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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11/24 17:52:32 ID : oJV87amskk7
모든 게 지쳐만 갈 때.
이름없음 2018/11/24 18:00:16 ID : oJV87amskk7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스스로가 정리가 되질 않아서 이곳에 털어놓고 홀로 이겨내보려 한 것인데, 심정을 털어놓는 것 조차 쉽지가 않다. 그저 막막하고, 모든게 지치고 힘이 든다. 오로지 그 말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나는 그냥, 쉬고싶은 것 같다.
이름없음 2018/11/24 18:04:38 ID : oJV87amskk7
지난 몇주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동안, 나는 계속해서 헤메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감정이 요동쳤다. 단순히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무어라 표현해야할까. 그래, 나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
이름없음 2018/11/24 18:06:45 ID : oJV87amskk7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 이 동요는 한가지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 크고 강렬한, 그런 특별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일상적인 것들. 정말로 소소하고 작은 문제들. 그러나 결국 나의 근간을 이루고 있던 것들.
이름없음 2018/11/24 18:10:20 ID : oJV87amskk7
사실은 잘 모르겠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나는 대체 뭐가 문제길래,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가? 글을 써내려가는 것조차 힘들다. 나는 이걸 굳이 적어야 하는가? 하지만 그저 담고있기에는 어디에라도 부어 엎어버리고 싶다.
이름없음 2018/11/24 18:11:35 ID : oJV87amskk7
그러니까 이것은 일종의 쓰레기통인 것이다. 감정의 쓰레기통. 나는 정말로 모든 것을 버려버리고만 싶다. 모든 것을 놔버리고만 싶어. 그러나 실천할 용기는 없지. 나는 비겁하다.
이름없음 2018/11/24 18:14:22 ID : oJV87amskk7
하지만 드디어, 오랜기간 염원해왔던 것을 행하기로 결심했다. 이건 사실 마지막 시도다. 나는 정말로 지쳐있다. 해안에 잔물결이 밀려오듯, 때때로 치미는 감정들이 숨통을 틀어막지만, 전만큼 격렬한 파도와 같지는 않다. 격한 감정을 느낄 만큼의 여유가 없다.
이름없음 2018/11/24 18:16:11 ID : oJV87amskk7
나는 조금만 더 버텨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정 힘들다면, 그땐 이곳을 떠나야지. 모든 것을 버리고.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테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분명 행복해질 것이다. 마음이 다시 평온해진다. 나는 도망칠 곳이 아직 남아있다.
이름없음 2018/11/24 18:18:28 ID : oJV87amskk7
나의 고민들은 굉장히 사소한 것들이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볼 법한. 그러나 주의를 쏟진 않을, 그런 종류의 것들. 하지만 나는 어릴 적부터 그러한 사소한 것들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큰 상처는 돌보지 않으면서 작은 상처에 놀라 급급해한다. 어리석다는 것을 알고있다.
이름없음 2018/11/24 18:22:47 ID : oJV87amskk7
그러나 알고있다는 것이 고쳐진다는 것은 아니더라. 나는 무수한 시도를 거듭했다. 깊은 정을 품었던, 그러나 결국 나의 가장 큰 고통이었던 것에게서 억지로 정을 떼어내기도 하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정해진 일과 외에는 어떤 여흥도 없이 시체처럼 죽은 듯 보내기도 했으며, 감정히 격해지면 그것을 다스리려 스스로에게 자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름없음 2018/11/24 18:26:25 ID : oJV87amskk7
그렇지만 그 끝에, 홀로 선 외로움에, 그리고 현실적 고통 앞에, 나는 다시금 괴로워진다. 깨닫는다. 결국 모든 것은 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든 고통은 대개 내부적인 요인에서 비롯되었다 했던가. 내가 잘못인 것이다. 나 이외에는 그 무엇도 어긋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름없음 2018/11/24 18:28:13 ID : oJV87amskk7
문제는 고치면 된다 하지만, 본인조차 알 수 없는 결함에서 비롯된 이상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한단 말인가? 알 수 없다.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하여 무력해진다.
이름없음 2018/11/24 18:29:51 ID : oJV87amskk7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대부분은 여지껏 적어놓은 것과 같이 정말인지 쓸데없는 생각들이다. 그러나 그 생각들은 나의 모든 것이다. 나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다. 존재함에 한 치 득될 것이 없는 사람이다.
이름없음 2018/11/24 18:32:28 ID : oJV87amskk7
우울증은 자신이 불행하다 생각하는데서 비롯하는 것이 아닌, 그저 계속해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것이라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은 것도 같다. 그렇다면 나는 우울증같은 것에라도 걸린 것일까? 잠깐 생각해봤지만, 나같은게 우울증이라니. 환자들에게 미안해야할 일이다.
