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곧 내용이야. 연락 받은 거는 불과 이틀 전. 밤 중이라 할 것도 없고, 생각이 나서 이렇게 스레에 끄적끄적 거려볼까 생각해. 거의 소설같은 내용이겠지만.. 100퍼 다 실화니까 믿어줬으면.ㅠ
  • 며칠 전에 논란이 있던 스레때문에.. 좀 예민할 거 같아서 밝힐까 말까 고민하다가 진솔한 이야기가 좋을 듯 하여 밝혀. 2년 전 2016년에 나는 갓 20살이 된 갓 성인이 된 사람이었고, 재수생이었어. 상대는 나를 가르쳐주던 남자 선생님. 나랑은 나이차이가 몇 안 났었고, 미혼이었어. 애인도 없었고. 혹시나 오해의 여지가 있을까봐 밝히지만 공부할 당시에 그 사람과 나는 사귀지 않았어. 그 사람이 먼저 ' 지금은 네가 공부를 해야하고, 대학엘 들어가는 게 우선이야. 누굴 좋아하는 것도 좋지만 공부에만 오롯이 집중하길 바라. '라고 당시에는 선을 그었기 때문에...
  • 난 원래 현역 당시(그러니 2015년)에는 미대입시생이었어. 상위권 대학에 가고 싶었는데, 실전에선 실력이 약해지는 타입인데다가 그 해 수능도 말아먹어서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엘 갈 수가 없었어. 그래서 재수를 하게 됐는데, 부모님은 원래 내가 미대에 진학하는 걸 원하시지 않아하시던 분이었고 결정적으로 미대입시를 또 하자니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지잖아. 그래서 포기하고 일반 재수를 시작하게 됐어. 그게 16년 2월 초, 설날이 끝나고 얼마 안 됐을 무렵이고 그때 학원에서 그 사람을 만났어.
  • 학벌도 굉장한 선생님이었고, 첫만남부터 서로가 막 헬조선 드립치면서 장난쳤을 정도로 첫코드는 잘 맞았고 좋은 선생님인가 싶었지. 젊으신 분이었고, 다정하신 분 같았어. ...인 줄 알았는데 이 환상은 불과 재수 시작 3일만에 깨졌다. 사실은 진짜진짜 엄격하신 분이었고, 의외로 공과 사가 분명하던 사람이었으니..ㅋㅋㅋㅋㅋㅋㅋ
  • 나이 차이는 어떻게되?
  • 툭하면 난 혼나고, 30초만 지각해도 벌을 서게 하고, 쉬는 시간조차도 제대로 없고.., 공부한 시간도 제때제때 보고하게 하고 정말 엄격함의 대명사였어. 하지만 잘 해주실 땐 정말 잘 해주셨는데, 애들 배고플까봐 초코파이도 사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특히 내가 꾸벅꾸벅 졸고있으면 자기 담요까지 덮어주고 가고.. 암튼 그랬어.
  • >>5 당시 내가 20살, 선생님은 28살.
  • 그렇게 정신없이 공부하다보니 3월, 4월... 잘만 흘러갔어 시간은. 근데 점차점차 재수생활에 익숙해져서 피곤함을 줄어가는 나랑은 달리 쌤은 본인이 하시던 일도 잘 안 되시기 시작할 무렵이었고, 나날이 일에 찌들리다보니 힘들어하시는 게 눈에 보이더라. 그리고 나중에 알게된 건데 이때 당시 집안에서도 좀 큰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힘드셨다고 하더라고. 그러다보니 나도 은연중에 쌤에 대한 측은함, 동정심, 애틋함 이런 게 들었던 거 같다. 말도 더 잘 들으려고 노력을 했었고, 4월을 넘어서 스승의 날에는 케익하고 선물, 편지도 드리고..., 성적도 더 높이려고 했었고 아무튼 쌤께 부담도 덜어드리고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싶어서 정말정말 잘 해드렸던거 같다.
