄곧 가지고 있었고 근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모르겠는데 장갑이가 단답을 쓰기 시작했어. 평소에는 응이나 아니를 보내도 응 ㅋㅋㅋㅋ 아니 ㅋㅋㅋㅋㅋ? 이런 식으로 보내곤 했는데 그냥 밥 먹었냐? 하고 물어보면 응 이러고 마는거야

얘가 왜 이러나 싶고 응 이라는 답 하나가 덜렁 왔을때 심장이 덜컥 거렸어 말그대로

누구를 이렇게 좋아해본게 처음이야 17년 살면서 진짜로... 걔랑 얘기라도 나눈날 심장이 저릿 거리고 손발이 너무 저려서 참을 수가 없었고 밤에 자려면 1시간 이상을 눈을 감고 있어야했어

시선이 어딜가나 걔한테 붙어있고 걔가 웃기라도 하면 심장이 너무 아프고 걔가 다른 애 옆에서 웃으면 너무 눈물이 핑 도는거야 내 짝사랑 아는 친구는 옆에서 손 잡고 토닥여줬어

그 날은 평소랑 특이하게 다른게 없었어. 학교에서 쫌 바빴거든 내가? 그래서 학교에서 말을 못했어 거의 한 마디도 못한거같아 그거 빼면 다 평소랑 똑같아 장갑이랑 원래 그렇게 말 많이 하던 사이도 아니었고

보고싶어 꼴뵈기싫어

친구랑 코노에 있었어 걔가 응 아니로 대답하기 시작한 다음 날이야 친구가 물어줬어 대신 장갑아 너 스레주 좋아해? 아니 너무 빨리 오더라고 답장이 정준일 안아줘 부르다가 그냥 울어버렸어

내가 뭘 잘못했을까 그 한주간 고민하고 고민했어 그냥 내가 싫은가 혹시 부담스러운가? 친구들하고 머리를 꽁꽁 싸매고 고민해도 거기서 거기야 십대들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감이 안 잡혀

한동안 연락을 안했어 걔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근데 하루도 안 가서 보고싶고 뵈기 싫어지는거야 어쩔 수 없이 장갑이에게 먼저 연락을 했어 뭐해? 평소같은 질문이었어

근데 학원 하고 또 짧게 단답이 오는거야... 얘는 진짜 내가 싫구나 이 행동을 하는게 너무 부담스럽구나

혼자서 초반에 썸은 아닌가 하고 고민했던 시간들이 스르륵 스쳐 지나가더라고 눈물이 막 나는게,, 10cm 짝사랑이라는 노래 알아? 짝사랑 해본 사람은 다 알텐데 그 노래 들으면서 새벽까지 내내 울었어 어림잡아 5시간은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