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스레드
북마크
이름없음 2018/11/25 00:51:45 ID : dyMi1bjxXy7
사실 몇년은 된 일이고 이제는 거의 잊고 사는 녀석이긴 한데, 가끔 문득 떠오르면 기분이 굉장히 미묘해져. 화가 나는건지, 착잡한 건지, 죄책감을 느끼는건지조차 확실하지가 않아. 별 얘기 아닌 건지, 심각한 건지도 잘 모르겠고. 아직까지 이때 일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서, 여기 처음이라서 잘은 모르지만 한번 풀어보려고 해. 조금 길어질거야, 아마.
이름없음 2018/11/25 00:59:11 ID : dyMi1bjxXy7
일단 그녀석을 A라 할게. 내가 A랑 처음 만난 건 중학교 3학년때야. 고등학교 준비를 위해서였나, 어쨌든 그런 이유로 한 학원에서 만났었어. 토론식 수업이 위주가 되는 구조였고, 당시 나는 토론할 때 말투나 어법 같은게 되게 직설적이었어. 좋게 말하면 똑부러지지만, 나쁘게 말하면 겁나 날세우고 공격적으로 나가는 그런 스타일. 그 당시 나는 자각이 없었지만. (막 외국에서 돌아온 참이라서, 그런 화법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일단 그래서 당연히, 수업 몇번 하니까 내가 전체적으로 좀 눈에 띄게 되었던 것 같아.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A도 그런 상황에서 나한테 처음 말을 걸었고.
이름없음 2018/11/25 01:05:39 ID : dyMi1bjxXy7
마침 사는 동네도 비슷했고, 나름 말도 잘 통하는 녀석이었어. 이렇게 인정하자니 기분 나쁘지만 사람을 좀 혹하게 하는 면도 있었고. 이상한 데서 카리스마가 있었다고 해야 하나. 머리도 좋고, 대놓고 애들 모으려 하면 패거리 하나쯤은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말빨이 있는 녀석이었어. A 자신은 사람을 가려사귀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내 A에 대한 첫인상은 그런, 좀 독특하지만 나쁘지 않은 친구 정도였어. 학원이라고 해봤자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거였고, 그렇게 그 이상의 큰 접점은 없이 쭉 고등학교까지 간 것 같다. 운 좋게, 그녀석과 나는 같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됐지. A가 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된 건,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이름없음 2018/11/25 01:28:35 ID : dyMi1bjxXy7
A는 사실, 학원에서 알고 지낼 때부터 조금 이상한 이야기들을 하곤 했어. 이를테면, 자신에게 외국인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해 이러이러하게 처참하게 죽었다더라 - 하는 이야기를 하는 거지. 그것도 한번에 다 푸는게 아니라, 처음에는 자신에게 이러이러한 친구가 있었다, 그게 몇차례 되면 사실 전부터 얘기하려 했는데 그 친구가 사실 교통사고로 죽었다, 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고. 그리고 그 후엔 그 교통사고에 대해 (상당히 처참한)이야기들을 술술술 풀어. 몇 주에 걸쳐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있을 법한 이야기지, 물론. 아직까지는.
이름없음 2018/11/25 01:40:51 ID : dyMi1bjxXy7
이런 A의 이야기들의 수위... 라고 해야 하나. 그 자극성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조금씩 올라갔어. 학원시절 "부모님과 대판 크게 싸웠어" 정도였던 이야기는 어느새 "방학동안 부모님과 싸웠는데, 그때 엄마가 접시를 나한테 던져서 산산조각났어. 나 죽여버릴 거라더라. 그때 조각에 손목이 베여서 피가 진짜 철철 났어." 가 되어 있었고, "나 원래 좀 감정에 무감각해. 아 참, 그리고 관심분야는 심리학이야" 정도의 이야기는 "예전부터 자각하고 있었고 몇번 테스트도 해봤는데, 나 사이코패스야. 감정이란 걸 몰라. 범죄 같은 거에도 무감각해. 그런 걸 이해하고 싶어서, 범죄심리학 전공해보려고." 같은 느낌으로 바뀌고. 어느 순간 아, 위험하다, 싶었지.
