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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vvfTU1DxO9 2018/11/13 18:29:13 ID : 03A2K4Za01g
쓰기 전에 말하자면, 엄밀히 말하면 창작소설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제목은 ㅅㄹㄷㅈ시절 앵커판에 있던 동명의 제목의 스레를 소설화해서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그걸 왜 여기다 쓰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간단하다. 글을 남기고 싶어서다. ㅅㄹㄷㅈ가 갑자기 폭파되는 바람에 백업도 하지 못하고 그저 기억속에만 남아있게 된 스레다. 나 혼자 만든게 아니고 많은 레더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해갔던 그런 스레다. 그런 것들이 담긴 스레인데 백업본 하나 없어서 스레주였던 내 기억속에서도 점점 옅어져가고 있다. 그래서 완전히 잊어버리기 전에 어떻게든 그 흔적을 남기고 보관하려는 일종의 발버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거에 대하여 비판을 한다해도 그건 내가 감수해야될 일이다. 어쩌면 내가 쓸데없는 일을 하나 더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관련 기억이 완벽하게 사라지기 전에 글로 남기고 그것을 보관하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다. 스레주의 기억 및 얼마 안 되는 관련 자료(설정 같은)들로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기에 그 당시와 다른 전개로 흐르거나 설정오류가 날 수도 있다. 혹시라도 이 스레를 보게되는 레더들 중에 그런 것을 잡아내는 레더가 있다면 나는 몸둘바를 모르고 숨어들어가야할지도 모른다. 일단 이미 한 번 결말이 났던 스레이기에 아마 같은 결말로 끝낼 예정이며, 하루 10레스정도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분 좋거나 하면 더 쓸 수 도 있는거고. 그러면 2레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도록 하겠다.
이름없음 2019/07/29 22:06:20 ID : 9s4NvvjAqrB
스레더즈 당시 마왕성스레 그거구나
◆XvvfTU1DxO9 2019/07/29 22:10:50 ID : 03A2K4Za01g
맞아. 백업파일이 없어서 다시 기억해내면서 쓰고 있어. 하지만 그때만큼의 재미와 필력이 나오질 않으니 원.....
◆XvvfTU1DxO9 2019/08/04 20:23:38 ID : 03A2K4Za01g
그 때 캔디의 눈에 누군가의 얼굴이 들어왔다. 잠깐이었지만 캔디는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다. "당신은!" 캔디의 목소리에 그는 화들짝 놀라더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캔디는 매우 빨랐고, 이온은 더 빨랐다. 어느샌가 이온이 그 앞에 서더니 그대로 패대기쳐버렸다. 그 사람이 겨우 몸을 일으키려는 시점에는 캔디가 가속의 칼날을 그에게 겨누고 있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는거죠?" "크으으으........" 그, 뽀삐는 대답대신 분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신음을 냈다. 이온은 차가운 눈초리로 뽀삐를 노려보았다. "설마 그 이후부터 우리를 미행이라도 한건가요? 아니면 우연히 여기로 굴러들어왔다가 캔디님을 보고 누명을 씌운건가요? 어느쪽이든 짜증나네요. 당신." 이온은 그렇게 말한 후 캔디를 보며 생긋 웃었다. "캔디님, 이 자가 다시는 추격하지 못하게 먼 곳에 버려두고 오겠습니다." "어떻게 하려고요?" "안심하시길. 죽이려는게 아니니까요." 이온은 그 말을 남기고 뽀삐의 목덜미를 잡은채로 텔레포트로 사라져버렸다.
◆XvvfTU1DxO9 2019/08/11 20:40:20 ID : 03A2K4Za01g
두 사람이 모습을 다시 드러낸 곳은 황량한 느낌의 땅이었다. 이온은 뽀삐를 내팽개치듯 던져버리고 살의를 가진 눈빛을 지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을 지금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지만, 괜히 캔디님의 명성에 누가 될 수 있으니 그렇게 하진 않겠어요. 어디 알아서 잘 살아보시길." 그 말을 남기고 이온은 다시 모습을 감췄다. 홀로 남은 뽀삐는 일단은 살았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법사........ 저깟게....... 일단 여기는 어딘거지?" 그 때 뽀삐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것을 본 뽀삐는 겁에 질렸고,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어딘지 모르는 곳을 향해. "돌아왔습니다. 캔디님." "어디에 갔다 온거에요? 이온?" "보통 인간이라면 오기 힘든 곳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이온, 설마 너......." "가속님은 이미 짐작하신 모양입니다만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온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말에 캔디는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대신 캔디의 머릿속엔 엘프들을 찾아야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XvvfTU1DxO9 2019/08/21 15:41:36 ID : 03A2K4Za01g
-7 빛나는 손을 가진 엘프 그날 저녁, 노테른 가문에서의 일을 모두 해결하고 덤으로 배상까지 받아낸 캔디 일행은 엘프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쪽 암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일단 암시장에 가기는 가야하는데....... 거기에 갔는데 허탕이면 어쩌죠?" "그렇다면 그 다크엘프를 다시 찾아가야겠죠. 강압적으로 나서서. 하지만 거짓말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응? 어째서? 마법사? 무슨 생각인데?" 가속의 재촉에 이온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왜냐하면 엘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자가 다크엘프이기 때문입니다. 다크엘프와 엘프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런만큼 엘프를 속여넘겼다는 일은 다크엘프에게는 크나큰 자랑거리나 마찬가지. 그걸 아무것도 모르는 외부인한테 거짓말로 자랑할 이유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카인의 발걸음>을 쓰면서까지 칠 거짓말은 더더욱 아니고 말이죠." "만약..... 그것까지 감안한 거짓말이라면?" "그 때는 가속님이 알아서 해줄거라 믿고 있습니다." "우와, 너 정말 태연하게 나한테 떠넘기는구나." 이온의 떠넘기기에 가속은 황당해했다. 캔디는 피식 웃고는 두 사람에게 이불을 꺼내줬다. "내일 아침에 출발하도록 하죠. 그러면 일찍 일어나야하니까 오늘은 여기서 그만하고 자는걸로. 그리고 집에 못질도 다시 해야해서." "캔디, 너 집에 못질하는거 은근히 좋아한다?" "네가 우리 부모님 자식이었다면 나랑 똑같이 그랬을걸?" 캔디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곧 캔디는 잠이 들었다.
◆XvvfTU1DxO9 2019/08/21 15:52:52 ID : 03A2K4Za01g
다음날, 아침 일찍 길을 나선 캔디 일행은 순조롭게 암시장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근데 암시장이면 원래 가는 길이나 가는 시간대가 복잡하고 그래야되는거 아냐?" "뭐 원래는 그렇지. 하지만 이 암시장은 조금 달라. 그냥 어두운데다 오기 힘들어서 암시장이라 불리는 거니까." "엑? 캔디, 거짓말은 하면 못 써." "내가 너한테 거짓말해서 뭘 얻는다고." 캔디의 말마따나 지금 캔디 일행이 향하는 암시장은 다른 암시장과는 조금 달랐다. 일단 마왕성이 위치한 미드크로스와 인접한 곳이며, 마수, 마물들과 마계식물들이 내뿜는 마기에 땅과 대기가 어둡게 침식된 곳이다. 마기에 오래 접하게 되면 마족처럼 변하게 되므로 일반인들은 이 암시장에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고, 마기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 혹은 일부 마족이나 종족들만이 올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마기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은 아니고, 그런 사람들이 시장에서 평범한 걸 살리는 없으니 자연스럽게 암시장처럼 변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엘프들이라면 그 마기에 대항할 수 있으니까...... 물론 오래 있으면 그들이 혐오하는 다크엘프처럼 변해가겠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존심 강한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그 전에 엘프들을 찾아야겠네요. 괜히 죄책감 가지고 싶진 않으니까." 캔디는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XvvfTU1DxO9 2019/08/21 16:08:14 ID : 03A2K4Za01g
아침 일찍 서둘렀던 덕분인지 해가 슬슬 저물쯤에 캔디 일행은 암시장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특유의 어두컴텀한 분위기가 캔디 일행을 반겼다. "음, 여기 좋은데?" "뭐가 좋아. 난 빨리 나가고 싶거든." 캔디가 퉁명스럽게 가속에게 대꾸했다. 그 때 누군가가 캔디 일행을 향해 달려왔다. 그것도 아주 크게 팔을 흔들면서. "이~~~오오온~~~니이이임!" "하....... 저 머저리......." 평소답지 않게 이온이 머리를 짚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대는 달려오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서로 얼굴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거리까지 좁혀졌을 때 이온이 지팡이를 그에게 가리켰다. "거기 스톱. 쓸데없이 더 다가오면 각오해." "네! 위대한 이온님! 저 사가튼이 기다렸습니다!" "난 그쪽보고 기다리라고 한 적 없어. 애초에 뭘 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저기 이온? 누구에요?" 캔디의 질문에 이온은 언제그랬냐는 듯 찡그린 표정을 지우고 미소짓는 얼굴로 대답했다. "별거 아니랍니다. 그럼 가실까요?" "이온님! 충성스런 부하인 이 사가튼이 모시겠습니다! 거기 떨거지들은 알아서 따라와!" 그 때 사가튼의 목에 이온의 지팡이가 겨눠졌다. 이온이 지팡이에 마법을 건 것인지, 날카로운 날이 달려있었다. 이온의 표정은 너무나도 살기가 짙게 깔려있어서 당장이라도 사가튼의 목을 날려버릴것 같았다. "부탁인데 좀 꺼져줄래요? 한마디만 더 캔디님한테 막말했다가는 그 때는 정말 죽여버릴테니까. 어디가서 내 부하라는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 좀 하지말고." "하지만......" "농담이 아닌데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듣지?" 이온이 살짝 지팡이를 움직이자 사가튼의 목이 살짝 베이면서 피가 흘렀다. 사가튼은 부리나케 고개를 조아리고는 재빨리 사라졌다. "이온? 대체 누구........" "모르셔도 됩니다. 아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지나가던 멍청이에요." 이온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더 이상의 질문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캔디는 입을 다물고 암시장 안 쪽으로 걸어들어갔다.
◆XvvfTU1DxO9 2019/09/01 19:37:59 ID : 03A2K4Za01g
암시장 안쪽은 시끄러웠다. 많은 이들이 서로 각자 팔 물건들을 깔아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캔디는 그들 중에서 키가 크고 귀가 길쭉한 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들이 눈에 들어왔다. 별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는게 그것은 그들의 숫자가 수백명이 넘었기 때문이었다. 캔디는 당당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거기 엘프들!" "뭐냐? 인간?" "거기서 대체 뭐하는 겁니까?" "보면 모르나. 우리는 이 파인애플을 팔고 있다. 지식과 지혜의 열매인 이것을 말이다." 엘프의 입에서 나온거라고 믿기 힘든 대답이었다. 캔디는 눈을 비비고 그들이 꺼내놓은 물건을 보았다. 과연 그들이 내놓은 물건은 전부 파인애플들이었다. "파인애플을 대체 왜 파는거에요? 고향까지 버리고는?" "어리석은 인간. 이걸 팔아야 우리가 부흥할 수 있단 말이다! 다크 엘프들이 이걸로 부흥했다지? 놈은 그것을 거짓말로 숨기려고 했다만 우리는 속지 않았다." 중년으로 보이는 엘프가 그렇게 대답했다. 그가 말하는 다크엘프는 아벨을 말하는 것으로 보였다. 캔디는 한숨을 내쉬었다. "죄송한데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아니 그 이전에 당신들 고향이 이미 죽어버렸다고요." "아까부터 계속 무슨 소리냐? 인간? 혹시 다크엘프들의 앞잡이인거냐?" "제 말 좀 들어줄래요? 좀? 당신들이 살던 숲이 이미 다 죽었다니까요." "자꾸 헛소리를 하는거보니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군!" 엘프들 중에서 성질이 급해보이는 엘프 하나가 튀어나와서 캔디에게 검을 겨누었다. 캔디는 곧바로 가속을 잡았다.
