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편의를 위해 존댓말로 쓰겠습니다. 많이 오글거릴수 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감수성이 폭발했으니까요. 전 펜섹슈얼 여성입니다. 전 제 성별에 만족합니다. 단, 딱 한 때를 제외하고요. 전 초등학생 3학년때부터, 고1이 된 지금까지 정말 질기고도 질긴 짝사랑을 이어왔습니다. 상대는 같은 교회를 다니는 한살 위의 언니입니다. 깊고 정열적인, 그런 불타오르는 사랑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손 한번 잡아보고 싶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심장이 조금 빨리 뛰던, 나름 순수하지만, 보통 오래가지는 못할, 그럴 사랑이었습니다. 그럴 터였는데... 현재 장장 5년을 짝사랑 중이네요. 같은 교회 사람이라 해도 저희 교회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접점은 없었습니다. 그 언니도 제 이름 정도는 알고 있지만, 딱 거기까지. 언니에게 저는 같은 교회 다니는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전 제 짝사랑은, 오래전에 끝난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니가 찬양팀으로써 우리 고등부 학생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무심코 쳐다봤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끝난게 아니었구나. 그 5년간 다른 사람들에게 몇번 설렘을 느끼기도 했지만 순간적일. 뿐이었습니다. 전 느꼈습니다. 아, 난 아직 이 언니를 좋아하는구나. 전 제가 그 언니를 좋아한다고 느낄때마다 제가 남자이길 원했었습니다. 남자면, 고백이라도 해볼수 있었을까 하고요. 적어도, 좋아하는 이 마음을, 숨기진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고요. 조금 더, 나에게 희망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고요. 물론, 이건 그 언니에게 미움받는것이, 주변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는것이 두려운 저의 변명일 뿐입니다. 고백, 하려면 할수야 있겠죠. 하지만 그러면 언니는 저를 경멸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주변에선 시선이 안 좋아지겠죠. 그래서 처음엔, 그냥 제가 언니를 좋아하는 것만으로, 만족했습니다. 그리 깊고 뜨거운 사랑은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잔잔하고, 고요했을 뿐인 사랑. 이걸로 만족할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언젠간, 알아서 사그라 들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 간혹 그 언니와 사귀게 되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야한 상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건 상대에게 무척이나 실례가 될뿐아니라 우선 제가 그런 상상을 못합니다. 근데 그 상상만으로도 너무 미안했습니다. 상상속에서 언니와 손을 잡기만 해도, 제 마음을 전하기만 해도. 그 언니에게. 함부로 누구랑 사귀는 상상이나 하고. 언니에게 실례죠. 그래서 이제, 그렇게 상상만으로 대리만족 하던것도, 끝내려고 합니다. 언니를 위해서도, 그리고 또 저 자신을 위해서도. 물론 끝내고 싶다고 끝내지는건 아니죠. 분명 전 아마, 더 오랜 기간동안 그 언니를 좋아할 겁니다. 하지만 일단, 제 질기고 질겼던 짝사랑은, 오늘로 종지부를 맺은걸로 하겠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넌 첫사랑을 언제 경험했냐고 묻는다면, 초3때 처음 누군가를 좋아해보고, 그 사람을 5년동안 좋아했었다고. 그리고, 그 5년이 되던해, 내 짝사랑은 끝났다고 말이죠. 물론 이건 제 상상입니다만, 혹시 제가 언니와 친해지게 되어서, 서로 장난과 농담을 주고 받을 사이가 된다면, 그때 언니에게 저의 첫사랑은 누구였느냐는 질문을 듣게 되었을때, 웃으며 언니였다고, 내 첫사랑은 언니였다고 말할수 있게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어야만 합니다.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 마음마저도, 상대에게는 실례가 될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오늘부로, 전 제 짝사랑을 끝내려고 합니다. 앞으로 찬양팀으로써 노래 부르는 언니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도, 가끔가다 언니와 사귀게 되는 상상을 하는것도, 가까이서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괜히 주변을 어슬렁 거리던것도, 모두 그만두겠습니다. 전 오늘부로, 같은 여자인 사람을 좋아하고 있는 고등학생 여자애가 아니라, 같은 여자를 5년간 좋아했던 고등학생 여자애로, 바뀔겁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저는 언니에게 말 한마디 걸 용기조차 없던 겁쟁이입니다. 친구가 되는것까지야 할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정말 못 참을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꾹꾹 억눌러왔던 제 감정이, 애써 무시해왔던 이 마음이, 정말 견딜수 없을 정도로 넘쳐 흘러버리게 될것 같았습니다. 애초에 인사도 나누지 않는 상대를 5년간 좋아하던 저입니다. 친해진다면, 대화를 하게 된다면, 서로간의 스킨쉽이 당연해 진다면, 같이 놀러다니게 된다면, 전 무심코 고백을 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면... 겁쟁이인 저는 그 후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저 이제 힘들기 싫다는, 이제 멋대로 착각하고 멋대로 상처받기 싫다는 이 말 한마디를, 저는 그럴싸한 변명을 대가며 저의 짝사랑을 끝내려 합니다. 전 겁쟁이니까요. 누군가 저에게 묻는다면 대답 해드리겠습니다. 전 16살의 고등학생 여자입니다. 전 펜섹슈얼이고 커밍아웃은 아직 친한 친구 몇몇에게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전, 서로 제대로 된 인사 한번 나눠보지 않은 같은 교회의, 한살 위의 언니를 좋아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어릴땐 몰랐지만, 돌이켜 보니 사랑이었습니다. 전 그 짝사랑을 장장 5년간 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5년이 다 되어버렸죠. 제 길고 길었던 짝사랑은, 오늘부로 끝났습니다. 슬슬, 역에 다 온것입니다. 저도 이제, 흔들거리는 기차에 불안하게 서있기만 한 삶은 불안하고, 힘들어서 싫습니다. 그러니 전, 슬슬 이번 역에서 내리려 합니다. 아니, 전 이번 역에서 내립니다. 여기부턴, 혼잡하던 기차내와 달리, 조금 더 한산하겠죠. 텅 비었겠죠. 함부로 내릴수 있는 역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내립니다. 혹시, 저와 같은 역에서 내리실 분은, 더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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