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납골당에서 우리 가족 모두 너를 보고 왔어.
비 오니까 더 슬퍼진다.
사진 속 너는 해맑게 웃는데 그 웃음으로 다시 찾아와주면 안되겠니.
보고싶어. 많이.
◆9fPdBasphBA2018/10/06 11:14:52ID : jxO09unyFhc
내 동생, 이쁘고 이뻤던 내 동생아.
너는 우리 가족, 친척들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단다.
첫 째인 나와 띠동갑차이여서 애기였던 너를 업고 다녔던 것도, 너가 유치원에서 팔씨름상을 받아왔다고 자랑했던 너가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날지 그 누가 알았겠니.
◆9fPdBasphBA2018/10/06 11:19:12ID : jxO09unyFhc
미안해. 난 널 지켜주지 못했어.
기억나? 우리 처음으로 우리 둘이 놀이터 간다고 했던 날.
넌 6살이었고, 난 고등학생이었지.
우리 그 때 타임캡슐도 같이 묻었었잖아.
너 그 때 나한테 10년 후에 같이 보러오자고.
그 전까진 절대 보러 오지 말자고 했잖아.
그 공터에 재개발을 하는 바람에 타임캡슐을 어디에 묻어놨는지도 못 찾게 됐어. 미안해. 약속을 못지켰어.
그 전처럼 나에게 찾아와서 바보라고 해줄래? 정신차리라고.
◆9fPdBasphBA2018/10/06 11:21:59ID : jxO09unyFhc
넌 과감히 너가 제일 아끼는 인형을 넣어뒀었지.
그 인형을 너에게 안겨주지 못하게되서 미안해.
너 나 수능 시험보러 가기 전 날에 그랬잖아.
쪼꼬만 놈이 배웅해준다고 바락바락 너도 괜히 일찍 일어나서 수능 보러 가는 거 따라가겠다고.
너 그래놓고 늦잠잤잖아ㅋㅋㅋㅋㅋ 귀여운 놈.
너무 곤히 자서 엄마랑 나도 깨우지 않았어.
집에 오니 넌 매우 삐져있더라고. 물론 과자로 넌 바로 풀었지만.
◆9fPdBasphBA2018/10/06 11:28:33ID : jxO09unyFhc
유치원에서 학예회한다며 자기 춤춘다고 불러놓고 다른 여자애랑 나랑 결혼해줄래 노래로 춤췄더라? 아주 입꼬리가 승천해선 턱시도 입고 열심히 춤췄는데 정말 너 밖에 안 보이더라.
그 동영상 파일 아직도 가지고 있어.
끝나고 나선 내가 대견하다고 콜팝도 사줬었는데 고맙다고 한 번 더 해맑게 웃어주라.
◆9fPdBasphBA2018/10/06 11:36:52ID : jxO09unyFhc
이기적인 생각이겠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 중 왜 하필 너였나 싶어. 아직도 이해가 안 가.
너 엠뷸런스 타고 가는 차 안에서 누워있는 네 옆에 앉아 일나가있던 엄마 아빠 대신 내가,
무교인 내가, 하느님 부처님 다 부르면서 엄청 기도했다. 너 모르지? 내가 네 옆에서 계속 기다려줬어.
너가 생을 마감 하기 전, 일주일하고도 3일. 학교도 안 나가고 난 너의 곁을 계속 지켰어.
아가, 누나 이제 너한테 콜팝 100개도 사줄 수 있어.
나 돈도 그 만큼 벌었고, 그 뿐이겠어? 인형도 세트로 다 사줄 수 있어.
누나가 미안해.
◆9fPdBasphBA2018/10/06 11:44:20ID : jxO09unyFhc
좋은 소식이 있어.
너를 그렇게 만든 범인 잡았어.
뺑소니 트럭 아저씨, 잡았어.
나 그 아저씨 보자마자 눈 돌아가서 막 욕하려 했는데, 너가 생각나더라.
예전에 티비보면서 애니메이션에 나온 악당을 보며 쟤도 뭔 일이 있으니까 저런 일을 저질렀겠지. 일부러 그런 건 아닐거라고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고 그랬다며 말하던 너가 떠올라서. 참았다 내가 임마.
