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어떤 이야기부터 하면 좋을까? 그래, 7년, 거의 8년 전인가? 그 때 널 처음 만났던 것부터 해야겠다.

첫만남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아. 네가 말해준 걸로 추정할 뿐이지. 난 꽤 낯을 가리는 편인데, 그때도 그랬나 봐. 난 그 때쯤엔 엄청 활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처음 이사를 와 겉도는 나에게 너가 먼저 다가와 줬다고 했지. 고마워.

보고 싶다. 이야기하다 보니까. 예전처럼 곁에 서서 이야기하고 걷고 싶어. 생각만 해도 가슴이 간질간질하고 웃음이 나와.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걸어서 2~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린데,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질까.

맞다. 우리 학교 같이 다녔던 6년 내내 한 번도 같은 반이 못 됐잖아. 한 학년 더 있으면 같은 반이 될 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는데, 이젠 그럴 리 없겠지. 그래도 아직 너랑 함께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3년이 남아 있으니 기대해도 되려나?

그거 알아? 어딜 봐도 네가 생각나지 않는 게 없어. 욕실을 봐도 네가 같이 거품 목욕 하자고 했던 것을 거절했던 게 생각나 아쉽고, 사탕을 보면 네가 늘 골라 갔던 오렌지 사탕이 떠올라. 침대 옆을 봐도, 1년인지 반년 전 쯤에 우리가 같이 잤던 게 생각나.

이거는 정말 누구한테라도 하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이참에 해야겠다. 내가 고백 했던 거 기억하긴 해? 잊어 줘. 어차피 너 잘 잊는다고 했잖아.

그 날 점심 시간에 오늘은 꼭 너에게 고백해야지, 하고 다짐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나. 예전엔 그걸 후회했는데 지금은 안 해. 어차피 그 날이 아니었더라도 난 언젠가 고백했을 테니까. 최소한 네게 반했단 걸 자각한 날이 3월달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만우절까지 기다릴 수 있었을 텐데. 그땐 9월이었지.

그 날 학원이 끝나고 돌아오면서 난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도 했고. 그러지 말걸. 그냥 장난처럼 넘길걸.

나 사실 널 좋아한다고 했던가. 그랬을 거야. 그랬더니 넌 난 잘 잊으니까 괜찮아, 라고 했지. 무엇을 잊으려 했던 걸까. 그리고 넌 친구를 만나러 했어. 내가 고백하기 전부터 질투했고, 아직도 하고 있는 그 친구. 만약 내가 고백만 안 했어도 우린 지금까지 서로에게 1순위 친구였을까? 그랬다면 그건 좀 후회되네. 어차피 2년이나 지났지만.

괜찮아는 무슨 의미야? 고백한테 한 거야, 커밍아웃에게 한 거야? 아니면 비밀로 부치겠다고 한 뜻이야? 모르겠네. 하지만 내 친구 중 하나가 내 볼에 뽀뽀한 걸 보고 하지 말라고 했던 걸 보면 여전히 넌 기억하고 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