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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10/17 21:31:30 ID : uoE2k1hfanA
01. Intro : Singularity _ 싱귤레리티. 싱귤레리티. 이렇게 읽는건가? 몇번이고 중얼거려 보았다. `뭐, 그 아이스크림 집에 싱귤레귤러. 그런거야?` `병신아, 그건 싱글레귤러고.` 언성을 높여 투닥투닥거리는 지민과 태형이 한심스러웠다. 박지민은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싱글레귤러라는 단어를 몰라. 입으로 되뇌면 되뇔수록 오묘한 기분이든다. 뭔가를 빼먹은 기분. 뭔가가 허전한 기분. 그러나 허전한 것이 뭔지 깨닫지 못하겠는 기분. 문득 창문 너머로 햇살 한 줄기가 비쳐들어왔다. 아, 갑자기 단어의 뜻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리도 지끈지끈했다. 무언가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우욱, 우읍. 헛구역질이 입가를 비집고 나왔다. 어지러웠다. 빙글빙글, 빙글빙글…제멋대로 놀려지는 입을 막으려 손을 뻗어보지만, 결국엔 참지 못하고 게워내 버렸다. 괜찮아? 당황한 지민이 보였다. 그 뒤에는 웃음을 참고 있는 태형이 보였다. 억지로 웃었다. 괜찮아. 결코 내 의지가 아니었다. ㅌ ㅡ ㄱ ㅇ ㅣ ㅈ ㅓ ㅁ 02. FAKE LOVE _ 귓가에 어리는 말소리들은 웅웅거리다 흩어졌다. 한없이 시렸던 그 말다툼도 흩어졌다. 다른 의미로. "아," 그나마도 가물가물하던 정신마저 그냥 놓아버렸다. 그냥 애초에, 살아가는 이유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뜨끈한 무언가가 내 머리에서 흘러내리고, 내 몸이 붕 떴을 때, 차창에 비친 태형의 입꼬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고운 호선을 그렸다. 그래, 그거면 된거다. 난 병신같게도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나의 모든 걸 무너트려버린 그를, 나는 나도 모르게 은애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병신, 병신, 병신같은 것. 깨진 유리파편에 비친 내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나조차도 버린 나. 허나, 그거면 된거다. 네가 웃었으면 된거다. ㄱ ㅓ ㅈ ㅣ ㅅ ㄷ ㅗ ㅣ ㄴ ㅅ ㅏ ㄹ ㅏ ㅇ 03. 전하지 못한 진심 _ 석진이 보였다. 온통 흰 방에, 석진이 보였다. 그는 울고있었다. 서럽게도 울고있었다. 무심결에 눈물을 닦아주려 손을 뻗어보다 멈칫했다. 새하얗던 공간을 더럽히고 있는 붉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구태여 찌릿, 하는 고통까지 물밀듯 치솟아 올랐다. 석진의 옆엔 정국도 있었다. 어느 새 빳빳해지고 창백해진 나의 손을 그러쥐고 울고있었다. 아, 나 사고당했지. 그냥 사고도 아니라 고의적인 사고. 쿵- 하고 나를 받아올리던 그의 차가 생각이 났다. 아주 잠깐, 나는 행복한 꿈을 꿀 수가 있었다. 드디어 죽는다는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들의 얼굴을 대면하니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생명줄인 양 내 손을 간절하게 끌어안는 정국에게 차마 나 좀 놔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난 끝까지 추한 나구나. 불행하고, 불행했고, 불행뿐이다. ㅁ ㅣ ㅇ ㅏ ㄴ ㅎ ㅐ 04. 134340 _ 눈을 떴다. 아주 오랫동안 잠을 잔 기분이었다. 영영, 죽어버리는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찝찝한 꿈 때문인지 충분한 잠을 자고 일어났음에도 썩 개운하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엔, 병실이었다. 그것까진 기억이 났다. 