  • 사실 저 당시만해도 나는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고, 쌤에 대한 마음은 1g도 없었던 거 같아.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좋아했지만, 이성으로 좋아하고 그런 마음은 당시에는 없었어. 더군다나 쌤은 내 이상형하고도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아하는 마음은 생기지도 않을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스승의 날도 지나고.. 5월 중순으로 접어들 무렵이었나, 쌤의 태도가 묘하게 달라진 게 느껴지더라. 그전까진 차가울 때도 많았고, 강압적일 때도 많았고, 무서울 때도 많았는데 그때즈음에는 사람이 점점 나한테는 엄청 다정다감하게 변해가더라고. 공부때문에 힘들어서 울면 아무말 없이 저녁시간이 되면 밖에 데리고나가서 내가 일주일 전에 갖고 싶어했던 인형고리도 사주시고, 부모님과 다퉈서 힘들어하면 또 아무말 없이(?) 뭐 먹고싶냐고 물어보고 근처 편의점가서 사다가 주시고.. 그랬어.
  • 그러면서 더더욱 친해져가다가 5월 말로 접어들 무렵 쌤이 자기 동료쌤 시켜서 다른 애들보다 나만 더더욱 딴짓하나, 졸고있나 감시하고, 더 공부시키려고 하고 어떻게든 더더더더더 좋은 대학 보내려고 논술 주구장창 쓰게하고... 이상할 정도로 내가 더 잘되게 도와주려고 했고 그랬어.
  • 그러다가 감시하던 쌤하고 좀 갈등(?)이 터져서 내가 직접 쌤이 타지에 애들 가르치러 가기 전에 말했어. 왜 자꾸 나만 감시하고 그러냐고. 내가 딴 짓 안 하는데도 자꾸 쌤이 그러시는 바람에 쌤 한 분하고 약간 갈등 생겼으니, 웬만해선 감시좀 자제해달라고.. 하니까 그때 대답이 " 너 말고도 다른 애들도 다 그렇게 감시하는걸? " 이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 아니잖아요.ㅠㅠ 딴 애들은 그렇게까지 감시 안 하면서! " 이러니까 그제서야 " 좋아하니까. " 이렇게만 대답하더라고. 지금도 가끔 그 말만 떠오르면 조금 궁금하긴 해. 쌤은 그 당시 나를 학생으로서 좋아한다고 했던걸까, 아니면.. 그때 당시에도 나에게 어느정도 마음이 있던걸까 하고.
  • 무튼 그렇게 5월도 지나 6월 6일 현충일날에도 학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그 날은 아무래도 공휴일이라 좀 더 일찍 마쳤는데 마치기 전에 쌤이 그러더라고. "학생이 좀 더 공부해도 모자를 마당인데." 이런식으로. 그 말에 왜인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화가났고 나도 모르게 쌤한테 "아 학생,학생.. 자꾸 학생이래." 이래버렸어 ㅋㅋㅋ ㅜ... 그러니까 쌤이 그때 잠깐 침묵하다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 "근데 레주야, 우리가 더 이상 선생과 학생으로 안 만나려면 일단 너가 공부를 해서 대학에 들어간 후에 내년에 모든 상황이 끝난 후에 밖에서 성인 대 성인으로 만나는 수 밖에 없어. " 라고. 그래서 내가 " 그럼 저 지금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서 내년에 밖에서 쌤 만나면 저 그땐 학생으로 안 볼거에요?" 라고 하니까 " 응 그땐 너 학생으로 안 봐. " 라고 대답하시더라고.
  • 그때부터였을까. 그때 선생님께 마음이 생겼던거 같아.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었고 어느샌가보니 쌤을 좋아하고 있던 나를 자각하게 되더라고. 그 이후로는 남은 9월 모평을 위해서 죽어라 공부했어. 성적을 올려서 좋은 대학엘 가려고. 거의 공부만 했던 거 같고..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내 생애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해본 적도 그때가 처음이었던 거 같아. 그래서 중간중간 보는 시험에서도 성적이 올랐고, 모의논술도 거의 A 이렇게 받고 그랬어.
