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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11/02 23:07:20 ID : TQleGq6qmIJ
올해로 16살인 동생은 어릴적에 꽤 개구쟁이였어. 책이건 인형이건 되는데로 그림을 그리고 낙서를 했고 벽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어. 빨간색 돌돌이 색연필 알지? 그거랑 검은 볼펜으로 어찌나 신나게 그려댔는지 원래 있던 동물벽지는 원형을 알아보기 어려워서 결국 부모님이 새 벽지를 발랐어.
이름없음 2018/11/02 23:11:12 ID : TQleGq6qmIJ
우린 이 집에 8년전에 이사를 왔는데 동생방 벽지는 원래 그 무늬였어. 큰 딸인 내 방은 새로 시공하고 벽지를 발랐는데 동생방(예정)은 깔끔하고 귀여워서 바닥재만 새로 깔았어. 동생은 왜 자기만 그대로냐고 성질을 부렸는데, 그도그럴게 8살 여자아이 취향이라기보다 아기방에 더 어울릴만한 알록달록한 동물벽지니까...그때부터 동생은 벽지를 눈엣가시로 여기기 시작한거야.
이름없음 2018/11/02 23:13:07 ID : TQleGq6qmIJ
깔끔하다고 바꿔주지 않았으니 더럽히면 바꿔줄거라고 생각했는지...아무튼 동생은 유독 한면에만 낙서를 했어. 사진 첨부할게.
이름없음 2018/11/02 23:18:56 ID : TQleGq6qmIJ
비율을 대충잡아서 그렇지 저정도로 빡빡하지는 않아. 가구가 많으니 좁긴 해도... 붉은색이 문제의 벽지 위치야.
이름없음 2018/11/02 23:20:10 ID : 5Qk1cts2pVf
보고있어!!
이름없음 2018/11/02 23:22:34 ID : TQleGq6qmIJ
낙서는 1~2년 하다 말았지만 벽 상태가 너무 처참했으니까...실크 벽지라고 해야하나, 친환경 두꺼운 벽지인데 칼집이 나면 투두둑 뜯어져서 벗겨진 부분도 있었고 말이야. 결국 동생이 초등 고학년, 대략 3~4년 전에 부모님은 그 한쪽면만 벽지를 새로 발랐어.
이름없음 2018/11/02 23:23:18 ID : TQleGq6qmIJ
타이핑 너무 힘들다 좀이따 컴접할게
이름없음 2018/11/02 23:30:20 ID : TQleGq6qmIJ
나 스레주! 아무튼 동생은 크면서 장난기가 많~이 줄었으니까 새로운 벽이 더럽혀지는 일은 없었어. 마음에 들어했는지 어쨌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더러운 벽이 가려진다는 건 본인도 좋아했던것같아. 도배 날짜가 정해지자 우리는 기왕 더럽혀진 벽을 더 알뜰하게 가지고 놀았어. 까진 부분은 찢어버리고 난 물감까지 가져와서 꽤 신나게 그림을 그렸어. 벽에 그림그리는것에 로망이 있었거든.
이름없음 2018/11/02 23:33:27 ID : TQleGq6qmIJ
지금은 새 벽지가 올라앉은지 4년째고 고작 하루이틀 그렸던 벽이니까 가려진 부분에 뭘 그렸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아마 사람의 측면을 많이 그렸던 기억이 나. 측면...이라고 하면 옆을 보고있는 모습인데 시선 방향도 전부 측면으로 고정해서 그렸어. 이건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것도 사진 첨부할게.
이름없음 2018/11/02 23:37:22 ID : TQleGq6qmIJ
난 전부 1번으로 그렸어
이름없음 2018/11/02 23:39:15 ID : TQleGq6qmIJ
동생이 뭘 그렸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그 애도 어릴때부터 만화를 좋아했으니 좋아하는 캐릭터라던가 여러가지를 그렸겠지. 아무튼 벽지가 올라앉고 최근까지는 신경쓰지 않았어. 그도 그럴게 동생 방이기도 하고, 동생은 안그래도 좁은 방에 누가 들어오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 게다가 문이랑 반대방향이니 굳이 새로 바른 벽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릴 일이 없었지.
이름없음 2018/11/02 23:41:41 ID : TQleGq6qmIJ
그러다가 얼마전에 내가 동생 방에 들어갈 일이 생겼어. 부모님은 우리 학용품을 구분하지 못해서 종종 엇갈리게 가져다 두시니까, 뭐가 없어지면 찾으러 가는건 종종 있었어. 대부분 나보다 어린 동생은 방에 있으니까 내가 문간에서 내 물건 있냐고 물어보고 동생이 찾아주는 방식이었는데 그날은 동생의 시험 마지막 날이었어. 친구들이랑 놀러나가고 없어서 결국 내가 동생방에 들어가서 물건을 찾아야 했어.
