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짝사랑한테 고백했다가 차였어.
되게 어릴 때부터 가족끼리 알던 친구였는데 내가 좀 이기적이었던 거 같아.
술먹고 나한테 안겨있고 손 잡고 얼굴도 만지고. 그 날 이후로 감정을 더는 못 참겠어서 망설이다가 말해버렸어.
마음속 한구석으로는 될거라고 생각했나봐. 분명히 친구 이상의 감정일거라고 혼자 착각했어.
그 애가 그러더라. 사귀었다가 헤어지면 어쩔거냐고. 나는 그래서 헤어질걸 걱정하고 사귀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했어.
그 애는 우리니까 걱정하는거라고. 해어지면 부모님들끼리도 어색해지지 않냐고 그리고 자기 눈에 나는 어릴 때부터 같이 여행다닌 정말 친한 사람으로 밖에 안 느껴진다고 했어.
만약에 우리가 평범하게 만났으면 달라졌을까. 그냥 평범하게 반친구 혹은 친구의 친구. 이렇게 만났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누웠는데 너가 사준 시계에서 나는 소리가 너무 커서 빼버렸어. 그런데도 귀에서 계속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너가 싫어해서 끊었던 담배는 다시 시작했는데 언제부터였는지 나도 그 연기가 싫어졌나봐. 하나를 다 못 피고 버렸어.
울면서 친구로라도 지내자고 붙잡은 새벽에. 오랜만에 엄청나게 울었어. 중학생 이후로 운 적이 없었는데. 그 날은 주변 눈치도 안 보이는지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배도 안 고파. 진짜 놀랄일이지 않냐. 나 맨날 배고프다는 말 입에 달고 살았잖아. 너랑 입맛도 맞아서 먹고 싶은거 말할 때 되게 즐거웠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 먹겠어.
난 여전히 너가 좋고 지금 당장이라도 전화하고 싶고 만나러 가고 싶고 옆에 있고 싶어.
그걸 아니까 넌 차갑게 굴겠지. 모든 걸 알면서도 난 붙잡고 있어.
그래도 괜찮아.
여전히 웃으면서 학교 다니고. 수업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고 술약속도 잡고. 운동도 안 빼먹고 갈거야.
그러니까 차갑게 굴더라도 친구로서라도 내 옆에만 그냥 지금까지처럼 옆에만 있어줘.
이제 그거로 만족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