◆XvvfTU1DxO9 2019/09/01 19:59:25 ID : 03A2K4Za01g
"그 입을 영원히 다물게 해주마!" 다짜고짜 엘프가 캔디에게 칼을 찔러 들어왔다. 캔디는 그것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가속을 휘둘러 받아쳐냈다. "나이스! 캔디! 역시 가르친 보람이 있어!" "안 막으면 죽는데 무조건 막아야지. 어쨌거나 잘 됐네." 가속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캔디는 다음 공격을 대비했다. 한편 엘프는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내 검을 막다니, 인간답지 않은 실력이군?" "그런 정도의 검은 누구나 막을 수 있거든? 바보 엘프." "너는 이 와중에도 입을 안 쉬는구나........" 캔디는 그렇게 가속에게 딴지를 건후 이번엔 먼저 파고 들어갔다. 캔디가 갑작스럽게 공세로 전환하자 엘프는 검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고 그대로 캔디가 엘프의 검을 날려버렸다. "이제 제 말을 좀 들어주시겠어요?" "큭........" 아까 캔디에게 어리석다고 말한 엘프가 검을 놓친 엘프 앞으로 나왔다. 아무리 봐도 그가 대표인 것 같았다. "대체 우리 고향이 죽었다는게 무슨 말이지?" "그게......." "거기서부터는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캔디님." 그때까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이온이 앞으로 나섰다. 아무래도 마법과 관련한 일이었기에 마법사인 이온이 설명을 더 잘할거라 생각한 캔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 물러섰다. "캔디님의 말 그대로입니다. 여러분의 고향은 완전히 죽어버렸어요. 최악의 마법, <카인의 발걸음>에 의해서. 엘프 여러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죠. 옛부터 전해져오는 고대 마법이기도 하니까." 그 말을 들은 엘프들의 표정은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개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고향이 그렇게 되었다고?" "네. 애석하게도 말이죠. 기껏 정착한 고향이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당신들이 여기에 있는 동안." 이온의 말에 이젠 아예 크게 소리내어 우는 엘프까지 보였다. 엘프들에게 고향을 잃는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슬픈 일이었으니까. 엘프들은 자존심은 강하면서 숫자는 많지 않고,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종족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종족에게 배척받는 경우가 많았고 배척받으면서 이리저리 떠돌던 엘프들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살게 되었다. 캔디가 들렀던 엘프의 숲이 그렇게 뭉친 엘프들의 고향이었다. 그들에게 고향은 자신들의 근원이자 휴식터이면서 동시에 자부심이었다. 그런 고향이 죽어버렸으니 엘프들의 자존심은 완벽하게 깨져버린거나 다름 없었고 이는 자부심 강한 그들에게는 최대의 치욕이었다. 고향이 사라져버렸으니 엘프들은 다시 떠돌이 생활을 해야될 판이었다. 새로운 고향을 찾아서 정착하기 전까지는. "대체 우리는 뭘 위해서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던거란 말인가........" 중년 엘프가 비통한 탄식을 내뱉었다. 캔디는 같이 안타까워하다가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이온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온은 캔디의 귓속말을 듣더니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XvvfTU1DxO9 2019/09/01 20:19:57 ID : 03A2K4Za01g
"좋은 선택지 하나를 드릴까 하는데 좀 들어주시겠어요?" "선택지?" "캔디님께서 자신의 고향에 머무르면 어떻냐고 제안하셨습니다. 나름 괜찮은 곳이긴하죠. 숲이니까." "숲이라......" "닥쳐라! 우리가 인간이 추천한 숲따위에서 살 것 같나!" 캔디와 싸웠던 엘프가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중년 엘프는 달랐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뭐라고 더 말하려하는 엘프를 제지하고 입을 열었다. "그곳의 공간은 우리가 살만큼 큰가?" "적어도 지금 여기 보이는 엘프들은 다 살 수 있을 것 같네요. 계곡도 있어서 물도 얻기 쉬울거고." 캔디의 설명에 중년 엘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분명 긍정의 표시였다. "알겠네. 일단 그리로 가보도록 하지. 그곳이 임시로 머물 곳이 될지, 새로운 고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봐서 나쁠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네. 길만 정확히 알려주면 우리가 알아서 가도록 하지." "네. 어떻게 가냐면........" 캔디는 중년 엘프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이야기를 마친 후 중년 엘프의 표정엔 근심은 사라져있었다. "그대, 캔디라고 했던가? 처음에 그렇게 대접해서 미안하군. 하지만 은혜는 잊지 않겠네. 그대는 우리의 은인이니 언제라도 와주게. 대접하도록 하지. 그리고........" 중년 엘프 뒤에서 어린 엘프가 나타났다. 외모로 볼 때 인간나이로 10살쯤 되어보이는 엘프였다. "내 아들을 그대들에게 맡기고 싶네만." "......갑자기 무슨 말인가요? 여긴 탁아소가 아닙니다." "허허, 그냥 무턱대고 맡기는게 아니라네. 이 아이는 자기 앞가림을 할 줄 알아. 그리고 이 아이가 자네들을 선택했지. 자기가 스스로 나선만큼 자네들에게 도움이 될 걸세. 이 아이가 자네들과 같이 다닌 후에 우리에게 돌아온다면 우리에게도 큰 복이야."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 아이의 운명이겠지.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나나 이 아이나 각오는 하고 있다네." 캔디는 어린 엘프를 바라보았다. 엘프는 입을 다물고 캔디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져 있었다.
◆XvvfTU1DxO9 2019/09/01 20:57:47 ID : 03A2K4Za01g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캔디님?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을거에요. 그리고 동료 하나 더 있으면 더 재밌지 않겠어요?" 캔디는 씩 웃어보였다. 이온은 얼굴을 붉히고는 헛기침을 하고는 대답했다. "흠흠, 알겠습니다. 캔디님이 그렇게 말하시니 더는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됐고...... 이름이 뭐야?" 캔디가 어린 엘프에게 물었다. "문크리스탈파워." "........뭐?" "와! 좋은 건 다 때려박은 이름이네!" ".......엘프들은 이름 지을 때 보통 괜찮다 싶은 말들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런 이름일거라곤 생각도 못했네요." 뭔가 엘프들의 이미지가 망가지는 듯한 이름에 캔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음, 네 이름이 너무 길어서 그런데 크리파라고 불러도 될까?" 캔디의 말에 어린 엘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캔디는 다시 씩 웃었다. "좋아. 그러면 여기 일도 잘 해결된 것 같으니 다시 전진해야겠네요. 이온, 다음엔 어디로 가야 될까요?" "캔디님의 성장을 위해서는 붉은 덩굴 계곡으로 가는게 나을 듯 싶습니다. 위험도도 그렇게 높지 않고 말이죠."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요." 캔디는 별다른 말없이 이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XvvfTU1DxO9 2019/09/08 19:15:56 ID : 03A2K4Za01g
8. 하늘을 달리는 단검의 암살자 크리파가 합류한 캔디 일행은 암시장에서 나왔다. 이미 밖은 어두워져있었고, 주변에 머무를만한 숙소가 없던 터라 하는 수 없이 밖에서 야영을 해야했다. 그래서 캔디 일행은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저기 숲 입구 부근이 괜찮을 것 같은데....... 숲 입구면 몬스터가 습격할 가능성도 적고, 습격한다 해도 도망치기도 좋고." "캔디가 그런거면 그런거지! 나는 찬성!" "저도 동의합니다. 크리파? 당신은?" "나도 동의. 입구가 위험한 경우는 거의 없어." 그렇게 만장일치로 캔디가 찾은 곳에서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캔디 일행이 야영을 위해 준비를 하는데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이 냄새는....... 고구마다!" "음? 무슨 소리야? 가속?" "고구마야! 군고구마! 캔디! 먹으러 가자!" "아니, 무슨 검이 갑자기 뭘 먹는다고 그래......." 캔디가 핀잔을 주거나 말거나 가속은 캔디를 채근했다. 하는 수 없이 캔디가 가속과 함께 냄새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냄새의 근원지에는 모닥불과 그 모닥불에서 맛있게 구워지는 중인 고구마가 있었다. "캔디! 얼른 먹어봐! 나도 먹을거야!" "네가 어떻게 먹는다는건데." "이렇게!" 가속의 검신 중앙에 박힌 검은 빛 보석에서 빛이 나더니 눈 앞에 있던 고구마 한개가 사라졌다. 캔디는 놀란 눈으로 가속을 보았다. "맛있어~~ 정말 놀라운 맛이야!" "아니 나는 검이 고구마를 먹는다는게 더 놀라운데...... 그보다 이거 주인 있는 거 아니야?" 그 때였다. 캔디에게 3개의 비수가 날아들었다. 캔디는 재빨리 가속을 휘둘렀다. 비수 2개는 쳐내는데 성공했지만 다른 하나는 미처 쳐내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히도 그 비수는 캔디의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XvvfTU1DxO9 2019/09/09 20:21:07 ID : 03A2K4Za01g
"누구냐!" 캔디가 뒤를 돌아보았다. 한 청년이 씩씩대며 캔디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 고구마를 훔치려고 하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아니 전 안 먹었는데요." "에헴! 내가 먹었지!" "뭐라고 떠드는거냐! 이 자식!" 청년은 살기등등한 기세로 캔디에게 다가갔다. 캔디는 그 기세에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때 소리를 듣고 달려온 이온과 크리파가 곧바로 캔디에게 합류하면서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었다. "캔디님을 겁도 없이 노리다니. 당신 죽고 싶은거군요?" "내 고구마를 겁도 없이........" "고구마? 설마 고구마 때문에 캔디님을 죽이려고 하는건가요? 그러면 그 고구마들을 사도록 하죠. 그러면 당신도 불만 없을테죠?" 그렇게 말하면서 이온은 보석 하나를 청년에게 던졌다. 청년의 눈이 휘둥그레 떠지더니 보석을 얼른 챙겼다. "그러니 그 장난감은 치우시죠." "좋아. 그렇게 하지. 그런데....... 캔디라는게 저 꼬맹이인가?" 청년이 크리파와 같이 고구마를 먹고 있는 캔디를 가리키며 이온에게 물었다. 이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얼굴이 별로 안 좋은데. 곧 죽을거야. 낙사로." "떨어진단 말인가요? 캔디님이?" "그렇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온의 표정이 바뀌었다. 순식간에 달라진 분위기에 고구마를 먹던 캔디와 크리파도 이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XvvfTU1DxO9 2019/09/16 21:14:32 ID : 03A2K4Za01g
"살고 싶다면 내 말대로 하면 돼........ 할건가? 어렵진 않아." "솔직히 말하면 당신을 때리고 싶지만 일단은 들어보죠. 어떻게 하면 되나요?" 청년은 대답대신 손가락으로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어둠으로 물들어가는 협곡이었다. "저 곳에서 소금을 가지고 와. 이왕이면 많이. 그 후에 그 소금을 반은 나를 주고 반은 저 꼬맹이에게 뿌리도록. 그러면 운명은 바뀐다." 정말이지 밑도 끝도 없는 황당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캔디에게로 향했다. "캔디님, 죄송하지만 오늘 밤은 저 협곡으로 향해야 할 듯 합니다." "그렇게 하죠. 솔직히 나도 저런 말 듣고 그냥 자기는 좀 찜찜해서." "마법사. 내가 어떻게 해 볼까?" "아니요. 가속님께서 나설 정도의 일은 아닌 듯 합니다. 다만....... 크리파. 당신도 도와줄건가요?" 크리파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크리파의 손이 빛나기 시작했다. 빛은 잠깐동안 존재하다 사라졌고, 빛이 사라진 손 안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게...... 뭐죠?"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물건이 나와. 내 능력이야. 하지만 내가 원하는 물건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어." 그렇게 말하며 크리파는 자신의 손에 놓여있는 당근을 주섬주섬 챙겼다.