태형의 고의적인 사고, 눈을 감았던 건 나의 의지. 울고있던 석진과 정국. 천천히 몸을 일으켜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나를 만져보았다. 거울에 나를 비춰보았다. 정말 울고싶지 않았는데, 거울을 보니 마침내 눈 속에 가득히 괴여있던 눈물들이 툭 툭 떨어졌다. 병실엔 아무도 없었다. 분명히 기억나는 그들과의 추억에 작별이 무색해졌다. 아, 어떡하지. 벌써부터 보고싶어. 눈물을 손등으로 천천히 닦아내었다. 그럴수만 있다면, 만나서 물어보고 싶었는데. 김태형 너는, 대체 왜 그렇게 날 내몰았느냐고. 그러나 이젠, 물어볼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어. 나에겐 이름이 없거든. ㅇ ㅓ ㅉ ㅐ ㅅ ㅓ . . . 05. 낙원 _ 귓가에 웃음소리가 맴돌았다. 우리가 늘 놀던 운동장 옆 공터가 눈앞에 그려졌다. 태형이 웃고있었다. 그들과 함께 떠들며, 웃고있었다. 지민이 태형의 팔을 툭툭 치며 무엇인가를 속삭였고 그게 퍽 재미있었던지 태형은 깔깔거렸다. 그들도 따라 웃고있었다. 태형의 팔에는 각각 다른 색의 팔찌가 끼워져 있었다. 아, 저거 내가 선물해줬던 팔찌인데. 태형이 웃을때마다 팔찌에 달려있던 방울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저건…내가 없던 그들의 모습이었구나. 멍청하게도 나 역시 따라 웃고있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바보같이 웃고있었다. 내가 그들 사이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혼자 말고. 저 곳에서 함께 웃고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냥, 솔직하게 살아남는게 나의 꿈이었는데. 그냥 살아서 밝게 웃길 바랬는데. 그 누구도 나에게 멈춰서도 괜찮다는 말을 건넨 적이 없었다. 그 누구도. ㄱ ㅡ ㄴ ㅜ ㄱ ㅜ ㄷ ㅗ | 06. Love maze _ 언뜻 병실 너머로 남준과 윤기, 호석, 석진과 정국, 그리고 지민이 보였다. 매일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던 남준의 머리는 엉망이었고 윤기는 잠을 자지 못한 듯 퀭한 눈을 비비고 있었다. 석진의 옷은 지저분했으며 호석은 차분했고 지민은 눈을 감고있었다. 그리고 정국은 어두운 얼굴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다섯의 눈가는 빨갛게 물들여져 있었다. 마치 다홍색의 꽃물처럼. 나의 병실 앞에서 멈추어 선 그들 중 하나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정국이었다. "아, 아. 나… 안들어갈래. 못들어가겠어. 미안해서 어떻게 들어가." 순간 실로 정국이 멍청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태형이 할 말을 저가 대신 하고 있었다. 아닌데. 안 미안해도 되는데. 보고싶었는데… 정국의 눈가가 마를 새도 없이 또 다시 누군가가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윤기였다. 신고자가 아마 윤기였던가. 누군지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나네. 석진의 달램으로 천천히 내 병실에 들어온 그들은 또 한번 울음을 터트렸다. 이번엔 전체가. "어, 어떡해요. 어떡해. 나 태형이가 그러는 거 봤단말이야. 김태형이 그러는 거 봤다고. 그러면서도 도망갔다고." 꺽꺽 울어대던 정국이가 결국엔 침대 위에 얼굴을 파묻고 오열했다. 아, 너였구나. 최초발견자. 그리고 신고자. 하지만, 결국 놓아버린 나였다. 결국 스스로 지워버린 나였다. ㄱ ㅗ ㅁ ㅏ ㅇ ㅜ ㅓ ㅇ ㅛ 07. Magic shop _ 그냥, 행복하게만 살아가고 싶었다. 필 땐 장미꽃처럼, 흩날릴 땐 벚꽃처럼, 질 땐 나팔꽃처럼. 그렇게 예쁘게만 살다가, 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어리석었던 이유는, 그래. 그랬던 이유는. 미숙한 어린 시절의 사랑놀음때문이었을까. 태형은 점차 나에 대한 관심을 집착으로 바꿔갔고, 나는 그런 태형에게 질려갔다. 