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에 다른 이유로 병원에 갔는데, 의외로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약도 먹었었어 (금전적인 이유로 병원은 더 이상 안 갔음) 근데 여전히 납득이 안 가
피아노 전공 준비하다가 2년전에 손목에 염증 생겨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두고 1년정도 방황하다가 작년에 자퇴했는데 감정기복이 심해져서 갑자기 울게 됐다가 요즘엔 그냥 그래. 자존감이 많이 낮긴 한데 자존심은 쎄고 죽고싶다 라기보단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어. 자해는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하는거고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한게 꼭 물 속에 잠수한 듯이 물 속에 있는 느낌이 전엔 미친듯이 싫었는데 최근엔 왠지 모르지만ㅋㅋ 친근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져 뭔가 안 보이는 막이 나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느낌. 그리고 무기력하지도 않은 듯 해 친구도 남자친구도 만나서 놀고 혼자서 외출도 간간히 하거든 살은 잘 안 찌는데 한 두끼만 안 먹어도 잘 빠지는 체질이라 전보다 몸무게가 많이 줄긴 했지만 식욕이 없어진건지는 잘 모르겠어 배고프면 밥 먹거든..
자퇴하고 지금까지 알바고 뭐고 아무 것도 안했는데 우울증에 걸릴 수가 있어? 우울증은 대부분 엄청 열심히 산 사람이 잘 걸린다고 들었어 이러면 난 우울증 걸릴 자격이 없는데
이름없음2018/10/15 21:21:32ID : TWphz9eILgm
스레주의 마지막 문장이 바로 스레주의 자존감이 떨어진 걸 나타내고 그게 우울증의 신호라는 것....
우울증은 열심히 산 사람이든 아닌 사람이든 그냥 걸릴 수 있어
그리고 스레주 말대로라면 반대로 스레주가 그만큼 엄청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지
이름없음2018/10/15 21:36:15ID : pQlfPbfUZio
대개 우울증은 말 그대로 우울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아주 안정적인 상태라고 알고있어. 말이 좀 이상한데 덧붙이자면, 정상인의 평균 기분 수치를 0으로 상정한다면 우울증 환자는 -10에 정상인보다 기복도 없는 상태인 거야. 말 그대로 뇌의 메커니즘이 정체해버리는 거지.
우울증의 원인은 각양각색이어서 어떤 증상으로 획일할 수 없고 비슷한 증상들을 전부 포괄한 질환을 우울증이라고 정의한다고 들었어. 특정한 사람들만 걸리는 병이 아니라는 소리야.
그리고 한가지 말하고 싶은 건, 지금 네 상태를 개선하려고 든다면 그 기분이 언제까지고 지속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야. 지금은 네 상태로서는 '기분 좋은 것'들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지금 네 상태가 더 좋아보일지도 몰라. '우울증이 완치된 상태'는 그저 '아직 겪어보지 못한' 미지수로 남겨두고 꾸준히 치료해나갔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