◆9fPdBasphBA2018/10/06 11:53:49ID : jxO09unyFhc
민재아. 나 곧 네 곁으로 가.
나도 이제 곧 병원에 누워있게 될 날이 며칠 안 남았어.
시한부 판정 받았거든.
누나가 이제 너 볼 수 있다 임마 콜팝 한 100개는 들고갈게.
너 거기서 사귄 친구들이랑도 같이 나눠먹어야되잖냐.
너라면 분명히 그 정도의 친구는 사겼을 거란 생각이 들어.
너 그거 알아? 너 5분만 놀이터에서 놀게 하면 친구 기본으로 2명씩 사겨왔던 거.
낯가림이 심한 나와는 달리 너는 굉장히 밝고 친구들에게 잘 다가가잖아. 거기서 여자친구는 사겼니? 그 여자친구 나랑 팔씨름에서 지면 바로 아웃이야. 알았냐
콜팝 1000개 까이꺼 누나가 쏜다 새끼야. 곧 보자 임마 잘생긴 우리 민재 보러가야지.
그 때까지 나 배웅 나올 준비해. 또 늦잠자지 말고.
이번엔 나 좀 배웅해주라. 안 그럼 계속 기다릴거야.
◆9fPdBasphBA2018/10/07 15:49:04ID : jxO09unyFhc
아가, 병실 날짜가 잡혔어.
11월 26일. 그 때가 아니게 되더라도 그 쯤에 들어가기로 했다.
오늘 너 닮은 꽃을 봤어.
그냥 지나가다 한 번쯤 본 꽃일텐데, 그냥 보자마자 너가 떠올랐어.
거기서 너 괴롭히는 형아들은 없어?
누나가 다 혼내줄게. 말만 해.
갖고 싶은 건 있니?
민재야, 미안해.
누나 오늘 자살할까 생각했었어.
더 이상 아빠년이랑 엄마년때문에 못 살 것 같아.
◆9fPdBasphBA2018/10/07 15:51:48ID : jxO09unyFhc
그 둘 아직도 술병깨고 징하게 싸운다.
우리 그럴 때면 둘이서 몰래 눈치보다 나와서 여기 강가왔었잖아.
나 거기 강가야. 나 보고있니?
맨날 그 강가에서 울던 너를 달래주고 혼자 화장실 가서 울었었는데.
지금쯤이면 민재 되게 씩씩해졌겠다! 강해지구.
되게 멋있는 아이가 되어있겠지, 누나 도움도 필요없을 정도로.
그 정도 성숙했겠지 우리 민재?
◆9fPdBasphBA2018/10/07 15:56:10ID : jxO09unyFhc
나 거기 가면, 누나 좀 안아주라.
너한테 끝까지 힘든 티 안내려했는데,
지금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
세상과 단절하며 살아.
아, 요즘 내 취미는 목도리뜨기야.
그냥 멍잡고 손에 집혀서 목도리를 뜨고있다보면 생각정리하기 좋더라구.
민재랑 우리 민재 친구들 것도 얼른 떠서 가져갈게.
곧 겨울인데 춥잖아.
거기는 어때? 따뜻하니?
이름없음2018/10/07 22:56:04ID : 9xPa2k2la2o
할머니가 그래요. 여긴 따뜻하고 편안하다고. 그러니 죽은 사람은 걱정하지 말고 잘 살라고... 스레주님 동생분도 잘 계실거에요. 오히려 아퍼하시는 스레주를 많이 걱정 할거에요.