◆XvvfTU1DxO9 2019/09/23 21:08:04 ID : 03A2K4Za01g
솔티언 협곡. 솔티언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소금이 나는 지역이다. 암염이라 불리는 그것이 나는 산지로 다른 지역의 소금보다 유독 맛이 좋아서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소금의 산지이다. 그리고 그곳에 캔디일행이 서 있었다. 목적은 불길한 예언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어째 속은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일단은 암염을 빨리 채취하도록 하죠." 이온의 지휘아래 캔디 일행은 암염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들이 정제기술을 가진 건 아닌터라 암염 성분이 있는 돌들을 모으는 것이 전부였다. 캔디,이온,크리파가 암염을 모으기 시작하자 곧 수북하게 암염 성분이 있는 암석들이 쌓였다. 물론 가속은 암염을 모으는 것을 돕기는 커녕 캔디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어대기 바빴고 그것을 견디지 못한 캔디가 가속을 검집에 반 강제로 쑤셔넣어버려서 현재 가속은 조용히 있는 상태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그러기를 바라네요. 이거 손이 찌릿거려서......" 캔디가 손을 들고 울상을 지었다. 맨손으로 암염을 만지는 바람에 생긴 불상사였다. "이런, 제가 생각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캔디님. 대신 치유 마법을 걸어드릴테니......." 이온이 지팡이를 꺼내들고 주문을 외웠다. 아니 외우려고 했다. 하지만 캔디가 이온을 밀치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위험해요!" 캔디가 이온을 밀쳐내자마자 이온이 있던 자리가 갑자기 움푹 패였다. 언제 나타난건지 거대한 괴수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어깨에는 해골과 보석, 그 외에 이상한 물품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한 여성이 서 있었다. "꺄하하, 누구 마음대로 내 구역에서 암염을 캐가는거야? 이 도둑놈들! 가만두지 않겠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소금이 필요해요. 조금 얻을 수 없을까요?" 한바퀴 나뒹굴었던 캔디가 그렇게 말하자 여성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씩 웃어보였다. "그렇게 하지. 값만 치러." "그럼 얼마를 드리면......." "돈은 필요없어. 소금의 가격은 네 목숨이니까. 해치워." 여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괴수의 팔이 캔디를 향해 날아왔다. 곧 캔디가 있던 곳에 구덩이가 파였고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XvvfTU1DxO9 2019/09/28 21:18:21 ID : 03A2K4Za01g
"이게 무슨 짓이에요!" 가까스로 몸을 피한 캔디가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대답 대신 날아온 것은 괴수의 주먹이었다. 이번엔 이온이 쏘아올린 불꽃이 괴수에게 날아왔고 덕분에 캔디는 다시 한 번 괴수의 공격에서 몸을 지킬 수 있었다. "뭐야, 마법사 실력이 좀 되네? 하지만 그거 알려나? 마법은 오컬트를 못 이겨." 여성은 소름끼치는 표정을 짓더니 괴수의 어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양 손을 공중에서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 하얀 불꽃 같은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들어는 봤으려나? 엑토플라즘이라는 걸? 이걸 맞으면 너희들 제정신으로 못 있을거야.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 귀여운 래비쨩이 너희를 해치울거고. 피해봐. 피하지 못하겠지만." 그녀가 던진 하얀 불꽃이 캔디 일행에게로 날아들어왔고 동시에 괴수도 캔디 일행을 덮쳐왔다. 그녀와 괴수의 공격이 서로간의 빈틈을 보완하는 구도가 되어버리면서 캔디 일행은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어쩌지? 가속? 이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흠....... 저기 마법사. 내가 본격적으로......." "그건 아직 이릅니다. 일단은 제가........" 이온이 괴수를 막기 위해 앞으로 움직이던 찰나 갑자기 크리파가 손에 들고 있던 당근을 냅다 집어던졌다.
◆XvvfTU1DxO9 2019/10/08 21:13:51 ID : 03A2K4Za01g
크리파가 던진 당근은 잠시동안 모두의 시선을 받았다. 날아간 당근은 괴수의 눈을 지나 뒤쪽으로 떨어졌다. "뭐야, 겨우 당근으로 뭘 어쩌겠다는거야? 너 지금 나랑 놀자는거니?" 그녀가 크리파를 비웃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큐웅!" 괴수가 당근이 날아간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그쪽으로 펄쩍 뛰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한순간에 괴수는 저 멀리 사라져버렸고 남은 건 괴수를 부리던 그녀뿐이었다. 순식간에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토끼였구나. 어쩐지 귀가 길더라니." "이제 어쩔건가요? 당신의 그 알량한 엑토플라즘만으로는 우리를 상대하기 힘들거에요. 숫자부터 차이나니까." 이온의 말에 그녀는 잠시 얼굴을 찌푸리더니 피식 웃었다. "그렇네. 숫자로는 내가 밀리네. 하지만 그렇다면 숫자를 맞추면 되는거야........예를 들면 이렇게!" 갑자기 그녀가 뭔가를 꺼내 잔뜩 던졌다. 그녀가 던진 것에 대한 정체를 미처 파악하기 전에 이온이 캔디를 밀쳐냈다. "위험합니다!" 덕분에 캔디는 몸을 지킬 수 있었지만 대신 이온이 그것에 맞고 말았다. "이온!" "괜찮습니다. 캔디님........" 이온은 너무 멀쩡하게 서 있었다. 그 주변에는 이온이 캔디 대신 맞은 걸로 보이는 것들이 널려있었다. 캔디가 자세히 보니 그것은 다름아닌 작은 해골들이었다. "그럼 이제........" "꺄하하하하, 맞았네? 맞았구나? 맞았어!" 해골을 던졌던 그녀가 광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이온은 지팡이를 겨누었다. 캔디에게. "이온?" "뭐하는거야? 마법사?" "이제 죽여드리겠습니다........ 목숨을 주시길." 이온은 차갑게 대답하면서 캔디를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는 살의가 담겨있었다.
◆XvvfTU1DxO9 2019/10/23 20:54:56 ID : 03A2K4Za01g
"이온?" "마법. 버닝 디재스터." 캔디가 이온을 다시 불렀지만, 이온은 아랑곳않고 주문을 외웠다. 거대한 불덩이 여러개가 공중에 나타났다. 그것이 떨어지게 된다면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불보듯 뻔했다. 이미 불을 보고 있기도 했고. "어쩌지? 가속? 뭔가 대책 없어?" "마법사를 베어버릴까?" "그런 거 말고!" "마법 흡수를 하라면 할 수는 있는데....... 그 이후에 난사할 마법들을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물론 캔디만 원한다면야....... 가능할지도?" "100%인 방법은 없는거야? 이러다 정말 죽겠네......" 캔디는 체념한 듯 불덩이들을 바라보았다. 이온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 뒤에서 이온을 그렇게 만든 그녀가 웃기 시작했다. "자기 손으로 동료를 죽인다, 이 얼마나 희극적 비극이련지. 저주가 풀리면 그 비극은 또 어떻게 감당할지! 아하하하하, 너무 재밌어! 난 이런게 너무 좋아! 그 클라이맥스를 위해 받아라!" "그렇게는 안 되지. 캔디! 불덩이들은 내가 막아낼게! 알아서 잘 피해봐!" "뭐? 너 지금......." 그녀가 다시 한 번 해골들을 캔디에게 던졌다. 동시에 이온이 소환한 거대한 불덩이들도 캔디를 향해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가속이 튀어나와 불덩이들을 막아내기 시작했지만, 그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리고 가속이 튀어나가버리는 바람에 캔디는 빈손이 되고 말았고, 그 때문에 날아오는 해골들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퍽 소리와 함께 해골들이 부서지는 모습이 보이자 그녀는 광소하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제 서로 죽여! 죽이는 거야! 좋아했던만큼 증오해!" "무슨 소리야? 시끄러우니 입 좀 다물어. 얼간이."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주인은 옷을 툭툭 털더니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에이씨, 멋있게 나오려고 했는데 이런 거나 맞고 나도 참 멀었네. 그래도 내 소개는 해야지! 위기의 순간에 빛처럼 나타난 구원자! 그 이름은 도도리 피오!" "네?" "음! 네가 캔디지? 한방에 스트라이크야. 그러면 일단 저 바보 마법사부터 어떻게 해야겠네. 잠시만 기다려." 자신을 도도리 피오라 소개한 그녀는 쏜살같이 튀어나가 이온의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손을 가볍게 휘두르는 것으로 이온을 기절시켰다. 이온이 기절하면서 공중에 나타났던 불덩이들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XvvfTU1DxO9 2019/10/30 21:32:05 ID : 03A2K4Za01g
이온을 기절시킨 피오는 이윽고 날아오는 해골들을 다시 한 번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피오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것을 던진 여자를 응시했다. "뭐야, 뭐냐고! 이런 것 좀 그만 던져. 짜증나니까!" "대체........뭐야, 당신? 왜 저주가........" "뭐? 저주? 아, 이게 저주였어? 난 몰랐지. 그나저나 얌전히 있어줘야겠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피오는 가볍게 손짓을 했다. 그 순간 여성은 자신의 볼에 서늘한 기운이 스쳐지났음을 느꼈다. 피오가 단검을 던진 것이었다. 빗나간 것이 아니라 일부러 그렇게 던진 것임을 여성은 깨달았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그래, 얌전히 있어야지. 쓸때없이 일 커지기 전에 얌전히 있으라구. 나는........ 지금 사람을 죽이고 싶진 않거든." 피오는 몸을 돌려 캔디를 보며 씩 웃었다. 쓰고있던 페도라를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올리는 그녀의 표정엔 쾌할함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다시 봐도 역시 스트라이크네. 잘 됐어. 같이 여행하는 동료가 마음에 들어야지." "동료.......요?" "아,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이 마법사랑 같이 할게. 나는 말주변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피오의 말에 캔디는 이온과 피오가 서로 안면이 있는 관계임을 알 수 있었다. 그 때 가속이 피오에게 튀어나가더니 투덜거렸다. "오려면 좀 일찍 오지! 캔디가 죽을 뻔 했잖아!" "아이 참, 죄송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구요. 저 바보 마법사 때문에........" 피오가 멋쩍어하는 사이 여성은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피오가 슬쩍 던진 단검이 그 앞에 꽂혔다. 단검을 던진 피오가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그러고보니..... 이것저것 필요하긴 한데.... 이왕이면 돈이라거나?" 피오는 그렇게 말하면서 여성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여성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XvvfTU1DxO9 2019/11/09 22:20:36 ID : 03A2K4Za01g
"이걸로 한 건 해결! 그런데......." 피오는 쓰러진 여성을 보더니 짖궂은 미소를 지었다. "마침 여비가 좀 필요해서 말야." 피오가 단검을 꺼내 그대로 여성의 몸에 가져다 대었다. "엣취!" 몇 시간 후 눈을 뜬 여성은 찬 바람에 몸을 떨며 일어났다.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다행히도 목숨은 건진 듯 했다. "젠장....... 쓸데없이..........꺅!" 갑작스럽게 비명을 지른 그녀. 다른게 아니라 그녀가 현재 속옷만 걸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피오가 여비를 챙긴다는 목적으로 돈될만한 건 모두 털어가버린 탓이다. "어, 어쩌지......." 찬 바람이 불어오는 협곡. 거기서 그녀는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그런고로 나도 캔디랑 같이 간다는 말씀." "하........" 이온이 머리를 싸맸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가속을 향해 시선을 돌린 이온이었지만 가속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캔디에게 달라붙을 뿐이었다. 캔디는 베일까봐 가속을 어떻게든 붙잡고 끙끙대고 있었다. "뭐 저 바보가 합류하면 나쁠 건 없긴 한데........" "바보 마법사. 내 가치는 이미 증명되었잖아? 나 아니었으면 넌........" "그 이야기 그만해. 하지만 캔디님. 제 부주의로 하마터면 캔디님을 죽일 뻔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그거요. 괜찮아요. 뭐 어쨌거나 무사하니까." "그래도........ 일단 그 남자는 피오가 확실하게 손 봤으니까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캔디에게 수명이 어쩌고 하며 일행을 협곡으로 유인했던 그 남자는 피오가 소금을 그 남자의 눈에 대량으로 뿌려버리는 것으로 복수했다.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뒷모습을 떠올린 피오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거고 마법사. 다음 목적지는 어디로 갈 거야?" "적당한 곳이라면 붉은덩굴계곡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위험도도 높지 않은데다 이동하는데도 불편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거리가 있잖아. 거리가. 여기서 붉은덩굴계곡으로 가려면 북쪽으로 쭉 며칠은 걸어가야 되는데?" "시끄러 바보야. 마법사에겐 마법이 있으니까 입 좀 다물어. 하지만 일단 오늘은 여기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죠. 이동은 내일 아침 식사 이후에 하는 걸로 할까 합니다. 괜찮을까요? 캔디님?" "그렇게 해요.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캔디는 졸린 눈을 한 번 비비고는 야영을 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름없음 2019/11/09 22:26:31 ID : rvyFa60q442
여태껏 오리지널 연재스레인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치고는 제목을 볼 때마다 기시감이 느껴져서 뭔가 했더니, 1레스를 읽어보니 스레더즈 당시 운영됐던 스레의 기록작업장이었구나.