이름없음 2018/11/25 01:57:00 ID : dyMi1bjxXy7
언제 한번 쾅하고 폭발할 것 같달까. 쉽게 말하자면, 미국같은데서 총기난사 날 때마다 피의자 정신상태 분석같은거 하잖아? 그거랑 거의 똑같은 느낌이었어, 당시 내가 A에 대해 받은 인상은. 전혀 짜증도 안내고 화도 안내고, 그런 주제에 속에 쌓인 건 장난이 아닌 느김이라, 언제 한번 빡돌아서 누군가 막 죽여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직도 기억나네. A랑 다니다가 하도 내가 불안하고 걱정돼서, 어느 순간 정말 대놓고 걔 앞에서 너를 화내게 만들거라고 선언한 적도 있어. 사소한거라도 좋으니까, 나한테라도 좋으니까 제발 화좀 내라고. 쌓아놓다 나중에 정말 큰일내지 말고, 짜증이라도 한 번 내서 속을 좀 풀라고. 하지만 내가 걔를 얼마나 대놓고 앞에서 까든, 속을 살살 긁든, "대체 왜 화를 안 내는 거야?!" 하고 못견디고 먼저 폭발하든, 그녀석 반응은 언제나 소름끼치도록 무덤덤했어. 그게 더 걱정돼서, 그리고 빡쳐서, "내가 너 진짜 한번 폭발하게 만들테니까, 두고 봐" 라고 말했었지. 돌이켜 보니, 거짓말은 아니었던 걸까. 의도한 대로 이루어진 말은 아니지만.
이름없음 2018/11/25 02:10:05 ID : dyMi1bjxXy7
이때까지는 뭐라고 할까, A와 나의 관계는 일종의 스테일메이트 상태였어. 딱히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상태. 하지만 생각해 봐. 옆에서 나름 친하게 지내는 녀석이 계속해서 죽음이라든지, 학대나 살인미수라든지 하는 이상한 이야기들을 꺼내. 자기가 사이코패스라는 이야기도 당당하게 하고.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까, 이녀석 언제 한번 제대로 돌아버려서 누구 한번 죽일것만 같아. 진심으로. 그런 상태가 몇 주는 갔는데, 멘탈이 맛이 안갈 리가. 이제 막 고딩 된 녀석이. (왜 어른들에게 안 말했나 싶기도 하겠지만, 당시에는 도저히 그럴 엄두가 안 났었어. 얘기 자체도 너무 무거웠고, 그녀석도 말만 안했지 선생님 등한테는 절대 얘기하지 말라고 압력 넣고 있었고. 그자식 말빨 진짜 좋았구나, 하고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 그런 불안정한 균형상태에서 나타나 상황을 바꿔놓은게 또다른 친구 B야.
이름없음 2018/11/25 02:24:38 ID : dyMi1bjxXy7
B는 뭐라고 해야 할까, 정말 착한 애야.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덕분에 고생도 많이 하지. 수행평가 무임승차당한다던가, 타의로 동아리 리더직을 떠넘겨받아서 업무처리를 다 하게 된다던가... 그런 녀석이야. 정말 좋은 녀석이라 너무 안타까워서, 내가 차라리 좀 이기적으로 살라고 얘기해 준 적 있을 정도야. 어쨌든, B는 그런 애야. 그리고 당시 나는 몰랐지만, A는 입학한 후에 B랑도 친해진 모양이더라고. 나보다 훨씬 만만하게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녀석... 이었던 거겠지, A한테는. 어쨌든, 언제 한번 나랑 B가 둘이서 학교 끝나고 얘기하게 된 적이 있어. 아마 매점에서 만났었나, 그랬었을거야. 얘기하다 어떻게 A의 화제가 나온 거지. 그때 나는 A문제 때문에 한창 스트레스 받고 있던 참이라 "아, 너도 A랑 친해? 너도 어지간히 힘들겠구나" 라는 식으로 말했어. 약간 떠본다는 느낌이었지. 그런데 그걸 딱, B가 눈치채고 받아챈거야. "아, 혹시 A가 너한테도..." 하고. 당연히, 화제는 A의 이야기로 넘어갔지. 그런데, 나랑 B가 대화하면서 서로에게 훨씬 더 충격적인 사실들이 밝혀진 거야.
