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는 18살이고 우리 아빠는 내가 5살때 암으로 돌아가셨어. 올해가 벌써 13주기인거지. 13년이나 지났으면 다 털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낼법도 한데 안그렇더라.
워낙 어릴때 돌아가셨다보니 아빠와의 기억이 거의 없어. 그나마 있던 기억들도 엄마를 통해서 들은게 많고 예전에는 아빠의 얼굴 목소리 이런것까지 생생했는데 이제는 기억속의 얼굴도 내가 기억하는게 아닌 앨범에서 본 얼굴로만 대체되고 목소리도 떠오르지 않아. 무슨말을 들었는지도 한마디도 기억나지 않고.
나는 아빠와 헤어질 준비가 안됐는데 아빠가 내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리는 느낌이야. 그나마 있는 기억들도 진짜 내 기억일까? 내가 사진을 보고 얘기를 들으면서 만들어낸 기억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도 들고 그런걸 따지는게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해.
이름없음2018/10/20 07:13:00ID : i8rBAjhdXzf
엄마한테 물어볼까 생각도 해본적있고 옛날에는 아빠납골당 같이갈때나 앨범같은거 볼때 얘기도 많이 해줬어. 근데 재작년부터 엄마한테 남자친구가 생겼어. 제일 힘들었을 엄마가 그렇게 새시작을 하고싶어 하는데 내가 굳이 옛날 기억들을 들춰내고 싶지않아.
그리고 내가 중학교때 우울증이 심했거든. 학업 스트레스나 아빠문제나 여러가지 얽혀서. 이제와서 엄마한테 아빠얘기를 꺼내서 또 그때처럼 힘든거 같이 보이기가 싫어.
게다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랑 유치원때 내가 그 스트레스로 조현병 비슷하게 온줄 알고있어. 그냥 평소에도 아무의미 없는 얼룩이나 모양이 갑자기 특정 사물처럼 보일때가 있잖아. 나는 그래서 그런거 비슷하게 아빠 얼굴이 보였다고 엄마한테 말한적이 몇번있었는데 엄마는 내가 아빠가 죽은 쇼크로 조현병 비슷한게 온줄 알았나봐. 나는 엄마가 그렇게 생각했었다는걸 작년에 처음 알게되서 그뒤로 아빠얘기 꺼내기가 좀 꺼려져.
이름없음2018/10/20 07:16:55ID : i8rBAjhdXzf
지금은 평소에는 괜찮은데 아빠 기일이나 추석/설날같이 제사지낼때 그리고 이렇게 가끔씩 아빠생각으로 우울해 질때가 있어.
사람이 죽으면 그 흔적이 차츰 사라지는건 당연한거고 그걸 붙잡으려 하는것도 미련한짓인데 내가 놓아주고 싶은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사라져 가는것 같아
이름없음2018/10/20 10:33:44ID : VbvimK3Pcrb
기억이 하나라도 날 때 일기같이 장황하게 써두는거 추천함.
거짓인가 진실인가 긴가민가 해도 일단 써두고.
그림 그릴 줄 알면 그림도 좀 그려가면서 쓰면 도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