◆XvvfTU1DxO9 2019/11/12 21:41:21 ID : 03A2K4Za01g
맞아. 백업할 기회도 없이 자료가 다 날아가버리는 바람에 기억을 더듬어서 쓰고 있어. 하지만 시간이 제대로 나질 않는데다 기억을 더듬어서 쓰다보니 쓰는 속도가 많이 느리네. 9. 계곡,마녀,그리고 바람 다음날 캔디 일행은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는 이온의 순간이동 마법진을 통해 붉은 덩굴 계곡의 초입으로 이동했다. 순간이동 마법진 특유의 어지러움과 압박감을 버텨낸 캔디가 눈을 뜨자 들어온 광경은 붉은색으로 덮인 계곡이었다. "여기는...... 다 이래요?" "이름 그대로 붉은 덩굴 계곡이니까요. 전해지기로는 마력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던데......." "그런거 말고 얼른 얼른 가자니깐!" 가속이 제일 먼저 앞장서 나갔다. 그 뒤를 캔디,이온,크리파,피오 순으로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서는 곧 뒤바뀌었다. "가다보니 괜히 신나는데? 먼저 앞서나가도 될까? 캔디?" "네? 뭐 상관은 없지만." "좋았어! 어디 한 번 가볼까! 아, 마법사.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마. 정찰도 겸해서 가볼테니까!" 이온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피오는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서 순식간에 가속을 제친 피오는 어느샌가 캔디 일행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 바보........ 왜 신나하는지는 알 것 같기도 하지만." "무슨 소리에요? 이온?" "이쪽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천천히 이동해도 될 듯 합니다. 딱히 위험해보이는 건 없으니까요." 그 때 조용히 있던 크리파가 고개를 젓더니 캔디의 옷자락을 잡았다. "크리파, 왜?" "뭔가 있어. 숲과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의 뭔가가." 크라파의 말에 캔디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순간 뭔가가 갑자기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이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온은 대항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더 빨랐다. "꺄악!" 이온은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캔디가 급히 가속을 잡았다. 이온을 날린 그것이 캔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건......... 뭐야?" 날카로운 검을 든 그것은 기계로 만들어진 사람을 보는 듯 했다.
◆XvvfTU1DxO9 2019/11/17 19:00:39 ID : 03A2K4Za01g
한편 먼저 치고 나갔던 피오의 상황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후....... 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뻔했네." 피오는 살짝 베여서 피가 조금씩 배어나오고 있는 목덜미를 가지고 있던 수건으로 감쌌다. 그 정면에 누군가가 그런 피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사롭지 않으신 분이로군요. 제 검을 거의 완벽하게 피하시다니." "내가 할 말이야. 나도 나를 검으로 벨 사람이 있을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 "흠, 그렇다면 서로 피차일반이라는건가요." 그렇게 말한 그는 검을 다시 피오가 있는 쪽으로 휘둘렀다. 피오는 재빨리 몸을 굴렸다. 피오가 몸을 굴린 직후에 피오 뒤쪽에 있던 나무들이 순식간에 반으로 나뉘어져 쓰러져버렸다. 그 모습을 본 피오의 표정이 굳었다. "검 한 번 휘두른 것으로 멀리 떨어진 나무를 벤다....... 공간검......인가?아니...... 설마 바람검........인거군." "제 검법을 알아보시다니........ 당신의 정체가 심히 궁금해지는군요." "바람검이 맞군. 그렇다는건 그쪽은 지셀이라는거네. 바람검 지셀. 거물을 만났군." 피오가 피식 웃었다. 상대가 누군지 알게 되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 탓이다. 지셀. 마족 최고의 검사. 검법이라는 것이 본디 쾌,중,변 이 세가지를 중점으로 다양한 검법이 파생되는데 지셀은 그 중 쾌와 중에 중점을 둔 검법을 사용한다. 빠르고 강한 검. 분명 그 검로는 단조로운데 막을 수가 없다. 한줄기 우직한 바람처럼. 속도를 어떻게 따라잡아도 이번엔 강한 힘에서 꺾여버리기에 지셀을 상대로 승리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셀의 검이 한 번 움직이면 100명의 목숨이 바람처럼 사라져버린다는 말까지 있을정도로 지셀의 검은 명성이 높았다. 피오도 말로만 듣던 지셀의 검이 말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바람의 검이라...... 하필 까다로운 상대네. 공간을 압박하는 검법을 상대로 내 본실력이 나오기는 하련지." "그거야 대보면 알테죠." 지셀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엔 피오도 단검 몇 자루를 던지는걸로 맞대응했다. 잠시 후 피오의 왼쪽 소매가 반쯤 잘려나가 펄럭였고, 지셀도 오른쪽 어깨에 박힌 단검을 뽑아들어 땅에 내던졌다. 지셀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제 검을 뚫은 단검이라니......... 실로 오랜만이로군요. 이런 실력자는." "그대로 죽기엔 너무 아까운 인생이라!" 다시 한 번 두 사람이 맞부딪쳤다. 단검이 날아다니고 검풍이 휘날리는 격전이 펼쳐졌다.
◆XvvfTU1DxO9 2019/11/25 21:41:41 ID : 03A2K4Za01g
한편 캔디 일행은 그야말로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이온은 날아간 충격으로 인해 기절한 상태였고, 캔디는 상대방을 상대로 한번의 유효타를 먹이지 못한채로 일방적으로 몰리고 있었다. "너무 빨라! 거기에 저 신체는 대체 뭔데?" 아닌게 아니라 상대방의 신체는 말 그대로 금속이어서 가속으로 베어도 베이지가 않았다. 캔디의 실력이 금속을 벨만큼 뛰어나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겠지만. "지금 캔디 실력으론 무리야. 내가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가속이 그렇게 말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런 가속을 캔디가 말렸다. "너마저 날아가버리기라도 하면 그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못 해. 같이 싸우자고. 가속." "아잉, 역시 캔디는 날 믿는구나. 하지만 이대로 싸우면 캔디가 위험한데...... 괜찮겠어?" 캔디는 대답대신 가속을 크게 휘둘러 상대방을 물러나게 했다. 상대방은 캔디를 쳐다보더니 작게 읊조렸다. "지킨다......." "지켜? 뭘?" "용이 내가된다.........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리라!" 그렇게 중얼거린 상대방의 검에 황금빛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상대방은 검을 내질렀다. 검에서 휘몰아치는 황룡이 캔디일행을 덮쳤고 황룡이 지나간 자리에는 거대한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간신히 살았네......." 캔디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캔디의 모습은 평소의 캔디가 아니었다. 그 크기는 거대했고 그 외형은 인간이 아니었다. 현재 캔디의 외형은 또다른 용의 모습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공룡의 모습. "크리파는 정말 모르겠어. 손이 빛나더니 딱 타이밍 좋게 뭔가가 나와주니까 말야." 가속이 크리파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상대방의 공격이 날아오는 순간 크리파의 손이 빛났고, 크리파는 때를 놓치지 않고 손에서 나온 무언가를 캔디에게 던졌다. 그것을 잡자마자 캔디의 몸이 변하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공룡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아마도 변신마법 스크롤이나 그 비슷한거겠지. 그래도 대단해. 캔디? 기분이 어때?" "음, 모르겠네. 하지만 힘이 넘치기는 해." 캔디가 혀를 쏙 내밀었다 다시 입에 집어넣었다. 상대방이 다시 검을 휘둘렀지만, 캔디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대해진 손바닥으로 그대로 상대방을 찍어눌러버렸다.
◆XvvfTU1DxO9 2019/12/02 21:48:45 ID : 03A2K4Za01g
한편 피오와 지셀의 대결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상태는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다. 피오는 여기저기 칼로 베인 상처가 가득했고, 지셀 또한 피오가 던진 단검 몇 개가 몸에 박혀있었다. 상처만 보면 피오가 조금 더 유리했지만, 방금 전 스쳐맞은 지셀의 공격에 이마가 찢기면서 피가 피오의 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리고 지셀이 숨을 고르고 검을 고쳐잡자 피오는 피식 웃었다. 자조의 웃음이었다. '이거 일검승부로 끝내려는 생각이네......." 일검승부. 단 한번의 검과 검의 대결로 승부를 가르는 결투다. 검술을 얼마나 많이 배웠는가보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상대를 베느냐가 중요한 승부. 그리고 바람의 검술을 연마해 쾌검승부라면 자신있는 지셀과 달리 피오는 쾌검승부를 경험해본적이 없었다. 그 전에 상대를 죽이곤 했으니까. 경험의 차이에서 지셀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물론 먼저 단검을 미간에 박아버리면 이길수야 있겠지만.........' 미간에 단검이 박히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전에 지셀의 검을 맞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단검을 맞히고도 검을 맞으면 결국 양패구상이 되어 둘 다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골똘히 생각하던 피오의 눈에 이마에서 흐른 피 한방울이 떨어졌다. 피오가 눈을 깜빡인 그 찰나의 순간, 지셀의 검이 빠르게 피오를 향해 날아들어왔다. 압도적인 속도, 압도적인 강한 힘 앞에서 피오는 단검 2자루를 재빨리 잡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정적, 그리고 피오가 비틀거리더니 목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지셀은 그대로 서 있는 상태에서 지셀이 입을 열었다. "당신은 대체........ 뭡니까........ 이 정도 실력이라면....... 당신은........" "역시 마족 최고의 검사다워. 조금 힘을 과하게 써야했으니까....... 하마터면 모든게 어그러질 뻔했어." ".......역시 당신은......." 지셀은 그 말을 남기고 그대로 쓰러졌다. 피오는 목을 지혈하고는 쓰러진 지셀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했어....... 그나마 변화가 없는 검이여서 다행이었지......." 피오가 일검승부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지셀의 검이 빠르기와 강한 대신 변화가 없다는 점을 노렸기 때문이었다. 변화가 없다는 것은 움직임이 단순하다는 것이며, 단순한 움직임이라면 상대의 목표가 어딘지 예측하기 쉬웠다. 피오는 지셀이 목을 노릴거라는 것을 예측했고, 최대한 목을 틀어서 지셀의 검을 피하고 들었던 단검으로 지셀의 마정석을 그대로 쪼개버렸던 것이다. "그건 그거고......왜 지셀이 여기에 있던거지? 마족이.......무엇때문에 붉은 덩굴 계곡에........ 으...... 머리야....... 캔디에게 가야되는데......." 피오는 비틀거리면서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셀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런 마무리라서 아쉽군요....... 하지만 좋았습니다........ 부디.......'
