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라면 먹고싶다

그냥 쌩까고 잘까 했는데 시간은 얼마 없고 잠이 없는 타입이라 그렇게 빨리 잠들 리도 없었다. 그리고 문자까지 봤는데 안하긴 존나 뭣했다. 집에 왔는데 안 돼있으면 지랄을 할 테니. 그래서 부엌으로 나갔다. 근데 난 이 선택을 제일 후회한다 지금도

일단 물을 끓이고 라면을 찾아서 봉지를 뜯었다. 근데 자꾸 탄내가 나길래 불쪽을 봤는데 옷에 불이 붙었더라. 박스티라 최적이었겠지.

나는 너무 놀라서 일단 옷부채질을 했다. 안 꺼짐. 급한대로 싱크대 물을 켜서 갖다댔다. 꺼지기는 커녕 위로 번졌다. 이때부터 난 엄청난 뜨거움과 고통으로 제정신이 아니었고 온갖 소리를 다 지르면서 화장실로 뛰어갔다.

요즘 옷은 합성 소재로 된 게 있어서 불 붙은 거 끄려면 소화기 같은 걸로 해야 해 안 그러면 합성 소재가 면보다 더 잘 타기 때문에 잘못하다가는 화상 입거든 그래서 병원은 다녀왔니 스레주? 상태는 어때? 괜찮아?

헐...이 글 보니까 내 친구 라면끓이다가 머리태워서 머리 자른거 기억난다... 화상이 되게 고통스럽다는데.. 지금은 괜찮은거야 스레주??

밤에 벌어진 일이라 너무 피곤해서 자다깨다 반복 중.

암튼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서 물을 틀고 옷을 들이밀고 안 꺼지니까 결국 옷을 벗어제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지. 오른쪽 겨드랑이 부분은 존나 당겼고 등은 피부가 다 벗겨졌다. 그리고 가슴이나 어깨 등 다른 부분은 새빨갛게 달아올라서 쓰라렸고 계속 울었다.

내가 조부모님이랑 같이 사는데 밤중에 악을 쓰니까 놀라서 뛰어나오셨고 몸에 찬물을 뿌렸다. 그리고 어찌저찌해서 병원에 실려와서 현재 진행형.

집이랑 제일 가까운 응급실로 갔었는데 응급조치를 먼저 하고 서울에 있는 화상전문병원에 와서 입원 수속을 밞았다. 진짜 옷도 없고 날은 춥고 울면서 계속 떨었다.

그리고 걱정해주는 레스더들 말에 답변 좀 하자면 고맙지만 괜찮지 않아. 아침에 소독하러 가서 붕대를 풀었는데 팔이랑 등은 수포로 가득 차서 전부 터트렸고 제일 우려했던 팔 안쪽 부분은 까맣게 타서 수술해야될 지도 모른대.

나는 머리가 장발인데 묶고 있질 않아서 머리까지 타버렸다. 어떻게 기른 머린데...

그리고 자는 게 매우 불편함...한 시간 간격으로 깨는 것 같다

헐 어떡해....라면끓이려는것 뿐인데 무슨 날벼락이야......

ㅠㅠㅠㅠ심한거야?

내일 오전에 조직제거 수술한다. 얼마나 큰지 말로는 가늠하기 힘들 테니 인증만 하고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