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비극이다. 죽음을 아는 사람이라면 나와 똑같이 이야기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죽음을 볼 수 있고, 원치 않아도 그것들이 아주 잘 보이니까. 예시를 들자면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도 많이 있다. 죽음을 안고 사는 아이들. 삶이 피폐하고 말라가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아이들. 보는 쪽이나, 안고 죽어가는 쪽이나 모두에게 죽음은 비극이다. 죽음에 가까이 있는 아이들은 검은색 색연필로 마치 네 살배기 아이들이 마구 칠을 한 것처럼 검은색이 묻어나온다. 정말로 마구잡이로 칠한 듯 그 색의 패턴은 사람마다 달라서, 어떨 땐 얼굴이 검게 먹힌 사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발끝에서부터 물에 잠기듯 천천히 색이 차오르는 사람도 있다. 경우와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죽음이 몸의 부피를 넘치게 차올라서 바닥에 뚝뚝. 색을 떨구며 걷는 사람도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다.
  • 그것은 보는 사람조차도 괴로워하도록 만들어서, 어린아이였을 때는 열에 아홉이면 악몽을 꿨다. 남의 죽음이 어린 나에게는 그렇게나 무거워, 일상을 내던지고 살아간 일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태어날 때부터 이고 살아왔던 숙명이니만큼 지금은 익숙해져 가고 있고 그래야만 하는 거지만….
  •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언컨대 나는 단 한 순간도 저들과 같은 처지에 놓이고 싶다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죽음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그런 천진난만한 소리가 아니라 적어도 저들처럼 지금 당장 뛰어내려 죽고 싶을 정도로 충동을 느껴본 적도 없고 나 자신을 해한 적도 없으며, 오히려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고 듣게 되는 처지로서는 죽음으로부터 하루하루 도망만 치는 실정이다.
  • 그런데 나는 그게 죽도록 싫었던 걸까?
  • 거울 속 여자의 등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냥 멍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또 너무나 익숙해서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죽음이 들다니. 마치 적어도 한 달은 된 것 같은 크기의 죽음이, 나에게.
  • 암 선고라도 받은 사람의 표정을 하는 내가 거울에 비쳤다. 암은 약이라도 있을 텐데, 죽음에는 무슨 약이 필요하지? 죽어가는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서, 정말 죽음을 안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같은 발걸음으로 욕실을 빠져 나와 방으로 걸어 들어간 나는 나를 내던지듯 푹신한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 도대체 한 달 전에 무슨 일이 나에게 있었지? 정신이 사나웠다. 침구는 이리저리 흐트러져있고 방으로 들어오는 빛을 피하고자 두 눈을 꽉 감자 물에라도 빠진 마냥 깊은 검은색만 남았다. 소리라도 지를까, 하던 찰나에 알람이 울렸다.
  • 시계를 보지 않아도 지금이 오전 8시라는 것을 알고 있고, 이제 곧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내가 죽어가는데 나는 오늘도 일해야만 하는구나. 시끄럽게 울리는 휴대폰을 들어서 전화를 걸었다.
  • 오늘 하루 몸이 아픈 관계로 쉬겠습니다. 라는 한 마디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빠지게 되면 오늘 수업이 있는 모든 반에는 다른 선생님이 바꿔 들어가야 하는 것, 그래서 빠진 수업을 보충하기 위해 또 여러 차례 수업을 바꾸고 끼워 맞춰야 하는 것. 모두 불편함이 있겠지만 나는 굉장히 충동적으로 내 죽음을 받아들였다.
  • 곧 죽을 텐데 뭐. 마치 죽음으로서 나의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고, 곧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등에 엎드린 죽음이 나를 좀먹고 있었다.
  • 깨어나고 보니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아침으로 먹으려고 둔 커피와 빵을 다시 데워 점심을 해결하고는 거실로 나왔다.
  • 혼자 사는 사람이 가지는 장점 중 한 가지는 조용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단점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기로 했다. 내가 죽어도 119에 전화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 아마 내가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발견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을 혼자 썩어야 할 것이다. 다만 그건 죽고 난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
  • 거실로 나와서야 커피를 한 잔 더 내릴까 하다가 그냥 창을 열었다. 거실의 창은 한 면을 다 차지하고 있는데 열면 바로 발코니가 있는 주택이라서 남이 보기에는 꽤 멋있게 보였다. 정작 혼자 사는 여자로서는 추천하지 않는 형식이다.
  • 점심에 가장 높이 뜨는 해가 빛을 내리쬐자 손으로 눈에 그늘을 지게 한 다음 발코니 밖을 내려다보아야 했다. 별로 볼 것도 없는 마당은 이사를 오기 전, 강아지라도 키우게 된다면 꿈의 집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득 차게 만들었었는데 막상 이사를 오고 보니 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엄두도 못 내게 되었다.
  • 막 생각이 난 김에 노트북을 켰다. 어차피 죽을 텐데, 내가 죽으면 짖을 수 있는 강아지를 한 마리 데려오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그러다가 검색창에 강아지라고 치던 것을 금세 지웠다. 그건 너무 슬플 것 같다. 내가 아니라, 강아지가. 만약 멀리 있는 부모님에게 강아지를 보내게 된다고 해도 주인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아이가 잘 지내게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너무나 아득하고 생각이 복잡해져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그럼 고양이는… 마찬가지 아닐까?
  • 한숨을 쉬자 열어놓은 발코니 창 너머로 바람이 들어왔다. 마치 내가 한숨을 쉬는 모양새를 따라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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