◆XvvfTU1DxO9 2019/12/02 22:10:18 ID : 03A2K4Za01g
한편 캔디가 쓰러트린 기계 사무라이는 머리만 남은 채로 계속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머리만 남은터라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정도가 다였다. 그 사이 캔디는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을 몰라서 당황하고 있었다. "어어, 어쩌지? 이대로라면 난 공룡으로 살아야돼?" "윽, 캔디는 뭐가 되어도 좋지만 공룡이라면 안질 못하잖아!" "간단해." 크리파가 캔디의 꼬리쪽으로 가더니 끝을 툭 쳤다. 그러자 캔디가 바람빠진 풍선마냥 크기가 줄어들더니 원래의 캔디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 돌아왔다! 고마워! 크리파!" "별거 아냐. 덕분에 살았으니까." "잠깐만, 캔디. 적은 확실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큰일나." 가속의 말에 캔디는 머리만 남은 기계검사에게 다가갔다. 기계검사는 뭐라고 계속 말하고 있었다. "저기 당신 대체......." "지켜야 해......... 그녀를........." "지켜요? 그녀? 대체 누구........" 캔디가 뭔가를 들으려 다시 물어봤지만, 머리만 남은 기계검사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말을 하지도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그것도 그거지만 이렇게 되어서 유감이네......" "뭐가?" "기계라지만 사람을 죽......인거니까. 뭔가 좀 그래서........" 캔디는 떨고 있었다. 그런 캔디의 손을 크리파가 잡아주었다. 그리고 갑자기 튀어나온 그림자가 캔디를 덥썩 안았다. "미안해. 캔디......... 너무 신났었나봐........ 다음엔 이렇게 만들지 않을게....... 그래도 나 칭찬해줘...... 나도 이기고 왔다고........" "피오?" 그대로 캔디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버린 피오를 캔디가 자리에 눕혔다. 그리고 기절한 이온도 같이 옆에 눕혔다. 이온까지 눕힌 캔디도 피로를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잠들어버렸다. "이런, 그래도 고생했어. 캔디." "경계는 나랑 너 둘이서 서야겠네." "그래야겠네. 크리파. 하지만 나 혼자 충분하니까 너도 휴식을 취하도록 해." 가속이 그렇게 말하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크리파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XvvfTU1DxO9 2019/12/10 20:54:20 ID : 03A2K4Za01g
"으음......" 머리를 두어번 흔들며 일어난 이온은 제일 먼저 모자부터 찾았다. 모자가 무사히 머리에 얹혀져 있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주변을 확인했다. 그녀 주변에는 모닥불과 그 주변에서 춤을 추고 있는 크리파와 캔디가 있었다. "캔디님?" "아, 일어났어요? 이온? 몸은 어때요?" "다행히 괜찮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체 무슨........?" 이온의 말에 캔디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크리파가 캔디 대신 대답했다. "북북춤. 엘프들이 환자를 위해 추는 춤이야. 춤의 기운으로 인해 환자들의 회복이 빨라지지. 그리고 이온 정도 되는 마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효과는 증폭되지." "그렇군요. 그나저나 그 바보는?" "피오라면 저기 누워있어." 여기저기 베인 자국이 나있는 피오를 본 이온은 몸가짐을 정리하고 캔디 옆에 나란히 섰다. "캔디님, 같이 춰도 될까요?" "음, 괜찮을거에요. 혹시 모르니까 발등 조심해요. 저 춤 잘 못춰서 발 밟을지도 몰라요." "그런 건 걱정마시길. 가속님이 오기전에, 잠시 즐겨볼까요?" 그렇게 엘프 하나, 얼치기 용사 하나, 마법사 하나가 모닥불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북춤을 추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XvvfTU1DxO9 2019/12/20 21:54:15 ID : 03A2K4Za01g
다음날, 기운을 차린 캔디 일행은 붉은 덩굴 계곡을 오르기 시작했다. 피오가 지셀과 싸웠던 지점을 지났을 때 따뜻한 바람 한줄기가 불어왔다. 그리고 이온이 얼굴을 찌푸렸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바보 마법사? 평범하잖아?" "바보는 너야. 이 주변에 마법진으로 형성된 결계가 쳐져있어. 정말 대단한 솜씨야........." 이온은 감탄하듯 말했다. 캔디가 보기엔 주변 풍경은 별로 이상할 것이 없어보였다. "대체 어디에 결계가 있다는거에요? 이온?" "저도 눈치를 채지 못할 뻔 했어요. 이 정도로 자연스럽고 은밀하게 결계를 칠 줄 안다는건........ 아까전의 바람이 아니었다면 알아채지 못했을거에요." "바람이요?" "네. 이쪽은 계곡과 근접한 곳이라 아침엔 곡풍이 불어요. 그건 보통........" "밑에서 위로 부는 바람인데........ 아까전의 바람은 정상쪽에서 불어왔으니........" "역시 캔디님. 숲에서 오래 지내셔서 잘 아시네요. 정상쪽에서 찬바람이면 모를까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는 건 뭔가 인위적인 것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제 그 무언가를 찾아봐야겠네요. 우리를 습격한 자들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그렇게 말한 이온이 갑자기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손을 집어넣어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빛나는 황금 곡괭이였다.
◆XvvfTU1DxO9 2019/12/25 20:00:47 ID : 03A2K4Za01g
"골디언 픽엑스! 빛이 되어버려라!!" 이온이 황금 곡괭이를 허공에 내려치자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주변 풍경과는 다른 풍경이 보이는 길이 나타났다. 그것을 시작으로 빛가루가 흩날리더니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모든 것이 붉게 물든 숲길이 캔디 일행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후....... 빛나는 황금 곡괭이는 결계를 파괴하는데 적합한 마법 도구입니다. 어제 있었던 일들에 대한 해답은 저 안에 있을 것 같네요." "없을 수도 있잖아?" "그럴지도. 하지만 굳이 이런 결계를 쳐가면서까지 숨기려는게 뭘지 궁금하잖아?" 이온은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발걸음을 내딛었다. 어느정도 일행이 길을 걸었을 때 작은 건물이 나타났다. 마치 성을 작게 축소해서 지은것 같은 그런 모양의 건물이 일행의 눈 앞에 있었다. "작지만 꽤나 견고해보이네요. 누가 이런 걸......." "음, 들어가볼까?"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일단 준비를......." "에헤이, 그건 평범한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고. 나 가속은 그런거 신경 안 써!" 가속이 냅다 문을 베어버리고는 그 안으로 날아들어갔다. 몇 번 공중을 휘돌아본 가속이 소리쳤다. "이상 없어! 들어와도 돼!" "하여간 쟤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준비를 하고 가죠.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이온."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거기 바보. 이리 와. 크리파도." 이온이 캔디,피오,크리파에게 보호 마법을 걸고 자신에게도 보호마법을 걸었다. 그 후 일행은 다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XvvfTU1DxO9 2020/01/01 12:50:50 ID : 03A2K4Za01g
성 안에는 그다지 이상할 것이라곤 없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점에서 캔디는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곳에 아무것도 없다니...... 뭔가 이상한데요?" 그에 대답하듯이 붉은 형상이 성 가운데 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형상은 점차 사람의 형태로 모습을 바꿔나갔다. 완벽한 사람의 모습이 되었을 때 이온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당신은 설마! 붉은.......마녀?" "나를 아는가보네요. 그리고 당신들이 여기 있다는 것은........ 그 둘은 이미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라는 말이로군요. 내가 사랑한자, 나를 사랑한자." 붉은 마녀라 불린 그것은 쓸쓸한 표정을 짓더니 캔디 일행을 노려보았다. "그러니 당신들도 붉게 태워주겠습니다. 마지막 속죄라고 해두죠." "뭐? 저게 지금 우리를 불태우겠다는거야?" "말 그대로." 거대한 불덩이가 성 천장에서 솟아나듯이 생겨났다. 이온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곳에서 저런 거대한 화염이라니, 자칫하면 성이 폭파될지도 모르겠네요. 마법, 디스펠 실드!" 이온이 전면으로 나서면서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방어막을 일행 전부에게 둘렀다. 그러나 그에 아랑곳않고 붉은 마녀는 불덩이를 그대로 캔디일행에게 날렸다. 불덩이가 날아온 순간 이온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불덩이가 사라지지 않아? 마법 무효가 안된다고?" "붉은 마녀라는 이명이 괜히 붙은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불덩이들이 합쳐지더니 거대한 폭발이 성을 뒤흔들었다.
◆XvvfTU1DxO9 2020/01/12 20:45:40 ID : 03A2K4Za01g
"큭......." 가까스로 폭발을 견뎌낸 캔디 일행이었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캔디 일행은 누구 하나랄 것도 없이 신체 이곳저곳에 화상을 입었고, 성 곳곳이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캔디 일행이 들어온 입구마저 세차게 불타고 있는 상황. 말 그대로 물러설 수도, 나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대로는 전멸이야! 어떻게 안 되겠어?" 피오가 단검을 붉은 마녀에게 던졌지만, 단검은 그대로 붉은 마녀를 통과해버렸다.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존재를 상대해야하는 것은 현재의 캔디 일행에게는 꽤나 골치 아픈 문제였다. "그들의 죽음에 대한 대가를 치르세요." 붉은 마녀는 나직한 어조로 다시 한 번 거대한 불덩이를 캔디 일행의 정면에 소환했다. 그리고 소환된 불덩이를 캔디에게 정면으로 날렸다. "이런!" 이온이 급하게 불덩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불덩이는 이미 캔디의 코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 때 가속이 캔디 앞에 날아오더니 불덩이를 그대로 정면에서 받아내기 시작했다. "이거이거, 꽤 세네? 하지만 이 몸 앞에서는 그저 화톳불 수준이란거야!" 가속에게 닿은 불덩이는 순식간에 쪼그라들더니 사라져버렸다. 붉은 마녀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
◆XvvfTU1DxO9 2020/01/12 21:58:30 ID : 03A2K4Za01g
"내 마법을 막아냈다고.......? 아니, 막은 게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면 흡수지! 붉은 마녀! 캔디를 불태울 수는 없을거야!" 가속이 검끝을 붉은 마녀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캔디 주변에 이온과 피오, 그리고 크리파가 각자의 무기를 잡고 나란히 섰다. 그 모습을 본 붉은 마녀는 다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들은........ 나처럼 되지 않겠네........ 미안해. 둘 다........." 그 말을 남긴 붉은 마녀는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 직후 천장에서 흙먼지가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붕괴의 조짐이었다. "모두 밖으로!"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캔디 일행은 다급히 문 밖으로 달려갔다. 문은 세차게 불타고 있었지만, 캔디 일행은 아랑곳않고 문을 지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이 무너져내렸다. "불때문에 성이 무너진건가요?"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불때문이 아니라 성의 주인의 마력으로 간신히 지탱되던 모양이에요. 성의 주인이 사라졌으니 마력도 사라졌을것이고, 그러다보니 무너지게 된 것이죠." "어, 그러니까 마법사, 네 말대로라면 성은 이미 예전부터 무너져있었던 거라는거지?" 이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캔디 일행은 말없이 불타는 성을 지켜보았다. 얼마 후 캔디 일행은 상처를 치료하고 성의 잔불을 끈 뒤 잔해를 뒤지기 시작했다. 쓸만한 물건들을 얻을 요량이었지만, 대부분의 물건들이 불타고 부서져서 건질만한 것은 거의 없었다. 대신 크리파가 두개의 물건을 찾아냈다. 그것은 사진이 끼워진 펜던트와 일기장이었다. 성이 무너지고 불탔는데도 그 두개의 물건들은 흠집하나 있지 않았다. "펜던트? 붉은 마녀의 것인가?" 캔디가 펜던트를 열어서 사진을 보았다. 사진엔 한 남자와 여성이 찍혀져 있었다. 그 남자의 얼굴을 본 캔디는 숨을 들이켰다. 남자의 얼굴은 캔디가 상대했던 기계몸의 검사와 닮아있었다.