이름없음 2018/11/24 18:35:47 ID : oJV87amskk7
옛날에 몇번이고 다른 사람에게 내 불안을 털어놓으려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도 정말 많이 힘들었던 시절이었지. 그러나 지치지는 않았었던. 하루 종일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던.
이름없음 2018/11/24 18:37:21 ID : oJV87amskk7
그리고 그 대상은 주로 어머니였다.친구들에게도 털어놓은 적이 있기는 하나, 아마 그저 흘려들었겠지. 애초에 기대치도 않았지만. 어머니도 별 다를 것은 없었다.
이름없음 2018/11/24 18:39:10 ID : oJV87amskk7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사고를 구사한다. 그들은 같은 방식으로 나의 고통과 불안을 폄하하며, 더러는 비웃고 조롱하기도 한다. 입출력이 정해진 컴퓨터마냥 내게 답하는 이들을 보면, 나는 정말 나만이 그릇된 이물질임을 깨닫는다.
이름없음 2018/11/24 18:42:07 ID : oJV87amskk7
한창 힘든 속내를 감추지 않았던 때에, 나를 가장 괴롭게 만들던 말들은 그러한 것이었다. 왜, 불행배틀이라고 칭하던가? '너는 모든 면에서 나보다 낫잖아. 그런데 네가 힘들어할 일이 뭐가 있니?'하는 종류의 말들.
이름없음 2018/11/24 18:44:29 ID : oJV87amskk7
그러나 나는 애초에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한순간도 그들보다 나은 사람인 적이 없다. 단 한순간조차 그들보다 나았던 적이 없다. 나는 평생을 타인을 부러워하며 살아왔다.
이름없음 2018/11/24 18:46:02 ID : oJV87amskk7
어쩌면 나의 그들에대한 몰이해가, 그들 속에서도 똑같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이름없음 2018/11/24 18:46:56 ID : oJV87amskk7
어찌되었든 더는 남에게 내 감정을 지우려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내게도 그 치에게도 해만 된다는 것을, 이미 처절히도 느꼈다.
이름없음 2018/11/24 18:48:03 ID : oJV87amskk7
대체 왜 당신은 그날 내 목을 졸랐을까? 그것은 정말 나를 위함이었나? 위함이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이름없음 2018/11/24 20:18:46 ID : oJV87amskk7
근래에 들어 더 살이 빠진 것 같아. 걱정어린 말소리에도 나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힘 쓸 일이 없으니까 그렇다 대답하면서 이어지는 걱정들을 흘려보냈다. 여유가 없는 거예요. 그 걱정들을, 관심들을 진심으로 받들고 위로받기엔 의심이 지나치게 큰 탓이죠. 저는 더이상 그런 이야기들에 귀 기울일 여력조차 없어요. 그도 그럴것이, 당신은 나를 죽이려했잖아. 때때로, 혹은 자주. 나는 그 행위들에 잠깐일지라도 진심이 섞여들어갔다는 걸 알고있다.
이름없음 2018/11/24 20:30:37 ID : oJV87amskk7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본인의 죽음이다. 갈망하는 것, 그러나 용기내어 닿지는 못하는 것. 두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이다. 막연히 그들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밀려온다. 생각은 어느새 그들에 대한 것으로 바뀐다. 한참을 그들을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즐거워하다, 이윽고 모든 감정들은 다시 불신으로 탈바꿈한다. 과연 그들도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만큼 나를 생각할까? 아니, 애초에 나는 그들의 사람이 맞기는 한가? 생각하며, 그들의 행동을 돌이킨다. 상처가 되었던 행동들이 하나하나 떠올라 어느덧 산을 이룬다. 애써 불안을 떨쳐내고자, 그들과의 즐거웠던 시간을 추억한다. 그러나 불신은 여전히 진득하게 나를 좀먹는다. 나에게만 즐거웠던 추억일 수도 있지. 그들에겐 아무 의미 없던 나날일 수도 있어. 실제로 내가 과거의 어느날을 회상하노라 하면, 그들은 그런 일들이 있었는지 상기시키지도 못하잖아. 나는 여전히 그들에게 있어 작은 존재임을 깨닫는다. 느끼고, 분노하고, 슬퍼하다, 이윽고 체념한다. 한참을 실의에 빠져있다 이윽고 다시 생각을 전환한다. 다시금 죽음에 이른다. 나는 또 한번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이번의 상상은 보다 잔인하고, 일견 현실적여진다. 그러다 온갖 죽음이 섞일 때 쯤, 나의 생각은 초점을 달리한다. 이번에는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이의 죽음도 아닌, 그저 죽음에 대한 추상이다. 나는 죽음의 의미를, 그것을 당하는 당사자와 관조하는 주변인을, 혹은 불특정 다수의 죽음을, 여러 죽음에 대해 통찰한다. 모든 것의 끝에 나는, 다시한번 아무것도 알 수 없음을 느끼고, 직접 실현하고자 마음먹는다. 그 다짐 끝에는 환상처럼 온갖 약을 제 입으로 털어넣던 누이의 모습이 밟힌다. 문득 생각한다. 그때 누이가 죽었더라면. 그랬다면 차라리 좋았을텐데.
