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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저렇다고 어디 말할 데도 없고 메모장에 쓰면서 삭이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여기서라도 털어 놓으려고 해
우선 우리 아빠는 가족 개념이라는 게 없다. 그냥 어떻게 자기 자식을 챙기는지, 가족으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이 뭔지 모르는 것 같다. 그 예로 나는 네 살때 까지 아빠 친구가 우리 아빤 줄 알고 자랐어.
살면서 아빠와 놀러 가 본 기억이라곤 딱 한 번 밖에 없다. 그마저도 우리 가족끼리 놀러 간게 아니라 아빠 친구네 가족이랑 같이 간 거 였어.
아빠는 기본적으로 사고가 이상한 사람이다. 특이하다는 범주를 넘어섰어. 자신이 왜 가장으로써 돈을 벌어 와야 하는 지 이해하지 못 해. 실제로 번 돈도 본인이 다 써 버린다.
적게 버는 것도 아님. 많이 벌땐 한달에 팔구백씩도 벌었던 것 같은데 그럴때도 차를 뽑는다던가, 혼자 어디 쏘다니는데 다 썼다.
그마저도 좀 삐까뻔쩍한 외제차를 뽑는다거나 좋은 옷을 사 입는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이상한 화물트럭 사는데 써 버린다.. 대출까지 받아서..ㅋㅋㅋㅋ
게다가 아빠는 패션센스도.. 겨울에 반팔 반바지를 고수하는 사람이다. 참고로 여름엔 긴 팔.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아빠는 사업을 하는데 사업을 진행하다 맘에 안 들면 금방 갈아 치운다. 사업이 안 돼서 때려 치우는게 아니야. 사업이 잘 안 돼도, 잘 돼도 그냥 본인 마음에 안 들면 무작정 때려 치운다. 새 사업을 시작하는 비용은 대출 아니면 친가에서 충당.. 친가가 잘 살아서 망정이지 그것도 아니었으면 진작에 우리 집은 파탄 났을 거라고 생각해.
물론 아빠가 벌어 오는게 없으니 생활비는 엄마가 벌어 오는 돈+친가에서 주는 생활비. 아빠는 집안에서 장남이지만 거의 내놓은 자식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답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모양.
솔직히 안녕하세요 같은 고민상담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족 문제는 나한텐 문제거린지도 잘 와닿지 않는다. 심지어 대출 명의도 엄마 명의. 난 엄마가 왜 이혼 하지 않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우리 엄마 성격 좋고 예쁘거든. 난 나중에 아빠같은 사람 만나서 엄마같은 삶을 살게 될 까봐 무섭다.
아빠는 내가 몇 살인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내가 고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도 모를걸. 차라리 옆집 아저씨가 나에 대해 더 잘 알거다.. 자기 아빠가 몇 반 몇 번인지,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군지 모른다고 한탄하는 친구들 보면 그저 부러울 뿐이야.
나는 웬만해선 잘 울지 않지만 이상하게 아빠라는 주제에선 엄청 잘 운다. 아빠와의 가족애를 다루는 매체, 심지어는 사이좋게 손 잡고 걷는 부녀지간 모습만 봐도 눈물이 나. 여담으로 말 하자면 나 스킨십 되게 좋아한다. 손 잡고 포옹하고 팔짱 끼는 것 같은거 말이야. 감정 표현은 잘 못 하지만 감정 기복은 심한 편이고 혼자 있으면 외로움도 많이 탄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우연히 보니까 저거 다 애정결핍 증세더라. 한동안 멍했어. 우리 엄마는 항상 나와 내 동생한테 신경을 많이 썼어. 부모 두 사람 몫을 거의 혼자 다 해야 하니까. 근데 엄마가 아무리 신경을 많이 써도 근본적인 아빠역할이 부족하구나 싶긴 싶었어. 동생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린 아빠의 정에 굶주린 거 였다.
우리 엄마는 항상 내게 묻는다. 이 정도면 엄마가 아빠 몫까지 잘 하고 있지? 나는 언제나 고개를 끄덕이지만 항상 슬프다. 엄마가 너무 지쳐 보여서.
난 친구들 가정을 보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아, 아빠랑 일상적으로 통화를 하는구나. 아빠가 밥 먹었냐고 물어보네. 아빠가 학교까지 바래다 주고 태우러 오기도 하는구나. 아빠랑 장난을 칠 수도 있구나. 아빠랑 데이트 같은 걸 할 수도 있네. 아빠가 애칭으로 불러준다. 아빠랑 웃으면서 대화 하는구나. 아빠랑 손을 잡네, 포옹을 하네, 다정하게 팔짱을 낄 수도 있구나. 내가 꿈도 꿀 수 없는 일상. 그런 것들을 다른 친구들은 당연하게 누리고 있었다. 내가 정상적인 아빠를 가지지 못 했다는 걸 하나씩 깨달을 때마다 뼈가 하나씩 부러지는 것 같았다. 친구들이 너무너무, 어찌나 부럽던지. 눈에 피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나는 아빠에게 혼나 본적이 한 번도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칭찬 받아 본 적도 없으니 말이야. 지금 내가 공부를 꽤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아빠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한 번이라도 돌아봐 줄 까봐 미친듯이 공부했을 때가 있었거든.
아빠는 철이 없다. 남이 하는 얘기와 본인 주장이 다르다? 그럼 아무것도 믿지 않아. 오직 본인 의견만 옳으며, 진리일 뿐이지. 주변 사람의 말을 먹어 버리는 스타일이다. 말해줘도 알아 먹질 못 하니 이길 자신이 없다. 그거 딱 아빠한테 어울리는 말이야.
또 뜬금없는 행동을 자주 한다. 이번 추석에도. 외가 가야 할 시간이었는데 부득부득 혼자 술약속 있다고 우겨서 가 버렸다. 무슨 상황인지..? 나조차도 어이가 없었다. 나조차도.
위에서부터 읽어봤는데 진짜 철 안 든 분이네...
그리고 추석에 술약속? 대체 누구랑??ㅋㅋㅋㅋㅋ
철이 안 들었다기 보다는 그냥 개념이 없는 것 같네... 자기 가정은 안 챙기면서 친가에서 돈은 갖다 쓴다니.. 심지어 번 돈을 자기가 다 쓴다니...
스레주... 그냥 어머니랑 동생이랑 잘 살아. 친가에서 주는 생활비로 사는 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런 아빠때문에 애정결핍 오는 것도 아깝다... 나도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애정결핍 조금 있는 편인데 이건 상상도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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