◆XvvfTU1DxO9 2020/02/04 21:43:12 ID : 03A2K4Za01g
캔디는 옆에 있던 일기장을 펼쳤다. 일기장에는 유려한 문체로 적힌 글들이 잔뜩 적혀있었다. X월 X일 그와 결혼하게 되었다. 내 친구 겐지. 어릴 때부터 계속 봐왔고 계속 좋아했던 내 소중한 친구. 나는 마법에서, 겐지는 검에서 최고가 되기로 맹세했다. 잘될거야. 우리는. X월 X일. 모든 것이 불타버렸다. 집도, 가족도,친구도, 그리고 겐지도. 왜...... 내 마력은 왜....... 어째서 폭주한 것일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겐지도........ 아니, 겐지마저 잃을 수 없다. 어떻게든....... 살려낼 것이다. X월 X일. 겐지를 살려냈다. 단, 완벽하지는 않다. 마력이 폭주하는 나. 이 마력에 닿으면 모든 것이 불타버린다. 겐지가 또다시 불타는 것은 막아야했다. 그래서 결국 겐지의 몸을 마력을 가미한 금속으로 구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겐지는 또 다시 내 눈앞에서 타버릴테니까. 하지만 겐지가 그 몸을, 그 신체를 좋아할까? 나를 원망하지는 않을까? X월 XX일. 몸에 익숙해진 겐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검을 잡는 것이었다. 그 눈빛에는 기백이 담겨있다. 검에는 혼이 실려있다. 겐지는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부끄러워서, 미안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X월 XX일. 모든 것이 붉게 물들어간다. 폭주하는 마력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완벽하지 않다. 그렇게 조금씩 새어나오는 마력이 주변을 붉게 만들고 있다. 내 머리카락도 이미 붉게 변한지 오래. 그래도 겐지가 그대로라서 다행이야. X월 XX일. 겐지는 그대로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사람의 몸은 늙고 약해져간다. 겐지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는다. 온기가 느껴질 수 없는 손일텐데, 이상하게도 따뜻하다. X월 XX일. 겐지를 혼자 둘 수 없다. 나는 그를 사랑하고, 그도 나를 사랑한다. 그래서 최후의 마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내 마력을 이용해 이 성에 동화하는 방법. 성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지만, 겐지와 함께할 수 있다. 그가 살아있는 한, 영원히. "이 사람들에게 나는........" 캔디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왠지 죄를 지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 옆에서 이온이 캔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캔디님은 잘못이 없습니다. 일기장을 마저 읽으면 모든 해답이 나올 것 같네요. 여차하면 제가 읽어드릴까요?" "아니요. 끝까지 제가 읽을게요." 캔디의 말에 이온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살짝 물러났다.
◆XvvfTU1DxO9 2020/02/15 14:24:59 ID : 03A2K4Za01g
X월 XX일. 바람의 검사. 겐지와 맞붙어 호각을 이룬 상대. 그는 나를 보고는 충성을 맹세했다. 또 하나의 검이 되겠다는 그. 대체 내가 뭐라고. 마음은 매우 고맙지만. X월 XX일. 겐지. 지셀. 나. 그리고 협곡. 협곡은 붉게 물든지 오래. 겐지와 지셀은 서로의 검을 맞부딪치며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이 둘과 함께, 영원히. X월 XX일. 겐지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셀의 숨결도 느껴지지 않는다. 둘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가. 아무 일 없기를 빌어보지만 알고있다. 이미. 둘이 없다면, 세상에 있을 이유는 없다. X월 XX일. 저들이다. 겐지와 지셀을 쓰러트린 자들. 원망이라기 보다는 이제 쉬어야될 때가 온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아쉽다. 같이가 아닌 혼자라는 것이. 나도 곧 그쪽으로 갈게. 일기장을 내려놓은 캔디는 한숨을 쉬었다. 옆에 있던 가속이 캔디를 위로했다. "캔디는 잘못한게 아니야. 그러니까 풀죽지 말고 나랑 놀자." "그런게 아니야. 그냥........ 좀 기분이 가라앉네." "에헤이, 그런 걸로 풀죽지 마라고. 우리가 캔디를 두고 먼저 가버릴까봐 그래? 그런 일 없어." 피오가 씩 웃으면서 캔디를 격려했다. 크리파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캔디가 고개를 돌리자 이온이 입을 열었다. "걱정마세요. 제가 있는 한 캔디님이 혼자가 되는 일은 없을거에요. 그리고 이들은 돌아갈 곳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이미 예전에 인간을 벗어난 자들. 그들에게 안식을 주었다고 생각하시길." "어이, 마법사. 지셀은......." "지셀은 네가 상대했으니까 캔디님한테 짐 옮기려 하지마. 바보야." "뭐? 누가 누구보고 바보래? 이 바보 마법사가!" 이온과 피오가 투닥거리는 것을 본 캔디는 피식 웃었다.
◆XvvfTU1DxO9 2020/02/15 14:38:32 ID : 03A2K4Za01g
10. 블로드 왕국의 이변 몇 시간 후, 상처를 치료하고 휴식을 취한 캔디 일행은 협곡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마법사! 다음은 어디로 갈 예정이야?" "음, 일단은 추방자의 숲이나 디지즈 소일로 갈까 생각중입니다. 추방자의 숲에는 다크 엘프들이 머물고 있고, 좋은 수련 상대를 만날 수 있을거에요. 여차하면 동료도 구할 수 있을 것이고. 디지즈 소일에서는 좋은 약품들과 마법 재료들을 살 수 있습니다. 마법사들에게는 천국이니까......." "너 좋자고 가는거면 디지즈 소일은 사양인데." "시끄러. 너한테 안 물어봤어. 캔디님, 어떻게 하실건가요?" "음...... 일단은......." 캔디가 대답하려는 그 때, 풀숲 한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철갑을 두른 말과 그 위에 타고 있는 철의 기사들. 그들을 본 피오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런 미친, 철마대잖아?" "철마대? 설마 그 무패의 철마대? 그 철마대가 왜?" "찾았다! 너희들을 체포하겠다! 순순히 순응하면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그렇게 외쳤다. 가속이 옆에서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캔디에게 물었다. "캔디 어쩔래? 싸울래?" "아니, 우리가 불리해. 숫자도 부족한데다 아직 피로도 다 못 풀었어. 이런 상태로 싸우면..... 필패야. 거기에 상대는 그 무패신화의 철마대라고." "동의 합니다. 지금 이대로는 싸우는게 무리에요. 이긴다 하더라도 피해는 작지 않을겁니다." 이온까지 그렇게 이야기 하자 다른 이들은 싸우자는 의견을 더는 꺼내지 않았다. 대신 피오가 수장에게 물었다. "일단 죄목이나 좀 말해봐요. 대체 무슨 죄로 체포하는 건데?" "불법 침입, 마법사의탑 훼손, 도둑질, 반란 참여 등등이다!" "그건 또 뭔 소리야?" 피오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XvvfTU1DxO9 2020/02/21 23:06:06 ID : 03A2K4Za01g
"문답무용! 여기 너희들을 수레를 준비했으니 당장 올라타라!" 수장의 말에 캔디는 의문을 가졌다. 그들이 끌고 온 수레는 말이 수레지 사실상 탑승자를 보호하는 마차에 가까웠고, 그들의 태도도 어딘지 모르게 미심쩍었다. "알겠습니다. 한가지만 대답해주세요. 저희는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너희는 쿠라로 가게 될 것이다! 거기서 우리 대장님의 심문을 받고 너희들의 길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말투는 거칠어도 그 내용은 죄인을 심문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어보였다. 캔디일행은 순순히 수레에 올라탔다. 수레 안은 온화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고 주전부리들과 마실 것까지 챙겨져 있었다. 누가 봐도 죄인을 싣는 수레라고 볼 수 없었다. "그럼 출발한다! 만약을 대비해 주변을 샅샅이 살피고 도청하는 자들을 발견하면 즉시 참살하라!" 수장의 말을 들은 이온은 빙긋 미소를 지었고, 피오 역시 씩 웃었다. "뭔가 재밌는 일이 있을 듯 하네. 안 그래?" "그 의견에 동의." "음, 저도 동의하죠. 죄인이 아니라 초대를 받고 가는 기분이라." 캔디는 그렇게 말하면서 옆에 있던 주전부리를 하나 집어 먹었다.
◆XvvfTU1DxO9 2020/02/21 23:23:30 ID : 03A2K4Za01g
그 시각, 블로드 왕국의 수도 쿠라에 위치한 어느 폐가 지하에서는 몇 명의 사람들이 탁자에 앉아 있었다. 폐가 지하에서 모였음에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 그곳은 그들이 애용하는 비밀 아지트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나라의 경제, 문화, 국방, 사회 등등의 여러 문젯거리들을 비밀리에 이야기하고 대응방침을 결정하곤 했다. 그리고 오늘은 그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이 오가고 있었다. "그럼 그 날에 거사를 여는 것이오? 하지만 그 날이기에 오히려 경계가 더 심할텐데........" "오히려 그 날이기에 거사를 열 수 있는 것이지. 생각해 보시오. 축제. 모두가 즐기는 축제요. 경계를 서봤자 뭘 얼마나 제대로 하겠소?" "그도 그렇지만....... 아예 그 날 거사를 연다고 거짓 소문을 퍼트리고 한 발 빨리 거사를 진행하는 것 어떻소? 상대의 집중을 다른데 끌게 한 후 뒤통수를 치는 것이지." "다들 그만." 누군가의 말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그 누군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의견이 다들 중구난방이군. 일단 우리의 후원자인 소르키스트 가문에서 전언을 보냈소. 자신들은 재정적으로만 지원하겠다고 하더군.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린 이미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오. 아시다시피 소르키스트 가문의 영향력은 말도 안되게 크니까." 블로드 왕국은 당연히 왕정체제다. 하지만 왕 없이 굴러가는 나라는 있어도 돈 없이 굴러가는 나라는 없다. 그런 면에서 블로드 왕국의 숨은 지배자는 소르키스트 가문이었다.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블로드 왕국의 사회, 정치, 국방에 영향력을 알게 모르게 끼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르키스트 가문이 블로드 왕국에서 사라진다면 블로드 왕국은 순식간에 기울어질 수도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은 컸다. 그런 가문이 이들을 지지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계획 날짜는 변함없소. 그 날이 거사일이 될 것이고, 새로운 나라가 되는 것이오. 우리들의 나라가. 저 나약한 블로드 8세를 죽이고! 우리가 이 나라를 얻는다 이 말이지!" 광기까지 느껴지는 그, 줄루아 3세의 말에 모두들 침묵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줄루아 3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표하고 있었다.
◆XvvfTU1DxO9 2020/03/01 21:52:02 ID : gmJQoIJTSHw
며칠 후, 수레를 타고 편하게 블로드 왕국의 수도 쿠라로 들어온 캔디 일행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의논을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목적이 뭘까요?" "단순한 초대는 아닌 것 같고, 뭔가 비밀스런 일과 관련있지 않을까?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게 만든 이 수레도 그렇고." 가속이 낸 의견에 캔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또한 그런 일에 얽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일에 얽혀있든 간에 항상 대비는 해놓아야 할 듯 합니다. 보안에 철저하다는 건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는 이야기니까요." 이온이 그렇게 말하며 모자를 고쳐썼다. 그 때 수레가 멈추더니 문이 열렸다. "모두 내려라! 너희들에 대한 심문은 대장님이 직접 하실거다!" 캔디 일행은 별다른 말 없이 순순히 수레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들이 가라는 곳으로 별다른 저항없이 움직였다. 어느 고풍스런 건물 안 지하실에 들어섰을 때 30대 정도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캔디 일행을 본 순간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제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그가 말하기가 무섭게 지금까지 캔디 일행을 끌고오던 모든 철마대 인원들도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마치 임금을 대하는 듯한 태도에 캔디는 당황했다. 오히려 이온이 더 침착하게 그의 말을 받았다. "흠, 일단 설명을 좀 해주시겠어요? 물어도 대답들을 안 해서." "국왕폐하를 시해하려는 음모가 있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국왕 폐하? 아, 블로드 8세. 그가 시해당한다고요? 그건 또 어떻게 아신거죠?" "그게 실은......." 그들을 모시고 오게 한 남자, 철마대 수장인 최주평은 자신에게 있던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XvvfTU1DxO9 2020/03/20 22:20:09 ID : RzUZiqmFfO9
얼마 전, 최주평은 꿈을 꾸었다. 그림자가 드리워진 자들이 왕을 시해하고 그 피를 뒤집어쓰며 웃는 모습을. 그리고 그들을 막는 마법사를. 마법사의 모습을 본 최주평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꿈 내용도 그렇거니와 그 마법사가 누군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 정말이지, 자기들 멋대로 대마법사 자리에 앉혀놓고선........" 부끄러웠는지 이온이 얼굴을 붉혔다. 최주평은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서 저희는 죄인을 체포한다는 명목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때마침 여러분들이 붉은 덩굴 계곡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렇게 모시게 된 것입니다." "흠...... 혹시 국왕 폐하는 알고 계신가요?" "아직은 모르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제 곧 저희가 찾아가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그 말에 가속이 휙 날아오더니 반박했다. "알려드리면 뭐 어쩔건데? 네가 꿈에서 왕이 죽었다는 걸 말해서 뭘 어쩌게? 그걸 바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중요한 건 반란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하는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증거를 잡아야한다고." "우와, 가속이 처음으로 똑똑해 보였어." "엣헴, 좀 더 칭찬해! 캔디!" "만담은 그만두고, 확실히 일리는 있는 말씀이에요. 이를 어떻게 해야한담........" 이온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피오가 툴툴거렸다. "뭘 그리 고민해? 그냥 왕을 만나면 되는거잖아? 이유야 없으면 만들어서 가면 되는거고." "시끄러워. 바보.........어?" 피오의 말을 들은 이온이 뭔가 해답을 찾은 듯 했다.