  • 그러는 도중에 계속 같이 밥먹으러 가고 하루는 식당에서 밥 먹기 전에 내가 "제가 내년에 대학가고 살 빼고 꾸미고 그러고 다니면 쌤 나한테 반할걸요~" 이런식으로 말했는데 그때 대답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다." 라고 했던가.. 그 외에도 저녁시간때마다 내가 목표한 공부량을 다 마치면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그랬어. 그러고 또 내가 머리쓰다듬어 달라고 하면 머리도 잘 쓰다듬어주고 그리고 또 내가 병원가야 하는데 공부해야 한다고 못 가게 하려고 차갑게 말하고 그래서 너무 속상해서 울고 있으니까 내가 공부하는 데 와서 데리고 나와서 " 내가 미안해. 너 서운하게 해서 미안해. 많이 아픈데 힘들지? 얼른 병원 갔다오고. " 이렇게 달래면서 손 잡아달라고 손 내밀고 그러고...
  • 그러고 9월까지 잘 지내고.. 9월 모의고사 성적도 굉장히 올랐을 때 내가 쌤한테 " 아 저 이대로 대학가면 인기 많을텐데 어쩌죠~ " 이렇게 또 깐죽거리면서 장난쳤는데, " 그러게 말이다 걱정이다. 그래도 대학은 가야지. 얼른 공부해. " 이러고 그러다가 결국 9월 말에 쌤 집안 일도 망하고, 하던 일도 잘 안 돼서 빚도 엄청 지고 학원과 여길 떠나게 됐어. 정리하기 3일 전에 나하고 진중하게 대화를 했는데, 그때 했던 말이 " 나 너 덕분에 힘든 시기에도 행복했고, 너가 잘 되기를 더 바랐으니까 그렇게 힘들어도 너 생각하면 힘이 났어. 그리고 이런 나에게 항상 열심히 산다고 인정해주고 생각해줘서 고마웠어. 죽을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항상 의욕적이고 밝은데다가 내 인생에서 유일한 빛이 너였으니까 죽는 거 보다 너를 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고맙고, 나중에 우리 둘 다 잘 돼서 서울에서 봤으면 해."
  • 대략 기억에 나는 건 저 말이었고 저러고 3일 후.. 대략 10월 1일이었나, 2일이었나 그랬는데 그때 그 사람은 서울로 떠난 후 나는 마지막 수능을 끝까지 준비해갔어. 그러고나서 나중에 수능을 치기 하루 전 날에 연락이 닿았는데 그때 하는 말이 " 일단 수능 잘 쳐야돼. 너가 잘 돼야지. " 이러던데.. 지금도 생각나는 게 목소리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더라고. 근데 여자의 감(촉)이라는 게 있잖아? 뭔가 촉이 좋지 않았어. 그래서 여러번 계속 "수능 끝나고나면 연락할거죠?" 물었는데 본인은 계속 그러니까 걱정말라고 했었어. 그러고 수능을 쳤는데, 결론적으로 그 해 수능은 잘 치지 못 했고 그래서 논술만 준비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수능 끝난 당일날 밤에 전화를 거니까 "..일단 문자로 말할게." 이러더라고. 그러고나서 첫 번째 문자가 도착했었어. " 레주야. 선생님이야. " 그러고 3분 후에 두 번째 문자도 도착했었는데, " 그동안 고생많았지? 연락 잘 못받았어서 미안했고. " 이러고 얼마있지 않아서 마지막 문자도 도착했어. " 레주야. 사실 그동안 너무 많이 힘들었어서, 그동안의 기억을 잊고있는 중이야. 너한테 정말 미안하지만 앞으로는 연락 그만해주기를 부탁할게. 잘 됐으면 좋겠고, 행복해지길 바랄게. "
  • 그러고나서 나는 믿었던, 가족같은 사람에게 크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열받기도 하다가, 보고싶기도 하다가, 미워하기도 하다가, 그러다가 또 좋아하기도 하다가... 거의 멍하니 살아갔어. 수능 끝나고, 성적도 망했는데 매사 목표고 의욕도 없고 이런 내가 뭘 하지? 할 정도로 자존감도 떨어졌고 멍하니 있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나오고. 낮에는 피시방, 저녁에는 술.. 그렇게 폐인같아 살아가다가 살도 30kg 가까이나 불고, 몰골도 꼴이 아니고.. 그러다가, 삼수하기 한 달 전에 지금도 절친처럼 지내고 있는 친구랑, 그 친구랑 나를 가르쳐주셨던 은사님 도움으로 겨우겨우 정신차리고 다시 내 인생으로 돌아가려고 결심했었어.
