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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11/04 14:24:22 ID : 7BBs5QpQtxU
주변환경의 압박에 어른스럽다, 조숙하다, 혼자서도 잘한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커왔지만 사실은 그렇게 힘들게 살고싶지 않았어 좀더 어리광 부리고 싶었고 주변에서 도와줬으면 바랬고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신건 매우 감사하지만 그런것 보단 관심이 더 받고 싶엇어 혼자서 모든것을 남보다 더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기대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짤막하게 내가 살아온 삶에대한 얘기를 털어놓으려고 해. 듣고 싶은 스레더들 있으면 들어줘
이름없음 2018/11/04 14:29:11 ID : 7BBs5QpQtxU
먼저 내가 또래보다 어른스럽게 살아야 한다는것을 깨달은건 6살때쯤이였다고 봐 5살때 병으로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서 일하게 돼서 어렸지만 우리집 경제사정이 좀 어려워진것 정도는 어렴풋이 느꼈어.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다면 훨씬 더 좋았겠지만. 6,7살때 엄마랑 같이 장보러가면 엄마는 나랑 오빠 위해서 간식거리나 장난감 같은거를 사주려 그래도 내가 일부러 그런건 장볼 목록에 없다고 사지 말자고 그럴정도였어. 짱구나 포켓몬같은 애니메이션을 볼때조차 저 가족은 무슨일을해서 어떻게 먹고 살지? 라는 질문이 해결되지 않으면 뭔가 이상함을 느낄정도로 그런 경제사정에 예민했다고 생각해. 그래서 뽀로로볼때마다 쟤네는 음식이 어디서 나서 먹고살까 이런생각을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나
이름없음 2018/11/04 14:34:32 ID : 7BBs5QpQtxU
엄마는 당연히 일하느라 바빴고 나는 거의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라게 됐어. 초등학교 입학식날도 엄마가 못와서 할머니랑 같이 갔었는데 엄마랑 오지 않은애는 나밖에 없었던게 기억이나. 내가 빠른년생이라 1년 일찍 학교에 들어갔는데 그때쯤 벌써 나는 뭐든걸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라는 관념이 생겼던것 같아. 알림장에 있는 준비물 챙기기나 정리정돈같이 대단한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저학년애가 혼자서 하면 대견하다라는 소리 들을만한 그런 일들이였어. 7살위에 오빠가 한명 있는데 오빠는 나랑 전혀 다르게 지각을 밥먹듯이하고 늘 덤벙대고 한마디로 손이 많이가는 애였어. 그런 오빠때문에 화내고 아침에 깨우려고 고생하는 할머니를 보고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서 더 혼자서 해결하게 된것같아
이름없음 2018/11/04 14:40:05 ID : 7BBs5QpQtxU
모종의 사정이 있어서 내가 10살때부터 오빠는 유학을 가게 됐어 여름방학때는 돌아왔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을 떨어져서 보내서 사실 오빠에 대해 막 가족애라던가 그런 감정은 별로 들지 않아. 그래도 오빠는 유학을 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한국에 있었으면 영원히 적응을 못할것 같았으니까. 좋게 말하면 영혼이 자유롭고 나쁘게 말하면 덤벙대고 앞날을 별로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그런사람이야. 반대급부로 내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어른스럽고 계획적이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면서 살게됐지만. 지금도 내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면 엄마랑 오빠를 먹여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름없음 2018/11/04 14:46:40 ID : 7BBs5QpQtxU