◆XvvfTU1DxO9 2020/03/29 19:20:55 ID : cNwHDAlzRDA
몇 시간 후, 캔디와 피오는 최주평이 안내한 비밀 통로를 통해 블로드 왕궁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비밀 통로라더니 뭐 이리 화려해?" "말 그대로 통로의 출입구 위치만 비밀이지 통로 안이 비밀스러울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고가면서 편의는 봐드려야하지 않겠습니까." 최주평의 설명에 캔디 일행은 나름대로 수긍했다. "그런데...... 정말 두 분만 보내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그 바보 마법사가 다른 건 몰라도 싸우는건 잘해. 말하는 것도. 그리고 옆에 크리파도 있는데 뭘." 피오가 씩 웃었다. 현재 캔디 일행은 나뉘어진 상태였다. 이온과 크리파는 블로드 왕국을 도울 세력을 찾기 위해 철마대 정예 병력들과 함께 수도인 쿠라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들이 도움을 요청할 세력은 엘프들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엘프를? 엘프들은 자존심도 강한데다 인간하고는 웬만해서는 안 엮이려 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하지만 자신들의 생활이 걸린 문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져. 그리고 엘프들은 은혜를 잊지 않는 종족이기도 하니까. 크리파를 같이 보낸 건 그런 이유도 있어. 크리파가 있으면 엘프들 설득에도 도움이 될거야. 문제는....... 숫자와 날짜겠지." 피오의 설명에 최주평은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분 더 걷자 출구가 나왔다. 출구에서 먼저 나온 최주평이 캔디와 피오를 블로드 8세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이곳이 전하께서 계신 곳입니다. 무례를 범하는 일만 없었으면 합니다." "그건 염려 놓으라구!" 가속이 쾌활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누가 문을 열기도 전에 먼저 문이 열리더니 더벅머리를 한 남성이 튀어나왔다. 나이는 20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이걸로 됐군. 어라? 당신들은 누구?" "아니, 전하......." "전하......? 이 남자가 블로드 8세라고?" 피오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치자 그 남성, 블로드 8세는 멋쩍게 웃었다.
◆XvvfTU1DxO9 2020/04/15 18:49:04 ID : go6mE4IIMks
한편, 철마대를 이끌고 엘프들을 찾으러간 이온과 크리파는 협곡을 지나는 중이었다. "흠...... 하루 빨리 엘프들을 모아야될텐데......." "서두르면 시간만 더 오래 걸려. 그러니까 마음을 편하게 가져." 크리파의 말에 이온은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사태 해결때문이 아닌, 캔디와 떨어져있다는 것 때문에 불안함을 느낀 것이었다. "잠깐 정지!" "뭐지?" 앞에 거대한 생명체가 나타났다. 그걸 본 이온은 바로 지팡이를 잡았다. "오거 베어네요. 다들 물러서세요. 마법. 다크니스 레이." 이온의 주문에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던 오거 베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오거 베어가 사라지자마자 양쪽에 있던 협곡이 무너지면서 이온 일행과 철마대를 덮쳤다. "이런.........." 이온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굉음과 함께 바위더미들만이 그곳에 남아있었다. 한편, 블로드 8세를 만난 캔디와 피오는 시장에 나와있었다. "저기, 피오. 그리고 폐하." "왜애~?" "왜 시장에 나온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 폐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나온거라니까." 불만스러운 표정의 캔디를 보며 드레스를 차려입고 귀족처럼 꾸민 피오가 미소를 지었다.
◆XvvfTU1DxO9 2020/04/15 18:53:12 ID : go6mE4IIMks
블로드 8세를 만나 반란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뜻밖에도 블로드 8세는 이미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응 역시 심드렁했다. "알고 있소. 알고는 있는데........ 내 대신 왕이 될 자가 백성들을 위한다면 왕위는 내줘도 상관은 없지. 그리고 나는 자유를 얻는거고. 육체의 자유든 영혼의 자유든." "과연 그럴까요. 그들이 백성을 생각한다고요? 반란을 일으킨 자들이?" "백성들이 나를 좋게 평가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으니, 당연히 그 왕을 넘어트린 자들을 더 좋아하는건 당연한거 아니겠나." "하..... 그거야말로 논리의 비약이고요. 한 번 물어볼까요? 시장에 가서? 단, 그냥 가면 좀 그러니까 변장을 하고."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캔디의 불만은 다른데 있었다. "다 좋아요. 다 좋은데 왜 나는 바니걸 복장이냐고요!" 그 말에 피오와 블로드 8세, 그리고 가속이 낄낄거렸다. "아니, 왜, 좋지 않은가!" "솔직히 짐도 그 옷을 자네가 입는다고 했을때는 긴가민가 했다만, 이제 보니 아주 걸작이로군." "캔디, 마법사도 없는데 이런짓 저런 짓 하지 않을래?" "놀리지 마요 좀!" 캔디가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치자 피오가 다시 한 번 킥킥거렸다. "자자, 그럼 어디부터 가볼까~ 음음, 저기 캔디. 어디가 나을까?" "몰라요! 묻지 마요!" "그럼 저기로 가보도록 할까요?" 피오가 가리킨 곳은 각종 음식들을 파는 식품점이었다.
◆XvvfTU1DxO9 2020/04/27 19:04:33 ID : 02pTVe7utul
식품점에 들러서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넨 피오는 바로 질문을 던졌다. "제가 타국에서 와서 잘 몰라서 그러는데, 블로드 8세 폐하가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 말에 식품점 주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그야 뭐 좋은 분이라고 할 수 있을거요. 본 적은 많지 않지만, 이런 저런 정책들로 살기 편하게 해주었으니까. 그 외에는 뭐라 할 말은 없소이다." "네. 감사합니다. 아, 거기 훈제 소시지 좀 주시겠어요?" "여기 있소."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식품점에서 나온 피오는 이번엔 일행을 식당으로 잡아 끌었다. "왜 꼭 사람 많은데로 가려는거에요!" "사람이 많아야 정보 얻기가 쉽지! 자자, 좋지 않은가!" "의도가 다 보이거든요!" "흠...... 일단 들어는 가보도록 하지." 여전히 부끄러워하는 캔디를 피오가 질질 끌다시피하면서 일행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XvvfTU1DxO9 2020/04/27 20:02:20 ID : 02pTVe7utul
식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그 인파를 뚫고 자리를 잡은 피오는 음식을 주문하면서 옆 테이블 손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좋네요. 여기가 그렇게 음식이 맛있다면서요?" "그렇고 말고요! 여기만큼 맛있는 식당 찾기 힘들거든." "그렇군요. 그럼 저도 여기랑 같은 메뉴로 하나 주세요. 그리고 이거랑........" 그렇게 주문을 마친 피오가 옆 테이블 손님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 저는 블로드 왕국에 처음 와봐요. 여기 블로드 폐하는 어떤가요?" "어떠냐니.....? 아, 생각을 말하면 되는거요? 뭐 괜찮은 분이시지. 일단 이렇게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지요. 다만 얼굴보기가 힘들다는거? 솔직히 폐하 얼굴 아는 사람 거의 없을거요." 그 말에 블로드 8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여러 의미가 담겨있는 웃음이었다. 피오는 슬쩍 의자를 옮겨 블로드 8세를 가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런가요? 일단 나쁜 분은 아니라는 거군요." "그렇다마다. 나쁜 분이었다면 이런 이야기 자체를 못할테니까. 자자, 일단 음식들 듭시다. 식으면 맛없어요." "아하하, 그래야겠네요. 얼른 먹자. 캔디도." "그러니까 나 부르지 말라니까요!" 캔디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XvvfTU1DxO9 2020/04/27 20:49:38 ID : 02pTVe7utul
"마지막은 여기야!" 피오가 일행을 끌고 간 곳은 대장간이었다. 캔디가 황당해하는 표정을 짓는데 반해, 블로드 8세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마치 선물을 받은 아이와도 같은 얼굴이었다. "대체 대장간은 왜요?" "뚝심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니까. 정권이 바뀌든 말든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인만큼 그 평가도 뚝심있지 않겠어?" "그건 순 억지잖아요." "가끔은 억지도 필요한 법이지. 자자, 들어가자고." 대장간 안은 열기로 후끈거렸다. 피오는 단검 몇개를 보더니 그것을 집어 날을 만져보고는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블로드 8세는 이것저것 만져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세상에, 여기 이런게 있을줄이야. 오, 저건 또 뭔가! 멋지군!" "폐하, 혹시......." "음. 대장간에서 만드는 무기나 각종 도구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보니 흥을 감출수가 없군." 블로드 8세와 캔디가 이것저것 보는 사이, 피오는 단검 몇개를 계산하기 위해 그것을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딱딱한 표정의 대장장이가 오더니 슬쩍 보고는 입을 뗐다. "흠, 단검이라. 다 합쳐서 20골드만 주시오." "오, 가격 좋은데요?" "흥. 그 이상 받자니 나를 속이는 기분이라서. 그나저나 귀부인 같은데 단검이라니.......... 혹시 암살자요?" 그 말에 피오는 빙긋 웃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대장장이는 피오가 내민 골드를 받아 챙기고는 단검을 피오에게 주었다. "어디에 쓰든 묻지는 않겠소만, 여기서는 그러지 마시오." "그럴 생각 없어요. 그보다 요즘 대장간은 잘 돌아가나요?" "평범하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해야될거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 정도가 좋거든." "왜요? 많이 팔리면 좋은거 아니에요?"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대장간은 조금 다르지. 대장간이 잘 된다는 건 그만큼 무기의 수요가 많다는 이야기니까. 일반적으로 가정용 부엌칼이나 부지깽이 같은게 많이 팔리는 일은 드물지만, 무기는 갑자기 많이 팔리는 시기가 있지. 전쟁말이오. 그리고 그렇게 전쟁이 터져서 우리가 돈을 많이 벌고 있을때면, 다른 곳에서는 그만큼 생명을 잃고 있다는 이야기니까 그다지 기분은 좋지 않소. 그래서 지금 같은 평범하게 돈 버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볼 수 있겠지." "그건 다시 말해서 지금 블로드 8세의 정치가 괜찮다는 건가요?" "무난하다고 볼 수 있겠군. 전쟁만 안 일어난다면 더 좋고." 그 말을 들은 피오는 인사를 건네고는 대장간 밖으로 나왔다.