  • 작년(17년) 3월부터 삼수를 시작했고, 4월 초에는 내년에는 어디에든 대학에 들어가게 될텐데 살을 깔끔하게 빼고 멋진 모습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이어트도 결심하게 됐어. 그 이후로는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 정도를 계속 집 뒤 공원에서 뛰면서 조깅하고, 학원도 1시간 30분 거리인게 걸어서 등원하고, 밥도 아침만 먹고 점심 저녁은 군것질조차도 안 하고, 돌아올 때도 그 거리를 걸어서 하원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자기 전 2시간 정도 계속 조깅하고 운동하고 하다보니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라고. 그러다가 그 해 수능을 봤는데 꽤 잘 나와서 괜찮은 대학에 진학하고, 그러고 작년 12월 무렵이 됐을 때는 살도 거의 다 빠져있어서 40kg 정도 빼고 화장하고 옷도 예쁜 것도 많이사고.. 그러다가 대학엘 들어가고 올해 나 좋아해주는 사람도 생기고, 올 6월에는 누군가와 연애를 해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10월 초쯤에 깨졌긴 하지만... 아무튼 대학생다운 일상을 누렸지.
  • 그러고 이번 주 금요일에 고향에 와서 그 사람 친구였던 선생님을 만났어. 그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2년간 못 잊었던 그 쌤 이야기를 하시더라. (편의상 그 쌤을 'ㅇ쌤'이라고 할게.) " ㅇ쌤이 너가 전남친하고 헤어져서 연락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에 이 동네 오셨어. 그때 너를 그렇게 혼자 두고 떠나버려서 정말정말 미안하다고 하던데.. 나는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미안해하더라고. 그리고 너하고 나하고 연락하고 지낸다는 걸 알고있잖아. 나한테 묻더라고. 너하고 요즘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냐고하면서.. 그래서 요즘도 연락하고 지낸다고 하고, 레주는 정말 잘 지내고 있다고 하니까 약간 착잡해하는 거 같긴 하던데 아 그렇냐고.. 계속 그러기만 하시더라. " 라면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
  • 그러고 또 하시는 말씀이 " 아 글고 이건 좀 신기하던데 ㅋㅋㅋ ㅇ쌤도 나한테 거의 2년만에 연락온거였거든? 근데 너도 그랬잖아 근데 두 사람한테 같은 날 거의 동시에 카톡이 오길레 좀 놀랐지 "
  • 그러고 그 다음 날 저녁, 그러니까 불과 지금으로부터 몇 시간 전이었나. 갑자기 내 휴대폰에서 전화진동 소리가 울리더라고. 초저녁부터 피곤해서 계속 자고 있었는데, 뭔가해서 보니까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던 번호가 딱 찍혀있더라고. 전화를 받아보니까 역시나 그 사람, ㅇ쌤이었어. 2시간 가량 전화를 했는데 나중에 알게 된거지만 내가 이번 주에 만났다는 그 동료쌤한테 내 전화번호를 받아서 전화를 한거라고 하더라. 전화를 2시간 정도가량 했는데 다른 건 모르겠고 기억나는 건 그거뿐이었어. " 내가 그때 그렇게 너한테 상처입혔던 거하고 두고 떠나서 미안했어. 그리고 그때 최악의 상황이었고, 별볼일 없는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믿어주고 아껴주고 좋아해줘서 고마웠다. " 뭐 이런 말을 했던거 같은데 그냥 나도, " 저는 지금 충분히 잘 지내고 있고, 행복하고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어서 즐거워요. 그러니까 이제 저한테 미안해하거나 죄책감 그만 가지셨음 좋겠어요. 앞으로 더더더욱 잘 되고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저야말로 고마웠어요. " 대충 저렇게 대답하고 3분 정도간 침묵이 흘렀는데 아무도 끊을 생각을 안 하는 거 같아서 그냥 내가 먼저끊는다하고 끊었어.