사귀지 않는 사이에 데이트 폭력이라. 일방적인, 협박에 가까웠던 데이트였고 사정하던 나에게 날아온 폭력이었으니. 그게 어떻게 경찰의 눈에 데이트폭력으로 보였을까. 아마 그날부터였던게지, 나에게 쏟아져온 교묘한 괴롭힘과 루머들이. 그리고 슬쩍슬쩍 가해진 언어폭력들이. 내가 나인게 싫었던 날, 영영 사라지고 싶었던 날. 그래, 그때 나를 위로해 주었던 건 그 여섯명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일곱명이 되어버렸다. 우리의 사이에 스리슬쩍 끼어들었던 김태형때문에. 하지만, 멍청하게도 난 그런 김태형을 사랑했다. 사랑했었다. 아무리 그가 나에게 그런 짓을 했다 해도 난 그를 사랑했었다. ㅂ ㅏ ㅂ ㅗ ㄱ ㅏ ㅌ ㅇ ㅏ 08. So what? _ "어때?" 그 의중을 가위질이라도 해버리고 싶은만큼의 말이었다. 필히, 그 말의 근원은 이 모든 현상들이 `어떠하냐`는 말이 아니라 지금껏 개같이 살아온 나의 인생이 어떠하냐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래, 지금까지 다 본 결과,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나의 인생은, 그저…… 그저.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왔다. 나도 알고 있어. 젠장, 나도 알고있다고. 병실 거울 속 비춰봤던 나는 없었던 것을. 사실 괜찮지 않았어. 그런 일 당한것들. 그리고 비참하게 죽은것들. 내가 영혼으로 그 애들을 만난것들도. 태형이를 좋아했던것도. 정말... 그래. 나는 정말… "살고싶었어." 목소리는 히죽였다. 그러고는 조용히 말했다. "뭐 어때." "네가 살고싶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들은 없어. 적어도 여기선 말야." 천천히 눈물을 닦고 일어났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에게 말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없고, 숨을곳은 더더욱 없었어. 그러니 부탁이야, 목소리. 제발…" …지금까지 살아왔던 과거의 나를 모두 지워줘. 나의 발자취를 없애줘. 그들이 날 추억하며 눈물 흘리는 일이 없게, 나를 그들의 기억에서 없애줘. ㅁ ㅣ ㅇ ㅏ ㄴ , ㅁ ㅣ ㅇ ㅏ ㄴ ㅎ ㅐ . 09. Outro : Tear _ 늘 그랬다. 이별은 내게 시리도록 아픈 흉터를 만들어 놓았고, 미련은 늘 내 얼굴 위를 기었다. 시작이 있으면 언제나 끝이 있는 것을 알기에, 나는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를 만드는 걸 원치 않았었다. 그러면, 늘 상처받는 쪽은 언제나 나였으니까. 그러나, 누군가 시간을 되돌려준다면. 그런다면 어쩌면 내가… 좀 더 솔직할 수도 있었을까. 난 너희가 좋았어. 너희를 놓치기 싫었어. 그래서 멀리했고, 그래서 더 차갑게 대했어. 애초에 시작점을 만들지 않으면 이별도 없겠지라는 멍청한 생각을 해버렸어. 하지만, 이렇게 나를 기억해주고, 울어주고, 고마워. 고마워. 같은 곳을 향해 걸었었는데, 이것이 너희와 나의 마지막이네. 내가 먼저 떠나버려서 미안. 아픔을 남겨줘서 미안. 그러니까… 이제라도 그 아픔, 거둬갈게. 날 기억하지 말아줘. "정말로? 아무도 널 기억하지 못할텐데도?" 각오는 했지만 마음이 찢어졌다. 하지만 어떡할까. 내 업보인것을. "응."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발끝부터, 천천히. 내 몸은 점점 흰색의 고운 나비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만은 웃길. 마지막만은 행복하길. 천천히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행복하게 웃었다. 어느 새 나의 형태는 사라지고 있었다. 그래도 행복했다. - 너희는 나의 시작과 끝 나의 만남과 나의 이별 반복될거야 너로인한 Tear. - 고마워, 행복했어. 함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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