이름없음 2018/11/02 23:41:51 ID : 2q6i8i061u3
우왕 동접이다 나 보구이써!
이름없음 2018/11/02 23:46:15 ID : TQleGq6qmIJ
그 벽지는 동생의 책상앞에 앉아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있어. 얼굴 바로 10센치 정도 앞에 벽지가 있는거야. 4년이나 지나서 그런지 군데군데 바래고 이음새가 말려올라가 있었어. 그 사이로 예전 낙서가 훤히 보였지. 전문업자가 아니라 부모님이 바른 벽면이니까 그럴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렇긴 해도 연두색 벽지 사이로 검고 시뻘건 줄이 죽죽 그어진 광경은 꽤...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어. 풀이나 테이프라도 가져가서 바르던가, 동생은 영 무신경한 애거든. 괜히 내가 건드리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내버려두고 기왕 들어온김에 동생 방을 구경했어. 동생은 비교적 넓은 내 방에 자주 다녀가고 물건도 멋대로 빌려가니까 (우린 니것도 내꺼, 내것도 니꺼 스타일이야) 괜찮잖아.
이름없음 2018/11/02 23:49:41 ID : JO7e45bCrAo
보구있오!
이름없음 2018/11/02 23:50:06 ID : TQleGq6qmIJ
그런데 암만 딴데다가 집중을 하려고 해도 그 벽지 사이 빈공간이 너무 신경쓰이는거야. 외면하면 외면할수록 거슬리고, 혼자 있는 집인데도 누군가가 쳐다보는듯한 기분이 떠나질 않았어. 난 겁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야. 귀신보다는 사람이 더 무서웠어. 그래서 손 안에 있는 휴대폰을 확인하고 침대 밑을 한번 보고, 방문을 잠갔어. 좁은 방이니 누가 숨을만한 공간은 없으니까...그래도 영 뒤통수가 따가워서 결국 내 방으로 돌아갔어.
이름없음 2018/11/02 23:50:56 ID : fattiqnQpSJ
웅웅
이름없음 2018/11/02 23:53:28 ID : SE5Vgp9io5g
보고있엉!
이름없음 2018/11/02 23:57:02 ID : TQleGq6qmIJ
그 이후로 또 며칠을 한참 잊고 지냈어. 그날이 월요일이었는데 일요일 낮에 학원을 가려고 보니까 괜찮은 겨울옷이 없는거야. 우리동네는 그 시기에 갑자기 추워졌으니까. 초가을에 입던 얇은 긴팔이나 후드밖에 없어서 아무래도 엄마가 아직 안 꺼내두신거였지.(동생은 주중에도 사복을 많이 입으니까 일찍 꺼내두셨어) 그래서 동생옷을 한벌 빌리기로 했어. 우린 연년생은 아니지만 내가 더 키랑 체구가 작아서 여름옷은 바꿔입기 어려운데 겨울옷은 오버핏이니까 입을수 있어. 서로 잘 바꿔입는 편이라 허락은 커녕 통보도 안해. 동생은 아침 일찍 나가고 없어서 나 혼자 동생방으로 들어갔어. 옷장에서 대충 코트랑 두꺼운 기모셔츠를 꺼내서, 그 자리에서 갈아입었어.
이름없음 2018/11/02 23:58:21 ID : i61Ci7hwJVe
그래서? 보고있어
이름없음 2018/11/03 00:01:28 ID : TQleGq6qmIJ
옷을 다 입고 나가려고 하는데 또 그 벽이 보였어. 며칠전보다 더 벌어진 사이로 붉은색이 스치니까 갑자기 소름이 돋았어. 사실 미신이나 오컬트를 다 떠나서 객관적으로도 불쾌한 광경이잖아. 어린애들 낙서가 다 그렇듯이 기괴하고 팔다리는 엉뚱한데 달린 기괴한 형상이 많으니까. 난 벽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갔어. 수직으로 죽죽 그어진 검은 매직과 붉은 색연필자국이 경동맥의 색 같았어. 과학실 실험모형이 생각나는 그런 색조합이야. 소심해서 휴대폰으로 노래를 틀어서 책상위에 올려놓고 벌어진 벽지 사이를 조금 더 벌려봤어.