이름없음 2018/11/25 02:49:21 ID : dyMi1bjxXy7
가장 먼저 확인한 건 "A가 너한테 어디까지 얘기했냐?" 였어. 당연히, A 이야기들은 상당히 무겁고 수위가 높으니까, 서로가 어디까지 알고 있냐를 확인하는게 우선이었으니까. 그런데, A가 나에게 한 이야기랑 B에게 한 이야기랑 서로 다른거야. 위에 쓴걸 보면 알겠지만, 일단 A가 나에게 한 이야기들은 일단 "진실이라고 납득할 수 있는" 범주의 이야기들이야. 학대라던가, 친구의 잔혹한 교통사고라든가. 진실이라면 상당히 위험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믿고 싶지 않고, 과장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분명, 아주 없지는 않을 만한 이야기. 그런데 B가 들은 얘기들은, 그정도가 아니었다는 거야. A가 B 자신에게 한 이야기들은, "명백하게 정신나간 이야기"들이었다는 거지. 시작은 나랑 비슷하게 평범한 주제로 시작해서, 점차 A가 나에게 하는 무거운 주제들까지 옮겨왔다나봐. 그런데 거기서 한발 더 나간 거지. "자신이 사이코패스다" 에서 "자신이 사이코패스고, 특수한 능력도 있다. 그것때문에 무슨 소리도 들린다." 거기서 "자신 말고 이런 능력자들이 더 있는데, 이런 자신들을 쫓는 어떤 조직이 있다. 그 조직에 쫓기고 있다." "그 조직이 자신의 친구 (위에서 언급한, 그 외국인 친구)를 노려서 죽여버렸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흐름. x발, 첫번째야 뒤늦은 중2병 설정놀이라고 어떻게든 납득해 보자. 뒤쪽은, 대놓고 미친소리잖아?! 거기에 나에게 한 얘기랑도 미묘하게 달라. 그런 주제에 (현실성은 둘째치고) 어느쪽도 이야기의 논리구조로는 흠잡을 데가 없어. 그리고 B랑 내가 동의한 사실은, "무엇을 얘기하든 A는 항상 자신이 하는 말을 분명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것. ...이때쯤, B랑 나는 모두 멘탈이 반쯤 나가 있었지. A녀석, 진짜 미친거였어. 정서불안정도가 아니라, 진짜로 정신병자였다고. 허언증인지, 망상장앤지, 조현병인지는 몰라도, 진짜 미친새끼였던거야.

레스 작성
7레스인혐이 심한데 의료보건 계열이 맞을까?new 234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31분 전
6레스담배핀다니까 친구한테 맞았다new 177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32분 전
1레스new 91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5시간 전
26레스부모가 자식에게 화나면 화나는대로 '씨발년' , '개같은 년' 이런 말 막 쓴다면...new 8492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10시간 전
8레스고어영상을 봐버렸어new 249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10시간 전
3레스술먹고 말실수한 친구에게 어떻게해야할까new 168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11시간 전
2레스내가 너무 이기적인거라고 생각해?new 156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12시간 전
10레스칼답하는거 부담스러워?new 892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12시간 전
1레스20살인데 친구가 한명도 없어new 163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12시간 전
3레스공부하다가 가끔 흑역사 생각나는데 다들 그래?new 402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14시간 전
5레스카톡 필요한 이유new 439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15시간 전
5레스이거 내 집착인거야ㅠㅠ?new 804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15시간 전
6레스애교체 바꾸는 법new 594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15시간 전
182레스4살 터울인 오빠가 방 안에서 나오질 않아요new 5349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18시간 전
4레스카톡을 어떻게 보내야 해?new 290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21시간 전
8레스이상한 얘한테 잘못 걸린거 같아 1013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4.23
328레스🗑🗑감정 쓰레기통 스레 6🗑🗑 24098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4.23
1레스중간고사 보고 자퇴할까 424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4.22
5레스퇴사하고 싶은데 이게 맞는걸까 973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4.22
7레스창업 하고싶은데 어떤지 봐줘 987 Hit
고민상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