나는 교육열이 강하기로 전국에서 유명한 지역들중 하나에 살았는데 덕분에 초등학교때는 피아노, 발레, 영어, 수학, 중국어 같이 별에별 학원들 뺑뺑이 돌면서 살았어. 중학교때는 영재고 입시로 수학/과학 학원에 10시까지 갇혀서 선행 돌리면서 지냈고. 집에 엄마가 없으니 더 학원에 많이 등록해줬던것 같고 물론 학원 숙제들이나 셔틀시간 맞춰서 가는것들은 전부 알아서 해냈어. 한번은 그렇게 사는게 너무 힘들다고 엄마한테 말도 해봤지만 다 너한테 필요한거다, 다른애들도 다 그렇게 한다라는 말에 그냥 포기했던것 같아. 엄마는 내가 그렇게 혼자서 잘해낸다는걸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했는데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에 기대에 부응려고 힘들다는 소리도 별로 안하고 노력만 했던것같아. 지금 생각하면 미련한 짓이지만
이름없음 2018/11/04 14:51:34 ID : 7BBs5QpQtxU
물론 영재고 입시를 치룰때나 대학 입시를 치룰때 엄마는 학원비/등록금 이외에 일절 도와주지 않았어. 자기가 도와주지 않겠다고 말한게 아니라 내가 엄마가 바쁘단걸 알고 있고 입시 자료조사나 계획세우는것 같은것들은 그냥 혼자서 할수 있겠다 싶어서 그런거였어 결과적으로는 남들보다 2년저도 빠르게 꽤 괜찮은 공대에 들어오게 됐으니 잘된일이고 엄마도 친척들이나 친구들 만날때마다 나는 뭐든지 혼자서 잘 해내고 자기가 하나도 손도 안댔는데 알아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더라- 이런식으로 자랑하고 다니셔. 그런 엄마를 보고 나는 그저 웃을수 밖에 없지.
이름없음 2018/11/04 15:00:13 ID : 7BBs5QpQtxU
그런데 나는 그렇게 혼자서 어른스럽게 크고 싶지 않았어. 아직도 어렸을때만 생각하면 왜 그때 더 어리광부리지 않았을까, 그냥 눈치 없더라도 애처럼 하고싶은것들만 하고 조금이라도 어려우면 도와달라고 말했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상상을 수백번은 하고있어. 괜히 눈치만 빨라서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걸 알아채고 그걸또 그대로 부응할려고 죽어라고 노력했던게 바보같아. 그래놓고 힘들다고 밤에 혼자서 몰래 울기만 했어. 착한 아이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것 같지만 괜히 남이 힘들까봐 눈치를 볼바에야 나도 힘들다고 이렇게 사는걸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지 말아달라고 울면서 얘기하고 싶은 심정이야. 그래봤자 다음에 또 엄마가 전화하면 잘 지낸다고, 다 괜찮다고 웃으면서 말하고 끊겠지. 그냥 내가 너무 바보같고 미련해서 스레딕에라도 털어놓고 싶어서 와봤어.
이름없음 2018/11/05 14:46:01 ID : 864Y646ruoM
많이 힘들었겠다 음 진짜 사랑받고 인정받고 걱정덜어드리려고 너무 노력했네 아기였고 어린이였어도 나는 스레주가 객관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해 같은 지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다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더라구 결국엔 잘 된거니 다행이란 말은 아니야 니가 눈물과 땀으로 이룬 보답이니까 좋은 자식의 표본이라고 해도 이상하진 않겠지. 나도 착한아이로 자랐어 어찌저찌 취업도 했었구 결국엔 나는 마음이 덜 자란 가짜 어른이라서 사회인으로 살기엔 실격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져있어 우습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야 그래도 나는 너를 온전히 이해할순 없겠지 평생? 근데 이건 확실해 너는 좀 나빠져도 돼 나쁜것도 아니지 힘든건 힘들다 말하는게 뭐 나빠? 그때 니가 할수있었던게 어리광이 아닌 자립이었다면 지금은 좀 힘을 빼고 주위도 둘러보면서 너를 살필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니 곁에 오래있고 항상 함께할수 있는 사람은 자기자신이래 스스로 울음 삼키지마 답답할땐 이렇게 글도 쓰고 표현하며 살자. 고마워 얘기해줘서 조금은 힘든걸 내가 나눠갈게 그만큼 또 새살이 돋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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