이름없음 2018/11/03 00:07:48 ID : TQleGq6qmIJ
손가락 한두마디 넓이로 벽지가 벌어졌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보려고. 왜그랬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그땐 그러고 싶었나봐. 알것같기도 모를것 같기도 한 실루엣. 거대한 모습은 가려져있지만, 일부만으로도 뭔가 느낌이 왔어. 우스운 소리지만 난 동생의 언니야. 어릴때부터 동생이 그리는걸 지켜봐왔어. 그림체는 수십번 변했지만 어쩐지 예전에 그리던 엉망진창 일그러진 사람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내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눈썰미도 좋은 편이고 미술을 전공하고 있어. 솔직히 확신은 안 들지만 커다란 얼굴을 그린게 아닐까. 그리고 그 벌어진 부분은 내 짐작이 맞다면...아마 눈 부위가 아닐까. 그게 아니라도 머리 어디 한구석이 아닐까...
이름없음 2018/11/03 00:12:12 ID : TQleGq6qmIJ
모르면 몰랐지 알고 나니까 꽤 섬짓하잖아. 하긴 나도 그 벽에 사람 흉상을 여럿 그렸지만 하필 드러난 부분이 (못그린 빨간색) 얼굴이라니. 게다가 동생은 어릴때 정면만 그렸으니까...그간의 결심이 무색하게 난 테이프를 가져와서 드러난 부위에 갖다 붙였어. 하기 싫은 작업이니까 꼼꼼하게 하지 않았던건 인정해. 그래도 하루 이틀로 떨어질건 아니었는데...비가 오니까 며칠뒤에 도르륵 말려서 떨어졌어. 뭐...그 당시엔 얼굴이니 뭐니 맘대로 생각해서 요란떨었지만 시간이 하루라도 지나버리니까 별것도 아닌것같았어. 괜히 나 혼자 공포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호들갑 떤게 쪽팔리기도 했고. 도로 테이프를 붙일 마음도 없었고 동생은 여전히 신경쓰지 않는것 같았어.
이름없음 2018/11/03 00:17:40 ID : TQleGq6qmIJ
그러고 보니까 드러났던 벽은 말이야. 동물 모양 벽지도 아니었어. 도중에 누가 잡아쨌는지 어쨌는지 해서 그 동물벽지도 까진 하얀 벽이었어. 거기에다 낙서를 했고 나중에 연두색 새 벽지로 덮었던건데, 그곳이 또 벌어진거야. 이상하지. 우리 예전에 살던 사람들은 이 집이 처음 분양되었을때부터 살았던 사람들인데 왜 유독 동생 방 벽지만 깨끗한 새것이었을까. 그것도 전 세대주(중년부부+어르신들)와 어울리지 않는 알록달록한 동물무늬로...어쨌든 마침 예쁜 라벨지? 스티커라고 해야하나 커다란 마스킹테이프같은 시트지를 얻어서 혹시 동생한테 붙일 생각 없냐고 물어보러 동생방에 갔어.
이름없음 2018/11/03 00:23:02 ID : TQleGq6qmIJ
(너무 얌전떨면서 적었나 후회된다 실제로 엄청 시끄럽게 호들갑떨었는데...ㅋㅋㅋ) 아무튼 동생은 자기가 있을땐 항상 방문을 잠가둬.(나갈땐 열고 나가서 안 잠궈둠) 사춘기 끝났는데 프라이버시에 엄청 민감한 애거든. 그런데 그날은 열려있고 엄마도 문간에 있어서 뭔일인가 봤는데, 글쎄 액자가 깨져서 유리를 치우는거라잖아. 동생은 신경 안썼지만 엄마는 예민해서 벌어진 벽지가 못마땅하셨겠지. 그 자리에 못을 박고 액자를 걸었는데 그게 떨어졌다나...
이름없음 2018/11/03 00:31:44 ID : TQleGq6qmIJ
엄청 분위기 잡았는데 사실 별거 없어. 그러고도 내가 붙여둔 시트지가 떨어지고, 벽지는 더 까지고,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어쩌면 그 벽에는 눈이 있어서 가리는걸 싫어하는거 아니냐고 우스개소리를 했을뿐...그래서 전 주인도 급하게 벽지를 갈았던게 아닐까? 아무튼 우리는 연말에 이사를 나가. 문제의 벽은 아직 벌어져있고 동생은 여전히 무관심해. 난...그쪽으로는 발걸음을 안 하고있고. 지금 보니 얼굴이니 낙서니 하는 부분은 영 쓸모없는 부분이었네 ㅋㅋㅋ 어떤 벽은 눈이 있다는 말, 꽤 괜찮은 이야깃거리같은데 말이야. 설마에 설마라고 해도 벽에 뭐가 들었다거나 한건 아닐거라고 믿어.
이름없음 2018/11/03 18:32:20 ID : uqY007aleHy
오 나름 재밌게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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