이름없음 2018/11/24 20:44:09 ID : oJV87amskk7
부디 나를 죽여다오. 목동은 소리 높여 말했지. 절박한 목소리에는, 그러나 눈물은 섞여있지 않았어. 그것을 의아히 여긴 늑대는 목동에게 물었네. 너는 왜 울지 않느냐고. 그도 그럴 것이 스스로를 해하려는 자들은 대개 비통함에 차있지 않나? 목동은 건조한 눈가를 가리며 답했어. 그것은 양들과 함께 한다고. 오랜 여행 속 지칠 친구들을 위해, 선뜻 다 흘려보낸지 오래라고. 알 수 없는 대답에 늑대는 아리송해졌지만, 별다른 첨언 없이 제 주둥이를 벌려 목동을 삼켰네. 늑대는 꽤나 주려있었거든. 늑대는 날카로운 이빨로 목동을 꿰뚫고, 강을 이룬 핏물을 기꺼이 마셨네. 아, 정말로 만족스러운 만찬이었지. 배부른 웃음을 짓는 늑대를 본 어느 시인은, 노래 하나를 지어 흥얼이며 춤을 추었어. 전부를 잃은 어린 목동. 주인 잃은 양들은 소리없는 울음을 우네. 그러나 너무 슬퍼는 말아라. 색을 잃은 강은 안식처가 되고. 모든 망자는 결국 한 길을 걸을지어니... 시인의 손에 들려있던 술잔이 떨어져 산산이 부수어지고, 잔 속의 압생트는 남겨진 핏자욱과 어울려 강을 이루었지. 그것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한 강물. 그러나 목동과 양은 별 아래 하나가 되었다네.
이름없음 2018/11/26 11:27:21 ID : tvBdWnVgpdU
나기를 약하게 태어난 몸은 조금만 무리를 해도 쉽게 병치레를 앓는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근래에 들어 마음이 싱숭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혹은 겨울 찬 바람을 맞아서일까. 열이 오른다. 손과 이마에서부터 시작해서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뜨뜻미지근한 열이 답답하다. 정신도 흐려지는 기분이여, 멍하니 천장을 보다, 결국 핸드폰을 주워든다.
이름없음 2018/11/26 11:29:21 ID : tvBdWnVgpdU
무수히 쌓인 메세지 속에 바라는 이들의 연락만이 텅 빈 것을 다시한번 확인한다. 괜히 대화창에 들어가본다. 마지막 대화는 한달이 훌쩍 지나있다. 스크롤을 올려 대화기록을 찬찬히 읽는다. 비참하다. 사람은 이토록 간단히 비참해진다.
이름없음 2018/11/26 11:30:44 ID : tvBdWnVgpdU
어느덧 나를 괴롭히던 열기조차 잊는다. 문득 손을 올려 이마에 가져다 대어보지만, 미지근 할 뿐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불을 움켜쥐었다, 선명히 느껴지는 찬 기운에 열이 내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막연히 깨닫는다.
이름없음 2018/11/26 11:33:17 ID : tvBdWnVgpdU
혼자밖에 남아있지 않는 공간은 쓸쓸하다. 외롭다. 가끔 몸을 뒤척일 때를 제외하고는 시계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방 안. 흰색 벽지 위에 걸린 파스텔톤 시계가 유독 거슬린다. 괜히 초침이 흘러가는 것을 노려보다, 다시 눈을 감는다. 치미는 열기에 자꾸만 눈에 눈물이 찬다.
이름없음 2018/11/26 11:35:31 ID : tvBdWnVgpdU
협탁의 휴지를 눈가에 가만히 가져다 댄다. 젖어들어가는 휴지의 감촉이 볼언저리에 선연하다. 여전한 적막. 참을 수 없어, 결국 이어폰을 찾아 꺼내든다. 소리를 최대치로 높이고, 터져나오는 시끄러운 노래소리.
이름없음 2018/11/26 11:37:47 ID : tvBdWnVgpdU
간혹 후렴구를 흥얼거리곤 하던 가사 모를 팝송이 외이도를 타고 흘러온다. 평소 잔잔하기 그지 없었던 노래건만, 고막을 울리는 반주 소리가 기이하게도 날카롭다. 두통이 일었다. 그러나 나는 그 통증에 기어이 안도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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