  •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정말 잊을만하면 연락온다는 말이.. 실감이 나더라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지금은 별 생각이 없어. 내가 20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 그리고 추레한 내 그대로의 모습을 아껴줬던 사람, 마지막이 그렇기는 했지만 끝까지 나에게 미안해할 줄 알았던 사람.. 그런 사람이었으니 이젠 정말 다 잊고, 마음 비우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어.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준 레더가 있다면 정말정말 고맙고, 다들 힘든 사랑 잘 됐으면 좋겠고, 행복한 사랑들 했으면 해 :)
  • ㅠㅠ 사랑에는 타이밍이라는 말이 맞나봐 그렇게 좋아했었다면서 2년만에 다시 연락해서 안부만 묻고 마는구나............ 스레주도 행복해 ^0^
  • >>23 나 레주인데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웡 !! ㅎㅎ 근데.. 뭐 다시 연락와서 안부만 묻고 그래도.. 저 사람이 떠나기기 전에 했던 말이 있었거든. 어떻게 널 잊겠냐고, 못 잊을거라고. 그랬는데 저렇게 연락이 왔다는 건 나를 잊지 않곤 살고 있었단거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해.ㅎㅎ 내 행복을 빌어줘서 고맙고, 레더도 행복하길 바라~!! :)
  • 안녕, 나 스레주야! 실은 음... 이 스레에 다시 온 게, 짧지만 내가 들었던 2년 전에 그렇게 손절 당하고 난 이후 선생님의 근황들을.. 그냥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어서야 ㅎㅎ
  • 원래 쌤은... 자동차같은 탈 것들을 많이 좋아하셨어. 그래서 2년 전 수능 이후로 정처없이 취업이고 뭐고 부질없다 생각을 하고 떠돌아다니기만 하셨다더라고. 원래 역마살 낀 사람 마냥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긴 했으니까. 그래서 막 미친듯이 차든, 오도바이든 친구나 지인들 거를 빌려가면서까지 미친듯이 돌아다녔대. 발길 닿는 곳 족족. 그러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집을 수리해주기도 하고, 애들 공부를 그냥 가르쳐주기도 하고.. 뭐 그러면서 한량처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그렇게 하고싶은 대로 살았대.
  • 그러다가 해가 바뀌어서 17년이 되었고, 그 해에는 아무래도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아서 한량 생활은 그만두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더라. 근데 자기가 명문대 출신이고, 과거에 어땠었고 이런 걸 다 떠나서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으셨대. 그래서 처음부터 꾸준히 뭔갈 하기 시작하신거야. 경험도 쌓으실 겸. 공사판에서도 일해보고, 라면가게에서도 일해보고, 그냥 고향에서 무료로 애들을 가르쳐보기도 하고... 그렇게 무언갈 미친듯이 하면서 살아오셨다더라고. 그걸 해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 자체에 보람을 느끼셨다고 그러더라.
  • 물론 그렇게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작년 하반기에 이래저래 이력서도 넣어봤지만 줄줄이 다 탈락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그래서 작년 겨울에는 그냥 원래 하던 것 처럼 소일거리들을 하시면서 여행도 다니시고, 그렇게 또 돌아다니시면서 살아가셨대.
  • 그러다가 올 초에 운이 좋게도 좋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셨고, 그 이후로는 나름 본인이 만족하는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시고 계신다더라고. 그렇게 살아오다가, 2년 전에 역에서 본인이 잘 되면 나한테 꼭 연락하기로 했었던 약속이 자꾸자꾸 생각이 났대. 그래서 그 약속을 이제와서 지킬 수 있을까, 줄창 고민을 하시다가.. 본인 마음이 지키고 싶다는 쪽으로 가기도 했고 한번이라도 더 그렇게라도 닿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 짧은 후일담은 여기까지야! 지금까지 들어준 레스주들이 있다면 정말 고마워. 좀 웃기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난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다시 일어서서 스스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을 내가 사랑했었다는 거 자체가 너무 자랑스러워. 그리고 저렇게 강하고, 스스로 일어날 줄 아는 사람한테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 자존감의 원동력이 될 거 같고. 짧지만 소소한 이야기들 들어줘서 너무 고맙고, 오늘 하루도 힘내고, 수능을 앞둔 레스주들이 있으면 수능 대박나자 아자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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