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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10/04 13:31:28 ID : XvyLcE8qi5U
일단 나는 이성애자 남자야. 퀴어 쪽 용어는 전혀 모르고, 평소에 이쪽에 큰 관심이 없었어서 쓰는 용어 중에 거슬리는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조심하려고 노력하겠지만 혹시 모르니 미리 사과할게. 너무 갑작스러워서 스레딕에 퀴어 판이 있던 게 생각나서 상담?을 하러 왔어.
이름없음 2018/10/04 13:41:39 ID : XvyLcE8qi5U
나랑 민성이(가명)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졸업 때까지 성일이(가명)라는 친구와 함께 3명에서 맨날 붙어다녔어. 같이 놀러다니고 심각한 일 있으면 서로 들어주고, 그냥 3명에서 베프였어. 요즘도 3명+a 로 자주 만나는 편이야. 특히 서로 연애에 관련된 고민 같은 걸 자주 털어놨었다. 사실 민성이는 잘 안털어놓고, 스펙터클한 연애사를 가진 성일이가 털어놓는 걸 우리 둘이서 듣고 있는게 대부분이었지만. 우리 3명 다 고딩 때 연애는 한 번 이상 씩 했었어. 민성이도 그때는 한살 연하의 동아리 후배 여자친구가 있었고. 둘이서 꽁냥거리는 모습은 이상하게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페북에 연애 중도 떠있고 그냥 티를 안내는 구나... 싶었어.
이름없음 2018/10/04 13:52:10 ID : XvyLcE8qi5U
그러다가 민성이 커플은 소리소문 없이 어느 날 헤어져 있더라고, 나랑 성일이한테 1도 티 안내고. 좀 서운하긴 했는데 뭐, 원래 그런 놈이니까 그려러니 했지. 일단 민성이가 전에 여자랑 연애를 했던 적이 있다는 사실에 내가 더 상상을 못했던 거 같아. 나는 중학생 때부터 사겼던 전여친이랑 고1 때 헤어지고 연애에 별 관심도 없다가 고3 때 어떤 여자애랑 썸을 타기 시작했어. 민성이랑 친한 여자애였는데, 민성이가 워낙 평소에 친한 여자애가 많고 다 친구처럼 지내니까 얘도 그런가 보다~하고 친해졌는데. 서로 이야기도 너무 잘맞고 외모도 이상형이라서 자연스럽게 썸타기 시작했어. 사귀지도 않는데 학교에서 썸타는 걸 너무 티내고 다녀서 그냥 주변 애들이 다 알고 다닐 정도였어.
이름없음 2018/10/04 13:56:18 ID : XvyLcE8qi5U
그래서 난 이제 고백을 해야 겠다라고 마음먹은 참이었는데, 그날 민성이가 저녁도 안 먹고 나한테 자기가 고민이 있는데 제발 들어 달라는 거야. 평소에는 남 고민 들어주기만 하지 자기 고민은 절대 안말하는 애라서 와... 이건 진짜 심각한가보다 하고 밥도 안먹고 따라갔어.
이름없음 2018/10/04 14:03:03 ID : XvyLcE8qi5U
그런데 내가 진짜 그 때 너무 황당했던 게, 민성이가 갑자기 나한테 나랑 썸타고 있는 그 여자애를 좋아한다는 거야. 나랑 썸타고 있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솔직히 좀 빡쳤어. 그런데 진짜 눕혀놓고 여러명에서 밟아도 눈물 한방울 안 흘릴거 같은 애가 진짜 서럽게 울면서 말하는데, 전여친이랑 헤어지고 나서부터 그 애랑 친해지고 위로도 받았다고, 그때부터 쭉 진심으로 좋아했는데 갑자기 너랑 이렇게 썸을 탈줄은 몰랐다는 거야. 막 자기가 병신이라고, 자기 디스하면서 진짜 서럽게 우는 데 제발 걔랑 안 사귀면 안되냐고 찌질거렸어.
이름없음 2018/10/04 14:09:39 ID : XvyLcE8qi5U
나는 민성이가 진짜 한심해보이면서도 지금까지 이런 모습 한 번도 안보인 놈이라서 얼마나 힘들면 이렇게 우는 걸까 싶었어. 나한테는 아직 막 썸타기 시작한 그 여자애보단 민성이라는 친구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이런 모습을 보늬까 괜히 마음이 식는 거 같아서 이때 이후로 공부한답시고 그 여자애랑 연락을 줄여갔어. 그리고 좀 지나서 민성이한테 나 이제 걔한테 마음 없으니까 좋아하든 고백하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그냥 고3 때는 연애 안한다는 마인드로 공부만 했어. 민성이랑 성일이랑 놀러다니기도 하고. 그런데 민성이는 결국 그 여자애랑 아무 일도 없더라. 아무리 그래도 양심에 찔려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어.
이름없음 2018/10/04 14:19:13 ID : XvyLcE8qi5U
그렇게 우리는 졸업, 나랑 성일이는 대학가고 민성이는 재수하는데 기숙학원 들어갔어. 다 흩어졌지만 우린 민성이 학원 휴가일을 집결일로 정하고 매달 만나서 술먹고 놀았어. 물론 민성이가 안나오는 달도 있었지만. 그러다가 저번 9월에 만날 때, 처음 봤을 때부터 민성이는 완전 저기압이었어. 나랑 성일이가 얘가 상태가 안좋다 싶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고 케어해주려고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원래 그랬듯이 자기 고민은 죽도록 안 말하더라고. 그래서 그 날은 더 놀기도 뭐해서 빨리 헤어졌는데. 민성이가 헤어지고 한 10분 지나서 나한테 따로 볼 수 있냐고 문자가 온거야.