◆XvvfTU1DxO9 2020/04/30 23:30:25 ID : 02pTVe7utul
"어떤가요? 폐하. 이래도 여기 사람들이 폐하가 없어도 이런 삶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나요?" "음........" 블로드 8세는 말이 없었다. 피오는 웃는 얼굴로 캔디를 돌아봤다. "캔디. 잘 알아둬.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해주는 왕이 명군이라는 걸." "그건 잘 알아둘게요. 그나저나 이거 갈아입어도 되겠죠?" 캔디는 자신이 입고 있는 바니복을 가리키며 울상을 지었다. 피오는 한번 크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갈아입어. 안 갈아 입기에 마음에 드는 줄 알았지." "맞아! 캔디! 누나랑 좋은 거 하자!" "넌 좀 입 다물어!" 캔디가 가속에게 소리를 질렀다. 한편, 이온은 머리에 묻은 돌조각을 털어내면서 일행의 길을 막은 자들을 보았다. "마법사로 보이는 자들이 셋......" "어머나? 그걸 살았네?" "하지만 더는 살 수 없을거요." "왜냐하면 우리는 소르키스트 가문이 키워낸 천재 마법사니까." 세 사람이 그렇게 떠들어대자 이온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그들을 보았다. "자기 입으로 배후를 줄줄 풀어놓는 얼간이들도 있군요. 한심하게도." "뭐뭐! 누가 한심해! 받아랏!" 지적 받은 마법사 중 한 명이 손을 내밀자 그 손에서 맹렬한 화염이 이온을 덮쳤다. 이온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빠른 공격에 그대로 불길을 맞아야했다. "아하하하, 그러게 우리를 무시하면........" "후......... 정말이지 사람 화나게 해도 정도가 있죠." 하지만 이온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맹렬하게 불타던 화염은 순식간에 소멸해버렸다. "보아하니 저런 강력한 마법을 주문 영창도 없이 쓸 정도로 당신들이 강력한 마법사는 아닌 것 같고........ 그 장갑에 미리 주문들을 저장해뒀군요?" "아, 아니거든! 우리는 위대한 마법사거든!" "위대한 마법사라는 건 이런거랍니다. 애송이들." 이온이 손을 한번 휘두르자 이온의 뒤에서 거대한 창들이 나타나더니 마법사들을 조준했다. 이어서 마법사들의 위에는 여러개의 마법진이 펼쳐져 있었다. "재주껏 피해보세요." 이온의 냉혹한 한마디가 끝나자마자 마법창과 날카로운 수정들이 소르키스트 가문의 마법사들에게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XvvfTU1DxO9 2020/05/16 20:18:27 ID : Xvu5Xzgi3vj
같은 시각, 줄루아 3세는 자신들의 계획에 동참한 자들과 함께 모의를 하고 있었다. "이제 곧 그 날이 오는데 어디가 좋겠소? 일반적인 장소는 변수가 너무 많을 듯 하오만." 줄루아 3세의 마지막 고민거리는 바로 장소였다. 어떻게 할지는 다 정해놨건만, 정작 제일 중요한 장소를 못 정해서 계획이 제대로 구성되고 있지 않았다. 왕궁은 호위 병력들 및 비밀 통로 때문에 실패할 위험이 있었고, 일반 도시 거리는 변수가 너무 많았다. "평소대로라면 중앙광장에서 퍼레이드를 진행하지 않습니까? 거기서 퍼레이드를 좀 더 길게 진행하는 것 어떻습니까?" 누군가가 그렇게 의견을 제시했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었던지라 줄루아 3세의 얼굴에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허면, 그 최종 목적지는?" 줄루아 3세가 기대를 갖고 물었고, 그 대답은 줄루아 3세의 마음에 꼭 들어맞는 것이었다. "사건의 지평선입니다."
◆XvvfTU1DxO9 2020/05/29 19:36:34 ID : csmHu2nyNxS
야심한 밤, 홀로 밖에 나와 있는 블로드 8세에게 캔디가 다가갔다. "뭐하세요?" "캔디 군인가. 원래대로 돌아왔군. 솔직히 바니걸이 더........"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요. 안 주무세요?" "이런 저런 생각탓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네. 백성들이 편하게 살고 있다라는 것이 계속 떠올라서 말일세." "그거야 나라를 잘 다스리시니까요. 이 나라의 왕께서 말이죠." "하지만 그건 내가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네. 나는 그저 할 일만 했을 뿐이니. 괴짜짓도 좀 하면서. 하지만 이름을 알릴만큼 잘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일세." "그거 아세요? 진짜 명군은 아무도 이름을 몰라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정치에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로 잘 먹고 잘 살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가........." 블로드 8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블로드 8세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캔디군. 나는 반란을 막아보겠네.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런가요. 그 뜻에 동참하겠습니다. 단, 폐하의 목숨은 지켜내겠어요." "자신감이 대단하군. 캔디군." "이래뵈도 이 망할 검에게 선택받은 용사라서요." 캔디는 씩 웃어보였다.
◆XvvfTU1DxO9 2020/06/21 19:59:46 ID : Bgi79cmtunw
그리고 그 날이 왔다. 왕궁에서는 블로드 8세의 탄신일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블로드 8세도 입을 옷을 맞추랴, 연설 연습을 하랴 하며 정신없이 움직여야했다. 그리고 그 옆을 줄루아 3세가 따라다니며 블로드 8세를 보좌하고 있었다. "흠, 여기는 이렇게 하면 될 것 같군." "그리 하겠습니다. 전하." "탄신일을 경하드립니다. 전하. 오늘을 기점으로 새로운 왕국의 시대를 여시게 될 것입니다." "내가요? 그거 듣기 좋은 소리군요." "단순히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 사실이 그러합니다. 즉위하신 이래 전쟁도 없었고 재해도 없었습니다. 전쟁과 재해가 없으니 영토도 그대로요 국민들의 삶도 안정적으로 변화가 없으니 이 어찌 좋은 소식이 아니겠습니까." 줄루아 3세의 말을 들은 블로드 8세는 줄루아가 그를 비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이미 그의 속셈을 아는 이상 줄루아 3세가 뭐라하든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확인차 물어보겠소. 연설을 할 장소가........" "시간의 지평선이옵니다. 그곳에 장소를 마련해두었습니다. 넓은 곳이니 많은 이들이 모일 수 있을겁니다. 그리하면 전하의 넓은 은혜와 호활함을 모두가 알게 될 것입니다." "꼭 그리되면 좋겠군." 블로드 8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준비는 되었군." 쿠라의 시장, 그 어딘가의 골목에서 검은 갑옷을 입은 누군가가 자신을 살펴보고 있었다. 단순한 기사는 아닌 건지 마법으로 만들어낸 거울로 자신을 비춰보면서 빠진 것이 없나 확인하는 중이었다. "좋아. 완벽해." "하나 빠지셨습니다." "아, 투구!" 손짓 한 번에 투구가 그 손에 나타났고, 그것을 쓰자 그 자체만으로 위압감이 넘치는 공포의 기사가 그 곳에 서 있었다. "완벽하네요." "그러면 가볼까! 목표인 캔디에게!" 기사는 그 말을 마치고는 골목을 빠져나갔다. 같이 있던 이 역시 가벼운 몸놀림으로 금새 그곳에서 사라졌다.
◆XvvfTU1DxO9 2020/07/11 23:59:19 ID : bwmpPdA5hy3
한편, 캔디는 피오와 함께 초조하게 이온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다되어가는데 이온과 철마대는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쩌죠? 피오?" "걱정하지마. 여차하면 바보 마법사가 텔레포트라도 써서 오겠지." "그렇소! 걱정 마시게나."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캔디가 고개를 돌리자 검은 갑옷을 입고 얼굴을 다 가린 투구를 쓴 기사가 그곳에 서 있었다. "누구신가요?" "자네가 김캔디인가? 나는 자네를 돕기 위해 이곳으로 온 사람이지!" "네?" 황당해하는 캔디 앞에 기사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진심이라네. 나는 자네를 도울거야. 자네의 용사의 길을 위해서." "아니, 저.......음.......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군. 잘 부탁하네. 그나저나 그 마법사란 사람이 저기 저 사람 아닌가?" 기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흙먼지 안에서 말을 달리는 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정확하게 도착했군. 역시 마법사다워." 기사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말들은 캔디 일행과 빠르게 가까워졌다. 서로 얼굴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선두에서 말을 달리던 이온이 말에서 뛰어내렸다. 뛰어내린 곳은 다름아닌 캔디의 품이었다. "캔디님!" 달리던 속도가 속도였던지라 얼떨결에 이온을 안은 캔디는 그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야야........ 딱 맞춰 왔네요. 이온. 다행이에요." "어이, 바보 마법사. 캔디를 죽일 작정이야?" "아, 며칠 만에 캔디님 얼굴을 보니까 너무 기뻐서 나도 모르게. 죄송합니다. 캔디님." 이온은 얼굴을 매만지고 웃음기를 얼굴에서 지웠다. 그리고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입을 뗐다. "이제 곧 시작될거에요. 시장에서부터. 그리고 작전대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다만....... 캔디님이 괜찮으실지." "걱정마요. 난 이온을 믿어요. 피오하고 크리파도." "저기, 캔디! 나는?" "그래. 너도 믿는다. 가속." 캔디는 그렇게 말하며 가속을 잡았다. 이제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XvvfTU1DxO9 2020/08/15 20:43:27 ID : tupPfTQpRu0
탄신일 행사를 위해 퍼레이드가 열리는 쿠라. 퍼레이드를 위한 인원들이 화려하게 춤추며 지나가고, 그 뒤를 블로드 8세가 타고 있는 거대한 마차가 따라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모여있군요." "이게 다 전하의 인덕이지요." "그럴까요." 블로드 8세가 줄루아 3세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인파 속에 수상한 자들이 불쑥 나타나기 시작했다. 퍼레이드가 한창인지라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 퍼레이드를 계획한 줄루아 3세도. 그래서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줄루아 3세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우와아아아!" 누군가의 고함과 함께 여기저기서 무기를 든 자들이 튀어나왔다. 그들 대부분은 공통적인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엘프? 엘프가 왜........" "우리의 고향을 노리는 자들에게 엘프의 분노를 보여라!" 그 외침 소리와 함께 엘프들이 퍼레이드로 난입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펼쳐졌고, 줄루아 3세는 이 상황에 급히 말을 달렸다. 상황이 어찌 되었건 블로드 8세의 목을 따야 하는 건 변함없었으니까. "빨리 말을 사건의 지평선으로 몰아라!" "잠깐, 줄루아 공! 이 상황에 말을 달리면 사람들이 다치오!" 블로드 8세가 그렇게 만류했다. 아닌게 아니라 퍼레이드 행사로 인하여 많은 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거대한 마차를 달리게 된다면 그 진행 경로에 있는 사람들이 크게 다치거나 죽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줄루아 3세는 블로드 8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일단 빨리 말을 달려라!" "줄루아 공!" "전하! 아무 생각 마옵소서! 어차피 백성들 조금 다쳐도 나라엔 이상이 없습니다!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탄신일 행사를 마무리 지어야지요!"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훗날을 위한 작은 희생이라 생각하소서!" 블로드 8세의 항의를 묵살하고 줄루아 3세는 그대로 말을 달렸다. 그렇게 거대한 마차가 지나간 곳은 혈흔과 육편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XvvfTU1DxO9 2020/11/12 18:56:29 ID : 9vvdyLcE9xU
그렇게 말을 달린 퍼레이드 행렬이 도착한 곳은 줄루아 3세가 블로드 8세 암살을 계획한 그곳, 사건의 지평선이었다. 거대한 석상들이 있는 그곳에 퍼레이드 행렬과 호위병력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 전하 슬슬......." "쳐라!" 그 때 누군가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군데군데서 엘프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갑자기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유적인 의미의 폭설이 아니라 말 그대로 눈이 순식간에 사람 몸을 덮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었다. 난데없는 상황에 당황한 줄루아 3세는 블로드 8세를 바라보았다. 블로드 8세는 어느새 씨익 웃고 있었다. "이거야 원 이래서는 계획대로 안 되겠군요." "전하....... 제 불찰로......." "아니, 불찰이 아니라 실패라고 해야겠군요. 줄루아 공. 나를 암살하려고 한 계획 말입니다." 블로드 8세의 말에 줄루아 3세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고개를 젓고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전하, 외람되오나 소신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사옵니다. 다만 이 곳은 복잡하오니 안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모두 지평선 안으로 들어가라!" "허허, 아직도 계획대로 진행하려는 것이오?" 블로드 8세의 말에 줄루아 3세는 대답 하지 않고 병력들을 지휘했다. 줄루아 3세의 지시에 호위병력들은 지평선 안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것이 캔디 일행이 노리던 변수였다." "지금이에요!" 엘프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애초에 퍼레이드 행렬을 덮치던 그 엘프들은 이온이 만들어낸 환상이었다. 사라진 엘프들 대신 철마대와 이온이 데려온 진짜 엘프들, 그리고 퍼레이드 행렬의 무분별한 움직임으로 인해 피해를 본 시민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그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지평선 안쪽으로 행렬이 포위된 상황에 놓였고, 철마대의 강력한 무력을 일개 호위병력들이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여기저기서 무릎을 꿇고 항복하는 호위병력들이 늘어나면서 삽시간에 줄루아 3세에게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이온은 몰래 또 하나의 주문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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