이름없음2018/10/08 01:03:13ID : wqZbhcE1eJP
스레주ㅠㅠㅠㅠㅠㅠㅠ
◆9fPdBasphBA2018/10/08 23:19:52ID : jxO09unyFhc
지금 봤다 미안해ㅜㅜㅠㅠㅠ
정말 너무 고마워ㅠㅠㅠㅠ 혼자 울고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위로를 받으니까 너무 많이 위로가 됐어 진짜 너무 고마워ㅠㅜㅠㅠ
이름없음2018/10/08 23:39:30ID : 9xPa2k2la2o
동생분이 너무 슬퍼할 것 같아요. 누나가 너무 빨리 와서..... 혹시 모르니 장난감을 준비하는게 어떨까요? 토르 장난감이나 아이언맨 장난감.. 아니면 이미 그들하고 친구가 되어서 즐겁게 놀고 있을거에요. 그러니 여기에서 조금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지내요. 모두가 친구고 다 다른 종류의 상처를 지니고 있어요. 혼자 울면 정말 힘들고 서러워요.... 아무도 모르는 여기서 투정하듯 한탄 하면 응어리 진게 많이 풀려요.
◆9fPdBasphBA2018/10/27 15:43:03ID : jxO09unyFhc
슬슬 준비해보려구요. 너무 고마워요 정말로.
민재도 매우 좋아할거에요.
이름없음2018/10/28 00:28:46ID : TWpbwpTPcsn
스레주 내가 아무 위로도 못해주지만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조금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름없음2018/11/17 19:13:44ID : AqjimIGnA7s
혹시 민재라는 아이는 어떻게 그렇게 된 건지 물어봐도 될까..? 단순한 뺑소니 사건이야...?
중간에 왜 하필 수많은 사람들 중 너였냐고 하길래 궁금해서... 실례가 되었다면 미안해
◆9fPdBasphBA2018/12/01 17:11:31ID : jxO09unyFhc
너무 고마워. 정말. 너무 위로 된다ㅠㅠㅠ 레스주도 앞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9fPdBasphBA2018/12/01 17:14:24ID : jxO09unyFhc
응. 뺑소니 사건은 맞아.
유치원 차를 타고 가던 중에 난 뺑소니 사고였어.
단순한 뺑소니 사고라면 단순한 뺑소니 사고지.
민재는 굉장히 말썽꾸러기에 청개구리였어.
~ 해야 돼. 라고 하면 굳이 그것만 안 하려고 했지.
그래도 매우 사랑스러웠어 민재는.
근데 그 사고가 난 날,
친구와 장난치려고 아마 안전벨트를 맸었다가 풀렀던 모양이야. 맨 뒤에 앉아서 친구와 장난치다가 뒤에서 유치원 차를 택시가 박는 바람에 민재와 이별하게 됐어.
◆9fPdBasphBA2018/12/01 17:22:44ID : jxO09unyFhc
아가야.
누나 26일날 밤늦게 저녁에 입원했어.
병실엔 나 말곤 아무도 없다~
이런데서 민재랑 숨바꼭질 해야되는데
곧 있음 할 수 있겠다.
민재가 누나 못 알아보면 누나 매우 슬플 것 같은데
내 기억속에서의 민재는 6살인데 민재도 나이를 먹었으려나
내가 민재 자라는 과정을 못 봤는데 니미 민재가 커져있는 걸 생각하니 속상해진다!
누나 지금 노트북으로 손 떨ㅇ리는데 타자도 겨우 치고있다...
요즘 그냥 다 부질 없다는 걸 느껴.
곧 누워서 눈만 뜨는 신세가 되겠지.
그냥 우리 아가가 보고싶다.
예전엔 민재 차라리 누나가 엄마가 되어줬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누나가 지금은 우리 민재 데리고 나가서 살 수 있는 여유도 됐는데
민재가 없다.
◆9fPdBasphBA2018/12/01 17:23:19ID : jxO09unyFhc
민재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뭐 받고싶어?
이름없음2019/03/07 19:34:09ID : Ao2LglvimGs
스레주 요즘엔 어떻게 지내..?
이름없음2019/03/07 19:42:55ID : mL88qi4MnU3
아마...행복하게 갔을거야
이름없음2019/03/09 19:37:53ID : 05QqZjBy40l
아...처음부터 다 읽고 왔는데 진짜 말 한마디한마디가 너무 다...아프다
이름없음2019/03/11 23:52:36ID : nA3O8ksrwLh
추천하려고 했는데 90일이 지났네...
나도 띠동갑 동생 둔 누나라서 보면서 울컥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