이름없음 2018/10/04 14:27:42 ID : XvyLcE8qi5U
나는 얘가 너무 저기압이라서 이대로 두면 자살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어떻게든 해주려고 오케이했지. 그렇게 나랑 민성이랑 둘이서 따로 2차를 갔어. 가고 나서도 입을 잘 안 열길래, 일단 나부터 뭐든까자 싶어서 그 당시 여친이랑 3일 전에 헤어져서 힘들다고 나부터 토로했지. 오히려 나를 민성이가 상담해주고, 난 기숙학원에서 고민이라 해봤자 인간관계나 성적 정도일건데, 얘는 어딜 내놔도 인싸일 수 밖에 없는 놈이니까 성적으로 좁히고 대화를 이어갔어. 원래 9모 성적 아무 상관없다, 수능 때 잘 될 거다 ... 그런 식으로 말하는 데 자기 9모 잘 쳤다고 하더라고. 난 그래서 시발 그럼 뭐지 싶어서 그냥 조용하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한잔 두잔 마시다가 민성이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어. 나 학원에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고.
이름없음 2018/10/04 14:36:24 ID : XvyLcE8qi5U
나는 그럼 재수생새끼가 연애감정 하나 때문에 이 지랄한건가 싶어서 너무 빡쳐서 진짜 뭐라고 했어. 이제 두달남았는데 여자애 하나한테 그렇게 휘둘리는 게 정상이냐고. 닥치고 수능 끝나고 쇼부보든 지금은 마음 접으라고 했지. 그러니까 민성이가 조금 조용히 있더니 주춤거리면서 말하더라고, 좋아하는 사람이 남자라고. 나는 진짜 상상도 못했던 말이 민성이 입에서 나오니까 솔직히 진짜 당황했어.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동성애자들이 자기들을 이성애자랑 다르게 취급하는 거에 큰 상처를 입는다고 누가 말한 게 생각나더라. 그래서 난 최대한 당황한 티를 안내려고 조금 조용히 있다가 말했어.
이름없음 2018/10/04 14:42:07 ID : XvyLcE8qi5U
니가 남자를 좋아하든 여자를 좋아하든 결국 재수 중인 건 맞지 않느냐, 똑같으니까 수능치고 고백을하든 안하든 그때 고민하고 지금은 공부나 하라고 했어. 사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내 머릿속은 그냥 하얗게 변했어. 술기운도 있는데 상상도 못한 이야기를 들어서 진짜 당황했거든. 그래도 절대 당황한 티 안내려고 필사적으로 평소대로 보일려고 노력했어. 그렇게 민성이는 기숙학원애 돌아갔고. 난 혼자서 생각날 때마다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될까 고민이 심해. 나한테만 밝혔다고 했거든, 그럼 나한테 어떻게 해주기를 은근히 바라는게 아닐까 싶고.
이름없음 2018/10/04 14:46:03 ID : XvyLcE8qi5U
일단 지금 드는 생각은, 수능치고 민성이가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어떻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럼 고딩 때의 여친은 뭐였을까. 주변에서 민성이보고 도대체 왜 연애를 안하냐고 말하니까 친한 여자 후배한테 부탁한걸까. 그리고 그때 나랑 내 전 썸녀를 갈라 놓은 건, 그 여자애를 좋아하는 게 아니였고 설마 나를 좋아했던 걸까. 괜히 생각이 복잡해. 난 이제 어떻게 해야될까?...
이름없음 2018/10/04 14:52:12 ID : 6mE3u9wLcLf
일단 반응 잘해줬어 혐오하거나 별종 취급하거나 하지도 않았고 현실적인 맞말(수능 봐야지)도 했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학원 안에 있는 스레주가 모르는 누군가랑 잘되게 해달라고 말한 건 아닌 것 같고 자기도 지금 공부해야할 때인데 성 지향성 깨닫고 혼란스럽고 그래서 답답? 먹먹한 마음에 믿을 만한 친구한테 털어놓은 건 아닐까 싶어. 고민상담이라는 게 꼭 해결책을 바라서가 아니라 그냥 털어놓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기도 하잖아?
이름없음 2018/10/04 14:54:51 ID : 6mE3u9wLcLf
만약 재수 무사히 마치고 다시 그 누군가와 연애상담 부탁하면 그냥평범하게 들어주면 될 거야. 좀더 도움이 되려면 아무래도 이성이었으면 100퍼 썸이었을 상황들이 동성 사이면 그냥 친하니까 우정으로 하는 상황일 수 있는 것들 있잖아. 스킨십이나 등등에서. 그런 거 객관적으로 판단해주면 좋을 듯 하고
이름없음 2018/10/04 15:00:03 ID : 6mE3u9wLcLf
고딩 때 여친이나 썸녀 사건? 같은 건 사실 알 수가 없지. 본인이 말해주기 전까진;; 지금까지 동성애잔 거 몰랐을 수도 있는 거고 알고 있었지만 위장연애 했을 수도 있고 정말 스레주 좋아했던 거일 수도 있고 아니었던 걸 수도 있고...말그대로 본인만이 아는 일..그리고 꼭 게이가 아니라 양성애자거나 해서 여자도 남자도 다 좋아할 수도 있는 거고. 이건 신경 끄는 게 제일 나을 듯
이름없음 2018/10/04 19:50:24 ID : pgnPfO7ammk
스레주 잘했어!!!!!! 나도 그런 친구들만 내 주위에 가득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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